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9)
9. 이계 난민.
마나를 다루는 인간을 내 마법인형으로 만들어 기간트를 조종한다.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아니 가능하다!
전생에도 전투 중 괴수에게 죽은 동료 헌터 마법사를 마법인형으로 만든 적이 있었다.
생전에 마법사가 익힌 마법 스킬들은 모두 사라져 초기화되지만, 몸속에 마나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랬기에 난 그 마법인형을 꼭두각시로 만들고 꾸준히 훈련해 아주 기초적인 마법부터 다시 배우게 했다. 그리고 그렇게 하나둘 익힌 마법을 영혼 이동 스킬을 통해 사용하다 보면 나도 배울 수 있게 된다.
그것이 내가 인형술사로 S등급 헌터까지 올라설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그러니 이번에도 성공할 가능성이 컸다.
먼저 마나를 가진 인간을 마법인형으로 만들고, 영혼 이동을 통해 직접 기간트를 조작하고 가르친다면, 마법인형으로 기간트를 조종할 수도 있어 보였다.
그러다 보면 나도 이 세계의 마나를 깨우칠 수도 있고.
그럼 기간트도 탈 수 있으리라!
성공하든 못하든 시도해볼 만했다.
물론 지금은 마나를 익힌 마법인형도 기간트도 없기에 아직 먼 이야기였지만.
‘우선 내 몸을 지킬 마법인형을 늘리고, 기간트에 집중하자!’
슬기로운 이계 생활이 다시 머릿속에 그려졌다.
“모든 천막을 다 뒤져라! 모두 압수해!”
“마석을 마차에 실어라!”
한쪽에선 마석이 들어있는 커다란 상자를 작업용 기간트로 계속해서 나르고 있었다.
이 세계에서 마석은 제일 중요한 광물이었다.
도시의 불을 밝히기도 하고, 열차를 움직이고, 냉난방까지 할 수 있는 것으로 지구의 석유와 쓰임새가 비슷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간트에 필수란 것이다.
이 세계의 모든 인간이 거신의 후예였지만, 기간트에 탈 수 있는 것은 마나를 다룰 줄 아는 극소수였다.
하지만 지금 인간의 마나 수준으론 저 거대하고 육중한 기간트를 조종할 수 없었다.
그랬기에 필요한 것이 마석 배터리였다.
마나를 품고 있는 돌, 금속, 거신목까지.
그걸 정제해 만든 것이 마석 배터리였고, 이걸 기간트에 장착하면 인간의 필요 마나를 1/20 수준으로 낮출 수 있었고, 더 오랜 시간 움직일 수 있었다.
그랬기에 이번에 거의 반년 동안 대수림에서 모아왔던 마석까지 모두 압수당한 것은 살루스 왕국엔 큰 타격이었다.
새삼 장벽 사령관의 힘이 실감 났다.
‘어? 저 새끼는 날 신나게 팼던 놈이네!’
영혼 이동했을 때, 내 마법인형을 패면서 페르딘 암살단의 수치라고 말했던 놈과 단장이란 놈이 보였다.
난 윌리엄 사령관에게 다가가 페르딘 암살단에 대해서 말했다.
“허허! 살루스 암살자들이 내 구역에서 설치는 꼴은 못 보지.”
윌리엄 사령관은 살루스 왕국 책임자인 아칼룸 백작을 다시 불렀다.
“이 캠프에 있는 암살자들을 모두 내놓게.”
“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암살자라니요?”
아칼룸 백작은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모르는척했다.
증거가 없으니 연기를 하는 것이다.
“후후! 제국의 정보력을 우습게 보는군. 페르딘 암살자들이 이곳에 있는걸 알고 있네. 그러게 날 암살하려면 더 많은 암살자를 보냈어야지.”
사령관이 암살단 이름까지 정확히 말하자, 아칼룸 백작의 얼굴이 흙빛으로 물들었다.
“암살자들을 전부 데려오면 이쯤 해서 이번 일은 덮도록 하겠다. 아니면 내가 사령관으로 있는 동안 제국의 장벽을 통해 마석을 들여오는 일은 포기해야 할 거야.”
“휴우! 알겠습니다.”
아칼룸 백작이 체념의 한숨을 쉬었다.
그는 자기 부하들에게 다가갔다.
“여기 데리고 왔습니다.”
그리고 6명을 데리고 왔다.
‘어쭈, 이 새끼 봐라!’
내 마법인형을 팼던 놈과 단장을 쏙 빼놓았다.
그 두 놈이 암살단의 중추인물이었다.
“글래디스, 병사들과 날 따라오게.”
“네?”
글래디스가 사령관을 쳐다보자, 사령관이 고개를 끄떡였다.
글래디스가 병사들을 이끌고 날 따라왔다.
“여기, 이놈을 사로잡게.”
난 먼저 내 마법인형을 신나게 팼던 놈을 지목했다.
“잡아!”
병사들이 달려들자, 암살자가 울타리를 향해 도망치기 시작했다.
“어딜!”
다다닥! 퍼억!
하지만 글래디스의 어깨치기 한방에 나가떨어졌다.
“여기 이놈도 묶어라!”
그리고 단장을 지목했다.
단장은 순순히 포박을 받았다.
“이놈이 페르딘 암살단의 단장입니다.”
윌리엄 사령관은 아칼룸 백작을 노려봤다.
“이런, 내 호의를 무시했군.”
백작은 사령관의 말에 마른침을 삼키며 몸을 떨었다.
“아, 아닙니다. 저도 몰랐습니다.”
“앞으로 6개월간 살루스 왕국의 사냥팀이 가지고 들어오는 마석과 부산물은 모두 압수하겠다.”
“헉! 그것만은 제발!”
“억울하면 우리 황제 폐하께 정식으로 항의해라! 그럼 난 이번 암살미수 사건과 불법 장물 사건을 세상에 공개적으로 알리겠다.”
윌리엄 사령관은 단호했다.
아칼룸 백작은 더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사령관은 날 향해 뒤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후후! 자넨 정말 모르는 게 없군.”
“아닙니다. 모두 제 정보원이 알아낸 것입니다.”
“언제 나도 그 정보원을 한번 보고 싶군.”
“제 정보원이 드러나면 가치가 떨어질 겁니다. 워낙 낯을 많이 가리는 친구기도 하고······.”
“하하! 무슨 말인지 알았네.”
그때였다.
하사관 한 명이 다가왔다.
“사령관님, 토굴에서 이계 난민들을 발견했습니다.”
“뭐? 데리고 오게.”
이계 난민은 또 뭐야?
잠시 후 병사들이 한 무리의 사람들을 데리고 왔다.
작은 키에 튼튼한 몸, 가슴까지 내려온 수염.
그들은 인간이 아닌 드워프였다.
‘드워프가 여기 왜 있지?’
이야기에서나 나오는 종족이 아닌가?
나도 살짝 당황했다.
드워프는 모두 일곱 명이었다.
“사령관님, 어떻게 할까요?”
“모두 마차에 태우고, 일단 요새 감옥에 가두게.”
“네!”
궁금증이 밀려왔다.
“사령관님, 저 드워프들은 뭐고, 이계 난민은 또 뭡니까?”
“응?”
사령관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자넨 범인은 귀신같이 잡으면서 세상일엔 모르는 것이 왜 이렇게 많아?”
“죄송합니다.”
“후후! 괜찮네. 내가 알려주면 되지.”
윌리엄 사령관은 이번에도 할아버지 같은 웃음을 지었다.
“20여 년 전쯤이야. 갑자기 장벽 너머 대수림에 난민들이 나타났지. 그들은 다른 세계에서 왔다고 했고, 자신들이 사는 세상이 괴수에게 멸망했다며 도움을 청했네. 그래서 그들을 이계 난민이라 부른다네.”
“대수림 안에 다른 세계가 있다는 말씀입니까?”
“차원 균열이라고 했나? 사실 나도 거기까진 모른다네. 대수림엔 우리도 모르는 일이 너무 많아. 아무튼, 그들과 우리 언어 체계가 너무 달라 학자들도 의사소통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들었네. 그리고 처음엔 그 숫자가 몇 명 정도였는데, 나중엔 수십 명이 한꺼번에 나타난 적도 있고. 게다가 최근엔 드워프뿐만 아니라 엘프와 오크까지 종족도 다양해졌네.”
엘프와 오크도 있다고?
그런데 타일러는 왜 영지에서 한 번도 보지 못했을까?
아니 수도나 할데가르에서도 본 적이 없었다.
“우린 그들을 장벽 안으로 데려오진 않았네. 그들이 불순한 의도가 있을지도 모르고, 숫자가 늘어나면 관리하기도 힘들 테니까. 대신 대수림의 몇몇 전진 기지에 그들이 살 수 있게 허락했네. 이계 난민들은 우리 일을 돕고, 우린 기간트로 그들을 보호하며 상부상조하는 거지.”
“아! 그렇군요.”
타일러 빈스가 세상 물정을 몰랐다곤 하지만, 정말 아는 것이 너무 없었다.
“그런데 드워프가 왜 여기에 있는 건가요?”
“글쎄, 가끔 엘프를 장벽 너머로 데리고 온다는 이야기는 들었네. 황족이나 귀족들의 노리갯감으로 말이지.”
“불법 아닌가요?”
“내가 말했잖은가. 힘이면 안 되는 일이 없네. 황족이나 귀족이 보증한다면 가능하지. 하지만 드워프를 데리고 들어왔다는 말은 아직 들어본 적이 없는데······.”
사령관이 말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워낙 뛰어난 광부들이라 대수림에서 마석을 캐는 데는 좋지만, 그 외에는 어디에 쓰지?”
“그럼 저들은 이제 어떻게 되는 겁니까?”
“허가 없이 불법적으로 데리고 들어왔을 테니, 확인해보고 대수림 밖으로 추방해야지.”
“추방이요?”
“아! 물론 그냥 저들만 보내진 않을 거야. 영지의 사냥팀이나 이번에 정기 물자를 보낼 때, 함께 보낼 걸세.”
오늘도 사령관에게 많은 정보를 얻었다.
“타일러 소위, 오늘 수고했네.”
“네, 감사합니다.”
이날 윌리엄 사령관은 살루스 왕국의 야영지를 완전히 탈탈 털어버렸다.
***
[요새 사령부]“사령관님, 제가 드워프들을 심문하고 싶습니다.”
“심문?”
“드워프들이 왜 이곳에 있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윌리엄 사령관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들의 말을 알아듣지도 못할 텐데?”
“그래서 펜과 노트를 준비했습니다. 말은 안 통해도 그림은 어느 정도 통할 겁니다.”
“그림이라······, 알겠네. 허락하지.”
사령부 요새로 돌아오자, 드워프들은 지하 감옥에 갇혔다.
탈출을 막기 위해서였다.
난 글래디스와 먼저 부엌에 들러, 수프와 빵을 넉넉하게 챙겨 지하 감옥으로 향했다.
“문을 열게.”
“네!”
철컹!
쇠창살 문이 열리고 감옥 안으로 들어갔다.
횃불이 군데군데 있었지만, 지하 감옥은 매우 어둡고 눅눅했다.
안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자 철창 안에 드워프들이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벽에 기대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난 따뜻한 수프와 빵을 철창 안에 넣어줬다.
“글래디스, 담요를 가져다주겠나?”
“네? 담요요?”
“여긴 편히 앉을 자리도 없으니, 바닥에 담요를 깔아주려고. 저들이 범죄자는 아니잖아.”
“아! 알겠습니다.”
글래디스가 올라가고 난 쇠창살 앞에 의자를 놓고 앉았다.
그리고 그들을 보며 먹으라고 손짓했다.
하지만 그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난 수프 그릇 하나와 수저를 들고 먹는 시늉을 했다.
그래도 먹지 않자, 직접 수프를 떠서 먹었다.
“%$!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
“%$! @#$%[email protected]
?”
그러자 지금까지 침묵했던 드워프들이 뭐라고 떠들기 시작했다.
[새로운 언어를 탐지했습니다.] [분석을 시작합니다.]역시 갓태창!
내가 굳이 이들의 심문을 맡겠다고 한 것은 이것 때문이었다.
헌터 상태창이 좋은 점 하나가 다른 나라의 언어를 알아들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랬기에 지구의 헌터들은 국적이 달라도 막힘없이 의사소통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곧 드워프 말도 알아듣겠지.
뭐든 아는 것이 힘이다.
“%$! %[email protected]
#@&.”
“%$! %#[email protected]
$#@?”
“%$! @#[email protected]!”
한 드워프가 손을 번쩍 들고는 앞으로 나와 수프를 먼저 먹어보았다.
그리고 빵도 먹었다.
아무런 이상이 없자, 다른 드워프들도 달려들어 허겁지겁 배부터 채우기 시작했다.
“&%$^*#@$!”
[언어 분석이 끝났습니다.]“확실히 인간들의 음식 솜씨는 드워프보다 낫다.”
“맞다! 수프가 아주 맛있다.”
‘좋았어!’
난 이제 드워프들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나중에 엘프와 오크 언어도 배우면, 정말 굶어 죽을 일은 없을 것이다. 언어 학자가 되면 되니까.
드워프들은 며칠은 굶은 것 같이 게걸스럽게 먹었다.
그때 나이 많은 드워프가 나를 보곤 드워프들에게 말했다.
“우리는 드워프다! 인간 앞에서 품위를 잃지 마라!”
“알았다.”
그들은 배부르게 먹고, 각자 벽에 등을 기대앉았다.
그때 한 드워프가 말했다.
“우린 이제 어떻게 될까?”
“아마도 우리가 있던 대수림 기지로 돌아갈 것이다.”
“제길! 다시 또 그놈들의 밑으로 가야 한단 말인가!”
젊은 드워프가 벌떡 일어나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러자 나이 많은 드워프가 달래듯이 말했다.
“왕자여! 진정해라! 위대한 드워프 선조들께서 우릴 인도하실 거다!”
왕자라고 저 젊은 드워프가?
낡고 찢어진 옷을 입고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왕자치고는 너무 볼품없어 보였다.
“맞다! 드워프는 위대하다! 그러니 다른 방법이 있을 것이다!”
다른 드워프들도 왕자를 위로했다.
쾅!
갑자기 왕자가 일어서 벽을 때렸다.
얼마나 세게 쳤는지 주먹에서 피가 뚝뚝 떨어졌다.
“글러드 왕자여! 무슨 짓인가?”
“괜찮은가?”
드워프들이 다들 놀란 표정을 지었다.
글러드 왕자는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드워프는 위대하지 않다!”
“그게 무슨 말인가?”
“이제 인정해야 한다. 우리는 형제를 지키지 못했다. 우리는 괴수를 막지 못했다. 우리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지키지 못했다. 드워프는 나약하다!”
왕자의 말에 다른 드워프들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었다.
그들의 대화를 듣자, 초토화된 지구가 떠올랐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멸망한 것도 우리가 약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우린 서로 힘을 뭉치지도 못했다.
갑자기 괴수가 출몰하자, 인류는 당황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생긴 헌터의 힘.
새로운 힘으로 괴수를 때려잡자, 너무 안일하고 나태해졌다.
그것이 거대한 댐에 생긴 작은 구멍인 줄도 모르고.
‘하아! 저 드워프들의 처지가 나와 같구나!’
타일러 빈스의 몸에 들어와 새로운 세상에 살고 있어도 내 본질은 헌터 고강해.
저들은 나와 같은 아픔이 있었고, 그런 드워프들이 측은하게 느껴졌다.
“이제 우리만 믿고 기다리는 형제들의 얼굴을 어떻게 본단 말인가!”
“이제 드워프의 미래는 없는가······.”
나이 많은 드워프가 왕자를 보며 말했다.
“왕자여! 아무래도 우리가 인간들에게 괴수 부산물을 가공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실수인 것 같다.”
“자모크여! 내 실수는 인정한다. 하지만 언제까지 저들이 시키는 대로 노예처럼 땅만 팔순 없지 않은가. 그리고 이미 벌어진 일이다.”
둘의 대화가 점점 심각해졌다.
잠깐만!
방금 드워프가 괴수 부산물을 가공했다고 했다.
그럼 기간트도 만들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