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90)
90. 푸대접.
[추밀원 본부]추밀원은 추밀원장 밑으로 6개의 부서가 있었고, 이곳 수도에 4개의 본부가 몰려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 가디언 제국과 아리칸 공국으로 갈 외교사절은 추밀원의 주요 인사가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그 말은 상당한 숫자의 정보원들도 포함되어 있다는 말이었다.
마차가 추밀원 정문에 멈춰 섰다.
“타일러 중령님!”
마차에서 내리자마자, 누군가 날 불렀다.
‘응? 로베르트 소령?’
로베르트 소령이 손을 흔들며 달려왔다.
“설마, 기술국 장교도 가는 건가?”
“네! 비공정에 대한 정보가 있는지 국장님께서 알아보라고 하시네요.”
“그런데 그런 기밀을 내게 말해줘도 되나?”
“네?”
로베르트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하! 괜찮네. 나도 아는 이야기니까. 하지만 앞으로 입조심 하는 게 좋아.”
“네, 알겠습니다.”
추밀원장이 급하긴 급했나 보다.
정보국 요원이 아니라, 기술국 장교까지 외교사절에 포함했으니까.
“헉! 별? 별, 별!”
로베르트 소령이 안경을 제대로 쓰더니 내 견장을 보고 기겁했다.
“황제 폐하를 구했는데, 승진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
“아! 겨, 경하드립니다.”
피식 웃어줬다.
“황제 폐하를 구했다는 그 무용담은 저도 들었습니다. 미친 들소처럼 싸우셨다고요.”
“미친 들소라고? 사람들 사이에 그게 내 별명인가?”
“그러니까 힘이 아주 좋다는 뜻으로······.”
반갈죽이 아닌 게 어딘가.
“알았으니까. 그만 들어가지.”
“네.”
로베르트 소령은 그날 있었던 무용담을 직접 듣고 싶어 했다.
하지만 적당히 넘겼다.
이런 이야기는 온종일 해도 부족하니까.
“가디언 제국은 위험할지 모르는데? 자넨, 괜찮은 건가?”
“위험하다니요? 사신단의 안전은 원래 보장된 것이 아닙니까?”
“이런 대수림의 보르자 전진 기지 일을 모르는가 보군.”
“······?”
난 보르자 기지에서 가디언 제국의 군인들이 사황자와 사신단을 모두 죽이려 했던 사건을 이야기해줬다.
“히익! 그, 그럼 사신들도 위험한 거 아닙니까?”
“뭐, 재수 없으면 다 죽는 거지.”
로베르트 소령은 기겁했다.
전에도 느꼈지만, 진짜 겁이 많은 친구였다.
본부 건물 앞에 도착하자, 이미 사신단의 마차가 줄지어 서 있었다. 이 마차들은 에르가드 역까지 데려다주고, 나머진 열차로 이동한다.
그리고 내가 탈 마차에 반가운 얼굴이 기다리고 있었다.
“타일러님!”
에테나가 환하게 웃으며 날 향해 손을 흔들었다.
오랜만에 봐서 그런가?
더 예뻐졌네.
“에테나, 여기까지 온다고 고생했어.”
“아닙니다. 타일러님께서 가시는데 제가 당연히 가야죠.”
“헉! 엘프다!”
로베르트 소령은 에테나를 보며 두 눈을 똥그랗게 떴다.
“와! 진짜 엘프가 있었군요.”
그는 에테나에게 눈을 떼지 못했다.
난 피식 웃어줬다.
그리고 에테나와는 처음부터 일부러 엘프어로 대화했다.
“곧 출발하겠군. 만나서 반가웠네. 로베르트 소령.”
“저기, 저도 준장님 마차를 같이 타고 가면 안 됩니까?”
“응! 안되네.”
“네······.”
로베르트 소령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다른 마차에 올라탔다.
“마차가 출발하니, 우리도 들어가지.”
“네!”
마차에 오르자, 에테나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입을 실룩거렸다.
“왜? 무슨 좋은 소식이 있어?”
“네! 시노우엘님이 난민 전진 기지로 오시겠답니다.”
“뭐? 진짜?”
순간 나도 놀랐다.
내게 세계수의 씨앗이 있는 건 맞지만, 이 씨앗으로 세계수를 키울 수 있는 것은 하이엘프밖에 없었다.
그러니 씨앗만 가지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건 하이엘프 시노우엘도 마찬가지고.
하지만 방금 시노우엘이 난민 기지로 온다는 것은 내 조건을 받아들인다는 뜻이었다.
“뭔가 다른 조건을 요구한 것도 없고?”
“네, 제가 이번에 엘프 차원으로 넘어가서 있었던 일을 그대로 말씀드렸어요. 특히 힘멜 일족 엘프들을 모두 구해서 난민 기지로 데려온 일을 들으셨을 땐 눈물까지 흘리셨답니다.”
“눈물을?”
뭐지? 진심은 통하는 법인가?
물론 나도 엘프가 필요해서 데리고 있는 것이었다.
지금 그들의 능력을 이용하는 것도 맞고.
“그리고 샤이닝 일족 엘프들도 모두 난민 기지로 이동할 겁니다.”
“오! 그건 아주 좋은 소식이네. 호르갈 족장이 집을 짓는다고 아주 바빠지겠어.”
샤이닝 일족과 힘멜 일족을 모두 합하면 엘프만 거의 천 명에 이른다.
두 일족 다 활도 잘 쏘고, 바람의 정령도 잘 다루니 세계수만 성장한다면 내겐 엄청난 도움이 된다.
그리고 엘프들이 정령을 다루고 비공정에 탄다면, 속도와 이동 거리에서 누구도 우리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정말 거신목과 세계수를 접합할 수 있다는 건가?”
전에 시노우엘에게 이 내용을 들었기에 내가 역으로 제안했다.
난민 기지의 거신목을 이용하라고.
“저도 자세한 것은 모르지만, 시노우엘님께서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러니 난민 기지로 가겠다고 하셨겠죠.”
“잘됐네.”
세계수는 자체적으로 뛰어난 방어 능력이 있다고 했으니, 시간이 지날수록 전진 기지는 더 안전해질 것이다.
시노우엘은 정말 엘프를 위해서 사는 것 같았다.
마치 엘프들의 엄마처럼.
“참! 라디프 공작의 소식은 알아봤어?”
“제가 도착했을 땐 이미 두 달 전에 비공정과 함께 영지에서 사라졌다고 합니다.”
“그 거대한 비공정이 정말 50대의 기간트를 다 태우고 하늘을 날았을까?”
“시노우엘님도 그건 보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아마도 밤중에 몰래 이륙했겠죠.”
비공정의 이동 루트는 이미 대충 알 것 같았다.
강과 산맥을 따라 계속 남하하다가 살루스의 사막을 통과해 바다로 갔을 것이다.
그쪽 사막엔 오아시스도 없었기에 들킬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
그 거대 비공정의 속도가 얼마나 되는지 그걸 확인하지 못한 게 한가지 아쉬웠다.
***
[가디언 제국의 수도 파트리아]도심지에 도착한 열차가 속도를 줄였다.
“와! 정말 가디언 제국은 크네요.”
긴 여정에 에테나도 조금은 지쳐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가디언 제국의 영토는 아베르크 제국보다 1.5배나 됐으니까.
그리고 아베르크 제국의 수도는 제국의 중심에 있지만, 가디언 제국의 수도는 장벽 가까운 북부에 있었기에, 가디언 제국의 국경에 도착한 후에도 서부에서 동부로 한참을 열차로 이동해야 했고, 다시 북부로 가는 열차에 타야 했다.
게다가 열차 속도가 조금 느렸기에 이동에만 거의 2달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창밖을 본 에테나가 말했다.
“거리에 사람들이 더 많은 거 같아요.”
“맞아! 내가 듣기론 인구가 2배 가까이 된다고 하더군. 국민 소득은 4분의 1수준이지만.”
그런데 특이하게 일등석 수준은 아베르크보다 더 좋아 보였다.
아무래도 여기도 특권 계급은 잘 사는 듯했다.
치이이익!
열차가 도착했고, 우리 사절단은 플랫폼에 내렸다.
그런데!
“허! 아무도 마중을 나오지 않은 건가?”
“보통 사신들의 기세를 죽이기 위해서라도 성대하게 환영하는데 말입니다.”
사신단의 대표인 외무대신 란돌프 후작과 그의 부관은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플랫폼 주변을 병사들이 철통같이 지키고 있었기에 사신단은 밖으로 나가지도 못했다.
“어떻게 하지요?”
“기다리지. 지금 아쉬운 건 우리니까.”
란돌프 후작은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타일러 경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지 마시오.”
“네, 항상 근처에 있겠습니다.”
그는 이번에 황궁에서 내 무위를 봤기에 내가 항상 곁에 있길 바랐다.
어차피 기간트가 오면 다 죽겠지만.
사람 중에선 날 당해낼 자가 많지 않을 테니까.
한 시간이 흘렀다.
슬슬 약이 오르고 화가 치밀기 시작하자, 가디언 기사들이 우리를 마중 나왔다.
마차 바퀴가 갑자기 고장 나 늦었단다.
그것도 십여 대나 되는 마차가.
“저들도 사신단에 첩자가 많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는 거 아닐까요?”
에테나가 물었다.
“그렇겠지. 갑자기 회담을 제안했으니, 충분히 의심하고 있을 거야.”
우린 마차를 타고 삼엄한 감시 속에 숙소로 이동했다.
“젠장! 푸대접도 이런 푸대접이 없군요.”
“이건 정말 너무합니다.”
그런데 사신들이 묵는 숙소가 너무 허름했다.
황궁 내 사신관이 따로 있음에도 외부에 숙소를 마련했다.
이곳을 잡아준 이유는 회담 장소가 걸어서 20분 정도로 가깝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회담 장소도 황궁 외부에 있다는 소리였고, 회담장으로 이동할 때도 마차가 아니라 걸어서 오란 뜻이었다.
“열 내지 마라! 그럼 이미 협상에서 지고 들어가는 것이다.”
“하아! 알겠습니다.”
이렇게 저자세로 나오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나만 알고 있었다. 지금 아베르크 황실과 여기 온 사신단은 가디언 제국에도 비공정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예상을 하고 있었기에 꾹 참고 있었다.
우린 각자 방을 배정하고, 그날은 일찍 쉬었다.
***
[회담장]역시나 황성은 보안 때문에 내부로 들어가지 못한다고 했다.
그래서 숙소에서 가까운 기사단 건물 옆에 천막을 치고 회담장을 따로 마련했다.
우린 일찌감치 회담장에 들어왔지만, 상대 쪽은 30분이 지나도록 들어오지 않았다.
그때 흰 수염이 덥수룩한 사내가 들어왔다.
“응? 다들 왜 이렇게 일찍 나오셨소?”
“일찍이요? 회담은 9시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뭐요? 난 9시 30분이라고 들었는데? 허허! 이거 아무래도 실무자가 시간을 착각한 것 같소.”
“험! 그럴 수도 있지요.”
다들 속은 뒤집히지만 지금 아쉬운 건 우리 쪽이었다.
“외무대신 란돌프 후작입니다.”
“안드레아스 원수요.”
“네?”
란돌프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저쪽 협상단 대표가 가디언 제국의 명장인 안드레아스였다.
그는 20여 년 전 가디언 제국을 침공한 제국군 기간트를 물리친 일화로 더 유명해진 지휘관이었다.
‘허! 나이가 일흔이 다 됐을 텐데, 아직도 실무라니!’
그건 세대교체에 실패했다는 말이기도 했다.
겉으론 50대 후반으로 보였지만, 안드레아스는 이미 세 번의 큰 전쟁에 참여한 노장이었다.
게다가 안드레아스는 전장에서 빛을 발하는 지휘관이지 협상을 하는 외교관은 아니었다.
‘그가 왜 이곳에 있는 거지?’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그때 안드레아스 원수 왼쪽에 낯익은 인물이 보였다.
난 고개를 살짝 숙였다.
하지만 루이스 사황자는 바로 시선을 돌렸다.
피식 웃었다.
자리가 자리인 만큼 날 모르는 척하기로 했나 보다.
회담이 시작되자, 난 화장실을 간다며 슬그머니 건물 밖으로 나갔다.
정치인들 입씨름은 이제 신물이 났다.
그리고 내가 온 목적은 이것이 아니기도 했고.
“어딜 가십니까?”
키가 큰 기사가 내 앞을 막아섰다.
“그냥 주변 구경을 좀 하고 싶은데 안 되겠소?”
“죄송합니다. 아베르크 사절단은 이곳 회담장과 숙소 이외는 이동하지 못합니다.”
“그럼 가디언 제국의 남작은 어떻소?”
“네?”
난 가슴에 가디언 제국의 라이언 크로스 훈장을 달았다.
그러자 훈장을 알아본 기사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상부에 물어보고 오겠습니다.”
“푸하하하!”
그때 한 사내가 웃으며 다가왔다.
“타일러 빈스 남작님입니까?”
“그렇소. 댁은 누구시오?”
“패로우 대령입니다. 루이스 사황자 저하께서 타일러 남작님이 건물 밖으로 나가려 한다면, 제게 호위하라고 명하셨습니다.”
“아! 루이스 저하의 배려가 깊군요.”
혼자 다니긴 다 틀렸네.
그리도 날 막으란 소리를 하지 않은 걸 보면, 루이스 황자가 날 꽤 배려해준 것이다.
“어딜 가보고 싶으십니까? 어디든 원하시는 곳으로 모시겠습니다.”
“가디언 제국의 가장 큰 마장기 공방이 수도에 있다고 하던데, 그곳도 가능하오?”
“네?”
패로우 대령의 시선이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