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91)
91. 초심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마장기 공방은 좀 심했나? 그럼 황궁 구경은 가능하겠소?”
“네? 황궁이요?”
패로우 대령이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그냥 번화가로 갑시다.”
“휴! 알겠습니다.”
패로우 대령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말이 호위지 24시간 밀착 감시나 다름없었다.
이래선 조사고 뭐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래도 가이드가 생긴 덕분에 편하게 가디언 제국 수도의 이곳저곳을 돌아볼 순 있었다.
밤이 되자, 번화가 뒷골목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술집을 찾아 들어갔다.
‘여기가 맛집이네!’
음식도 맛있고, 무엇보다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술맛을 당기게 하는 집이었다.
게다가 여주인이 꽤 미인이라, 손님이 많은 것도 있었다.
사내놈들이란······.
“패로우 대령, 기간트, 아니 마장기에 타시오?”
“그렇습니다.”
“룩급? 아니면 오리지널?”
패로우 대령이 또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둘 다 맞습니다.”
룩급 오리지널 마장기에 탄다는 말이었다.
그는 생각보다 뛰어난 기사였다.
“어쩌다 내 감시를 맡게 됐소?”
“아주 중요한 분이시니까요.”
“내가 말이오?”
“남작께선 시안 황자 저하를 구하신 분이 아닙니까.”
패로우 대령의 공손한 자세에서 그가 루이스 사황자의 최측근이라는 것을 알 것 같았다.
그리고 그때 손님이 왔다.
“자넨 참 팔자가 좋군.”
누군지 알아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인사를 하려는데······.
“됐네. 여기, 좋은 분위기 망치지 말게.”
“알겠습니다.”
루이스 사황자가 내 앞자리에 앉자, 패로우 대령이 그 뒤에 섰다.
“너무 눈에 띄는 거 아닙니까?”
내 말에 루이스 사황자가 패로우 대령을 쳐다봤다.
“괜찮으니까 옆에 앉게.”
“하지만 제가 어찌 감히······.”
“아니면 밖으로 나가게.”
“그럼 옆에 앉겠습니다.”
패로우 대령이 내 옆자리에 앉았다.
난 고개를 내밀고 작게 말했다.
“루이스 황자 저하를 뵙습니다.”
“예를 차리기는······.”
루이스 황자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베르크 제국의 군복을 입고 파트리아 시내를 활보하다니, 간이 큰 건가? 아니면 일찍 죽고 싶은 건가?”
“여기 패로우 경이 있지 않습니까. 날 보호해 주겠죠. 그리고 저기 길 건너 사복 입은 기사들도 있고.”
“험! 자네 눈은 못 속이겠군.”
루이스 황자는 헛기침했다.
“한잔하시죠.”
루이스 황자에게 술잔을 내밀었다.
“조금만 마시겠네. 또 쓰러지면 안 되니까.”
우린 가볍게 한 잔씩 하고, 안주를 먹었다.
루이스 황자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상당히 맛있군.”
“손님이 많은 가게는 실패할 확률이 낮지요.”
이렇게 루이스 황자와 마주 앉아 술잔을 기울이자, 대수림 전진 기지에서 일들이 떠올랐다.
“언제 제게 음식을 만들어 주실 겁니까?”
“하하! 그 약속을 기억하고 있었나?”
“그럼요. 저하께서는 요리에 소질이 있으십니다.”
루이스 황자도 그때 기억이 났는지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루이스 황자가 날 노려봤다.
“단도직입적으로 묻지. 왜 이곳에 왔나?”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
사실대로 말해주기로 했다.
“가디언 제국군 전력을 확인하러 왔습니다.”
“뭐?”
루이스 사황자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이걸 내게 말해줘도 되는 건가?”
“안될 건 뭡니까. 이미 다 알고 계실 텐데요.”
루이스 황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그 전력이라는 게 비공정을 말하는 건가?”
“네?”
“아베르크 황궁을 공격했다는 아리칸 공국의 그 비공정 말이네.”
“벌써 여기까지 정보가 넘어온 겁니까?”
“우리 정보력을 너무 우습게 보는군.”
“다 알고 계시니 더 숨길 것도 없죠. 우리 황궁을 공격한 아리칸 공국의 비행선이 이곳 가디언 제국에도 있는지 확인하고자 왔습니다.”
루이스 황자가 피식 웃었다.
“자네가 솔직히 말해줬으니, 나도 솔직히 말해주지. 우리 가디언 제국엔 비공정이 없네.”
“저도 알고 있습니다.”
“응?”
“가디언 제국에 비행선이 있었다면 진작 전선에 투입했겠죠. 그리고 아리칸 공국처럼 황궁을 공격했을 겁니다. 황제가 죽으면 아베르크 제국이 큰 혼란에 빠졌을 테니까요.”
“하긴 그 말도 맞겠군.”
루이스 황자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하게 자네와 이야기하다 보면, 말리는 기분이 든단 말이야.”
“기분 탓입니다.”
그건 정보에서 앞서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 자네가 케인 황제를 구했다고 하던데?”
“힘 좀 썼죠.”
“자네 실력이야 나도 직접 봤으니, 알고 있네. 그런데 기간트는 어찌 막았나? 마르틴 대공의 우가스는 적수가 없다고 하던데?”
“제국에도 퀸급 기간트는 있습니다. 대륙 유일의 킹급 기간트도 있고요.”
“하지만 타는 사람이 문제가 아닌가. 아베르크 제국은 실력보단 가문이나 계급이 먼저라고 들었네. 그랬기에 실력이 부족한 자들이 오리지널 기간트에 타는 경우도 많고.”
대놓고 아베르크 제국을 디스하네.
그런데 뭐라 반발은 못 하겠다.
로제 중령만 해도, 상관보다 마나량이 2배 이상 많았는데, 나이트급 오리지널 기간트에 타고, 파이컬 대령은 비숍급 오리지널 기간트에 탔으니까.
그리고 천재 중의 천재라 불리는 발데스 근위 기사단장 역시 나이가 들어 전성기가 지났는지, 킹급 기간트의 움직임이 매끄럽진 않았다.
아슬아슬하게 두 사람의 대결이 이루어지진 않았지만, 발데스 기사단장이 마르틴 대공을 이기긴 힘들어 보였다.
‘그럼, 아베르크 제국도 세대교체에 실패한 건가?’
“말하다 말고 무슨 생각을 그리하나?”
“아닙니다.”
“술도 적당히 마셨으니, 좀 걷는 게 어떻겠나?”
“그러시죠.”
난 루이스 사황자와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우린 황궁 쪽으로 걸었다.
“가디언 제국은 변할 거네.”
루이스 사황자가 진지한 표정을 짓더니,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 변화가 모두에게 좋은 변화였으면 좋겠군요.”
루이스 황자가 피식 웃었다.
“모두에게 좋은 변화란 있을 수 없네. 희생은 필요한 법이지.”
“결심을 굳히셨군요.”
“어쩌겠나, 이미 우리 제국 내부는 너무 썩어 있어. 도려내지 않으면, 곪아서 터질 거네.”
루이스 사황자가 변했다.
그 변화의 시작은 이미 오래전일 것이고, 방아쇠를 당긴 것은 저번에 자신을 암살하려던 사건일 것이다.
지금 황궁 내부는 알브레 가문이 장악하고 있었고, 병약한 황자와 꼭두각시 황태자까지 그들 손에 있었다.
하지만 대세는 이미 루이스 사황자에게 기울었다.
오늘 회담장에서 안드레아스 원수가 함께 나온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사신단을 일부러 보호하신 겁니까?”
“응?”
“황궁에 사신단이 들어가면 저들의 손에 떨어졌을 겁니다. 당장 전쟁이 일어나야 내부의 문제를 외부로 돌리기 쉬울 테니까요.”
“역시 자넨 눈치가 빨라. 군부엔 날 따르는 자들이 많네. 하지만 황궁은 아직이지.”
“그래서 언제 시작하실 겁니다.”
“모든 준비는 진작 끝냈네. 다만······.”
루이스 사황자는 걸음을 멈추고 눈을 질끈 감았다.
“결심이 섰으면 망설이지 마십시오. 그럴수록 더 많은 사람이 죽을 겁니다.”
“하아! 그렇겠지.”
병약한 황제와 황태자를 걱정하는 것이었다.
그가 병력을 이끌고 황궁을 공격하게 되면, 황태자를 죽여야 한다. 그것도 황제를 죽이려 한 반역죄로 몰아야 했다.
아니면 자신이 반란을 벌인 것이니까.
루이스 황자가 나를 쳐다봤다.
“어떤가? 이참에 우리 쪽으로 전향하는 것이?”
“네? 지금 아베르크 제국의 백작을 스카우트하시려는 겁니까?”
“솔직히 백작이 무슨 소용인가? 난 자네가 원한다면 후작이든 공작이든 얼마든지 줄 수도 있네.”
“절 너무 과대평가하시는 거 아닙니까?”
“자네의 숨은 능력도 탐나지만, 난 자네의 머리를 더 높이 평가하네.”
난 루이스 황자를 향해 미소를 지어줬다.
“죄송하지만 지금은 벌인 일이 너무 많군요. 그 마음은 잘 간직하겠습니다.”
루이스 황자가 피식 웃었다.
“뭐, 그럴 줄은 예상했네.”
루이스 황자가 품에서 뭔가를 꺼내 내밀었다.
“이 반지는 뭡니까?”
“가디언 제국의 백작을 상징하는 반지네. 자네도 이미 케인 황제에게 받았지 않나?”
“그건 압니다만 이걸 왜 제게 주시는지······?”
“친구에게 주는 선물일세. 또 아는가? 언젠가 이 반지가 유용하게 쓰일지?”
잠시 망설이다가 반지를 받아 챙겼다.
사실 반지가 무슨 상관이겠나?
내 마음이 중요하지.
‘뭐, 이 반지를 내가 쓸 일이 있겠어?’
우린 사신단이 묵는 숙소 앞까지 이야기하며 걸어왔다.
“내일 회담장엔 내가 없을 거네. 그러니 여기서 인사하지.”
“하시는 일이 잘되길 빌겠습니다.”
“이렇게 편하게 마주 보는 것도 어쩌면 오늘이 마지막일지 모르겠군.”
“그거야 폐하께서 하시기 나름 아니겠습니까.”
“응?”
난 루이스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조심히 들어가십시오.”
“그래 다음에 보지. 타일러 경.”
루이스가 황성을 향해 움직였다.
그리고 어둠 속에 있던 기사들이 하나둘 나와 루이스 황자의 뒤를 따랐다.
‘가디언 제국은 좋은 황제를 맞이할까?’
제발 루이스가 초심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제 나도 서둘러야 했다.
곧바로 숙소로 들어가 에테나를 찾았다.
“지금 출발 준비해.”
“네? 네!”
난 에테나와 지붕을 통해 사신단이 묵고 있는 건물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수도 외곽으로 달렸다.
“나와라! 괴조인형!”
끼이이아!
60여 미터나 되는 거대한 날개를 펄럭이고 괴조 마법인형이 땅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서둘러!”
펄럭! 펄럭!
날갯짓 몇 번에 괴조인형이 하늘을 날기 시작했다.
우린 괴조인형을 타고 북쪽 장벽으로 향했다.
“무슨 급한 일이 있으십니까?”
“오늘밖에 시간이 없어!”
내일은 황제가 바뀔 거고, 사신단은 돌아가야 할 것이다.
그러니 메제트의 탑에 들를 시간은 오늘밖에 없었다.
아니면 나중에 따로 시간을 만들어야 했다.
에테나에게 고개를 돌려 물었다.
“에테나, 혹시 가디언 전진 기지 쪽에 다른 엘프족이 있어?”
에테나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말라키 일족이 그쪽에 있습니다.”
“어떤 엘프들이야?”
“정령을 다루기도 하지만 그보다 다른 세계의 힘에 심취한 자들입니다. 피부도 창백하고, 다른 엘프들과는 교류가 거의 없죠. 그래도 전에 세계수 씨앗을 구하러 가는 원정대엔 참여했습니다.”
다크 엘프인가?
“그런데 왜 그러시죠?”
“가디언 제국이 이미 비공정과 비행석에 대해 알고 있어.”
“네?”
비공정이란 말은 엘프들만 쓰는 말이었다.
나도 엘프들과 대화나 혼잣말을 할 때나 비공정이란 말을 쓰지만, 그 외에 다른 사람하고 대화에서는 제국어인 비행선이란 말을 쓴다.
그런데 루이스 사황자는 아까 대화에서 계속 비공정이란 단어를 쓰고 있었다.
그것은 루이스가 엘프와 접촉한 상태란 말이고, 그들도 비행석과 비공정의 존재를 이미 알고 있었단 말이었다.
하지만 엘프 차원이 괴수에게 멸망했으니, 감히 비행석을 찾으러 갈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은 비공정이 없다는 루이스 황자의 말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제 아리칸 공국의 비공정이 세상에 드러났으니, 그들은 엘프 차원이 그리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고, 비행석을 캐기 위해 병력을 보낼 것이다.
아니! 이미 사냥팀을 보냈을 수도 있었다.
‘우리만 아는 비밀이 아니었어!’
다른 왕국도 엘프 난민이 있었다.
엘프는 이미 오래전에 분열되어 자기들끼리 뭉친다고 들었다.
그리고 그들도 살기 위해서라면 샤이닝 족처럼 인간과 협력할 것이고, 비공정의 정보를 말할 것이다.
인간이 엘프어를 못 하는 거지, 엘프는 얼마든지 제국어나 다른 왕국의 언어를 배울 수 있었다.
‘결국, 내 예상대로 대비행 시대는 이미 시작됐군.’
이제 각국의 엘프 차원 러쉬는 막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아베르크 제국만 뒤처질 순 없었다.
그들에게도 정보를 제공하고, 엘프 차원으로 기간트를 보내 비행석을 채취해야 했다.
‘엘프 차원이 제2의 전장이 되겠어······.’
“저기 장벽이 보여요!”
헬다임과 똑같은 거대한 장벽.
가디언 제국이 부르는 이름은 에인션트 월.
“내려가!”
장벽 가까이 갔다간 거신 마법에 공격받을 수 있기에 조금 떨어진 곳에서 내렸다.
그리고 에테나의 반향정위 능력을 이용해 은밀히 관문 가까이 접근했다.
‘저기다!’
불의 탑 입구는 대지의 탑과 같았다.
거신의 키 높이에 출입 마법진이 보였다.
오늘 이 메제트의 탑을 오르고, 동이 트기 전에 아베르크 제국으로 출발할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