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92)
92. 불의 탑.
“와! 장벽 위에 이런 거대한 공간이 있다고는 누구도 생각 못 했을 겁니다.”
메제트의 탑에 처음 올라온 에테나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나도 처음엔 그랬지.
마치 내가 걸리버 여행기의 소인국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마치 신들의 세상 같네요.”
“어? 나도 이건 놀랍네.”
이곳도 대지의 탑과 비슷한 줄 알았다.
그런데 화염의 탑은 완전히 딴 세상이었다.
중앙에 작은 정원이 있었던 자리엔 지금도 조각 분수에서 연신 물을 뿜어내고 있었고, 기둥과 벽엔 아름다운 조각들이 새겨져 있었으며, 높은 천장엔 화려한 그림이 그려져 있다.
그리고 특이한 것은 대수림을 향해 나 있는 커다란 투명 벽이었다.
높이가 10여 미터에 넓이가 20미터나 되었기에 거신의 마법 기술이나 그들의 문명이 얼마나 발전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인정하긴 싫지만, 여기서 보는 대수림은 정말 아름답네요.”
하늘엔 수천, 수만 개의 별이 반짝이고, 보름달 아래 대수림은 그야말로 고요한 녹음의 바다처럼 보였다.
지금 저 밑에 수많은 죽음이 도사리고 있다곤 믿기지 않았다.
아래를 내려다보자, 장벽 바로 앞에 작은 섬이 있었고, 그 앞으로 커다란 호수가 두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 호수 위에 기다란 다리가 놓여 있었다.
‘여긴 헬다임 관문 앞처럼 성을 쌓을 필요가 없었네.’
아예 호수가 관문 앞에 있었기에 괴수들이 넘어오기 위해선 저 다리를 지나야 했는데, 다리는 도개교처럼 올렸다 내렸다 조종할 수도 있어 보였다.
고개를 돌려보니, 이곳엔 가구도 그대로 있었고, 책장엔 내 키만 한 책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여긴 아직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았군.’
대지의 탑은 빌헬름 뢰트켄에게 발견돼서 그랬는지, 책도 없고, 좋은 물건은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하지만 여긴 거신이 사용했던 생활 집기류도 그대로 남아 있었고, 장식장에도 물건이 많았다.
그때 드는 한 가지 의문.
장벽의 모든 관문은 빌헬름 뢰트켄의 기술로 만들었다고 들었는데, 왜 이곳은 멀쩡한 거지?
미처 물건을 챙길 시간이 없었나?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지만, 이럴 시간이 없었다.
“에테나, 뭔가 특별한 물건이나 가루가 들어 있는 항아리 같은 걸 찾아봐 줘!”
“네!”
난 인형의 집에서 암 드로운과 자동인형들을 모두 꺼냈다.
“모두 흩어져서 수색해! 이상한 게 있으면 바로 말하고!”
“네! 주군.”
다들 수색을 시작했고, 난 속성 마석을 만드는 마법진이 있는 방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방은 근처에 있었다.
“어? 여긴 마법진이 다르네.”
대지 속성 마석을 만드는 마법진처럼 다섯 개 재료를 모아 그 기운을 마석에 담는 방식이 아니었다.
무언가를 담는 거대한 삼각뿔이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있었고, 그 아래 커다란 마법진 제단과 마석을 담는 커다란 그릇이 하나 있을 뿐이었다.
[아고르 화산섬의 마그마]마그마라고?
삼각뿔 가운데에 글자가 적혀 있었다.
그러니까 이 통에 마그마를 넣으라는 거야?
그 뜨거운 것을 어떻게 옮기라고?
그때 천장에 마법진이 보였다.
혹시, 마법진으로 마그마를 옮기는 건가?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았다.
재료가 하나뿐이라 좋긴 한데, 저걸 작동시키는 방법을 모르겠다.
아마도 저 화산섬에 가야 할 것 같은데······.
문제는 화산섬이 어디 있는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화염 마석을 얻기는 쉽지 않네.’
최고급 마석은 전에 엘프 차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괴조와 괴수 사냥을 해서 몇 개 모았다.
하지만 지금 마그마를 구하기 힘들었기에 당장 화염 속성 마석을 만들 순 없었다.
일단 천장의 저 마법진을 그려야겠다.
거신들도 아마 마법진을 이용해 마그마를 옮겼을 테니까, 나중에라도 그 화산섬을 찾으면 비슷하거나 같은 모양의 마법진이 그려 있을 것이다.
그때 다시 연구해봐야겠다.
‘주군! 이쪽으로 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암 드로운의 목소리가 들렸다.
뭔가를 찾은 것 같았다.
난 서둘러 암 드로운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거대한 장식장 안에 세워진 갑옷을 보았다.
[최고의 화염 기사를 기리며!] [이데아 제국의 열두 기사 – 카디스 렌블럼 후작]“오오! 좋았어!”
나도 모르게 탄성을 내질렀다.
‘퀸급 거신 갑옷이라니!’
13미터 크기의 퀸급 갑옷이 투명 장식장 안에 세워져 있었다.
이건 엄청난 발견이었다.
에테나가 내 목소리를 듣고 달려왔다.
“어? 이거 거신 갑옷이네요! 설마, 퀸급?”
“그래, 아주 운이 좋았어.”
“와!”
에테나가 입을 벌렸다.
저 갑옷을 이제 퀸급 기간트로 만들면 큰 전력이 된다.
아! 아직 탈 사람이 없구나!
가장 실력이 좋은 웨슬리도 지금은 룩급 오리지날 기간트에 탈 수준이었지, 퀸급은 또 다른 경지였다.
“암 드로운, 저 갑옷을 입을 순 없겠지?”
암 드로운이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주군, 저 정도 크기의 갑옷이면 힘들 것 같습니다.”
하긴 저 갑옷은 암 드로운보다 2미터나 더 큰 거신 기사가 입었을 것이기에 움직이기 불편할 것이다.
그나마 웨슬리의 마나량이 가장 많았고, 싱크로율이 높았기에 퀸급 기간트에 탈 수 있을 가능성이 컸다.
그러니 웨슬리 자동인형이 더 성장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아니면 내가 성장해서 탈 수도 있지 않을까?
“저도 어서 오리지널 기간트에 타고 싶네요.”
옆에서 에테나가 입맛을 다셨다.
“벌써 오리지널 기간트에 타려고? 욕심이 큰 거 아냐? 마나를 느낀 지 1년도 안 됐는데······?”
“빨리 성장해서 타일러님을 도와드리려고 그러는 거죠.”
“그런 거면 좀 느긋해도 돼. 지금도 엄청나게 빠른 거니까.”
사실 에테나의 성장은 그냥 빠른 수준이 아니라 폭풍 성장을 하고 있었다.
엘프란 종족이 원래 마나 친화도가 높아서 그런지? 아니면 에테나가 특별해서인지 몰라도 그녀의 기간트 싱크로율은 매우 높았고,
거신의 마나 팔찌까지 차고 있었기에 하루가 다르게 마나가 쌓이고 있었다.
이 추세라면 머지않아 나이트급 기간트도 충분히 탈 수 있어 보였다.
“암 드로운, 저 갑옷을 좀 꺼내 봐! 무슨 마법이 새겨져 있는지 보게.”
“네! 주군.”
퀸급 갑옷을 바닥에 내려놓고, 안으로 들어가 눈에 마나를 뿜어냈다.
[파이어 ······] [파이어 버스트] [플레임 블라스터]‘좋았어!’
당장 쓸 수 있는 화염 마법진이 3개나 있었다.
특이한 것은 마법진이 새겨진 위치였다.
가슴에 하나가 있었고, 양쪽 허벅지에 반쪽짜리 마법진이 1개씩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마법 발동을 위한 나머진 반쪽 마법진은 양 손바닥에 1개씩 있었다.
그런데 가슴에 새겨 있는 마법진의 반쪽은 팔과 손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시동어도 파이어밖에 보이지 않았고.
아무리 찾아도 없길래 밖으로 나왔다.
“이상한데? 왜 나머지 반쪽 마법진이 왜 없지?”
“주군, 여기에 있습니다.”
“응?”
암 드로운이 장식장에서 대검을 꺼냈다.
“정말이네.”
마나를 보는 눈으로 검 손잡이에 반쪽 마법진이 새겨진 것을 확인했다.
마법진 시동어는 파이어 스워드.
검에 불꽃을 입힌다는 건가?
“그럼 거신은 검에도 마나를 전달할 수 있었다는 건가?”
난 암 드로운을 쳐다봤다.
“할 수 있겠어?”
“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습니다만,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
암 드로운이 정신을 집중하더니, 마나를 팔과 손을 향해 뿜어냈다.
그리고 내 눈엔 보였다.
검 손잡이로 뻗어진 마나가.
‘거신은 이게 되는구나!’
반면에 인간은 불가능해 보였다.
나도 오리지널 마장기에 타지만, 인간은 크기도 작고 형편없는 마나량 때문에 기간트나 마장기를 움직일 수 없었다.
그랬기에 마석 배터리의 마나를 외부에서 끌어와 거대한 기간트를 조종하는 것이다.
하지만 기간트 기체가 아닌 손에 들린 무기까지 마나를 전달하려면 몇 배나 많은 마나를 쏟아부어야 할 것이다.
어쩌다 성공한다고 해도 마나를 너무 많이 소모해 기간트를 얼마 조종하지 못할 것이다.
아무래도 무기에 마법진을 새겨 쓸 수 있는 것은 암 드로운이 유일할 것 같았다.
“일단 다 챙기자!”
퀸급 갑옷과 대검을 챙겼다.
“주군, 이 큰 책은 어떻게 합니까?”
“기간트 꺼내! 모두 한곳에 모아!”
내 인형의 집 공간은 아직 많이 남았기에 일단 이곳에 있는 물건은 다 챙기기로 했다.
그리고 벽에 새겨진 화염 마법진도 에테나에게 부탁해 똑같이 그리게 했다.
물론 마법서로 보이는 거신의 책도 많았기에 마법진이 그려져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걸 일일이 살펴보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일이었다.
거신의 언어를 완벽히 구사하는 나도 거신의 마법 원리까진 알지 못했다.
화염 속성 마석은 구하지 못했지만, 필요한 재료도 알아냈고, 퀸급 거신 갑옷도 얻었다.
이만하면 운수 대통한 날이었다.
그때 자할리 자동인형의 목소리가 들렸다.
‘주군, 이곳에 벽화가 있습니다.’
‘벽화? 알았다. 그리 가지.’
전에 헬다임에 있는 대지의 탑에서 대수림 장벽이 6개 메제트의 탑을 이어서 만든 것임을 알아냈다.
이번에도 뭔가 거신들이 중요한 것을 후대를 위해 남겨 놓았을 것 같았다.
“뭐지? 유성? 아니 혜성인가?”
강렬한 빛을 뿜어내는 혜성이 긴 꼬리를 달고 내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엔 엄청난 충격과 함께 지상에 떨어진 그림이 보였다.
수많은 거신이 죽었고, 살아남은 거신들은 놀라서 도망쳤다.
거신들이 다시 그곳에 갔을 땐 거대한 분지와 괴수가 한 마리 있었다.
‘설마, 그 혜성이 괴수였나?’
이 괴수가 얼마나 컸는지 주변에 있는 거신들을 개미처럼 작게 그려 놓았다.
어째 생김새가 지구를 멸망시킨 카르마탄과 흡사했다.
거신들은 이 초거수와 싸웠다.
그리고.
‘뭐야? 이겼어!’
수많은 거신들의 시체와 그 위에 죽은 초거수.
그리고 주변에 살아남은 소수의 거신들이 환호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그런데 다음 그림에 죽은 초거수의 몸에서 초록색 포자가 나와 주변에 있던 거신들과 숲, 생명체들을 변이시키고 있었다.
아마도 이것이 대수림의 탄생 같았다.
게다가 죽은 초거수의 몸에서 작은 괴수가 하나 태어났다.
작다곤 했지만, 거신보다 수십 배는 큰 거수였다.
그리고 마지막에 거신들이 대수림의 확장과 괴수를 막기 위해 거대 장벽을 쌓는 그림이 있었다.
많은 것을 느끼게 하는 그림이었다.
거신들은 초거수를 죽여 이 세상을 구했지만, 이 세계가 변이되는 것을 막진 못했다.
“다 챙긴 것 같아요. 그만 가죠.”
에테나가 다가왔다.
“그래. 가자.”
밖으로 나와 곧장 아베르크로 돌아가려다가 아직 해가 뜨지 않았기에 가디언 제국의 수도인 파트리아로 방향을 틀었다.
***
[수도 파트리아 황궁]곳곳에 화염이 치솟고, 검은 연기가 뿜어지고 있었다.
바닥에 시체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부서진 마장기가 제법 많이 보였다.
아무래도 치열한 공방이 오간 것 같았다.
‘성공했겠지?’
살짝 걱정되어 하늘을 몇 번 선회했다.
루이스 황자가 성공했다면 당분간 가디언 제국은 정치 상황을 수습한다고 정신없을 것이다.
반대로 실패했다면, 아베르크 제국은 그들을 더는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
병약한 황제와 꼭두각시 황태자.
그리고 그들을 뒤에서 조종하는 알베르 가문이 득세할 테니까.
“와아아아!”
“루이스 황자 전하 만세!”
“루이스 전하 만세!”
황궁 곳곳에 함성이 울려 퍼졌다.
이제야 편하게 방향을 틀 수 있었다.
아직 황제는 아니지만, 현 황제는 병약했고, 더는 루이스의 경쟁자가 없었다.
‘다음에 만나면 루이스 황제 폐하가 되어 있겠군.’
난 그 길로 괴조인형의 머리를 아베르크 제국이 있는 서쪽으로 돌렸다.
***
[헬다임 북부군 사령부]“충! 타일러 빈스 준장입니다.”
윌리엄 사령관은 날 보자마자 입을 떡 벌렸다.
“자넨 대체 무슨 마법을 부린 건가? 볼 때마다 계급이 달라지더니 이젠 장군이라고······?”
“이번에 수도에서 황제 폐하를 구하는 데 공을 세웠습니다.”
“그건 나도 들었네. 미친 들소처럼 싸웠다며?”
어째 미친 들소란 별명으로 이미지가 굳어진 것 같았다.
“전 그냥 달려드는 암살자들을 닥치는 대로 죽였을 뿐입니다.”
윌리엄 사령관이 입술을 내밀더니 엠버 대령을 쳐다봤다.
“둘이 싸우면 누가 이기겠나?”
“네?”
나보다 엠버 대령이 더 당황한 것 같았다.
“그런데 자넨 지금 가디언 제국에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외교사절로 간다고 들었는데?”
“급한 일 때문에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사령관님께 드릴 고급 정보가 있습니다.”
“고급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