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99)
99. 거신 마법사.
기사들과 영웅들은 악의 씨앗인 새끼를 죽이려 달려들었지만, 초거수가 죽으며 흘렸던 피의 강에서 포자가 사방으로 뿜어졌고, 그 포자를 흡입했다.
그건 끔찍한 저주였다.
포자를 흡입한 거신들은 전부 몸집이 거대해지고, 레기우스는 몸 안에서 불꽃이 터지며 온몸이 화염에 이글거리는 괴물이 됐다.
그의 드래곤 불카누스 역시 포자에 중독돼 변이됐고, 초거수의 피를 마시고 더 거대하게 변해 화염과 재를 뿜어내는 거수가 됐다.
그리고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열두 기사 중에서 다섯이 더 포자에 중독되었고 이십여 명의 영웅이 저주를 받아 끔찍하게 변했다.
살아남은 기사들과 영웅들은 그들을 구할 수 없었다.
자신들 역시 저주의 포자에 중독될 수 있었기에 그저 그 자리를 피해 도망쳐야 했다.
이건 내가 화염의 탑에서 봤던 벽화의 이야기와 조금 달랐다.
초거수를 죽이고, 포자가 퍼지며 거신들과 생명체들이 변한 그림은 있었지만, 레기우스와 불카누스의 이야기는 없었다.
아마도 화염의 탑의 주인이었던 그와 마지막 화염 드래곤의 명예를 지키고 싶었나 보다.
그때 다급한 그녀의 의식이 흘러들어왔다.
‘얼마 전 레기우스와 불카누스가 제국 북쪽의 도시를 공격해 잿더미로 만들었고, 우린 그놈을 사냥하기 위해 얼음 원정대를 보냈습니다.’
그 화염의 괴수들을 죽일 방법은 빙결의 오브 뿐이었다.
원정대는 다섯 개나 되는 오브를 가지고 갔지만 실패했다.
그리고 화가 난 레기우스와 불카누스가 수도 근처의 화산에 수작을 부린 것이 틀림없었다.
그 결과로 지금 제국의 수도가 화염에 잠긴다.
다른 마법사들은 살기 위해 피신했지만, 한 여자 마법사는 이곳 마법의 회당에 남았다.
그녀의 이름은 알리사 엘가.
얼음의 마법사이고, 제국의 위대한 열두 기사인 마그리스의 제자였다.
그리고 지금 나와 의식을 공유하고 있었다.
콰앙!
“크윽!”
마법의 회당이 크게 흔들렸다.
화산이 뿜어내는 불덩이에 맞은 듯했다.
마법의 회당엔 방어 결계가 있었지만, 오래 버티진 못한다.
‘어쩌면 당신을 위해 내가 이 마지막을 준비한 것 같군요.’
그녀는 지금 내게 속삭이고 있었다.
알리사 엘가는 지하로 내려가 상자를 열고 빙결의 오브를 3개를 꺼냈다.
이거면 충분하리라!
얼음의 마법사는 이 마법의 회당을 후대에 남기기로 했다.
이곳은 자신의 스승이 만든 곳이었고,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마법을 배우던 추억의 장소였다.
그녀는 힘겹게 회당의 지붕에 올라갔다.
거센 화염의 바람이 불어왔지만, 그녀를 막진 못했다.
그녀가 손에든 빙결의 오브를 향해 마나를 뿜어낼 때였다.
쩍! 쩌저저적!
콰앙! 퍼어엉!
쏴아아아아!
“까아악! 댐이 터졌다!”
“아아! 신이시여!”
하늘에선 화염의 불덩이가 떨어지고, 지상은 거센 물살이 강을 따라 태산처럼 밀려온다.
뭐가 먼저 올지는 모르지만, 오늘 자신과 저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은 다 죽는다.
야속하게도 거센 물이 먼저 밀려오고, 사람들은 반대로 달리기 시작했다.
어차피 이 지옥에서 피할 길은 없다. 그들은 그저 본능적으로 달리는 것이다.
쾅! 쏴아아아아!
이윽고 거센 물살이 회당을 휘감자, 알리사는 빙결의 오브를 들었다.
생존 확률은 3%.
확률은 극악이었지만, 어쩌면 스승이 자신을 찾아 구해줄 수도 있었다. 이건 그녀의 마지막 희망이기도 했다.
거신 마법사가 빙결의 오브를 향해 마나를 뿜어내고 강하게 움켜줬다.
콰직! 콰직! 콰직!
3개의 구슬이 연이어 깨졌다.
알리사가 손을 높이 들었다.
손 주변으로 엄청난 냉기가 휘몰아치며 주변이 빠르게 얼어붙기 시작했다.
쩍! 쩌저저적!
마법사는 눈을 감고 마지막 주문을 외우고 호흡을 삼켰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크헉! 헉헉!”
거친 호흡을 내뱉었다.
그녀의 의식이 끊겼다.
난 한쪽 무릎을 꿇고 있었다.
내가 고개를 들자, 날 바라보는 알리사.
내가 그녀의 의식을 볼 때, 그녀 역시 내 의식을 봤다.
난 지금 장면 말고도 여러 가지 장면을 봤다.
하지만 그녀는 암 드로운처럼 내 안에 더 많은 것을 들여다봤을 것이다.
그때 알리사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흘러 뺨을 타고 볼을 적셨다.
“그랬군요. 우리는 사라졌군요.”
순간 뭐라 위로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지금 그녀의 슬픔은 어느 정도는 짐작하고 있었다.
나도 멸망한 세상에서 왔으니까.
“마그리스 스승님도, 이데아 제국도, 거신들도 이젠 없군요.”
“당신과 여기 암 드로운이 남아 있지 않소.”
내 말에 알리사 엘가는 눈물을 훔쳤다.
그리고 암 드로운을 쳐다봤다.
“이제야 당신을 알아보겠군요. 당신은 말라기님의 제자인 암 드로운 경입니다.”
“말라기?”
암 드로운이 순간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그 이름을 몇 번이나 되뇌고 있었다.
잠재된 기억이라도 있는 건가?
“말라기님은 제국의 위대한 열두 기사이고, 마법과 검을 함께 다루는 마검사셨죠. 당신을 매우 아꼈던 기억이 납니다.”
“그의 기억은 없소. 난 타일러 주군을 섬기는 기사고, 그분의 검이요.”
알리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요. 암 드로운 경은 저분으로 인해 다시 태어났다는 걸.”
내 의식을 들여다본 알리사는 내 인형술사 능력 또한 알고 있었다.
그녀가 날 지그시 바라보았다.
“아마도 제가 살아난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타일러님.”
“그게 무슨 말이오?”
“타일러님과 협력하여! 괴수와 싸우겠어요. 그리고 저주받은 레기우스와 불카누스를 반드시 제 손으로 죽이겠습니다.”
그녀는 암 드로운과 같은 말을 했다.
암 드로운 역시 괴수 드라우켄을 죽여달라는 유언을 했었지.
아마도 그 복수의 일념 때문에 극악의 확률을 뚫고 얼음 속에서 생존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아주 오랜 세월이 흘렀소.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뀌었소.”
“아닙니다. 그 괴수들은 분명 살아 있습니다. 그리고 전 타일러님의 의식 속에서 이미 그 괴수를 봤습니다.”
“뭐요? 어디서?”
“드워프 차원에서 보았습니다.”
“서, 설마? 그 대군주?”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알리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그는 저주를 받아 변이된 거신 영웅입니다. 그러니 다른 거신 괴수들도 살아 있을 겁니다.”
“그런데 그것들이 왜 드워프 차원에 있는 거요?”
“그건 저도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들이 살아 있고, 언젠가 이곳 세상으로 다시 돌아올 거라는 겁니다. 그러니 전 타일러님과 협력해 함께 싸우겠습니다. 그것이 제가 살아난 이유입니다.”
거신 마법사가 나와 함께 한다는 건 좋았지만, 갑작스러운 거신 괴수들의 이야기에 생각이 많아졌다.
정말 그들이 이곳 세상에 다시 온다면 우리 힘으로 상대할 수 있을까?
“이길 가능성은 있습니다. 이데아 제국에 없었던 비공정도 있고, 이계의 협력자들도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결정적으로 타일러님이 있고요.”
그녀는 내 의식을 봤기에 내 속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그리고 날 너무 높이 평가하는 것 같았다.
“인간이 대수림에 온 것이 300년이 지났소. 하지만 당신이 말한 그 거신 괴수들은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소. 그러니 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소.”
“물론 몇백 년이 지나도 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언젠간 올 것입니다.”
“그럼 그건 다음 세대의 몫이 되겠군.”
우린 그저 지금 상황에 맞게 열심히 살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에겐 헬다임 장벽이 있다.
여차하면 모두 데리고 장벽 너머로 도망치면 된다.
혹여 그런 일이 일어날까, 장벽 안에 영지를 만든 것이기도 하고.
“이 마법 지팡이는 당신 것이오?”
오리지널 마장기가 들고 있는 지팡이를 가리켰다.
“아닙니다. 그건 제 스승님께서 쓰시던 지팡이입니다.”
“그럼 당신이 가져가시오.”
알리사는 고개를 흔들었다.
“제가 어찌 스승님의 물건을 쓰겠습니까. 제게도 마법 지팡이는 있습니다.”
그녀는 로브 속에서 작고 얇은 지팡이를 꺼냈다.
내가 보기엔 스승의 마법 지팡이가 크고 훨씬 좋아 보였다.
“정말 필요 없소?”
알리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대신 전 어딜 좀 다녀오겠습니다.”
“······?”
“전에 포털 마법진을 보셨지요.”
순간 발굴지 입구에 있던 커다란 마법진이 떠올랐다.
“그게 포털 마법진이요?”
“그렇습니다. 그 포털은 다른 세상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포털 사용은 금지됐지만, 타일러님의 기억을 보면 일부 마법사들이 포털 마법진을 이용해 그쪽 세상으로 탈출한 것으로 보입니다. 전 그들을 찾아서 이곳으로 데려오겠습니다.”
다른 세상으로 넘어갔다고 해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흘렀기에 그들이 지금까지 살아 있다는 확신은 없었다.
운이 좋아 살아 있다고 해도 지금 이곳의 인간들처럼 작아지고, 거신 마법도 제대로 쓰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실망할 수도 있소.”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거신 마법사들의 후손이라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이 아니면 다시 방문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 허락해 주십시오.”
알리사는 지금 내게 허락을 구하고 있었다.
“포털 마법진을 쓰려면 속성 마석이 필요하지 않소?”
“제게 남은 것이 있습니다. 한 번 다녀올 정도는 됩니다.”
“내가 허락하지 않는다면 가지 않을 것이오?”
“네! 저도 엘프 차원에 가서 암 드로운 경과 함께 곁에서 타일러님을 돕겠습니다.”
거신 마법사가 함께 간다면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암 드로운처럼 내 마법인형이 아니었기에 인형의 집에 넣을 수도 없었고, 10미터나 되는 거신을 이곳에서 데리고 나가는 것부터가 큰 문제였다.
그리고 이번 엘프 차원 원정은 긴 원정이 될 것이다.
그동안 윌리엄 사령관과 다른 사람들의 눈을 계속 속일 순 없었다. 그렇다고 거신 마법사의 존재를 당장 알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권력가들은 알리사를 이용하려고만 할 테니까.
“시간이 얼마나 걸리겠소?”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곳은 금지된 땅이라 정보가 없습니다.”
“돌아올 때도 이곳 포털 마법진으로 오는 거요?”
“네. 그렇습니다.”
“그럼 1년 후에 이곳에서 만나기로 합시다.”
“알겠습니다.”
그때라면 이미 이데아 황궁도 발굴했을 거고, 지키는 사람도 뜸할 것이다.
그녀를 기간트로 위장할 갑옷도 준비하면 되고.
난 얼음을 깨면서 알리사를 얼음 절벽에서 데리고 나갔다.
하수도 통로 입구를 지키는 기사와 병사들에게 음식과 술을 나눠주고 시선을 돌렸고, 그 틈에 알리사는 지하도로 내려갔다.
그리고 우린 발굴지 입구로 향했다.
***
우린 메인 하수도로 이동하다가 포털 마법진이 있는 작은 하수도로 이동했다. 안쪽으로 300여 미터를 더 들어와 하수도 상부를 뚫고, 포털 마법진이 있는 방으로 올라갔다.
다행히 지금은 흙을 외부로 퍼 나르지 않아도 됐기에 하수도에 작업용 기간트도 없었다.
알리사가 마법진 주변에 속성 마석을 배치했다.
“이제 중앙에 서서 마법진에 마나를 뿌려주기만 하면 마법진이 발동됩니다.”
알리사가 내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럼 나중에 뵙겠습니다.”
“잠깐 기다리시오.”
난 입술을 깨물고 거신인형을 쳐다봤다.
“암 드로운, 앞으로 나오게.”
척!
암 드로운이 나를 향해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대에게 임무를 내리겠다. 지금부터 알리사 엘가를 보호하고, 1년 후에 이 자리로 무사히 돌아오게.”
“주군의 명을 받습니다.”
알리사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암 드로운 경은 타일러님께 가장 필요한 기사가 아닙니까!”
“그렇소. 눈치를 보아하니, 그곳도 안전한 곳은 아닌 것 같소. 그러니 호위가 필요할 것이오.”
“하지만 이렇게까지······.”
그를 보낸다는 것은 내 전력의 절반 이상을 보내는 것과 같았다.
그걸 알고 있었기에 알리사가 저리 놀란 표정을 짓는 것이다.
“괜찮소. 그대가 나와 함께 하기로 했으니, 그대를 보호하는 것도 내 의무요. 무사히 다녀오시오.”
“타일러님은 역시 다정한 분이시군요. 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조금 전에 속성 마석을 내려놓는 그녀의 손이 떨고 있었기에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녀 역시 미지의 세상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우리의 전력 향상을 위해 스스로 모험을 떠나려는 것이다.
알리사와 암 드로운이 마법진 중앙에 섰다.
“다녀오겠습니다. 타일러님!”
“다녀오겠습니다. 주군!”
알리사가 손을 뻗어 마나를 뿜어내자 사방이 번쩍이더니, 두 사람이 포털 마법진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다.
‘갔네.’
암 드로운을 보낸 건 잘한 걸까?
그가 없으니 왠지 허전했다.
만약에 그녀가 마법사들을 데려올 수 있다면, 그들 또한 내 전력이 될 것이기에 마음을 가다듬었다.
“주군, 그만 가시죠.”
웨슬리가 말했다.
‘그래! 곧 만나겠지.’
사실 알리사가 했던 말이 어제부터 계속 머릿속에 맴돌고 있었다.
드워프 차원의 대군주.
그리고 레기우스와 볼카누스.
다른 거신 괴수들까지.
어쩌면 나중에 그것들하고 싸워야 하지 않을까?
만약 그 불길한 일들이 벌어진다면, 거신 마법사는 큰 도움이 된다.
그녀의 마법 실력은 그녀의 의식 속에서 봤으니까.
‘나도 실력을 더 끌어올려야겠어!’
난 이번 원정에 비숍급 오리지널 기간트를 타고 합류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괴수를 잡아 주춤한 레벨을 더 올려 마법인형도 늘리고, 더 강한 기간트도 많이 만들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