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is stronger RAW novel - Chapter (10)
내 마법이 더 쎈데-10화(10/203)
< 제4장 – 마법 단련 (3) : 추적 >
베른숲 공터를 뒤로한 채 아르민은 저택으로 돌아왔다.
우선 욕탕을 찾은 아르민은 땀과 진흙으로 범벅이 된 몸을 씻어냈다.
더블 액션을 연습했을 때, 괜히 흥이 오른 나머지 열심히 몸을 움직인 데다.
자신이 수련 했던 흔적을 다른 누군가에게 들킬 세라 뒷정리를 하는 사이, 몸 이곳저곳이 더러워진 참이었다.
‘흔적을 지우는 것도 고역이었지.’
다음부터는 조금 더 무난한 수련 방법을 찾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촤악.
아르민이 뜨거운 물을 끼얹자, 그것만으로도 피로가 싹 풀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후우, 귀족으로 태어난 게 천만다행이라니깐.”
이렇게 원할 때 뜨거운 물을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전부 욕실 마도구 장만이 가능한 귀족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만약 귀족이 아니라 마을의 서민이나 빈민가 출신으로 태어났더라면, 먹고 사는데 바빠 마법 수련 자체가 쉽지 않았으리라.
새삼 귀족의 특권이 얼마나 편리한지 몸으로 느끼면서, 욕탕에 몸을 푹 담군 아르민은 잠시 수면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찰랑거리는 물결.
그 흐름을 몸으로 느끼던 아르민은, 이어.
“······해볼까?”
몸을 똑바로 세운 채로, 흔들리는 수면을 손으로 가르며 아르민은 ᛚ 모양의 특별한 기호를 수면 위에 덧그렸다.
그리고.
“라구즈(Laguz).”
아르민의 발음에 따라, 흔들리던 수면이 정지했다.
파문이 사라지고, 흔들림이 멈춰버린 수면(水面) 위로, 천천히 소용돌이를 그리듯 아르민은 손가락을 휘저었다.
그렇게 욕탕의 물이 아르민의 손가락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으니.
구체로 모였다가, 일렬로 늘어섰다가, 분수처럼 허공으로 물줄기가 솟아나기도 하는등.
아르민은 욕탕의 물을 자유자재로 가지고 놀았다.
방금 사용한 마법은 룬 문자를 이용한 마법.
룬 라구즈는 엘더 푸싸크에 속하는 룬 중에서도 흐르는 ‘것’을 조종케 해주는 룬이었다.
어째서 갑자기 아르민이 이런 뻘 짓을 하는가 하면.
‘마법을 쓰면 쓸수록, 마력신경도 그에 맞춰 늘어나는 법이다.’
근육도 자주 쓰는 근육이 더욱 발달하는 것처럼.
마법도 마찬가지였다.
효과는 미약할 테지만, 이처럼 아르민은 조금씩이나마 일상생활 속에서도 마력신경을 사용하고자 했다.
얼마나 그런 식으로 마법 발동에 빠져 있었을까.
적당히 시간이 지났다고 판단한 아르민은, 그대로 목욕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시간은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저물고 있는 저녁시간이 되었다.
킬레인 백작은 아마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을 테고, 카일도 아직 영지 시찰에서 돌아오지 않았다.
‘시찰이라······.’
그 실상은 조금 다를지 몰라도, 어쨌거나 저택에서 가장 한가로운 것은 아르민 뿐이니만큼.
“쓸데없는 소리가 나오기 전에, 먼저 식당으로 가있는 편이 낫겠지.”
그렇게 아르민은 식당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식당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열심히 저녁을 준비 중인 일레인스 가의 하녀들이었다.
‘다들 바쁘구만.’
바쁘게,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부산스럽지는 않은 움직임으로.
저택의 주인이 찾아오기 전, 서둘러 식탁 위를 풍성하게 꾸미는 모습이 퍽이나 절도가 있었다.
그중에서도 아르민의 시선을 끈 것은, 그의 시중을 담당하고 있는 마리나였다.
바삐 접시를 들고 움직이는 마리나를 향해 아르민은 입을 열었다.
“마리나, 오늘 저녁 메뉴는 뭐야?”
“앗······. 아, 아르민 도련님······.”
설마 아르민이 이렇게 빨리 식당으로 내려올 줄은 몰랐는지, 깜짝 놀라던 마리나는 주뼛거리는 태도로 입을 열었다.
“······오늘 저녁 메뉴는 소고기 소테입니다.”
눈동자가 흔들리는 걸 보니, 아무래도 여전히 자신이 어려운 모양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장난기가 동한 아르민은 미소 짓는 얼굴로 말했다.
“마리나가 직접 만든 거야?”
“아뇨······. 주방 담당인 미스 하이디입니다.”
“뭐. 하이디의 음식 솜씨라면 믿을만 하지.”
일레인스 가의 식탁을 책임지고 있는 조리장 하이디라면 오늘 저녁 메뉴 또한 기대해도 괜찮겠지.
“저······. 따로 볼일이 없으시면 저녁 준비를 위해서, 그게······.”
아르민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조심 말하는 마리나의 행동에 아르민은 피식 웃었다.
“뭐야, 도련님을 내버려두고 혼자 도망치려고?”
“아,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제 주제에 감히 실례를······!”
“아니, 농담이야.”
“······네?”
눈을 껌뻑이는 마리나에게 아르민은 유쾌한 얼굴로 말했다.
“내가 뭐, 잡아먹냐? 그냥 좀 친하게 지내고 싶어서 농담한 거야.”
“네, 네에······?”
얘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이해가 안간다는 둥, 해괴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는 마리나였지만.
아르민은 그저 그게 재미있어서 낄낄거릴 뿐이었다.
어째 이런 식으로 마리나를 툭툭 건드리는 것만으로도 제법 재미있다는 감상이 들었다.
‘그러고 보면 내가 연구실에 있을 때, 이런 녀석이 하나 있었지.’
괜스레 마리나만 보면 장난기가 드는 건, 지구에 있을 때 같은 연구실에 있던 후배 되는 여자 연구원이 떠올랐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조금 느낌은 다르지만, 당시 그 후배도 현대 마법의 아버지라 불리던 재민을 대하기 어려워했더랬다.
‘그때마다 건들면 화들짝 놀라는 게 볼만했는데.’
당시를 떠올리며 잠시 추억에 잠겨 있던 아르민은, 이윽고 장난을 끝마치고는 얌전히 식당에 앉았다.
그렇게 기다리기를 잠깐.
뒤늦게 킬레인 백작과 카일이 식당으로 들어섰다.
****
오늘치 업무를 마친 킬레인 백작과 아까까지만 해도 외부 시찰을 위해 저택을 나가 있던 카일이 식당 안으로 들어섰다.
오늘따라 얌전히 먼저 와있던 아르민을 보고 킬레인 백작의 눈썹이 꿈틀거리긴 했지만, 보인 반응은 그 뿐.
“·········.”
어색한 침묵 속에서 식사가 시작되었다.
말없이 나이프와 포크를 이용해 스테이크를 썰 뿐인, 평범한 식사시간.
하지만 마법사로서 눈썰미가 비상하게 단련된 아르민은 쉬이 눈치 챌 수 있었다.
‘뭔가 있군.’
식당 안으로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두 사람은 감춘다고 감춘 모양이지만, 킬레인과 카일이 아르민의 존재를 신경 쓴다는 것이 전해져온 것이다.
그게 무엇인지.
하나, 예상이 가는 게 있었다.
“잘 먹었습니다.”
덜컹.
의자를 밀고 일어서며, 아르민은 순순히 식당에서 퇴장했다.
자리를 비우고, 식당 문이 닫히며 소리가 단절되고 나서야.
내부에서 두런두런 대화가 오가는 것을 기척으로 알 수 있었다.
아마 아르민 앞에선 할 수 없는 내밀한 대화라도 나누는 것이리라.
‘그럼 당연히 들어봐야지.’
비밀이란, 숨길수록 더 탐이 나는 법.
호기심이 생겼다면, 그걸 확인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게 마법사란 놈들이다.
“<하늘의 귀>.”
하늘의 귀(天耳).
틈새가 있다면, 건너편에서 울리는 음파를 증폭하여 ‘청취’가 가능해지는 제2종 마법이었다.
─ 이번에 카라클 동부지역에 방치되어있던 저택 하나가 팔려나간 모양이다.
─ 오버레이 공작의 별장 말이군요.
킬레인과 카일이 나누는 대화는 단적으로 말해, 백작가이기에 알 수 있는 고급 정보들이었다.
어느 귀족이 제국 수도에 있는 대저택을 매입했더라 하는 풍문에 가까운 이야기부터.
제국 지역 말단에서 전염병이 돌고 있다는 정보, 그밖에 신경 쓰이는 몬스터의 동향이나, 이웃 타국에서 친선으로 찾아왔다는 사절단의 이야기까지.
그 전부가 섣불리 새어나갔다간, 여러모로 큰일이 날만한 비밀스러운 이야기들이었다.
‘알리고 싶지 않을만 하군.’
원래의 아르민이 이걸 들었다간, 그대로 희희낙락해서는 마을 술집에서 진탕 취한 채로 자랑스레 떠벌리기나 했겠지.
기억을 되찾기 전의 자신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아르민 본인조차 고개를 끄덕이는데, 남들이야 오죽할까.
그렇다고는 해도.
‘본론은 이게 아닐 텐데.’
아르민의 그러한 예상처럼.
이어 대화 말미에 이르러서야.
─ 그래서 오늘 확인하러 갔던 일은 어떻게 되었느냐?
킬레인 백작의 말을 시작으로 본론이 튀어나왔다.
그가 말하는 것이라면, 오늘 카일이 일레인스 영지의 마을들을 시찰하러 돌아다닌 일을 말하는 것일 터.
─ ······아무래도 소문은 사실인 듯 했습니다.
‘소문?’
흥미로운 단어가 아르민의 발을 붙잡았다.
< 제4장 – 마법 단련 (3) : 추적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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