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is stronger RAW novel - Chapter (103)
내 마법이 더 쎈데-103화(103/203)
< 제52장 – 재회와 신물 (2) >
엘프 사절단이 기다리고 있는 대회의장으로 향하는 도중.
아르민은 미네르바에게 물었다.
“사절단이라니, 꽤나 거창한데. 무슨 일로 찾아온 겁니까?”
엘프란 족속은 기본적으로 타 종족과 교류를 꺼리는 지극히 폐쇄적인 종족이다.
그런 자들이 직접 제국까지 찾아올 정도면, 뭔가 있다는 소리다.
“그건······.”
미네르바 황녀는 슬며시 주변으로 시선을 뿌렸다.
곁에서 호위하는 기사들을 슬며시 곁눈질하는 것이.
‘나 같은 녀석에게 함부로 알려줄 만큼 만만한 이야기는 아니다. 이거군.’
아직은 기사 서임조차 제대로 받지 않은 신분은 알아서는 안 되는 이야기.
요컨대 기밀 정보란 말이다.
이건 반대로 말하자면 엘프들이 찾아온 이유가 함부로 밝힐 수 없는 ‘기밀’ 때문이라는 말일 터.
과연 무엇일까.
여기선 정공법이다.
“백금 기사단의 일원으로서, 앞으로 황녀님의 호위를 맡게 될 몸입니다. 이 정도 정보는 알아두는 게 좋지 않을지?”
자신의 역할을 이유삼아 정당성을 주장한다.
아르민의 뻔뻔한 태도를 본 기사들이 무어라 입을 열려고 했지만, 요령 좋게도 미네르바가 아르민의 노림수를 캐치해주었다.
“자네 말이 맞아. 어차피 추후 사절단은 백금 기사단과 함께 움직일테니, 그대도 미리 알아두는 편이 좋겠지.”
물론.
“자세한 정보는 1급 기밀이니, 일단은 ‘지금의 자네가 알아도 되는 정보’만 알려주겠네.”
미네르바의 눈동자가 반짝인다.
이건 즉.
‘진짜배기 정보는 나중에 기회가 있을 때 알려준단 말이지.’
뭐, 좋다.
아르민은 느긋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에는 필요한 기초 배경 지식 정도만 알아두면 된다.
미네르바는 숨을 고르더니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엘프들이 찾아온 건 지금으로부터 두 달 전, 찾아온 이유는, 2년 반쯤 전에 제국 북부 지역에 있는 키오르 요새 터에서 발견된 ‘물건’ 때문이라네.”
키오르 요새라고 한다면······.
금방 떠올랐다.
‘······이스텔이 무너트렸던 바로 그곳이군.’
밀튼 공작과 제국 변경백 키오르세스의 야욕이 도사리던 곳.
본의 아니게 그곳과 엮이게 된 아르민은 일대의 사건을 겪기에 이르렀다.
북방의 위협. 신의 예지. 예언의 종착.
그리고 신의 수호자를 자처하며 나타난 드래곤까지.
‘그곳에서 처음으로 세계의 비밀을 엿보게 되었지.’
그렇게 많은 일이 있은 끝에, 결국 키오르 요새는 폭삭 무너지고야 말았다.
그런 장소에서 무언가를 발견했다는 건······.
“처음 반년 동안은 간간히 그 숲에서 생활하던 벌목꾼이나, 사냥꾼의 입을 통해 간헐적인 소문으로만 알려진 이야기였지만. 2년 반 전. 무너진 요새를 복구하기 위해 그곳에 도착했던 제국의 공병대가 ‘그것’을 발견했다네.”
처음에는 제국 측에서 그것을 ‘병기’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걷기만 해도 주변을 전부 박살내고 무너트리는 위용과 생김새. 딱 봐도 범상치가 않았지. 어느 이름 모를 대마법사가 만들어낸 병기, 아니면 고대의 연금술사가 만들어낸 합성수인가. 솔직히 정체를 가늠조차 못하고 있었다네.”
게다가 제국으로서도 ‘그것’의 파괴행위를 멈추는 건 불가능했다고 한다.
할 수 있었던 건 그저.
“적랑 기사단의 힘으로 그것을 ‘확보’하고 꾸준히 관리하는 정도였네.”
적랑 기사단이라면, 제국의 4대 기사단 중에서도 순수하게 가장 강력한 전투력을 지닌 기사단이다.
오로지 황제의 명을 받들어 ‘무력이 필요한 자리’마다 국가의 경계를 넘나드는 그들이 움직였을 정도라니.
그만큼 ‘그것’은 제국에서도 중요히 취급되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쯔음에서.
“엘프들이 찾아왔다는 거군요.”
“그래 두 달 전, 엘프들은 ‘그것’이 바로 자신들의 신이 점지한 예언의 ‘신물’이라며, 우리에게 반환할 것을 요구했다네.”
‘예언이라······.’
어째 더 수상하다.
특히 민세희를 통해, 모노리스의 이야기를 알고 난 지금이라면 더욱 더.
아직 대화는 끝나지 않았다.
미네르바는 잠시 말을 망설이듯 몇 번 한숨을 내쉬는가 싶더니, 이어 말을 잇기를.
“······엘프들은 그것을 ‘신물’이라고 불렀네만, 적랑 기사단이 보내온 마력영상을 본 나로선 조금 다른 의견이라네.”
황녀는 말했다.
그녀의 눈으로 목도한 ‘그것’은, 아무리 봐도 고귀한 신물 같은 것이 아니라.
“그저, 본녀의 눈에는 괴물로만 보였다네.”
지상에 강림한 괴물과도 같았노라고.
****
‘은색떡갈나무 부족이라고 하길래, 혹시나 싶었는데.’
혹시나가 역시나라고.
사절단의 대표는 아르민에게도 면식이 있는 하이엘프 아가씨였다.
일전에 로스웰에서 만나, 우연히 여정에 동행하게 되었던 하이엘프 여성.
아르민은 떠올렸다.
– 동쪽 고요한 바람 정령 숲의 인도자. 은색떡갈나무 부족의 그레이시아가 위대한 존재를 뵙습니다······!
그때 그녀는 꼼짝없이 아르민을 위대한 존재 따위로 오해하고 얽혀들었더랬다.
그 해프닝의 당사자가 지금 여기에서, 흔들리는 눈동자로 아르민을 바라보고 있었다.
“크흠. 우리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시오?”
“늦어서 미안하오. 처리해야할 정무가 제법 쌓여있다 보니.”
사절단에서도 원로 멤버로 보이는 엘프가 불평을 터트렸지만, 미네르바는 고개를 끄덕이며 순순히 사과했다.
‘이런 점에선 역시 황녀다워.’
제법 노회한 반응이다.
엘프 측에서도 설마 이렇게 쉬이 사과하리라고 예측하지 못했는지 잠시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그들의 예의 없는 태도에 회의장에 자리잡은 제국의 고위 귀족들이 발끈하는 기색을 보이며, 정치적인 신경전마저 오가고 있었지만.
“·········.”
그 와중에도 아르민은 그레이시아를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
그녀에게서 의외의 만남을 환영하는 기색은 없다.
당연한 걸지도 모른다.
‘그레이시아는 내가 자기를 속였다고 생각했었지.’
실제로 그녀의 오해를 알면서도 굳이 정정하지 않은 건 아르민은 자신이다.
“오랜만이군.”
“여기서 당신을 만날 줄은 몰랐습니다.”
“나도 마찬가지야. 은색떡갈나무 부족이 찾아왔다고 했을 때는 혹시나 했는데, 사절단의 대표가 너라니. 생각보다 굉장한 신분이었구만.”
당시 그레이시아와 만난 스노우 엘프들이 그녀를 향해 보였던 경의를 생각해면, 원래부터 고귀한 핏줄이었는지도 모른다.
“예언을 통해, 신물을 구하러 왔다고?”
대답은 금방 돌아오지 않았다.
여전히 옆에서는 엘프들과 제국 측의 의견이 평행선을 달리며, 침을 튀기는 장면이 보였다.
‘쟁점은 ’신물‘의 소유권에 대한 문제인가.’
지난 두 달간 회의가 3차에 이를 만큼 지지부진하게 이어진 이유.
가만 들어보니, 엘프로서는 “우리가 받은 예언을 통해 신물을 회수하려는 거니, 당연히 우리에게 신물의 권리가 있다.” 라는 원론적인 주장을 펼치는 모양이고.
제국으로선 “우리 영토에 나타난 물건이고, 현재 우리가 직접 관리하고 있으니, 응당 우리에게 권리가 있다.” 라며 맞서는 모양새다.
‘서로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셈인가.’
엘프들이야 예언 때문이니 그렇다 치고, 제국으로서도 ‘병기’라는 가능성을 염두에 둔 이상. 섣불리 포기할 수는 없는 듯 했다.
어느 쪽이든 간에.
‘신물의 정체 따윈 뒷전이다 이건가.’
아르민이 보기엔 헛짓거리나 다름없었다.
주워 먹고 보니 독약이더라. 하는 후회는 언제나 늦는 법이니까.
그때였다.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조용히, 그렇지만 선명한 목소리로 그레이시아가 답했다.
“모르겠다니?”
사절단 대표로서 올바른 대답은 아니지 않은가.
“세계수의 어머니께선, 분명 저희에게 신물을 접하고, 그것을 가져오라 예언을 내려주셨습니다. 엘프들의 미래를 위해 그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지만.
“······저는······.”
“확신할 수가 없다. 이거군.”
“·········.”
그레이시아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날. 아르민과 함께 북방을 여행했던 그녀는 그때라면 전혀 생각지도 못했을 행동을 하고 있었다.
– 예언을 의심한다.
본래 엘프들에겐 금기시 되는 행위.
실제로 세계수의 어머니가 내려주는 목소리는 엘프들에겐 가장 최우선해야 할 것인 모양이다.
적어도 아르민의 상식에 의하면 그러했다.
그런데도 그녀가 여기서 망설이는 이유는 하나밖에 없다.
“당신 때문입니다. 당신과의 만남 이후······. 저는 어머니의 목소리를······. 믿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드래곤이 출몰하고, 요새가 반파되고, 인간이라며 무시해왔던 자가 손수 엘프들을 위해 싸웠던 그 날 이후.
그녀는 처음으로 자신의 세계가 무너지는 경험을 겪었더랬다.
그래서다.
경험은 맹목을 부수고, 무너진 신념은 현실을 인지하게 만드는 법이다.
그녀는 의심하고 있다.
‘정말로 북방에 나타났다는 것이 신물인지, 엘프들을 위해서 회수해야할 물건인지······.’
어쩌면 혹시.
“그것이 또 다른 재앙의 불씨일지도 모르다고 생각하면······.”
사절단을 꾸린 것 자체를 막았어야 하지 않았나.
끊임없이 고민하게 된 셈이지만.
그 고민 자체가, 아르민에겐 너무나도 하찮아보였다.
고민된다고?
그래서, 뭐?
“기왕이면 내 덕분이라고 해줬으면 좋겠군. 세상만사가 보기 좋게만 돌아가지 않다는 걸 알게 된 셈이잖아?”
“하지만······!”
퍼뜩 고개를 들어, 무언가 말을 내뱉으려는 그레이시아였지만.
그전에 먼저 아르민이 고개를 저었다.
“고민이 되면 직접 자기 눈으로 확인해보면 될 일이다.”
“······.”
단언에 그레이시아가 입을 다문다.
그래, 애당초 고민 자체가 쓸데없는 짓에 지나지 않는다.
무얼 믿으면 좋을지 몰라 망설인다니.
“믿어야할 건 내 눈과 귀 뿐이야.”
“아······.”
그레이시아는 조용히 아르민을 바라보았다.
사실 복잡하게 생각할 것도 없다.
“해야 할 일은 뻔해. 직접 가서 신물을 확인해보고, 너희들이 믿는 신께서 하신 말씀이 정말 옳았던 건지, 직접 따져보면 된다.”
그래도 발을 내딛는 것이 저어된다면, 이번에는 괜찮다.
지난 두 달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신물을 회수하는 일에는 나도 동행할 생각이거든.”
“당신이······ 신물을···?”
드래곤과 맞서 싸웠던 남자.
자신의 상식으로는, 이해조차 되지 않는 힘을 가진 자.
그런 아르민이 동행하겠다고 말한다.
그것은 그레이시아의 망설임조차 날려버릴 만큼 매력적인 이야기였다.
“나는 직접 확인해볼 생각인데, 넌 어때?”
그리 묻는 아르민의 질문에, 그레이시아는 눈을 감고 한숨을 내쉬더니, 입을 열었다.
“그때도 그렇고, 당신은 늘 남의 고민이나 걱정 따윈 하찮은 걸로 만들어버리는 군요.”
“내가 좀 파격적인 남자라서 말이야.”
어깨를 으쓱이며 내뱉는 경박한 말에, 그레이시아는 이윽고 옅은 미소를 띠었다.
“······여전히 저는 당신이란 인간을 이해할 수 없어요.”
“기왕이면 미스터리어스해서 멋지다고 칭찬해줬으면 좋겠는데.”
되도 않는 농담에, 기도 차지 않는다는 듯이 웃음을 삼킨 그레이시아는.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이고는 눈을 떴다.
이미 그 눈동자에 망설이는 기색은 없다.
그저 올곧은 눈동자를 한 채로, 그녀는 사절단 인원과 제국 귀족들이 무의미한 논쟁을 이어가는 곳으로 다가가.
이렇게 말했다.
“저희 엘프는, 이번 신물 회수에 있어서 제국 측에게 적극 협력하도록 하겠습니다. 신물의 소유권은 ‘그것’을 온전히 손에 넣은 뒤에 따져보도록 하지요.”
아르민의 개입으로, 상황이 바뀌었다.
****
회의장을 빠져 나올 때.
미네르바가 입을 열었다.
“······정말 자네가 함께 해준 것만으로 일이 이렇게 쉽게 끝날 줄은 몰랐네.”
아르민의 개입으로 지지부진하던 회의가 드디어 끝이 났다.
그걸 두고 미네르바는 상당히 경악한 반응을 보였더랬다.
‘뭐, 내가 한 일이라고는 그레이시아가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등을 밀어준 것뿐이지만.’
어쨌거나 사전에 자기가 도움이 될 거라고 큰 소리 쳤던 만큼, 밥값을 했을 뿐이었다.
아르민이 보여준 활약에 미네르바는 복잡한 시선을 보였다.
그야 횡포를 부리는 불한당으로만 여겼던 남자가 정말로 성과를 내니, 그녀 입장에선 당혹스럽기도 할 테지.
“으음······. 일단 신물 회수는 앞으로 일주일 뒤에 이루어질 예정이라네. 자네도 참가할 수 있도록 보그너 백작에겐 언질을 해두지. 그때까지 필요한 일은 전부 마쳐두게나.”
미네르바의 말대로 회수반에 참가하기 전까진 기사단장인 보그너 백작 앞에서 정식으로 기사 입단 서임식을 마치거나 기사단원들과 얼굴을 익혀두는 등.
자잘한 일들을 끝낼 필요가 있었다.
그건 그렇고.
“예언이라······.”
그레이시아가 언급한 세계수의 예언이라는 말에, 문득 아르민은 이전에 들었던 북방의 위협 운운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그때의 예언은 아르카디아의 목적과 궤를 같이 했다.’
때문에 당시엔 세계수의 예언을 내린 자가, 어쩌면 아르카디아의 또 다른 일면이 아닌가 했지만.
아르카디아가 사라지고 난 뒤에도 예언은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그 말은······.
‘또 다른 칠영웅이 세계수의 어머니 노릇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 타당하겠지.’
이번 신물 회수는 아무래도.
“허투루 볼 순 없겠어.”
아르민은 빙글 입가를 끌어올렸다.
****
일주일이라는 시간은 금방 흘러갔다.
그 사이에 아르민은 정식으로 백금 기사단의 단원으로 인정받을 수가 있었다.
물론 사전 공채에 따른 입단도 아니고, 그렇다고 뒷배로 거대한 세력을 등지고 있는 것도 아닌 아르민이다 보니.
입단 과정에서 꽤나 많은 잡음이 흘러나왔다.
– 일레인스 백작가? 그게 어디인데?
– 예전에는 제법 힘깨나 썼던 모양이지만, 지금은 그냥 몰락귀족에 준하는 가문 아닌가?
– 킬레인 백작이라면 이름 난 군인이긴 하지만, 백금 기사단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잖아?
– 장남이 비룡 기사단의 부단장이라더군.
– 어째서 황녀님은 저런 자를 기사단 후보로 추천한 거지?
백금 기사단은 제국의 4대 기사단 중에서도 제국 수도 카라클의 치안을 유지하고, 황궁을 보호하며, 누구보다 황제 가까이 곁에 서서 그들을 보필하는 기사단으로 명예가 드높은 기사단이다.
때문에 외부와 전투할 일이 많지 않은 백금 기사단은(어떤 간 큰 범죄자가 황실을 상대로 시비를 걸겠는가.), 실력보다는 가문과 이름, 성적이 우수한 자들 위주로 기사단이 구성된 것이 사실이었다.
당연히 아르민의 입단 사실은 그들에게 있어 입방아를 찧어대기 충분한 화제였다.
‘좋을 대로 떠들어주시는 구만.’
공작이나 후작가의 자제, 유력 백작가 자제들이 소속된 기사단이다.
가진 바 권력이 강력한 자들이다 보니, 그들은 아르민을 두고 설왕설래하는 걸 숨길 생각조차 없어보였다.
‘거참. 귀찮군.’
아무래도 아르민을 두고 험담하는 녀석들은 대부분이 기사 경력이 1~2년 밖에 되지 않는, 혈기 넘치는 초짜들이었다.
그보다 경력이 높은 자들은, 아르민이 입단하는 과정에서 미네르바 황녀가 개입했다는 사실을 알고는 다른 의미로 말이 오가는 것이 느껴졌다.
– 황녀님께서 남자를 들이시려는 것인가?
– 그런 불경한 소리를 했다간 큰일 날걸.
‘남이 들으면 목이 날아갈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떠드는 군.’
물론 저런 노골적인 이야기는 정말로 사적인 장소에서만 이루어지는 걸 아르민이 몰래 엿들은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현 황권 대리를 가지고 저런 농담이 오간다는 건, 그만큼 미네르바의 정치적 기반이 위태롭다는 이야기였다.
‘알로스린 대공과도 제법 험악한 관계였고 말이야.’
아르민이 파악한 바로는, 밀튼 공작 다음 가는 세력을 가지고 있던 알로스린 대공이 제4황자의 뒷배로 떠오르며, 현재로선 미네르바와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차기 황권 주자인 모양이다만.
그 전부가 아르민에게 있어선 관심 밖이었다.
‘그래, 멋대로 떠들어라.’
놈들이 자신을 가지고 무슨 헛소리를 떠들 건, 그건 상관없다.
그런 것에 일일이 발끈할 만큼 아르민은 한가롭지 않았던 것이다.
덤벼오는 놈이 있다면, 그때 가서 박살을 내면 그뿐.
지금은 그저.
“이번 임무에 대해선 전부 숙지했으리라 믿는다. 모두 지정된 마차에 올라타라! 북방에 도착하면 작전을 전개한다!”
백금 기사단장 보그너의 지시에 따라 마침내 신물 회수반이 북방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
아르민이 올라탄 마차의 분위기는 제법 싸늘했다.
같은 마차에 오른 백금 기사단원은 아르민을 제외하고 3명.
남자가 둘에 여자가 하나였다.
고위 귀족의 자제들인 모양이다만.
교류 자체를 귀찮다고 여긴 아르민은 통성명도 제대로 나누지 않은 채였다.
저마다 껄끄러운 분위기로 아르민을 두고 수군거리고 있는 사이.
마차는 어느덧 북방의 영토로 진입했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응?”
어째 앞선 마차에서 소란이 전해져왔다.
“무슨······ 일일까요?”
마차에 탄 일행들 또한 의아해했지만, 의문은 그리 오래가지 않아 풀릴 수 있었으니.
쿠웅! 쿠웅!
아스라이 전해져 오는 대지의 진동과 귀를 두드리는 굉음.
북방의 숲을 지나, 높이 뻗은 설산의 곁을 지나갈 때쯤이 되니, 그 소음은 더욱더 커져가고 있었다.
“이게 대체······.”
물론 기사단의 멤버들은 사전에 자신들이 무슨 임무를 진행하는지 파악하고 있긴 했다.
다만 그건 어디까지나 말로만 전해들은 이야기일 뿐.
산을 빙 둘러, 탁 트인 설원 지대로 마차가 나아간 순간.
“마, 말도 안 돼······.”
그들은 마차 창문 너머, 수킬로미터나 떨어진 저 멀리에서 움직이는 ‘그것’을 목도하곤 딱딱하게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그제야 아르민은 제국 측에서 ‘확보’했다는 신물의 진정한 정체를 알 수가 있었다.
이야기로는 들었지만.
“······이건 또 골 때리는군.”
추측하기로 그 길이는 아마도 전장 10km 이상.
거기엔 거대한 짐승이 있었다.
쿠웅! 쿠웅!
등 위로는 커다란 ‘성’을 얹은 채,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지축을 울리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짐승이.
< 제52장 – 재회와 신물 (2) > 끝
ⓒ 뫄뫄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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