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is stronger RAW novel - Chapter (105)
내 마법이 더 쎈데-105화(105/203)
< 제53장 – 북방을 거니는 고래 (2) >
장소는 칼센 제국 황궁의 중심에 마련된 집무실.
집무실의 정경은 척 봐도 평범하지가 않았다.
쓸데없는 장식물 따위로 화려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각 부처의 보고를 신속히 받기 위해 준비한 각종 연락 마도구.
나아가 대륙에서도 몇 없다는 마력영상 투영기구까지 설치된 모양새는 준엄하다 못해 장엄하기까지 하다.
칼센 제국은 넓고 크다.
그만큼 황제가 듣고, 보고, 판단해야할 사안은 많았고.
황제의 결정이 제국의 말단까지 전해지기 위해서라도, 그 정보를 전하는 속도는 신속하고 또한 정확해야 했다.
때문에 사람들은 집무실을 가리켜 이렇게 말하고는 했다.
– 황제가 공무를 보는 이 장소야말로, 칼센 제국의 심장이라고.
지금 바로 그 중요한 장소에서, 더욱 중요한 보고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알로스린 대공이 참가한 티파티에 제국의 상인 길드 ‘금빛 황금’의 상단주가 참가했다는 보고입니다. 뿐만 아니라, 엘도라 후작가와 로즈운트 후작가 또한 회합에 같이 동석했다 합니다.”
보고를 들으며 시종이 타온 동방의 엽차(葉茶)를 마시는 십대 중반의 소녀.
미네르바 황녀는 이야기를 듣고는 한숨을 내쉬며 차를 기울였다.
“······일레인스 저택에서 마셨던 차가 더 맛있군.”
혀끝에 남은 씁쓸한 뒷맛.
이건 차가 쓰기 때문인 건지, 아니면 보고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인지.
미네르바 자신도 확신할 수가 없었다.
“이번 회합을 통해 알로스린 측은 동부 마도 공화국과의 무역, 그리고 서쪽 연합왕국체와의 교역에 대한 이권을 공고히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 말에 미네르바 황녀는 더욱 쓴웃음을 지었다.
“이로서 대공은 제국의 젖줄까지 틀어쥐었군.”
본디 알로스린 가문은 선대 황제에게 대공이라는 칭호를 하사 받았을 만큼, 그 권세가 대단했다.
제국의 삼공작 중 밀튼 공작이 군사력을 장악했다고는 하나, 대공의 칭호가 알로스린에게 돌아간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지만.
‘칼보단 펜, 그리고 황금이 더욱 강하다고 선대께서는 판단하신 것이겠지.’
더구나 밀튼 공작은 3년 전의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사망. 현재는 그 자리가 공석으로 남아있다.
이것도 일선에서 물러나 있던 ‘검성’이 직접 나서 수습해주지 않았다면, 제국의 군대는 삽시간에 혼란에 처했을 것이다.
여러모로 지난 3년의 상처가 너무나도 깊게 남아있다.
그리고 이러한 제국의 위기는, 언제나 ‘변절자’들에겐 기회로 다가오는 법이겠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단 소리군.”
“······그렇습니다.”
이미 제국의 고위 귀족 상당수가 알로스린 대공에게 줄을 대거나, 대려고 노력하는 중이었다.
당연할지도 모른다.
‘황제께서 시해당하시고 오라비인 제1황자와 제2황자도 죽어버렸다.’
황제 아래에서 황자 둘이 조용히 암투를 벌인다.
이것이 지난 제국의 권력구도였지만, 3년 전의 사건으로 이게 한순간에 증발해버렸다.
‘황권을 중심에 두고 나름 균형을 맞추고 있던 사촌, 오촌, 그 뒤에 버티고 선 숙부나 백부 등. 수백에 이르는 숫자가 동시에 허공으로 떠버린 게지.’
남은 건 고작 십대 중반의 계집아이와 현실 따윈 모르고 있는 제4황자 꼬맹이 소년이 하나.
균형이 깨진 세계는, 결국 무너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렇게 내버려두지 않겠다.’
3년 전.
가족을, 소중한 이를 전부 잃고 그저 절망하고만 있을 뿐이었던 자신에게 다가와준 ‘그녀’.
민세희의 얼굴을 보아서라도, 자신은 어떻게든 그 붕괴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다.
“좋아, 그럼 다음 보고는?”
“예, 북방으로 파견된 백금 기사단에서 올라온 보고입니다. 오늘 오전 일시를 기점으로 ‘상륙작전’이 개시된다고 합니다.”
“상륙이라······.”
문득 미네르바는 ‘그 남자’의 얼굴을 떠올렸다.
첫인상은 최악이었지만, 분명한 실력을 보여주었던 남자. 아르민 일레인스를.
그 남자가 이번 신물 회수 작전에서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이번 작전이 성공하면, 정치적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 귀족들에게 보란 듯이 황실이 굳건하다는 걸 알릴 수 있을 테니까.”
“예.”
또한 이번 신물 회수 건이 잘 처리된다면, 미네르바 황녀는 엘프라는 든든한 연줄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미네르바 황녀는 창문 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차가운 공기가 감도는 바깥.
후루룩.
“······여전히 맛이 별로야.”
엽차의 맛은 아직도 썼다.
****
두두두두!!
설원의 대지를 박차고 수많은 군마가 내달린다.
방향은 일직선.
목표는 저곳에서 진군하고 있는 거대한 ‘고래의 짐승’이다.
적랑 기사단과 백금 기사단은 합심하여, 저 고래의 등 위로 오르고자 한 것이다.
‘기백부터가 장난이 아니야.’
살면서 언제 수백의 기마가 내달리는 모습을 정면에서, 그것도 자신이 속한 군대가 나아가는 걸 본적이 있을까.
보이는 풍경 자체가 어지간한 블록버스터 영화 뺨칠 정도로 장관이었다.
물론 보이는 게 멋지다고 해서, 그 안에서 달리는 자들까지 멋지다는 건 아니었다.
‘아직도 쳐다보고 있군.’
찌르르.
아르민은 줄곧 등 뒤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잡아 먹을 듯 노려보는 시선을 느기고 있었다.
누구라고 말할 것도 없겠지.
아까 전 시비가 붙었던 바로 그 적랑 기사단원이다.
‘이름이 요르한이라고 했었나.’
놈은 말을 타고 달리는 와중에도 씨익 씨익 거친 숨소리를 내며, 아르민에게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때.
– 어이, 요르한. 아까 저 풋내기 앞에서 갑자기 쓰러졌다면서?
– 진짜? 그 요르한이? 뭐야, 풋내기한테 겁이라도 집어먹은 거냐? 적랑 기사단의 풍운아란 말도 다 옛말이구만. 킬킬킬!
– 근데 갑자기 기절은 왜 했대? 진짜 한 대 맞기라도 했냐?
– 닥쳐! 개새끼들아! 그냥 잠깐 피곤했을 뿐이야!
동료들과 으르렁거리며 나누는 대화를 보니, 놈도 그때 보여줬던 추태가 부끄럽기는 한 모양이었다.
– 씨발, 쪽팔리게씨리. 무슨 사술을 쓴 건지는 몰라도, 넌 반드시 내가 조진다.
아무래도 놈은 방금 전의 해프닝으로 아르민에게 악의를 가지게 된 듯. 거친 숨소리를 내며 계속 아르민의 뒤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거 참.
‘귀찮군.’
그레이시아에게 치근덕거리는 모습이 보기 불쾌해서 개입했던 것인데, 아무래도 혹 떼려다 되려 혹 하나를 더 붙인 느낌이다.
기왕 이렇게 된 거.
‘먼저 선수를 칠까?’
방법은 많다.
적당히 상륙작전 도중에 ‘우연’을 가장해서 놈을 낙마시킬 방법이야, 쌔고 쌨으니까.
마음에서 그러한 감정이 거세진다.
귀찮은 일은 먼저 싹을 잘라내자고.
감정이 속삭이고, 가슴이 유혹을 건네 온다.
실제로 오른손을 들기까지 한 아르민이었지만.
‘······됐다.’
체내의 마력을 움직여, 쓸데없이 일어나는 살심(殺心)을 가라앉혔다.
‘이놈의 마기 때문에 무슨 생각을 못하겠구만.’
육체가 마기로 대체된 뒤부터는 퍽하면 죽이자느니, 때려 눕히자느니 하는 감정이 동하고야 만다.
다만 바알을 쓰러트리는 과정 속에서 이런 나 자신을 받아들인 다음부터는 조절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었다.
‘그러고 보면 황실에서 미네르바나 보그너 앞에서 했던 행동도,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행동이겠군.’
이러니저러니 해도 영향이 아예 없다는 건 아니란 거겠지.
시비를 걸어온다고 전부 죽여버릴 만큼 아르민이 사이코패스는 아니었다.
적당히.
‘놈은 내버려두고 먼저 고래 위에 올라타면 되겠지.’
그렇다고는 해도, 아르민은 고개를 흔들었다.
난데없이 여기까지 와서 군대 선임의 꼬장이라니.
이런 꼴을 다시 겪게 될 줄이야.
‘3년 전에만 해도, 군대 두 번 가는 건 무조건 사절이라고 생각했는데.’
꽤나 아련하게 느껴지는 과거의 결심이지만.
사람 일이라는 게 역시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법이다.
– 전군! 우측으로 전진!
지휘관의 호령에 맞춰, 말의 속도가 더욱 더 빨라진다.
– 각 부대는 모두 맡은 역할 위치로!
순식간에 아르민과 함께 달리던 말들이 세 개의 부대로 갈라졌다.
갑작스레 이렇게 병력을 분산하는 이유는 하나였다.
– 엘프 부대는 선두로! 정령 마법을 통해 상륙을 시도한다!
휘이이익!
갈고리가 쏘아진다.
엘프들이 소환해낸 정령들을 통해 인간의 악력을 아득히 뛰어넘는 속도로 쏘아진 갈고리들은 하나 둘, 고래의 거친 가죽 표면에 박히기 시작했다.
‘여기까진 성공적이군.’
작전의 개요는 간단하다.
엘프들이 미리 선정한 적랑, 백금 기사단원들과 합심하여 고래의 표면에 붙는다.
그 뒤에 정령과 기사단원들의 보조를 받아 결계로 다가간 엘프들이 결계를 해제하면.
나머지 기사단원들이 동시에 결계 안으로 돌입한다는 심플한 작전이었던 것이다.
‘물론 그 와중에 별 일이 없다면···이라는 가정이 붙지만.’
그래도 별 걱정할 필요는 없으리라.
그야 결계를 해제하는 데에는 아르민이 직접 나서는 것이 무엇보다 가장 확실하겠지만.
‘이렇게 보는 눈이 많은 곳에서는 괜히 나서는 것부터가 디메리트다.’
착각해서는 안 되었다.
아르민은 일단 백금 기사단의 말단 단원으로서 움직이는 상태다.
사실 아까 그레이시아를 도운 것도, 그로선 꽤 위험을 감수한 일이었다.
‘앞으로 찾아야 할 신물이 몇 개가 될지, 여기서 칠영웅들과 어떤 식으로 엮이게 될지 모르는데. 괜히 주목을 받는 건 곤란해.’
말마따나 사이비 종교로 비밀 집단을 이끄는 칠영웅들이 아르민을 주목하고 등 뒤에서 덤벼오면?
쓸데없이 일이 귀찮아질 우려가 있었다.
– 선두! 결계에 도달했습니다!
두두두두!!
여전히 괴물 옆을 말로 달리면서, 아르민은 고개를 들었다.
엘프 선두가 때 마침 결계에 닿는 것이 보였다.
이로서 결계에 구멍을 뚫어내고, 차분히 갈고리를 타고 올라 안으로 진입하면 상륙작전의 1막이 끝이 난다.
자, 그러니 여기서는 전면적으로 엘프에게 맡기겠다.
그들의 마력친화성이라면, 결계에 구멍 뚫는 것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리라고.
최소한의 믿음이 있었으니까.
그리고.
믿음은 언제나 깨지라고 있는 법이었다.
– 교오오오오오오!!!!!
고래의 포효가 울려 퍼진다.
– 히히힝!!
“무, 무슨 일이야?”
말들이 투레질과 함께 날뛰기 시작하고, 기사단 사이로 혼란이 퍼져 나간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변화의 조짐은 하늘로부터 찾아왔다.
– 다, 단장님! 하, 하늘에······!
누군가의 외침을 듣고, 모두가 허공으로 시선을 돌린 바로 그 순간.
화르륵.
하늘을 시뻘겋게 뒤덮은 거대한 화구(火球)들이 마치 소나기처럼 쏟아져 내리는 모습이 두 눈에 박혀들었으니.
“야이, 씨발.”
****
콰앙! 콰아아앙!
– 끄아아악!
폭음과 비명이 난무한다.
말 그대로 일제포격.
아마 고래가 등을 떨면서 쏘아진 것으로 짐작된 불덩어리의 위력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했다.
‘······짐승의 본능이라, 간과했군.’
아르민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처음부터 고려를 해뒀어야 할지도 모른다.
‘놈은 이성이 없이 본능만 남은 괴물이다.’
그건 앞서 적랑 기사단이 고래를 유인하는 것으로 증명된 ‘가설’이다.
본능대로 움직이고, 위험을 피하려 들고, 끼니에 맞추듯 마력을 포식한다.
확실히 그건 놈의 본능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반대로 우리는 잘 알고 있지 않느냐고.
아무리 짐승이 본능만이 남았다 하여도, 거기에는 분명.
‘생명이 경각에 달했을 때 발동되는 부류의 본능도 있다는 걸 말이지.’
아마도 이 공격은 그러한 것의 일환일 터.
‘놈의 발악이 이걸로 끝나리란 보장은 없어. 지금은 진열을 이탈해, 고래에게 붙는다.’
더는 잠자코 진열을 유지해줄 생각 따윈 없다.
눈에 띌 거라고? 그게 걱정된다고?
다 헛짓거리였다.
작전 자체가 수포로 돌아가면, 어차피 무의미한 것을.
게다가 아르민의 ‘가정’이 사실이라면, 앞으로 더욱 가혹한 일이 벌어지게 될 터였다.
그러니 그 전에 먼저 접촉해서, 내 손으로 해결해버린다.
“······후우, 그냥 처음부터 직접 할 걸.”
후회는 짧게.
아르민은 입가를 비틀고, 말의 목덜미에 손을 대었다.
마력을 집중한다.
우선은 말의 신경계에 마력을 쏟아 부어, 신경의 전달 속도를 부스트.
단숨에 오버클럭 시킨다.
근육으로 전달되는 산소의 양을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 히히힝!
말이 깜짝 놀랄 정도로 대지를 박차는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흔히 말하는 신체강화 마법.
그걸 통해 아르민의 말이 빠르게 치고 나갔다.
– 머, 멈춰!
– 이탈하지 마라!
– 당황하지 말고 붙어라! 진열을 유지해라!
그런 걱정이 연이어 들려오는가 하면.
– 저 새끼가 혼자! 야! 쫓아!
아까부터 아르민을 주시하고 있던 요르한 외 적랑 기사단까지도 따라 붙는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르민은 말 근처로 내달렸고.
조금 뒤, 그것이 정답이라는 게 밝혀졌다.
다름이 아니라.
– 고오오오오오오오!!
뱃속 깊은 곳까지 떨리게 하며, 심장조차 움켜쥘 듯한 낮은 포효.
마치 뱃고동을 연상시키는 이 묵직한 포효가 무얼 의미하는지,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단번에 깨달았다.
슈와아아아악!
마력이 사라진다.
고래가 마력을 빨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 어, 어째서?!
– 다음 ‘포식’ 시간까지는 아직 4시간이나 더 남았다고!
‘멍청한 놈들.’
이건 본능이다.
6시간에 한 번씩 포식하는 것이 단순히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본능이었다면.
놈은 위기의 순간에, 자신의 외적을 물리치기 위해 또 다시 저런 짓을 할 수 있다고.
가정을 해놨어야만 했다.
– 꺄아아아악!
그건 누구의 비명이었을까.
괴물이 다시 마력을 먹어치우기 시작한 순간, 이 일대는 당연히도 순식간에 마력이 텅 비어버렸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마력의 진공.
정령의 가호, 마력이 붙드는 힘조차 사라진 엘프들이 고래의 옆에 붙어 있기란 요원한 일이었다.
– 엘프들이 떨어진다! 꽉 잡아!
– 아, 안 돼! 그레이시아 님!
바로 그때, 아르민의 눈에 밟히는 것이 있었다.
마력을 이용해 달라붙어 있던 것도 허망하게, 순식간에 찾아든 마력의 진공으로 인해, 저 고래의 바깥으로 튕겨져 나가는 신형.
게다가 그 신형을 향해 무자비하게도 고래가 쏘아낸 불덩어리가 덮쳐든다.
튕겨나간 자가 누구인지 아르민이 ‘알아 챈’ 순간.
‘속성 부여 바람.’
이미 아르민은 말 등 위에서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마력 부스트, 방향은 상승, 위치는 고정, 이미지는 포탄, 부스트 위치는 총 네 군데.‘
오른손을 들어 고작 1초도 안 되는 시간에 이루어진 마법은 총 여섯 개의 특성을 부여한 헥사 마법.
그것뿐만이 아니다.
이 긴급한 순간에, 자신에게 주목을 하는 이는 별로 없다.
그렇다면 그 맹점을 찔러.
‘헥사-더블 액션, 광학위장.’
왼손을 흔들어, 최소한의 안전망을 위해, 자신의 육을 마력으로 가린다.
직후 아르민은.
‘발사.’
터-엉.
부드럽게 말의 등을 발로 찼다.
그 순간.
피이이잉!
육체가 포탄처럼 쏘아져 나간다.
이미 그것은 하늘을 날기 위한 비행 따위가 아니었다.
하늘을 향해 떨어지는 ‘추락’에 가까울 정도로.
아르민은 어마어마한 가속도로 쏘아져.
‘빵.’
날아드는 불덩어리를 손가락으로 가리켜, 마력을 이용해 폭발시킨다.
콰아앙!
폭연이 자욱이 끼며, 아르민을 가려준다.
동시에 쿠웅 하고, 아르민은 허공에서 그레이시아를 붙잡는데 성공했다.
“아······.”
아직 정신이 없는 것인지, 떨리는 눈동자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그레이시아를 향해.
“꽉 잡아, 여기서부터는 전력으로 간다.”
빙글, 몸을 돌린 아르민은 그대로 고래의 등을 향해 시선을 고정시킨 뒤.
타앙.
마력을 이용해 만든 발판을 딛고서, 온힘을 다해 결계가 기다리고 있는 그곳을 향해 발판을 박찼다.
콰앙!
쏘아진다.
“위, 위험······!”
그레이시아가 무어라 말하려고 했지만.
“무슨 소리야.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냐?”
아르민은 피식 웃었다.
결계까지의 거리는 앞으로 100여미터.
그것은 이어 50미터. 나아가 30. 20. 10미터에 다달아.
코앞까지 이르렀으니.
‘보인다.’
그리고 느껴진다.
손 끝에서 느껴진 결계의 감촉을 확인하고서.
“깨져라.”
결계의 해킹과 박살까지 걸린 시간은 0.1초 남짓.
너무나도 쉽게 결계를 박살낸 채로.
콰아아앙!!!
아르민은 고래의 등 위로 올라섰다.
****
상륙작전 완료······라는 성취감은 없다.
– 고오오오오오오!!!!
고래의 등 뒤에 펼쳐진 성의 벽돌길.
아르민이 내려선 자리를 주위로 마치 크레이터가 만들어진 것처럼 움푹 파헤쳐진 자국이 생겨났으니.
그 여파일까.
고래가 울부짖고 있었지만, 이미 그건 아르민의 신경 밖이었다.
지금은 오로지.
쿠웅. 쿠웅, 쿠웅!
기다렸다는 듯이 성의 안쪽 뜰에서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는 ‘골렘’들을 직시한 채로.
“······결계를 뚫고 들어온 다음엔 경비원이란 거냐.”
이거 참.
“환영인사가 거칠구만.”
여전히 그레이시아를 품에 안은 채로, 아르민은 실소를 머금고는 손가락을 튕겼다.
따악.
< 제53장 – 북방을 거니는 고래 (2) > 끝
ⓒ 뫄뫄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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