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is stronger RAW novel - Chapter (106)
내 마법이 더 쎈데-106화(106/203)
< 제54장 – 분열의 의미 (1) >
돌로 된 몸체가 박살나고 분진이 일 듯 모래가 흩날린다.
따악.
손가락을 한 번 튕길 때마다, 검지와 엄지가 향하는 방향으로 피어나는 폭연.
‘최소 영역 지정, 속성은 화염, 특성은 폭발과 응축.’
과한 화력을 동원할 필요도 없다.
한 번에 하나.
정확히 핀 포인트로 노려댄 쿼드 액션의 마법이 작렬할 때마다 아르민을 덮쳐들려던 골렘이 차례대로 박살이 났다.
– ·········!!
그그그긍!
그럼에도 멈추지 않고 소리 없는 괴성을 내지르며 달려드는 골렘들.
박살난 숫자는 이미 10의 숫자를 넘지만, 그 뒤를 따르는 골렘 병정은 20의 숫자를 가볍게 능가한다.
‘착실하군.’
그야 놈들은 골렘이다.
철저히 침입자를 격퇴하기 위해 준비된 암석으로 만들어진 가디언들에겐 생명으로서의 위기감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살기 위해 몸부림치며 본능을 발휘하던 것이 지금 아르민이 딛고 있는 고래의 본질이건만.
그 위를 지키는 놈들은 인공지능 병사들이라니.
‘······근데 생김새가 왠지 낯이 익단 말이지.’
과거 중국의 위대한 황제라던 진시황의 무덤.
진시황릉을 지키기 위해 동원되었던 토석병정들을 병마용갱이라고 부르던가.
마치 병마용을 연상시키는 모양새에서, 어딘지 모르게 데자뷔를 느낀 아르민이었다.
나는 이 놈들을 알고 있다. 어디선가 싸워본 적이 있다는 실감.
손에 잡힐 듯 말 듯 간질거리는 감각.
조금만 더 집중하면 정체를 알아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콰아앙!
그때 이십에 이르는 병마용들이 일제히 아르민을 향해 달려들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부딪치며 돌조각이 튀더라도, 그조차도 무시하고 이루어진 육탄돌격은 기세부터가 남달랐으니.
‘공격 방법이 바뀌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놈들은 그래도 달려드는 와중에 서로를 조심하고, 어떻게든 차륜전으로 아르민의 체력을 소모시키려고 들었다.
허나 그런 방법이 통하지 않는 걸 확인하자마자, 곧바로 공격체계를 바꾼 것이다.
그것도 일시에, 일사불란하게.
‘이건 개체의 판단이 아니야.’
독립된 개체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건, 보다 상위에서 놈들을 컨트롤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소리일 터.
뭐, 좋다.
“나도 마침 하나하나 상대해주는 건 귀찮아지던 참이고.”
달려든 골렘들은 동시에.
“아, 아르민 님······!”
아르민의 품안에 안겨 있는 그레이시아의 비명과도 같은 목소리를 뒤로한 채.
콰아앙!
그 육신을 향해 수십에 이르는 돌주먹을 처박았다.
순간 ‘침입자를 배제하는데 성공했다.’고 판단했는지, 놈들의 움직임이 일시에 정지했다.
하지만.
키이이잉!!
– ·········?!
소리 없이 울려 퍼지는 괴성.
놈들의 머릿속에 박혀 있는 코어를 통해 전달되는 시각 정보는 현 상황에 대해 ‘이해할 수 없음’이라는 결과를 도출한다.
상대는 피륙으로 이루어진 인간이다.
암석에 짓이겨질 정도로 약한 내구도를 가진 것이 인간이거늘.
“막혔······어?”
그레이시아는 코앞에서 1cm도 전진하지 못하고 멈춰 있는 돌주먹을 보고는 옅은 신음을 내뱉었으니.
돌주먹과 피륙 사이에는 단 한 장.
새빨간 색으로 물든 마력의 막이 둘러쳐져 있었다.
– 방호의 룬 : 강화계
마법 공격일지라도 아르민에게 있어선 하품이 나올 지언데.
아무런 마법적 처치도 되지 않는 물리 공격에 이르러선, 놈들의 공격은 현대 마법사에겐 단순한 발버둥에 지나지 않는다.
켈트 문화권의 룬 마술을 이용해 만들어낸 방어 마법은 모든 공격을 차단했다.
아르민이 얌전히 놈들의 돌진을 맞아준 이유.
“딱 알맞게 모여 줬군.”
아르민을 둘러싸고 모여든 이십 수의 골렘.
딱 좋다. 하나하나 상대해주기 귀찮아진 참이다.
일부러 놈들의 공격을 품으로 끌어당긴 채로, 아르민은 손뼉을 마주쳤다.
“영역 지정. 속성은 바람. 특성은 칼날.”
모티브는 동양 문화에서 용의 승천이라고 일컬어지는 자연현상의 모방.
그 이름.
“용오름.”
쿠콰콰콰콰!
아르민의 주변으로 석벽을 파헤치고 솟아오른 바람의 칼날은 온통 주변을 헤집으며 골렘들을 난도질했다.
돌이 부서지고, 파편이 튀고, 끝내 잘게 박살이 나며 주변으로는 모래먼지만이 휘날릴 뿐.
“무, 슨·········.”
단지 바람의 칼날 따위가 돌을 갈아버린다는 그 심플한 현상 앞에서 그레이시아는 채 말을 잇지 못했지만.
“이제야 좀 깔끔하군.”
아르민은 피식 웃었다.
****
깜짝 놀란 얼굴로 아르민을 바라보던 그레이시아는, “핫.” 하는 말을 흘리며 뒤늦게 아르민에게 고개를 숙였다.
“구,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응? 아, 그거.”
골렘과 한바탕 싸우기 전에, 아르민은 마력이 사라진 직후. 정령에게서 떨어진 그레이시아를 낚아채 단숨에 여기까지 쳐들어왔더랬다.
“뭐, 그 상황에서 어이없이 죽어버리면 내가 곤란해졌을 뿐이야.”
이번 일은 미네르바의 정치적 입지를 다질 기회이기도 하고, 여기서 활약을 해두면 차후 자신의 영향력 또한 커질 것이다.
여러모로 노림수가 있기에 구해준 것일 뿐이니, 이상한 착각은 할 필요 없었다.
“그렇, 습니까?”
그레이시아의 표정이 어떻게 변하건, 아르민은 문득 느껴진 기척에 자신이 뚫고 나온 결계 쪽을 바라보았다.
“생각보다 유능한 놈들이 많았던 모양이야.”
“예?”
그레이시아 또한 고개를 돌린 그곳엔, 때 마침 아르민이 뚫은 구멍을 통해 몇 명의 기사단들이 이곳에 도착하는 모습이 보였다.
숫자는 약 열명 남짓.
그 중에서는 과연 실력에 자신이 있다는 건지.
“허억. 허억. 뒤질 뻔 했네·········.”
여기까지 올라오는 동안 제법 고생을 했는지, 요르한을 비롯한 적랑 기사단원이 보이는가 하면.
“그, 그레이시아 님! 괜찮으신가요!”
서둘러 아르민쪽으로 달려오는 엘프도 몇 명 보였다.
그때.
“너 이 새끼, 아까 대체 무슨 수를·········.”
요르한이 아르민을 노려보며 무언가 중얼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지껄이는 말을 듣자하니.
‘뛰어오를 때, 날 보고 있었던 거겠지.’
광학 위장 마법을 펼치고, 자신의 기척을 숨겼다고 해도 상급 기사는 그걸 알아챈 모양이다.
뭐, 놈이 아르민의 진짜 실력을 알았다 해도 딱히 문제될 건 없었다.
당장에.
“왜 그래? 요르한?”
“저 새끼가 이 결계를 뚫은 거라고!”
“백금 기사단의 애송이가? 너 오늘따라 많이 아픈 거 아니냐?”
“낄낄낄. 몸살기가 있었으면 처음부터 작전에서 빠지지 그랬냐.”
“진짜라니까! 개새끼들아!”
“엘프들이 간신히 뚫은 거겠지. 아니면, 넌 뚫을 수 있냐? 너도 못하는 걸 저 새끼가 했다고?”
“그건······!”
‘역시 쉽게 믿을만한 이야기는 아니지.’
인간이란 애당초 눈앞에서 본 것도 못믿는 족속들이다.
요르한도 처음엔 씩씩거리다가, 동료들이 연신 떠드는 말에 스스로도 확신이 되지 않았는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혼란스러워하기 시작했다.
어쨌거나.
쿠우웅!
“아.”
갑자기 시작된 진동에, 등 위에 도착한 인원들은 모두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그그그긍!
“결계가······.”
닫히고 있었다.
구멍 뚫린 결계가 복구되고, 반투명한 막이 새로이 만들어진 것이다.
마력에 민감한 자들은 발아래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마력의 진동을 감지할 수 있었다.
“먹어치운 마력으로 결계를 수복한 거네요.”
그레이시아의 말대로다.
사전에 아르민이 예상한 대로, 이 고래는 단순히 마력을 먹어치우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걸 이용해 무언가를 ‘하고’ 있다.
“이제 어쩌죠······?”
그레이시아가 던진 질문.
아르민은 묵묵히 고래 위에 세워진 고성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걸어 다니는 고래 위로 웅장이 뻗어 있는 첨탑.
그곳에서 고고히 위용을 자랑하는 성이라니.
물어볼 것도 없다.
“여기까지 왔으니, 문을 두드려봐야지.”
****
아르민이 먼저 걸음을 떼자.
잠시 고민하던 일행들은 결국 아르민의 뒤를 따랐다.
“꽤 낡은 건물이네요.”
“그래. 웃기지도 않는 농담이지.”
“······네?”
그레이시아는 무슨 뜻인지 이해가 안 간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따지고 보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고래가 북방의 영토에서 발견된 건 지금으로부터 2년 반 전.
그 전에 반년 정도 소문으로 돌던 걸 고려한다면 실제로 신물이 출현한 시기는 3년 전이라는 소리가 된다.
그래.
‘건물 자체가 3년 이상이 되었을 리가 없어.’
벽면을 만진 순간 지금이라도 풍화되어 먼지가 묻어나올 것 같지만.
이 전부가 가짜란 소리다.
다만.
‘역시 풍경이 익숙해.’
계속해서 그런 생각을 되새김질하며 나아가는 도중.
“대표님, 정말로 이 괴물을 멈출 방법이 있을까요?”
엘프 중 하나가 조심스럽게 그레이시아에게 그리 물어왔다.
더구나 질문은 그것 뿐만이 아니라.
“그보다 정말 이게 신물인지 뭔지하는 게 맞아? 올라오기 전에만 해도 몇이나 죽어 나자빠졌을지 짐작도 안 가는데?”
비아냥거리는 적랑 기사단원의 말처럼.
고래가 몸을 떨어내며 보여준 불덩어리는 수많은 피해를 끼쳤을 터였다.
신물(神物).
신령스러운 물건이라는 말에는 어울리지 않는 사고가 분명했다.
“저도······ 모르겠어요.”
그레이시아는 입술을 깨물었다.
“대단하신 엘프 님도 잘 모른다 이거지.”
“말조심 하십시오. 그레이시아 님은 고귀하신 하이엘프 핏줄의······!”
“그딴 건 됐고, 덕분에 내 동료가 몇이나 죽었는 줄 알아? 대장부터가 머리가 돈 게 분명해. 이게 대체 뭐라고 2년이나 넘게 설원에서 처박혀서 결국 이런 꼬라지가 돼야 했던 거냐고!”
감정이 과열된다.
그럴 만도 했다.
이 자리에 모인 이들의 첫 번째 목표는 고래의 정체를 판별하는 것.
그리고 가능하다면 신물을 우리의 손으로 제어할 수 있는지.
하다못해 정지시킬 수라도 있는지를 파악하는 일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제법 큰 피해가 나와버렸다.
이래서야.
‘앞으로 더욱 이 신물을 누가 손에 쥐느냐로 다툼이 벌어질 게 뻔하지.’
그래봤자 아르민에겐 신경 밖의 일이긴 했지만.
분위기가 점점 더 험악해지는 가운데.
“아, 저거.”
누군가의 목소리를 따라 바라본 곳.
거기엔 처음으로 방이라고 부를 수 있는 장소가 나타났다.
안으로 들어서자, 콜로세움을 연상시키는 널따란 방이 나왔다.
그 중심에는 기사의 모습을 본뜬 석병 하나가 서 있었다.
“저건 뭐지?”
모두가 가질만한 의문을 품고, 적랑 기사단원이 안으로 들어서자.
쿠우웅······.
얕은 진동이 울리며, 석병이 조용히 몸을 일으키고는 검을 들었다.
“어쭈, 해보자는 거지?”
챠앙.
그렇지 않아도 감정이 과잉된 상태에서, 명확히 ‘적’으로 보이는 석병이 보이자마자.
기사단원은 참지 못하고 칼을 빼어들었다.
“자, 잠깐! 너무 수상하잖습니까!”
“잠깐이고 뭐고, 이런 놈쯤이야 식은 죽 먹기라고!”
엘프 중 누군가가 제지하려고 든 것도 허무하게, 기사단원은 범처럼 달려들어.
스가악!
단칼에 석병을 베어냈다.
검에 어린 푸른빛의 어림을 보아하니.
‘저것도 오러란 능력이겠군.’
검에 입히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절삭력과 파괴력을 더해주는 힘이다.
석병은 허무하리만치 쉬이 쓰러졌다.
“이곳을 지키는 가디언 치고는 너무 약한데?”
기사단원들이 저마다 그리 떠들어댔지만, 그야 여기 오기 전에 진짜배기 가디언들은 아르민이 먼저 쓰러트린 참이다.
오히려.
‘저 놈들은 가디언 같은 게 아니야.’
그보다.
“과연, 그런 거였나.”
“······?”
그레이시아의 의문 섞인 시선은 뒤로 한 채, 아르민은 기억해냈다.
계속해서 아르민의 감각을 간질거리던 기시감의 정체가 무엇인지.
어째서 이곳의 풍경들이 자신에게 낯익은 지를.
방금 저 석병을 목도한 순간, 온전히 떠올려낸 것이다.
“겨우 이정도야?”
요르한이 자신감 넘치는 미소로 지껄였지만.
당연하게도.
‘겨우 이걸로 끝나지 않는다.’
쿠웅!
“엇? 어어?”
바닥이 떨리더니, 그 중심이 갈라지고 두 명의 석병이 위로 기어올라왔다.
“이번엔 둘이야?”
“하. 웃기는구만.”
적랑 기사단원들은 의기양양해했지만.
둘을 베어낸 뒤, 이번엔 넷의 석병이 올라오고.
스가가가각!
쿠웅!
그것조차 베어낸 뒤에 여덟 명의 석병이 올라오기 시작하자, 차츰 그들에게 긴장된 분위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콰과광!
이번에는 엘프까지 합심해 여덟의 석병을 쉽게 쓰러트릴 수 있었지만.
그 뒤엔 열여섯의 석병이 나타났으니.
“이거······. 설마.”
“그럴 리가······.”
아니, 그 설마가 맞았다.
여기는 다름이 아니라.
‘헌터 시절에 공략했던 S급 던전······. <분열의 콜로세움>을 모방한 장소다.’
아르민은 혀로 입술을 축였다.
이 던전의 기믹은 간단하다.
각 방마다 칼, 창, 활 등등의 클래스별 석병이 존재하고, 놈들을 쓰러트릴수록.
그 배가 되는 숫자가 증강되며 침입자를 궁지로 몰아간다.
열 여섯의 검병이 등장한 시점에서 이미 적랑 기사단은 놈들을 쓰러트리는 걸 주저하고 있었다.
당연했다.
이미 놈들의 숫자는 이쪽 일행을 뛰어넘는다.
만약 이걸 쓰러트리더라도 다음에 나오는 숫자가 그 배라면?
“제, 제길 어떡하지!”
여기까지만 보면 그야말로 답도 없는, 강력한 던전이지만.
이미 경험해본 입장에서, 던전을 돌파하는 수는 진즉 알아차리고 있었다.
“석병을 열 다섯만 파괴하고, 통로를 달려 다음 방으로 도망친다.”
“뭐? 무슨 헛소리를······?”
요르한이 당연하다는 듯 반발했지만, 아르민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감정으로 싸울 때가 아니다.
“보다시피 던전의 기믹은 간단해. 쓰러트리면 그 배수의 적이 나타난다. 하지만 보다시피 새로이 적이 나타나는 트리거는 마지막 개체를 파괴했을 때야.”
“······어?”
순간 일행의 시선이 아르민에게 미친다.
그래. 이건 과거에 헌터였던 시절, 강재민과 함께 던전을 공략하던 자들이 수많은 피를 흘린 끝에 간신히 눈치를 챈 던전의 공략 방법이다.
기믹을 알고, 트리거를 파악하면.
거기서부터 공략의 단서는 제시되기 마련이다.
“저 건너편에 통로가 보이잖아. 아마도 다음 방에선 좀 더 강력한 석병이 기다리고 있을 테지. 던전의 구조를 생각한다면 놈들도 쓰러트릴 때마다 배로 증가할게 분명해.”
그렇다면 해결 방법은 간단하다.
“쓰러트리지 않고 숫자를 유지시킨 채, 끝방으로 향한다.”
그럼 뭐가 됐든 그 끄트머리에서.
“던전을 멈출 방법이 기다리고 있을 테지.”
던전은 그 코어를 무너트리먼 작동을 멈춘다.
이건 헌터 세계 뿐만 아니라, 이 세상에서도 상식으로 통용되는 이야기였다.
모두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정말로 아르민이 제시한 방법이 먹힐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마음엔 안 들지만, 해보는 수밖에.”
“정령으로 길을 열겠어요······!”
목숨의 위기에 앞서, 아까까지만 해도 으르렁거리던 적랑 기사단원들과 엘프는 합심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날아오른 바람의 정령이 주인의 명을 받아 돌풍을 일으켜 길을 열면.
“기억해라! 단 한 놈만 남겨둔다!”
“하압!”
그 사이를 푸른빛이 어린 검날이 파고 들었으니.
그렇게 그들은 던전을 돌파하기 시작했다.
다만·········.
그들이 서둘러 돌파하며 나아가는 모습을 본 아르민은, 일행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몸을 돌려 입구로 걸어 나갔다.
던전의 본질을 알고 있기에 택할 수 있는 선택.
이거 참.
‘깜찍한 장난이로군.’
****
던전의 입구.
그곳엔 일행이 들어오며 미처 발견하지 못한 비밀문이 존재했다.
통로 앞에 선 아르민은 마력을 일으켜, 자신이 기억하던 위치의 벽면을 건드렸다.
그러자.
그그그긍.
떨림이 전해지며, 그 너머로 숨겨져 있던 통로가 나타났다.
“······그때는 간신히 공략 방법을 깨닫고 던전 끝까지 통과했지만. 결국 우리는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지.”
이유는 간단했다.
던전에 처음부터 장난질이 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통로 너머로는 지하로 향하는 계단이 펼쳐져 있었다.
저벅저벅.
암흑의 무저갱으로 이어지는 것만 같은 계단을 지나.
마침내 아르민이 도달한 방.
우우웅.
그 중심에는 새까만 흑요석을 연상시키는 코어가 빛을 내뿜고 있었다.
두근. 두근.
고동치는 심장처럼, 맥동하는 모양새를 보면.
문외한이라 할지라도 한눈에 저것이 이 고래를 움직이는 ‘핵’이라는 걸 깨달을 수가 있다.
아르민은 핵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 순간.
키이이이잉!!!
날카로운 이명과 함께 아르민의 눈앞에 익숙한 자가 등장했다.
금발에 아리땁고 고혹적인 외모를 지닌 미녀.
“분열의 콜로세움을 모방한 시점에서, 이런 멍청한 장난을 누가 쳤을까.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네놈이었나.”
아르민의 말대로.
[그야 우리의 추억이 어린 던전이잖아? 기왕이면 센스 있는 장난이라고 해주지 않을래?]과거 아르민과 함께 S급 던전을 공략했던 과거를 가진 자.
그리고 동시에 아르민의 손에 의해 이 세계에서 퇴거된 자.
아르카디아의 환영이 다시금 눈앞에 나타났다.
****
< 제54장 – 분열의 의미 (1) > 끝
ⓒ 뫄뫄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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