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is stronger RAW novel - Chapter (107)
내 마법이 더 쎈데-107화(107/203)
< 제54장 – 분열의 의미 (2) >
갑작스럽게 등장한 그녀의 이름은 아르카디아.
– 어째서 그녀가 여기에?
라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인간이 만들었다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고래의 위용.
나아가 <분열의 콜로세움>까지 맞닥뜨린 시점에서 최소 신격을 아우르는 힘이 개입했으리라고는 이미 예상한 바다.
하지만 그 대상자가 하필 아르카디아라니.
뭣보다 그녀가 ‘추억’이니 뭐니 하고 떠든 이야기가 신경에 거슬렸다.
“추억이라고? 퍽이나. 그게 추억이었다면, 3년 전에 널 진흙바닥에 쳐 박은 것도 내게는 각별한 추억이라 할 수 있다만.”
[너무 그렇게 쌀쌀 맞게 대하지 말아주겠어? 그래도 분열의 콜로세움을 함께 극복했던 건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추억인 건 사실이잖아?]놈은 귀가 간지러워지는 존댓말 대신, 과거 제이크와 같은 반말로 지껄여대기 시작했다.
‘······우리가 함께 공유하고 있는 추억, 인가.’
과거 강재민이라는 이름으로 아르민이 헌터로서 활약했던 시절.
아르민은 제이크를 비롯해, 수십의 헌터들과 함께 남아메리카 동부에 등장한 S급 던전 <분열의 콜로세움>을 정복하기 위해 파견되어, 공략에 성공한 바 있다.
그때의 S급 헌터들은 순수했다.
순수하게 인류를 지키고, 지구의 영역을 게이트 너머의 괴물들로부터 되찾자는 사명을 가지고 움직이던 시절이었다.
아르카디아의 말처럼, 적어도 그때까지 만큼은·········.
강재민과 제이크는 동료였다.
아니, 자질구레한 과거회상 따윈 아무래도 좋다.
하필이면 이 타이밍에 놈이 다시금 아르민의 눈앞에 나타난 이유.
설마.
‘부활했다는 건가?’
이것이 혹시 부활의 징조라거나, 혹여 자신이 모르던 물밑에서 진행되는 음모의 결과인가? 싶은 의심도 잠시.
‘······아니, 달라.’
아르민은 눈치 챘다.
부활이라는 말을 갖다 대려는 것 치고는 아르카디아에게서 느껴지는 힘이 너무나도 미약했다.
신격의 파편도, 마력의 편린도, 나아가 존재감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이래서야 마치 빛을 받아 일렁이는 그림자 같군.’
실제로 아르민의 추측을 긍정하듯, 아르카디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여기 있다는 건, 나는 이미 이 세상에 없다는 뜻이겠네.]이미 자신의 죽음을 짐작한 듯한 모양새에서, 아르민은 그녀의 정체를 대강 눈치 깠다.
“즉 너는 아르카디아의 편린에 불과하단 뜻인가?”
그림자란 빛이 있어야만 생기는 것.
요컨대 눈앞의 그녀는 본체가 사라진 뒤에 작동하도록 만들어진 AI 비슷한 무언가다.
[역시 강재민이야. 하나를 가르쳐주면 말해주지 않은 여덟, 아홉까지 캐내고는 의기양양해하지.]반대로 아르민에게 비아냥거림을 보내온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인정했다.
[맞아, 여기 있는 나는 단순한 아르카디아의 편린. 내 자신을 모방하고 있는 찌꺼기에 불과해. 혹시라도 내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자취를 감추게 되면 대신 움직이도록 프로그래밍 되어있지.]때문에 아르카디아는 놀란 얼굴로 말했다.
[······정말로 그런 일이 발생할 줄은 예상 못했지만 말이야. 이것도 전부 당신이 벌인 일이겠지.]언터쳐블 메이지.
현대 마법의 아버지라고 불린 당신이 날 쓰러트린 거구나. 라는 작은 확신.
“······.”
아르민은 부정하지 않았다.
단지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뭐, 상관없겠지. 네놈이 아르카디아가 남겨놓은 편린이라고 치자. 그럼 찌꺼기에 불과한 놈이 무슨 연유로 다시 나타난 거지?”
놈의 미련인가?
아니면 경고하기 위함인가?
놈이 앞으로 입에 담을 말에 따라, 아르민의 마법이 어디를 향할지가 정해질 터.
으르렁거리는 아르민을 두고, 아르카디아는 곧바로 대답하는 대신 문득 말을 곱씹듯 음미했다.
“······답할 생각 따윈 없다, 이건가?”
[아니, 그런 게 아니야. 그냥 뭐든 아는 척 하기를 좋아하던 당신이 내게 질문이라는 걸 하다니, 새삼 신기한 일이라고 생각해서 말이야.]그리 말하는 아르카디아는 제법 즐거워하는 기색이었다.
[당신이라면 이 웅장한 고래가 뭔지 충분히 눈치 챘겠지?]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아르민의 시선이 그녀를 꿰뚫어 코어를 향한다.
‘그레이시아는 고래가 예언이 점지해준 신물이라고 했고, 더구나 여기서 아르카디아까지 나타났다.’
이래서야 고래의 정체를 깨닫지 못하는 쪽이 병신 같은 일이다.
“이 고래가 모노리스의 파편이란 소리겠지.”
후배 민세희가 했던 말.
3년 전에 일곱 개로 갈라져 사라졌다는 빛무리의 정체.
3년 전 북방의 영토에서 발견된 고래의 존재까지.
그렇다면, 이라고 중얼거리며 아르민은 코어를 향해 손을 뻗었다.
[어머? 어쩌려고?]“이것이 모노리스의 파편이라면, 부술 뿐이다.”
마계에 있을 적부터, 아르민은 맹세했다.
모노리스니 뭐니 하는 물건 덕분에, 바알과 얽히고 귀찮은 꼴을 당했던 입장이지 않은가.
대륙으로 돌아왔더니, 거기서도 모노리스를 운운하고 있으니 진절머리가 나던 참이다.
그러니 부순다.
박살내서 더는 기능하지 못하도록 만들 생각이었다.
모노리스가 부서진다면.
“너 말고 다른 칠영웅들도 조금은 잠잠해질 테니까.”
물론 어째서 아르카디아가 모노리스를 동료에게 주는 대신, 직접 쪼개어 일곱 개로 나눠버렸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긴 했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부서질 거라면, 그 이후의 이야기는 필요 없을 터.
키이잉.
마력이 모여든다.
당장이라도 쏘아질 듯 넘실거리는 마력의 군무를 바라보던 아르카디아는.
[당신이 부숴봤자 소용없어. 이 고래를 부순다고 해도, 결국 식탐(食貪)의 파편은 어디선가 또 다시 모습을 드러낼 테니까.]“······뭐?”
아르민이 인상을 찡그렸다.
****
[호오라······. 내가 만들어낸 육체의 리미트를 풀고 새로운 육체를 구성한 건가. 굉장해. 당신이라는 남자는 거기까지 해낼 수 있는 거구나.]뒤늦게, 아르카디아가 아르민의 탄탄한 육체를 보며 감탄을 터트리는 목소리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아르민은 아미를 찌푸렸다.
“이 놈을 부숴봤자 탐식의 파편이 다시 나타날 거라니, 무슨 소리지?”
[말 그대로야. 내가 구축한 시스템은 단지 부수는 걸로 끝나지 않아. 부수면 다시 어디선가 또 나타날 뿐이야. 신격을 손에 넣게 해주는 물건이 그렇게 쉽게 부서지면 이야기가 되질 않잖아? 그러도록 프로그램을 짜둔 거지.]이건 또 무슨 헛소리란 말인가.
그때 아르카디아가 먼저 선수를 쳤다.
[그보다 당신은 뭔가 착각하고 있는 모양이네.]“······착각이라니?”
[확실히 모노리스가 등장하고, 신격을 손에 넣는 방법을 알아내고, 우리 칠영웅은······. 뭐, 당신을 빼고 말하는 거지만. 여기까지 도달하는데 성공했어. 하지만 그게 꼭 칠영웅들이 하하호호 모두 사이가 좋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은 아니야.]오히려 반대라고, 그녀는 말했다.
[우리들은 서로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인 관계거든. 나는 그들에게 모노리스를 넘겨주고 싶지 않았어. 그래서 각종 안전장치를 만들어뒀지.]요컨대.
[만약에 만약, 정말로 1억만 분의 1의 확률조차도 능가하는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만약 내가 죽고 없어지게 된다면, 모노리스는 조각으로 나뉘어, 대륙으로 퍼져나가도록 설계해뒀어. 일종의 안전장치인 셈이지.]즉 모노리스의 파편이 쪼개져서 흩어진 것도, 고래의 모습으로 나타난 것도 전부 그녀의 안배란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 말은 꼭······.
“······꼭 모노리스를 다른 영웅들에게 넘겨주고 싶지 않다는 말로 들리는데.”
아르카디아는 기쁜 얼굴로 박수를 쳤다.
마치 TV 퀴즈쇼의 MC라도 된 것처럼.
[후후, 정답이야.]멈칫, 아르민의 몸이 움직임을 멈춘다.
확실히······. 그건 생각지도 못해본 관점이었다.
놈들은 모노리스의 다음 장으로 향하기 위해, 서로 협력하던 관계가 아니었나?
그걸 위해 지구 전체를 제물로 바쳐, 초월자의 영역에 이른 쓰레기 새끼들이지 않았는가?
그건 아르민도 잘 알고 있었다.
제이크는 미국 대표, 아르민은 대한민국을 대표했던 것처럼.
칠영웅이란 자들은 인류를 위한다는 명목 아래에 각자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면도 있었다.
물론 아르민 자신은 전부 쌩까긴 했지만.
[하지만 그런 국가라는 울타리가 사라진 다음엔? 남은 건 우리들 자신을 위한 욕구뿐이었어. 모노리스를 접하고, 다음 장의 존재를 알게 된 이상. 우리는 누구라도 가슴에 한 가지 열망을 가지게 된 거야.]– 모노리스의 다음 장으로 넘어가고 싶다.
지금의 반쪽자리 신격에서 벗어나, 더욱 강대하고 초월적인 힘을 손에 넣고 싶다······고.
[물론 반발한 자도 있었지.]불의 신, 아르카스.
헬레나의 이야기다.
[여기까지 와서 더욱 큰 힘을 탐하는 것에 실망하고 숨어버린 자도 있었어.]그건······. 그 고지식한 노인네, 베네딕트에 대한 이야기인걸까?
‘칠영웅이 온전한 동료관계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건, 처음부터 의심하고 있긴 했다.’
정황들이 보였던 탓이다.
하지만 정말로 ‘처음부터 파탄 나 있을 뿐이었던 관계’라는 말을, 직접 당사자 입으로 들으니 아르민은 쓴웃음이 흘러넘쳤다.
“어째서 싸운 거지?”
[그야 싸울 수밖에 없지.]그 이유.
[모노리스를 통해 다음 장에 이를 수 있는 건. 딱 한 명밖에 없으니까.]아르카디아의 얼굴은 극상의 미소로 물들어 있었다.
****
어둠을 그림자가 거닌다.
스으윽.
– 교오오오오!!
고래의 울부짖음을 들으면서도, 안으로 스며들어, 보다 안으로, 안으로 들어서는 그림자.
그림자는 고래의 다리 위로 올라타, 단단하게 벽을 이루는 결계의 외피에 도착했다.
그곳에 당도한 그림자는.
쇄애액!
쩌저적!
너무나도 쉽게 결계를 찢고는 고래의 등 위로 올라설 수 있었다.
소리조차 먹어치우는 짙은 어둠을 품고, 그림자는 고래 위에 세워진 고성으로 향했다.
쉬이이익! 챠아앙!
키이이잉!
– 모두 물러나! 페이스를 배분하고, 교대로 적과 싸우는 거야!
– 제길 이 와중에 낙오한 놈은? 그 새끼는 어디로 간 거야!
– 집중해! 요르한! 검을 든 놈이 온다!
카아앙!
고성 안에서는 아직까지도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열 명 남짓한 인원들이 지친 기색으로 석병들과 치열하게 싸움을 반복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들은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다음 방. 그래, 다음 방에만 도착하면 이 지긋지긋한 전투를 끝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끝이 보이지 않기에 막연히 가질 수 있는 실낱 같은 희망만을 붙든 채.
– 아르민 님······!
정령 마법을 일으키며, 영웅의 이름을 부르짖는 그레이시아 또한 있었지만.
[············.]그림자는 저 너머에서 벌어지는 혈투 따윈 신경 쓰지 않고, 복도를 스스슥 움직였다.
그리고 이내.
[······.]그림자는 비밀 방의 문을 발견했다.
아르민이 통과한, 바로 그것이었다.
****
“······인원 제한이라고?”
웃기지도 않는 이야기였다.
모두가 협력해서 신에 가까운 자리까지 올랐건만. 그 다음 입장문의 제한 인원이 딱 한 명뿐이라니.
과연 그래서······.
[네 생각대로야. 내가 선수를 쳤지. 모노리스를 관리하던 게 나였거든.]지구에 있을 적부터 리더를 자처하던 제이크였다.
더구나 다른 이들을 끌어들여, 신격이라는 힘까지 쥐는데 앞장 선 것이 그였던 만큼.
[놀랍게도 다들 순순히 내가 모노리스를 관리하는데 고개를 끄덕여줬어. 모두 다 같이 사이좋게 다음 장으로 향하자는 거짓말을 철썩 같이 믿고선 말이야.]아르카디아는 마치 노래를 하는 것 같은 말투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들을 믿을 수 없었어. 갑자기 마음이 바뀌어서 모노리스를 노리려고 들지도 모르잖아?]그래서 그녀는 안전장치를 만들었다고 한다.
설사 자신에게 위협이 가해질지라도, 추후 다른 이가 모노리스를 취하지 못하도록.
그래서······.
[추후 힘을 가진 자가 나를 농락하지 못하도록, 아예 모노리스를 쪼개서 부숴버리는 계획을 짠 거지.]그렇게 아르카디아는 모노리스를 일곱 개의 파편으로 조각내었다고 한다.
모티브는 간단하다.
[칠죄종(七罪宗). 교만, 질투, 분노, 나태, 탐욕, 식탐, 색욕. 총 일곱 개의 파편을 만들어, 대륙에 흩뿌리는 거야. 하나만 있어서는 소용없어. 일곱 개를 전부 손에 넣어야만 모노리스는 완성될 거야.]“겉멋이 잔뜩 들었구만.”
칠죄종이라니, 판타지 소설의 단골손님이지 않느냐고.
각각의 신물들은, 그 이름에 걸맞은 성능마저도 지니고 있는 것인가.
아르민은 불현 듯 궁금해졌다.
[멋지지? 이 고래는 식탐의 파편. 모든 마나를 먹어치우는 놈이야. 제법 잘 만들었다고 생각해. 참고로 이 시스템은 세계를 이루는 근본 구조와 맞닿아 있어. 여기서 식탐을 쓰러트려도, 어디선가 다시 식탐은 나타나게 돼.]처음부터 이 세계는 그런 식으로 만들어져 있다.
드래곤이 인공지능의 제어를 받아 세계를 수호하고, 식탐 같은 모노리스의 편린은.
[끊임없이 마나를 먹어치우며, 시스템에 마나를 공급하지. 음, 내가 만들었지만 정말 잘 만든 시스템이지 않아?]모든 준비는 그런 식으로 착착 진행되었다고 한다.
[당신이 나타나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야.]“이거 영광이군.”
그렇지만, 단지 고래를 쓰러트리는 것만으로 모노리스의 파편을 부술 수 없다는 이야기에, 아르민은 잠시 고민했다.
그럼 대체 자신은 뭘 어째야 한단 말인가?
게다가 여기서 한 가지 더, 아르민은 의문이 생겼다.
“······하나 궁금한 게 있다. 너희들은 이미 그놈의 신격에 한없이 가까운 힘을 손에 넣었으면서, 어째서 그토록 모노리스의 다음 장에 집착하는 거지?”
어차피 힘에 불과하지 않느냐고.
신에 가까운 존재가 되었으면 됐지, 그 이상 무엇이 더 필요하단 말인가.
아르민으로선 이해되지 않았기에 던진 질문이었지만.
[············.]아르카디아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잠깐 동안 흐르는 정적.
차분히 입을 오물거리며 말을 정리하고, 이어 입가에 고혹적인 미소를 띤 그녀는 답을 돌려주었다.
[모노리스의 다음 장·········. ‘신화’에 이르는 힘은 단순한 ‘힘’으로 끝나지 않기 때문이야.]****
예를 들어.
[강재민, 만약 당신이 지금으로부터 천 년 전의 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떻게 할래?]“·········뭐?”
너무 뜬금없는 이야기라 반응이 늦어졌다.
아르민의 굼뜬 대답에는 개의치 않고서, 아르카디아는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당신을 예로 들자면, 당신은 대한민국의 연구실 출신이었지 아마? 이대로 그때 당시로 돌아가서, 평범하게 연구를 하는 인생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찌 하겠냐. 이 말이야. 참고로 그 세상에서는 게이트도 뭣도 없어. 괴물이 나타날 일도, 당신이 S급 헌터라는 이유로 국가가 등을 떠밀 일도 없는 세상인 거지.]원래의 세계선에서 분열된······.
가지치기 된 세계.
그 너무나도 달콤한 이야기에.
“무슨 말도 안 되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가능하다면?]사람들은 꿈꾼다.
[칠영웅들은 말이야, 정말 거나한 목적을 가지고 모노리스의 다음 장을 노리는 게 아니야.]게이트도 뭣도 없는 세상을 창조하고, 평범한 인생을 살던 때로 돌아가, 아침에 일어나 아버지와 어머니와 평범하게 아침 식사를 하고, 뉴스를 보고 어제 있었던 일로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눈다.
– 후회(後悔).
그것만이 아니다.
[다음엔 ‘다녀오겠습니다.’라는 인사를 말하며, 회사로 향하는 거야. 회사엔 아는 사람도 많겠지. 귀찮게 구는 상사, 짜증나게 하는 후배, 하지만 동시에 나랑 썸을 타는 옆자리의 이성 동료가 어떻게든 말을 붙여보려고 할지도 몰라.]아주 평범하고 단순하고, 정말로 아무것도 아닌 인생.
만약 그때로 되돌아가고 싶다면?
– 갈망(渴望)
실제로 그들은 지구를 제물로 바쳐, 모노리스라는 강대한 힘을 이용해 아 자리까지 올라온 쓰레기들이었다.
그 뿐이랴.
자신의 힘을 이용해, 대륙의 인간을 커스터마이징 하여. 제물로 바치고, 모노리스 다음 장으로 나아가기 위한 ‘음모’를 꾸미고 있지 않느냐고, 아르민은 판단했다.
하지만 아르카디아는 고개를 저었다.
만약이라고.
그것만이 아니라고.
만약 그들이 꿈꾸는 갈망의 근원에.
[모노리스 다음 장을 통해, 우리가 꿈꾸는 ‘평온’에 닿을 수 있다면, 당신은 여전히 그들을 비난할 수 있겠어?]“·········.”
아르민의 얼굴은 무표정해졌다.
– 신화를 완성하면, 세계를 되돌릴 수 있다.
만약 1천 년 전의 현실로 되돌아갈 수 있다면.
모든 걸 원점으로 되돌려, 내가 바라는 세계를 진정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면.
[강재민, 괴물이 존재하지 않는 평범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 앞에서,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거지?]아르카디아의 눈동자는 올곧게 아르민을 바라보고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휘이익!
등 뒤에서 덮쳐든 그림자가 있었다.
활짝 펼쳐진 그림자 안에서 시퍼렇게 번뜩이는 날카로운 단도.
“······.”
아르민은 숨 쉬듯 자연스러운 태도로 몸을 돌려, 덮쳐오는 그림자를 향해.
따악!
손가락을 튕겼다.
< 제54장 – 분열의 의미 (2) > 끝
ⓒ 뫄뫄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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