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is stronger RAW novel - Chapter (108)
내 마법이 더 쎈데-108화(108/203)
< 제54장 – 분열의 의미 (3) >
콰아앙!
폭발이 인다.
하지만 마나 센스를 자극하는 신경 신호가 외친다. ‘습격자’는 쓰러지지 않았다.
자욱이 일어난 폭연을 뚫고, 기다렸다는 듯이 쏘아지는 흑청색의 칼날.
마치 그림자가 쭈욱 늘어난 것처럼 쏘아진 그것은 날카로운 예기를 품고 있는 단도 한 자루였다.
그걸 보고만 있을 아르민이 아니다.
‘방호 전개. 자력 구성. 물성 제어.’
왼손의 손목에 스냅을 주고, 오른손으로 손가락을 튕기며, 한 걸음 발을 내딛는다.
한 번에 이루어진 세 가지 액션은 이윽고 하나의 결과로 압축된다.
키이이잉!
연달아 전개한 마법 특성에 붙들려, 놈의 단도가 아르민의 코앞에서 덜컥 멈춰 섰다.
강제로 놈의 단도에 자력을 부여하고, 동시에 이쪽이 전개한 마력자성으로 단도의 움직임을 멈춘 것이다.
[······!!]단도를 쥔 손이 부르르 떨리지만,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고 보면 쿠로카게(黑影), 그 자식은 마력을 베는 일만큼은 누구보다 능숙했었지.”
과거 헌터 시절.
닌자(忍者)라고 불리고, 야유당하면서도 묵묵히 수리검을 휘두르던 녀석이 있다.
일본 출신의 헌터.
본명인 모리오카란 이름보다도 그림자를 타고 넘나드는 저 특유의 스킬 덕에, 검은 그림자라는 뜻의 쿠로카게라는 이명으로 곧잘 불리던 침묵의 암살자.
지금도 저렇게 눈을 제외한 전신을, 검은색 일색의 복장으로 감싼 모습을 하고 등장한 것이, 과거 아르민과 함께 칠영웅이라는 이름으로 활약하던 바로 그 S급 헌터의 모습 그대로였다.
놈이 가진 가장 큰 특기는.
– 마력을 벤다.
라는 특성이다.
때문에 마력을 직접적으로 투사하기보단, 물성을 제어하는 것으로 놈을 제압했다.
다만.
‘······뭔가 이상해.’
검은 그림자에서 튀어나온 쿠로카게는 어째선지 단도를 잡고 낑낑거리며 움직이지를 못했다.
그 모습이 아르민이 알던 쿠로카게 모리오카와는 너무나도 달랐다.
‘느껴지는 기운은 모리오카가 맞아.’
살을 에는 마력의 기척.
과격하게 풍겨오는 피 냄새가 아르민이 알던 쿠로카게와 판박이지만.
······아니다. 뭔가 다르다.
아르민이 알고 있는 쿠로카게라면 진즉 아르민의 제압에서 탈출하고 제2의, 제3의 공격을 펼쳐왔을 것이다.
맞닥뜨리는 것만으로도 아르민은 죽음의 냄새를 맡았을 테지.
헌데 지금의 놈은 어째선지 달랐다.
단적으로 말해, 어딘가가 ‘어설펐다.’
[푸흐흣.]무엇이 그리도 재미있는 건지, 아르카디아의 환영이 웃음을 터트린다.
채 의문을 해소하기도 전에.
“일단은 제압 먼저.”
오랜만의 재회를 축하할 겨를도 없이, 아르민이 쿠로카게에게 다가가려고 하자.
툭. 휘익!
놈은 선선히 단도를 포기하고 뒤로 훌쩍 물러났다.
그리고는 조용히 아르민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가볍게 이 육체를 제압하는 그 마법은 필시······. 현대 마법. 허나 네놈은 아르카디아와의 결전에서 죽었다고 들었다.]현대 마법을 알고 있고, 아르민의 정체를 꿰뚫어보고 있다.
역시나 놈은 쿠로카게가 맞았다.
“그러는 넌 모리오카지? 여긴 무슨 일이냐? 간만에 동료끼리 재회라도 하고 싶었냐?”
칠영웅의 재등장이다.
신격에 이른 아르카디아가 얼마나 강했는지를 생각해보면, 놈에겐 자연히 어느 정도 긴장감이 들어야 마땅하겠지만.
어째선지 아르민은 놈에게선 그 어떤 위기감도 느낄 수가 없었다.
위화감.
아르민의 마음속에서 슬그머니 의문이 고개를 치켜들 때 쯤.
[문답무용(問答無用). 모노리스의 파편은 이 몸이 받아가마.]타앙!
놈은 자리를 박차며 이 방의 중심, 고래의 코어가 있는 곳으로 손을 뻗었다.
그러나 아르민이 한발 짝 빨랐다.
타탓.
쿠로카게의 앞으로 내달리며, 상대를 향해 아르민은 검지를 겨눴다.
‘쿠로카게를 무력화 시키려면·········.’
아르민이 알고 있는 닌자란 족속들은 그 어떤 상황, 어느 위기에서도 칼을 휘두를 수 있는 인고의 수련을 거친 괴물들이다.
단순히 팔 다리를 제압한 정도로는 끝나지 않는다.
철저하게 그 심장의 움직임마저, 한 번의 호흡마저 뜻대로 할 수 없도록 제압해야 간신히 멈출 수 있을 터.
그러니 손속에 사정을 두지는 않는다.
‘탄환 생성, 장전, 발사.’
타앙!
검지에서 쏘아지는 탄환은 정확히 쿠로카게의 심장을 꿰뚫었으니.
물리적인 공격이 아닌, 상대의 영체를 제압하기 위한 마법적 공격이었다.
이거라면 아마 30분 정도, 놈의 움직임을 막을 수 있다고.
그리 생각한 아르민이었지만.
[끄, 으·········.]쿠웅!
결과는 전혀 다르게 나왔다.
데미지를 이겨내지 못한 놈이 그대로 바닥에 쓰러진 것이다.
“뭐?”
아르민은 인상을 찡그렸다.
그가 알고 있는 쿠로카게는 고작 이런 공격에 쓰러질 잔챙이가 아니다.
그러나.
푸슈우욱!
쓰러진 쿠로카게의 신체로부터 검은색 연기가 무럭무럭 피어나기 시작했다.
연기가 전부 가신 뒤.
“······금발?”
검은색 복면과 새까만 복장이 자취를 감추고, 그곳에 나타난 건 일본인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금발의 중년 남자였다.
이해할 수 없는 현상에 아르민이 멈칫하는 사이.
[암살교단(暗殺敎團)의 단원이야. 타카마가하라. 그 치가 만들어낸 재미있는 장난감이지.]재미있다는 듯이 말하는 아르카디아의 목소리가 아르민의 귓가에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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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을 얻은 자들은 함부로 지상으로 내려올 수 없어.]아르카디아는 말했다.
신좌에 오른 자가 가진 힘은 막강하다.
그것을 아무런 완충제나 백업 없이 지상으로 가지고 내려오는 건 불가능하다고.
[보다 높은 신격을 가질수록, 지상에 내려오게 되면 그 여파가 미칠 테니까.]대지가 갈라지고 폭풍이 몰아치는 자연재해 정도라면 그나마 다행이다.
경우에 따라선 하루아침에 왕국이 멸망하는 일도 가능하다.
실제로 과거 수백년 전에는 그런 식으로 국가 하나가 신을 불러내려다가 멸망한 경우도 없지는 않다고 그녀는 말한 것이다.
그만큼.
때문에 이 세계에는 신격을 강림시키기 위한 여러 장치들이 존재했다.
“화신의 소환 같은 거로군.”
[맞아. 그런 방법도 있지.]아르민은 눈을 감았다.
언제였더라.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일레인스 영지에서 벌어졌던 화신 소환 사건.
다만 그때 아르민이 느꼈던 화신의 조각은 헬레나의 기운 같은 게 아니었다.
어쩌면 그건 헬레나가 아닌······. 다른 신을 소환하는 방법론이었던 게 아닐까?
실제로.
[신들은 저마다 지상에 강림시키기 위한 방법론을 구사하고 있어. 나는 모노리스를 통해 아네솔레라는 ‘아바타’를 만들어낼 수 있었지.]그건 모노리스를 가지고 있는 그녀만의 특권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다른 자들은 다르다.
[특정한 종족에게 신탁의 형식으로 개입하는 녀석이 있는가 하면, 아예 마물들에게 신앙을 맡기는 자도 있어. 타카마가하라······. 쿠로카게의 방법은 암살교단을 통해, 자기 자신의 아바타를 만드는 방법이야.]암살교단이라는 이름으로 대륙을 잠식한 종교가 있다고 한다.
그들이 모시는 신 타카마가하라(高天原)를 위해, 자기 자신의 육체를 바치는 자들이 있는 광신도 집단.
각종 약물과 마법을 이용해, 자기 자신들이 직접 ‘신의 자식’이 된다는 방법론을 통해 신앙을 실현하는 그들은.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르게 되면, 각자가 타카마가하라가 내리는 축복을 받아 아바타 그 자체가 돼. 즉 간이 쿠로카게가 될 수 있다는 거지.]“놀랍군.”
편린이라고는 하나 신의 힘을 그 육에 받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외형은 물론, 힘까지도 쿠로카게의 흉내를 낼 수 있게 된다.
뭐, 실제로 발휘할 수 있는 힘은 원본의 수 백 분의 일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미 그 수준만으로도 어지간한 능력자, 괴물은 쓰러트릴 수 있을 정도의 힘이다.
[듣기로는 닌자가 되기 위한 수행을 어느 정도 변형한 거라고 하던가? 그 왜, 닌자들은 하는 행동이 전부 똑같잖아?]과연, 인(忍)의 길을 걸어온 쿠로카게이기에 가능했던 방법론일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방금 전의 일을 통해, 쿠로카게 또한 모노리스의 파편을 노린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것은 다른 신좌들도 마찬가지일 터.
“대륙에 흩어진 파편은 여기 있는 핵을 포함해 총 일곱 개란 말이지.”
교만, 질투, 분노, 나태, 탐욕, 식탐, 색욕을 포함한 그 이름.
칠죄종.
[후후, 각자의 편린은 내가 고안한 가디언들이 지키고 있어. 아마 얻으려면 꽤 고생 좀 해야 할 걸?]이번 경우엔 식탐의 편린을 걸어 다니는 고래가 지키고 있는 것처럼.
다른 편린 또한 마찬가지.
이걸 전부 얻게 된 자는 모노리스의 다음 장으로 나아갈 자격을 갖게 된다.
바알과 부딪치게 되면서 알게 된 모노리스의 목적은 하나.
새로운 신화를 자아내는 것.
아르민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아르카디아를 쏘아보았다.
“아르카디아, 네놈이 이룩하려던 신화는 무엇이었지?”
그 말에 아르카디아는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설마 거기까지 알고 있는 거냐는 반문, 의문, 그리고 의혹이 담긴 시선이었지만.
[그래, 당신이라면 알고 있어도 이상하지는 않지.]라며, 무언가를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순순히 자신의 목적을 밝히었다.
[제국에 의한 대륙일통. 나아가 대륙 전체를 내 신앙으로 묶어, 유일한 창조주가 되고자 했어.]이 세계에서 신앙이란 신의 힘이 되어준다.
설사, 그것이 아무리 내 손으로 만들어낸 ‘가짜’라고 할지라도, 그 가짜의 숫자가 수십억을 넘어가면 우습게 볼 수 없는 진짜배기 ‘신화’가 되는 거라고 그녀는 말했다.
[물론 내 앞에 있는 누구누구 덕분에 실패했지만 말이야.]그런 건 아르민이 알바가 아니었다.
단지.
“그럼 다른 놈들도 너와 마찬가지로 각자 신화가 되기 위해 행동을 취할 거란 말이로군.”
[맞아. 나야 나를 찬미하는 신앙을 통해 신화가 되려고 했지만, 꼭 그런 방법만을 취하진 않겠지. 누구는 자신을 찬양하는 종족 전체를 통해 꾀를 내려고 하고, 또 누구는 대륙에 존재하는 수십억의 인간을 전부 죽이는 것으로 신화가 되고 싶어 할지도 몰라.]예로부터 이런 말이 있다.
한 명을 죽이면 살인자.
열 명을 죽이면 학살자가 되지만.
천 명을 죽이면 영웅이 된다고 하던가.
만약 그것이 억 단위가 되면 어떨까.
그쯤 되면, 이미 그건 말로 설명하는 것조차 무의미한 진정한 ‘신화’의 영역에 이를지도 모른다.
‘결국 이놈이고 저놈이고 모노리스의 파편을 전부 모으면, 그놈의 신화 만들기를 한다는 소리다.’
신좌에 앉아 있는 놈들은, 자신을 빛내줄 ‘신화’를 꿈꾸고 있다.
그리고.
[앞서 말했다시피, 그 목적은 게이트가 없던 세계를 꿈꾸기 때문이지. 어때. 당신은 그걸 막을 이유나 책임감이 있어?]아르카디아는 속삭였다.
[어차피 누구든지 신화를 이루고 과거로 돌아가게 된다면, 우리는 평화로운 세계를 손에 넣는 거야. 아쉬울 건 없잖아?]– 게이트가 없던 세계를 만들고 싶다.
아무런 희생이 벌어지지 않은 세계.
모노리스의 다음 장에 이르러, 공간, 시간, 역사, 개념을 초월해 세계를 주무를 수 있게 되면.
우리는 그러한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
칠영웅으로서 희생을 자처한 우리들에겐 나쁠 것이 없는 말이다.
“그것만을 위해, 지구를 제물로 바쳤다는 거냐?”
[그래. 오로지 잃어버린 것을 되찾기 위해서 그런 거야.]아르카디아의 눈동자는 흔들림 없이 올곧았다.
그러고 보면······.
게이트가 범람하던 세계에선, 제아무리 칠영웅이라고 해도 희생하고, 잃어버린 것들이 존재했다.
헬레나에겐, 영국의 신민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제이크에게도 그런 것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내 행동은 나쁘지 않았어. 나는 그걸 방해하는 네가 이해되지 않아.]아르카디아는 진실로 의아하다는 듯이, 자신에겐 아무런 잘못도 없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숭고한 목적을 위해 살아온 지금까지의 천 년.
그것만을 위해.
‘이 세계의 인간들은 디자인하고, 처음부터 그 육체에 ’한계‘를 설정하고, ’잘못된 마법‘을 부여한 것도 그걸 위해서······란 거지.’
아르카디아가 만들어낸 이 세계는 어디까지나 목적을 이루기 위한 모형정원이라고.
대체 이게 무엇이 잘못이냐고 되묻는 뻔뻔한 얼굴을 보고 나서야.
“하.”
아르민은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터트렸다.
“역시 너랑 나는 안 맞아.”
제이크일 때도 그랬지만, 아르카디아일 때는 더 그렇다.
“미리 한 가지 물으마. 너와 다른 신좌에 앉아있는 놈들이 어떤 방식으로 아바타를 만들고, 이 지상에 개입하려고 하는지. 그 방법을 알고 있나?”
남은 건 중국의 샤오메이와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그리고 이탈리아의 베네딕트가 있을 것이다.
쿠로카게 모리오카처럼, 다른 칠영웅들 또한 움직이고 있다면 그들 또한 자신만의 방법으로 움직이고 있을 터.
아르카디아에게 그걸 묻자.
[후후······. 내가 말해줄 것 같아?]뭐, 그럴 줄 알았다.
스가악.
아르민은 마력을 일으켰다.
오른손에 맺힌 마력은 검의 형상이 되어, 단칼에 아르카디아의 환영을 베어냈다.
[역시 가차없네.]천천히 소멸해가면서도, 미소 띤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아르카디아를 향해 아르민은 일갈했다.
“세계를 되돌리려고 하는 너희들을 비난할 수 있냐고? 우문(愚問)이다.”
그래. 모든 걸 바로 잡기 위해 힘을 갈구했다니. 미담이라고 말하고 싶은 거냐?
그야말로 헛소리다.
아르민이 보아온 이 세계는 어떠했나.
“이 세계도 나에게는 현실이야.”
아르민 일레인스로 다시 태어나 알게 된 삶의 의미.
여길 단순히 모형정원으로 취급하는 건, 초월자의 힘을 가진 놈이 느끼는 ‘착각’에 불과하다.
“여기에서도 사람은 살아가고 있다.”
죽을 뻔했던 동생이 살아 돌아와, 끝내 미소 지으며 동생을 보듬는 자매를 본적이 있다.
조부가 죽은 것에 슬퍼하면서도. 의연히 떨쳐 일어난 처녀를 알고 있다.
동족이 죽어간 것에 분노했던 자들을.
자신을 구해준 것에 기뻐하는 이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결국 네놈의 헛소리는 자기만족일 뿐이다.”
그들이 지나온 슬픔은 거짓이 아니다.
그들이 딛고 극복해온 아픔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목숨의 무게는 없던 것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과거로 돌아가, 진정으로 평화를 이룩하고 싶다고?
“엿이나 처먹으라고 그래라.”
그것은 게이트 세계에서 힘차게 살아온 자들을.
특히나 그 안에서 희생을 결정하고 살아온 자들을.
무엇보다, 150년이라는 시간을 희생하여 내 곁에 와준 후배를 조롱하는 말일 뿐이다.
만약 정말로 그런 생각을 하는 자가 있다면.
“내가 먼저 모노리스의 파편을 모아, 그때 가서 먼저 파괴해주마.”
모노리스의 편린은 지금 부숴서는 의미가 없다.
자기가 모르는 곳에 다시 만들어질 뿐이다.
그럼 내가 먼저 선수를 쳐서 전부 모으면 그만이다.
모노리스가 완전해진 순간.
그걸 내 손으로 부순다.
아르민이 천명한 그 목적을 듣고 나서야, 아르카디아는 사라지기 직전.
[그래. 당신이라면 늘 그런 식이지.]어렴풋이 미소 지은 얼굴로, 아르카디아는 그야말로 여신처럼 엄숙한 얼굴이 되어 아르민에게 속삭였다.
[강재민······. 아르민 일레인스. 부디 당신이 여행하는 길 끝에서, 절망을 맞이하기를 창조주의 이름으로 기도해주겠어요.]스아악.
그렇게 아르카디아는 사라졌다.
****
그러나 아직 모든 일이 끝난 건 아니다.
– 교오오오!
아르민은 여전히 맥박을 흘리며, 고동치는 고래의 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것이 바로 탐식의 편린.
아르카디아의 손으로 만들어진 신물이란 물건이다.
그렇다는 건.
“이걸 손에 넣은 뒤에도 아직 여섯 개가 더 남았다······. 이거지.”
아르카디아의 말대로라면 지금 여기서 이걸 파괴해봤자, 그녀가 만들어놓은 시스템에 의해 다른 장소에서 다시 ‘탐식’이 눈을 뜰 뿐이라고 했다.
즉 모든 편린을 손에 넣기 전까진, 모노리스를 파괴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럼 좋다.
앞으로 해야할 일은 하나다.
“모노리스의 파편을 전부 손에 넣고, 완성된 모노리스를 내 손으로 파괴한다.”
그 첫 걸음으로서, 아르민은.
쿠우웅!!
고래의 핵을 취했다.
그 순간.
두우웅!!
고래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북방을 어지럽혔던 괴물이 침묵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아르민은 첫 번째 ‘편린’을 손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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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54장 – 분열의 의미 (3) > 끝
ⓒ 뫄뫄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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