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is stronger RAW novel - Chapter (12)
내 마법이 더 쎈데-12화(12/203)
< 제5장 – 수준이 너무 낮은데? (1) (수정) >
야심한 시각.
고약한 악취가 감도는 마을 뒷골목을 서성이는 이가 있었다.
“어디로 간 거야······. 이자벨······.”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마을 처녀.
이멜다는 동생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며 어둑한 마을을 헤매고 있었다..
벌써 삼일 간, 이멜다는 밤마다 이렇게 한밤중의 마을 어귀를 서성였다.
동생이 사라졌다.
그 사실을 깨달은 건, 지금으로부터 삼일 전.
동생과 같이 수도원에 기도를 드리러 갔을 때였다.
‘여신 아르카디아시여.’
외지인으로서 시작한 타향살이.
원래 아버지는 이곳 출신의 상인이었으나, 상행 도중에 만난 어머니와 사랑에 빠져, 우리들을 낳았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상인의 업일까.
아버지는 어머니와 다른 마을로 상행을 나갔던 도중, 산적들에게 만나 죽임을 당했다.
갑작스레 혼자가 된 이멜다는 동생을 데리고 이 마을로 찾아왔다.
원래 아버지의 고향이었다고 하는 일레인스 마을로.
하지만.
– 외지인이면서 마을에 자리를 잡고 싶다고?
– 웃기는 군. 네 아버지 따위를 누가 안다고 그러냐?
– 크흐흣. 차라리 우리 아들놈이랑 결혼이라도 하는 건 어때? 그러면 받아들여줄 수도 있지.
마을은 기대했던 것과 달랐다.
아버지를 알고 있던 이들은 사라졌고, 남아있는 이들조차도 이멜다와 이자벨을 냉대했다.
오히려 끈적하고 더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기만 할 뿐.
그런 가운데 이멜다가 의지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우리들의 신, 아르카디아 뿐이었다.
하지만 바로 그 여신의 보금자리라던 수도원에서 동생이 사라진 것이다.
“제발! 누가 좀 도와주세요! 제 동생이 사라졌어요······!”
아무리 애타게 불러도, 그 누구도 도움을 주지 않았다.
수도원에 간청해보아도, 마을 사람들에게 부탁해보아도, 경비대를 찾아가더라도.
모두다 한결 같이 ‘타지에서 온 이’에겐 각박하게 대하며 손을 내밀어주지 않았다.
‘······그래, 어쩔 수 없어.’
나는 외지인.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면, 혼자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그때부터 이멜다는 동생을 찾아 마을 주위를 떠돌았다.
이자벨은 괜찮을까?
어디서 다친 건 아닐까?
내가 와주길 바라면서 울고 있는 건 아닐까?
끝없이 반복되는 나쁜 생각을 꾹 삼키면서, 이멜다는 양손을 맞잡고 속으로 기도했다.
“······우리들을 굽어보시는 자애로운 여신 아르카디아시여.”
이 마을로 찾아와 갖은 고생을 했지만, 그 와중에 한 가지 배운 게 있었다.
사람들은 말했다.
신은 우리를 사랑하신다고.
비록 모두가 타향에서 찾아온 우리에게 모질게 굴지만, 신께서만큼은 우리를 사랑하시리라 믿기에.
이멜다는 기도했다.
“부디 이자벨이 무사하기를.”
기도를 하고 나니, 조금이나마 마음이 편해졌다.
더 늦기 전에 동생을 찾자.
그리 마음먹고 고개를 들었을 때.
“······?”
으스스한 냉기가 피부를 파고들었다.
오싹한 시선이 느껴졌다.
그럴 리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싸늘한 한기가 피부를 파고드는 것만 같아 절로 몸을 부르르 떤다.
그리고.
“아······.”
이멜다는 다급히 몸을 틀어 자신의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 신을 믿느냐?
‘그것’이 거기에 있었다.
****
지붕과 지붕을 밟고 뛰며, 아르민은 달빛조차 모습을 감춘 밤을 내달렸다.
흑마법사를 찾는다고 해서, 무작정 마을을 쏘다녀서는 죽도 밥도 안 된다.
때문에 여기서 아르민이 준비한 마법이 바로 ‘탐지 마법’이었다.
‘마력신경을 활성화시킨 뒤······, 쏘아낸다.’
마치 탐지기에서 쏘는 소나(SONAR)처럼.
마력이 내달리자, 그 마력이 닿는 범위의 지형이나 건물 따위가 머릿속에 3D 맵처럼 그려진다.
과거에는 찾아볼 수 없었고.
현대에 들어서야 개념적으로 성립한 이 마법은, 아르민이 평소 즐겨 쓰는 현대 마법이기도 했다.
두-웅.
둔중한 소음과 함께 마나가 퍼져 나간다.
‘이 감각이 좋다니까.’
사지백해에서 뻗어나간 마나가, 그 마력이, 곧 세상 전부를 까뒤집고, 파헤치고, 파악하고, 낱낱이 인식하는 듯한
감각.
특별히 엄청난 발견을 원한 건 아니었다.
언제나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
‘적당히 1시간 정도만 돌아볼까.’
객관적으로도 무언가 의미 있는 발견을 하기 보다는 허탕을 칠 확률이 높다 생각하여, 별 기대 않고 쓴 마법이었으나.
바로 그때였다.
“음?”
예상치 못한 ‘무언가’가 감각에 걸려들었다.
본의 아니게 지저분한 진흙을 매만진 것처럼, 질척거리고 더러운 감각이 피부를 간질였으니.
“······마기(魔氣)로군.”
생각보다도 너무나도 쉽게 발견해버렸지만.
막상 문제는 따로 있었다.
‘마기가 일정한 구역을 빙 둘러 쳐져 있어. 이 형태라면 결계의 일종인 모양인데.’
아르민의 눈빛이 반짝였다.
퍼져나간 마력장(魔力場)이 구석구석 낱낱이 헤집기 시작한다.
그 결계의 형태는 아르민도 처음 보는 특이한 것이었다.
아인 소프 오르에서 유래되는 카발라의 형식도 아니고, 팔진도에서 유래되어 제갈공명이 완성했다던 석병팔진의 개념과도 다르다.
혹여 일본의 슈겐도(修験道)에서 수행자 야마부시(山伏)들이 만들고는 한다는 내외구분의 경계인가 했더니, 또 그것과는 궤를 달리할 뿐.
아르민이 알고 있는 그 어떠한 문화권에도 속하지 않는 구조.
여기서 아르민은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이것이야말로.
‘이 세계의 오리지널(元本) 마법이다.’
아르민은 슬쩍 혀로 입술을 핥았다.
유래는 알 수 없을지언정, 마력신경이 반탄력을 받아 튕겨져 나오는 걸 보면.
‘외부의 침입자를 거절하는 심플한 용도인가? ······아니, 그 뿐만이 아니야. 내부에서 몰아치는 마기를 보면, 들어온 자를 사로잡는 술식도 추가되어있군.’
극히 찰나의 순간에 이루어진 판단.
아무리 오리지널 마법이라고 해도, 그 안에서 움직이는 에너지의 형태로 미루어본다면 용도를 파악하는 것 따윈 식은 죽 먹기인 법.
그렇게 마법을 파헤친 아르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결론을 내렸다.
이거 참.
“만듦새가 조잡해.”
아르민으로선 실소가 흘러나올 만큼 수준이 낮았다.
마법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그 마법의 기반을 이루는 술식의 은폐다.
술식이란 마법의 설계도다.
국방에서조차 자국의 무기 설계도를 은폐하려고 노력하는 마당에, 마법사들의 재산이 되는 마법은 두말 할 것도 없다.
허위 정보, 속임수식(式), 더미 데이터로 술식의 모양새를 꾸미는 건 마법사라면 당연한 상식이다.
헌데.
‘이놈은 전부 드러내고 있어.’
아예 숨길 생각조차 없이.
대놓고 <이 결계는 이러이러한 용도로 매우 위험하오니, 참고하십시오.> 라고 광고하는 꼴이지 않은가.
이 정도 수준의 결계라면, 아마 자신은.
‘3초면 충분하지.’
하품을 한 번 할 시간에 결계를 파훼할 자신이 있었다.
자, 그렇다면 여기서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이대로 부순다.”
아르민은 주저 없이 결계에 손을 뻗었다.
****
싸늘한 한기가 골목길 바닥으로 침잠한다.
로브를 뒤집어 쓴 것 같기도 하고, 어쩌면 아무런 옷도 걸치지 않은 채로 알몸 같기도 한 실루엣이 꿈틀거린다.
그것은 새까만 그림자였다.
이멜다는 저도 모르게 반문했다.
“······네?”
– 신을 믿느냐고 물었다.
“······당신은, 누구죠?”
그림자는 소리 없이 웃기 시작했다.
아니, 진짜 웃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깨를 들썩이기 시작하는 걸 보아, 웃고 있다고 이멜다는 생각했다.
– 삼일 전, 딱 너와 닮은 꼬맹이가 말했지. 자신은 신을 믿는다고. 그래서 내가 무섭지 않다고.
“·········!!!”
이 자다.
이 자는 이자벨에 대해 알고 있다.
이멜다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너무 세게 쥐었는지, 손톱 사이로 방울방울 피가 맺힐 정도였다.
“당신······!”
동생에 대해 알고 있느냐고 묻기 전에, 그림자 너머에서 나타난 ‘그것’을 본 이멜다는 말문이 막혔다.
– 그으어어······!
사방에서 ‘괴물’들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반쯤 녹아 무너진 얼굴과 거의 다 썩어버린 팔다리를 가진 주제에,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놈들.
그제야 이멜다는 깨달았다.
아까부터 골목 여기저기서 난다고 생각했던 악취는 다름 아닌 ‘저것’의 냄새였다는 것을.
– 저년을 잡아라. ‘화인(火印)의 증거’를 잡아, 내게 데려와라.
그림자가 흘린 말에 골목 안으로 점점 더 많은 시체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상했다.
이렇게나 많은 괴물들이 모여들고 있는데도, 주변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한 명 쯤은 소란을 깨닫고 창문을 열어볼 법도 하건만.
“어, 어째서······.”
– 헛된 기대는 하지 말거라. 도움은 오지 않는다. 이 주변에 깔린 그 분의 ‘은총’은 침입자를 막는다.
그림자가 출렁이며 낄낄거리듯 말했다.
이멜다를 향해 몰려든 시체들은, 저마다 악취 나는 팔을 내뻗어 하나 둘 그녀를 붙들기 시작했다.
생각보다도 강한 악력에, 피부에 푸른 멍이 들었다.
“이자벨은, 동생은 어디 있는 거야!”
그림자를 향해 목청껏 소리치지만, 돌아온 건 그저 비릿한 비웃음이었다.
– 싫어도 조만간 알게 될 거다.
점점 더 괴로워지는 고통 속에서 이멜다는 생각했다.
자신은 그저 동생을 찾고 싶었던 것뿐인데.
“······아아, 여신 아르카디아시여.”
– 크흐흐? 여신? 여기까지 와서 신을 찾는다고?
그림자는 그녀를 비웃었다.
– 여신은 네년도, 네년의 여동생도 구해주지 않아. 신이란 그런 존재다. 아무리 간절히 바라도 한낱 피조물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주진 않는 법이지.
증오가 가득 담긴 목소리로 그림자는 노래하듯 말했다.
– 아무리 바라고 바라도 구해주지 않는 신을 증오하고, 또 미워해라. 그것이 너와 나를 위한 양분이 된다.
마침내 이멜다는 시체들에게 파묻혔다.
팔 다리가 뜯어질 것만 같은 고통.
그녀는 눈을 감고, 마음속으로 바랐다.
‘이자벨······.’
부디 다시 한 번 동생을 만날 수 있기를.
다시금 그 웃는 얼굴을 볼 수 있기를.
고통에 절여진 채로, 이멜다의 의식이 희미해질 때 쯔음.
파직.
무언가가 깨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 윽?! 뭣이?! 결계가 무너졌다고······?!
당황하는 목소리.
그리고.
화르르륵.
하늘에서 불꽃이 피어올랐다.
****
고작 1초.
결계에 금이 갔다.
파직!
이어 그 틈새로 보인 풍경에 아르민이 휘파람을 불었다.
장소는 골목길.
거기서 낯익은 여성을 두고 정체불명의 괴물들이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 보인 것이다.
“어? 구울인가?”
전신에서 꿀럭꿀럭 시체 특유의 사기(邪氣)가 흘러내리는 걸 보니 의심할 여지도 없이 100% 언데드다.
더구나 놈들에게 가느다란 마력선이 연결되어있는 걸 보아하니.
‘시체조종의 마법이로군.’
저건 이지가 없는 시체들을 조종하기 위해 심어 놓은 일종의 리모트 안테나다.
원시적이긴 해도, 이 세상에는 지구와 마찬가지로 죽은 시체를 조종하는 마법이 있는 모양이었다.
‘술자는 누구지?’
금방 발견할 수 있었다.
모든 마력선들이 구울 뒤에 서있는 그림자에게 연결되어 있었던 것이다.
꽤나 정직한 방식이었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레벨이 낮다.
‘지구였으면 저 정도로는 명함도 못 내밀지.’
지구에 있을 적에는 겉으로 시체인지, 살아있는 인간인지 구분조차 안 가는 레벨로 만들어낸 정교한 시체폭탄을 가지고.
지구 반대편 아지트에 숨어 미국 본토를 습격한 이슬람 극단주의자 테러리스트 마법사가 있을 정도였다.
거기에 비한다면야, 저런 시체를 움직이는 건 그냥 초심자 레벨이다.
하여간 레벨이 낮다고는 해도, 결국 시체를 조종하는 마법.
좋은 의도로 사용할 마법은 아니었다.
실제로 저 그림자는 지금 구울들을 이용해 여성을 습격할 심산인 듯 했다.
이거 참, 내버려두기도 뭣했다.
‘약초 때는 신세를 졌으니까.’
뭐, 이것도 나름 인연이었다.
다시 2초.
파지직!!
요란한 소리를 내며 깨져나가는 결계를 찢어발기는 동시에, 아르민은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했다.
상대는 시체들의 군단.
수준은 낮다고 해도, 마술적인 의미로는 무시할 수 없는 불사의 군대다.
자, 그럼 여기서 내가 준비해야할 마법은 무엇인가.
‘마법의 속성은 시체에 상극이 되는 <불>, 여기에 종교적 색채를 더해서 <정화(淨化)>라는 기능을 부여한다.’
머릿속에서 검색한 결과.
여기서 최적이라고 판단한 마법은 제3종 마법에서도 정화의 불꽃을 재현하는 기독교계 마술.
거기에 좀 더 위력 보강을 위해 마력을 응축하기 위한 과정을 더한다.
문제는 하나.
지금 내 마력신경 레벨로 구현이 가능할까?
계산 결과.
2%라면 가능하다.
조건이 좋다.
마침 시간은 자정에 가까운 야심한 시각.
전해져 내려오는 고사(古事)에 알맞게 시간도 적당하다.
망설임은 짧고, 결단은 빠르게.
아르민은 시체를 향해 손을 내뻗고는.
“<정교회의 거룩한 불(Holy fire)>”
손가락을 튕겼다.
그리고.
화르르륵!!!
지금 막 여성을 덮치려던 시체의 머리가 불타올랐다.
피를 뿜어내듯 눈과 귀, 코,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백색의 불꽃.
– 그어어어!!
고기 익는 냄새와 끔찍하리만치 기이한 비명이 하모니를 이룬다.
이것이 바로 실례로 1547년의 어느 날. 자정에 예루살렘 성묘교회에서 벌어졌다는 실존 기적에 기반을 둔 마법.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성스러운 불이 일어난다는 기독교의 전승을 재현해낸 <정교회의 거룩한 불>이다.
아직 마력신경의 완성도가 부족해, 한 번의 공격으로 고작 한 마리의 구울만 처리할 수 있을 뿐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임팩트는 충분했다.
구울의 머리통을 날려버리면서 등장한 아르민은 골목에 사뿐히 내려선 뒤.
이멜다를 향해 두 번째가 되는 인사를 던졌다.
“이번에도 그쪽 운이 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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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5장 – 수준이 너무 낮은데? (1) (수정)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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