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is stronger RAW novel - Chapter (120)
내 마법이 더 쎈데-120화(120/203)
< 제59장 – 기적을 내 손에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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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앙!
폭발은 일어났다.
하지만 그 누구도 희생되는 결말은 맞이하지 않는다.
아르민의 손가락이 펼쳐낸 방호 마법은 분명히도 미네르바 황녀를 구해냈지만.
아니, 아니다.
알트바리오의 권능을 막고, 이 상황에서 그 누구보다 앞에 서 있는 남자는.
반쯤 검게 물들어, 말단부터 썩어버린 망령.
전신이 물에 불린 듯 부르트고, 가슴에는 흉한 구멍까지 나 있는······. 송장과도 같은 자지만.
“······지젠, 형···.”
– 지잔······. 나의 동생아. 미안, 정말로······. 미안하다.
놀란 듯 눈을 크게 뜬 동생을 위해.
그 동생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려 한 황녀를 위해.
처음으로 의지를 가지고, 썩어 문드러진 영혼을 가지고 이 자리에 나타났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파스슷.
영혼이 소멸해간다.
방금의 일격을 막은 게 전부였다.
몰락을 향해 달려가는 영혼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해봤자 겨우 여기까지.
“흥, 전부 소멸한 줄 알았는데. 아직까지 그 정도의 이성은 남아있었나. 쓸데없는 힘을 낭비하게 하다니.”
최후가 아주 약간 유예되었을 뿐인 결과.
다시금 놈의 손가락은 황녀를, 지잔을, 아르민을 가리키지만.
바로 그때에 이르러서.
이 모든 광경을 한 눈에 담고서.
“크, 크흐흣.”
아르민은 상황에 어울리지 않게 웃음을 터트렸다.
****
난데없는 아르민의 괴소.
천천히 흘린 나지막한 웃음소리에 이 장소에는 침묵이 감돌았다.
“절망적인 상황에 드디어 미쳐버린 것인가? 강재민?”
알트바리오는 눈살을 찌푸리며 그런 말을 꺼냈다.
그가 보기엔, 너무나도 뜬금없는 행태에 경악의 감정마저 떠오른 셈이지만.
아르민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 미안, 앞서 정정해주는 걸 잊었다만. 내 이름은 강재민 같은 게 아니야.”
자신의 이름이라면 따로 있다.
“아르민 일레인스. 일레인스 백작가의 자랑스러운 셋째이자. 앞서 소개했다시피 거기 있는 황녀의 호위기사다. 잊지 말고 기억해둬라.”
“······이제 와서 그따위 말장난 같은 소리를······” 하고 지껄이는 알트바리오였지만.
정말로.
“나는 딱히 미친 게 아니야. 그냥······. 단지, 그래···. 방금 껄 보고 꽤 걸작이라고 생각했을 뿐이거든.”
알트바리오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인상을 찡그렸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미네르바도 놀란 얼굴로 아르민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째서 뜬금없이 여기에서 그런 말을 하느냐. 싶겠지만.
뭐, 그렇다고 친절하게 의문을 풀어줄 생각 따윈 없었다.
그저.
“난 말이야. 처음부터 저 꼬맹이······. 황녀가 조금 아슬아슬하다고 생각했거든.”
“······?”
미네르바와 처음 만났을 때의 이야기다.
황녀라는 지위에 있는 것치고, 미네르바는 능력은 있을지언정 너무나도 고지식하고 유약하다고만 생각했다.
이대로 있다면 권력투쟁에서 얼마 가지 않아, 다른 강자에게 먹혀버리겠지.
그러니 그 전까지 내가 단련시켜줘야겠다.
그런 생각을 품어오고 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전부 내 착각이었던 모양이야.”
“아르민, 경······?”
미네르바가 고개를 든다.
그 목소리에 힘은 없지만, 아르민은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저 작은 여자아이의 육신은, 밝게 빛나는 고귀한 영혼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그래······. 어쩌면 이번 일에서 나는 처음부터 이런 광경이 보고 싶었던 건지도 몰라.”
솔직히 처음부터 이번 사태에 있어 의문은 있었다.
여기서 아르민 자신과 미네르바가 아무리 열심히 힘을 낸다고 할지라도.
결국 수시간 후에 서부 전역으로 블러드 문이 퍼져 나간다는 비극은 막지 못한다.
– 예정된 미래, 확정된 파멸.
그런 미래가 결정지어진 시점에서, 서부를 통해 흡혈귀의 잔당을 쫓는 것에 얼마나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 든게 사실이었다.
“차라리 이대로 후퇴해서 검성과 합류하고, 황궁으로 돌아가 군대 파견이라도 생각하는 게 더 현실적인 선택이었을지도 몰라.”
분명 그것이 논리적인 선택이었을 테지만.
미네르바 황녀의 고집은 아르민을 이리로 이끌었고, 그 결과.
“나는 악령으로 전락해, 더는 구할 수 없다고 생각한 영혼의 마지막 분투를 보았다.”
신민 하나라도 귀히 여기며 물러서지 않겠다고 선언한 황녀와 형을 구하려고 한 동생과.
악령이 되어서도 여전히 동생을 지켜주겠다는 소망으로 살아있는 고귀한 영혼까지.
이 전부가.
“유쾌하지 않다면, 그건 거짓말이겠지.”
“헛소리를.”
촤라락.
펼친 나태의 서로부터 단숨에 아르민을 향해, 공격 마법이 쏘아졌다.
담겨 있는 마력의 질과 연산 술식으로 미루어보아, 최소 헥사 액션 이상의 현대 마법.
그것이.
콰아아앙!!!
아르민을 집어삼키고 폭발을 일으키지만.
폭연이 거친 뒤에도 아르민은 상처 없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뭣.”
처음으로 놈의 여유 가득한 표정이 뭉개진다.
눈썹이 꿈틀거린다. 이해되지 않는 광경.
아까까지만 해도 아르민 일레인스. 강재민 저 자는 자신의 마법을 피하고 막으려 들려 하지 않았던가.
근데 대체 이건······.
아르민은 혀를 차고는 어깨를 으쓱였다.
“뭘 놀래? 네놈이 했던 걸 그대로 보여주는 거잖아?”
“······무, 슨.”
놈은 이해하지 못한다는 얼굴로 고개를 흔들었다.
그럴 만도 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봐봐, 역시 아는 것과 ‘이해’하는 건 달라.”
그런 점에서 놈은 한없이 현대 마법사에 가까웠을지는 몰랐을지언정.
“네놈은 현대 마법사 같은 게 아니야.”
그러한 일갈과 함께 아르민은 미네르바를 돌아보았다.
“직전에 말했었지. 악령으로 타락한 자를 구할 방법 따윈 없다고.”
당연한 말이다.
이미 사라져버린 소망을 이루어줄 수 있는 방법 따위, 세상에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말이야.
“아무래도 놈의 소망을 착각했던 모양이야.”
아직 녀석이 악령으로서 정신이 붙어있고, 동생을 구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변치 않은 채로.
이 자리에 찌꺼기나마 남아있는 것이라면.
“앞서 했던 말들은 전부 취소하마, 미네르바, 내게 기적을 보여달라고 했었지?”
방금 확인했다.
머릿속에 번뜩 하고 떠오른 만약의 가능성.
바늘구멍과 구멍을 통과해, 심지어 그렇게 통과시킨 실조차 다시 묶어서 두 번, 세 번, 백 번, 천 번을 몇 번이고 통과시켜야할 만큼.
간신히 이룰까 말까한 한 조각의 미약한 가능성이지만.
그럼에도.
“놈의 이성이 남아있다면 아직 길은 있어.”
그러니 그걸 이루기 위해서라도 일단은.
“방해물을 먼저 치워볼까.”
“가소로운 소리를 하다니!”
촤라락.
나태의 서가 펼쳐지고, 공격 마법이 발동된다.
놈은 말했었다. 나태의 서를 통해 아르민의 마법을 해석하고, 역산해, 그 마법을 무위로 돌리는 것이 가능하다고.
놈은 책 한 권을 읽어, 나의 전부를 파악했다고 지랄했지만.
“반대로 현대 마법사들은 싸우면서 가만히 있으리라고 생각했나?”
아르민의 입가가 비틀린 순간.
“!!”
핏.
황급히 고개를 기울이는 알트바리오.
하지만 뒤늦게 파공성이 일며 놈의 뺨으로 생채기가 났다.
“무, ······신물에 의한 가호는 완벽했을······, 터!”
착각하지 말아라.
상대를 분석하고 역산하여, 내 마법이 닿는 자리로 끌어내리는 것은 신물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전장에서 발로 뛰고 분석하는 건, 현대 마법사들이라면 원래 다들하는 일이거든.”
그리고 바로 직전에.
정확히 말하자면 대지진의 진동이 멎은 그 순간.
“이미 네놈이 나태의 서로 사용하는 ‘마법의 구조’는 전부 역산했어. 그러니까 슬슬 보여주마.”
아르민의 손가락이 원을 그리고, 그 발이 앞으로 한 걸음 내밀어질 때야 비로소.
“기적이 이루어지는 순간이란 걸 말이다.”
제2막의 개시다.
****
폭발적으로 휘몰아치는 마력의 격류.
‘우선 한 걸음.’
오른손으로 손가락을 튕기고, 왼손의 검지는 삼각형에서 퍼져나간 사각형을, 오각형, 나아가 프랙탈을 그리며 파워 워드를 암송한다.
“웃, 기지 마라!”
촤르륵, 콰아앙!
알트바리오의 발밑에서 퍼져나간 진동은 이윽고 파도가, 해일이 되어 아르민을 덮쳐든다.
그 중심부를 향해 오른손을 채찍처럼 휘둘러 가리킨 곳.
그곳을 중심으로
쿠과과과과!!!
대지의 파도가 결정으로 바뀌고, 마력의 압력으로 인해 흑연으로 바뀌며 아르민의 마력에 산산이 분쇄된다.
그 뿐만이 아니다.
“어디 이건 견딜 수 있나, 시험해보자고.”
타앙.
손으로 쏘아낸 공기총.
쏘아진 마력은 단순한 바람에서 돌풍, 나아가 폭풍이 되어 마치 한 차례의 다이아몬드 칼날처럼 놈의 육체를 갈아버린다.
“크으윽!”
상처는 입혔다. 하지만 얕다.
마법을 구사한다.
마력으로부터 촉발된 뜨거운 열기가 놈의 살갗을 짓누른다.
“어, 째서냐!”
처음에는 나태의 서로 발동한 마법으로 부딪칠 수 있었다.
두 번째에 맞부딪친 마력의 격돌은 조금이나마 알트바리오가 약간 밀렸따.
세 번째에 발휘된 마법은 놈의 피부에 생채기를 내고.
네 번째에 적중한 마법은 놈의 살갗을 뜯어낸다.
“어째서냐! 전부 보이거늘! 읽고 있거늘! 왜 내 마법이······! 밀린다는 것이냐···!”
분노로 가득찬 고함.
서로 맞수가 가능해보였던 경합은 놈이 마법을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아르민이 마력신경을 불태우면 불태울수록.
점점 더 아르민의 방향으로 기울고 있었다.
방금 전보다 한 걸음 더 빠르게.
약간 전보다 한 걸음 더 강하게.
일순 전보다 한 걸음 더 부드럽게.
찰나 전보다 한 걸음 더 무겁게.
그럴 때마다 알트바리오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보인다. 읽힌다. 대처하고 상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찌하여 저 놈은.
“나태의 서조차 뛰어넘는 게냐!”
별 다른 이유는 없다.
“그게 신물에 의지하고 있을 뿐인 네놈의 한계야.”
처음부터 웃기기 짝이 없는 이야기였지.
숫자의 폭력?
힘없는 민중을 가족으로 만들어 대륙을 집어삼킨다고?
“네놈은 로드 알트바리아의 수단이 잘못되었다고, 너 자신의 방법이 옳다고 지껄여댔지.”
차가운 냉기를 열기가 집어삼키고, 날카로운 바람을 육중한 대지가 씹어부순다.
그것을 두고 태양을 대신한 달이라고 지껄여댔던가?
그렇다면 애당초.
“너는 달이 빛나는 이유를 알고 있나?”
콰앙!
폭연을 뚫고, 아르민이 한 걸음 다가든다.
순간.
움찔!
알트바리오의 걸음이 일순 정지하며, 그 육체가 부르르 떨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홀로 빛날 생각조차 않고, 스스로를 단련하는 것조차 포기한 채로 신물의 힘을 빌릴 뿐인 네놈은. 애당초 처음부터 내 마법을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어.”
무엇보다 놈은 ‘나태’라는 키워드의 의미를 착각했다.
나태함이란 무엇인가.
의무를 져버리고, 마침내 전부를 내팽개칠 뿐인 죄악.
절대 원하는 바를 이룩할 수 없는, 엔딩에 도달할 수 없는 방법론이다.
콰아앙!
한 번을 부딪치면 더욱 빨라지고.
두 번을 부딪치면서 아르민의 마법은 더욱 견고해진다.
‘파훼할 수, 없다고······?!’
이젠 나태의 서로 발동하는 마법으로는 아르민의 마법이 상쇄조차 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뻔했다.
현대의 마법사란 놈들은 어느 순간, 어떤 궁지에서도 방법을 궁구해내는 자들.
그 말은 곧, 어떤 난관에 도착하더라도.
“마법사란 놈들은 1초 전의 난관도 1분 후에는 극복을 해내는 미련한 족속들이거든.”
그러니 홀로 빛나길 포기한 네놈은.
“로드 알트바리아보다도 한심해. 알트바리아조차 뛰어넘지 못하는 놈이 나를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지.”
마지막 한 방이다.
손가락이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며 만들어내는 마력의 흐름.
‘결집, 증폭, 확산, 장악.’
여기에 불꽃, 대지, 바람의 삼중 속성 부여를 통해 아르민이 발휘하는 일곱 가지 부여 마법.
‘헵타 액션(Hepta action).’
그 이름.
“폭풍.”
대기와 대지, 존재를 갈아버리는 날카로운 마력의 바람은.
단숨에 흡혈귀를 찢고, 세계를 갈라버린다.
***
“······후욱!”
알트바리오의 육신은 이제 10분의 1도 남지 않았다.
몰아친 폭풍 속에서 간신히 남은 형체라고는 알트바리오의 얼굴 오른쪽 뿐.
천천히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꼬라지로, 놈은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어······차, 피······. 비극은······ 끝, 나지··· 않는다······.]소멸해가는 그 순간까지도, 놈은 외쳐댔다.
이번 일은 자신의 패배일지언정.
[내······. 승리다······.]그래, 확실히 이대로 있으면 서부 전역이 시체로 전락해버린다는 비극이 벌어지고야 말 테지만.
미안하지만.
“그건 내가 용납할 생각이 없어. 네 하찮은 음모는 여기까지다.”
아르민의 선언에, 놈은 눈을 부릅뜬 채. 생기를 잃고 부스러지기 시작했다.
[로드······. 시여······. 저는······. 틀리지······.]죽는 순간까지도 로드 알트바리아의 이름을 외면서, 흡혈귀가 살아가던 세계를 꿈꾸는 악당은.
파스슷.
형체를 잃고 세상에서 사라졌다.
천천히 아르민은 놈에게 다가가, 그 자리에 유일하게 남겨진 유품인 나태의 서를 집어들었다.
신물을 하나 더 획득했지만, 여기에 별 감흥은 없었다.
무엇보다 아직 해결해야 할 일이 하나, 남아있었으니까.
“끝난······ 건가?”
“그래.”
미네르바 황녀는 아르민의 곁으로 다가와, 알트바리오가 사라진 자리를 내려다보았다.
비극을 초래한 악당의 최후치고는 상당히 허무한 결과였다.
미네르바는 고개를 들어 아르민을 바라보았다.
흔들리는 그녀의 눈동자는 계속해서, 여러 가지를 묻고 싶다는 듯이 이곳저곳을 방황했다.
– 상대가 가지고 있던 나태의 서라는 물건의 의미.
– 아르민의 사용한 마법의 정체.
– 더 나아가 아예 아르민의 정체까지.
의문은 수없이도 많을 테지만.
그 중에서 미네르바가 가장 먼저 꺼내든 의문은 이것이었다.
“결국······. 우리는 블러드 문의 사태를······. 막을 수 없는 겐가?”
악당을 쓰러트려도 상황은 바뀌지 않는다.
그것이 힘 없는 자에게 주어진 현실이자, 당연한 결말이다.
“······거창한 소리를 지껄였어도······ 본녀의 손으로는, 아무것도 구해내지 못하는 겐가?”
비통함을 넘어, 슬피 울기까지 하는 목소리로 물어오는 그녀에게.
“아니, 뭘 청승맞게 떠들고 있냐.”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고, 아르민의 호칭조차 제대로 부르지 못하는 그녀에게 아르민은 약속했다.
“앞에서 말했지, 기적을 보여주겠다고. 방법이 다 있다고.”
그러니 그 자리에서 지켜보고만 있어라.
아르민이 떠올린 아주아주 작은 만약의 가능성.
만약이라는 말을 백 번, 천 번, 만 번을 더해야만 이루어질까 말까한 목표는 딱 하나.
“그게, 무언가?”
묻는 황녀를 향해, 아르민은 피식 웃으며 답했다.
“지금부터 내 손으로 필요한 ‘신화급’ 마법을 창조할 생각이다.”
신이 된 자의 위업을 달성하겠노라고.
< 제59장 – 기적을 내 손에 (2) > 끝
ⓒ 뫄뫄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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