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is stronger RAW novel - Chapter (121)
내 마법이 더 쎈데-121화(121/203)
< 제60장 – 선율이여, 저 너머까지 닿아라 >
“······신화급, 마법?”
미네르바 황녀가 의문을 표하는 것도 당연했다.
그녀가 가진 상식선에서 신화와 마법은 절대로 동일한 위치에 존재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다.
그런데도 아르민이 스스로 ‘신화급 마법을 창조한다.’라는 이야기가 와 닿지 않는 것도 어쩔 수 없을 테지.
그렇다 해도 아르민은 약속했다.
기적을 일으켜주겠다고.
아르민는 눈을 감았다.
떠올리는 건, 과거 자신이 일으켰던 신화급 마법들에 대한 회상이다.
‘애당초 신화급 마법이란 무엇인가.’
각종 신화 요소로부터, 그 신들이 이뤄놓은 위업을 따라하고 내 손으로 구현하는 초거대규모 마법들.
그 효과는 천사의 힘을 빌어, 기름을 부음으로서 특정한 상대를 성인(聖人)으로 만들고.
신의 화살을 흉내 내어 태양을 쏘아 떨어트리고.
불교의 육도윤회를 걸어 신을 지상으로 끌어내리며, 나아가 신이라 자처하는 자를 묵시록의 용이 되어 물어뜯는다.
신화란 그런 것이다.
인간의 힘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기적을 체현하는 것이다.
‘아무리 현대 마법사라고 할지라도, 평생을 들이더라도 신화급 마법 하나를 구현할 수 있을지 없을지부터가 문제라고, 생전에도 다수의 신화급 마법을 구현한 나란 인간 자체가 이레귤러라고 마법사협회는 떠들어댔었지.’
그러나 아르민이 신화급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던 건, 순전히 그의 재능이 뛰어난 것과 동시에.
‘이미 세상에 신화에 대한 요소들이 ’법리(法理)‘로서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요컨대 이런 이야기다.
아르민이 이멜다를 성인으로 봉할 수 있었던 이유.
– 그건 이미 성경 때부터 시성 절차를 통해 성인으로 봉해진 자들이 있어왔기 때문에 가능했다.
아르민이 태양을 쏘아 떨어트리는 것이 가능했던 이유.
– 그건 후예의 신화로서 태양을 쏘아 떨어트린 기적이 세계에 기록되어있었던 덕분이다.
육도윤회의 길을 통해 아르카디아를 지상으로 끌어내릴 수 있었던 이유.
– 그건 불교에서 말하는 육도윤회의 길은 신조차도 벗어날 수 없는 윤회의 흐름이었기 때문이다.
묵시록의 용이 되어 신의 목덜미를 물어뜯을 수 있었던 이유.
– 비록 신화 속으로는 별다른 활약이 없었을지라도, 아르민이 ‘붉은 용’이라는 신화소를 빌려와 직접 구현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신화급 마법에는 그 근원을 이룰 수 있는 ‘법리’가 필요하다.
신화나 역사에서 언급되어왔으며, 만인이 납득할 수 있고, 또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
그러나.
‘지금부터 내가 시도할 마법에 그런 근원이나 법리 같은 건 없다.’
최소한 아르민이 알고 있는 지식 속에, 흡혈귀로 변모하는 다수의 인간을 구원하는 신화 따윈 없었다.
설사 어딘가에는 있을지라도, 그것이 ‘법리’로서 세계에 작용하지 못하리라는 누구보다도 아르민이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였다.
이번 마법의 성공 가능성이 실로 미약하고 만약의 만약의 만약에 이를 정도로 희박하다는 것은.
그래도 포기하지 않는다.
앞서 보여주었던 영혼의 고귀함.
기적을 부르짖는 황녀의 비통한 외침.
거기에 이 모든 광경을 마음에 담아둔 자신의 결심이라면.
우선 한 걸음.
아르민은 거대한 나무가 세워진 폐허 안으로 발을 들이며 손가락을 튕겼다.
****
왼손에는 나태의 서.
오른손에는 탐욕의 핵.
아르카디아가 남긴 이 두 개의 신물이라면, 당장 대규모 술식을 펼치기 위해 필요한 대량의 마력은 충분히 커버할 수 있을 테지.
‘이런 면에서는 아르카디아 놈에게 감사해야할 일이구만.’
물론 더 거슬러 올라가면 작금의 사태를 일으킨 것이 아르카디아이니, 결국 플러스마이너스 제로가 될 뿐인 이야기지만.
‘신화급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건 지젠의 힘이다. 하지만 그냥 불러내봤자 놈은 악령의 끄트머리에 매달려 있는 귀신에 불과해.’
그러니 먼저 그런 지젠을 달래주기 위한 방도가 필요했다.
방법은 멀리 있지 않다.
아르민은 황녀가 보듬고 있는 소년의 모습을 취한 혼령에게 다가갔다.
“······어쩔 생각인가?”
“녀석의 영기를 보충할 거야.”
아르민의 손이 지잔의 뺨을 쓸어 넘길 때.
마력신경에서 촉발된 영기는 천천히 소년에게 흘러들어.
“아······?”
지잔이 눈을 떴다.
“괘, 괜찮나?”
“여긴······. 혀, 형은······?”
미네르바의 호들갑에도 지잔은 곧장 자신의 소중한 가족을 찾았다.
“여긴 없다.”
“그, 그럼······?”
지잔의 눈동자가 떨렸다.
자신이 정신을 잃기 직전, 누구의 목소리를 들었고, 그 과정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었는지 떠올린 것이다.
“······형은, 사라, 진 거야?”
알트바리오의 공격을 통해, 끝내 눈앞에서 사라져버린 형.
역시나 가장 먼저 떠올릴 만한 가능성은 그것일 테지.
미네르바가 아무말도 못하고 아르민을 올려다보는 눈빛에.
아르민은 고개를 저었다.
“네 형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어.”
“저, 정말?! 그러면······!”
“그렇다고 해서 내가 네 형을 구해낼 수 있단 말은 아니다.”
“······!!”
지잔의 눈이 흔들린다.
형의 고통을 여전히 끝내줄 수 없다는 것에 절망감이라도 느끼려는 모양이지만.
“아르민 경, 그건 말이 다르지 않나!”
“나는 진실을 말할 뿐이야. 녀석을 구할 수 있는 건 내가 아니다.”
그래. 폐허에 유폐된 채로 남아있는 청년에게 닿을 수 있는 건 오직 하나.
“지잔, 네 목소리로 형을 불러내라. 네가 직접 형을 구하는 거다.”
“내······가?”
아르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아무리 자신이 개입하려고 해봤자, 가능한 것은 별개 없다.
게다가 신화급 마법을 이루기 위한 조건에, 지잔의 존재는 필수적이다.
“꼼짝없이 나는 네놈의 형이 악령으로 전락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방금 보여준 그 희생정신은 아직 모든 게 끝나지 않았다고 알려주었지.”
마지막의 마지막에 이르러서도 동생의 목소리를 듣고 당연하다는 듯이 나타나, 동생을 지킨 형의 모습.
“내가······. 어떻게 하면 돼?”
“네 형을 불러라. 무대라면 준비해주마.”
쿠웅.
아르민의 발끝에서부터 마력의 파장이 흘러나왔다.
이 일대를 뒤덮는 마력을 즉시 주변을 [영기로 충만한 신전]으로 만들어냈으니.
신기하다는 듯 주변을 둘러보는 미네르바에게 아르민은 말했다.
“강령술(降靈術)의 일종이다. 우리네 식으로 말하자면 이 주변이 ‘귀신이 타나기 쉬운 장소’로 만든 것뿐이지만. 이거라면 지잔의 목소리가 닿을 수 있겠지.”
자, 하고 아르민은 지잔을 바라보았다.
네 형을 부르라는 한 마디.
이제껏 형을 애타게 불러온 소년의 목소리를 닿을 길 없이 스러지기만을 계속해왔다.
때문에 막상 만들어진 무대 위에서도, 지잔은 섣불리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
정말로 닿을 수 있을까?
이전처럼 별다른 소용없이, 목소리가 닿지 못하는 건 아닐까?
그런 여러 가지 생각과 고민, 두려움을 이겨내고서.
“지젠 형!”
외침이 울린 순간.
천천히, 그리고 확실하게.
스스슷······.
지잔의 앞으로 검은 빛으로 물들어 있는 영혼이 형태를 이루었다.
“지젠 형!!”
– 아, 으······.
지잔은 그대로 달려, 지젠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형!”
– ······지잔······? 이게, 대······체.
1년이라는 시간.
나아가 삶과 죽음이라는 개념을 초월해 이루어진 만남.
“이젠 괜찮아! 내가! 다른 사람들이 형을 구해주기 위해 왔으니까!”
– ······나는······. 하지만······.
지잔의 외침에도 지젠은 고개를 흔들었다.
얼굴 위로 떠오르는 질척한 감정은, 이 만남을 기뻐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 나는······. 나 때문에 지잔 네가······. 약을 삼키고······. 결국······.
천천히 떠오르는 과거의 기억.
악령이 되어 무너져 있던 인격이, 기억을 떠올릴수록 점점 더 더러운 오물이 섞이듯 혼탁한 색으로 변해간다.
“형······?”
– 아, 아아······! 나 때문에, 네가······! 지잔!
스스슷.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주변의 잡동사니들이 바람에 이끌리듯 허공에 떠오르기까지 하는 것이.
“악령들이 등장했을 때 발생하는 폴터가이스트 현상인가. 흥미롭군.”
“아, 아르민 경! 그렇게 태평해도 되는 겐가! 이대로 있으면······!”
내버려두면 그야 큰일이 나겠지만.
아르민은 어깨를 으쓱이며 턱짓으로 지잔을 가리켰다.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아니야!”
지잔은 누구보다 큰 목소리로 형을 향해 부정했다.
– 지잔······?
“나는 형 때문에 죽은 게 아니야······! 그러니까 그런 말 하지 마!!”
원인을 따지자면, 이번 비극을 불러낸 건 알트바리오다.
동생을 구하고 싶어, 뼈를 깎는 노력으로 살아온 저 청년이 아니다.
그건 그 누구보다 당사자인 지잔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바람이 멈춘다.
이 자리에 남은 건, 형을 꼭 끌어안고 울고 있는 동생과 움찔거리면서 동생의 등을 쓸어주는 형뿐.
“이제 더는 괴로워할 필요 없어. 나는 괜찮아. 형이 미안해할 필요 따윈 없는 거야.”
– ······지잔······.
해후가 이루어졌다.
끊어졌다고 생각한 관계의 실은 한 번 여기서 단단한 매듭으로 나타난다.
그렇다면 지금이다.
아르민은 지젠에게 다가가 손에 든 나태의 서를 보여주며 물었다.
“네게는 소망이 있었을 테지. 이것을 이용해 이루고자 했던 목적이 있었을 거야.”
그게 뭐냐는 질문.
그의 입장에서는 뜬금없을지도 모르고, 처음 보는 아르민의 질문에 경계심을 가질 만도 했지만.
동생의 등을 몇 번이고 토닥여주면서, 지젠은 이렇게 말했다.
– 소중한 사람들을······. 구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모두를 위해 피아노를 쳤다고.”
–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것···뿐이었으니까요. 책에 적힌 대로, 단지 모두가 무사하기를 바라는 음악을 연주할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멋지게 악당을 물리치는 용사도 아니고.
누군가를 위해 칼을 드는 영웅도 아니며.
오로지 힘없는 민중으로서.
책을 읽어 얻을 수 있는 방법이란 그것 하나뿐이었던 남자.
– 제가 잘못을 저지른 것이겠지요.
때문에 그런 방법만으로는 그 어느 것도 구해낼 수 없었던 그이지만.
“아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해.”
– ······예?
고개를 들어 아르민을 바라보는 지젠, 그리고 지잔.
또한 미네르바의 시선까지 한 몸에 받으면서.
“그렇다면 그걸로 가볼까.”
모두를 위해 연주하는 음악으로.
“어디 한 번, 모두가 깜짝 놀랄 신화를 새로 써보자고.”
방법은 정해졌다.
****
– 제가 무엇을 하면, 되겠습니까?
“연주를 해줘.”
– 예?
“이전처럼 모두를 위해 피아노를 연주하는 거야. 그거면 충분해. 그 뒤부턴 전부 내게 맡겨.”
– ······예. 알겠습니다.
폐허가 된 마을의 중심 속에서, 나무가 열리고 그 안에서 등장한 피아노 앞에 앉은 청년은 조용히 손을 매만지며 준비를 끝마친다.
“형! 힘내!”
– ······응.
다른 누군가를 위해 연주를 해온 청년이었다.
이번에도 똑같이, 그 연주가 무의미하지 않다 말해준 이들을 위해 남자는 건반 위로 손을 올린다.
그리고.
– ~♪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 촤라락 펼치는 나태의 서.
한 손에 든 탐욕의 핵은 탐욕스럽게 마력을 빨아들이며, 이 세계에 존재를 알린다.
세계에 자욱이 끼는 마력의 안개.
쿠우웅!!!
대지가 흔들린다.
대기가 울부짖는다.
천지가 진동하며, 아르민의 부름에 답을 준비한다.
마력이 공명하기 시작한 풍경을 보며, 미네르바 황녀는 믿기지 않는다는 목소리로 한 마디를 내뱉었다.
“······이건.”
눈앞에서 펼쳐지는 풍경은 그만큼이나 이해를 아득히 뛰어넘는 광경이었다.
아르민이 준비하는 과정은 별 게 아니었다.
신물을 이용해 세계에 직접 필요한 술식을, 이야기를, 법리를 새겨나간다.
애시당초.
– 신화란 무엇이지?
신대의 역사 속에서, 대단한 존재가, 뛰어난 이가 세운 업적의 기록.
그 업적들이, 그 위업들이.
곧 하나의 이야기로 승화되어 후대에 이르러 칭송되고, 끊임없이 변주되는 세계의 법칙이다.
그렇다면······.
그것이 법칙으로서 존재하고 군림하고 있노라면.
‘현대 마법사들의 손이 닿지 않을 리가 없다.’
내 손으로 직접 법칙을 만들어낸다.
여기서 이용하는 건 ‘나태함’이라는 신물의 기호.
– 내가 펼칠 마법을 정의한다.
나태함이란 무엇인가?
단지 무언가를 하기 싫다고, 게으름을 피우는 것만을 가리켜 나태하다 말하지 않는다.
자신이 본래 해야 할 일.
이룩해야 할 과정.
응당 얻어야할 결과까지 무시하고 져버리는 것이 ‘나태’라는 단어의 의미다.
여기서 아르민이 택하는 나태의 의미는 달리 있는 것이 아니다.
– 블러드 문의 효능이 인간을 시귀로 전락시키고, 알트바리아의 종복으로 만드는 효과라면.
나는 그 효능에 반역하고, 나태함으로 거절하는 신화를 자아낸다.
나태라는 기호를 극한까지 끌어올려, 하나의 신화소로 정립한다.
죽음을 거절한다.
당연히 찾아올 운명의 전개에 반역한다.
나아가 찾아올 비극조차 거절하고, 나는 새로운 신화를 짓고자 한다.
필요한 술식을 새기고.
세계를 변모시킬 마력을 자아낸다.
자, 노래해라.
허공에서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는 아르민의 손가락은 하나하나가 마력을 자아내고 짜내고 새로이 짓는다.
그 모양새가 마치. 피아노의 건반을 두드리는 모양새와도 닮아있었다.
“무엇을, 하려는 겐가?”
가까스로 황녀가 꺼낸 말에, 아르민은 입가를 비틀고 입을 열었다.
잘 물어봐주었다.
“이제껏 지젠의 음악은 흡혈귀로 전락하려는 자들에게 희망을, 그리고 응원을 가져다준 음악이야.”
그 결과 실제로 음악이 들려온 순간만큼은, 그들은 블러드 문에 저항하고 견뎌내고, 살아갈 수 있었다.
때문에 아르민이 하려는 건 그저.
“나는 세상 모두에게 음악을 들려줄 거야.”
마력을 증폭시켜, 여기서 연주하는 음악을 대륙 전역에 들려줄 뿐이라고.
“만약 앞으로 누군가가 흡혈귀에게 습격당해, 시귀로 전락하는 순간이 오더라도. 혹여 다른 방법으로 본의 아니게 흡혈귀의 피에 영향을 받아 죽음을 목전에 두는 순간이 오더라도, 그 순간이 찾아오면 그들에겐 이 선율이 닿을 거야.”
흡혈귀로 전락하려는 순간.
나태함의 기호로 만들어낸 음악 소리가 그들을 구원하리라.
그래. 아르민이 이 세상에 새기고자 하는 신화는 간단하다.
“대륙의 모든 인간들에게 신화를 부여할 생각이야.”
아르민이 지금 행하려는 마법은 전 대륙에 영향을 미치는 신화급 마법.
대륙의 인간들이 죽음을 앞에 둔 순간에 그 고통을 덜어주는 ‘음악’을 듣게 된다는 기적.
흡혈귀로 전락하지 않도록, 그 모두에게 흡혈귀의 피에 대한 ‘면역’을 부여한다.
자, 이 전부가 소중한 사람을 위해 죽지 않고 살아온 당신들을 위한 진혼곡(鎭魂曲)이다.
오로지 소중한 사람을 지키고 싶어 했던 사람의 사랑으로 말미암아 일어나는 기적.
신화.
하늘.
땅.
그리고 인간들의 이야기.
천천히, 피아노를 연주하는 지젠의 실루엣이 흐릿해진다.
그 옆에서 눈을 감고 형의 연주를 듣고 있는 지잔 또한 그 존재가 천천히 희미해졌다.
그들이 사라지기 직전.
– 형, 누나. 고마워요.
마지막 말을 남긴 채로, 두 사람이 사라지고 나서야.
아르민은 피식 웃고는 손가락을 튕겼다.
따악.
마지막 트리거를 통해 피아노의 선율이 세계를 감싼 순간.
신물이 힘을 발휘한다.
전 세계로 퍼져 나간 피아노의 선율은 고작 수초밖에 되지 않는 시간을 무한히 늘이고 늘여, 세계의 숨을 죽이게 만든다.
이렇게 그들의 마음은 오래도록 이곳에 남아.
울려 퍼져라 선율이여.
너의 나태로 가득 찬 노랫소리를, 이 대륙 전역에.
신화급 마법으로 자아내는 ‘기적’을 전해다오.
마법명(魔法名).
– 형제의 노래.
****
“자, 기적의 결과를 보러 가자고.”
“앗.”
아르민은 미네르바 황녀를 끌어안고, 허공으로 도약했다.
얼굴을 때리는 세찬 바람에 미네르바는 저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지만.
“눈을 감고만 있으면 너무 아깝잖아. 눈을 떠 봐. 그러면 제법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을 테니까.”
반신반의하며 망설이던 미네르바는 조금씩, 떨리는 눈꺼풀을 들어 풍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
새어나오는 감탄.
저 멀리서부터 떠오르는 것은, 천천히 서부의 황야를 비추는 거대한 태양이다.
푸른색과 보라색, 그리고 밝은 흰색으로 물든 새벽녘의 대지는 그 어떠한 미술 작품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그리고 바로 그러한 세계를 향해 뻗어가는 마력의 오로라는, 방금 전 지젠이 연주했던 피아노의 선율이 마력으로 환원된 광경이었다.
“어때, 생각보다도 더 굉장하지?”
황야를 뒤덮고, 세계로 뻗어나가, 대륙 전역으로 미치는 아름다운 선율의 음악 소리.
“오늘부로 더는 이 세상에서 흡혈귀가 태어나는 일은 없을 거야.”
그래, 이것도 전부 형제가 남긴 음악이 이룩한 신화.
“이것이 아르민 경······. 당신이 보여준 기적······.”
미네르바 황녀가 조용히 흘리는 한숨에 가까운 감탄과 함께 세상은 조용히, 그리고 아름다운 색깔로 물들었다.
< 제60장 – 선율이여, 저 너머까지 닿아라 > 끝
ⓒ 뫄뫄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