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is stronger RAW novel - Chapter (13)
내 마법이 더 쎈데-13화(13/203)
< 제5장 – 수준이 너무 낮은데? (2) (수정) >
“누, 누구······?”
이멜다는 가까스로 고개를 들었지만,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 어째선지 눈앞에 나타난 사람의 얼굴을 ‘알아볼 수’가 없었다.
아르민이 사전에 펼쳐둔 광학위장 마법의 효과였다.
그렇게 위기의 순간, 그녀를 구해준 건 정작 신도 뭣도 아니었다.
얼굴도 제대로 알아볼 수 없는 괴한이었다.
“잠깐만.”
부름에 대답하기보다 먼저.
여전히 괴성을 내질러대는 구울을 향해, 아르민은 손가락을 튕겼다.
푸화아악!
한 번에 하나씩.
핀 포인트 저격을 하듯, 정교회의 불이 구울들을 불사른다.
‘꼭 FPS 게임하는 기분이구만.’
그러고 보니 지구에 있을 적에 좀비 게임 같은 걸 가끔 즐겼었지. 라며 실로 가벼운 생각을 하며.
아르민은 그 자리에 있는 구울을 단숨에 소사(燒死) 시켰으니.
– 네노오옴!!!
그 광경을 보다 못한 그림자가 출렁이며 노여워하는 목소리를 내었다.
– 어떻게 내 결계를 뚫고 들어온 거지?! 4서클 수준의 마법사도 뚫어낼 수 없는 강고한 결계였거늘······!
강고하다고? 그게?
4서클이라는 게 대체 얼마나 대단하신 수준인지는 모르겠다만.
어이가 없어진 아르민은 피식 웃고는 대답했다.
“내가 보기엔 그냥 종이 쪼가리더만 강고는 무슨.”
아르민은 쓰러진 이멜다에게 다가가 상태를 살폈다.
“어이, 괜찮냐?”
몸 이곳저곳에 상처가 나있긴 하지만, 딱히 생명에 위협이 되는 정도는 아닌 모양이었다.
이멜다는 기침을 콜록거리더니, 그림자를 가리켰다.
“저···, 저게, 제 동생을······.”
“아, 역시 저 놈이었어?”
처음 예상했던 대로 저 놈이 예상대로 아이들을 유괴하고 다닌다는 바로 그 흑마법사인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이거 참.
‘실망인데.’
기대한 것보다도 수준이 낮다.
뭣보다 저 음침하기 짝이 없는 마법은 ‘신비를 일으키는 기적’이라기보다는, 그저 자기 욕망을 충족시키려는 ‘도구’에 불과하지 않은가.
“내가 기대가 너무 컸나?”
라고 중얼거릴 때.
– 놈의 사지를 물어뜯어라!
그림자의 명령에 따라, 아직 처리하지 못한 시체들이 일어섰다.
그어어어. 하는 괴이쩍은 울음을 흘려대며 달려들기 시작하는 놈들을 보며 아르민은 한심하다는 듯이 혀를 찼다.
“어허. 더럽게시리.”
고약한 악취와 더러운 체액을 튀겨대며 덤벼드는 시체들을 향해.
아르민은 다시 한 번 손목에 스냅을 주며, 손가락을 튕겼다.
각각 동작에 하나씩의 캐스팅을 담고 있으니.
즉 방금 그 동작만으로 아르민은 능숙하게 더블 액션을 구사한 것이다.
오후 중에 연습해두었던 더블 액션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화르르르륵!!!
아르민의 발치에서 일어난 불은 이윽고 파도의 형태가 되어 시체들을 덮친다.
파괴력을 줄인 대신 범위를 넓히는 식으로 마법의 형태를 바꾼 것이다.
‘아까 전의 공격은 내 예상보다 오버파워였으니까. 이 정도면 적당하겠지.’
마법이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술식이란 마법의 형태를 정의하는 설계도지만.
늘 그렇듯 설계도란 상황에 맞춰, 때에 따라 현장에서 얼마든지 수정될 수 있는 법이다.
고로 그때그때 어떤 식으로 임기응변을 발휘해, 마법을 적확하게 사용해내는가.
이것이 바로 마법사의 실력을 보여주는 척도였다.
그리고 아르민은 그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그 누구도 따라오지 못하는 정점(頂點)인 바.
현대 마법의 아버지가 구사하는 마법은 이미 예술의 경지에 이르러 있었다.
– 그아아아아!!!
성령의 불을 한 번 더 가공해서 날린 공격 마법에, 구울들은 불길에 스치는 것만으로도 무력하게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재는 재로, 먼지는 먼지로.(Ashes to ashes, dust to dust.)”
묵도(黙禱)의 주문과 함께.
정화의 불길은 부정한 것을 사르고 이내 재로 만들어버린다.
하나 둘, 스러지기 시작하는 구울들.
원래 추측하기보다도 구울들의 완성도가 보잘 것 없었다.
이런 내구도라면야 놈들은 고기방패도 되지 않는다.
‘그러면 이번에는 흑마법사를······.’
그때였다.
– 어둠으로 적을 집어삼켜라! 다크볼(Dark ball)······!
기묘한 마력의 파장이 느껴지는가 싶더니.
슈와아악!!
검은 구체 두 개가 재빠른 속도로 날아들었다.
한 눈에 보아도 심상치 않은 위력을 지닌 마력의 덩어리.
날아오는 기세도 그렇지만, 저기 담긴 마력을 셈하더라도 얻어맞게 된다면 단순한 타박상 정도로는 끝나지 않을 게 자명했다.
하지만.
“다크볼이라니, 이름이 구린 것도 정도가 있지···!”
그 촌스러운 네이밍 센스에 기겁하면서도, 아르민은 순간적으로 오른손을 번개처럼 움직였다.
조준과 동시에 이루어지는 격발.
순간적인 더블 액션 마법의 구사.
그것은 이미 아르민에게도 충분히 익숙해진──
“이거나 처먹어라!”
폭발의 특성을 담은 공기팡이었다.
쇄애애액!
콰아앙!
쏘아진 바람총이 검은 구체와 부딪치자,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서 격렬한 폭발이 일어났다.
그 기세에 떠밀려, 마력의 덩어리가 사방으로 튕겨져 나간다.
스아아악! 하고 거슬리는 쇳소리와도 비슷한 소음을 남기며 그대로 소멸한 마법들.
– ······뭣?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그림자가 억눌린 감탄을 자아낸다.
그러거나 말거나, 상대의 공격을 전부 무위로 되돌린 아르민은 그림자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그래서, 이게 끝이냐?”
****
그림자가 출렁인다.
도발적인 언사에도 아까처럼 노여워하는 대신, 놈이 흘리는 분위기, 공기에서 느껴지는 것은 명백한 경계심.
이제야 간신히, 놈은 자기 눈앞에 선 이가 평범한 존재가 아니라는 걸 깨달은 것이다.
– 본적도 없는 형식의 마법이라니······. 게다가 구울을 쓰러트릴 때는 신성력까지 느껴졌었지···.
그림자는 한차례 부르르 떨더니.
억눌린 분노가 담긴 목소리로 이렇게 입을 열었다.
– 네놈······. 설마 아르카디아의 추종자인가?
“아르카디아? 갑자기 뭔 헛소리래?”
난데없이 왜 저런 반응을 보이는지, 아르민으로선 기가 찰 뿐이었다.
여신 아르카디아.
대륙 최대의 종교라고 불리는 일원교(一元敎)에서 믿는 신으로, 만물을 창조했다고 알려진 주신(主神)이다.
칼센 제국의 국교 또한 일원교이며, 종교 국가로 널리 알려진 신성왕국 바오르 또한 일원교의 성지라 불린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아르민은 이쪽 세상의 종교와는 거리가 멀었다.
딱히 신을 믿는 것도 아니다.
그 반응에 그림자가 말을 정정했다.
– 아니, 아니야. 그때 느껴졌던 신성력은 아르카디아의 힘이 아니다. 자매신의 것인가? 아냐, 내가 모르는 자매신이 있을 리가 없다. 내가 알지 못하는 그 강맹하기 짝이 없는 신성력의 주인은 누구지······? 대체 네놈의 정체가 무어냐? 신성왕국에서 날 쫓아온 놈이 아니라면 네놈은 어디서 나타난 거냐?!
‘그야 인류의 태반이 믿고 있는 종교의 힘이니 무진장 쎄겠지.’
아르민은 피식거리며 어깨를 으쓱였다.
딱히 대답할 의무는 없지만, 대답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
“굳이 말하자면 지나가던 현대 마법사인데.”
– ······현대 마법사? 그게 무슨 소리지?
“마법이라는 신비로 기적을 이루고자 하는, 이 시대의 아티스트란 소리다.”
반쯤 농담이면서, 반쯤 진담이었다.
하지만 놈에겐 조롱하는 소리로만 들렸던 것이겠지.
– 같잖은 헛소리나 지껄이다니······. 네놈······!
적대감이 부풀어 오른다.
다만 아르민은 놈의 격렬한 반응 따윈 사뿐히 무시하고서 자기 질문을 입에 담았다.
“최근에 이 주변에서 사람을 납치한다던가, 이상한 몬스터를 만들면서 되도 않는 짓을 벌인다던 놈이 너냐?”
당연히 무시하고 덤벼든다.
그런 가능성도 생각한 아르민이었지만.
– 호오······. 벌써부터 이 모독자의 이름이 널리 퍼지고 있는 것인가.
그 말이 퍽이나 만족스러웠던 모양인지, 그림자는 웃는 듯 출렁이기 시작했다.
생각보다도 쉬이 자신의 정체를 인정했다.
이유가 궁금했다.
대체 무엇이 목적이길래,
놈은 이런 한밤중에 싸돌아다니고 있단 말인가.
– 네놈 같은 범인들은 이 모독자가 하고자 하는 위업을 이해할 수 없겠지. 거기 있는 여자는 화인의 증거. 그 분을 위한 제물이다.
어째 첫 문장부터가 머리가 돌아버린 사이코패스 새끼다운 대사였다.
그보다.
“······모독자? 화인의 증거?”
– 그래, 자신의 존재를 걸고 우리를 배신한 신을, 아르카디아를 모독하는 자들. 우리를 가리켜 모독자라고 부른다. 화인의 증거는, 그러한 모독자들을 위한 증거!
우리라는 건 단수가 아닌 복수란 소리.
‘개인이 아닌 단체를 이루고 있단 말인가?’
게다가 화인의 증거라니,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다.
18년분의 기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아르민의 기억 속에서도 저런 고유명사를 운운하는 사이비 종교 집단 같은 건 들어있지 않았다.
어쩌면 신생(新生), 혹은 더욱 비밀리에 결집된 사이비 집단인지도 몰랐다.
“꽤나 순순히 불어주시네?”
감사한 일이긴 했다만, 영문을 모르겠다. 보통은 숨겨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나?
그런 아주 당연한 의심을 품을 쯔음.
– 크흐흐, 어차피 신경 쓸 것 없다. 네놈은 여기에서 죽을 테니까.
‘음?’
분위기가 바뀌고, 수상하게 이어진 한 마디에 아르민이 고개를 기울인 찰나.
“조, 심해요!”
뒤늦게 이멜다가 내지른 경고와 함께.
휘이익!
시야의 사각에서 미처 눈치 채지 못한 그림자 칼날이 날아들었다.
······그런가.
짧은 시간이지만, 놈이 노린 바가 무엇인지 금세 눈치 챌 수 있었다.
정보를 주는 척 실제로는 아무런 영양가도 없는 이야기로 관심을 끌고.
주의가 흐트러진 순간을 노려, 비장의 한수를 쏘아낸다.
‘교활하군.’
아르민은 순순히 인정했다.
쓰는 마법의 수준이 낮다한들, 이런 음모까지 구상하며 습격한 근성이 딱 흑마법사답다.
묘한 데서 아르민이 감탄하는 사이.
예상하지 못한 각도로 날아든 그림자의 칼날은, 푹 하고 그 뒤통수를 꿰뚫었다.
****
– 크흐흐하하하!
승리를 예감한 것이겠지.
– 신기한 힘을 쓰는 꼬라지나 내 군단을 막아내는 걸 보니, 제법 한가락 하는 실력이 있는 모양이다만. 그래봤자 그분의 은총 앞에선 소용없다!
소리도, 움직임도, 기척도 없이 내질러진 공격.
과연 자신할 만한 비장의 한 수라고 할 수 있었다.
– 어둠은 그분의 것! 모독자는 그분의 종! 우리 왕의 은총이 충만한 이 야음 속에서 나와 맞선 걸 후회해라!
낄낄거리며 기쁨에 출렁이는 그림자.
하지만 이내 그 흔들림은 잦아든다.
천천히, 완만하게.
그리고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움직임을 멈춘 그림자는.
– ·········말, 도 안 돼!
통쾌함으로 흔들리던 그림자는, 이제는 격정으로 들끓기 시작했으니.
그야 그럴 만도 했다
– 뭐지? ‘그건’ 대체 뭐냐? 어떻게······! 그분의 은총이 서린 칼날이 네놈을 처죽이지 못한 거지?!
놈의 말대로 아르민의 머리를 꿰뚫었다고 생각한 그림자 칼날은······.
정확히는 그 뒤통수에 닿기 1cm 전에 멈춘 채로 부르르 떨고 있을 뿐.
앞으로 나아가지도, 뒤로 물러나지도 못한 채로, 영롱히 떠오른 붉은색 마법진에 가로막혀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 무렵.
아르민의 시야 끄트머리에서 점멸하고 있는 메시지창.
적혀 있는 글귀는 이러했다.
즉 방금 공격으로 받은 데미지는 전체 퍼센테이지에서 약 13% 정도이며, 아직 남아있는 방어결계의 강도는 87%를 유지하고 있다는 셈이니.
이 문구가 뜻하는 건 하나 밖에 없었다.
“어······. 그냥 약해서 못 뚫었나본데?”
– ·········.
묵직한 팩트폭격에 그림자가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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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5장 – 수준이 너무 낮은데? (2) (수정) > 끝
ⓒ 뫄뫄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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