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is stronger RAW novel - Chapter (130)
내 마법이 더 쎈데-130화(130/203)
< 제65장 – 나약한 존재 (2) >
단숨에 뮬란의 거리가 어수선해졌다.
재빠른 판단으로 베오를 구해내어, 빠르게 도망을 친 민세희 일행이었지만.
– 교황 성하의 명이다. 반역자를 쫓아라!
당연하다는 듯이 그들 뒤로 추격자 또한 따라 붙었다.
어떤 식으로 명령이 하달되었는지, 도망친 것과 동시에 조직적인 추격이 시작된 것이다.
“그 새끼, 처음부터 순순히 도망치게 할 생각 따윈 없었다. 이거지.”
헬레나는 “도망쳐도 된다.” 며 너스레를 떨던 블라디미르의 얼굴을 떠올리곤 입가를 비틀었다.
처음부터 그 남자는 이러한 상황마저 이용하고자 수를 쓴 것이다.
– 놈들은 비겁하게 무고한 크샤트리아를 습격해 죽인 비열한 놈들이다!
– 이번에 콘클라베에 참가한 것도 전부 교황 성하를 암살하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놈들은 명백한 역적이다! 생포할 필요 따윈 없다! 발견하면 죽여라!
들려오는 고함 소리에 도리어 이번엔 민세희가 기가 찼다.
크샤트리아 건에 관해선 베오를 습격했을 때, 그저 지나가면서 구해준 것뿐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헬레나의 말을 들어보니.
“베오를 습격한 일부터가 처음부터 블라디미르가 꾸민 일이었나 보군요.”
“맞아. 음험한 놈이지.”
실제로 크샤트리아의 수인들 중에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이가 있는 이상.
거기에 조금 더 과한 정보를 첨가하는 것으로 증오를 더욱 부채질하려는 의도일 터였다.
교황에 대한 암살을 꿈꾸었다는 말도 그의 일환이겠지.
완전한 거짓말보다는 실제 사실에 약간의 거짓 정보를 더하는 쪽이 더 신뢰도가 높은 법이니까.
‘블라디미르는 반역자에 대한 구체적인 이미지를 만들려는 거야.’
단순히 반역자라는 단어만으로는 얼른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에 구체적인 살을 붙이면 붙일수록, 그들의 증오는 조금 더 또렷한 형태로 쏟아지겠지.
과연, 감탄마저 나올 정도로 음험하고, 또한 효과적인 수법이었다.
“찾았다! 반역자 놈들!”
그때였다.
골목 모퉁이를 돈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늑대 수인 하나가 포효를 내지르며 민세희 일행에게 달려들었다.
“벌써 여기까지······!”
민세희가 얼굴을 굳히고, 손가락을 흔들어 마법을 발휘하려는 찰나.
“제가 뚫겠습니다.”
먼저 카스팔의 걸음이 움직였다.
귀족가 의도련님은 우선 한 걸음, 앞으로 발을 내딛으며 자연스럽게 허리춤의 검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크하하하! 미련한 놈! 토벌 보상은 나의 것이다!”
보상?
순간 그게 무슨 소리인가 고개를 갸웃한 민세희였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늑대 수인의 얼굴만 한 날카로운 발톱이 카스팔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잡아 뜯겨진다.
그러한 생각이 머리를 채울 무렵.
스가악.
그보다 먼저 카스팔의 팔이 흔들렸다.
“아.”
그것은 무슨 기예일까.
늑대 수인의 큼지막한 발톱이 날아드는 것보다, 한 박자 늦게 움직였음에도 불구하고, 카스팔이 뽑아든 검은 발톱보다도 먼저 늑대 수인의 명치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저것이 어떠한 묘리인지, 민세희는 알고 있었다.
후발선지(後發先至).
칼을 늦게 움직여 먼저 친다는 상승의 무공이다.
역시나 검성의 제자라는 말은 허명이 아닌 듯, 카스팔의 검은 단숨에 늑대 수인을 꿰뚫었다.
아니, 꿰뚫기 전에.
“카스팔 씨! 죽이면 안 돼요!”
퍼억!
늑대 수인의 명치에 꽂힌 검. 그것은 날이 아닌 손잡이의 끄트머리였다.
민세희의 외침 덕에 순식간에 검을 빙글 돌려, 카스팔이 빠르게 대응해준 것이다.
“끄르륵.”
신음 외마디만을 남긴 채, 늑대 수인이 정신을 잃었다.
카스팔의 깔끔한 실력에 감탄할 새도 없이.
“······죽이지 않고 쓰러트리는 게 배는 더 힘이 듭니다만.”
“어쩔 수 없어요.”
카스팔의 불만 어린 목소리에 민세희는 고개를 흔들었다.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추격자라고 한들, 상대가 우리의 목숨을 노리고 있다 한들.
“여기서 진짜 피를 보게 되면 거짓말이 진짜가 되어버리니까요.”
그리 되면 상황이 더 점입가경으로 흐를 뿐이다.
그것만큼은 피해야 했다.
– 여기다! 여기서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 쫓아라!
여전히 뒤를 따르는 수많은 추격자들의 고함 소리를 뒤로하며.
민세희 일행은 그 이후로도 만나는 추격자들을 뿌리치는데 온 힘을 다했다.
헬레나가 불꽃을 뿌려 시야를 가리고, 민세희가 주변의 사물을 이용해 만드는 간이 골렘들이 추격자의 추격을 방해했다.
그러는 사이.
일행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 피부로 느껴지는 후끈한 열기.
뮬란 전체가 혼돈으로 들끓어 오르며, 질투의 열망이 커져나가고 있었다.
****
뮬란에 계엄령이 퍼졌다.
불안에 떠는 국민들을 위해, 우리의 교황 성하 블라디미르는 대중 앞에서 입을 열었다.
– 불미스러운 일로 콘클라베가 중지되었다. 이번 일은 안타깝게도 우리의 국민 되는 자······. 수드라 계급의 소년이 외부 세력과 결탁해 버린 짓이다.
교황은 차분한 어조로 설명했다.
수드라 계급의 소년이 자신을 암살하려, 외적과 손을 잡았다고.
있지도 않은 이야기건만, 발화자가 교황이라는 것과 더불어.
– 허나 나는 소년을 탓하지 않는다. 그 소년 또한 외적의 꼬임에 넘어간 것뿐이다. 그러니 국민들이여. 들어다오. 지금부터 외적을 잡아오는 자에겐 그대들의 계급이 오를 것을 약속하고, 그밖에도 후한 보상을 내리겠다.
교황이 보이는 자비로운 태도는 단숨에 국민들에게 퍼져나갔다.
그래, 마치 그것은 열병처럼.
“웃기지도 않는 군.”
도망치는데 성공하고 찾아온 다음날.
로브를 뒤집어쓰고 정체를 숨긴 채, 블라디미르의 연설을 듣고 난 헬레나는 혀를 차며 그리 입을 열었다.
“수드라 계급의 소년을 용서한다니, 국민들이 잘도 우리와 구분해서 살려주겠어.”
그녀의 분노가 담긴 말처럼, 저건 단지 눈을 가리기 위한 연막용 발언에 지나지 않는다.
보상이 걸린 순간, 거기에 더해 생사불문이라는 조건이 달린 순간부터 국민들은 베오 또한 망설이지 않고 죽여 버릴 확률이 높았다.
죽여 버린 다음 실수였다고 한다면, 누가 뭐라 하겠는가.
****
민세희 일행은 콜로세움에서 도망친 뒤 바로 혹시 모를 위험을 대비해, 베오의 어머니와 동생을 데리고 임시 거처로 대피해왔다.
아무래도 그 선택이 옳았던 듯 했다.
연설을 듣고 돌아온 임시 거처.
“계엄령이라니, 다른 나라로 왔다가 엄청난 일을 겪는군.”
카스팔의 쓴웃음이 섞인 푸념.
일행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앞으로의 대책을 논의했다.
“이제 어떡하죠?”
이멜다의 질문대로 앞으로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한다면.
“현 시점에서 황녀님께서 내리신 작전은 중지, 퇴각을 택하는 것이 옳지 않겠나?”
적절하게 상황을 판단한 레프너겐의 말대로다.
작전은 중지다. 더는 속행할 수가 없었다.
‘헬레나 씨가 말한 대로, 신물마저 질투의 열망으로 녹아들었다면 회수하는 것조차 불가능해.’
민세희는 쓰디 쓴 패배감에 고개를 흔들며 인정했다.
이건 자신의 완전한······. 실로 완전한 패배라고.
여기서 할 수 있는 건, 결국 케뮬란을 떠나 무사히 도망치는 것 뿐.
다만 문제는.
– 베오를 어떻게 해야 하냐는 것.
졸지에 대역죄인이 되어버린 아들을 두고, 베오의 어머니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소년이 말했던 “아버지를 보았어요.” 라는 말과 민세희가 꺼낸 말을 듣고선 입을 다문 것이다.
민세희는 이 자리에 있는 모두에게 자신이 알아낸 정보를 공개했다.
“교황은 국민들로 하여금 서로를 반목하게 만들었어요. 도전자격이나 수드라 계급을 향한 사냥 따위가 전부 그 일환이었던 셈이죠.”
물론 그것이 신앙심을 뽑아내기 위한 일이란 말까진 하지 않았지만.
그것만이 아니더라도 집단이란 외적을 만듦으로서 결속이 다져진다는 걸.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은 충분히 알고 있었다.
“처음부터 저희들은, 그저 핍박받기 위해 존재했단 말인가요?”
그녀가 가까스로 꺼내든 말에 민세희는 차마 고개를 끄덕일 수 없었다.
그저 가라앉은 눈동자로, 민세희는 베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전······.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요.”
베오는 떨리는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며 입을 열었다.
아버지를 향해 차마 칼을 들 순 없었다고.
그래서 결국 콘클라베에서 패배했노라고.
과연 어떨까.
베오가 아버지에게 승리를 거뒀더라면, 작금의 상황이 바뀌었을까?
‘모르겠어.’
어쩌면 질투의 열망에 감화된 베오가 교황의 수족이 되어 움직였을 뿐.
커다란 상황은 바뀐 게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의 베오에게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었다.
“베오 군은······.”
“아버지와 만나고, 마음이 꺾인 거야.”
이멜다에게 민세희는 조용히 말했다.
승리하고 이겨, 기회를 쟁취해야겠다고 생각한 소년.
그러나 그 소년이 정상에 도달한 시점에서 만난 건 진즉 죽었다고 알고 있던 아버지다.
“전······. 나약해요. 아버지를 보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요.”
연신 소년이 중얼거리는 이야기는 그런 것이었다.
자신이 나약했기 때문에 칼을 겨누지 못했고.
결국 이런 상황까지 왔다고.
“도와주셨는데······. 죄송합니다.”
“베오 군······.”
깊게 고개를 숙인 베오를 보고는 이멜다는 안타깝다는 듯이 말했다.
‘나약하다······고.’
민세희는 입술을 깨물었다.
“여러분은 뮬란에서 도망쳐주세요. 제 실수로 인해 벌어진 일입니다. 더는 폐를 끼칠 수는 없어요.”
베오는 의젓한 척 하며 그리 말했지만.
“그래서? 우리가 도망치고 나면, 너는 어쩌려는 거지? 가족은? 그토록 지키고 싶어 했으면서, 이 난리통에서 어쩔 건데?”
“그건······.”
베오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상황 해결에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하는 그 태도와 말에, 민세희는 얼굴을 굳혔다.
베오를 보고 있노라면, 계속해서 연신 마음을 간질이는 감정이 있었다.
이게 무엇일까.
천천히 감정을 곱씹다가, 민세희는 깨달았다.
여기에 이름을 붙이라고 한다면 딱 한 가지.
– 분노였다.
베오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차라리 데리고 도망쳐달라고 말했으면 싶었다.
하지만 베오는 잘 알고 있었다.
머리가 좋고 눈치가 빠른, 영특한 소년이기 때문에 자신이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얼마나 염치없고, 말이 안 되는지.
상식적으로 민세희는 그 제안을 거절할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실제로.
‘나는······. 콘클라베에서 베오를 구하는 걸 망설였어.’
그래서다.
그 모습을 보고, 문득 자신에서는 화가 치밀었다.
무엇보다 베오의 모습에서 누군가의 모습이 겹쳐 떠올랐다.
그게 누구냐고 물을 것도 없다.
‘나약하다는 이유로 전부 혼자서 자포자기하고, 내 능력을 낭비하고 있던 시절의 나다.’
묻어두고 싶던 나약했던 그 시절의 나와 마주보고 있는 것만 같다.
자신의 나약함을 단점이라 단정하고, 끝내 현실을 받아들인 나머지 절망으로 굴러 떨어졌던 민세희였다.
그때, 자신은 어떻게 했었던가.
– 가슴에서 불씨가 피어올랐다.
이건 분노를 연료로 해서 타오르는 것이 아니었다.
‘정말로, 패배했다고 전부 끝내고 도망쳐야만 하는 거야?’
민세희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베오는 말했다.
아버지에게 칼을 겨누지 못했기에, 그런 나약함을 가지고 있었기에 아무것도 못하는 게 당연하다고.
아니, 그럴 리가 없다.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민세희 님?”
이멜다의 부름이 멀다.
민세희는 입을 열고 있지만, 그건 여기 있는 다른 누군가에게 들려주기 위함이 아니었다.
베오와 나 자신에게 들려주는 말이었다.
민세희에게도 나약했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의 자신에게 찾아와준 것이 무엇이었지?
그건.
‘강재민, 선배였어.’
다름 아닌 선배였다.
‘선배라는 기회가 내게 찾아와주었기에, 난 다시 일어설 수 있었어.’
민세희는 베오에게 기회를 주고자, 모두를 설득했다.
하지만 그 기회라는 게 정확히 뭐지?
‘단지 콘클라베에 참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전부인가?’
아니, 그럴 리가 없다.
아직 포기하기엔 이르다.
베오가 나약해서 전부 끝났다고 받아들인다면, 여기까지 해온 일은 전부 무엇이 되는가.
남의 약한 점.
나약함.
그것을 나쁘다고 단정 지어버리고 끝낸다.
정녕 그것이 옳은 것인가?
‘아니.’
그렇지 않다.
여기서 정말로 패배를 받아들이고 물러나면, 전부를 빼앗기고 끝날 뿐이다.
약육강식(弱肉强食)이라는 이름으로.
강자가 약자의 모든 것을 뺏는 것이 옳다는 룰에 의해, 패배를 당연시하면 안 된다.
‘이대로 물러나면 선배의 믿음을 져버리게 돼.’
포기라는 말은 간단하지만.
민세희는 가벼운 마음으로 그 선택지를 택하고 싶지 않았다.
여기서 민세희는 깨달았다.
자신이 기회를 준다고 했던 말은, 단지 콘클라베에 참가하는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진심으로 베오가 자신의 처지를 박차고 나오길 원한다면 한 번 더.
“나약함을 단순히 자신의 약한 점, 단점으로 받아들이고 솔선해서 포기한다고?”
차마 남을 죽이지 못했던 마음의 나약한 부분.
아버지를 향해 칼을 들이밀지 못했던 나약함.
그것이 패배의 이유이자 조건이 되고, 그것 때문에 여기서 가족과 죽는 것을 당연히 여겨야 한다면.
“나는 그딴 건 인정할 수 없어.”
사람을 죽일 수 없다고, 아버지를 향해 칼을 휘두를 수 없는 것을 단순한 나약함이라고 부르지 마라.
그걸로 자신이 죽는 걸 멋대로 납득하지 마라.
남을 해하지 못하는 나약함이란 다정함의 다른 말.
그런 다정함을 가지고 있는 녀석이라면, 조금 더 괜찮은 인생을 살아도 좋다.
“하지만······!”
베오는 얼굴을 일그러트리고는 외쳤다.
이런 말뿐으로는 마음이 꺾인 소년에게 닿지 못한다.
민세희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소년을 다시 일으켜 세울 계기가 필요했다.
계기라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게 있다.
“잘 봐둬.”
민세희는 손가락을 튕겼다.
****
민세희가 이 자리에 모인 이들에게 보여준 것은 하나의 풍경이었다.
– 만약 내 위치에 있던 게 이멜다 씨라면······.
한때 그러했고, 지금도 마찬가지로 민세희는 이멜다에게 느끼는 감정이 있었다.
– 마음에서 꾸물거리고 질척한 이것.
늘 눈부시게 빛나고 있는 태양의 성녀인 그녀이기에, 늘 그녀를 바라보는 자신의 마음이 깨끗하지 못하다는 걸 자각하고 있었다.
그 감정에 이름을 붙이자면, 그래.
이 감정의 이름은.
– 질투다.
그뿐일까.
민세희는 자신이 남들에게 가지고 있는 감정을, 특히 베오가 위기에 처했을 때 느꼈던 감정조차도.
– 베오에게 모든 걸 맡기고, 우리들만이 도망친다.
콘클라베 당시.
혼란이 벌어진 순간, 질투의 열망이 들끓었던 찰나에 민세희는 베오를 버리고자 하는 생각까지 품었다.
그것이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자신에게 속삭이기까지 했다.
그조차도 이멜다가 구하자고 먼저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다면 실제로 그런 선택을 했을지도 모른다.
“세희······ 님···.”
“아······.”
민세희가 마력을 이용해 모두에게 전하여 보여준 영혼의 풍경.
토로해낸 추악한 감정을 목도한 이들은 저마다가 말을 잇지 못하고 숨을 삼켰다.
그 정도로 눈앞에 드러난 풍경은 노골적이었고, 강렬했다.
모두가 놀란 얼굴로 바라보는 사이, 감정을 전부 쏟아낸 민세희는 심호흡을 하며 입을 열었다.
“봤지? 나약함이란 이런 거야. 인간이란 누구나 나약함을 안고 살아가.”
그러나 그래도 멀쩡히 살아간다.
한두 가지, 나약한 자신이 있어도 삶을 포기할 이유가 되진 않는다.
‘선배가 말해줬어.’
네가 가진 것을 전부 활용해, 멀쩡한 인생을 살아가라던.
사실상 위로도 되지 못했던 제멋대로의 난폭한 말이지만.
“난 선배를 만나고 분명 인생이 바뀌었거든.”
그러니 이번에는 자신의 차례였다.
“자 어때, 이런 더러운 생각을 하는 나도 멀쩡히 살아가고 있어. 나약해서 패배하는 게 당연하다고 받아들이지 마. 언제나 끈덕지게 물고 늘어지고, 이길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 거야.”
그래. 단순히 말해서.
“난 이대로 패배를 인정하고 도망치고 싶지 않아.”
선배가 말했다.
신물 회수라는 중대한 일에 있어서.
– 너라면 할 수 있다.
그래, 나라면 할 수 있다.
블라디미르가 만들어놓은 원환의 연쇄.
그것에게 패배를 인정하고 물러나면 선배가 믿어준 마음을 져버리게 된다.
“난 싸울 거야. 그러니 도와줘.”
과거의 망집이자 망령.
칠영웅을 이기기 위해.
민세희는 베오에게 손을 내밀었다.
“널 동정하는 것도 불쌍히 여기는 것도 아니야. 난 지고 싶지 않아. 순전히 이 어린애 같은 감정을 위해서 내게 협력해달라는 거야.”
“제가······. 저 같은 게······. 무얼 할 수 있다고······.”
떠듬떠듬 묻는 베오에게 민세희는 답했다.
“아직 포기하지 않고, 싸우려는 마음이 있다면······.”
떠오른 아이디어가 있다.
너의 나약함을 다정함으로 바꿔 말할 수 있다면.
당연히.
“역전의 발판이라면 있어.”
민세희는 조용히 자신이 머릿속에서 정리한 계획을 이야기했다.
****
교황의 개인 공간.
그곳 소파에 앉아, 이제나저제나 부하들이 가져다 줄 소식을 기다리며 웃는 남자.
블라디미르는 승리를 확신했다.
“모든 게 순조롭군······.”
세상의 룰은 약육강식.
약한 자는 죽고, 강자의 먹이가 되어 그 육을 채워준다.
그것은 실로 당연한 이야기였다.
그 룰이 당연하다는 것을, 이곳에서 보여주고 했다.
그래.
“······강재민.”
블라디미르가 슬며시 떠올리는 건, ‘그 남자’의 뒷모습이었다.
약육강식이라는 룰을 부수고, 자신을 무시했던 남자.
그 자가 틀리고 자신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준비한 무대.
그리고.
벌컥.
문이 열리고, 다급한 얼굴을 한 부하 기사가 들어섰다.
“호오, 무슨 일이지? 드디어 반역자들이 잡혔다는 소식이라도 들어왔나?”
“그, 그게 아닙니다······!”
의아하다는 듯 표정을 일그러트리는 블라디미르를 향해, 부하 기사는 말했다.
“바, 반역자 놈들이 다시 콜로세움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리고는 교황님을 모셔오라고 협상을 요구하기 시작해서······!”
“······뭐?”
반격의 횃불은 천천히 타오르기 시작한다.
< 제65장 – 나약한 존재 (2) > 끝
ⓒ 뫄뫄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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