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is stronger RAW novel - Chapter (133)
내 마법이 더 쎈데-133화(133/203)
< 제66장 – 비천하지만 고귀한 자 (3) >
민세희는 연구자다.
머리를 쓰는 사람이다.
적어도 바보 같이 무작정 일을 벌리기 보단, 어떤 일을 벌였을 때.
그 결과로 인해 불어올 후폭풍까지 전부 계산하고, 그에 대한 대처를 하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 인물이란 소리였다.
‘성공할지도 실패할지도 모를 계획이 잘 먹혀들어간다고 가정했을 때, 당연히 블라디미르는 반발할 거야.’
그리고 그 남자는 절대로 베오를 비롯한 자신들을 무사히 돌려보낼 생각 따윈 하지 않으리라.
평소 그의 성정을 생각해본다면, 바로 그 자리에서 싸움을 걸어온다 해도 이상할 게 없었던 것이다.
콜로세움으로 향하기 전, 민세희가 그리 꺼낸 말에 가장 먼저 인상을 찌푸린 건 헬레나였다.
“······내 입으로 이런 말을 하는 건 입맛이 쓰지만, 아무리 시스템이 붕괴한다고 한들, 블라디미르가 신성의 힘을 개방하면 놈이 가진 신좌의 힘은 나로서는 막을 수 없어.”
헬레나로서도 자기 입으로 직접 내가 그놈보다 약해. 라는 말을 하는 입장에서 당연히 기분이 좋을 리 없었지만.
현실은 현실이었다.
그만큼 신좌의 힘은 절대적이었다.
“확실히······. 블라디미르를 우리만으로 쓰러트린다는 건 불가능해요.”
그 정도로 힘의 차이는 절대적.
약해진 헬레나나, 아무리 신성력을 가졌을지언정 일개 인간에 불과한 성녀 이멜다의 힘으로도 무리다.
더구나 민세희 자신처럼.
선배와 같은 현대 마법사라고는 할지라도, 자신에게 신을 죽인다는 일이 가당키나 하겠는가.
그야말로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선배는 말이죠, 늘 제게 이런 말을 했었어요.”
모두의 시선이 민세희에게 모인다.
그녀는 차분히, 재민 선배가 버릇처럼 하던 이야기를 입에 올렸다.
– 기적이란 멀리 있지 않아.
우리의 세계는 언제나 기적으로 가득 차 있다.
언제나 이유가 있고.
연유가 있고, 마음이 모여 기적이 일어날 당위성이 존재한다면.
“기적은 언제나 일어나는 법이라고.”
민세희가 꺼낸 말에, 이멜다와 헬레나는 서로를 바라보며 쓴웃음을 머금었다.
“······그 분 답네요.”
“그러게, 정말 미스터 강이 할법한 이야기야.”
그랬다.
그러니 이번에는 후배로서 선배의 말을 증명할 시간이다.
질투의 욕망을, 시기의 포효를.
그 전부를 잠재우기 위해서, 그녀 민세희는 이 자리에 있는 모두를 향해 선언했다.
“모두가 도와주신다면, 제 마법으로 신을 죽이겠어요.”
*****
– 전부 죽여서, 끝내주마!
벼락이 친다.
콰릉!
하늘이 어두워지고, 신성으로 이끌린 어둠이 세계를 뒤덮는다.
파직파직.
수십, 수백, 수천 개나 되는 벼락다발이 세상을 집어삼키기 위해 몰아치고, 그 아래에서 살아가는 일개 인간들은 그저 꿀꺽 침을 삼키고 신의 진노가 가라앉기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말 그대로 신이 진노한 날(díes írae)처럼.
세계의 멸망이 금방이라도 눈앞에 들이밀어질 것 같은 풍경 속에서.
“후우.”
민세희는 심호흡을 하며 블라디미르와 마주보고 섰다.
블라디미르는 손에 번개의 힘을 품은 채 입가를 비틀었다.
– 나와 정면으로 마주보고 선 용기는 가상하지만, 하찮구나. 하찮도다. 실로 우매한 것들이다.
그는 어깨를 떨며 웃었다.
– 내 시스템을 무너트린 건, 그래. 칭찬해주마. 굉장해. 한방 먹었다. 그 남자의 후배라고 했던가? 정말로 내게 속이 뒤틀리는 짓을 벌여주었다. 하지만 어차피 그런 잔재주는 여기까지다.
블라디미르는 손을 들었다.
그 안에 모이는 신성의 힘은 이미 이 주변 일대 따윈 가볍게 지져버릴 만큼의 에너지가, 열량이 모여 있었다.
신 다운 힘.
신과도 같은 위엄.
– 이제 죽어라.
신이 내리는 선고.
하지만.
“······죽는 건 내가 아니야.”
– 아직도 그런 헛소리를 하는 게냐?
블라디미르의 이죽거리는 목소리에도, 민세희는 그저 머릿속으로 생각할 뿐이었다.
그간 자신은 몇 번이나, 몇 십 번이나 선배에게 도움이 되고자 단련해왔다.
지난 150년의 시간.
그것은 전혀 무의미하지 않았다.
– 사물에 마력을 불어넣는다.
현대 마법사로서는 반푼이에 지나지 않는 이 힘을 어떻게 하면 이용해서, 선배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그런 고민으로 보내온 150년이었다.
내가 할 줄 아는 건 고작 인형을 만드는 것 뿐.
생각해라.
몇 번이고 머리를 굴려라.
아무리 하찮더라도 현대 마법의 말단이라도 손을 뻗었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라.
아르카디아와의 결전 이후, 선배가 죽음을 맞이하고 눈앞에서 사라졌을 때.
그녀는 얼마나 절망하고, 다시 선배가 돌아오기를 기도했던가.
‘그 절망감을 잊지 않고, 나는 계속해서 노력해왔어.’
수많은 궁구와 수없이도 많이 반복된 궁리.
아크라디아와 적대한 이상, 앞으로 선배의 적으로 등장할 이들의 속성은 단순했다.
‘모노리스의 파편을 사용해 신의 영역에 이른 자들, 그들이 선배를 가로막고 우리를 방해할 거야.’
아르카디아급과의 싸움이 연전으로 반복된다면, 아무리 선배라고 해도 힘들지 모른다.
아니. 본심을 말하자면.
‘선배는 아무렇지 않을지도 몰라······. 하지만 내가 분명 버텨내지 못할 거야.’
그녀가 기억하는 강재민은 늘 혼자였다.
혼자 모든 걸 해결하고, 강인한 모습으로 가로 막는 장애물 따윈 전부 쳐부수는 남자였다.
그것은 위대하며 또한, 너무나도 외로워 보였다.
민세희의 바람은 단순하다.
– 선배를 혼자두고 싶지 않다.
아울러 그 뿐만이 아니라, 그렇게 나아가는 선배의 옆자리에서.
“나 또한 함께 서고 싶어.”
그러니 힘을 길러야만 했다.
앞으로 선배의 앞을 가로막을 신적 존재들과 싸우기 위해서라면 민세희 그녀는 힘을 쌓아야만 했다.
– 고작 인간의 몸으로 무얼 할 수 있단 거지?
블라디미르의 질문에, 민세희는 상념에서 깨어났다.
내가 할 수 있는 것?
내가 보내온 150년의 시간과 지난 3년의 절망으로 얼룩진 시간 동안 쌓아온 힘이, 바로 그 대답이다.
그녀는 짤막하게 답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걸 할 뿐이야.”
민세희는 품으로 손을 넣어 ‘그것’을 손에 쥔 뒤.
“이멜다, 그리고 헬레나 씨!”
전력으로 블라디미르를 향해 던졌다.
– 허튼 짓을!
블라디미르가 그걸 향해 전격을 날리려고 들었지만, 사전에 합을 맞춘 만큼 헬레나 쪽이 더 빨랐다.
“알았어!”
“네!”
화륵.
불꽃이 핀다.
스아악.
그 뒤를 따라 태양의 신성한 힘이 빛을 발한다.
헬레나와 이멜다가 각각 쏘아낸 자신들의 힘이, 늦지 않게 민세희가 던진 핵으로 날아들어 흡수되었다.
‘나는 선배만큼 현대 마법에 능통할 수 없어.’
때문에 민세희 그녀는 신화급 마법의 재현을 절대로 이룩할 수 없다.
신화급에 이르는 마법은, 어지간한 재능으로도 펼쳐낼 수 있는 자가 극히 제한되는 기적.
그만한 마법의 행사는 절대로 개인에게 허락된 물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선배가 아니지만, 여기엔 나만 있는 것이 아니야.’
여기엔 모두가 있다.
이 자리에 이를 수 있도록 도와준 동료들이. 카스팔이나 브리타, 레프너겐과 버텨준 베오.
신성한 불꽃을 품은 헬레나와 신성력의 증폭을 도와줄 수 있는 이멜다까지.
모두의 힘이 있다면.
바로 여기서부터 전승을 빌려온다.
‘나 혼자서는 불가능하지만, 모두가 있다면 현대 마법의 궁극이 가진 끄트머리를 조금이나마 재현할 수 있어.’
던져낸 핵은 탐욕스럽게 먹이를 먹어치웠다.
포식하고, 포화하고, 거대해진 채로 불타오른다.
민세희가 가진 힘은 고작해봐야 ‘인형’을 만드는 정도의 마법.
그렇다면 여기서 그녀가 구현하는 건 아주 단순하게도.
“신을 죽이는 인형을 만든다.”
그녀가 가진 마력신경으로 구현할 수 있는 인형의 활동한계시간은 고작 1분도 되지 않을 테지만.
그거면 충분했다.
바로 이 자리에 전승을 구현한다.
과거, 라그나로크를 일으키고 세상을 불태웠던 강인한 거인을.
“······강림하라!”
신을 쳐죽이고, 세계를 파멸시킨 불의 거인(巨人)의 그림자를 아주 잠깐이나마 이 자리에 부른다.
그 이름.
“제조공정, 인형명 수르트(Surtr)······!”
핵에서 폭발적으로 퍼져 나간 마력이 형체를 이룬다.
그 거구를 폭발적으로 증가시켜, 마침내 대지에 발을 내딛은 거인의 인형은.
– 고오오오오!!!
포효를 내지르며 거대한 불의 대검을 신에게 내리쳐, 찢어발긴다.
****
아직 아련히 남아있는 기억이 있다.
칠영웅이라는 조직조차 만들어지지 않았을 시절.
러시아의 매서운 추위가 어김없이 몰아치던 얼어붙은 땅.
대설인(大雪人)의 무리가 마을을 덮쳤다.
나는 필사적으로 막았지만, 도저히 내 힘만으로 설원 원숭이들의 습격을 막는 건 불가능했다.
자연재해 판정 S급.
난데없이 아무런 전조 없이 영구동토 위를 덮쳤을 때.
마탄의 사수라고 불리며, 차기 S급 랭크의 헌터가 되리라는 것이 확실하다며 촉망 받는 헌터였던 나조차도 그 재앙을 막아낼 수는 없었다.
수많은 이가 죽었다.
거기엔 나의 가족도 있었다.
그것은 내가 약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나는 충분히 강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세상에는 내가 절대로 막아낼 수 없는 비극이 존재했을 뿐이었다.
오로지 나 자신을 위해 그런 말을 속삭여주고 있던 차에.
– 대한민국의 지원으로 나왔수다. 이름은 강재민, 뭐, 통성명은 이 정도면 되겠지?
나는 처음으로 그 남자를 만날 수 있었다.
허여멀건한 생김새에, S급 자연재해를 눈앞에 두고도 전혀 긴장하지 않는 모습.
나는 남자를 비웃었다.
러시아의 영웅이라고 불리던 나조차도 대설인을 막지 못했거늘, 방에 틀어박혀 글이나 외고 쓰는 학문쟁이 따위가 지원이라니.
– 놈들에겐 어지간한 빙결 마법도, 이런 추위에선 놈들의 약점이라 할 수 있는 불꽃 마법도 제대로 쓸 수 없다. 네놈 같은 마법사 따위가 뭘 할 수 있다는 거지?
악에 받쳐 소리치는 내게 남자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 내가 할 수 있는 거.
그리고.
콰아앙!!!
세계가 불탔다.
설원이든 추위든, 러시아의 영구동토든 전혀 관계없다는 듯이 강재민, 그 남자는 세계를 불태웠다.
– 마법사란 족속들은 마땅한 ‘준비’만 이루어진다면 얼마든지 이런 일을 할 수 있어.
대규모 의식 마법을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느니, 이것도 전설급 마법에 지나지 않는다느니, 마법의 구조가 어찌되었다느니 하는 소리를 지껄였지만.
그런 말은 전혀 귀에 들려오지 않았다.
거기서 내가 본 건 오로지 단 하나.
– 규격 외의 강함.
이 강함이 있다면, 가족을, 소중한 사람을, 연인을 잃지 않아도 된다.
그런 생각 이후, 내 마음이 향한 것은 놈을 향한 비난이었다.
– 어째서, 어째서 이렇게 늦게 나타난 거냐······! 조금만 더 빨리 왔었어도······!
나의 힐난하는 목소리에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는 그저 콧방귀만을 뀔 뿐이었다.
– 누군가를 욕하고 싶은 기분은 알겠는데. 미안하지만 상대를 잘못 골랐어. 난 한국인이야. 러시아까진 비행기로 8시간은 걸린다고.
마치 오늘 날씨 좋네. 같은 일상 회화를 하듯 서슴없이 꺼낸 남자의 말은 그대로 내 가슴에 비수처럼 틀어박혔다.
바로 그때였다.
싸우지는 않았지만, 그 자리에서 나 블라디미르는 절절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이 남자에게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게 패배했노라고.
그리고.
– 반드시 이 남자보다 강해져야만 한다고.
****
열망이 사라져간다.
열기가 식어만 간다.
“나는······. 강재민을 질투했다······. 놈이 미치도록 부러웠다.”
소중한 것을 잃지 않아도 되는 강함.
규격 외의 힘.
그 남자의 뒷모습을 보고 이를 갈며, 나 또한 얼마나 강해지기를 원했는가.
그것만을 위해 내 입맛에 맞는 약육강식의 생태계를 만들어냈다.
그런데.
“·········그런 내 행동이 잘못되었다고?”
대체 어디서부터가 잘못되었단 말이냐.
나는 내 인생에 주어진 간단하고도 확실한 명제를 이루기 위해 이제껏 노력해온 것뿐이거늘.
놈을 미워하고 증오하고 질투하며 지금까지 살아온 것뿐이거늘.
블라디미르가 꺼내든 이야기를 듣고서, 민세희는 조용히 고개를 흔들었다.
“당신은 잘못알고 있어요. 애당초 그때 사전에 재난을 막지 못한 걸 가장 괴로워한 건 선배니까요.”
“·········괴, 로워 해?”
떠지지 않는 눈꺼풀을 부르르 떠는 블라디미르를 향해, 민세희는 말을 이어나갔다.
“규격 외의 재해, 그것을 막기 위해 매번 다른 국가에서 강한 헌터를 불러들이는 건 너무 시간이 많이 걸려요. 선배는 누구보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어요.”
바보가 아닌 이상, 강재민. 그도 자신이 어느 정도의 힘을 가졌는지 스스로 알고 있었다.
S급의 몬스터가 나타나는 재앙이 벌어졌을 때, 그 자리에 자신이 있다면 막아낼 수 있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던 것이다.
“당신도 알고 있을 텐데요. 전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헌터들을 뽑아, 글로벌 인프라를 전부 집중시켜 세계급 재앙에 대비하도록 시스템을 구축시킨다. ‘칠영웅’이라는 시스템을 제안한 게 강재민 선배였다는 걸.”
“·········.”
민세희가 기억하고 있는 선배의 강함이란, 단순한 힘의 강함만을 말하는 게 아니었다.
헬레나가 예전에 말했었다. 아프리카에서 벌어지는 재앙에 솔선해서 대응하던 남자라고.
선배가 가진 강함이란 이런 거다.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그게 선배가 강한 이유에요.”
천천히 신성의 힘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불의 거인이 휘두른 대검.
그 대검의 정확히 육신이 반쪽으로 조각난 블라디미르는 생명력을 잃어가는 목소리로 물었다.
“너는······. 그 남자를 질투하지 않는가? 어떻게 자신의 가슴에 도사린 감정을 이겨낼 수 있는 거지?”
죽어가는 자의 마지막 질문.
민세희는 잠시 숨을 죽인 뒤, 대답을 내놓았다.
“저 또한 누군가를 질투하고 시기했어요. 지금도 여전히 그렇죠.”
과거에는 선배를.
현재엔 이멜다라는 성녀를.
누구라도 추악한 감정 한 둘 쯤은 그 가슴에 품기 마련이겠지만.
그 모든 걸 떠나서 확신할 수 있는 것이 있다.
“지금은 그 이상으로 모두를 좋아하고 있어요. 질투를 하며 멈춰있을 시간 따윈 제게 없으니까요.”
“·········웃기지도, 않는, 군.”
남자는 고개를 흔들며 이렇게 입을 열었다.
“······놈에게······. 그리고 아르카스에게 전해라. 처음부터 운명은······. 비극을 향하도록 디자인되었다고.”
“그게 무슨······?”
이야기냐고 민세희가 물어볼 기회는 없었다.
마지막 말을 끝으로, 파스스 소리를 내며 블라디미르의 육체는 무너져 가루가 되었다.
****
신성이 담긴 불의 힘.
태양의 빛.
그리고 인형 만들기를 전문으로 하는 현대 마법사.
세명의 힘이 한데 모인 덕에 간신히 이루어낼 수 있었던 신화급 마법.
불의 거인 수르트는 이 자리에서 완벽하게 신을 패퇴시켰다.
< 제66장 – 비천하지만 고귀한 자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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