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is stronger RAW novel - Chapter (134)
내 마법이 더 쎈데-134화(134/203)
< 제67장 – 대미궁도시 알포리움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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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스.
신이 가루가 되어 부서져 내린 순간.
“아.”
민세희는 감탄을 터트렸다.
그 육신에서 피어난 거대한 힘의 흐름이 소용돌이 치더니 이내 하나의 형체를 이루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은.
“검?”
검의 형태.
그래, 이것이 바로 블라디미르가 질투의 열망으로 녹여내 만들었던 신물의 원형이었다.
천천히 민세희는 그 검을 손에 쥐었다.
키이잉.
날카로운 이명을 내며 손에 안착하는 검.
민세희는 알 수 있었다. 검 주변으로 뻗어가는 아지랑이가 천천히 식어가는 것을.
세계를 좀먹던 질투의 열망이 사그라지는 것을.
그렇게 마침내 그녀 민세희는 선배가 믿었던 대로, 신물 <질투의 검>을 회수하는데 성공했다.
****
다음날.
뮬란의 길거리는 이제까지 보기 힘들었던, 전에 없는 활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 뭔가 어제까지만 해도 머릿속이 둔했는데 말이야.
– 오늘 아침은 평소보다 상쾌하지?
– 엇? 자네도 그런가?
– 나 말고 아내도 그런 말을 하더라고.
길거리를 거니는 수인들은 하나 같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
마치 오래도록 잠을 자며 악몽을 꾸어오다가 이제야 간신히 그 악몽에서 깨어난 것만 같다고.
그렇게 오랜 기간 신이 뿌려놓은 열망의 독에 당해 잠들어 있던 이들은 하나 둘.
열망의 늪에서 깨어나기 시작했다.
끼익.
“다녀왔습니다. 말씀하신 여행 식료품과 도구들도 전부 구비해왔습니다만.”
사전에 부탁을 받은 카스팔과 브리타가 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서자.
“크앙!”
작은 늑대 꼬마 아가씨 베니가 곧바로 카스팔에게 달려들었다.
“으왓! 이 녀석! 떨어져! 목덜미는 물지 마라! 이 자식! 무슨 짓이냐?!”
“크아앙!”
마치 반가움을 못 이겨 달려드는 강아지처럼, 연신 카스팔의 몸을 나무 타듯 올라탄 채로 목덜미를 깨물기 시작한 베니에게 카스팔이 질색하는 사이.
브리타는 그런 카스팔을 가리키며 마구 웃어댔다.
“푸, 푸푸풉! 푸하하!! 이런 어린애가 잘 따르다니, 좋은 일이잖습니까! 카스팔 씨! 나중에 애 아빠가 되면 엄청 인기 많겠네요!”
“닥쳐라. 브리타! 헛소리를 하지 말고, 이 꼬맹이 좀 빨리 떼어내!”
“크아앙!”
그렇게 카스팔과 브리타, 베니가 아웅다웅 하는 사이.
“고마워요. 카스팔 씨. 이걸로 떠나기 위한 준비는 대강 끝이 났네요.”
조용히 제국으로 떠날 준비를 마친 민세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여행 준비가 끝나니, 간신히 모든 것이 끝났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카스팔과 브리타는 자신들이 거리를 걸으며 보아온 풍경에 대해 이야기했다.
“다들 정신을 차린 것 같습니다.”
“별 후유증도 없어보이구요.”
“다행이네요.”
민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보다 그 사건의 여파는 크지 않은 것 같다면서.
참고로 블라디미르의 죽음은 세간에 알려지지 않았다.
‘기억을 흐리게 만드는 마법이 이번에도 잘 먹혀서 다행이었어.’
그녀가 사용한 마법은 이전에도 케뮬란에 도착하기 전.
시골마을에서 마주친 만력교의 신도들을 따돌리기 위해 사용한 마법이었다.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그 일에 대한 기억을 마치 꿈결처럼 느끼도록.
진위를 되짚어볼 수 없도록 만들어주는 이 마법 덕택에.
‘교황 블라디미르가 죽었어도, 당장에 혼란은 찾아오지 않을 거야.’
현재 만력교 사이에서 교황은 행방불명 상태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교황이 죽었다는 게 알려지면, 당장 케뮬란은 극심한 혼란에 빠져들 테니까.’
민세희로서는 천천히 그 충격을 완화해서 받아들이도록 만드는 것이 최선이었다.
뭐, 그래도 걱정할 필요는 없으리라.
여기엔 그 ‘소년’이 남아있으니까.
때 마침.
“정말···, 떠나시는 군요.”
민세희가 떠올리던 소년, 베오가 슬며시 안타까운 표정을 한 채로 다가왔다.
“응. 이제 여기서 할 일은 전부 끝났으니까.”
그랬다.
신물은 회수했고, 케뮬란의 세계를 좀먹던 질투의 열망도 종극을 맞이했다.
더 이상 민세희나 그 일행이 여기 남을 이유는 없다.
“아버지 상태는 어때?”
“그때 이후로 아직 의식이 되돌아오시진 않았어요.”
베오의 말에 민세희는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블라디미르, 교황에 의해 아들과 칼을 겨누고 싸움을 강요받았던 대장군.
그의 아버지는 아직도 의식을 잃은 식물인간인 상태로 침대에 누워있었다.
아마도 이번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라고 할 수 있을 테지.
그래도.
“그런 표정 지으실 거 없어요. 괜찮아요. 지금은 이렇게 같이 있으니까요. 제가 어떻게든 의식을 되찾을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에요.”
“아, 오늘부터는 베오 사제님이라고 불러야 됐던가?”
민세희의 농이 섞인 말에 베오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아직 저 사제님이라는 호칭이 귀에 익지 않은 것이다.
실질적으로 당시의 콘클라베는 베오의 우승으로 끝을 맞이했다.
그 뒤엔 아예 만력교의 사제가 찾아와, 베오를 만력교의 정식 사제로 인정하기까지 한 것이다.
그곳에서 베오는 스스로에게 맹세했다.
“조금씩이라고는 해도, 제 손으로 세상을 바꾸겠어요.”
차별이 당연시 되지 않는, 모두가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
베오 뿐만이 아니라, 열망의 독이 사라진 케뮬란은 앞으로 충분히 변화할 수 있을 테지.
“다 여러분 덕이에요.”
베오는 아버지가 잠든 침대를 쓸어넘겼다.
아버지는 아직 깨어나지 못했지만, 베오는 그때까지 언제라도 아버지의 곁을 지킬 생각이었다.
“만력교의 사제까지 된 만큼 열심히 해야죠. 언젠가 아버지가 제게 보여주셨던 모습처럼, 저도 지지 않도록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겠다고 맹세했습니다. 무엇보다.”
베오는 슬쩍 민세희를 바라보며 이렇게 입을 열었다.
“여러분이 보여주신 불꽃은, 아직도 이 가슴에 남아있으니까요.”
****
덜컹.
마차가 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후, 이번에는 정말 어떻게 되는 줄 알았어요.”
브리타가 그렇게 엄살을 떨고 있으려니.
“허허, 그래도 무사히 넘어갈 수 있었으니, 다행아닌가? 전부 귀중한 경험이 되어줄 걸세.”
레프너게은 허허롭게 웃으며 손녀의 재롱을 보듯이 브리타에게 말했다.
뮬란을 떠나는 마차 안.
각자가 이번 사태에 대해 여러 단평을 나누는 사이.
민세희만이 조용히,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들었다.
다름이 아니라.
‘블라디미르는 죽기 전 이상한 말을 남겼었지.’
민세희는 떠올렸다.
블라디미르가 가루가 되어 부서지던 그 찰나.
남자는 이런 말을 했었다.
– ······놈에게······. 그리고 아르카스에게 전해라. 처음부터 운명은······. 비극을 향하도록 디자인되었다고.
대체 그건 무슨 뜻이었을까.
헬레나에게 이야기했더니.
“그냥 헛소리 아냐?” 라고 가볍게 넘겼을 뿐.
딱히 그녀도 무언가를 짐작하는 것 같진 않았다.
그저 헬레나는 그 옆에서.
“우쭈쭈, 우리 귀여운 아가.”
“헤, 헬레나 님······.”
헬레나는 곁에 앉아있던 이멜다를 끌어안고는 마구 쓰다듬기 시작했다.
“나, 남들이 보고 있으니까 이런 건 좀······.”
“에이~ 내 아이면서 이번에 엄청난 활약을 했잖아? 그게 귀여워서 칭찬하는 거야.”
파하핫 웃으며 이멜다를 가지고 노는 헬레나를 바라보며, 민세희는 미소 지은 얼굴로 눈을 감았다.
‘선배와 의논해보자.’
블라디미르가 남긴 헛소리라도 선배라면 무언가 답을 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자, 그럼 집으로 가죠! 야호!”
브리타가 외치는 목소리를 뒤로 하며.
일행의 마차는 제도 카라클로 향하기 시작했다.
선배를 만날 날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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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장소를 바꾸어 이곳.
“이야~ 덕분에 살았네~ 자네가 아니었으면 알포리움까지 도착할 수도 없었을 게야! 자, 이건 미리 말해두었던 보수일세!”
마차에서 내리자, 함께 마차에 타고 있던 중년 상인은 냉큼 ‘남자’의 손을 잡고 연신 감사의 인사를 표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으로 오는 도중에 상인이 이끄는 상단은 본의 아니게 늑대 마수 그레이 울프 무리와 맞닥뜨리고야 말았다.
물론 상인도 호위 용병을 고용하긴 했지만, 하필 돈을 아끼기 위해 조금 등급이 떨어지는 자들과 계약한 게 문제였다.
물론 중년 상인으로서도 억울한 것이, 도시로 들어오는 입구라면 계속되는 상행으로 인해 어느 정도 청소가 되기 마련이니.
그레이 울프와 마주치는 건, 천에 하나, 만에 하나라도 벌어질 가능성 자체가 적은 일이었다만.
‘어느 세상이나 운이 없는 자는 존재하는 법이지.’
그렇게 중년 상인이 꼼짝없이 죽었다고 생각한 찰나, 때마침 멋지게 마법으로 그를 구해준 자가 있었다.
“별거 아닙니다. 제가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상인의 이야기에도 겸손을 잃지 않고, 주는 보수 또한 확실히 챙기는 남자.
아르민은 살며시 웃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저야말로 여기까지 태워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하하! 자네 마법 실력은 정말 굉장했다네! 혹시 앞으로도 일거리가 필요하다면 우리 상단을 찾아오게나. 후한 가격으로 고용해주지!”
중년 상인은 자신이 얼마나 배포가 큰 남자인지, 목숨을 빚진 대가를 무겁게 여기는 것이 바로 남자다운 자신의 모습이라고 한참을 떠들어대고 나서야.
자기 상단을 이끌고 도시 안쪽으로 사라졌다.
참으로.
“시끄럽구만.”
아르민은 한숨을 내쉬었다.
퍽이나 후한 가격으로 자신을 고용해주겠다 싶었다.
“바로 앞전에 그 고용할 돈을 아끼기 위해 위험에 처했다고 떠든 주제에 뭔 소리야?”
뭐, 불평은 이 정도로 해두고.
그래도 예정에 없던 수입을 얻은 건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
더구나 마차를 얻어 탄 덕분에 상단의 힘을 빌려, 별다른 신분 절차 확인 없이 도시에 들어올 수 있던 것도 이득이라면 이득이라고 해둘까.
자신이 찾은 도시의 입구.
아르민은 고개를 들어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고는 슬며시 감개가 담긴 목소리를 내었다.
“여기가 바로 용병연합국가 포리네의 수도, 미궁도시 알포리움이란 말이지.”
탐욕의 신물이 있는 목적지를 찾아, 아르민은 이곳까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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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연합국가 포리네.
기본적으로 마물과 그런 마물이 서식하는 던전이 난립하고 있는 이곳은 마물들을 처리하기 위해 용병들이 모여들고, 그렇게 마물을 죽이고 나온 여러 재료들을 거래하기 위해 상인들이 모여든 국가다.
대륙에는 이런 격언이 있다.
– 돈이 있는 곳에 몰려드는 건 용병과 상인, 두 치들뿐이다.
이곳에선 저 격언이 돈의 천함을 논하고 그걸 쫓는 용병과 상인의 천박함을 욕하는 말이지만.
현대인의 관점에선 딱히 놀라운 이야기도 아니었다.
돈은 옳다는 걸 모르는 현대인은 없을 테니까.
어쨌거나 이곳 포리네에선 용병이 먼저인가, 돈을 다루는 상인이 먼저인가를 따지는 게 무의미할 만큼, 도시 내부에는 용병들과 상인들로 가득했다.
“그 말인즉슨, 탐욕의 신물이 포리네에 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니라는 건가.”
거리를 가득 채운 활기.
병장기를 갖춘 개성 가득한 이들이 낄낄거리며 지나가거나, 그런 그들을 상대로 포션 따위의 물건을 팔려고 호객을 하는 상인들이 있다.
노점을 열고 열심히 고기를 굽고, 채소를 볶으며 여행객을 유혹하는 자도 있는가 하면.
그들 사이에서 “호외에요, 호외!” 라고 소리치며 조잡하게 만든 신문을 흔들며 팔고 있는 어린아이까지 있는 풍경.
언뜻 보면 정신 사납고, 제국에서 보이던 통일화된 규격 같은 건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자유분방함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특히나 이곳은 포리네에서도 가장 특별하게 여겨지는 수도 알포리움이었다.
정식명칭은 이른바 <대미궁도시(大迷宮都市) 알포리움>
“알포리움의 명물이라면 분명······. 아, 저기 있네.”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던 아르민은 저 멀리서 위풍당당한 위용을 자랑하는 건축물을 보고는 휘파람을 불었다.
알포리움의 한쪽에 꼿꼿하게 서 있는 20층짜리 건물.
저곳이 바로 알포리움의 중심이자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대미궁으로 이어지는 입구이자.
용병왕 아란칼이 머무는 용병의 왕궁이기도 했다.
“과연 명물이라고 불릴만 하구만.”
그 위용에 감탄하기도 잠시.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이런 눈 돌아가는 곳에서 어떻게 하면 탐욕의 신물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흠.”
잠시 고민하던 아르민은 곧장 발길을 정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정보가 모여드는 장소 제1순위는 용병 길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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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민이 알고 있는 용병 길드의 이미지는 대개 비슷비슷했다.
일레인스 영지에 있는 용병 길드 지부가 그랬듯이.
아침나절부터 술에 절어서 늘어져 있는 용병들과 그런 용병들을 아니꼽다는 듯이 바라보는 길드의 접수원.
나아가 틈만 나면 용병들 간에 신경전이나, 패싸움까지 벌어지는 곳이 바로 용병 길드.
아르민이 기억하는 용병 길드란 대충 그런 느낌이었지만.
이곳은 달랐다.
– A급 의뢰 수주! 필요 인원은 A등급 하나, B등급은 최소 셋 이상!
– 지금 당장 지원할 수 있는 용병단이 있나?
– 검은 뿔 용병단이 있습니다.
– 바로 연결시켜!
– B등급 의뢰 실패 보고입니다! 원래 의뢰 내용과 다르게 B급 몬스터가 둘 이상 있었다고 합니다. 의뢰 등급의 격상을 요구한다는 보고입니다!
– 처음 의뢰를 받을 때부터 낌새가 이상했어! 의뢰주에게 벌금 물리고, 자리를 다시 만들어!
– 바위벽 용병단으로부터 지난 번 ‘고블린 토벌’ 의뢰 연장 요구가 들어왔습니다! 사전 자료와 차이가 있다고···!
– 필요한 기간은?
– 최소 삼 일 이상!
– 거절해! 그러면 다음 의뢰 일정에 차질이 생긴다. 벌금 물 각오가 있다면 연장하라고 그래!
오고가는 고함과 노호.
그뿐이랴, 고급지까진 아니어도 어느 정도 돈을 들인 게 보이는 종이가 허공을 나풀거리며 사방에서 날아오르고 짓밟히고, 짖이겨지고 있는 것까지.
아마 종이를 취급하는 장인이 이 광경을 봤다간 거품이라도 물었을 테지.
게다가 더욱 놀라운 건.
“저희 알포리움 용병 길드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의뢰를 하러 오셨나요?”
이런 난장판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접대용 미소로 아르민을 맞이해주는, 직업정신 투철한 접수원 아가씨까지.
총체적으로 할 말이 없어진 아르민은 한숨을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
“의뢰···라고 할지, 정보를 찾고 싶어서 왔는데.”
혹시 그런 걸 찾을 수 있을까. 싶은 아르민의 질문에 접수원은 친절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저희 알포리움은 고위 귀족들에게서 도는 소문과 실질적인 사실과 관련된 정보, 귀족 간의 연애담을 비롯해, 몬스터 공략 정보나 소재에 관한 가격 변동 정보. 나아가 괴기괴담에서 허무맹랑한 소문까지 전부 포함해, 의뢰인이 요구하는 방식으로 제조 판매하고 있사오니. 얼마든지 의뢰 가능하십니다.”
“아······. 그래.”
정말로 직업정신 투철한 화법에 아르민은 질린 목소리로 물었다.
“최근, 그러니까 3년 내에 포리네 내에서 도는 소문에 대해 알고 싶다. 최대한 허무맹랑한 이야기 위주로······, 그래. 딱 봐도 말이 안 되잖아? 싶은 것도 상관없어. 그와 관련된 정보 전반을 구매하고 싶군.”
아르민이 굳이 이런 방법을 취한 건, 신물을 손에 넣은 자나 관련된 사건이 벌어졌다면.
분명 이제까지 그랬던 것처럼 말도 안 되는 종류의 소문이 돌았으리라고 판단한 까닭이다.
특히나 이번 신물의 속성은 ‘탐욕’.
탐욕으로 인해 벌어지는 이야기는 지난 세기 만화, 소설, 영화를 막론하고 얼마든지 있어오지 않았던가.
그렇게 아르민이 꺼내든 말에.
“아항.”
순식간에 접수원의 표정이 표변했다.
딱 봐도 ‘말도 안 되는 기담 따위나 찾아다니는 호사가시구만.’ 하는 오해가 얼굴에서 엿보이는 것이.
굳이 정정해주기도 귀찮았던 아르민은 한숨을 내쉬며 정보를 달라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럼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잠깐 자리를 비웠던 접수원이 다시 돌아왔을 땐.
쿠웅!
아르민 앞으로 두꺼운 백과사전 두 권 분량의 책을 내려놓았다.
“······양이 생각보다 많은데.”
“그야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저희 알포리움 용병 길드는 무엇이든 취급하고 있으니까요.”
얼굴 위로 가득 자부심이 엿보이는 접수원 아가씨였다.
‘이런 것도 준비해두고 있단 건가.’
질린 듯 고개를 흔든 아르민이었지만, 생각해 보면 용병 길드도 상인 길드와 다를 바 없이, 그 본질은 돈만 되면 뭐든 하는 조직이니.
따지고 보면 딱히 이상한 일도 아닌지 모르겠다.
“우선 살펴보시겠어요?”
“그럼 잠깐.”
어디 한 번.
팔락.
아르민이 첫 페이지를 넘긴 순간, 그의 눈에 띄는 글자가 있었다.
읽기만 해도 어처구니가 없어지는.
“·········소원을 이루어주는 성배?”
허무맹랑한 괴담이 그곳에 적혀 있었다.
< 제67장 – 대미궁도시 알포리움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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