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is stronger RAW novel - Chapter (135)
내 마법이 더 쎈데-135화(135/203)
< 제67장 – 대미궁도시 알포리움 (2) >
팔랑팔랑.
아르민은 길드 접수원이 전해준 서류 종이를 넘기며 확인에 들어갔다.
확실히 요구대로, 그 안에는 당장 첫 페이지부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이 여럿 보였다.
근처 던전을 전전하며 사람을 습격한다는 이름 없는 용병에 대한 괴담이라거나.
여성 용병들 사이에서 먹으면 피부가 좋아진다는 특정 슬라임 개체에 대한 소문.
그밖에 미궁 내에서 소유자를 잡아먹는 마검이 돌고 있다느니 하는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말하는 미노타우루스를 봤다는 증언까지.
이거고 저것이고 전부 허무맹랑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들을 적당히 넘겨 읽던 중.
그때 유독 아르민의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었다.
제목 : <소원을 이루어주는 성배>의 소문에 관하여.
“·········소원을 이루어주는 성배?”
허무맹랑한 괴담이라고 해야 할지.
어디서 많이 봤다 싶은 모티브라고 해야 할지.
어떤 의미로는 현재 아르민이 가장 찾고 있는 부류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탐욕과 소원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지.’
슬쩍 확인해보니, 서류가 작성된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2년 반 전.
아르민의 시선이 성배에 대해 적은 짤막한 글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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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사건 기록보고]길드의 의뢰를 받고 몬스터 토벌 작전에 나선 홍옥의 용병단이 대미궁 알포리움 33층 부근에서 소요 사태가 발생했다고 연락을 전해옴.
구조대가 출발했지만, 도착했을 때는 이미 총인원 9명 중 사망자 3명, 부상자 2명. 총 5명의 사상자가 발생.
생존자가 말하길 ‘소원을 들어주는 성배’를 서로 차지하기 위해 다툼이 벌어졌다고 증언.
사건 담당자는 생존자의 정신 상태가 불안정한 것을 이유로 들어 환각 증세가 나타났을 뿐이라고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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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아르민의 시선은 다음 장으로 넘어갔다.
그건 1차 사건이 벌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은, 한 달 뒤를 기록한 글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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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사건 기록보고]돌거북의 소재 채취 의뢰를 수주하고 대미궁으로 떠난 칼바람 용병단으로부터 정기 연락이 두절.
상황을 이상하다고 판단한 부길드장이 단독 권한으로 용병 길드의 정식 용병들을 파견했지만, 칼바람 용병단은 찾을 수 없었음.
다만 마지막으로 연락이 취해진 장소에서 용병단의 것으로 보이는 수첩을 발견.
수첩에는 ‘성배를 발견했으니 이곳을 떠난다.’ 라는 글귀만이 남아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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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기록은 거기서 또 일주일 뒤를 기록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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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 길드 내부에서 집단 구타가 발생.
술주정을 부리는 B급 용병 ‘가르강’을 상대로 동료 용병들이 폭력을 저지름.
추후 용병 인원들에게 징계 조치 후. 가르강 본인에게 원인을 물어보니.
“나는 부자가 된다는 소원을 빌었어. 그걸 질투한 새끼들이 잘못이지!”
같은 이해할 수 없는 발언만을 반복.
실제로 확인해본 결과, 가르강의 재산이 딱히 증가한 점은 없음.
그러나 동료를 모욕한 죄를 물어 담당자는 당분간 가르강을 의뢰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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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를 읽은 아르민은 잠시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대강 파악한 내용은 이 정도.
이거야 원.
‘이래서야 정말 괴소문 수준 밖에 안되는 군.’
아르민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야 소원을 이루어주는 도구라니, 그야말로 탐욕에 어울리는 소재긴 하지만.
이것만 봐서는 알 수 있는 게 없었다.
‘확실히 지금까지 내가 접해온 신물들은 제대로 된 물건들은 아니었지.’
마력을 먹어치우는 탐식의 핵.
사용자에게 정보를 알려주지만 절대로 결과물에 도달할 수 없는 나태의 서.
가진 바 그 힘은 신화급 마법을 성립시킬 정도로 굉장하지만.
아무리 봐도 제대로 된 사용처가 있는 물건들이 아닌 것.
그게 바로 아르민이 알고 있는 신물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소원을 이루어주는 성배라는 건.
‘탐욕의 신물에 어울리는 이름이긴 하다만.’
정말로 신물일까?
그 수상함에 눈살을 찌푸리고 있으려니.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라도 있으신가요?”
접수원의 질문에 아르민은 입을 열었다.
“이······. 소원을 이루어주는 성배에 대한 기록은 이게 끝인가?”
조금 더 읽으면 감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던진 질문이건만.
“예?”
접수원 아가씨는 진심으로 그런 걸 묻느냐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응? 뭐 문제라도 있나? 싶던 아르민이었지만.
“······혹시, 고객님은 대탐색에 대해 모르세요?”
“대탐색?”
접수원 아가씨의 눈빛이 번쩍였다.
마치 제대로 먹잇감을 물었다는 것처럼.
활짝 갠 미소를 짓더니, 신난 어조로 말을 꺼내기 시작한 것이다.
“거기 적힌 소문의 뒷이야기라면 알포리움에 있는 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하니까요.”
간간히 대미궁을 공략하던 모험가 및 용병단 사이로 알음알음 흘러나오던 소문.
그 진위를 확인하고자 지금으로부터 2년 전.
즉 성배의 소원이 알려지고 반년 후에.
“금빛 황금 상단을 주축으로 대규모 원정대가 만들어졌죠. 대탐색이라는 이름으로 성배가 진짜 존재하는지를 찾으러 떠난 거예요! 한때 알포리움을 뜨겁게 달군 엄청난 모험담이라구요!”
이를 모른다고 하니 놀랍게 여긴 거라는 접수원의 말에 아르민은 어깨를 으쓱였다.
“아, 나는 여기 온지 얼마 안 돼서 말이야.”
“그러신가요? 후후! 그래도 멋진 이야기죠? 성배라는 보물을 찾아 상단이 돈을 대고, 그 후원을 받아 움직이는 용병단 연합이라니! 이건 가슴이 뜨거워지지 않고는 못 배기는 전개죠!”
동원된 용병단 중에서는 S급 용병도 있었다느니, 전설의 드워프 용병도 있었다느니.
신이 나서 재잘재잘 떠드는 모습이, 딱 봐도 자기가 아는 이야기가 나온 김에 흥분하는 부류의 모습이었다.
그 얼결에 맞장구를 쳐주는 사이, 접수원은 끝내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결국 성배는 찾지 못한 채, 용병단은 큰 희생을 낸 채로 퇴각할 수밖에 없었어요. 듣기로는 30층에 있을 리가 없는 강력한 몬스터와 만난 모양이라던데. 덕분에 무의미한 원정이었다는 낙인이 찍혔으니. 참 맥이 빠지는 일이에요.”
결국 대규모 원정으로 조직된 대탐색은 소문의 보물을 찾지도 못한 채 희생만 내고 끝이 난 모양이었다.
여기까지만 보면 비극에 불과한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 일을 계기로 금빛 황금 상단의 세가 지난 2년 동안 무섭도록 커져서. 소문으로는 금빛 상단 측에서 보물을 찾고도 입을 싹 닦은 거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가 있긴 하죠.”
여기까지 말한 접수원은 아차. 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 이건 그냥 제 개인적인 이야기니까. 쉿, 고객님도 비밀로 해주셔야 돼요? 길드 직원이 돼서 다른 조직을 흉봤다는 게 상사 귀에 들어가면 저 감봉 당해요! 쉬잇! 쉿!”
“뭐, 그거야······.”
대신이라고 하긴 뭣하지만.
“대탐색 원정 당시의 기록을 살 수 있을까?”
그러나 접수원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원정의 자세한 정보는 일급 기밀이라, 외부에 팔 순 없어요. 이건 저, 저도 어쩔 수 없어요!”
‘결국 내가 알아낼 수 있는 건 단순한 소문에 관한 정보뿐인가.’
그나저나 대탐색이라는 이벤트를 위해 대규모 원정대까지 조직했다니.
이만한 정보가 제국까지 닿지 않은 이유.
‘교역이 끊긴 탓이겠지.’
짐작이 가는 부분은 있었다.
그간 용병국가 포리네와 교역을 주로 이루던 곳은 제국의 서부 모르티엔 영지였다.
3년 전 교역이 끊긴 뒤로, 자연스레 제국 중심부까지 이 해괴한 소문이 도달할 여지는 없었으리라.
하지만.
‘금빛 상단이라면 분명······. 들어본 적이 있는데.’
어렴풋하지만, 금빛 황금 상단이라는 이름은 아르민에게도 낯이 익었다.
어디서 들어봤더라. 하고 기억을 되짚는 사이.
떠올렸다.
“······알로스린 대공.”
“예?”
“아니, 그냥 혼잣말이야. 그보다 대탐색의 정보를 팔 수 없다면, 마지막으로 정보 하나를 더 사고 싶은데.”
아르민이 꺼낸 말에 접수원은 아까까지 곤란한 표정을 짓던 것이 거짓말이라도 되는 듯, 단박에 환한 표정을 짓고는.
“그것까지 포함해 추가 금액을 더해 전부 2골드 되겠습니다!”
방긋방긋 웃기 시작했으니.
그건 철저한 장사꾼의 미소였다.
****
일전에 미네르바 황녀가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 알로스린 대공은 대륙 제일의 상단이라고 불리는 <금빛 황금> 상단과 손을 잡았네. 제국으로 통하는 상업의 젖줄을 틀어쥔 거나 다름없지.
“여기서도 대공의 이름을 접하게 될 줄이야.”
더구나 여기서 얻은 정보에 따르면.
그 대륙 최고의 상단이라 불리는 금빛 황금 상단은 2년 전까지만 해도 규모는 있어도 대륙 최고라고 불릴 정도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헌데 바로 2년 전.
“대탐색이 끝난 뒤, 갑자기 세가 불어났다. 이거지.”
때문에 여기서 아르민이 취한 행동은 단순했다.
“여긴가.”
발걸음이 닿은 곳은 길드에서 마지막으로 산 정보.
– 금빛 황금 상단의 상단주가 있는 곳을 알고 싶어.
라는 주문을 통해 알아낸 저택에 도착했다.
과연 아르민이 올려다 본 저택의 크기는 어마어마했다.
세를 불려 나가는 대륙 최대 상단의 저택.
그에 걸맞은 위용에 감탄하기에 앞서, 아르민은 경비병에게 다가가 말을 전했다.
“내 아르민 일레인스, 상단주를 뵙고 싶어 찾아왔다.”
“뭐? 주인님을 찾아와? 댁 같은 청년이?”
경비병은 이게 뭘 잘못 처먹었나? 같은 표정을 지었지만.
아르민은 말없이 일레인스 가문의 인장이 박힌 명패를 보여주었다.
평소 드러낼 일이 없지만, 귀족이라는 신분은 이럴 때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던가.
그걸 보고도 반신반의하던 경비병은 안쪽과 연락을 취한 뒤.
“어,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
해쓱한 얼굴로 아르민을 안내했다.
****
“환영합니다! 제국의 영웅! 아르민 일레인스 님! 북방에서 보여주신 놀라운 활약에 대해 저도 많이 들어왔습니다!”
비싸 보이는 비단옷을 걸친 중년의 남자가 환한 미소를 지은 얼굴로 아르민을 맞이해주었다.
그 반응을 보고 나서야 아르민은 어째서 경비병이 해쓱한 표정을 지었는지 눈치 챘다.
‘북방의 영웅이란 소식이 여기까지 전해져 있었나.’
황녀의 명이라는 형태로 탐식의 고래를 물리치기 위해 북쪽으로 향해 활약을 했던 아르민이다.
좀처럼 자신은 자각하지 못했지만, 영웅이라는 타이틀이 꼬리표처럼 따라붙기 시작했다는 건.
거추장스러운 것과 동시에.
‘제법 도움이 되는 일이야.’
금빛 상단에서 직접 만남을 받아준 것도, 일레인스 백작가의 자식이라는 신분보다는 북방의 영웅이라는 타이틀이 더 유효했을 터였다.
“금빛 상단의 상단주이십니까?”
아르민의 질문에 중년 남자는 고개를 흔들며 미소 지었다.
“아니요. 상단주 블론디 주인님께선 현재 볼일이 있어 제국에 계십니다. 저는 그 분의 대리 업무를 맡고 있는 총지배인 밀카다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밀카다는 정중한 태도로 고개를 숙였다.
그가 이토록 아르민을 환영해주는 이유는 뻔했다.
‘알로스린 대공은 여전히 날 포기하지 않았나 보구만.’
대공은 여전히 황녀의 휘하에 있는 아르민을 신경 쓰고 있다.
그것이 북방의 영웅이라 불리며, 추후 민중들의 지지를 받을 여지가 있는 자라면 더욱 그러하겠지.
‘총지배인쯤 되면, 상단주와도 운명을 같이할 테고.’
밀카다 또한 아르민을 극진히 대접해, 마음을 돌리고 싶어 한다는 것이 여기까지 전해져왔다.
잘 대해줘서 마음을 돌리면 대박이고, 최소한 나쁜 인상을 줄 필요는 없을 테니까.
“그래서, 북방의 영웅께서 이런 곳은 무슨 일로······?”
밀카다의 은근한 질문에 아르민은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황녀님의 명으로 모르티엔 영지와 포리네의 교역을 되돌리고 싶어서 찾아왔습니다만. 여기서 금빛 상단에 대한 이야기를 접해서 말입니다.”
물론 거짓말이었다.
그런 명은 받은 적도 없거니와, 관심이 있는 건 신물에 대한 정보뿐이지만.
“호오······. 황녀님께서······. 다만 교역이라면 이미 아시다시피 알로스린 대공님께서 후원을 해주신 덕분에, 저희가 직접 칼센 제국과 유통 경로를 뚫고 있습니다만.”
밀카다의 눈빛이 음험하게 빛난다.
교역 자리에 황녀가 낄 여지는 없다는 걸 돌려서 말하는 말투.
여기서 황녀의 충실한 복이라면, 어찌 서부를 통하지 않고 그런 방식으로 교역을 하고 있냐 따져들 문제겠지만.
“예, 여기 와서 보니 많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특히 ‘성배’라는 보물과 관련해 귀하 상단 측에서 제법 재미있는 일을 벌였다고 하더군요.”
자연스럽게 아르민은 이야기의 화제를 대탐색과 관련된 주제로 바꾸었다.
“아하, 들으셨군요. 예. 부끄럽게도 저희 측 상단에서 허무맹랑한 소문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돈을 투자한 적이 있었답니다.”
그 주제 변화에 가장 반색한 건 당연히 밀카다 쪽이었다.
황녀는 별개로 하고 당신네들이 벌인 일에 관심이 있다.
이건 딱 봐도 황녀를 떠나 당신네에게 관심이 있다는 뜻으로도 보이는 말이니까.
‘뭐, 진짜 관심 있는 건 대탐색뿐이지만.’
“그래서 말입니다만. 혹시 대탐색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해서 말입니다.”
“하하, 아쉽게도 세간에 알려진 내용이 전부입니다. 딱히 보물은 발견할 수 없었고, 저희도 큰 손해만 봤던 원정이었습죠.”
아르민의 질문에도, 밀카다는 단순히 원론적인 이야기만 반복했다.
얻은 바는 없다. 희생만 냈다.
역시 자세한 정보는 제공할 생각이 없는 것이다.
정말로 신물을 발견했고, 그 덕에 세가 불어난 거라면 쉬이 알려줄 리가 없겠지.
‘진짜 그들 세력으로 편입된다면 알려줄지도 모르겠지만.’
아르민도 그럴 생각까진 없었다.
그렇게 한 차례의 대화가 끝나고, 그 뒤 주제는 단순한 신변잡기로 나아갔다.
“그러고 보니 아르민 님께서는 딱히 여성과 사귀지 않는 모양입니다만······.”
“아직은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해서, 특정한 분과 연을 맺는 것이 쉽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하하! 그렇지요! 자고로 남자란 가슴에 한 번 숙명을 담았다면, 연애 같은 하찮은 일보단 숙명에 더 매진하는 족속이지요!”
밀카다가 껄껄 웃고 있는 그때였다.
– 차를 가져왔습니다.
“들어와라!”
밀카다의 명을 받고 하녀 무리 몇이 차가 담긴 쟁반을 들고 응접실 안으로 들어섰다.
그때.
‘음?’
문득 하녀들 중 아르민의 눈길이 가는 여성이 있었다.
밀카다는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호오, 혹시 관심이 가는 아이라도 있으십니까?”
은근한 미소를 짓고는 그런 말을 꺼내들었다.
아르민은 고개를 흔들었다.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군요.”
“케냐, 이리로 오너라.”
“예.”
아르민이 시선을 준 하녀.
하녀복을 입었음에도 그 미색이 전혀 바래지 않는 여성이었다.
검푸른 머리, 조신하게 내리깔고 있는 눈동자.
슬쩍 보이는 입술은 연분홍빛으로 남자의 시선을 끌어당기는 마력이 있다.
밀카다는 조용한 어조로 말했다.
“케냐는 저희 저택에 들어 온지 얼마 안 된 아이지만, 솜씨가 제법 괜찮은 아이랍니다. 혹시 마음에 드신다면······.”
밀카다의 말에 아르민은 필요 없다며 고개를 저었지만.
오히려 그 거절에 밀카다는 더욱더 호쾌하게 웃었다.
“하하하! 그 왜, 영웅은 호색이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아르민 공이라면 저 같은 놈과는 다르게 아직 한창때 아니십니까? 여인을 사귈 수는 없더라도 품는 것에 누 뭐라 하겠습니까!”
“정말 괜찮습니다.”
살짝 짜증이 치미는 걸 억지로 참아 넘기며 꺼내든 말에 밀카다는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다시었다.
하지만 잠시 후, 밀카다는 벌떡 일어나더니.
“뭐,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요. 대신이라고 하긴 뭣하지만, 오늘부터 저희 저택에서 묵어주십시오. 저녁부터 시작해서 귀공이 알포리움에 있는 동안 제가 섭섭지 않게 대접하겠습니다!”
흥에 겨운 밀카다의 말에, 아르민은 조용히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과분한 호의, 감사히 받겠습니다.”
****
물론 정말로 호의를 받고자 이 자리에 남은 건 아니었다.
그야말로 호화스러운 저녁 식사를 대접 받고, 목욕까지 전부 끝마친 아르민이 방으로 돌아온 뒤.
조용히 상황을 정리했다.
“이걸로 저택에서 묵어간다는 목적은 달성했고······.”
지금부터가 본론이다.
“대탐색에 대한 정보라면 저택 어딘가에 남겨져 있을 테지.”
신물을 얻기 위한 일보(一步).
적진에 직접 쳐들어와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가장한 연극.
그것이 잘 먹혀들었다.
그리고 잠시 시간을 세어가며 기다린 끝에 찾아온 지금.
창문 밖으로는 야심한 어둠이 가득차 있었다. 지금이라면 복도 너머까지 포함해 인적이 드물 터.
움직이려면 지금이었다.
그렇게 아르민이 행동을 개시하려는 찰나.
똑똑똑.
‘음?’
아르민이 머무는 방의 문을 두드리는 누군가가 있었다.
야심한 시각에 찾아올 이는 아무도 없거늘.
아르민이 문을 열자, 그 너머엔.
“·········나 참, 그 인간, 필요 없다니까.”
아르민의 한숨도 부질없이.
“지배인님의 명으로 찾아왔습니다.”
하녀 케냐가 무심한 얼굴로 문 앞에 서 있었다.
< 제67장 – 대미궁도시 알포리움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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