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is stronger RAW novel - Chapter (138)
내 마법이 더 쎈데-138화(138/203)
< 제69장 – 쿠올 상단 (2) >
“······어째서 들킨 건지, 말씀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변장은 완벽했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케냐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마치 절대로 들킬 리가 없는 속임수가 까발려진 마술사처럼.
베론이 진짜 상단주가 아니란 사실과 자신의 정체까지 한 눈에 간파 해내다니.
그녀로선 그걸 이해할 수 없었던 탓이다.
그러나 아르민 입장에선 대수로울 것도 없는 재주였다.
눈치를 챈 건, 첫 날.
금빛 황금 상단의 저택에서 만난 그 순간부터였으니까.
“예를 들어, 그 콧등에 눌린 자국.”
“······자국?”
케냐는 자신의 코를 매만졌다.
이게 뭐가 어쨌냐는 얼굴이지만.
“그건 보통 안경을 오래 쓰는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자국이거든.”
아르민 본인은 안경을 쓰지 않지만, 과거 연구자 후배 녀석들을 자주 봐서 알고 있다.
그리고.
“뭣보다 안경이란 비싼 물건이야.”
투명한 유리에 빛을 굴절시키거나 응집시키는 마법을 걸어 만드는 이곳 세계의 안경이란, 터무니없이 가격이 비쌌다.
그런 물건을 아무리 시력이 나쁘다한들, 하층민이 사용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뭐, 그 이전에 농사일이나 상업 따윌 하는 이들에게 안경이 필요할 일 자체가 없겠지만.’
그럼에도 안경을 사용하고 있다는 건.
“평소 문자를 들여다보는 일에 종사한다는 이야기겠지. 실제로 네 손에는 하녀라면 으레 가지고 있는 흔적도 보이지 않아.”
이번엔 케냐는 자신의 양 손을 내려다보았다.
하녀라면 당연히 고된 집안일로 손은 부르트고, 물이 마를 날 따윈 없다.
그건 아무리 예쁜 하녀라 해도 마찬가지다.
돈을 주고 고용한 노동력을 놀리는 건, 기본적으로 황족이라 해도 하지 않는 짓거리니까.
“오히려 네 오른 검지에 남아있는 굳은살은, 오랜 시간 펜대를 잡으며 생긴 것이겠지. 거기다 숨기려고 화장을 한 모양이지만, 눈가에 미미하게 남아있는 눈 그늘은 늦은 시간까지 잠들지 않는다는 뜻이고.”
여러 정황을 통해 아르민이 추측한 그녀의 정체는.
“글을 읽고, 펜을 쓰는 직업. 평범한 하녀가 할 일은 아니야.”
“······그렇군요.”
“비슷한 이유로······, 베론이라고 했던가?”
“예.”
상단주의 거죽을 벗어내고서, 다부진 얼굴로 돌아온 베론에게 아르민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쪽은 반대로 손이 거칠어. 평생을 검 따위의 무구를 잡아온 손이지. 옷 너머로 보이는 체구의 테도 단련한 자의 것이고. 물론 상단의 주인이라고 해도 무술을 연마하지 말란 법이 없으니 확신은 할 수 없었지만.”
그것도 앞서 나눈 일레인스 영지의 거래 건을 들먹인다는 함정으로 간파해낸 셈이었다.
“이 정도면 알아채는 게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라고?”
“그래서 처음부터······.”
아르민의 너스레에, 그녀는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서 하녀용 앞치마에서 안경을 꺼내든 그녀는, 그것을 눈가에 씌었다.
고작 안경 하나를 썼을 뿐인데도 단숨에 무심한 하녀의 얼굴이 날카롭고 이지적인 분위기를 띤다.
그렇게 그녀는 조용하지만 서늘한 시선으로.
“소개가 늦어서 죄송합니다. 제 본명은 쿠올 베로니카. 제가 바로 이곳 쿠올 상단의 진짜 주인입니다.”
케냐, 아니, 쿠올 베로니카는 이번에야말로 자신을 소개했다.
****
“호오, 상단주께서 직접 다른 상단의 하녀로 활동하고 있었단 말인가?”
아르민은 미미하게 놀랐다.
그녀가 범상치 않은 신분이리라는 건 예상했지만, 단순히 다른 상단에서 파견한 첩자겠거니. 하고 생각한 게 사실이다.
그런데 진짜 쿠올 상단의 주인이라고?
“용케도 들키지 않고 하녀 생활을 하셨군.”
금빛 황금 상단에서 그녀의 존재를 알았다면 가만히 내버려뒀을 리가 없다.
그런데도 그녀가 케냐라는 이름으로 움직일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정체를 은폐하고, 자신을 꾸미는 능력이 금빛 황금보다 우수했기 때문일 터.
“별 거 아닌 재주에요.”
베로니카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들이나 저희도, 주기적으로 상단 내부에 첩자 색출을 위한 조사는 하고 있습니다만.”
아무리 이력을 조사하더라도, 설마하니 상단의 하수인도 아니고 상단주가 직접 자기네 저택의 하녀로 왔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하리라는 허점.
그리고 무엇보다.
“상단주가 설마 여자라고는 판단하지 못했을 심리의 틈새를 찌른 것뿐이지요.”
베로니카의 올곧은 눈빛을 보고나서, 아르민은 “호오.” 하고 감탄을 흘렸다.
확실히 귀족과 기사가 공존하는 이 세계는 아직까지 여성의 사회적 진출을 백안시 하는 분위기가 있다.
여자는 높은 지위에 앉지 못하리라는 암묵적인 차별의식.
그조차도 자신의 수단으로 이용해먹을 수 있다는 건.
‘유능하군.’
순전히 눈앞의 여성이 능력이 뛰어난 유능한 자라 그런 것일 터.
“거기에 더해, 사소한 이야기입니다만. 하녀로서 지닌 이름인 ‘케냐’라는 신분은 처음부터 준비해둔 신분이었습니다. 실제로 아직까지도 살아있는 계집의 신분이지요.”
‘음?’
베로니카가 자조적으로 꺼내든 말을 듣고서, 그게 무슨 뜻인지 아르민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녀는 단지 쓰디 쓴 미소를 머금을 뿐이었다.
어쨌거나.
“금빛 황금 상단의 하녀로 위장한 이유가 있겠지?”
“예.”
의외로 순순히 베로니카는 답을 입에 올렸다.
“대탐색에 관한 정보는 전부가 기밀로 유지되어, 섣불리 접근할 수 없게 되어있습니다만. 정보란 늘 귀족이나, 앉은 자리가 높은 이들에게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지요.”
그녀가 하녀 케냐로 활동하며 들어온 이야기들.
대탐색의 희생자 유족들이 찾아와 떠드는 말의 조각을 하나하나 주워 담고, 내부의 경비병들이나 또 다른 하녀 동료.
하인들이 떠드는 이야기를 하나 둘 조합해나간다.
“상단에서 전혀 중요치 않다고 판단한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다보면 많은 걸 알 수 있지요.”
그들은 미처 모르고 있다.
제일로 진실된 목소리는 꾸며낸 자들이 가진 것이 아니라.
가장 아래에 있는 자들이 품은 간절한 마음이 낼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상단들은 으레 귀족이나 왕족들이 흘리는 고급 정보만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그건 틀린 말이 아니다.
실제로 귀족이 일으키고자 하는 사업 정보를 손에 넣으면, 상단의 재산은 금세 불어나는 것이 사실이니까.
하지만 그건 사건의 본질에 다가가기 위한 정보가 아니다.
베로니카는 그 핵심을 정확히 꿰뚫어본 것일 터.
자, 그럼 여기서부터가 본론이다.
“그렇게 대탐색에 대해 열심히 조사하던 상단주께서, 내게는 무슨 볼일이지?”
말을 빙빙 돌리는 건 의미가 없다 판단한 것인가.
베로니카는 잠시 숨을 고른 뒤.
“이번 제2차 대탐색에 앞서, 당신을 고용하고 싶습니다.”
자신의 목적을 밝혔다.
****
베로니카는 말했다.
“이제와 밝혀서 죄송한 말이지만, 당신의 움직임은 알포리움에 입성했을 때부터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왜 나를? 하는 질문은 의미가 없다.
오래전부터 일레인스 가문과 거래를 하던 쿠올 상단이다.
아르민의 얼굴을 알고 있는 그들로서는 자신의 거취따위는 쉽게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다.
더구나.
“망나니라 불렸던 과거는 과거의 일일 뿐. 당신은 현재 북방의 영웅이자, 제국에서 가장 주목하는 젊은 기사이지요. 그런 분께서 여기까지 찾아오셔서, 금빛 황금 상단과 얼굴을 마주했다니, 그 이유가 저희는 궁금했지요.”
혹시라도.
“내가 금빛 황금과 무슨 관련이 있으리라 생각한 건가?”
대답 대신, 베로니카는 아르민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침묵은 긍정이다.
그녀가 이토록 자신을, 그리고 금빛 황금 상단을 신경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게다가 베로니카는 무려.
“나와 상단이 무슨 관계인지 알아내기 위해, 밤시중 명령에도 응했다. 이거로군.”
거기서 묘하게 떠보는 듯한 말을 했던 것도 그 때문인가.
“예.”
쿨하게 인정하는 발언이다만.
그건 위험한 일이기도 했다.
“만약을 가정한 질문이지만, 내가 밤시중을 거절하지 않으면 어쩌려고 그랬나?”
상단주가 아무리 정보를 얻고 싶다고는 해도, 그렇게 행동하는 건 필시 위험을 동반한다.
그럼에도.
그녀는 단호히 답했다.
“만약 그랬다면 저는 당신에게 무엇보다 잘 먹히는 거래 재료를 손에 넣었을 테지요.”
즉 냉혹 무자비한 상인의 세계를 거니는 그녀는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원하는 바를 손에 넣기 위해서라면 자기 자신조차도 거래 재료로 내세울 준비가 되어있다고.
– 그래서 날 떠보듯이 행동했다고.
그 이유.
추측할 거리도 없다.
잠시 머릿속을 정리한 아르민은 현 상황을 정리했다.
“내가 황금 상단과 손을 잡았는지가 궁금했다는 건, 그들을 적대시하고 있어서 그럴 터. 하지만 이렇게 내게 정체를 전부 드러냈다는 건. 그들과 나 사이에 별다른 관계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겠지.”
“·········아.”
한 번에 속셈을 꿰뚫어 보는 아르민의 말에, 베로니카는 작은 탄성을 흘리며 입을 다물었다.
이래봬도 머리 쓰는 일이라면, 어느 정도 자신이 있는 아르민이었다.
금빛 황금을 적대하는 이유는 달리 볼 것도 없다.
“아버지의 복수 때문인가?”
“·········예.”
숨겨도 소용없다고 판단한 것이겠지.
쿠올 베니스.
대탐색 기록보고서에서도 확인되었던 희생자.
베로니카는 단언했다.
“금빛 황금 상단은······. 그리고 알로스린 대공측은, 저희가 알지 못하는 무언가를 알고 있습니다. 그것 때문에 아버지는 희생당한 것이지요.”
깨닫는 것이 늦어졌지만.
처지로 따지자면, 베로니카는 결국 그 날 저택으로 찾아와 항의하던 노모들과 다를 것이 없다.
누구보다 그들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을 테지.
“그래서 내게 접근했다. 제2차 대탐색을 위해서. 내 명성이 탐이 났나?”
“실력 또한 뛰어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희는 금빛 황금 상단이 배제된 이번 제2차 대탐새에서 누구보다 성배를 손에 넣고자 합니다.”
그녀의 욕망은 단순했다.
“진실을 알고 싶습니다. 아버지를 희생케 만든 그 요물의 정체가 무엇인지. 정말로 소원을 이루어주는 이름 그대로의 물건인지.”
만약 그렇다면.
“아버지의 희생이 무의미하지 않도록, 그걸 통해 제 소원을 이룰 수 있는지. 전부를.”
그러니 협력해달라며 베로니카는 아르민에게 말했다.
모든 진실을 확인하고, 금빛 황금 상단에게 복수하기 위해.
“당신을 고용하고 싶습니다.” 라고.
“제법 위험한 이야기를 하는 거 아냐? 내가 여기서 들은 말을 그대로 금빛 황금으로 찾아가 이야기한다면, 위험해지는 건 그쪽일 텐데.”
아르민이 흘린 말에 베론이 기겁을 했다.
실제로 지금 이것을 거래라고 한다면, 베로니카가 너무 불리한 거래였다.
자신이 어렵사리 만들어낸 신분. 숨기고 있던 속내, 앞으로의 목적까지 전부 투명하게 꺼내보이다니.
포커로 따지자면 자기 패를 전부 내보이고 게임을 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아니요.”
베로니카는 고개를 흔들었다.
“저는 제 눈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이 정도의 정보를 알리지 않는다면 거래에 응하실 분이 아니지요.”
과연, 그것은.
“상인으로서의 감인가?”
“사람을 보는 여자로서의 감이라고 해두지요.”
베로니카의 말에 아르민은 파앗.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거 참 고맙구만.”
계약이라, 나쁜 이야기는 아니다.
“뭐, 그렇다면야.”
아르민은 대답을 입에 올렸다.
****
아르민이 떠난 뒤, 그가 떠난 자리를 잠시 지켜보던 남자.
베로니카의 호위기사. 베론은 베로니카에게 의중을 물엇다.
“그가 마음에 드셨습니까?”
“그래.”
이제까지 수많은 상행을 동행하며 이런 베로니카의 모습은 처음이었다.
불리함을 마다않고 거래를 거는 그녀라니.
“어떤 점이?”
답은 바로 나왔다.
“가격.”
아니, 라고 고개를 흔들고는.
“정확히는 값어치일까.”
베로니카는 생각했다.
거래에 앞서, 싸다고 모든 것이 능사는 아니다.
값어치에 걸맞은 가격을 제시할 수 있는가.
실제로.
“아르민 일레인스, 그는 자신의 값어치를 절대로 하찮게 부르지 않았어.”
베로니카는 책상 위에 올려둔 계약서를 바라보았다.
싸인은 되어있지 않다.
그래, 아르민은 답했다.
– 계약은 하지 않겠어. 수지타산이 맞지가 않거든.
성배의 진위를 확인하고, 그것의 지분을 돌려준다고 해도 그 남자는 고개를 저었다.
– 성배는 탐이 나. 하지만 금빛 황금 상단을 적으로 돌리면서까지 당신들과 손을 잡는다는 건 별개의 이야기다.
확실히, 자신의 가치를 객관화하여 판단하고 있는 그 남자라면 할만한 대답이었다.
베로니카는 지금까지 한 시도 잊어본 적이 없었다.
– 알겠느냐. 케냐.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건 누가 뭐라고 해도 ‘돈’이다.
아직도 돌아가신 아버지가 남긴 말을, 베로니카는 기억하고 있었다.
막말로 그녀의 아버지는 돈 때문에 죽었다.
나는 그 진실을 밝히고, 자신의 욕망을 우선시하고자 한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자는, 믿을 수 있어.”
아버지를 희생시킨 그들과 달리.
알로스린 대공의 족속들과는 달리.
무작정 가격을 깎아, 후려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이번 거래 건을 통해 더더욱.
“그가 탐이 나.”
베로니카는 희미한 미소를 머금었다.
****
계약은 보류했다.
대탐색까지 기간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냉큼 계약을 맺을 만큼 아르민은 어수룩하지 않았다.
대신 아르민은 용병 길드를 찾았다.
“또 오셨네요!”
여전히 카운터에서는 길드 접수원이 방긋방긋 웃는 얼굴로 아르민을 맞이해주었다.
이 아가씨, 천성 장사꾼이다.
“쿠올 상단에 대한 정보를 사고 싶은데.”
“이번엔 쿠올인가요. 어지간히도 소문을 좋아하시네요!”
딱히 그런 건 아니지만.
접수원이 적당히 그러모은 서류 뭉치를 던져주면서 입을 열었다.
“쿠올 상단이라면 최근 무섭게 기세를 키우는 상단 중 하나죠. 상단주가 능력이 엄청 유능하다던가요? 최근엔 하인도 많이 모집하고 있다고 해요. 거기 지원해보시는 건 어떤가요?!”
쓸데없는 사족들을 덧붙여, 마구 기세를 더해 말하는 접수원에게 아르민은 쓴웃음을 지으며, 천천히 서류를 읽어갔다.
‘제법 여러 가지 사업을 벌이고 있군.’
단순한 상행 뿐만이 아니었다.
길드에서 파악하고 있는 정보에 따르면, 쿠올 상단은 각종 지역마다 수도원을 지원하며 일대의 후원자로 있는 모양이었다.
때문에 매년 그 지역의 특산물 따위가 쿠올 상단에게 감사 선물로 보내지고 있는 양이 다른 상단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양인지라.
이는 용병 길드에서도 꽤 특이한 부분이라고 생각했는지, 자세히 적혀 있었다.
– 어째서 쿠올 상단이 이런 일을 벌이는지 의문이다.
라고 정보를 기록한 자는 저술하고 있었지만.
아르민은 이 형태를 현대 사회, 지구에서 본적이 있었다.
‘복지사업인가?’
재단의 복지 사업과 그 구조가 비슷해보인다.
개인의 재산이라던가, 상단이 손에 넣는 재물 따위를 은행을 통해 관리할 수도 없는 것이 이 세계다.
말하자면 당장 눈에 보이는 금화, 은화, 동화 따위의 현물만이 재산으로 취급되는 취약한 경제 구조를 가진 이 세계에서.
어째서 이런 무형의 투자를 계속하고 있는가.
‘이 세계에서 상단이란 돈에 미치고, 현물을 모으는 것에 집착하는 자들이란 인상이다.’
이제껏 아르민이 만나온 상단의 인원들이 그러했다.
돈을 위해 손수 북방의 위험지대까지 나아가기를 주저하지 않던 거츠상단이나.
마도 공화국에서 흡혈귀의 피를 거래하던 자들처럼.
그런 이들과는 달리, 쿠올 상단의 움직임은 확실히 좀 특이했다.
그리고 아르민의 눈에 띄는 정보가 또 하나 있었다.
“······후계자의 특이성?”
“아, 그 부분도 특이한 부분이죠. 전대 쿠올 상단주가 죽기 전까지 후계자가 비밀에 붙여져 있었거든요.”
접수원 아가씨가 호들갑 떠는 말처럼.
후계자가 그간 비밀에 감춰져 있던 건 상단 전통에 반하는 이례적인 경우였다.
‘보통은 후계자로 점찍은 자식을 어렸을 때부터 상행에 대동시키면서 얼굴을 익히게 만드는 게 전통이니까.’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상단주가 자리에서 물러났을 때.
빈틈없이 바로 인수인계 하기 위해선 그것이 필수였다.
하지만 베로니카가 있는 쿠올 상단만큼은 예외였다.
‘심지어 상단주가 여성이라는 정보도 알려져 있진 않은가.’
상단주 이름으로 기록되어있는 건 베론이라는 이름 뿐.
과연.
“정보 통제 하나만큼은 철저하다 이건가.”
“네?”
“아니, 혼잣말이야.”
그렇게 쿠올 상단의 정보를 유심히 살펴보는 사이.
– 용병왕과 백은들이다!
순간 용병 길드 입구에서 소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
주변이 소란스러워진다.
아르민이 시선을 돌린 곳엔 일단의 무리가 있었다.
무엇보다 그 맨 앞에 서 있던 남자.
짧은 은발의 머리칼과 은백색의 수염이 고귀하단 인상까지 풍기는 노년의 용병이 있었다.
세월의 풍화 속에서 그 어떠한 명검보다도 예리하게 갈린 분위기.
“저 남자가 바로······.”
“네! 카포네 님이세요!”
접수원의 호들갑 덕에 알 수 있었다.
용병왕 카포네. 현 알포리움의 절대자.
그리고 그 곁으로는.
– 백은이 넷이나 모이다니!
– 다시는 보기 힘든 풍경이군!
모두가 감탄을 터트린 것처럼, 백은이라 불리는 S급 영웅 넷이 동행하고 있었다.
제각기 개성 넘치는 복색으로, 강철 갑옷 위나 덧대 입은 가죽 혁대 위로 백은의 방패 문양이 그려져 있는 자들이었으니.
남녀노소, 그 비율도 모두 달랐다.
‘대탐색의 밑준비인가.’
하지만 바로 그때였다.
“······호오.”
“응? 왜 그러세요? 역시 고객님도 용병왕과 백은을 보니까 감탄이 멈춰지지 않는 건가요? 그렇죠? 호사가라면 모두 눈을 빛낼 수밖에 없는 전장의 영웅들이니까요!”
접수원이 뭐라뭐라 떠들었지만, 아르민이 감탄을 흘린 건 전혀 다른 이유다.
실로 단순하게.
“······여기서 칠영웅의 망집을 만날 줄이야.”
모여 있는 백은의 용병들.
그 중에 하나.
암살교단······, 쿠로카게 타카마가하라의 영기(靈氣)를 품은 자가 아르민의 눈에 띄었다.
< 제69장 – 쿠올 상단 (2) > 끝
ⓒ 뫄뫄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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