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is stronger RAW novel - Chapter (14)
내 마법이 더 쎈데-14화(14/203)
< 제5장 – 수준이 너무 낮은데? (3) (수정) >
지구에 있을 적.
아르민도 들어봤을 만큼 유명한 서양인 마법사가 한 명 있었다.
딱히 헌터로서 유능했다거나, 마법 실력이 뛰어나 존경을 얻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가 유명했던 이유는 딱 하나.
그 서양인 마법사가 뜨악할 만큼 엄청난 게임 오타쿠였기 때문이다.
그게 뭐, 어쨌냐고 묻고 싶은 사람도 있겠지.
그러니까 그거다.
단적으로 말해 그는 취미를 버리지 못하고.
유명한 RPG 게임에 나오는 마법을 자기 손으로 만들고 싶어 했던 것이다.
‘처음 그 이야기가 나돌았을 땐 업계에서 순 놀림감이 되었을 뿐이지만, 정작 만들어낸 결과물이 대박이었지.’
그렇게 태어난 마법 중에 하나가 바로 이것.
프로텍션 프롬 어택(Protection from Attack)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테이블 RPG게임에 나온 마법을 오마주한 마법으로, 그 효과는 지극히 심플했으니.
자신을 노리고 날아든 공격을 능동방어 해낸다는 간단한 효과.
하지만 문제는 게임상에서는 단 한 줄로 표현되는 이 성능이.
‘현실에서 마법으로 만들려니까, 그 난이도가 무진장 높았다는 거지만.’
날아오는 공격에 대한 자동 감지는 물론.
그 에너지의 벡터 체크, 속성 확인, 어떤 각도로, 얼마만큼의 마력을 사용해야 효율적인 방어가 가능한지 등등.
이 마법 하나를 만드는데 들어간 논문만 35편 분량이라고 했었나.
덕 중의 덕이라 불리는 양덕후였던 그 남자는 끝내 마법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고.
이어 그건 일대 파란을 불러왔다.다른 게 아니라.
‘마법사들에게 눈 먼 총알은 언제나 골칫거리였었지.’
아무리 강력한 마법사라고 해도 뒤통수에 눈이 달렸을 리가 없다.
원치 않은 비극이란 어디에나 도사리는 법.
전장에서는 언제나 눈 먼 공격에 마법사가 부지기수로 죽어나가곤 했다.
하지만 이 마법이 나온 뒤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마력장을 발하고만 있어도 시야 사각에서 들어오는 공격을 차단할 수 있게 되었다.
오죽하면 이 마법이 나온 직후부터.
통계그래프 상으로 게이트 너머의 마법사 평균 생존율이 수직으로 치솟았을 정도였다.
‘언론에서는 너드(Nerd)의 집념이 만들어낸 기적이라고 연일 떠들어댔던가.’
그야말로 현대 마법이 이루어낸 쾌거.
그리고 아르민은 바로 그 현대 마법의 정수를 자신의 문신에 ‘새겨놓은’ 참이었다.
‘뭣보다 이게 또 작동방식이 간편해서 좋다니깐.’
프로텍션은 한번 새겨두기만 하면, 체내의 마력신경으로부터 끊임없이 마력을 빨아들이며, 그 내부에 마력을 저장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비록 데미지를 받을 때마다 축적된 마력량이 깎여나가고, 이걸 보충하기 위해선 또 어느 정도 시간을 필요로 하지만.
지금의 아르민에겐 이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실제로 이렇게.
까득. 까드드득.
사각에서 날아든 불의의 습격을 막아내지 않았는가.
‘뭐, 그게 아니더라도 다른 수는 많았겠지만.’
다다익선.
자기 몸을 지킬 수단이야,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자, 어쨌거나 여기서 상대에게 한 수를 내줬다.
그렇다면 응당.
“이번엔 내 차례지?”
아르민이 오른손으로 총을 만들어 흑마법사를 겨눈 순간.
“빵.”
쇄애애액!
날카로운 바람총이 그 어깨를 관통했다.
****
– ······크윽?!
퍼억!
육편이, 아니, 그림자가 흩뿌려진다.
더블 액션으로 부여된 폭발 특성에 의해, 흑마법사의 어깨가 터져나간 것이다.
하지만 기대했던 선혈도, 피륙도 튀지 않는 그 광경에.
“음?”
살짝 아르민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건 설마······.
하지만 혹시나 하는 추측을 하기도 전에 먼저.
– 네노오오옴·········!!!
방금 전의 공격이 놈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겠지.
그림자가 부르르 떨며 기이한 괴성을 내며 주문을 외웠다.
– 찢어발기는 어둠이여 오라! 섀도우 스피어(Shadow spear)!
다수의 그림자 다발이 촉수처럼 꿈틀거리는가 싶더니, 이내 아르민에게 쏘아졌다.
아까 공격처럼 은밀하진 않지만, 그 하나하나가 날카로운 예기를 품고 있는 공격.
아마 스치는 것만으로도 이쪽의 피부가 갈라지고, 새빨간 선혈이 튀는······.
말 그대로 상대를 죽이기 위한 공격이었을 테지만.
따-악.
핑거스냅.
“섬광탄이다. 새끼야. (Flash bang).”
손가락의 부딪침과 2어절로 구분된 주문 발동.
직후 아르민의 등 뒤에서 강렬한 빛이 폭사했다.
– 크으윽?!
그림자의 몸이 흔들린다.
보통 사람보다도 그 반응이 격렬했다.
역시나 그림자라는 특성상, 빛이라는 속성에는 약할 수밖에 없을 터.
어둠이 물러가고, 그림자의 칼날조차 스러져 모습을 감춘다.
‘전략의 기본은 언제나 선빵필승.’
놈의 시야를 차단하고 전장을 지배한다.
숙련된 전투경험과 정밀한 마법 제어 실력이 합쳐져 만들어진 완벽한 타이밍.
그 틈을 파고들어.
‘이대로 놈을 제압한다.’
죽이진 않는다.
알아내고자 하는 정보가 많았다.
모독자란 무엇인지, 놈이 노리는 바가 무엇인지. 하필 어째서 일레인스 영지에 둥지를 틀고 여기서 깽판을 치고 있는지.
그러니 그걸 캐내기 위해서라도.
“흡!”
아르민은 단숨에 치고 들어가 서로의 거리를 좁혔다.
서로 간의 남은 거리 약 2m 가량.
‘여기다.’
상대방의 코앞으로 치고 들어서 장악한 영역.
손을 내뻗으면 당장이라도 놈의 마력장(魔力場)을 움켜쥘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도달했다.
이 경우처럼.
마법사들이 직접 상대의 마력장에 간섭할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 접근했을 때를 가리켜, 근접위험영역돌입(近接危險領域突入).
이른바 데인저 클로즈(Danger close)라고 부른다.
마법사에게 있어 최후의 사선이라고 부를 수 있는 마지노선.
이걸 내어준 순간.
이미 상대 흑마법사는 아르민이 자유자재로 지배하는 세계에 발을 들인 것이나 다름없었다.
‘놈을 제압하려면 먼저······.’
고작 1초의 찰나.
십 수 가지나 되는 제압방법을 떠올려낸 아르민은······.
그 중에서 가장 적절한 한 가지를 택했다.
‘놈의 그림자를 막고, 포박하기 위해서라면 이게 제격이지.’
기반으로 삼는 술식은 제4종 마법에서도 마녀들의 마법이라고 불리는 위치크래프트(witchcraft)의 주술 중 하나.
상대의 그림자에게 해를 끼쳐, 그 숙주 본인에게 영향을 주기 위한 저주의 일종으로.
그 이름하야.
“그림자밟기(shadow wicca).”
쿵!
진각을 밟듯, 아르민이 내지른 오른발이 놈의 발치를 짓밟는다.
– 윽?!
꼼짝없이 멈추는 그림자의 몸뚱이.
놈은 갑자기 몸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아 당황하기 시작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오른발이 쐐기가 되어 놈의 그림자를 고정시킨 까닭이었다.
“이렇게 하면 네놈의 마법도 다소 봉쇄되겠지.”
– 네놈, 어, 어떤 술수를 부린 게냐?!
거기서 계속 당황하고 있어라.
나는 내 볼일을 볼 테니.
아르민은 피식 웃고는 입을 열었다.
“우선 한 가지, 매사 공정을 기하는 현대 마법사로서 물어보겠다만은, ······알아서 자백할 생각은 있냐?”
알아서 고이 일러바칠 생각이 있느냐.
그 말에 그림자의 오오라가 사방으로 요동쳤다.
– 그림자여! 어둠이여! 일어나, 놈을 집어삼켜라······!! 으윽? 어, 어째서 그림자가 움직이질 않는 게냐?!
“어허, 글쎄. 지금 댁이 부르는 그림자는 조기 퇴근했다니까?”
뭐, 그래도 방심할 수는 없었다.
놈의 공격 수단이 그것만이라고 단정할 수 없으니, 행동은 빠른 게 좋았다.
“하여간 거절했다 이거지? 난 분명 물어봤다?”
지구에 있을 적에 흔히 경찰들이 범죄자를 붙잡고는 왜 우직하게 미란다 원칙 따위를 읊어주나 했더니.
이게 또 막상 겪어보니 이유가 있었다.
나는 너에게 기회를 줬으니, 그것을 거절한 이상······.
“어떤 일을 겪어도 서로 원망하지 말기다.”
지금부터 내가 널 조져버릴 거라는 사전 선고였다.
아르민의 손가락이 그림자를 훑었다.
– 크아아악?!
집요한 고통.
우선은 분근착골로 대표되는 고문술로부터 놈의 저항의사를 빼앗는다.
정보를 알아내기 위한 마법은 얼마든지 있었다.
백치로 만들어 직접 뇌를 파내어 그 내용물을 확인해보는 것도, 아예 챰(Charm) 마법으로 자신을 흠모하게 만들어 절로 따르게 하는 수도 있다.
그 전부가 통하리라는 확신은 없지만.
“30개 정도 시험해보면 그중 하나 정도는 얻어걸리겠지.”
공은 들어갈 때까지 차면 그만이다.
그렇게 아르민이 마법을 시술하려고 그림자의 머리에 손을 얹으려는 순간이었다.
화륵.
화르르르륵!!
그림자로 엉켜있는 놈의 발치부터 검은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얼마 가지 않아 이윽고.
콰아앙!!
급작스러운 폭발과 함께, 전신이 새까만 불꽃으로 뒤덮였다.
“어?!”
마기로 이루어진 검은 불꽃에 상처를 입기 전에, 아르민은 뒤로 몸을 빼내면서 손가락을 ‘튕겼다’.
동시에.
‘겁화(劫火)?’
마기에서 태어난 불꽃.
일단 닿으면 모든 것을 불태워버리는 겁화에 잡아먹힌 이상, 놈이 살아날 가능성 따윈 없었다.
태울 것은 전부 태워버렸는지, 불길이 가신 뒤.
쿠웅.
그 자리에는 새까맣게 탄 시체 한 구만이 덩그러니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
갑자기 흑마법사가 눈앞에서 저절로 불타죽었다.
그 말도 안 되는 충격적인 이벤트에 기겁할 만도 하건만.
아르민은 그저.
“······갔나?”
주변을 둘러보며, 아무런 ‘기척’도 느껴지지 않는 것에 고개를 흔들었다.
조용히 먼지로 더러워진 몸 이곳저곳을 털어내며 아르민은 중얼거렸다.
“아, 간만에 좀 움직였더니만 온몸이 뻐근하구만.”
어깨를 돌리며 몸을 풀던 아르민은, 문득 쓰러진 시체를 바라보았다.
처음부터 어렴풋이 눈치 채고 있긴 했지만.
“대역 마법이군.”
그야 처음부터 출렁이는 그림자가 본체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다.
앞서 예를 들었던 이슬람 극단주의자처럼.
원래부터가 뒤가 켕기는 놈들은 이런 식으로 어떻게든 도망칠 구석을 만들어놓는 법이었으니까.
실제로.
‘직전에 영자이동(靈子移動)의 낌새가 느껴졌다.’
그건 아르민에게도 익숙한 기척이기도 했다.
요컨대 본체의 영혼이 방금 전 도망쳤다는 말이다.
‘그토록 광오하게 굴었던 주제에 위협을 느끼자마자 허물을 벗고 도망치는 꼴이라니.’
동시에 놈은 광오한 와중에도 객관적인 실력 차를 인정할 만큼의 냉정함은 갖추고 있다는 소리였다.
“숨겨둔 한 수 정도는 가지고 있다 이거지······.”
그렇다고는 해도.
‘······이 시체, 아직 15살도 되지 않았군.’
골격이나 눌어붙은 피부를 통해 유추한 결과.
아직 어린 소년의 육체를 이용한 것이 분명했다.
본디 살아있었을 시체를 이용해 만들어낸 대역 마법.
‘마을 출신인가?’
그때였다.
꾸욱, 하고 아르민의 심장이 조여드는 듯한 감각이 들었다.
재민이었던 시절, 이런 시체는 몇 번이든 보아왔을 터인데.
가슴에서 느껴지는 이 저릿한 감각은 무엇 때문일까.
“············.”
그렇게 잠시 가라앉은 눈동자로 시체를 바라보던 아르민은, 그것을 향해 손을 내밀고는 주문을 외웠다.
“재는 재로, 먼지는 먼지로.”
스아아악.
영의 명복을 비는 위령 주문과 함께.
새까만 시체는 마력의 영향을 받아 천천히 먼지와 재로 변해 허공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아르민은 몸을 일으켰다.
‘영자이동 술식 때, 추적 마법은 이미 걸어 놨다.’
물론 부에르 때처럼, 술식에 간섭하는 것도 가능할지 몰랐으나.
‘그거 한 번 했다가 환생한 주제에, 섣부른 모험을 할 수는 없지.’
게다가 이 경우엔 그때와 달리 대처할 필요가 있었다.
‘사탄숭배자들의 거처는 어떤 놈이든 끔찍하기 마련이다.’
요컨대 그건 바퀴벌레 집과도 같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 숨겨진 것까지 낱낱이 드러내서 불태우지 않으면, 또 어디서 늘어날지 모르는 바퀴벌레.
지금까지의 용의주도함을 고려해봤을 때.
놈이 구축해놓은 공방(工房)의 은신처 또한 평범하지 않을 터.
“그걸 내 손으로 확실하게 불태워버려야겠지.”
누구든 집 근처에 바퀴벌레가 생기면 성가셔하는 법이다.
그러니 확실한 격멸을 위해서라도.
‘지금부터 준비를 시작한다.’
다음번에 다시 놈을 만난다면, 어째서 마법사가 기다리는 자이며. 준비하는 자라고 불리는지.
아르민이 직접 뼛속 깊이 알려줄 생각이었다.
그때까지는 잠시 소강상태다.
‘그건 그렇고.’
결국 현장에 남은 건, 재가 되어 매캐한 냄새를 풍기는 여러 잔해와 기절한 여성 한 명 뿐.
“······흠. 뭐, 어쩔 수 없나.”
아르민은 이멜다를 들쳐 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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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5장 – 수준이 너무 낮은데? (3) (수정)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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