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is stronger RAW novel - Chapter (140)
내 마법이 더 쎈데-140화(140/203)
< 제70장 – 대미궁 속으로 (2) >
마물산맥(魔物山脈)의 영향으로 하루에도 몇 개나 되는 던전이 생겨나고, 공략되기를 반복하고 있는 용병국가 포리네지만.
대미궁(大迷宮) 알포리움.
그것의 이름은 자잘한 던전과는 무게부터가 남달랐다.
무엇보다.
– 알포리움은 공략되지 않는다.
던전이란 음(陰)의 마나가 여러 이유로 특정한 지점에 고이면서 핵을 이루고, 주변의 마물까지 끌어 들여 형성되는 특이한 지형 구조물이다.
던전에서 살아가는 마물들은 핵으로부터 마력이라는 은혜를 나눠 받기에, 본능적으로 핵을 지키려고 든다.
때문에 던전이란 핵을 무력화시키면 무너지는 것이 상식이었다.
하지만 알포리움은 달랐다.
확인된 알포리움의 층수는 총 50층.
지난 수백 년 간 수없이도 이루어진 탐사와 공략을 통해 인간들은 알포리움의 끄트머리에 도달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문제는 그 누구도 알포리움의 핵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특히나 다른 던전들과 대비되는 알포리움만의 특징이라면, 대미궁의 내부에는 ‘네임드’라고 불리는 특별한 마물이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 평범한 오크보다 더욱 강력한 힘을 지닌 오크 워리어.
– 마법을 사용할 줄 아는 코볼트.
– 자신의 몸을 위장색으로 바꾸어 은밀 활동이 가능한 리자드맨
등등.
기존의 상식을 단번에 파괴하는 네임드 몬스터들만 보아도 알포리움이 얼마나 위험한 던전인지 잘 알 수 있다.
이렇게 세간의 상식 따윈 가볍게 무시하는 대미궁의 자태에, 사람들은 생각했다.
어쩌면 ‘알포리움이란 심연의 다른 이름이 아니한가?’ 라고.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마물을 만들고, 마수들로 하여금 자신을 지키게 만드는 알포리움이지만.
그래도 용병 길드는 포기하지 않았다.
백은의 방패를 가슴에 새기고, 오늘날에도 꾸준히 알포리움의 마물이 밖으로 나오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는 그들.
물론 이 모든 것이 자원봉사이기만 한 건 아니다.
마물을 처리하며 나오는 수많은 부산물을 통해 부강해진 나라.
그렇게 알포리움과 포리네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오늘도 이렇게 대미궁은 포리네에 똬리를 틀고 있었다.
****
눈앞에 나타난 건축물.
이미지는 고대 로마의 신전일까?
지하로 이어지는 계단을 감싸듯 장엄한 건축 장식들이 제법 멋스러운 위용을 뽐내고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입구 주위에는 삼엄한 분위기 속에서 용병 길드의 경비들이 경계를 서고 있었다.
저들이 전부.
‘알포리움의 입구를 감시하기 위한 경비로군.’
입구뿐만이 아니다.
미궁 내부에도 일정 간격마다 미궁을 감시하는 이들이 배치되어있다.
길드의 승인 없이 멋대로 미궁으로 뛰어드는 사람을 막고, 또한 안에서 혹여 마물이 튀어나오지는 않을까, 그것을 경계하기 위한 인력.
다만 그 배치는 어디까지나 하급 마물이 등장하는 10층까지만이다.
그 아래로는 결국 실력으로 뚫고 들어가야 한다는 모양이지만.
푸르르.
던전 입구로 가까이 다가가자, 베로니카가 끌던 말이 투레질을 하며 움직이기를 거부했다.
“겁을 먹었군요.”
“뭐, 짐승의 본능이라면 어쩔 수 없겠지.”
베로니카의 말에 아르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즉 알포리움은 입구부터가 짐승의 본능을 거스르는 지역이란 뜻이다.
던전 입구 앞에 만들어진 광장은 벌써부터 사람들로 가득했다.
던전의 핵심 공략을 위해 지원한 용병단과 그런 그들에게 물자를 제공하고 뒤를 봐주기 위해 참가하는 상단까지 포함해.
그 숫자만 해도 총합 백이십 이상.
‘던전 공략을 앞둔 거 치고는 의외로 다들 얼굴이 밝은 걸.’
하긴 게이트 공략 때도 비슷했다.
언제나 죽음을 곁에 두고 살아가는 이들은, 단지 죽음이라는 이유로 엄숙해지지 않는다.
초연한 태도, 혹은 차라리 웃으며 버티자는 생각을 머금고 게이트 너머로, 그리고 던전 너머로 몸을 던지는 것이 공략자란 놈들의 천성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얼마나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을까.
“이렇게 모여 준 자네들에게 감사를 표한다.”
광장 한 쪽에 마련된 단상 위로 용병왕 카포네가 등장했다.
– 와아아! 대장!!
– 우오오! 용병왕!
– 오오! 카포네!
곧장 이어지는 뜨거운 환호와 호응.
이번 원정이 어떤 식으로 조직되었는지 생각해본다면, 여기 모여 있는 놈들의 단순무식한 환호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앞서 용병 길드에서 내가 이야기했던 말을 들은 자도, 아닌 자도 있겠지.”
우리가 여기에 모인 이유.
그것은 소문으로만 무성한 비보 ‘소원을 이루어주는 성배’를 찾기 위해.
“자잘한 설명은 생략하겠다. 지금부터 우리들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제2차 대탐색을 시작한다.”
****
– 던전 공략 진형은 A형으로 간다.
카포네의 말에 따라, 용병들은 일사분란하게 30명씩 인원을 나눠 네 개의 팀을 만들었다.
제1조 공격조.
누구보다 먼저 마물과 조우할 팀으로, 여기엔 용병왕 카포네와 S급 용병인 알베르토가 동행한다.
그 뒤를 따르는 것이 제2차 공격조.
여기에 배치되는 용병은 궁수로 유명한 케인.
그 뒤를 따르는 제3차 지원조.
화력을 지원하기 위한 마법사와 회복 담당.
그리고 물자를 보호하기 위해, 팀의 중심에 두어 물자를 운반하는 자들도 여기에 소속된다.
적색 마탑 출신의 미지스 또한 여기에 배속되었다.
마지막으로 제4차 경계조.
후미에서 혹시 있을지 모를 습격을 대비하고, 전체적인 팀의 서포트를 맡기 위해 꾸린 팀이다.
여기엔 정령사 이슈엘이 배치되어 전체적인 팀 구성을 마쳤다.
아르민이 속한 팀은 당연히 상단과 함께 움직이는 세 번째 팀이었으니.
‘얼결에 성배를 찾아 떠나는 원탁의 기사가 된 셈이군.’
던전 입구로 걷는 도중, 문득 아르민은 암살교단으로 밝혀진 알베르토에게 시선을 주었다.
놈이 안쪽에서 어찌 움직일지는 몰라도.
‘계속 주시해야겠지.’
“가시죠.”
자기 차례가 되어, 말을 끌고 걷는 베로니카와 그 호위기사 베론의 뒤를 따라.
아르민은 드디어 알포리움 안으로 발을 내딛었다.
****
“············.”
던전에 들어선 직후.
통로를 걷는 이들 사이에선 변변찮은 대화소리 하나 흘러나오지 않았다.
던전 초입까진 아직 지루하기 이전에 다들 신경이 날카롭게 서 있는 상태인지라.
한동안 이런 상황이 계속될 예정이었다.
그렇게 잠시.
– 1층 끄트머리에 도착했다. 선두조가 2층으로 돌입했다는 신호다.
하나 둘, 앞에서 전해져 오는 수신호와 마력 음성을 통해.
별다른 전투 없이 공략조는 제2층, 3층, 나아가 5층까지 나아갈 수 있었다.
– 흐아아암. 이렇게 조용해도 되나?
– 최근에 한동안 던전 내부를 청소한다고 시끄러웠잖아? 그 덕이지.
5층까지 이르러서야 긴장이 풀렸는지, 용병단 사이에서 알음알음 잡담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르민은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별 거 아닌 잡담이긴 하지만, 이런 데서 의외의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를 노릇이다.
– 그래도 우리 지원조에는 미지스가 있어서 다행이야!
– 그래! 적어도 눈먼 공격에 죽을 일은 없을 테니까!
거친 용병 남자들은 저마다 일행 중심에서 걷고 있는 적색 마도사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예전 사냥 때 봤던 화염 마법이 굉장했다느니, 미지스만 있으면 마법을 쓰는 괴물도 상대하기 쉽다느니.
물론 그 와중에도.
– 엉덩이도 이쁘고 말이야.
– 순산형이지.
성희롱까지 빼놓지 않는 것이 과연 용병 남자들다웠다.
– 정말 알베르토에게 주긴 아까운 처자야.
– 알베르토, 그 놈은 실력은 좋지만, 영······. 좀 그렇지?
그렇게 험담을 이어나가는 남자들 사이로 스윽 마정석이 박힌 지팡이가 들이밀어졌다.
화제의 대상자 미지스였다.
– 성희롱은 그만들 하시고 언제 마물이 나타날지 모르니 집중하세요. 그리고······. 알베르토 그 얼간이도, 뭐, 나름, 노력은 하고 있다구요.
– 오오~ 낭군님 험담을 하니까 화가 나셨나?
– 아, 진짜! 헛소리 하지 말고요!
미지스가 벌컥 화를 내는 모습에도 용병들은 낄낄거리며 웃을 뿐이었다.
거기에 더해.
– 당연히 알베르토가 노력파인 건 우리도 알고 있다고.
– 옛날부터 카포네 씨처럼 되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꼬맹이였고.
– 아, 기억난다. 기억 나. 그 코찔찔이가 어느새 백은의 용병이라고 불리다니. 세월 참.
어느새 잡담은 과거 추억을 이야기 하는 자리로 변했다.
아무래도 그들 사이에서 미지스와 알베르토가 속한 파티의 신뢰는 꽤 높은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조금 의문이 들었다.
‘대화만 들으면 평범한 인생을 살아온 것 같은데, 어째서 암살교단 따위에 귀의한 거지?’
암살교단은 그 이름만큼이나 제대로 된 조직이 아니다.
평생을 신의 이름으로 살육을 손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저주 받은 족속들.
그런 굴레를 어쩌다 뒤집어 쓰게 되었을까.
딱히 의미 따윈 없는 추측을 하고 있을 그때.
– 정지.
앞에서 신호가 전해져왔다.
순간 용병들에게서 대화가 사라진다.
이어 날아온 신호는.
– 제3종 출몰 대비.
그 신호를 받자마자 용병들은 무기를 꼬나 쥐고 통로의 벽으로 돌아섰다.
난데없는 행동이었지만, 이유는 있었다.
다름이 아니라.
“벽에서 온다!”
쩌저적!
벽이 갈라지고, 괴물들이 튀어나왔다.
****
마물이 통로를 거니는 것뿐만이 아니라, 벽에서 나타나기까지 한다.
이것은 알포리움이 던전으로서 얼마나 이질적인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현상이었다.
이른바 제3종 출몰.
알포리움의 마력을 받아 태어난 마물들의 등장이다.
– 크아아아!!
오크 하나가 아르민이 있는 지원조의 지척까지 다가와 곤봉을 휘둘렀다.
그 직전.
콰앙!
아르민의 검지가 튕긴 불티가 오크의 머리를 날려버렸다.
툭하고 떨어지는 곤봉.
그 사이를 비집고서 코볼트로 보이는 작은 괴물이 단검을 들고 아르민 곁에 서 있는 상인 남자 하나를 노렸다.
“히이익!”
칼은 쥐고 있지만, 갑작스러운 상황에 미처 대응치 못한 남자가 털썩 주저 않는 순간.
스아아악!
아르민의 마법보다 등 뒤에서 내질러진 창이 더 빨랐다.
푸확!
코볼트의 복부를 뚫고, 초록색의 선혈을 뿌리며 일격에 절명시킨 깔끔한 창솜씨.
아르민은 흘끗 자신의 뒤에 서 있는 여성을 바라보며 의외라는 듯 물었다.
“······싸울 줄 알고 있었나?”
베로니카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창을 회수하고는 오히려 반문을 입에 담기를.
“상단주라고 해서 싸우지 못할 줄 알았나요?”
“솔직히 말하자면······. 그렇지.”
쿨한 인정에 베로니카는 쓴웃음을 머금었다.
“요즘 세상은 상인이라고 해도 제 한 몸 지킬 줄 알아야한답니다. 어디서, 어떤 꼴을 당할지 모르니까요.”
법망 따위가 보호해주지 않는 세계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한 수단.
우아하게 창대를 휘둘러 다시금 푹! 하고 코볼트 하나를 또 죽여 버린 베로니카는 상업을 업으로 삼는다기 보단, 이미 경지에 오른 창술사에 가까웠다.
창은 어디서 났나 했더니, 군데군데 조립할 수 있게 되어있는 삼단봉의 형태인 걸 보니.
‘평소에도 들고 다니는 호신용 무기인가 보군.’
뭐차라리 잘됐다 싶었다.
이리 된다면 괜히 그녀를 호위한답시고 쓸데없는 신경을 낭비할 이유가 없을 테니까.
그러니.
“일단 처죽이면 되겠지.”
손목에 스냅을 주며 각각의 손가락마다 룬의 문양을 배치해, 화력을 담을 마나를 스톡한다.
‘자, 그럼 어쩐다.’
눈에 띄고 싶지는 않다.
특히 백금의 기사라는 명목으로 베로니카와 계약한 지금이라면 더욱더.
허나 마물이 습격해온 지금의 혼란을 빠르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그러니 파괴력은 지나치지 않을 만큼, 딱 마물을 일격에 즉사시킬 정도만.
아르민의 냉철한 시선이 먹잇감을 탐지하듯 주변을 살폈다.
‘당장 지원조를 덮친 건 오크가 여덟, 코볼트가 넷. 오우거가 하나.’
다른 쪽에도 마물은 많았지만, 여기서 그곳까지 저격하기엔 아군이 너무 많았다.
우선은 여기부터 정리한다.
머릿속에서 마법을 검색, 아르민은 술식을 전개했다.
‘액션은 각각이 트리플과 쿼드, 위력은 적당히. 속성은 바람. 특성은 물리력 부여.’
특성으로 폭발을 더하면 살상력은 확실하겠지만, 괜한 고어 쇼는 상단의 인원들을 혼란에 빠트릴 우려가 있다.
그러니 최종적으로 택하는 방식은.
‘총으로 저격한다.’
하지만 아군이 뒤엉킨 이 상황에서도 깔끔하게 저격하기란 쉽지 않을 터.
그러니 투로를 재설정한다.
괴물을 바로 조준하는 게 아닌.
‘던전이라는 구조를 이용한다.’
양 손 가득 마력을 싣고서, 아르민은 양 손의 검지를 다름 아닌 천장을 향해 겨눴다.
지금부터 아르민이 보여주는 쇼는 간단하다.
‘천장이라는 구조물을 이용한 도탄 사격.’
그러니.
“빵.”
트리거가 되는 한 마디에.
타앙!
바람이 찢어지며, 마력이 허공을 내달렸다.
****
천장에 박혀든 열 세 발의 바람탄환.
하지만 미처 지켜볼 새도 없이, 천장의 경사를 튕긴 마력덩어리는 아르민이 유도한 대로.
자신이 향하고자 하는 길로 제각기 퍼져 나갔다.
티잉. 타앙! 파앙!
천장을 박차고, 벽을 튕기고, 바닥을 치고 올라 날아든 탄환들은
피익! 쇄애액!
– 끄르륵.
한 발 한 발이, 아르민의 의도대로 몬스터의 급소에 명중해, 그 내부를 진탕으로 만들었다.
– 응?
– 뭐야?
칼을 휘두르려던 오크가 갑자기 거품을 문 채로 쓰러지자, 용병들이 저마다 의아하단 소리를 내었지만.
그 당황은 곧 아르민이 무사히 몬스터를 죽여버렸단 알림이나 다름없었다.
단 번에 열 셋을 침묵시켰다.
‘이걸로 잠시나마 혼란은 정리될······.’
아니, 모두를 정리한 건 아니었다.
– 구어어어어어!!!
육지를 걷는 마물 중에서는 그 강함이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는 땅의 폭군.
오우거가 아르민의 마법에도 쓰러지지 않고 버텨낸 것이다.
‘위력이 부족했나?’
그럴 리가 없다.
자신의 계산은 확실했을 터였다.
하지만 그때, 아르민은 무언가 상황이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오우거가 난데없이 시체가 되어버린 코볼트를 들고 휘두르기 시작한 것이다.
– 같은 마물끼리?
– 으악?! 피해!
그건 단순히 시체를 무기로 사용하는 정도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앞 팀에서 이곳으로 넘어온 마물을 향해, 오우거가 포효를 내지르며 놈은 그대로 주먹으로 마물을 후려쳤다.
고블린의 몸이 말그대로 육편이 되어 흩어진다.
오우거만이 아니다.
오크 하나가 곤봉을 들고 자기와 등을 맞대고 있던 또 다른 오크를 내리치는가 하면.
고블린들이 같은 마물이나 인간 할 거 없이 모두에게 독침을 쏘아대기 시작한다.
– 같은 편을 피해 공격한다.
라는 전장에서의 당연한 룰이 무시되는 상황.
때문에 대응하던 용병단 사이로도 혼란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손발이 삐걱거리고, 그 방향에서 날아올 리가 없다고 생각한 공격에 당하기 시작한 것이다.
‘어떻게 된 거지?’
아르민은 의심의 시선으로 놈들을 바라보았다.
그러던 중 발견할 수 있었다.
놈들의 눈동자에선 생명이라면 응당 가지고 있을 의식이 보이지 않았다.
광기에 가득 차,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죽이려고 드는 본능만이 남은 눈동자.
“베로니카, 물러나라. 놈들의 행동이 뭔가 이상해.”
“네? 무슨······.”
베로니카의 대답이 채 이어지기도 전에.
아르민의 시선은 혼전의 중심에서 열심히 마력을 흩뿌리는 미지스를 발견했다.
아직은 통로가 좁아, 커다란 화력을 낼 수 없는 그녀는 어떻게든 동료를 돕기 위해 자잘한 파이어볼트 따위의 마법을 펼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서일까.
‘위험해.’
그녀는 지근거리까지 접근한 오크를 눈치 채지 못했다.
등 뒤, 아마도 같은 오크의 것으로 보이는 다리를 곤봉 대신 꼬나 쥐고서.
바로 손이 닿을 거리까지 접근한 상황.
– 미지스!
– 뒤! 피해!
용병들이 경악이 담긴 외침을 토해낼 무렵에서야, 미지스는 뒤를 돌아볼 수 있었지만.
“아.”
너무 늦었다.
그녀의 마법이 행사되는 것보다, 다리가 휘둘러지는 게 더 빠를 터.
그리고 바로 이 순간이야말로.
‘마력신경 부스트.’
아르민의 마법이 춤을 출 때였다.
세상이 느려진다.
마치 시간이라는 개념을 한없이 늘리고 늘려, 세계 자체가 멈춰가는 듯한 착각.
앞으로 미지스가 공격에 당해 쓰러지기까지, 남은 시간.
‘0.3초.’
순식간에 시뮬레이션 한 결과가 눈앞으로 도출된다.
단순한 마법 행사만으로는 늦고야 만다.
이론과 술식을 짜올릴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다.
필요한 건 본능.
딱히 그녀를 구해야만 한다는 사명감을 지닌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구하지 않을 이유도 없겠지.’
한 걸음.
이 육체에 새긴 마력신경을 극한으로 끌어올린다.
육체를 마기로, 그리고 마력으로 재정립하고 나서 가능해진 묘기.
의식을 마력의 세계로 끌고 와, 기존에는 불가능했던 영역으로 자신을 끌어들인다.
두 번째 걸음.
거기에서 이미 아르민은 미지스의 바로 등 뒤까지 접근해, 그녀를 낚아채고 있었다.
남들이 보기엔, 아마 번개가 친 게 아닐까 착각할 정도의 빠르기다.
직후 던전 통로 바닥을 수 미터.
아르민은 미지스를 끌어안은 채 미끄러졌다.
“······아?”
아까와는 다른 의미의 탄성이 들려온다.
느려진 시간이 원래대로 돌아온다.
– 응? 미지스?
– 방금 뭐지?
– 야야, 그보다 옆에! 막아!
– 으아악?!
지켜보던 이들도 착란을 일으킨 듯, 잠시 소란이 일었지만.
혼전 중이라 그냥 넘어갈 수가 있었다.
아르민의 품에서 미지스조차도 어리둥절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가, 감사······.”
“인사는 나중에.”
따악.
아르민이 손가락을 튕긴 순간.
등 뒤에서 덮쳐들던 오크의 육신이 불타올랐다.
“·········?”
미지스는 깜짝 놀란 듯 했지만, 남들이 보기엔 습격하려던 오크를 미지스가 때맞춰 불태운 걸로 보이겠지.
그렇다면 이걸로.
“은혜를 입힌 셈이 되나?”
미지스를 솔선해서 구한 이유 중 하나.
이걸 통해 백은의 용병들에게 접근하기 쉬워질 거라는 약간의 노림수다.
“······예, 확실히 기억했습니다.”
그제야 몸을 털고 일어서는 미지스를 놔두고 아르민은 몸을 돌렸다.
‘일단 연결고리는 만들어뒀고.’
나머지는 미쳐 돌아가는 지금 상황을 완전히 정리하는 일이겠지.
따악.
다시금 아르민의 마탄이 던전 내부를 날뛰었다.
****
< 제70장 – 대미궁 속으로 (2) > 끝
ⓒ 뫄뫄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