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is stronger RAW novel - Chapter (142)
내 마법이 더 쎈데-142화(142/203)
< 제71장 – 첫 번째 시련 (2) >
아르민은 인정했다.
이건 자신의 오판이었다.
‘실수다.’
자신들이 지금 무얼 찾으러 이곳에 왔는지, 어째서 저 알포리움의 깊숙한 곳으로 향하고 있는지.
그간 여러 일을 겪느라 잠시 잊고 있었다.
이 너머에 존재하는 건 다름이 아닌 ‘아르카디아가 준비해둔 신물’이다.
‘이제껏 신물이 있는 곳에는 늘 잡음이 있었다.’
멋대로 육지를 진군하는 고래가 나타나 대지를 초토화시키고.
흡혈귀 손에 떨어진 물건은 인간들을 쥐어 짜내며 욕망의 혀를 날름거렸다.
나아가 질투의 열망이라는 이름으로 세계를 좀먹던 물건까지 포함해.
신물이 얼마나 위험한 물건인지, 질리도록 맛봐온 참이었다.
탐욕의 신물도 마찬가지다.
‘난데없이 몬스터들이 서로를 향해 살육극을 시작했던 이유도, 신물의 영향이었나.’
볼 것도 없다.
마물들에게도 이놈의 시련이 똑같이 내렸던 것이겠지.
그리고 곧장 신물이 내린 시련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한 첨병이 나타났다.
– 으아아아아!!
고함을 내지르는 남자.
눈깔이 완전히 돌아가, 흰자위만이 보이는 모습이 척 봐도 미쳐 날뛰는 광인의 전형이다.
그런 남자가 괴성을 내지르며 아르민을 향해 돌진해 왔다.
이지마저 사라진 표정 위로 서린 의도는 명백하다.
[너의 욕망을 방해하는 자를, 먼저 배제하라.]자신의 욕망을 방해하는 자를 처죽인다.
‘웃기는 군.’
정말로 고작 그따위 이유로 신물은 인간을 광기로 물들인단 말인가?
남자의 돌진은 멈추지 않는다.
중갑까지는 아니더라도, 중요 부위에 철판을 덧댄 경갑을 걸친 거구의 남성이 달려오는 모습은, 마치 육중한 전차의 돌진을 연상시켰다.
쿵쿵쿵!
부딪치면, 확실하게 이쪽의 육신이 남아나질 않는다.
그러한 확신 속에서, 달려오는 남자를 향해 아르민은 움직였다.
‘살상 마법은 쓰지 않는다.’
손가락을 튕겨, 현대 마법의 더블 액션만으로도 남자를 제압하는 건 손쉬운 일이다.
하지만 착각해서는 안 된다.
상대는 사생결단을 내야 할 적이 아니라, 단지 신물의 되도 않는 놀음에 당해버린 아군 용병이다.
살상력이 지나친 마법은 아웃.
그렇다고 혼란 상태에 빠진 상대를 다독이고 치료할 만큼의 여유가 당장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더구나.
‘무작정 마법을 이용해 쓰러트린다고 해도, 그건 그대로 던전의 중심부에서 아군 전력을 잃게 된다는 소리가 돼.’
그 모든 요소를 고려하고 움직여야만 한다.
자, 그럼 저 날뛰기 시작한 미친놈을 진정시키기 위해선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
방법은 바로 떠올랐다.
“충격요법이 제일이지.”
한 걸음.
오른발을 앞으로 내뻗으며, 몸을 바닥에 낮게 낮춘다.
용병 남자가 우악스러운 손길로 아르민을 붙잡으려 했지만.
느리다.
저 정도 속도로는 도망치는 리자드맨의 꼬리도 붙잡지 못할 터다.
남자의 돌진을 피하기 위해, 바닥을 스치듯 몸을 튕긴 아르민은.
‘우선 손.’
남자의 손을 붙잡아 끌어당기고, 이어.
‘등.’
오른다리를 축으로 삼아 거구의 남자를 자신의 등으로 떠받쳤다.
말은 어려워도 한 행동은 간단하다.
현대 무술에서도 자신보다 덩치가 배는 커다란 상대조차 제압할 수 있는 고류 무예의 기술.
여기서는 전력을 다해 몸을 비틀어.
‘업어치기.’
허공을 향해 빙글 떠오른 남자의 몸을, 있는 힘껏 바닥에 내리 꽂는다.
콰앙!
골이 울릴 정도의 충격음과 함께.
“한 판.”
아르민은 단번에 남자를 제압했다.
“끄어어억.”
충격을 못이긴 나머지 비명이 새어나오긴 했지만, 남자는 으으. 신음을 흘리며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는 모양새였다.
역시 예나 지금이나.
“미친놈에겐 매가 약인 법이야.”
예전에 일본의 헌터들과 교류를 가질 무렵, 호신술의 일환으로 배워놓은 유도가 이런 곳에서 도움이 될 줄이야.
뭐든 배워놓고 볼 일이다.
아르민은 어깨를 빙글빙글 돌리며 다시금 혼란에 빠진 주변을 둘러보았다.
상황이 더 끔찍해지기 전에 먼저.
“전부 정신을 차리게 만들어주지.”
****
문득 알베르토의 눈에 비친 그 광경은, 이해하기 어려운 풍경이었다.
사전에 밀카다에게 전해 듣기는 했다.
– 신물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일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나올 겝니다.
그게 이것인가?
동료가 동료를 향해 칼을 휘두른다는 참극?
웃기지도 않았다.
알베르토의 눈이 가라앉는다.
동료가 동료를 찌른다.
방금까지 대화를 나누던 친우가 자신에게 도끼를 휘두른다.
왜 그런 행동을 하는가.
아까 마음 속으로 울려 퍼졌던 그 되도 않는 한 마디 때문인가?
하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다.’
단지 미리 알고 있었기 때문······은 아닌 듯 했다.
어쨌거나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다.
무엇보다 지금 당장 생각나는 얼굴과 이름.
‘······미지스.’
후방에 있을 소꿉친구 그녀.
그녀가 무사한지 확인을 해야만 했다.
벌써부터 움직일 생각은 없었지만.
‘제1조, 제2조는 나를 따른다. 나머지는 각자 자리에서 위치를 사수할 것.’
교단에서 내려오는 특정한 연락 방식을 통해.
알베르토가 손짓을 하자, 각 방향에서 은밀히 숨어 있던 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나 그들 또한 광기에 전염된 흔적은 없었다.
‘이 광기는 모든 이에게 전염되는 게 아니다.’
혹시 실력이 뛰어난 자는 이것을 이겨낼 수 있는 것인가?
그렇다면 미지스도 무사할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바로 그때.
– 끄어어어어!!
– 저, 정신 차리세요! 케인 씨!
“케인···?”
멀지 않은 곳에서 광분해서 난리를 피우는 동료 케인과 당황한 얼굴로 어떻게든 그 노인네를 진정시키려는 이슈엘이 보였다.
케인은 백은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은 실력자다.
그런 인생의 선배조차 광기에 휘둘리고 있다니.
그래서 더욱이 미지스가 걱정되었다.
지금은 케인을 진정시키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빛, 등불, 별.
그녀만 무사하다면, 나머지는 아무래도 좋았다.
‘빠르게 후방으로 이동한다.’
스슥.
평소에는 쓰지 않는 교단의 기술.
어둠을 걷는 발걸음을 통해, 재빠르게 뒤로 이동한 알베르토는 마침내 발견할 수 있었다.
자신의 연인이, 목이 꿰뚫린 동료를 부여잡고 비통한 외마디 비명을 내지르는 모습을.
“미지스······!”
그녀는 광기에 사로잡히지 않았다.
대신 눈앞에서 벌어지는 참극에 괴로워하고 있을 뿐이었다.
빛남, 등불, 반짝임, 그것에 얼룩이 생긴다.
소중한 연인이 괴로워하는 모습에 알베르토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러고 보면, 그녀는 언제나 그랬다.
누구보다 동료가 스러지는 것에 괴로워하고, 자신보다 남을 돌보기를.
······빌어 처먹을 정도로 뒤떨어진 자신에게 호의를 보여주던 별빛이 아니던가.
또다. 또 그녀는 괴로워하고 있다.
‘그때’처럼.
내가 피웅덩이에 널부러졌을 때처럼, 비통한 비명으 내지르고 있다.
그것을 내버려둘 수 없다.
그녀가 괴로워하는 건, 함께 하는 동료로서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다.
차라리 그 전에.
그녀를 괴롭게 하는 주변의 모든 것을.
‘전부.’
쳐죽이자.
피의 광기로 물든 눈동자로, 알베르토가 수신호를 보내기 직전.
– 바람이 불었다.
그것은 알베르토의 연인, 미지스와는 또 다른 의미에서 반짝이는 불빛이었다.
한 번 바람을 몰고 다닐 때마다, ‘놈’은 하나 씩. 하나 씩. 미쳐 날뛰는 자들을 제압하고 있었다.
죽이는 것도, 단순히 무력화시키는 것에서 그치는 것도 아니다.
정신을 차릴 수 있도록 적당한 힘만을 사용해, 미쳐 날뛰는 자들을 진정시키고 있었다.
어째서 그런 기교가 가능한가.
저 몸놀림은 무엇이며, 움직이는 기교는 무엇인가.
별빛 따위가 아니다.
나아가 그것은 저 하늘에서 오롯이 빛나는 태양처럼.
눈이 부실 만큼 번뜩이고 있는 ‘재능’의 편린을, 자신이 그토록 갈구하고 있는 것을 가지고 있는 자를.
알베르토는 목격했다.
‘······놈은, 뭐지?’
이제껏 알베르토는 한 번도 저런 인간을 본적이 없었다.
자신이 추구해온 별빛마저 빛바랠 정도로 반짝이는 남자.
아르민은 미지스에게 다가가,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걱정할 필요는 없다.
울부짖을 이유도 없다.
“아르민······, 씨?”
“이래봬도 나는 애프터케어가 확실한 남자거든.”
알베르토는 그 남자에게 시선을 빼앗겼다.
****
몇 명이나 되는 용병을 쓰러트리고, 업치고, 메치고, 정신을 차리도록 그 기혈을 주먹으로 후려치고 있었을까.
아르민은 위화감을 감지했다.
주변에서 동료를 향해 칼을 휘두르는 자들.
이제까지는 전부가 그렇게 미쳐 날뛰는 걸로만 보였지만.
아니다.
‘동료와 맞서, 진정시키려는 자들도 있다.’
수로 따지면 용병단 전체 인원의 3분지 1정도일까?
무엇보다 개중에는.
“일단 밧줄을 가지고, 제압하는 걸 우선으로 하세요!”
창대를 휘둘러 덤벼드는 자들을 치고, 때리고, 쓰러트리며 무력화시키는 베로니카가 있었다.
밝게 반짝이는 그녀의 눈동자에서는 광기의 조각조차 발견할 수가 없었다.
누구보다 이성적인 움직임으로 상황에 대처하는 그녀를 보고나서야.
‘뭔가, 이상해.’
아르민은 생각했다.
덤벼드는 남자의 팔을 비틀고, 그 백회혈에 마나를 가격시켜 정신을 차리게 만들면서도.
아르민의 날카로운 눈동자는 쉴새없이 전황을 살피었다.
‘확실히 멀쩡한 정신으로 움직이는 자들이 있다.’
그리고 그중에서는 단지 냉정한 것만이 아니라, 냉혹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자들도 있었다.
숫자는 셋.
그 맨 앞에서 움직이는 건.
‘알베르토?’
아르민의 눈이 번뜩였다.
알베르토 또한 광기에 휘둘리지 않은 모습이었다. 나아가 케인을 진정시키기 위해 매달리는 이슈엘이.
저 멀리서 부관을 짓눌러 제압하는 카포네가 그러했다.
단지 강자이기 때문만이 아니다.
아무리 베로니카가 창을 휘두를 줄 안다고 해도 결국 호신술의 영역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처럼.
거기에 더해.
‘케인이 광기에 물든 시점에서, 뭔가 조건이 달리 있다.’
조건.
탐욕의 신물이 내린 시련을 피해갈 수 있는 조건.
하지만, 그보다도 우선 아르민은 알베르토와 그를 따르는 이들을 주시했다.
“트리플 액션.”
수인을 맺고, 마력을 자아내. 아르민은 그들의 움직임을 쫓기 위한 마력을 펼쳤다.
– 애웅!
아르민의 손에서 튀어나온 건 자그마한 고양이 모습을 마력 덩어리였다.
‘패밀리어 사역, 오랜만에 써보는 걸.’
음양도의 식신, 무당들이 쓴다는 사역령과도 비슷한 개념.
일종의 AI에 가까운 인공지능을 루틴으로 짜넣어, 술사를 보조하게 만드는 마력생명체를 만들어내는 마법이다.
이것을 총 네 마리.
아르민은 알베르토와 은밀히 수신호를 주고받은 자들을 향해 사역마를 붙였다.
‘이걸로 암살교단의 움직임은 대강 정보를 얻을 수 있어.’
하나하나 일일이 때려잡아서 확인할 거 없이, 혼란 속에서 먼저 움직여주다니.
아르민으로선 땡큐였다.
그렇다고는 해도.
“왜 후방으로 이동해온 거지?”
알베르토가 사수해야할 위치는 최전방. 공격조일 터.
그가 향하는 방향엔.
‘미지스인가.’
걱정되서 찾아온 건가?
암살교단의 멤버까지 끌고서?
참으로 눈물 날 정도의 사랑이었지만.
아니다.
아르민의 본능이 속삭였다.
단지.
‘그것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워.’
뭔가 더 있다.
아르민이 알지 못하는 요소가.
그때였다.
“히이이이익!!”
후웅!
바로 코앞에서 휘두른 장검에, 로브를 뒤집어쓰고 있던 짐꾼 하나가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바닥을 굴렀다.
이대로 있으면 꼼짝없이 죽기 직전까지 몰린 상황에서.
따악
아르민이 손가락을 튕겼다.
콰앙!
지잉!
작은 마력폭발이 일어나고, 검이 튕겨져 나갔다.
아르민이 마력행사를 통해 공격을 막아낸 것이다.
“이봐, 괜찮아?”
바닥에서 허우적거리는 자를 붙들어 일으켜 세운 순간.
“아, 아르민 공······!”
기꺼운 목소리로 울린 호칭에 아르민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어째서, 왜.
“······밀카다, 당신이 여기 있는 거지?”
로브를 푹 뒤집어 쓴 남자는 아르민도 면식이 있는 금빛 황금 상단의 총지배인.
밀카다였다.
원칙적으로 금빛 황금 상단은 이번 제2차 대탐색에서 참가할 수 없도록 못을 박아뒀을 터였다.
설마.
‘알베르토와 짜고서?’
게다가 이놈도 똑같았다.
광기에 감염된 모양새가 아니다.
역시나 강하고 약함과는 다른 조건의 필터가 존재한다.
그러한 확신을 얻은 아르민이었지만.
그보다 먼저, 아르민의 귓가를 자극하는 비통한 외침이 있었다.
이건.
“······자세한 이야기는 좀 있다가 하자고.”
“예, 예에? 저, 저 혼자 내버려두지 말아주십쇼!”
매달리는 밀카다를 발로 차면서, 아르민은 고개를 돌렸다.
거기엔 알베르토, 그리고 미지스의 모습이 보였다.
****
간신히 상황을 정리했을 땐, 이미 1시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난 뒤였다.
– 부상자부터 옮겨!
– 마차 수리가 가능한 놈 있어?!
오고가는 고함 속에서, 카포네는 아직도 휘청거리는 부관을 데리고 용병단을 돌며 피해 상황 보고를 받기 시작했다.
그들에게서 시선을 떼고.
아르민은 다시금 눈앞에서 힘없이 주저앉은 이들을 바라보았다.
초췌한 안색으로 쓰러져 있는 케인.
잠시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는 미지스.
그 곁에서 정령들을 불러내, 식수를 만들고 있는 이슈엘과 지긋이 아르민을 바라보는 알베르토까지.
“······왜? 내 얼굴에 뭐 묻었나?”
“아니, 별건 아니고.”
알베르토는 싱겁게 고개를 돌렸지만.
놈의 정체를 알고 있는 아르민으로서는 제법 신경 쓰이는 리액션이었다.
그건 그렇고, 중요한 게 따로 있었다.
“밀카다, 여기에 오면 안 되는 위치 아니었나?”
파리해진 안색으로, 멍하니 바닥을 쳐다보던 총지배인 밀카다는 슬쩍 고개를 들었다.
“물론 원칙은 그렇습니다만······.”
“용병왕이 계약을 어긴 걸 알면 가만있지 않을 텐데.”
아르민의 으름장에 가까운 말에도.
“하, 하지만 성배를 쉬이 포기하란 말씀이십니까! 이름을 속이고 숨어든 건 부끄러운 일이긴 하지만, 상인으로서 보물을 눈앞에 두고 물러날 순 없지 않습니까!”
되려 놈은 역으로 성을 내기 시작했다.
제1차 대탐색에서 금빛 황금 상단이 무슨 일을 벌였는지 아는 사람의 입장에선 기도 차지 않는 헛소리였다.
물론 밀카다라고 해서 진짜로 성배가 탐이 나서 그런 건 아닐 것이다.
여기에서 누구보다 그 본질을 잘 알고 있을 사람일 테니까.
얼굴 가득 ‘나도 이딴 데 오기 싫었다.’ 라는 표정이 역력한 걸 보면.
‘어차피 알베르토가 정말로 임무를 수행할지, 감시역으로 딸려보내진 것이겠지.’
본인의 의사가 아닌, 보다 높은 지위에 있는 자의 명으로.
아르민의 추측에 힘을 실어주듯이.
알베르토와 밀카다 사이엔 조금 험악한 분위기가 감돌기까지 했다.
이미 밀카다의 존재를 인지한 베로니카는 처음부터 아르민의 근처로 오지도 않았다.
‘당장 얼굴을 맞댈 생각 따윈 없는 것이겠지.’
그렇다면 뭐, 좋다.
아르민도 당장에 움직일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모든 건 성배와 맞닥뜨리고, 암살교단이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결판을 낼 생각이니까.
그보다.
‘······첫 번째 시련이라.’
자신의 탐욕을 위해 다른 이를 배제하라던 명령.
하지만 모두가 광기에 잠긴 건 아니었다.
이 자리에도 당장 자신과 베로니카, 미지스, 알베르토와 이슈엘, 밀카다까지.
광기에 사로잡히지 않은 자들이 한 가득이지 않은가.
“······너의 욕망을 방해하는 자를, 먼저 배제하라.”
“예? 그건, 아까 들려왔던, 그 이상한 말, 이죠?”
아르민의 중얼거림에 이슈엘이 고개를 들었다.
아르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탐욕. 욕망.
그것을 배제하라던 시련.
‘탐욕, 탐욕인가······.’
우선 베로니카, 그녀는 아르민이 알기에 분명한 꿈을, 달리 표현하자면 욕망을 가지고 있었다.
복수와 소망이라는 확고한 욕망을.
그렇다면 한 가지, 가설을 세울 수가 있었다.
“이슈엘, 혹시 뭔가 꿈이라도 있나? 이루고 싶은 소원이나, 욕망 같은 거 말이다.”
“저, 저 말인가요?”
갑자기 뜬금없는 질문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이슈엘은 생긴 것만큼이나 착실하게 답했다.
“저······. 용병 일이 어느 정도 끝나고 돈이 모이면, 정착지로 돌아가서 교사가 되고 싶어요. 저처럼 용병일 같은 험한 일을 하지 않고, 다들 배우고, 좀 더 제대로 된 일을 했으면······. 싶어서.”
욕망.
어쩌면 꿈이라는 말로도 표현할 수 있는 명확한 무언가.
“케인 씨도 그런 게 있습니까?”
“으······. 꿈? 헐헐, 민망하구먼. 이 늙은이에게 그런 게 있을 리가 있나?”
광기의 독에 당한 영향으로 두통이 이는지, 관자놀이를 문지르던 케인은 그리 입을 열었다.
“그럼 미지스나 알베르토는?”
“저, 저희 말인가요?”
미지스는 잠시 생각을 정리하는 듯 했지만.
그때 툭하니.
“······고향으로 돌아가서, 집을 짓고 싶어.”
알베르토는 낮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아, 알베르토 그건······.”
“고향에서 도망쳐올 때, 나와 미지스가 약속한 거야. 그게 뭐, 어쨌다는 거지. 형 씨?”
조금 날이 선 듯한 알베르토의 반문에 아르민은 고개를 저었다.
둘의 개인사 따윈 아무래도 좋지만, 줄곧 숨겨왔던 이야기인지.
미지스고 당황한 눈치고, 케인과 이슈엘도 ‘그런 꿈이 있었느냐?’ 면서 의아해하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덕분에 조금씩이지만······.
윤곽이 보이는 듯 했다
밀카다에게도, 그리고 아르민 자신에게도 명확한 ‘욕망’이 있다는 걸 전제로 한다면.
“탐욕, 인가?”
가슴에 품은 탐욕의 목적성.
그것을 기준으로 광기에 오염되고 안 되고가 결정되었던 건 아닐까?
물론 지금으로선 단순한 가설이었다.
논리도 뭣도 없는, 상황 증거만을 토대로 추론한 이야기.
하지만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그걸 통해 신물은 무얼 하고 싶어하는 거지?’
방금 시련은, 결국 아르민의 개입이 없었다면 광기에 사로잡힌 자는 전부 죽어나갔을 살육극이었다.
하나의 탐욕.
거대한 욕망.
그것을 품은 자만이 ‘제정신’을 유지한다는 룰.
잠시 아르민이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침묵을 유지하는 사이.
저벅저벅.
아르민의 앞으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요, 용병왕?”
“······카포네 씨······?”
당황한 주변 인물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아르민이 고개를 들자.
용병왕 카포네.
치열한 전투 속에서도 여전히 노기사 다운 위용으로 다가온 남자는 아르민에게 입을 열었다.
“잠시, 시간 좀 내어줄 수 있나?”
아르민이 뭐라고 답하기 전.
피잉.
마력으로 짜올린 심언(心言)이 아르민의 귓가에만 들리도록 조용히 울려 퍼졌다.
[우리들의 왕, 베네딕트께서 자네에게 전할 말씀이 있다 하셨네.]****
< 제71장 – 첫 번째 시련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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