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is stronger RAW novel - Chapter (143)
내 마법이 더 쎈데-143화(143/203)
< 제72장 – 끝에서 기다리는 것. >
주위로 소란이 일었다.
방금 전 벌어진 사건으로 인해, 지휘통제캠프에서 앞으로의 계획을 짜고 있을 용병왕이 직접 현장에 나타난 것이다.
백은의 용병들을 비롯해, 짐꾼이나 일반 용병들까지.
얼굴 한 번 보기 힘든 대단하신 분의 행차에 잠시나마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것은 아르민도 마찬가지였다.
뭣보다 그가 꺼내든 키워드.
‘······베네딕트?’
카포네의 눈동자.
노회한 분위기를 풍기는 깊은 눈동자로서는 감정을 읽어낼 수가 없지만.
분명 그는 말했다.
베네딕트가 전할 말이 있다고.
– 베네딕트.
그 이름을 잊을 수 있을 리가 없다.
알포리움에선 초대 용병왕이라는 이름으로 공경과 존경, 숭배의 이름으로 통하며.
아르민에게 있어서 또한.
‘잊을 수 없는 동료의 이름······.’
“좋습니다.”
아르민은 순순히 몸을 일으켰다.
베로니카에게는 조금 있다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서, 두 사람은 인적이 드문 한쪽으로 이동했다.
“놀라지 않는 군.”
카포네가 꺼낸 말은 여러 의미를 함축하고 있었다.
난데없이 자신이 다가왔고, 거기다 비밀 이야기를 꺼내듯 심언을 사용했으며.
나아가 베네딕트라는 전설 속에나 나오는 이름을 꺼냈다.
그야 평범한 사람이라면 무슨 헛소리인가 싶어, 주저하기부터 했겠지만.
“그 이름이라면 제게도 낯설지가 않아서 말이죠.”
별것 아니라는 투의 대답.
도리어 감탄을 머금은 건 카포네 쪽이었다.
“······그 분께서 일부러 말씀을 남기신 이유가 있다, 이건가. 좋네, 멀리 돌아갈 것 없이 본론으로 들어가지.”
카포네는 운을 떼었다.
“베네딕트라는 이름은 이미 알고 있다고?”
아르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과거의 연을 말할 필요는 없다.
“용병국가 포리네를 세운 최초의 용병왕이라고 들었습니다만.”
“말 그대로네. 남들은 단순한 건국 신화쯤으로 생각하고, 술자리에서 안주로 써먹기에도 힘든 낡아빠진 이야기라고 하지만.”
카포네는 천천히 자신이 알고 있는 바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포리네의 초대 용병왕 베네딕트.
그가 처음 어디서 나타났는지, 어디서 태어났으며, 어떤 소년기를 보내왔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단지 대륙이 아직 혼란으로 가득했을 무렵.
베네딕트는 커다란 방패를 등에 인 채로, 평생을 대륙을 떠돌며 약자들을 구해왔다고 한다.
어쩔 때는 도적 떼와 맞서 싸우고, 어떨 때는 던전에서 기어나온 마물과 사투를 벌였다.
“베네딕트께서 쓰러트린 마물 중에는 대륙의 절반을 집어삼킨 고룡(古龍)도 있다고 했었네.”
농담이 아닌 건지, 카포네는 실로 담담한 얼굴로 그런 말을 떠들어댔다.
그렇게 베네딕트가 활약하면 할수록, 점점 더 그란 남자에게 반해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최초로 용병 길드라는 단체를 성립하고, 그들로 하여금 방패를 짊어지게 하여 모두를 구하기를 부탁한 남자.
“건국신화 치고는 수수하군요.”
다른 신화 같았으면 고룡을 물리친 부분에서 특별한 혈통을 이어 받았다느니, 전설의 용사 출신이라느니 잔뜩 치장을 할만도 하건만.
“어차피 일반인들은 믿지 않을 이야기네, 존재자체가 거짓말과도 같고, 그저 초대 용병왕이 자신을 꾸미기 위해 지어낸 이야기라고들 생각할 테지.”
다만.
“그 분은 실존하고 있네. 제2차 대탐색이 시작되기 바로 얼마 전, 내게 직접 목소리를 들려주셨지.”
“·········.”
카포네와 아르민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닥쳤다.
태연하게 초대 용병왕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고백하는 용병왕.
누가 봐도.
“자네는 내가 미쳤다고 손가락질을 하진 않는군.”
“제게 이런 말을 하는 이유가 있을 테니까요.”
베네딕트라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할 뿐이다.
그 말에 카포네는 처음으로 희미한 미소를 띄었다.
“부관도 자네처럼 담백한 반응이었으면 좋았으련만.”
잠시 불평하듯 중얼거린 카포네는 바로 이 지점에서 본론을 꺼내들었다.
“그 분은 내게 말씀하셨네. 약자를 구하기 위해, 알포리움을 좀먹고 있는 악을 처단하기 위해 힘을 빌려줄 자가 우리에게 찾아올 것이라고.”
카포네는 알고 있다.
제1차 대탐색에서 금빛 황금 상단이 저지른 짓을, 제국이 개입하면서까지 손에 넣으려고 한 ‘성배’라는 물건이 심상치 않은 요물이라는 것을.
“제국에서 불어 닥치는 불온한 바람 속에서도, 희망의 등불을 가지고 오는 자가 있을 것이라 말씀하셨네.”
그러니까 그게.
“나란 말입니까?”
“그렇네.”
이번에는 아르민이 쓴웃음을 머금을 차례였다.
정말 남들이 들으면 손가락질부터 해댈 헛소리지 않은가.
카포네가 이토록 진지한 눈빛을 하고 있는 게, 도리어 하나의 희극 같았다.
“어째서 그 등불인지 뭐시기를 들고 오는 게 저란 걸 확신한 겁니까?”
“자네의 실력을 지켜봤기 때문이네.”
실력이라.
아까 전 벌어졌던 혼란, 나아가 마물들이 급작스럽게 옆구리를 쳤을 그때부터.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고?”
카포네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가.
처음 용병 길드에 들어섰을 때부터, 카포네가 자신을 주시하던 이유엔 이런 배경이 있었나 보다.
“그래서, 그 놈의 말씀을 들으려면 어떻게 하면 되는 겁니까?”
카포네는 대답 대신, 쿠웅 하고 등에 지고 있던 강철의 방패를 아르민 앞에 내려놓았다.
방패의 끄트머리에 달려 있는 건 푸른빛으로 반짝이는 보석이었다.
“이건 초대 때부터 내려오는 포리네의 증거. 백은의 방패라고 불리는 물건이네. 이 보석에 손을 대면 초대 용병왕과 교감을 나눌 수 있지.”
겉으로만 보면 정말 사이비같은 말이지만.
아르민은 천천히 그 앞으로 다가갔다.
‘베네딕트.’
아르민은 떠올렸다.
카포네가 알고 있는 베네딕트라는 자는 초대 용병왕일 뿐이겠지만.
아르민이 기억하는 베네딕트엔 다른 인물이 있었다.
악을 막기 위해, 희망의 등불을 들고 오는 자를 기다렸다고.
그걸 위해 자신에게 목소리를 전하고 싶다니.
‘그 노인네라면, 그럴 만도 하지.’
남들이라면 무슨 헛소리라고 할지 몰라도, 아르민이 기억하는 베네딕트의 성정이라면 가능성은 있었다.
이탈리아의 탱커.
칠영웅으로서 누구보다 약자를 위해 방패를 들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남자.
아르민이 주저 없이 방패 앞에 서자.
“······다시 한 번 묻지만, 내 말을 의심하지는 않나?”
아르민은 고개를 저었다.
“남들이라면 무작정 믿기 어렵다고, 제정신이냐고 할 테지만.”
반대로.
“내가 알고, 겪어온 이야기를 당신에게 이야기해봤자. 당신도 믿기 어려울 테니까요.”
과거의 이야기.
세계의 이야기.
신좌가 얽힌 대륙의 이야기.
단적으로 말해, 당신이 존경하는 그 베네딕트가 과거 나의 동료였다는 이야기를 말이다.
여기서 필요한 건 상호 신뢰.
단순하게.
“만져보면 진짜인지 아닌지 알 수 있을 테지요.”
아르민은 푸른 보석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 순간.
키이이잉.
날카로운 이명과 함께 세계가 바뀐다.
방패가 커지는 것처럼.
갑작스레 아르민의 눈앞으로 나타나는 두터운 얼음벽.
공간이 바뀌고, 드디어 목소리가 귀에 닿는다.
– 드디어······, 왔나.
목소리가 전해져온 곳은 얼음장벽의 너머.
돌을 깎아 만들어진 계단 위에, 실로 털털한 모습으로 철퍽 앉아 있는 남자.
아르민의 입가가 풀렸다.
정말로 이곳에.
“베네딕트.”
백발이 성성한 모습으로, 입가엔 따스한 미소를 머금은 채 옛 동료가 있었다.
****
카포네가 좀 더 나이를 먹고, 주름이 깊어진다면 이런 느낌일까.
베네딕트의 모습은, 아르민, 아니, 강재민이 기억하던 그때의 기억과 전혀 다름없는 모습으로 그곳에 있었다.
– 허허, 정말로 여기까지 도달할 줄이야. 외모는 많이 달라졌지만. 영혼은 그대로 반짝이고 있군.
너털웃음을 터트리는 베네딕트에게 아르민은 목례를 건넸다.
“오랜만입니다.”
– 그래, 정말 오랜만일세. 얼마지? 천 년이 넘었던가?
아르민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대충 그쯤 되었을 것이다.
모노리스로 인해 지구가 사라지고, 신좌가 생겨나고, 그들이 군림하며 세계를 만들어 지금으로 이어지기까지.
천 년의 시간.
베네딕트는 투구를 벗어, 아르민에게 고개를 숙였다.
– 미안하네. 미안해. 나는 아무것도 막지 못했네.
무엇을, 이라고 묻지는 않았다.
칠영웅은 한때, 아르민을 제외한 그들은 모노리스에 눈이 멀어 손을 댔고 커다란 대가를 치렀다.
하나의 세계가 멸망하고, 두 번째 세계가 만들어졌다.
욕망, 탐욕으로 인해 만들어진 세계.
– 나는 아르카디아······, 제이크를 막을 수 없었네.
가장 처음 그에게 반발한 걸 헬레나였다.
아르카스라는 이름을 부여받았던 그녀는 그들의 방식을 거부하고 반발했다.
그 결과.
– 헬레나 양은 먼저 세계의 건너편에 봉인 당해버렸지.
창세신화 속에서, 아르카디아에게 숙청당한 아르카스의 신화다.
– 난 그것이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했네. 세계는 아르카디아의 손에서 짜여졌어.
육체와 마음엔 리미트가 걸리고, 끝내 세계는 아르카디아만을 위해, 신앙심을 모으기 위한 모형정원이 되어버렸다.
그것만을 위해 제국의 황제와 손을 잡고, 그는 세계의 신앙을 하나로 모으고자 했다.
일원교는 그렇게 탄생했다.
– 내버려둘 수 없었네. 모두를 약자로 만들고, 그들을 멋대로 주무르려는 그들에게 동의할 수 없었지.
“그래서 신좌에서 내려왔단 겁니까?”
아르민의 감각에서 느껴지는 베네딕트의 영기(靈氣).
그건 신이라고 부르기엔 한없이도 부족할 만큼 약해진 상황이었다.
오히려 봉인에서 풀려난 헬레나보다도 더 약해지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 약자들을 돌보기 위해서라도, 신좌를 포기해야만 했네. 그렇지 않았다면 그들은 날 내려 보내지 않았을 테니까.
그리고 지상에 발을 디딘 남자는, 길을 걷기 시작했다.
과거 천 년 전, 지구에서 모두를 위해 방패를 들었던 것처럼.
약자를 구하기 위해.
아르카디아가 만든 모형정원에서 필사적으로 살아온 것이다.
방패 하나에 의지해, 고귀한 이탈리아의 까발리에르(cavaliere)가 걸어온 속죄의 길.
그렇게 포리네는 만들어졌다.
– 하지만 포리네가 만들어졌을 당시, 역시나 아르카디아는 날 내버려두지 않더군.
그 한 마디에서, 아르민의 뇌리에서 번뜩이는 생각이 있었다.
“······알포리움의 용도는 설마.”
– 그래, 나를 봉인하기 위한 신전인 셈이지.
과연, 그래서였나.
알포리움의 구조가 마치 게임과도 같은 모습을 하고 있던 것.
세간의 상식 따윈 가볍게 벗어나는 기능을 지니고 있던 것까지.
전부가 처음부터 베네딕트를 봉인하기 위한 구조였나.
– 강재민, 자네에게 부탁이 있네.
과거 동료의 이야기였다.
당연히 경청할 준비가 되어있는 아르민이었다.
“부탁이라니, 뭡니까?”
뭐든 부탁을 들어주고 난 뒤엔, 이 사람을 아군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판단까지 마친 시점에서.
– 마지막 층에 이르러, 내 봉인을 깨고.
과거, 고귀한 기사로서 살아가던 남자는.
– 나를 죽여주게나.
자신에게 죽음을 내려달라, 아르민에게 부탁했다.
****
“무슨······, 소리입니까?”
진심을 담아, 아르민은 되물었다.
일부러 카포네를 통해 자신을 찾던 그였다.
베네딕트에게 무언가 목적이 있다는 건 짐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설마 그 이유가 자신을 죽여달라는 살인청부라니.
– 아르카디아의 영기가 사라졌다는 건 나도 알고 있어. 바로 얼마 전에는 남부 수왕국에 홀로 내려왔던 블라디미르의 영기도 사라졌지.
그건 전부 아르민과 민세희가 이루어낸 위업이었다.
세계를 엉망으로 만들어가는 자들을 쓰러트릴 뿐이었던 행위.
그래서 베네딕트는 생각하고 결론을 내렸다.
– 이 세계에 우리 같은 자들은 필요 없네.
‘필요 없다, 고.’
– 아무리 만들어진 세계라고 할지라도, 이 세계엔 살아가는 이들이 있네.
지상으로 내려와 방패를 휘두르며, 베네딕트는 직접 자기 눈으로 세계를 보아왔다.
약자를 위해 방패를 들었다고 생각했지만, 그가 보아온 세계의 사람들은 단순한 약자들이 아니었다.
– 그들은 이 세계의 주민이야. 살아있고, 앞으로도 살아갈 주민들. 아르카디아는 무슨 소리냐고 비웃었네만. 나는 분명히 보아왔네.
그래서다.
이 세계에 자신 같은 자들은 필요 없다.
신화 속의 존재는 신화의 이야기로만 끝을 내야만 한다.
하계에 개입하여, 힘을 휘두르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고.
그리고 그건.
– 신좌에 앉았던 나 또한 마찬가지라네.
“그래서······. 일부러 제게 부탁하는 겁니까?”
– 나는 봉인되어있어, 꼼짝도 할 수 없네. 아르카디아는 추후 날 회유하거나 이용해먹을 생각이었던 모양이지만. 나는 응하지 않은 채로 계속 이곳에 묶여 있었지.
베네딕트는 미소를 띠었다.
– 봉인 된 채로, 포리네를 지켜보고 있는 사이 깨달았네. 주춧돌은 내가 쌓았을지도 몰라. 하지만 이 세상에 신의 이름은 필요 없어.
그들은 열심히 살아간다.
그게 돈을 위해서건, 자신을 위해서건, 약자를 위해서건 상관없이.
이 세계를 살아간다.
그건.
– 자네도 잘 알고 있을 테지, 자네는 누가 뭐라해도 우리와 다른 이 세계의 진정한 주민이니까.
“············.”
아르민은 답하지 않았다.
– 옛 동료의 정이라고 생각해주게나. 부탁하네. 강재민.
그 말을 듣고서, 아르민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과거 아르민은 늘 베네딕트의 등을 바라보고 싸워왔다.
독룡이 숨결을 뿜어내는 와중에도, 성스러운 빛을 내뿜으며 누구보다 먼저 앞으로 나서 방패를 치켜든 남자.
[막는 건 내게 맡기게나! 자네는 공격을 맡아주게!]칠영웅이라는 제도를 처음 생각하고, 각종 비극을 뛰어넘고 싶다고 손을 내밀었을 때.
누구보다 먼저 손을 잡아주고.
[자네의 고귀한 생각에, 이 까발리에르가 함께하지 않을 수 없지!]누구보다 먼저 동의해주고 함께 해준 남자.
부모 따윈 없었던 아르민이, 어쩌면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었는지도 모를 어른.
이 세계에서도 어쩌면 함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기대했던 고귀한 기사.
그런 남자를 위해서라면.
아르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을 죽여달라. 그것이 당신의 부탁이라면.
“내 기꺼이, 들어주리다.”
아르민은 옅은 미소를 머금었다.
****
“······이야기는 전부 끝났나?”
카포네의 질문에 아르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얼음 장벽의 세계는 어느덧 어두침침한 던전의 통로로 돌아왔다.
“무슨 말을 나눴는지 물어보고 싶네만······.”
“옛 친구와 나눈 비밀 이야기라서 말입니다.”
아르민은 피식 웃고는 거절하는 의미로 손을 흔들었다.
“······옛 친구······. 그런가. 아쉽군.”
한 마디, 첨언을 붙일만도 하건만.
카포네는 납득한 듯 그대로 몸을 돌려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럼 자네의 힘을 기대하겠네.”
등을 보인 채로 걷는 남자. 카포네.
그래, 정말 베네딕트의 말 그대로다.
그 남자의 의지는 여기서도 이어지고 있다.
신이라는 이름은 더 이상 그 누구도 필요하다 여기지 않는다.
이제 자신 같은 존재들은 퇴장을 해야할 때.
그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제 손으로 당신을 죽여달라는 겁니까.”
아르민은 쓰게 웃으며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이미 몇 번이고 신에 가까운 자를 죽여왔던 자신의 손을.
어쩌면 처음부터.
이건, 그때의 세계로부터 튕겨져 나온 자신이 걸어야 할 길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면서.
****
이야기가 끝나기 직전, 베네딕트가 말했다.
– 자네가 여기까지 도달하는 길에, 아르카디아가 귀찮은 함정을 뿌려놓았다네.
“탐욕의 신물입니까?”
베네딕트는 그렇다고 답했다.
“그렇지 않아도 첫 번째 시련이니 뭐니 하는 걸로, 좀 싸운 참입니다.”
– 탐욕의 신물, 그것은 총 세 가지 시련으로 이루어져 있다네.
처음 그 목소리를 들었을 때부터 생각하지만.
시련이라니, 웃기지도 않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 자네도 잘 알고 있잖나. 아르카디아, 제이크란 남자가 어떤 자였는지.
그러고 보면 그랬다.
아르카디아의 화신체를 만났을 때도 놈은 ‘게임 아바타’니 뭐니 하는 소리를 지껄였더랬다.
외견에서 보기엔 쉬이 예상하기 어려웠지만.
놈은 게임을 좋아하고, 관련된 취미를 떠들어댄 너드에 가까운 놈이었다.
‘뭐, 정작 본인은 필사적으로 부정했지만.’
이 던전도, 시련도 전부 그러한 취미의 산물인 셈이었다.
– 그걸 전부 클리어하고 여기까지 올 필요가 있다네. 자네라면 걱정은 하지 않네만.
“뭐······, 어려울 것 없습니다.”
다만 정말로 탐욕의 신물을 자신이 수습할지는 모르겠다.
당장 떠오르는 건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하던 베로니카의 얼굴이었으니까.
어쩌면.
‘······그녀라면.’
그렇다고는 해도, 첫 번째 시련만 해도 서로를 공격케 하는 악취미로 가득한 이벤트였다.
여기에 두 번째, 세 번째 시련까지 있다니.
아르민은 문득 이 세상에 없는 아르카디아의 얼굴을 떠올렸다.
죽어서까지 이런 식으로 민폐를 끼치다니.
정말 징한 놈이었다.
****
‘음?’
아르민이 일행이 있는 곳으로 돌아오자, 어쩐지 어수선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 호위까지 붙여 올려 보낸다니, 제정신이오?
힐난하는 고함이 들려오는가 하면.
– 제가, 제 의지대로 내린 결론이에요.
싸늘하지만, 날카로운 대답이 그 뒤를 따른다.
거기에선.
‘밀카다와········· 베로니카?’
앙숙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둘이 설전을 벌이고 있는 모습이 아르민의 눈에 들어왔다.
< 제72장 – 끝에서 기다리는 것. > 끝
ⓒ 뫄뫄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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