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is stronger RAW novel - Chapter (144)
내 마법이 더 쎈데-144화(144/203)
< 제73장 – 두 번째 시련 (1) >
단호한 표정으로 자신과 마주보고 있는 여성.
쿠올 상단의 상단주 베로니카가 입 밖에 낸 말을 들은 밀카다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부상자에게 호위를 붙여 던전 밖으로 보내겠다고? 왜 그 따위 짓을 하는 거요?”
그랬다.
방금 전 첫 번째 시련인지 뭐시기로 인해, 현재 짐꾼을 포함한 상당한 인원이 부상을 입었다.
개중에는 이 이상 던전 내부로 진입하게 되면, 곧 목숨을 걸어야 할 만큼 심각한 자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들은 단순한 하층민, 전부 그것을 감수하고 이곳까지 찾아온 치들이었다.
그런데 이 여자는.
‘그들을 밖으로 내보내겠다니?’
처음 상단이 용병 길드와 계약했을 당시, 계약 내용은 단순했다.
대탐색 자체가 위험한 원정이 되는 만큼, 그러한 위험을 감수한 자들에게 보다 많은 지분을 제공한다.
즉 동원한 인원이 많으면 많을수록 추후 대탐색에서 얻은 이득을 더 많이 얻게 된다는 소리인데.
때문에 밀카다가 인상을 찡그리는 이유는 단순했다.
“자기 손으로 상단의 이익을 포기하겠단 소리요?”
자신이 알고 있는 상식과 반하는 행위.
같은 상인으로서 베로니카가 하려는 행동은 철저한 이단이었다.
거기에 더해 밀카다가 베로니카의 말에 더욱 반발하는 이유는 또 있었다.
‘그놈의 알로스린 대공 때문에 암살교단 놈들을 따라 이곳까지 온 것도 짜증나고 위험한 일이거늘, 여기서 호위 병력을 더 빼겠다니. 제정신인가!’
대공으로부터 내려진 명령은 이러했다.
– 암살교단이 정말로 성배를 가지고 올지, 직접 감시해라.
제국의 대공.
제아무리 잘나가는 상단이라고 해도, 그곳의 총지배인에 불과한 자신이 저 명을 어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빌어쳐먹을! 간신히 총지배인 자리까지 왔는데. 여기서 나보고 또 다시 목숨을 걸라는 게냐!’
제1차 대탐색에서 성배를 이용해, 상단을 키우는데 누구보다 앞장 서서 손을 거들었던 자신이다.
가장 더러운 일을 맡았고, 가장 구역질나는 일에 고개를 들이밀었다.
그런데 돌아온 취급은 목숨을 걸라는 엄포.
그래서 더욱 밀카다는 필사적으로 베로니카를 힐난하고, 비난했다.
‘여기서 부상자를 내보내기 위해 호위 용병을 붙이게 되면 이쪽의 전력이 약해진단 말이다!’
그 말은 곧 자신의 안전이 불안해진다는 소리.
물론 자신이 성배 회수를 의뢰한 암살교단이 있다고는 하나, 밀카다도 바보는 아니었다.
그들은 죽이는데 뛰어난 광신도이지, 자신까지 지켜줄 정도로 온정이 넘치는 놈들이 아니다.
그러니 베로니카가 하려는 행동은 반드시 막아야 했다.
– 이해할 수가 없군.
– 쿠올 상단의 상단주는 제정신인가?
– 자금을 출자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이익을 볼 생각을 해야지.
밀카다의 힐난에 목소리를 더하는 자들.
그건 각각 중소규모 상단에서 이번 원정에 참가한 또 다른 상인들이었다.
이해할 수 없는 행위는 곧 반발을 부르고, 수많은 목소리가 한데 모이면 곧 거대한 여론이 된다.
방향성을 지닌 여론은 곧 악의가 되어 인간의 마음마저 뒤흔들기 마련이지만.
“당신들은, 이해할 수 없겠지요.”
그녀는 휘둘리지 않았다.
눈을 반개한 채, 베로니카는 그들과 한 걸음 떨어진 곳에서 입을 열었다.
“하층민, 약자라고 해도 그 목숨에는 가치가 있는 법. 단지 이익만을 위해 져버리는 것이야말로 상단으로서 손해인 것을.”
그녀의 시선은 고통 속에 신음하며, 들것에 누워있는 자들에게 향한다.
그 눈은 단지 목숨의 고귀함을 말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가치를 재단하는 눈길은 분명히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인간을 금화로 사고파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당신들은, 평생을 가도 무형의 것에 값을 매길 줄 모르겠지요.”
“무슨 헛소리를! 하층민 따위에게 신뢰를 얻는 게 이익이 된단 말이오?”
밀카다는 앞서 코웃음을 쳤다.
하층민에게 자비를 베풀어 신뢰를, 감사를 얻는다 해서 그것이 대체 무슨 돈이 된단 말인가.
“정녕 이해할 수 없다면 달리 말하겠습니다.”
베로니카는 상단의 짐수레에 새겨진 용병 길드의 마크를 가리켰다.
백은의 방패.
초대 용병왕이 내걸었던 기치를.
“백은의 방패는 약자를 위한 것. 저 또한 그 가치를 존중하려는 것뿐입니다. 이런 말조차 이해를 못한다고 하시지는 않겠지요?”
“상인이면서 용병 놀음을 하겠다?”
밀카다는 이를 갈았다.
결국 저 이해할 수 없는 행위와 고집은 꺾을 수가 없는 모양이었다.
이런 상황까지 오니 밀카다의 마음 속에서 혹시나 하는 의심이 고개를 쳐들었다.
저 정도로 하층민 따위에게 구애되다니.
설마.
‘베로니카에 대한 소문이 사실이었나······?’
그렇다면 더욱이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만약 소문대로 베로니카, 그녀가 원래는 상인조차 되지 못하는 계집이었다면······!
“내 직접 용병왕에게 직언을 해서······!”
“그만, 거기까지.”
그때, 밀카다의 목소리를 가로막는 이가 있었다.
“아, 아르민 경?”
그 상황을 지켜보던 아르민은 희미한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
‘인본주의······라고까지는 하지 않겠지만, 확실히 파격적인 행위로군.’
베로니카가 하려는 짓을 두고 상인들이 반발하는 이유도 당연했다.
당장에 눈앞에 보이는 이익을 포기하다니, 그것이 자신들의 안전을 담보로 하는 시점에선 말이 나올 만도 하다.
그 행위는 그들에게 있어 어리석게만 보이겠지만.
‘이해하지 못할 것도 없다.’
당연히 인간의 존귀함 따위를 논할 생각은 없다.
베로니카는 단지 이렇게 판단했을 뿐이다.
– 부상자를 위로 돌려보내는 것이 더욱 이익이 된다고.
지극히 상인다운 마음가짐.
뭐, 복지를 챙기면 챙겨줄수록 능률이 올라간다···는 식의 현대 기업 이야기를 떠들 필요는 없겠지.
상행에 있어 미래를 보는 눈은 베로니카가 더 앞서 있을 뿐이다.
단지 밀카다가 저리 반응하는 건 철저하게 하층민 따위가 ‘죽어서 소모되어도 상관없는 재화’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관점의 차이.
누가 선이고 악인지가 문제가 아니다.
단지.
‘그래서 도달한 답이 미네르바 황녀, 그녀와 닮아있는 건 퍽이나 재밌군.’
경제를 보는 눈이 남들과 다르다.
그 특성이, 아르민에겐 신선하게 느껴져왔다.
역시나 그녀는 뭔가 다르다.
어쨌거나 더욱 상황이 격해지기 전에 아르민은 그들에게 개입해서 말을 막았다.
북방의 영웅, 제국 백금 기사단의 명패란 이럴 때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아르민 경의 말이 맞네. 부상자는 옮기고, 소수 정예로 빠르게 임무를 소화한다. 그것이 좀 더 효율적이라는데는 나도 동의하지.”
용병왕 카포네가 직접 나서 한 마디 거들고 나서는 이상, 여기에 토를 달 간 큰 상인은 없었다.
그렇게 어느 정도 인원을 정리한 뒤, 대탐색에 남은 인원은 처음 출발할 때보다 절반 이상이나 줄어든 인원이었다.
“출발하지.”
던전을 나아가는 무리들.
층수는 순조롭게 클리어 되어, 20층을 넘고, 30층까지 넘어 발을 내딛었을 때.
– 정지.
신호가 돌아왔다.
앞에서 전해진 메시지는 이러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강한 기척이 느껴집니다.”
도착한 장소는 알포리움의 35층.
그 너머에 무거운 마력장이 용병단 앞에 나타났다.
****
35층으로 발을 들인 순간, 여기저기서 새된 비명이 새어나왔다.
– 윽!
– 무, 무거워······!
몸을 짙게 내리누르는 압력.
아르민은 마력장에 들어선 때부터 알 수 있었다.
마치 비눗방울의 거품처럼.
35층을 둘러싸고 있는 얇은 막은 외계(外界)와 내계(內界)를 가르는 결계의 일종이란 것을.
그렇다.
지금 우리가 발을 들인 곳은 철저한 이계(異界), 기존의 상식이 침범하는 걸 거부하는 또 다른 세계였다.
그리고 그 증거가 여기저기서 튀어나왔다.
– 투기장?
– 던전 안에 이런 게 있었나?
– 용병 생활을 하면서 이런 경우는 본 적 없다고!
던전 내부의 환경은 숙련된 용병들조차 당혹케 하고 있었다.
말 그대로 주변을 감싸는 거대한 우리와 관중석.
텅 빈 공간은 하나의 거대한 투기장을, 콜로세움을 연상시키고 있었다.
바로 그 투기장의 중심에, ‘그것’이 있었다.
“······산?”
그것을 목도한 베로니카가 저도 모르게 목소리를 흘렸다.
이미지는 거산(巨山)일까.
보는 이로 하여금 압도당하게 만드는 거구의 갑옷이 그곳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은색의 중갑을 입은 초로의 노인(老人).
다만 세월의 흔적이 새겨진 외모는 노년의 얼굴임에도 불구하고 흐르는 분위기 속엔 엄숙함과 무게가 있다.
쿠웅.
방문자들을 환영하듯 등짐에 지고 있던 백은의 방패를 앞으로 꽂아 넣는 노인을 보고서, 아르민은 입가를 비틀었다.
“······이건 또 무척이나 불쾌한 선물이군. 아르카디아.”
저 외모, 기억에 있다.
기억하는 걸 넘어서, 바로 방금 전에도 만난 적이 있다.
“베네딕트.”
묵묵히 거산처럼 그 자리에 있는 자는 분명 베네딕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물론 당사자 본인은 아니다.
순간 아르민은 강렬한 기시감을 느꼈다.
그러고 보면 예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다.
봉인된 칠영웅의 존재, 그 앞을 지키던 가디언.
헬레나가 봉인되었던 신전을 지키던 것은, 제이크로 빚어진 가디언이었던가.
이것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것도 아르카디아가 만들어둔 장치다.
보란 듯이 공략해보라며 꺼내든 게임의 중간 보스.
다만.
‘악취미는 여전하군.’
이번에는 다름 아닌 베네딕트의 봉인에 다가가기 위해, 그 본인을 쓰러트려야 한다는 아이러니가 있을 뿐.
베네딕트의 정체를 알아본 건 아르민만이 아니었다.
“초대, 왕께서······?”
용병왕 카포네의 시선이 흔들렸다.
그의 눈길은 가디언 베네딕트가 들고 있는 백은의 방패로 향해 있었다.
저 방패가 상징하는 존재를 용병왕이 모를 리가 없다.
눈치가 빠른 자들 또한 하나 둘, 가디언의 정체를 깨닫고 있을 무렵.
– 저, 저거!
그때 누군가가 베네딕트의 등 뒤를 가리키며 소리를 질렀다.
단숨에 웅성거리는 목소리가 기세를 키운다.
베네딕트의 등 뒤로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물건이 있었다.
투기장의 한 쪽에 마련된 거치대 위에 놓여 있는 그 물건은, 주변으로 프리즘을 흩뿌리며 자신의 존재를 가감없이 과시하고 있었다.
황금의 색깔로 물든 잔.
누가 보더라도 한 눈에 그 정체를 간파할 수가 있었다.
– 성배다······!
– 진짜 있었어!
그리고 바로 그 보물을 지키기 위한 가디언이, 지금 막 몸을 일으켰다.
쿠웅.
마력이 떨리며 이는 진동.
이계에서 투기장의 중심에 서 있는 저 노인은 세계의 중심이 되는 핵이다.
즉.
‘이곳을 빠져 나가고, 성배를 탈환하기 위해선 베네딕트를 쓰러트려야 한다.’
이성의 파편조차 보이지 않은 채, 천천히 검과 방패를 꺼내드는 베네딕트를 보며 아르민이 입가를 비트는 사이.
“······이게 만약 신의 장난이라면, 화가 치미는 군.”
용병왕 카포네는 맹렬한 분노를 드러내며 똑같이 방패를 장비했다.
포리네의 그 누구보다 용병왕을 공경하며, 그 존재를 믿어 의심치 않고 존경하던 남자다.
눈앞에서 그 존재가 모독당하는 광경을 보고, 그가 떠올린 감정이 무엇일지.
아르민이 추측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베네딕트가 거산과도 같은 몸을 일으킨 순간, 모두의 귓가에 목소리가 들려왔다.
[성배를 찾아 지하로 내려온 탐욕스러운 그대들에게 두 번째 시련을 내리노라.]용병단에게 당혹감이 피어난다.
예의 첫 번째 시련 때와 같다.
그때 이 목소리가 들리고, 얼마나 커다란 혼란이 우리를 덮쳤던가.
목소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 ···············!!!
소리 없는 포효와 함께 베네딕트가 달리기 시작했다.
쿵! 쿵! 쿵!
강건한 다리가 바닥을 박찬다.
쩌저적!
충격을 이기지 못한 투기장의 바닥으로 절로 금이 가는 모양새는 저 돌진이 얼마나 되는 힘을 가지고 있는지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였으니.
“온다! 금 등급 이하의 용병은 빠져서 지원조와 후방을 보호하라! 여기선 나와 백은의 용병이 맞선다!”
카포네의 지휘 아래, 자로 잰 듯 일사불란한 움직임으로 용병단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초대 용병왕을 적대하고 칼을 치켜드는 죄, 용서해주시길!”
카포네가 방패를 들어 돌진에 대비한 그때.
콰아아아앙!!!
방패와 방패가 부딪쳐,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이 기술, 아르민은 기억하고 있었다.
그 남자가 자신이라는 엔진에 시동을 걸고, 단숨에 마물에게 달려들어, 마물 자체를 육편으로 부수던 스킬.
이탈리아의 탱커, 베네딕트의 18번.
‘베네딕트의······, 방패충각!’
방패를 부딪친 카포네는 충격으로 인해 일그러진 얼굴로.
“막아냈······!”
그리 소리치려 했지만, 아르민의 추측이 옳다면.
정말로 상대가 베네딕트를, 칠영웅 시절의 힘을 그대로 재현해낸 존재라면······!
“일단 물러나! 폭풍이 친다······!”
“뭣.”
카포네의 말은 채 이어지지 못했다.
스가가각!
그것은 어찌된 연유인가.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다름 아닌 방패에서 시작된 바람은 점차 기세를 키워, 칼날처럼 몸집을 불리고는.
꽈르르릉!!!
이내 폭풍이 되어 주변을 있는 그대로 박살내기 시작했으니.
[두 번째 시련. 이 자리까지 도달한 그대들의 탐욕이 얼마나 강한가. 스스로 증명해보아라.]담담히 고하는 목소리와 함께, 전설로 불리던 전성기의 칠영웅.
폭풍의 기사가 다시금 대지를 박차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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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73장 – 두 번째 시련 (1) > 끝
ⓒ 뫄뫄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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