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is stronger RAW novel - Chapter (145)
내 마법이 더 쎈데-145화(145/203)
< 제73장 – 두 번째 시련 (2) >
폭풍이 인다.
방패로부터 시작된 칼날과도 같은 바람이 기세를 더하며 불어닥치고 있었다.
– 크으으윽!!!
비명과도 같은 고함을 내지르며, 카포네는 어떻게든 버텨내보려 했지만.
두근.
한 박자, 심장 소리가 대지를 적시고, 맥동에 맞추어 근육이 꿈틀거린 순간.
거산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콰아아앙!!
방패가 밀쳐진다.
거대한 진동을 머금고, 폭풍의 괴인은 어마어마한 폭발력을 발휘하여 한 번 더, 방패를 치켜들어 카포네를 후려갈겼다.
이미지는 거산에서 한 발짝 더욱 나아간 활화산처럼.
근육이 용틀임을 하듯 움직인 기세는 언뜻 보면 전차로 착각하리만치 위압적이고 강대하다.
뼛속까지 울리는 충격.
여기서 강대한 것이 기세뿐이랴.
– 마, 말도 안 돼?!
– 방패 충돌에서 카포네 님이 밀리다니?!
– 포, 폭풍이 몰아친다! 모두 피해!
– 으아아악!!
휘이이이잉!!!
날카로운 칼날 바람을 흩뿌리며 휘둘러지는 방패는, 이미 인간으로선 어찌 할 수 없는 폭거나 다름없다.
폭발적인 속력과 힘으로 엄습해오는 습격자.
콰아앙!
빠득 치아가 부서지지나 않을까, 모든 압력을 얼굴마저 일그러트리며 견뎌내던 카포네였지만.
콰앙!
연이은 폭거 앞에선, 용병왕조차도 버텨낼 수가 없었다.
– 카포네 님!
괴한의 돌진을 막기 위해 누구보다 앞섰던 용병왕 카포네의 육신이 튕겨져 나간다.
단지 충격을 이겨내지 못한 것만이 아니다. 충격 이전에 폭풍을 이겨내지 못했다.
그 모든 광경을 보며, 베론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전신에 폭풍을 두른 괴인은 카포네를 튕겨내고서도 기세가 죽지 않은 채로, 곧장 지원조가 있는 마차를 향해 일직선으로 돌진했다.
– 미지스! 방호 마법을!
– 아, 알았어! 대지여! 줄기가 되어 적의 육신을 옭아매어라! ‘어스 바인드!’
백은의 용병 중에서도 강력한 마도사로 이름 높은 그녀.
적색 마탑 출신 미지스의 스태프가 마나를 머금었다.
번쩍!
꽈르르릉!!
삽시간에 쟁기로 뒤집어엎은 것처럼 파괴되는 대지, 이어 그곳에서 튀어나온 흙더미의 밧줄들이 괴인을 묶기 위해 날아들었지만.
푸화아아악!!
몰아치는 폭풍 앞에, 마법은 단숨에 파훼되어 단순한 흙더미로 돌아갈 뿐이었다.
돌진을 막을 수가 없다.
백은의 용병이 가진 마법조차도 저 괴인에겐 통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돌진이 향하는 곳에.
베론과 누이 베로니카가 있었다.
“베로니카······! 내 뒤로 물러나라!”
방패를 치켜든다.
베론은 직감했다.
물러나기엔 이미 너무 늦었다. 달려오는 저것에 비해, 여기서 몸을 움직인다 한들.
이 근방으로 남아있는 자들은 확실하게 죽는다.
아니, 설사 당장에 자리를 피할 수 있더라도, 바들바들 떨며 겁에 질려 움직이지 못하는 짐꾼이나, 상단의 식구들을 보건데.
‘베로니카는 움직이지 않는다.’
이들을 내버려둔 채로, 누이가 도망치지 않으리라는 건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이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선택지는 하나 뿐이다.
‘내 몸으로 막는다.’
무모하다는 건 알고 있다.
그 대단한 용병왕조차 ‘저것’의 돌진을 이겨내지 못했다.
아무리 호위기사를 자처하고 있다고는 하나, 무예의 실력이 일천한 자신이 저 괴인의 돌진을 막아낼 수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그래도.
–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
베로니카, 그녀, 나의 누이.
베론은 예전부터 이렇게 생각해오고 있었다.
베로니카는, 나의 여동생은 대단한 이라고.
아버지가 이루지 못했던 위업을, 그녀는 나를 대신해 이어받았다.
작고 여린 몸으로, 비천한 위치에서 모두에게 손가락질 받는 와중에도 꺾이지 않던 고결한 마음.
나에게는 없는 걸 품은 그녀.
그녀야말로·········. 저 대단하시다는 황제조차도 이루어내지 못한, 세계를 바꿀 수 있는 진정한 영웅이다.
그러니.
‘지켜낸다.’
여기서 누이가 죽게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
자신의 목숨마저 내걸고서.
“아아아아악!!!”
베론은 괴성을 내지르며 방패를 곧추세웠다.
이어질 충격을 대비한다.
아마, 단 한 번의 충격만으로 내 육체가 산산히 부서지리라는 것을 직감한 채로.
나라는 고기방패가, 조금이나마 내 뒤에 선 누이를 지킬 수 있는 물건이 되기를 바라면서.
“······베론!!”
베로니카가 비통한 외침을 내지르는 걸 한 귀로 듣고선.
‘부디, 견뎌다오.’
다가오는 폭풍 속에, 몰아치는 칼날바람 속에서 베론의 머릿속을 가득 메운 건 죽는다는 상념과 더불어.
소중한 누이의 얼굴이었으니.
괴인의 돌진이 코앞으로 다가든 바로 순간에 이르러.
······그보다 먼저, 베론의 어깨로 손을 뻗는 이가 있었다.
“·········어?”
빙글, 세상이 반전한다.
충격이 있던 것은 아니다.
마치 자신의 몸이 절로 뒤로 넘어간 듯한 착각.
그 기묘한 일을 일으킨 건, 다름 아닌 아르민 일레인스.
상단에서 고용한 북방의 영웅이자, 백금의 기사는 여느 때와 다른 진지한 얼굴로.
장난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저 폭풍을 보고도 물러나지 않는 기개, 멋진 모습이야. 조금이나마 도와주지.”
튕기는 것은 손가락.
리듬을 다는 것은 발자국.
호흡을 통해 마력신경을 불러내고, 눈 깜빡임을 통해 짜낸 마력을 전신에 두른 채로 현상을 구현한다.
기억의 저편에서 뽑아낸 지식은 우선 저 위협적인 폭풍을 벗어나기 위한 수단.
‘사도 바울이 배를 타고 로마로 향할 당시, 바람을 피하기 위해 찾은 그레데 해안의 루트를 모방. 여기에 구현한다.’
마력 부스트, 이어.
“트리거.”
아르민이 외친 시동어를 통해 마법이 발동된 순간.
몰아치는 폭풍 속에서도 분명히 보였다.
이 폭풍을 뚫고 지나가기 위한 ‘길’이.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가.
‘베네딕트의 돌진을, 비튼다!’
아르민은 베네딕트의 몸체를 향해 손을 뻗었다.
마력으로 보강한 오른손을 뻗어 상박으로 턱을 노리고, 파고 든 오른다리를 뻗어 갑옷 사이의 틈으로 찔러 넣는다.
충격해소와 동시에 그 거체를 후려치는 기술.
돌진을 막기 위해 넘어트리는 한 판.
‘밭다리후리기.’
꽈앙!
베네딕트의 이마가 대지에 부딪쳤다.
****
아직 지구가 멀쩡했을 시절.
아르민이 직접 나서, 칠영웅이라는 시스템을 만들기 시작했을 때.
아르민이 가장 먼저 취한 행동은 세계에서도 가장 최강이라고 불리는 S급의 헌터들을 뽑아서 모으고, 설득하는 일이었다.
제이크, 모리오카, 샤오메이, 헬레나, 블라디미르 등.
아르민이 손을 뻗은 자들은 모두가 내로라하는 실력자이자, 일류였다.
하지만 딱 한 명.
베네딕트의 참가를 두고서, 세간의 호사가들은 이렇게 떠들어댔다.
– 방패를 들고 전선에서 버티는 것밖에 하지 못하는 노인네가, 정말로 최강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냐고.
칠영웅이라는 시스템이 확립된 순간부터.
이미 그들의 이름은 세계적인 대배우마저도 능가하는 스타성을 가지고 있었다.
세상 사람들은 당연하게도 그들의 이름에 환호하며, 동시에 시기와 질투를 보내고는 했으니.
베네딕트에게 닥친 말도 결국엔 그런 연유였다.
그를 흠집 내고자 하는 악의로 가득 찬 목소리들.
확실히, 방패에 철갑주까지 갖춰입고서, 둔해 보이는 움직임으로 전선에 서는 베네딕트를 보고서 사람들은 쉽사리 영웅의 면모를 떠올리지 못했다.
– 이유는 단순했다.
같은 갑옷을 걸쳤지만, 태양의 힘으로 칼을 쥐고 전선을 베어가르는 제이크에 비교되었고.
타오르는 지옥불로 전선을 불태우는 헬레나에 비해 쳐졌으며.
샤오메이의 회복 능력만큼 화려하지도 않았고, 모리오카의 그림자를 타는 모습만큼이나 멋지지도 않았다.
블라디미르에 이어선, 한 발에 하나를 죽여 내는 그의 무자비함과도 차이가 났던 것이다.
강재민에 이르러선 말할 필요도 없겠지.
하지만.
‘딱 한 번.’
단 한 번의 방송.
칠영웅이 게이트를 처리하는 과정을 영국 공영채널 BBC에서 촬영한 그 날.
여론이 뒤집혔다.
그 방송을 본 모든 이들은 그날 베네딕트를 가리켜 이렇게 불렀다.
– 폭풍의 기사.
흔히 헌터 중에서도 자연 속성을 가진 기프트의 은혜를 입은 자들은 더러 있었다.
불이니, 바람이니, 대지니 하는 것들처럼.
그 와중에 베네딕트가 그 육에 품은 기프트의 내용은 단순했다.
‘속성은 폭풍.’
폭풍이 친다.
거친 바람은 대기를 찢고, 대지를 부수며, 두 다리를 딛고 서 있는 자들을 자비 없이 튕겨낸다.
누구라도 베네딕트를 본 자들이라면, 이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 자연재해(自然災害).
자연이란 그런 것이다.
제아무리 완력이 강하고, 각력이 뛰어나고, 그 육체가 강건하다고 해도.
그것은 단순히 인간 개인의 신체 조건에 지나지 않는다.
자연은 그것조차 뛰어넘는다.
발을 내딛는 순간.
스가가각!!
폭풍의 기사는 자연 그 자체가 되어, 사정없이 전장을 유린한다.
방패를 들고 있어서 약한 게 아니다.
방패를 들고 있기에 그는 강하다.
그 자연재해가 지금, 이곳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다름 아닌 아르민과 용병단의 적으로서.
****
콰앙!
베네딕트를 땅바닥에 쳐박았지만, 무력화를 시킨 것도 잠시.
콰아앙!
갑주에서 시작된 폭풍이 주위로 줄기줄기 뻗어가며, 단숨에 아르민을 비롯한 모든 것들을 사방으로 비산시켰다.
‘길이, 끊어졌다······!’
튕겨져 나간 건 아르민도 예외가 아니었다.
허공에서 마력발판을 만들어 하나, 둘. 세 번의 걸음으로 무게중심을 잡는 시점에서.
베네딕트는 다음 먹이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마력을 불러일으켜, 일거에 쓰러트리는 건 쉽다.’
하지만 저 폭풍을 일격에 소멸시킬 정도라면, 어지간한 화력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장소가 좋지 않아.’
더구나 이곳은 비좁은 던전의 내부.
투기장이라고는 해도, 폭풍의 여파가 어디라도 미치는 장소다.
고열량의 마법이나, 극살상의 마법을 펼치면 그 여파는 베네딕트로만 끝나지 않는다.
주의깊게, 조금 더 섬세하게.
폭풍을 쓰러트리려면, 누구보다도 농밀하게 움직여야만 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백은의 용병들은 전부! 폭풍의 길을 비틀어! 폭풍은 어디까지나 놈의 앞에서만, 전방에서만 몰아치는 거다! 협공으로 뒤를 공략하면 쓰러트릴 수 있어!”
아르민은 베네딕트의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그를 공략하기 위한 정공법을 마력을 담아 모두에게 소리쳤다.
– 저걸 쓰러트린다고?
– 지, 진짜다! 저 괴물의 뒤에선 폭풍이 불지 않아!
그렇다면.
– 해볼만 하지.
알베르토가 내달렸다.
과연 백은의 용병이라는 이름은 허명이 아닌지.
가죽 경갑에도 개의치 않고 날카롭게 움직인 청년은 단숨에 베네딕트의 뒤를 캐치하고, 칼을 찔러넣으려 들었지만.
‘그 정도로는 어림도 없어!’
백은의 용병이라는 이름이 허명이 아니라면.
콰아앙!!!
단숨에 몸을 돌려 방패를 후려쳐, 알베르토를 튕겨내는 베네딕트가 가진 또 다른 이름.
칠영웅이라는 칭호는 거저가 아니다.
‘전성기의 칠영웅, 그걸 그대로 구현해냈다면 어지간한 공격은 통하지도 않는다!’
튕겨나가는 기세를 줄이며, 알베르토는 허공에서 몸의 중심을 잡았다.
그 또한 감탄이 나올 정도의 기교였지만.
알베르토를 쫓는 베네딕트의 움직임은 예사가 아니었다.
후우웅!
방패가 휘둘러진다.
단순히 옆면으로 후려치는 게 아니다.
날카롭게 갈린 채, 백은으로 빛나는 모서리가 알베르토의 급소를 노리고 검처럼 휘둘러진 것이다.
– 크으윽?!
뒤늦게 알베르토가 검날로 막아보지만.
착, 키이이잉!!
기다렸다는 듯이 방패 모서리는 검면에 착 달라붙어 미끄러지는 채로.
콰앙!
코등이에 박혀, 무게 중심이 쏠린다.
그 순간 알베르토의 육체가 중심을 잃어버렸고.
바로 그걸 놓칠 베네딕트가 아니었다.
다시 한 번 거기서 펼쳐지는 스킬이 바로.
– 방패 충각.
콰앙!
거센 폭풍이 일며 또 한 번 알베르토의 몸이 튕겨져 나갔다.
– 저게 말이 돼?!
– 무, 무슨!
평범한 용병 뿐만이 아니다. 백은의 용병들조차 베네딕트가 보여주는 기술, 방패의 테크닉 앞에 당황했다.
모든 것이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대단했던 탓이다.
때로는 방패로 날아오는 공격을 막고, 때로는 방패 자체를 무기로 휘둘러 용병과 대적한다.
칠영웅 시절의 무력을 그대로 뽐내는 전사 앞에선, 이 자리에 있는 이름 있는 자들조차 어린아이처럼 희롱당할 수밖에 없었다.
‘움직임 자체가 중갑을 갖춰 입은 인간의 것이 아니야.’
베네딕트는 예전부터 그랬다.
강하고, 날렵해고, 위대했다.
그러니까.
“상대는 방패를 무기로 쓰는 기사다! 저 무게는 거저가 아니야! 무게 중심을 무너트리는 것부터다!”
그래. 결국 아무리 강하다해도, 인간인 이상.
그는 대지에 발을 딛고 서 있는 육체를 가진 자다.
그러니 그걸 공략한다.
그래야 쓰러트릴 수 있는 타이밍이 나올 것이었다.
아르민의 지시에 따라.
– 내 먼저 시작하지!
케인이 소리를 높이며, 활에 시위를 매겼다.
그 말을 뒤로하며 아르민은 달렸다.
양 손에 마력을 머금고, 다시 한 번 폭풍의 길을 뚫기 위해 캐스팅을 시작한다.
– 잠시 공간을 내어주게나! 폭발하는 화살일세!
피잉!
마력이 담긴 것인지, 케인이 쏘아낸 화살이 베네딕트의 앞발을 어지럽히기 위해 날아든다.
콰앙!
폭발을 피해 허공으로 도약하는 베네딕트.
그 뒤를 이슈엘의 열띤 음성이 뒤를 따른다.
– 정령들이여! 바람을! 대지를! 그리고 불꽃을 피워라!
세 방향에서 동시에 날아드는 삼연속의 정령 마법.
그조차도 태반은 폭풍에 휘말려 위력을 잃지만, 의미가 없던 것이 아니다.
– 강림하라, 모든 것을 연소하는 불꽃. ‘이터널 버닝 플레임!’
아까부터 연이은 스펠 캐스팅으로 시간을 잡아먹던 미지스가, 모든 힘을 끌어낸 듯 전력을 다해 마법을 퍼부었다.
폭풍에 스러졌다고 생각했던 정령의 불꽃으로부터 시작된 불길.
그것은 단숨에 산소를 연소하고 불태우며, 일대의 공기를 제로로 만들었다.
바로 그때서야.
‘폭풍의 기세가 약해졌다!’
백은의 용병들이 보여준 연계 플레이.
그건 처음부터 바로 이 광경을 만들기 위함이었다.
역시나 그 이름처럼, 그들은 이런 연계를 숨쉬듯 할 수 있을 만큼 한솥밥을 먹고, 결속을 다지며, 끊임없이 분투해온 것이겠지.
마치 전성기의 칠영웅들처럼.
그러니, 이번엔 자신이 보여줄 차례였다.
한 걸음 더.
마력을 부스팅하고, 전신의 마력신경을 끌어낸다.
콰아아앙!!
발밑이 무너졌어도 가감 없이 방패를 휘두르는 베네딕트를.
– 흐아아압!!
알베르토가 철거머리처럼 붙어 한 번 더 발등을 향해 검을 휘두른다.
카앙!!
방패 모서리에서 피어나는 불똥과 뒤로 미끄러지는 알베르토의 몸체.
하지만 그 덕에 허공에 떠오른 베네딕트가 한 층 더 무게중심이 흐트러졌다.
그렇게 기세가 약해진 폭풍 속에서 드러난 베네딕트의 전신.
백은빛의 갑주로 번뜩이는 거구를 직시하고, 아르민의 발길이 마력을 뿜는다.
꽈앙!
‘흐읍!’
단 한 번, 일순의 호흡.
그 타이밍을 캐치하고, 걸음을 내딛어 보폭과 거리, 간합을 계산한다.
한 순간이라도 상대를 놓치지 않기 위해, 이 시선은 끝없이도 유구한 시간을 들여 베네딕트를 쫓는다.
근육이 꿈틀거리는 모양새, 그 팔다리가 폭풍을 뿜어내는 기세.
베네딕트의 시선이 어딜 향하는지, 그 팔이 무엇을 움켜쥐려고 하는지, 그 다리가 어딜 내딛으려고 하는지까지.
그 전부를.
내 머릿속에 쑤셔넣고, 다음의 반응을, 이어 쏘아낼 마법을 계산하고, 장전한다.
– 키이잉.
오감 너머로 전해지는 마력의 폭발.
아마도, 이 자리에 있을 모두는 베네딕트를 보며 이렇게 생각했을 테지.
– 저 괴물은 정말로 쓰러트릴 수 있을까?
그러니 아르민이 거기에 답을 주고자, 달린다.
오른손을 든다.
눈을 깜빡였다고 생각한 찰나, 코앞까지 다가온 방패와 갑옷의 윤곽.
바로 그곳의 일점을 향해 오른손을 들어 손가락을 흔든다.
이미지하고, 부여하는 특성은 총 여섯 가지.
‘특성은 원소의 흡수, 정제, 정밀, 증폭, 폭발, 산화.’
미지스가 피어낸 아주 약간의 불꽃을 빌려, 손에서 하나의 마법으로 성립시킨 뒤.
‘옛 친구여, 그대와 배별(拜別)을.’
갑옷의 틈새를 향해, 호흡을 내쉬며 아르민은 마법을 처박았다.
헥사 액션 마법.
멀리 떠나는 자에게 이별의 노래를.
당신에게 바치는 진혼곡.
그이름.
“·········찬미 받으소서(Benedictus).”
베네딕투스.
불꽃은 이별을 축복하듯, 그대를 불사른다.
콰아앙!!
****
쉬이이이익.
불길이 가시고 나서, 그 자리에 남은 건 고온의 불길이 타올랐다는 거뭇한 흔적 뿐.
그렇게 베네딕트의 육체가 불꽃 속에서 스러지고.
이별의 장송이 끝난 순간, 공간을 가득 메우던 기이한 마력의 장 또한 사라졌다.
– 쓰, 쓰러트린 건가?
‘여기서 그런 말은 좀 위험하지.’
늘 쓰러트렸나? 는 부활의 주문이라는 것이 이쪽 업계의 상식이라지만.
모두가 긴장 속에서 주변을 경계하는 아주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
– 사, 살았다!
– 괴, 괴물을 쓰러트렸다!
용병단을 비롯한 모두가, 살아남은 것에 감사하며 환호를 내질렀다.
자연을 이겨낸 인간들의 모습이 이러할까.
그들을 하나하나 아르민이 지켜보는 사이, 문득 베로니카와 시선이 마주쳤다.
묵묵히, 조용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은 의문을 넘어서, 모종의 확신을 한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방금 그 마법은 대체.”
환호하는 다른 동료들과는 달리, 적색 마탑의 마도사 미지스만이 살그머니 경악이 담긴 시선으로 아르민을 바라보고 있었으니.
‘너무 대놓고 마법을 쓴걸지도 모르겠군.’
아르민은 한숨을 내쉬었지만, 뭐, 어차피 그럴 짬도 없던 참이다.
무엇보다 동료의 최후를 자신의 손으로 장식해주고자 하는데, 손대중 따위를 할 리가 없었다.
어쨌거나.
‘······어차피 진짜 동료도 내 손으로 끝내야 할 판에 말이지.’
그렇게 아르민이 고개를 젓는 때였다.
– 앗! 저 새끼 뭐야?!
누군가의 고함이 아르민의 귀를 끌어당겼다.
자연스레 고개를 돌리자.
“······밀카다?”
땀을 뻘뻘 흘리며, 누구보다 열심히 투기장의 중심을 가로지르며 달리는 인간이 있었다.
밀카다가 왜 갑자기 저러나 싶던 아르민이었지만.
그가 향하는 방향을 보고나서야.
“아.”
아르민은 깨달았다.
살아남은 사실에 안도하느라, 모두가 미처 신경을 쓰지 못했지만.
폭풍의 기사가 지키던 것이 무엇인지,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 저 새끼가 성배를······!
베네딕트의 등 뒤에서, 휘황찬란한 광채를 뿜던 금색의 성배.
탐욕에 젖은 밀카다의 눈동자는, 오로지 그것만을 향하고 있었다.
‘뭐, 힘으로 빼앗으면 그만이지만.’
저렇게 행동해봐야 주변 용병들이 가만 두지 않을 터인데도, 저리 행동하는 걸 보면.
‘상인이라, 이거지.’
탐욕이 가득한 상인이란, 어떤 인물인지 그대로 보여주는 작태에 웃음마저 나올 판이지만.
어쨌거나 아르민이 한숨을 내쉬며 밀카다에게 다가가려는 바로 그때.
밀카다의 손이 성배에 닿았다.
그리고
[두 번째 시련, 그대들의 탐욕을 증명할 때다.]‘뭐?’
끝난 줄 알았던 시련의 재개를 알리는 목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세상이 반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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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73장 – 두 번째 시련 (2) > 끝
ⓒ 뫄뫄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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