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is stronger RAW novel - Chapter (149)
내 마법이 더 쎈데-149화(149/203)
< 제75장 – 누구보다 커다란 탐욕 (2) >
암살교단은 신의 명을 이행하기 위해, 자기 자신을 신에게 공양(供養)한 자들의 집합체다.
신께선 우리에게 힘을 주셨다.
비루먹은 자도, 고귀한 자도 구분 않고서 우리에게 평등히 자신의 몸을 내어주시고 목소리를 들려주셨다.
그렇다면 당연히 우리 또한 신의 말씀을 따를 의무가 있다.
신에게 우리를 바치는 것이 곧 신께서 보여주신 사랑에 보답하는 일이기에.
처음에 ‘그 남자’가 다가왔을 때는 경계하고 살기를 피우고, 죽이고 피를 보자 난리를 피워댔지만.
바로 그 날.
신께선 직접 우리에게 말씀을 내려주셨다.
– 나의 아이들아, 들어라.
그 감미로운 목소리에 대체 몇이나 되는 동포가 실신하고, 절정하고, 신의 이름을 목이 터져라 부르짖었을까.
– 타락한 신성의 사도를 맞이하라.
동포들은 흥분했다.
신을 위해, 그 자를 죽이자, 유린하자, 찢어발기어 우리의 신께 공양하자.
성이 난 원숭이 무리처럼 꽥꽥 소리를 질러댔다.
하지만 이어진 신의 말씀에 우리는 모두 고개를 조아리고, 숨을 삼키고, 멈춰 섰다.
– 그 자와 손을 잡고, 그가 가진 인형을 가져 오너라. 내 몸이 될 그릇을 내 앞으로 내어오너라.
신께서 직접 이 땅에 발을 딛고자 하신다.
우리에게 육을 내어주어, 우리를 자신과 동등한 자로 만드는데 거리낌이 없으시던 분.
무한한 자비.
신의 은총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뇌신경이 타버릴 것만 같건만.
그 분께서 직접 옥체를 만들고자 하신다.
그때부터였다.
우리는 타락한 신성의 사도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본디 과거 아르카디아라는 신을 모시던 일원교를 국교로 삼은 타락하고 부정한 나라.
칼센 제국의 대공이라며 우리 앞에 나타난 남자는 말했다.
– 그대들의 신이 들려준 목소리를 들었다. 손을 잡자. 내가 원한 물건을 가져와준다면 그릇을 내어주겠다.
그 날로 우리는 신이 내려준 목소리를 길잡이 삼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목표한 물건은 총 여섯 개.
그 중 하나는 북방의 대지에.
또 하나는 시체를 파먹는 교활한 귀신이.
다른 하나는 더러운 짐승의 왕에게.
또 다시 하나는 절대로 찾을 수 없는 장소에.
더하여 하나는 마도 공화국의 중심부에 은닉되었으니.
그 어떤 것 하나라도 쉬이 손에 넣을 수 없는 물건들로 가득했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간신히 하나를 찾고 도달하는데 성공했다.
– 소원을 이루어주는 성배.
그러나 그것은 찾아냈어도 손에 쥘 수는 없는 물건이었다.
그때 타락한 신성의 사도는 이야기했다.
– 내 계획에 손을 빌려준다면, 이것을 이용해 그대들의 신에게 공양하겠다.
암살교단은 기꺼워하며 그 남자의 말에 따랐다.
의심 없이 믿고 이곳까지 와 3년의 시간을 바쳤다.
그리고.
‘남자’는 코웃음 쳤다.
알로스린 대공은 신의 목소리를 인질로 삼아 우리를 좋을 대로 움직였지만, 남자는 그런 말 따윈 믿지 않았다.
정녕 그 자가 우리에게 협력하고, 힘을 빌려주리라고 순수하게 믿는 놈들이 잘못된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남자는 조용히 말을 따랐다.
어차피 신의 목소리를 절대적이다.
여기까지 알베르토를 데려온 것도 그 때문이었다.
‘놈은 꼼짝없이 자신이 이번 교단 인원을 이끌고 있다고 착각하는 모양이지만.’
알베르토는 단순한 제물이다.
성배에 소원을 빌도록 만들어, 그 비틀린 요물을 다시 퍼 올리기 위한 공양의 제물.
‘그런데 이상하군.’
원래대로라면 여기에 남아 낭보를 기다릴 자신을 제외한 암살교단원 전부가 벽 너머로 넘어갔어야 했다.
그런데 어째선지 이번엔 시련이 느닷없이 중간에 중단되고 말았다.
예정에 없던 사건이지만, 알베르토가 넘어간 걸 확인한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작전 진행에 문제는 없다.’
그러니 이대로 진행한다.
물론 예정에 없던 청년 한 명과 상단주 계집 하나가 섞여들긴 했지만.
그 정도야 동포들에게 지시해서 적당히 처리하면 그만이다.
어차피 우리가 정신을 바짝 차리고 경계해야할 대상은 알로스린 대공뿐이다.
작전을 계속하여 진행하긴 하겠지만.
대공 놈이 혹시라도 수상한 짓을 벌일 낌새가 보이면 먼저 멱을 따면 그만이다.
이 순간에 이르러서도 남자의 시선은 오로지 알로스린 대공만을 향해 있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이런 걸 노린 거였나?”
시야에도 넣지 않았던 자.
청년이 꺼낸 말에 처음으로 남자의 가면이 일그러졌다.
금발에 시원스러운 이목구비, 입가에 미소를 띤 모습은 얼핏 백마 탄 왕자님을 연상시킬 만큼 귀족적이지만.
남자는 느꼈다.
저 미소는 그런 류의 상쾌한 미소 따위가 아니다.
보다 음험하고, 교활하고, 꿍꿍이가 있는 얼굴.
본능이 외친다.
– 저 남자는 위험하다.
하지만 동시에 이성은 속삭였다.
어차피 새파란 젊은이에 불과하다고.
머리는 이성을 따랐다.
– 흐흐흐, 그리 묻는다는 건, 네놈, 우리를 알고 있는 자인가?
어차피 우리의 이름은 암살교단.
우는 아이가 듣는다면 뚝 그치는 것에 끝나지 않고, 경기마저 일으킬 죽음의 이름이다.
그러나 청년은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오히려 입가를 일그러트린 채로 당당히 말을 건네왔다.
여유를 가장한 모습은 퍽이나 가소로워 남자는 대화에 어울려주었지만.
“처음부터 성배의 본질, 시련에 대한 정보는 취득하고 있었다. 남은 건 그걸 실행하고, 감시할 인원들이 필요했을 뿐······이라는 거군.”
– 놈의 눈치가 너무나도 빨랐다.
아니, 그건 눈치 정도가 아니다.
내뱉은 한 마디 한 마디가 우리가 진행하는 계획의 본질을 건든다.
마치, 놈은 전부를 꿰뚫어보는 듯했다.
단순한 인간의 시선이 아닌, 세계 그 자체를 부감하고 판단하고 결론을 내리는 듯한 시선.
거기서 남자는 소름이 돋았다.
눈앞에 서 있는 자는 더 이상 치기어린 청년 같은 게 아니었다.
이 감각은.
이 등골을 타고 흐르는 전율은 마치.
– 우리의 신께서 보여주시는 모습과······.
그럴 리가 없다.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
때문에 남자는 소리쳤다.
– 쳐라.
저 놈을 죽여라.
놈은 추후 우리 교단에 있어 위협이 될 존재.
그러니 이 자리에서 그 뿌리를 반드시 뽑아내야 한다고.
그리고.
“미안하지만, 조금 늦었다. 여유롭게 대화에 어울려주실 때가 아니었단 소리야.”
그 말을 끝으로.
퍼어어억!!!
남자의 옆구리로 강렬한 충격이 덮쳐들었다.
****
남자가 정신을 차렸을 땐, 육체가 허공을 날고 있었다.
우선 어째서? 라는 의문이 처음.
하지만 이어서 자신을 날려버린 자를 발견한 순간,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카, 포······네?”
늠름하기 짝이 없는 용병왕의 갑주.
동시에 남자를 후려치는데 사용한 방패의 견고함은 이미 방패가 아닌 둔기에 이르는 위력을 지닌다.
하지만 그 이전에 더욱 더 남자는 의문을 품었다.
‘어떻게?’
카포네는 아까까지만 해도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시련의 여파를 이기지 못하고 정신을 잃은 걸 분명 확인했던 것이다.
넘어간 동포들을 제외한 다른 동포들의 감시 또한 확실했다.
정보를 차단하고, 조용히 우리끼리 모든 일을 해결한다.
그러려고 했거늘, 그런데. 어째서?
– 동포들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것이 뒤늦게 눈에 들어왔다.
아르민의 폭풍 마법에 튕겨져 나간 채로, 어마어마한 압력 속에 짓눌린 개구리처럼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어 하고 있던 것이다.
‘이미 당했다고?’
슬로우 모션처럼 천천히 흘러가는 상황 속에서, 우연히, 아주 찰나의 시간 동안 남자는 북방의 영웅과 시선이 마주쳤다.
그 눈가에서 보이는 옅은 웃음기와 입가에 머금은 미소는 분명.
이 모든 상황을 확신하고, 미리 예상······, 아니. ‘예지’하고 있었다는 듯이 호선을 그린다.
콰아앙!
남자는 허공에서 몸을 반대로 뒤집어, 촤아아아악! 하고 바닥을 미끄러지며 충격을 해소했다.
“크, 악.”
내장을 찌르는 충격을 숨으로 토해내며, 남자는 비명을 지르듯 소리쳤다.
“무슨······. 무슨, 조화를 부린 게냐······! 네놈!”
확실히 두 번째 시련을 통해 태반이 정신을 잃었을 터다.
그런데 무슨 조화를 부려, 그들을 일으켜세웠단 말인가.
설마 놈은 원격에서 실신한 이들을 일으켜 세울 정도의 성력을 지닌 성직자라도 된단 말인가?
“의외로 마술 속임수의 트릭은 간단한 법이지.”
아르민은 능글맞은 미소로 화답했다.
사전에 그와 대화를 하면서 마력을 끌어올렸던 아르민이 사용한 마법.
– 귀가 있는 자는 들을지어다.
성경에 자주 인용되고는 하는, 독신자가 듣는 자들을 위해 서두에 붙이는 관용어구를 마법으로 화한 기술이다.
“대화를 시작한 시점부터, 당신과 내가 떠드는 목소리는 저쪽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있었어.”
일종의 마력을 통한 방수(傍受) 작업을 거친 것이다.
그 목소리를 증폭시켜 정보를 전달하는 동시에, 그들의 마력핵을 자극해 의식의 각성을 도왔다.
요컨대.
“당신네 목소리가 알람시계가 되어줬단 거야. 이거 참 고맙다고 인사부터 해야겠구만.”
아르민은 피식 웃었다.
****
당연한 일이었다.
두 번째 시련이 끝난 직후 찾아온 혼란 상황.
암살교단이 움직인다면 바로 이때가 최적이리라는 것은 처음부터 예상할 수 있었다.
게다가 상대는 방벽 너머, 거기까지 액션을 취하기 위핸 쓸데없는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
그래서 아르민은 우선 저 너머에서 분명한 아군이라 부를 수 있는 자.
카포네에게 손을 뻗쳤다.
현재 무슨 상황이 벌어지는지, 여기에 누가 있고, 무슨 음모를 꾸미는지를 통째로 전해주었다.
그러면 카포네는 당연히.
철컥.
“암살교단. 수많은 암살과 교살, 살인 행위로 교의를 이어나가는 사교도. 용병 길드까지 침범했다니. 내 눈이 어두워 미처 발견하지 못했군. 고맙네. 아르민 경.”
강철의 검을 겨눈다.
용병왕 카포네는 분을 참지 못했다.
상대에게만 분노를 풍기는 것이 아니다. 이런 암덩어리가 우리 내부에 있다는 걸 미쳐 눈치 채지 못했던 자기 자신에게 화를 내고 있었다.
암살교단의 남자는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마법으로 목소리를 전하고, 정신을 깨웠다고? 그런 마법이 존재한다는 말 따위 들어본 적도·········.”
“그야 당연하지.”
“뭣.”
아르민은 어깨를 으쓱였다.
들어봤을 리가 없다.
“이건 현대 마법이니까.”
카앙!
또 한 번 불똥이 튄다.
이번에는 앞이 아닌 뒤에서 들려온 쇳소리였다.
“베로니카?! 어, 어째서 백은의 용병하고 싸움을······!”
베론의 비명이 터져 나온다.
자신의 여동생이 창을 휘둘러 알베르토를 막는 걸 뒤늦게 발견한 것이다.
현재 눈을 뜬 건 베론과 카포네, 그리고 카포네를 호위하기 위한 용병이 몇 명.
10명도 되지 않는 인원일 테지만.
‘이정도면 되겠지.’
아르민은 빠르게 몸을 돌리며 카포네에게 말했다.
“그 자는 부탁드리겠습니다.”
“맡겨만 주게나.”
암살교단의 분대장쯤으로 보이는 남자와 씨름을 할 시간은 없다.
지금은 일단 여기를 정리하고, 베로니카를 돕는다.
아르민의 말을 시작으로, 불을 당긴 듯.
“하앗!”
카포네가 칼을 찌르자.
카아앙!
“크으으윽!!”
암살교단의 남자는 가까스로 그 일격을 막아내며 물러난 듯 했다.
이럴 때는 신의 화신과 마주하는 카포네가 대단한 건지, 아니면 아무리 타락한 죽음의 신이라고 해도 화신체의 힘까지 다루는 남자에게 육박하는 카포네가 대단한 건지.
서로가 괴물에 가까운 기량과 힘을 지닌 괴물들이지만.
그래서 더욱이 아르민은 믿고 이 자리를 카포네에게 맡길 수 있었다.
“사이비 종교의 신도치고는 제법 한가락 하는 군, 어떤가. 자네가 믿고 있는 신과 우리가 경애하는 왕 중. 어느 쪽이 승리의 신에 가깝다고 생각하지?”
카포네가 농지거리처럼 꺼낸 말, 그것이 도화선이 되었다.
“가아아암히!! 우리의 신을 모욕하다니! 네놈은 오체를 분시하고 그 피륙과 뼈까지 씹어 먹어주마!”
울려 퍼지는 암살교단 남자의 고함을 뒤로한 채, 아르민은 뛰었다.
< 제75장 – 누구보다 커다란 탐욕 (2) > 끝
ⓒ 뫄뫄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