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is stronger RAW novel - Chapter (15)
내 마법이 더 쎈데-15화(15/203)
< 제6장 – 기회 (1) (수정) >
어둠으로 가득 찬 어딘가의 암실(暗室).
“크아아악!!”
‘남자’ 한 명이 난데없이 괴성을 내지르며 침대에서 굴러 떨어졌다.
“쿨럭쿨럭!”
남자는 가까스로 몸을 일으켜, 침대 한 구석에 기댄 채로 연신 기침을 토해냈다.
그렇게 남자가 괴로워하고 있을 때.
쿵쿵쿵.
문 두드리는 소리에 남자는 깜짝 놀랐다.
설마 ‘놈’이 자신을 쫓아왔나?
······아니, 그럴 리가 없었다.
‘내 대역 마법은 완벽했다.’
오랜 시간과 자원을 들여 만들어낸 작품.
남자는 그것을 포기하면서까지 몸을 빼냈다.
놈은 아마 자신이 그 자리에서 ‘죽었다’고 생각할 터.
‘한밤중에, 그것도 ’그 분‘의 은총이 더해진 마법이다. 놈이 그걸 간파했을 리 없다.’
그 정도로 남자는 마법에 자신이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마법을 간파하고 자신을 쫓아 이곳까지 오려면.
상대가 마법의 종주라 불리는 드래곤이라도 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일일 터였다.
그래서였다.
남자는 태연을 가장한 채로, ‘목소리’를 바꾸어 입을 열었다.
“······누구십니까?”
– 저, 괜찮으신가요?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돌아온 대답은 남자도 익히 아는 목소리였다.
남자는 안심하며 입을 열었다.
“예, 전, 괜찮습니다······.”
– 하지만······.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잠시 쉬고 싶으니 자리를 피해주시겠습니까?”
– 앗······, 알겠습니다.
석연치 않은 듯 했지만, 문 건너편의 목소리는 돌아갔다.
다행이었다.
남자는 차분히 암실을 돌아보았다.
‘이걸 보여줄 순 없지.’
고약한 악취와 진하게 느껴지는 비릿한 혈향(血香).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것은 이전까지만 해도 ‘인간이었던 것’의 잔여물.
‘대역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 꾸며낸 이 방 풍경을 들켰다간 꽤나 귀찮은 일이 벌어졌으리라.
그나저나
“······대체 놈은 ‘무엇’이었지?”
평소처럼 오늘 하루도 시작된 제물 사냥.
특히나 오늘 노리던 제물은, 남자가 공을 들여 준비한 물건이었다.
– 화인(火印)의 증거.
때문에 동생을 먼저 노리고, 그 결과로 내면에 증오와 분노를 조용히 숙성시킨 제물이었다.
바로 오늘.
그 제물을 손에 넣을 요량으로 거리로 나섰건만.
······난데없이 방해자가 나타났다.
‘놈이 쓰던 건 일반적인 마법이 아니었다.’
처음 보는 신성력으로 만들어진 불의 마법.
그뿐이랴.
그림자를 봉쇄하는 그 마법은 또 어떻고?
그중에서도 가장 이해가 되지 않았던 건.
‘놈은 아무런 영창도 입 밖에 내질 않았다.’
‘어둠이여, 적을 집어 삼켜라’처럼.
마법이란 그 마력이 형상화되기 위한 구체적인 영창을 세계에 속삭이지 않으면 구현되지 않는 법이다.
그것이 상식이었다.
그런데 놈은.
‘손가락을 가리키고, 이상한 헛소리들을 떠들어 대는 것만으로 이상현상을 발생시켰다.’
그야말로 말장난 따위로 발동하던 각종 마법들.
그건 남자가 알고 있는 마도 마법이나, 신성왕국에서 명성이 자자한 신성 마법과도 궤를 달리하는 것들이었다.
“왠지 모르지만······. 놈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돌이켜 보면, 놈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다.
분명 이 두 눈으로 마주 보았을 터인데 어째서······.
무려 4서클에 이른 자신조차도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았으니.
남자는 절로 침음을 삼켰다.
“으음······.”
······좋지 않다.
지금까지는 최대한 흔적을 지우면서 행동해왔다.
시체 따위를 남기는 것으로 몇몇 ‘흔적’을 일부러 보여주긴 했지만.
‘그것도 전부 빌어먹을 여신 아르카디아의 노예를 끌어들이기 위한 방편이었다.’
어디까지나 철저한 계산속에서 이루어진 행위.
영지민들에게 칭송 받는 킬레인 백작의 일처리 솜씨를 생각해보면, 아마 근시일내로 이곳엔 신성기사단이 나타날 터.
남자는 그들조차도 ‘제물’로 사용할 생각이었다.
기사단을 상대할 준비 또한 전부 끝마친 상황.
하지만 남자는 그 이외의 위협은 상정하지 않았다.
당연했다.
이 마을에서 몇 년을 살아왔는데, 이제 와서 예상 밖의 사태가 벌어질 거라고 어찌 생각이나 해봤을까.
십수 년을 준비해온 대업이었다. 여기서 방해를 받아 멈출 수는 없었다.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남자는 몸을 일으켜 벽면으로 다가갔다.
“열려라.”
그 순간 그그극. 하고 기묘한 소리를 내며 마법으로 감춰두었던 비밀통로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지하로 이어진 계단.
마치 지옥의 무저갱으로 이어져 있을 것만 같은 그 통로를 내려가, 남자는 지하에 도착했다.
그 순간.
방을 장식하고 있는 촛대에 저절로 새파란 불이 붙었다.
화르륵.
지옥의 불꽃처럼 기이한 빛을 내며 일렁이는 촛불 아래, 지하 풍경이 남자 앞에 펼쳐졌다.
“크흐흣······.”
남자는 눈앞의 광경을 보며 저도 모르게 음침한 괴소를 흘리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펼쳐진 침상 위로 수많은 아이들이 죽은 시체처럼 누워있었으니.
그 숫자는 20여명쯤 될까.
기괴하고 비틀린 나머지, 장엄하기까지 한 풍경.
이것이 전부 남자가 찬양해마지 않는 ‘그 분’을 위한 제물들이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남자는 그 중 가장 가까이 있는 아이에게 다가가, 이마를 손으로 짚었다.
“벌써부터 낭비하긴 아깝지만······.”
그 순간.
요사한 빛이 폭사되며 탱탱하던 아이의 피부가 삽시간에 쭈글거리는 노인의 피부로 변했다.
남자가 생체 마력을 순식간에 빨아들인 것이다.
“움직여라. 그리고 작동해라. 침입자를 격멸하고, 그 분을 위한 신전을 만들어라······! 크리에이트 템플(Create temple)!”
그그그그긍!!!
점차 주변의 풍경이 일그러지기 시작한다.
예상보다 너무나도 일찍 시작하게 되었지만.
바로 지금부터 이 장소는 그 분을 강림시키기 위한 신전이자, 침입해오는 적들을 격퇴하는 던전이 될 터.
“방해자가 끼어들었을지라도, 이제 결실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래, 설사 방해자가 나타났다고 해도.
그조차도 자신에게 주어진 ‘그 분’의 시련이라고 생각하면 견디지 못할 것도 없다.
원래부터 믿음이란 가혹한 시련 속에서 단련되는 것이 아니던가.
“비원이 이루어질 날이 멀지 않았다.”
모독자(冒瀆者)는 웃었다.
****
다음날.
이른 아침부터 아르민은 저택 마당에서 땀을 빼고 있었다.
“흐읍! 흡!”
아르민이 목검을 휘두르며 떠올린 건, 간밤에 있었던 흑마법사와 치렀던 전투였다.
‘그림자 마법이나 결계 등등. 놈은 이 세계의 오리지널 마법을 여러 가지 썼었더랬지.’
그 전부가 아르민에 눈에 차지 않는, 수준 이하의 것들이었지만.
어쨌거나 이 세상에서 사탄숭배자 비슷한 무언가가 활개 친다는 걸 알게 된 참이다.
지구에 있을 적에도 아르민은 몇 번 사탄숭배자들을 소탕한 적이 있었다.
자신의 욕망을 위해.
이루고자 하는 욕심을 위해 아무렇지도 않게 비인외도(非人外道)를 걷는 자들.
아무리 욕망을 이루기 위해 신비에 도전하는 것이 마법사란 족속들이라고는 하나.
‘신념조차 없이 악의를 탐하는 놈들은 마법사라고도 부를 수 없는 쓰레기들이다.’
싸늘한 눈동자로 아르민은 딱 잘라 평가했으니.
그래서 비유하기를 바퀴벌레.
아르민에게 있어 사탄숭배자는 그런 놈들이었다.
추적 마법을 통해 놈의 거처는 대강 짐작이 갔다.
마음 같아선 당장에 놈을 찾아, 끝장내고 싶었지만.
“······놈은 단수가 아니라 복수라고 말했었지.”
그게 설령 아르민을 기만하기 위한 거짓말일지라도.
그 이전에 먼저.
마법사에게 있어, 아무리 실력 차가 날지언정 남의 공방에 함부로 쳐들어가는 건 멍청한 짓이나 다름없다.
본디 수성은 공성의 3분지 1의 병력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고 하던가.
심지어 아직 아르민의 육체에 새겨진 마력신경은 본신의 2%밖에 안 되는 상황.
수준이 낮을 지라도, 놈은 완성된 공방을 지니고 있을 마법사다.
아무런 준비도 안한 채, 쳐들어갈 생각 따윈 없었다.
그전에 철저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겠지.’
현대 마법사에게 있어 준비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가 있었다.
첫 번째는 거처를 진지로서 구축하는 공방제작.
그리고 두 번째는······.
“나 자신이 사용할 아티팩트의 제작이겠지.”
잘 만들어진 마법사의 공방은 던전에 필적할 만큼 강력하다.
아티팩트에 이르러선, 내가 쓰기 위한 ‘무기’를 만들기 위함이니.
이건 만들기만 해도 전력의 증강을 노릴 수가 있다.
이처럼 마법사란 시간과 자원을 들여, 무기, 공방, 마법시약, 아이템 등등.
준비하면 준비할수록 강력해지는 존재다.
오죽하면 그래서 붙은 별칭이 준비하는 자, 기다리는 자일까.
‘물론 마냥 시간이 주어진 건 아니다.’
막상 준비를 시작한다고 해도, 그 사이에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무엇보다.
“······이상하게 가슴이 술렁거리는 군.”
재민이 아닌, 아르민의 마음이 어째선지 기묘하게 술렁이고 있었다.
크게 신경 쓸 정도는 아니라지만,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어쨌거나 그놈의 그림자가 경거망동하기 전에, 확실한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었다.
‘화인의 증거라고 했던가?’
놈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멜다를 노리고 있었다.
앞뒤 정황을 살펴보면, 아마 이멜다는 놈에게 있어 필요한 ‘제물’이 될 터.
뻔한 이야기다.
사탄 숭배자들은 자신이 숭배하는 악마를 현세에 불러내기 위해 으레 제물을 이용하기 마련이니까.
보통 제물에는 여러 가지 조건이 달려있는 법인데.
때로는 악마의 취향에 따라, 때로는 악마가 요구하는 조건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 제물의 특성이었다.
아마 그중에서도 가장 메이저한 것을 뽑으라면, 역시 ‘처녀의 피’가 있다.
“먼저 본인에게 확인해볼 필요가 있겠어.”
그건 그렇다 치고, 지금 아르민에겐 골치 아픈 문제가 하나 있었다.
“······놈을 치기 전까지 이멜다를 어떻게 하느냐인데.”
그때였다.
때 마침 복도 창문 너머로, 종종 걸음으로 걷고 있는 마리나가 눈에 들어왔다.
“어이, 마리나.”
“앗······, 아르민 도련님?”
허둥거리며 대답하는 모습이, 여전히 거리감이 느껴지는 마리나였다.
“지금 바빠?”
“······미스 하이디가 식재료가 떨어졌다고, 마을에 좀 다녀오라고 해서···.”
즉 한창 심부름 중이라는 말이었다.
마리나의 대답에 아르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안 바쁘다는 거네.”
“네?”
인상을 찡그리려다가, 순간 바로 잡는 마리나를 향해, 아르민은 턱짓으로 자기 방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그럼 하는 김에 내 방 좀 정리해줄래? 조금 어질러진 것 같아서 말이야.”
귀족이 된 뒤로 점점 남에게 뭔가를 시키는 것에 익숙해진 아르민이었다.
특권이란 건 바로 이럴 때 이용해 먹어야하지 않겠는가?
“그럼 부탁해.”
마리나에게 언질 해두고는, 아르민은 다시 목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아르민이 떠난 자리에서 마리나는 그저.
“······네에.”
울상을 지은 채로 고개를 끄덕이는 수밖에 없었다.
****
이멜다가 눈을 떴다.
그곳은 생전 처음 보는 화려한 방이었다.
‘······어?’
여기가 어디지?
처음엔 어리둥절했지만, 차츰 기억이 되살아나니 어떻게 된 것인지 알아차릴 수가 있었다.
‘어제, 분명 동생을 찾아 거리를 헤매다가······.’
만나고야 말았다.
자칭 동생을 봤다고 말했던 그림자를.
그 뒤를 이어 덮쳐온 시체들과 꼼짝없이 죽었다고 생각한 자신.
그리고 마지막엔 자신을 구해준······.
“불꽃······.”
하지만 정작 ‘누가’ 자신을 구해줬는지는 기억이 흐릿했다.
그때였다.
덜컹.
“앗.”
갑자기 방문이 열리더니, 낯선 여성이 방안으로 들어왔다.
이멜다는 본능적으로 침대 아래로 몸을 숨겼다.
이런 화려한 방에서 남에 눈에 띄었다간 어떤 치도곤을 당할지 몰랐다.
“얼른 사오지 않으면······, 미스 하이디가······. 야단을······. 우우, 도련님도 참······.”
갑자기 나타난 여성은 ‘하녀복’을 걸친 여성이었다.
연신 울상을 지은 얼굴로 서둘러 방을 정리하며 필기구를 찾는 사이.
이멜다는 조심스레 그녀의 안색을 살펴보았다.
‘날 구해준 사람일까?’
아니, 그런 것 치고는 분위기가 너무나도 달랐다.
그렇게 이멜다가 경계심을 품고, 상황을 살피던 중이었다.
툭.
미처 주의하지 못한 채로, 이멜다는 옆에 쌓여있던 책 더미를 건들고야 말았다.
우르르!
요란한 소리와 함께 쓰러진 책 더미.
그 순간 마리나와 이멜다의 시선이 마주쳤다.
“아.”
“엇.”
이윽고.
“꺄──.”
마리나의 목구멍에서 튀어나온 목소리가 비명으로 변하려는 찰나.
텁 하고.
“아차, 깜빡하고 손님이 있다는 말을 안했네.”
아르민이 마리나의 입을 막으며 그 자리에 나타났다.
****
“아······.”
이멜다는 아르민의 얼굴을 보고는 깜짝 놀란 듯 한동안 굳어있었다.
“아, 맞아. 이 얼굴로 보는 건 처음인가.”
그때는 광학위장으로 숨기고 있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자 이멜다가 당황하는 태도를 보였다.
어째서 자기가 귀족님의 저택에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듯 고개를 흔들다가.
“······설마.”
꼬리를 물고 이어진 생각들이 모여, 한 가지 결론에 도달한 듯 그 눈동자가 반짝였다.
지금 상황에서 어제 자신을 구해준 게 아르민이란 걸 깨달은 것이다.
‘생각보다 머리가 잘 돌아가는 군.’
아르민이 감탄하는 사이.
“죄, 죄, 죄죄죄죄송합니다! 도련님의 손님인줄 몰라보고!”
마리나는 죽을죄를 지은 것마냥 아르민 앞에 넙죽 엎드렸다.
도련님이 모셔온 손님을 보고 난데없이 비명을 지르려고 했으니, 상대는 망나니 아르민.
이걸 빌미로 어떤 해코지를 할지 모른다고 생각한 것이겠지.
그걸 보고 아르민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제대로 먹혔군.’
자신의 의도대로 마리나와 이멜다의 접선이 이루어졌다.
더군다나 당사자가 저렇게 오해하고 있어준다면.
입맛대로 마리나를 휘두를 수 있다.
그리 판단했다.
“그건 됐고.”
“······네?”
마리나가 눈을 끔뻑였다.
“얘가 손님이긴 해도, 그, 뭐시냐, 개인적인 이유로 아버지나 형님에겐 말할 수 없는 그런 손님이거든?”
“아······.”
마리나의 시선이 아르민과 이멜다를 오가더니 새빨개졌다.
무슨 오해를 하는지 빤히 보이긴 했지만.
차라리 그 오해를 이용하는 편이 편했다.
그림자를 치기 전까진, 이멜다를 붙들어 둬야만 했으니까.
그러니.
“마리나가 다른 사람들에게 비밀로 하고 좀 돌봐줄 수 있을까?”
아르민은 이대로 마리나에게 짬처리를 할 생각이었다.
평소 아르민을 어려워하고, 그를 망나니로 오해해서 떨어지는 낙엽조차도 조심하고자 하는 이 아가씨라면.
이런 경우에 어떻게 반응할지 대충 짐작이 갔다.
“제, 제가요?”
“그래. 내 손님에게 저지른 불경죄를 눈감아준다는 조건으로 말이지.”
“예, 예엣?”
상황이 좀 달랐다면, 아르민이 꺼내든 말이 논리적으로 얼마나 말도 안 되는지 금방 깨달을 수 있을 터였지만.
아르민은 잘 알고 있었다.
마리나는 이런 상황에서 밀어붙이는 것에 약한 사람이라는 것을.
“이건 마리나랑 나만의 비밀이니까. 혹시 남에게 들키면 어찌 될지, 말하지 않아도 잘 알지? 아참, 방은 저택 뒤편에 안 쓰는 창고가 있으니까. 그걸 쓰면 되겠네.”
밥이나 입힐 수 있는 의류.
그밖에 필요한 일상용품 따위를 몰래 챙겨오라는 아르민의 말에.
“네, 네에······.”
마리나는 울상을 지은 채로, 영혼이 빠져나간 인형마냥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게 또 귀여운 직장 후배를 괴롭히는 느낌이라, 아르민으로선 피식 웃음이 새어나올 뿐이었지만.
‘뭐, 이걸로 대강 해결되었다고 보면 되나.’
주먹구구식이긴 해도, 이걸로 됐겠지. 싶은 아르민의 귓가로.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만. 괜찮습니다. 저는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이멜다는 정중히 고개를 숙여 인사를 올리고는, 그대로 방을 빠져나가려고 했으니.
“뭐?”
아르민은 인상을 찡그렸다.
이건 또 예상과는 다른 전개였다.
< 제6장 – 기회 (1) (수정)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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