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is stronger RAW novel - Chapter (156)
내 마법이 더 쎈데-156화(156/203)
< 제79장 – 상아탑 (1) >
그로부터 일주일 후.
연회가 개최되었다.
축하 파티가 시작된 홀을 향해 알로스린 대공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 이야, 오늘 연회를 개최한 것도 전부 대공 저하의 힘이지 않습니까?
– 황녀가 주연이 된다 해도, 결국 선물을 들고 찾아드는 이들은 전부 알로스린 대공 저하를 찾아 오는 거나 다름 없습지요!
– 황녀께서는 과연 그 사실을 알고나 계실지!
껄껄껄 웃는 목소리.
대공을 따라 주변을 둘러싼 귀족들은 저마다 침을 튀기며, 어떻게든 알로스린의 얼굴에 금칠을 해대겠다는 듯이 아부를 떨어댔다.
알로스린은 그들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어차피 이번 연회는 눈속임에 불과했을 뿐이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황녀를, 그리고 방해가 되는 그 백금의 기사를 붙들어두기 위한 계략.
동쪽으로 보낸 ‘그녀’를 방해하도록 두지 않기 위해.
조금은 정치적으로 무리가 되는 수단까지 쓴 참이다.
‘이걸로 최소한 일주일 이상은 발을 묶을 수 있을 터.’
때문에 자신의 권위가 어떻다든지 하는 말은 쓸데없는 소리에 지나지 않았다.
연회장으로 나가자, 아름다운 음악이 귀를 간질인다.
그 한가운데에서 모든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이가 있었다.
– 오오······. 이 무슨······. 아름다움인가.
– 과연 황족의 꽃이라 불릴만 하군요.
모두의 감탄사가 뒤따르는 곳.
검은색의 드레스를 걸친 채, 에스코트하는 이의 손을 잡고 안으로 들어선 자는 미네르바 황녀였다.
“평소와 다름 없이, 무척이나 아름다우시군요. 황녀 전하.”
“칭찬의 말씀, 고맙네”
알로스린 대공의 공허한 겉치레에 미네르바 황녀 또한 의미 따윈 담기지 않는 미소로 응대한다.
자연스럽게 둘을 둘러싸고 미묘한 파벌의 신경전이 시작되기 시작했다.
어차피 이 연회가 무엇을 연유로 이루어진 건지는 다른 귀족들도 잘 알고 있었다.
물론 이면에는 좀 더 다른 이유가 숨어있긴 하지만.
그건 단지 알로스린과 미네르바만이 공유하고 있는 뒷사정에 불과했다.
그건 그렇다치고.
미네르바를 에스코트하는 자의 얼굴을 확인한 알로스린 대공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남성용 정장을 걸치긴 했지만, 그 상대가 자신이 예상하던 자가 아니었던 것이다.
“황녀 전하를 보필하는 백금의 기사······. 아르민 경이 보이지 않습니다만.”
설마하니 여기서 모습을 보이지 않을 줄이야.
사전에 자신이 내민 경고조차도 알아듣지 못할 어리석은 자였나?
아니, 그럴 리가 없다.
의아하게 여기는 알로스린이었지만.
미네르바로부터 돌아온 건, 야릇한 미소였다.
그 순간 알로스린은 직감했다.
‘뭔가 일이 이상하게 돌아간다.’
“아르민 경이라면, 지금은 백금의 기사 신분이 아닌지라. 이곳에 동행하지 않았네.”
“무슨······.”
설마 자신의 수를 꿰뚫어보고, 기사 자격을 파면했단 말인가?
그건 말도 안 된다.
백금의 기사란 황족을 보필하고, 제도 카라클을 지키는 권위있는 기사집단.
아무리 동쪽으로 움직이는 걸 방해받고 싶지 않다 해도, 그 자격을 함부로 빼앗을 수는 없다.
그건 황족의 권위와도 직결되는 문제였다.
“물론 기사의 자격을 빼앗았다거나 한 건 아닐세. 아무리 그래도 나를 도운 북방의 영웅을 그리 홀대할 수야 없지. 그러나 이걸 어쩌나. 아르민 경은 내 생각보다도 더 충의로 가득 찬 자였던 모양이네. 최근에 우리 앙칼라 궁정법이 밤새도록 고민하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솔선해서 움직이겠다고 하더군.”
미네르바 황녀는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나름의 계책을 품은, 뱀과도 같은 미소였다.
이어 황녀가 입에 담은 말을 들은 알로스린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었다.
“지금은 그래, 단순한 선생 자격으로 비발트로 향했다네.”
비발트.
마도 공화국.
알로스린의 노림수가 향한 곳.
설마 그걸 위해, 아르민에게 다른 신분을 주고 보냈단 말인가?
무엇을 근거로? 그가 어찌 움직일 수 있었던 거지?
하지만, 어쨌거나 그건 미네르바가 자신과 마찬가지로 목적을 이루기 위해 정치적으로 무리가 되는 수단을 사용했다는 소리였다.
그렇다면 그걸 지적한다.
자신 또한 황녀의 전횡을 문제시 삼아, 다시 붙잡아오면 그만일 뿐이었다.
“황녀 전하, 소신이 듣기에 그것은 결코······.”
용납되지 못하는 일이 아닌가.
지적하기도 전에 먼저, 미네르바 황녀가 선수를 쳤다.
“그보다 이번 기회에, 이렇게 연회를 열어준 참에 내 쪽에서 제안할 것이 있다네.”
“······제안이라 하심은?”
여기서 황녀가 대체 또 무얼 할 수 있단 말인가.
이빨 빠진 호랑이. 나아가 고작 암고양이에 불과한 계집.
고작해봐야 황제의 권위에 기대고 있을 뿐인 무력한 소녀가 대체 무얼 하겠다고?
그리 생각한 알로스린이었지만.
그것이야말로, 어쩌면 알로스린의 패착이었는지도 몰랐다.
눈앞에 있는 그녀는 단순한 고양이가 아니었으니까.
“자네만이 귀족을 주무를 수 있는 건 아닐세. 그대가 그렇게 나와줬다면, 나 또한 모든 걸 걸도록 하지.”
조용히, 알로스린의 귓가에만 들리도록 말하는 목소리는.
“그대를 무너트리고,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뭣이?’
알로스린이 고개를 갸웃한 찰나
또각.
좌중을 향해 소리가 나도록 걸음을 내딛은 미네르바 황녀는 연회장에 모인 귀족들을 향해 선언했다.
“이렇게 모여 준 그대 가문들에게 감사하네. 나 미네르바는 서부에서 비참한 참극을 보았네.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백성을 착취하는 자를, 고혈을 빨아먹으며 살아숨쉬는 괴물들을 보아왔네. 때문에 이렇게 생각했지. 이반 황제, 나의 아비가 서거하고 3년. 당시의 나의 아버지는 무슨 일을 했던가. 대회의. 그것을 통해 제국의 기강과 질서를 다잡고자 했지 않느냐고. 때문에 나 또한 여기에서 서부의 참극을 목도하고 온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그대들에게 선언하겠네.”
지금으로부터 일주일 후.
“나 미네르바 프리드리히 폰 칼센의 이름으로. 대회의 개최를 선언하네.”
그 순간.
좌중을 얼어붙게 만든 침묵이 감돌고.
알로스린은 뒤늦게 깨달을 수 있었다.
눈앞에 어린 계집이, 더 이상은 자신의 손안에 붙잡혀 있는 무력한 어린아이 따위가 아닌.
성장하고 변화한, 또 하나의 왕이라는 것을.
****
덜컹. 푸쉬이익.
– 승객 여러분께서는 놓고 가시는 물건 없이······.
담담하게 울리는 안내 방송과 함께 마력 열차가 멈춰 선다.
드르륵.
경량화 마법을 통해 가볍게 꾸린 짐을 끌고서, 마력열차에서 내린 아르민은 천천히 목적지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아마 지금쯤.
‘황궁은 난리가 났겠군.’
자신이 편법을 써서 비발트로 향한 와중에, 미네르바는 또 다시 이어질 알로스린의 개입을 막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한다고 했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3년 전 못 다 이룬 대회의를 진행하겠다니.’
즉 자신의 황녀로서의 권리를 이용해, 알로스린 대공을 묶어두겠다는 말이었다.
대회의가 개최되는 이상, 유력 귀족 가문들의 움직임을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대회의란 황명의 또 다른 말.
그걸 거절한다는 건 곧 반역을 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으니까.
‘물론 그게 알로스린 대공에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최소한 그 움직임을 멈칫거리게 하는 정도의 효과는 있겠지.
그래도 대공이라면 금방 방해 수단을 강구하긴 할 거다.
그러니 그 전에 아르민이 먼저 목적을 이룬다.
그게 바로 이번 작전의 포인트였다.
정치적으로 길항만이 계속되는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서로가 파격적인 수를 내던진 셈이다.
‘그건 그렇고.’
아르민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와 같이 짐을 이끌고, 혹은 하인들을 데리고서 역을 걷는 이들이 많이 보였다.
나이는 대부분이 10대 중후반에서 20대 초반쯤.
모두가 젊고 혈기 넘치는 이들이었다.
저마다가 설렌 마음과 흥분으로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
앞으로 발길이 닿을 곳이 어떤 곳인지, 새삼 짐작케 하는 풍경이었다.
역을 나오자, 곧장 쭉 뻗은 대로에는 역 안보다도 더욱 많은 인파가 거리를 메우고 있었다.
그 걸음의 끝에 있는 곳.
거기에 ‘그것’이 있었다.
새하얀 벽돌로 겉을 치장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마력결계로 보다 강고한 방어를 자랑하는 이곳.
나선으로 뻗은 건물의 높이는 현대 지구 시절의 고층 빌딩을 떠올릴 만큼 높고, 그 옆을 장식하듯 날개를 펼친 건물들의 넓이는 유명한 대학의 캠퍼스를 방불케 한다.
거대한 장관은 마주 보는 자들에게 위압감을, 동시에 이곳의 이름이 갖는 의미가 지닌 웅대함을 전해주었으니.
이곳이 바로.
‘상아탑인가.’
아르민은 천천히, 그날 황녀와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렸다.
****
“마법······ 교사?”
미네르바의 말을 듣고, 처음엔 아르민도 대체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황녀는 대답 대신, 앙칼라 궁정법에게 턱짓으로 지시했다.
설명을 대신하란 뜻이다.
“크, 크흠. 미네르바 황녀 전하께서 자리를 비우고 얼마 되지 않아, 비발트로부터 이런 공문이 도착했습니다.”
앙칼라 백작이 꺼내든 공문의 내용은 이러했다.
– 3년 전을 기점으로 착공에 들어갔던 마도공화국 비발트의 ‘상아탑’이 완성되었습니다. 각국의 우수한 인재들과 교사들을 모아, 새롭게 마법을 발전시키기 위한 지혜의 총아를 만들고자 한 우리 마도 공화국의 결단에, 부디 칼센 제국의 궁정 마법사 또한 도와주시길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추후 새로이 봄이 찾아올 무렵, 제국의 도움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상아탑?”
“그렇습니다. 모든 마도의 예지가 모이는 비발트에서, 최근에는 좀 더 규모를 키운 교육기관을 만들고자 한 모양입니다.”
단순히 비발트 내부의 마탑들만이 아닌, 타국에서 유명한 마법사를 초청하거나.
혹은 젊은 천재로 이름을 날리는 자들을 모아, 대륙의 마법 발전이라는 이름 아래.
최고의 마법 교육 기관을 만들겠다는 포부로 시작된 계획이라고.
“이런 계획을 실행하려면 저희 제국 궁정 마법부에 연락이 닿는 것도 당연한 말이지요.”
퍽이나 자신감 넘치는 말을 꺼내는 앙칼라 백작이었지만.
어쨌거나.
그래서 이걸로 뭘 어쩌려는 거지. 싶던 아르민이었지만.
“비발트에서 요구한 대로, 우리 또한 마법 교사를 파견할 생각이네.”
황녀가 꺼낸 말을 듣고서, 바로 전후맥락을 파악할 수 있었다.
“즉 나를 백금의 기사가 아닌, 교사라는 신분으로 비발트로 보내주겠다. 이거로군.”
“바로 그걸세.”
과연, 알겠다.
확실히 그 방법을 통한다면, 다소의 편법으로 몸을 움직일 여유가 생긴다.
단지 앙칼라 백작만이 ‘어째서 우리 마법부의 인재가 아니라, 저런 놈을 대타로······!’ 하는 분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그거야말로 아르민의 마법에 패배한 자가 떠들 말은 아닐 테지.
“부디 알로스린 대공이 무슨 일을 꾸미는지. 그대가 직접 눈으로 보고, 계획을 무너트려주게.”
“물론이다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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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졸지에 아르민은 예정에도 없던 교사 일을 떠맡게 된 것이다.
“남을 가르치는 일이라니, 너무 오래전이라 기억도 가물가물한데.”
하지만 나쁜 일은 아니었다.
그렇지 않아도 아르민은 이 세계의 마법에 관심이 많았다.
아무리 아르카디아가 조형한, 게임 형태의 마법일지라도.
‘그간 이 세계의 인원들은, 주어진 규칙 속에서 나름 발전하려고 발버둥 쳐왔다.’
어쩌면.
아주 만약의 가능성에 불과할지라도, 어쩌면 이번 상아탑을 계기로 대륙의 뛰어난 마법사들이 모여든다면.
그 중에서 누군가는 발전된 모습을, 아르민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자가 있진 않을까.
이번 기회에, 부디 그런 경험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며.
아르민은 상아탑의 정문으로 들어섰다.
“여기서 교장실이 어디인지가 문제인데······”
사전에 받은 연락대로라면, 아르민이 교사 일을 하기 위해선 교장실을 방문해, 이곳의 교장과 만나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었다.
제국에서 파견한 인사라는 걸 증명하고, 제대로 된 교사 자격증을 받아둘 필요가 있는 것이다.
‘짐을 끌고 온 이들은 대부분 학생인 모양이군.’
아마도 태반이 학기가 시작되기 이전에 기숙사에 입사하기 위해 먼저 방문한 이들이겠지.
하긴 한창 좋을 때였다.
앞으로 여기서 새로운 만남과 교육이 있으리라고 생각하면, 아르민 자신도 ‘차라리 학생으로 오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여유로운 마음을 품게 될 정도니까.
어디 안내 데스크라도 없나, 하고 아르민이 건물 내부를 거닐고 있을 때였다.
“거기.”
처음엔 그 목소리가 누구를 호칭하는지.
아르민은 얼른 알아채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거기, 잠깐 멈춰요.”
고압적인 말투.
건네는 말 속에 확연히 담겨 있는 건, 귀족 특유의 오만함일까.
적어도 아르민은 이곳에서 자신에게 그런 말투로 떠들어대는 사람을 알고 있지 못했다.
그래서 무심코 지나치려던 순간.
“거기 젊은 남자, 감히 나 조슈펠 브랑슈아의 말을 듣고도 무시하는 건가요?!”
그제야 아르민은 걸음을 멈추었다.
“아하, 역시 브랑슈아의 이름에 반응하다니. 어떠신가요. 마법사들 사이에서도 알려진 저희 가문의 위명. 당신도 마법을 수학하는 자라면 저와 말을 나누는 것이 어느 정도의 영광인지 잘 알고 있을 테죠?”
딱히 브랑슈아라는 이름에 반응한 건 아니었다.
단지 저렇게나 확고한 자신감으로 가득 찬 아가씨의 얼굴이나 확인해보자는 마음이 들었을 뿐이다.
고개를 돌리자, 거기엔 새빨간 적발을 롱 헤어로 틀어 내린 귀족적인 아가씨가 보였다.
외모는 이국적인 인형을 떠올리게 하는 모양새.
확실히 아름다운, 그야말로 ‘귀족’이라는 이름이 잘 어울리는 우아한 외모의 아가씨였으니.
양쪽으로 하녀 둘을 대동하고 있던 조슈펠은 즐거운 기색으로 입을 열었다.
“당신, 이곳의 학생인가요? 혹시 B반 교실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나요?”
아마도 겉모습으로 이루어진 판단이겠지.
무언가 오해를 하기 시작한 그녀에게, 한 마디 첨언을 하려던 찰나였다.
슈아아악!
‘마력의 기척.’
시야의 사각에서 마탄이 쏘아졌다.
< 제79장 – 상아탑 (1) > 끝
ⓒ 뫄뫄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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