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is stronger RAW novel - Chapter (158)
내 마법이 더 쎈데-158화(158/203)
< 제80장 – 변덕스러운 요정의 신 (1) >
“······이게 갑자기 무슨 소란이죠?”
사라락, 머리카락이 미끄러지듯 흩날린다.
좌중을 압도하는 미성(美聲).
고아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압력이 담긴 목소리였다.
그 뒤를 따르는 건 한낮의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금색의 머리칼.
또한 머리칼 사이로 금발 사이로 얼핏 보이는 기다란 귀는, 이 세상에서도 가장 고귀하다고 일컬어지는 특별한 종족의 증거일 터.
‘······엘프?’
종족부터가 미(美의) 종족이라고 불릴 만큼 아름다운 존재.
수련장에 나타난 엘프 여성의 미모는 그처럼 찬란했다.
물론 그간 다수의 엘프를 보고 만나온 아르민으로선, 이제 와서 외모에 현혹되거나 하진 않았지만.
아무래도 다른 학생들은 경우가 다른 모양이었다.
– 우와.
– 오오······.
– 교, 교학장님이다.
연이은 감탄.
개중에는 아름다움을 목도하고선 감동을 참지 못했는지, 눈물까지 흘리는 감수성 넘치는 이까지 있을 정도였다.
그건 그렇고.
‘저 엘프가 상아탑의 교학장인가.’
교학장이라 함은 곧 상아탑에서도 가장 높은 위치에 군림하는 자다.
말하자면 아르민의 상사가 되는 인물인 것이다.
그 이름, 교학장 아스트리엘 론디나.
사전에 이곳에 오기 전, 앙칼라 백작으로부터 이름을 전해 듣긴 했지만.
‘설마 종족이 엘프였을 줄이야.’
하지만 생각해보면 특이한 일은 아닐지 모른다.
제국이 재능이 있고, 실력이 있는 자라면 터부시되는 다크 엘프조차도 군부에 받아들이는 것처럼.
마도 공화국 비발트에서는 마도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금지된 술법, 타종족의 교류 또한 멈추지 않고서 서슴없이 외도(外道)를 걷는 이들이 즐비하다.
그런 것에 비하면 마나의 적응력이 인간보다도 뛰어난 엘프가 높은 자리에 있는 것도 이상할 것이 없다.
게다가.
– 교학장님이 나타나다는 건.
– 설마 저 흙벽도 교학장님의 마법인가?
– 과연, 그렇구나! 교학장님이라면 충분히 가능하지!
웅성거리는 목소리.
학생들은 방금 전 이프리트가 일으킨, 한계점에 이른 폭발을 막은 자가 교학장일 것이라며 한 목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
교학장이라면 그런 ‘기적’을 일으키는 것도 당연히 가능하리라고.
‘그런 신뢰를 받을 만큼 실력이 굉장하다는 소리겠지.’
아르민은 새삼스러운 시선으로 아스트리엘을 바라보았다.
만약 정말로 뛰어난 실력을 지닌 자라면, 근본은 다를지언정 똑같이 마도의 길을 정진하는 아르민 입장에선 관심이 가는 것도 사실이었다.
무엇보다.
‘방금 전, 이곳 학생들이 보여주었던 마법들······.’
평균적으로 마탑에서 마력의 고리를 심장에 쌓는 위험천만한 방법을 동원하는 것과는 달리.
브랑슈아 가문 특유의 비법으로 신체의 일부를 마력신경로서 운용한다는 마법이념.
나아가 현대 마법과도 그 맥이 닿아있는 지속 마법의 개념과 뛰어난 노력으로 축약 시동에 이르는 예지의 빛을 접한 참이다.
덕분에 지금 막, 아르민은 이곳 마법사들에게 흥미가 생겼다.
그렇게.
– 역시 교학장님이십니다!
– 굉장하셔요!
서로 꺄악꺄악 요란을 떨어대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은 아스트리엘은.
“제가 이프리트를······?”
슬며시 눈꼬리를 치켜뜨며, 의아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뭐, 오해했다면 오해한대로 놔둘까.
딱히 눈에 띄는 걸 선호하지 않는 아르민이 그리 생각할 쯔음.
“·········.”
지그시.
바로 곁에서 진득하니 뺨에 달라붙는 시선을 느낀 아르민은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거기엔 방금 전, 아르민을 향해 비명을 내지르며 피하라고 소리치던 바로 그 소녀가 아르민을 쳐다보고 있었다.
짙은 검은색의 눈동자.
무언(無言)의 형태로 전해져오는 시선은, 마치 아르민에게 이렇게 묻는 듯 했다.
저들의 오해를 그대로 내버려둘 거냐고.
‘바로 곁에 있었으니, 눈치 챘나?’
불가능한 건 아니다.
실제로 아르민 바로 곁에 붙어 있던 저 소녀에게 일말의 재능이 있었다면, 충분히 아르민이 일으킨 마력의 유동을 느꼈을 테니까.
그렇다고 해도.
“뭘 그리 쳐다 봐?”
아르민이 시치미를 떼자.
“······아무것도 아닙니다.”
소녀는 추궁하는 대신 쉽사리 뒤로 물러났다.
포기했다기보단, 연관되는 것을 귀찮아하는 인상이다.
깊은 곳까진 발을 들이지 않겠다는 선언일까.
뭐, 쉽게 포기해줬다면 됐다.
그렇게 아르민과 소녀가 소리 없는 말을 주고받는 사이.
아스트리엘이 좌중을 향해 다시금 목소리를 높였다.
****
“분명 사전에 이곳에 입학하기 전, 저는 여러분께 교칙을 설명 드렸을 겁니다.”
아스트리엘의 날카로운 눈동자가 좌중을 훑었다.
파헤쳐진 바닥이나, 아직도 피부를 찌를 만큼 진한 마력의 잔향이 남아있는 이상.
그녀 또한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능히 짐작한 것일 테지.
“무허가 마법 대련은 금지하며, 그를 실행한다면 중징계를 내린다고 말이죠. 안 그런가요? 브랑슈아 영애, 램버트 군.”
“······쳇.”
“·········.”
램버트는 혀를 찼고, 죠슈펠 브랑슈아는 면목이 없다는 듯 고개를 숙였지만.
이내 시선을 들었다.
당당한 얼굴 위로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만, 후회 따윈 하지 않는 태도가 머물러 있었다.
“가문의 모욕을 참아넘기지 못했을 뿐이에요. 하지만 저 조슈펠이 상아탑의 이름에 흠집을 남긴 것도 사실. 징계가 있다면 달게 받아들이겠어요.”
“하, 썩어도 귀족이다 이거냐.”
“예. 귀족이랍니다.”
램버트가 비아냥거리는데도 불구하고, 죠슈펠의 안색은 조금도 변하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신분에 거짓된 점 없이, 자랑스러움과 고결함만을 추구하는 모양새는 역시나.
‘귀족이라.’
귀족의 일면을 보여준 브랑슈아를 존중하는지.
아스트리엘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추후 당신들의 징계는 담당 교사와 상의하도록 하죠.”
직후 아스트리엘은 능숙하게 상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우선.
“대지의 은혜를 부탁드릴게요. 정령 여러분.”
그녀가 새하얀 손가락을 미려하게 움직이자.
[끼이잉.] [끼루루루.]스멀스멀.
바닥에서 흙인형 같은 것들이 우수수 일어서기 시작했다.
그 숫자는 열을 넘어 이십, 그조차도 뛰어넘어 물경 백을 자랑했다.
– 이것이 교학장 님의 정령 마법······.
– 위압감이 장난이 아니야······.
단숨에 흙정령으로 이루어진 군대가 파헤쳐진 대지를 메우고, 수련장의 곳곳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상당한 수준의 사역 마법이 아닐 수 없었다.
다시 한 번, 뭇 학생들의 감탄 어린 시선이 쏟아진 것도 당연지사.
여기까지만 본다면 우수한 학장과 그를 선망하는 어린 학생들이라는, 퍽이나 훈훈한 광경일 테지만.
문제는 그 광경을 바라보는 것이 아르민이라는 것이었다.
‘응?’
불현 듯 느껴지는 위화감.
정령들이 움직이는 것은 이상할 게 없다.
저만한 숫자를 단 번에 사역하기 위해선 상당한 량의 마력이 필요할 테고, 이걸 효율적으로 공급할 방법이라면야.
아르민도 당장에 네, 다섯 가지 정도는 떠올릴 수 있었다.
단지.
‘자연의 지맥에서 자연스럽게 마력을 끌어 모으는 이 기척은······?’
아르민의 기억에도 진하게 남아있는 ‘그것’의 증거.
잠깐, 설마.
아니, 하지만······.
아르민이 눈을 가늘게 뜨며,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을 찰나.
“무, 무슨 일인가요?! 교사 바깥에서 엄청 커다란 불기둥이 보였는데요!”
뒤늦게 헐레벌떡 수련장으로 뛰어든 이들이 있었다.
명백히 성인들로 보이는 것이, 상아탑에 재직하는 교사들인 것이겠지.
그것뿐이라면 금방 흥미가 식었을 아르민이지만.
반대로 그 중 한 명이 아르민을 발견한 순간.
가장 앞서 뛰어온 여성이, 새된 소리를 내며 입을 열었다.
“······에드윈 씨?”
“음?”
어딘지 낯설지만, 어째선지 낯익은 호칭.
잠시 후, 그것이 언젠가 자신이 대고는 했던 ‘가명’이라는 걸 떠올린 아르민은 새삼 자기 앞에 서 있는 여성을 바라보았다.
핏빛처럼 붉은 머리칼, 단아한 외모.
기억에도 남아있는 그 이름.
“제미니?”
예전에 비발트에서 한 번 함께한 적이 있던, 절대완전생명체의 호문쿨루스.
그녀와의 재회였다.
****
대강의 혼란을 수습하고서, 학생들을 다시 기숙사로 돌려보낸 뒤.
아르민은 아스트리엘의 뒤를 따라 장소를 옮겼다.
교학장실.
중후한 멋을 뽐내는 목제 책상 너머에 앉아, 아름다운 미소를 머금은 아스트리엘이 입을 열었다.
“저희 상아탑을 방문해주신 걸 진심으로 환영해요. 아르민 일레인스 경.”
자기보다 직급이 낮은 초청 교사라고는 해도, 결국 아르민은 제국의 인재다.
때문에 협력과 교류를 요청한 당사자로서는 함부로 대할 수도 없을 터.
“아르민으로 괜찮습니다. 저는 기사가 아니라, 교사로서 온 몸이니까요.”
아르민의 정중한 답변에 아스트리엘은 작은 미소를 지었다.
“그렇군요. 알겠어요. 아르민. 어쨌거나 먼저 저희 요청을 들어주셔서 고맙다고 인사부터 하지요. 제국마법부가 흔쾌히 건네준 도움은, 대륙에 뿌리 내린 우리 마도(魔道)가 한 걸음 더 전진하는데 커다란 보탬이 될 거에요.”
아스트리엘은 옅은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이렇게 물었다.
“혹시 아르민은 우리 상아탑이 어떠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는지. 알고 계신가요?”
상아탑의 목적이라.
얼개라면 여기 오기 전에, 대강 설명을 받긴 했었다.
“대륙의 모든 마도를 한 자리에 모아, 융합하고 발전시킨다는 것이 골자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마도 공화국 비발트에는 총 일곱 가지 색깔의 마탑이 존재한다.
불의 적색.
물의 청색.
바람의 녹색.
대지의 갈색.
빛의 백색.
어둠의 흑색.
그리고 생명의 자색.
거대한 마도의 길을 아우르는 마탑이 동시에 존재하는 마도의 본고장, 그것이 비발트의 진정한 모습인 것이다.
하지만.
“정작 각 마탑이 거닐고 있는 마도의 길은, 서로의 진리를 숨기고 비밀로 여기며, 끝내 자신만이 독점하는 비적(秘蹟)이 되어버렸을 뿐이에요.”
그 결과, 마도공화국 비발트에서 마법이란 그저 각자의 마탑이 자신만이 몰두한 분야를 끝까지 파고 들어가는 것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래서는 발전이 더디다.
무엇보다.
“지식이란 때로는 경쟁하고, 때로는 부딪치고, 때로는 협업하면서 서로를 견주었을 때 발전하는 법이에요.”
아스트리엘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간단했다.
서로가 지식을 비밀로만 여겨서는 발전이 없다.
그래서 비발트는 3년 전을 기점으로 하나의 커다란 계획을 시작했다.
각 마탑의 인재들을 하나로 끌어 모아, 나아가 각국의 마법 인재까지 초청해 대륙의 전반적인 마도 문화 발전을 위해 하나의 교육 시설을 설립하자고.
그것이 바로 상아탑의 존재의의.
“파편화된 지식의 집합과 축적, 그리고 발전을 위해 저희 상아탑이 설립된 것이지요.”
기존 마탑 교육 체계의 편협함을 뛰어넘어, 서로의 벽을 허물고 발전을 위한 첫 번째 도약을 시도한다.
“굉장하지 않나요? 아예 0부터 시작하는 새로운 마도문화가 바로 여기에서 꽃피는 거지요!”
흥분이라도 한 건지, 아스트리엘은 몸까지 떨어가며 정열적으로 외쳤지만.
아르민은 고개를 끄덕여 동의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다른 생각을 머금었다.
‘그런 것치고, 상아탑 내부의 권력 서열이나 싸움은 비발트의 것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는 듯한데.’
방금 전 접했던 램버트와 조슈펠의 대결이 바로 그것이다.
결국 그들이 부딪친 이유는 무엇인가.
적색과 청색의 자존심 싸움 때문이 아니었던가.
더욱 나아가 그 기저에는 브랑슈아를 질투한 램버트의 추악한 질투심이 깔려 있다.
‘결국 얼마나 목적이 고상하다고 해도, 이곳에서 가르치고 배우는 자들이 인간인 이상. 그것까지 없던 일로 할 수는 없겠지.’
결국 상아탑이 주창하는 새로운 마도의 길이란, 어쩌면 영원히 요원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거야말로 아르민으로선 신경 쓸 필요가 없는 이야기였다.
단순히.
“앙칼라 백작에게 듣기로 당신께서는 마법 분야에 상당한 소양이 있으시다던데. 아까 보았던 그 학생들의 마법은 어떠셨나요?”
은근히 자랑하는 투로 이야기하는 건, 그녀가 천성이 제자를 자랑하고파 하는 선생이기 때문인지.
“굉장하더군요. 여러모로 감탄했습니다.”
아르민은 순순히 인정했다.
실제로 그들이 보여준 마법의 편린에 감탄한 게 사실이니까.
“그런가요? 후훗. 그 아이들은 최근 비발트에서 각지에서 실험적이라고 평가 받던 마법을 정면으로 수용한 아이들이니까요.”
마도의 길은 정체되지 않는다.
언제나 끊임없는 발전을 목표로 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비발트의 내부에서도 용틀임하고 있는 마법 발전의 결과.
그녀가 이토록 자랑스러워하는 것도, 다 그런 의미에서 꺼낸 말일 터.
“저는 상아탑에서 더욱 더 그런 우수한 학생들을 가르치고, 기르고 싶어요. 그런 면에서 제국의 우수한 마법사라고 소개 받은 당신에겐 무척이나 큰 기대를 걸고 있답니다.”
앞으로 상아탑에서 부디 좋은 교사로 활약해주길 부탁한다며.
천천히 아르민 앞으로 다가온 아스트리엘은 손을 내밀었다.
악수.
그 행위의 의미.
마주 손을 내밀려던 아르민은, 끝내 참지 못하고.
“핫.”
웃음을 터트렸다.
****
잠깐의 침묵.
갑작스러운 아르민의 태도에 기분이 상한 듯, 아스트리엘의 눈동자가 가늘어진다.
“······왜 그러시죠?”
의아하다는 듯, 아스트리엘의 눈꼬리가 올라간다.
왜 그러냐니, 정말 진심으로 묻는 것일까.
여기까지 했으면 잘 참았다.
어지간히도 표면적인 이유로 얌전히 대화를 나눠준 참이다.
“뭐, 이쯤 했으면 최소한 앙칼라 백작의 체면은 세워준 셈이겠지.”
“·········?”
고개를 갸웃거리는 아스트리엘을 향해, 아르민은 입가를 비틀며 말했다.
“연기는 그쯤 해두지.”
단 한 마디.
그 말에 이제까지 학생들을 자랑스러워하며, 그럼에도 고압적인 교학장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주던 그녀 아스트리엘의 얼굴이.
“어머나······.”
장난을 들킨 악동마냥 슬며시 일그러졌다.
한 걸음 물러나, 어깨를 으쓱이던 그녀는.
“······재미없어라. 어디서 들킨 거람.”
히죽 웃기 시작한 그녀는 아르민도 잘 알고 있는 영기의 소유자였으니.
“이런 곳에서 볼 줄은 몰랐군. 샤오메이.”
“저도 마찬가지에요. 진짜 깜짝 놀랐답니다. 아르민, 아니·········. 강재민. 애써서 조신한 엘프 아가씨를 연기했는데. 다 쓸모없게 됐네요.”
칠영웅 출신, 그 여섯 번째.
과거 중국 출신의 도술사로서 이름을 날렸던 샤오메이가, 눈앞에 서 있다.
다름 아닌 엘프의 모습으로, 다시금 또 다른 형태로 만남이 이루어졌다.
****
< 제80장 – 변덕스러운 요정의 신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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