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is stronger RAW novel - Chapter (16)
내 마법이 더 쎈데-16화(16/203)
< 제6장 – 기회 (2)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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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민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반문했다.
“지금 어딜 가려는 거지?”
“구해주신 건 감사하지만, 그 이상의 폐를 끼칠 순 없으니까요.”
철저하게 선을 긋는 행동.
언뜻 보면 이성적이라고도 보일 수 있지만.
지금 이멜다가 보인 행동은 아르민의 상식으로선 이해할 수 없는 행위이기도 했다.
막말로.
“그래서 지금 그렇게 혼자 돌아가면? 그때는 동생을 구할 수 있다고 생각 하는 거냐?”
당장 어제 그렇게 그림자에게 붙들린 채로 있었던 주제에 도움 따윈 필요 없다니?
“······신경 써주시는 건 감사합니다. 하지만.”
“하지만? 뭐?”
망설이고 망설이던 끝에 이멜다는 이렇게 말했다.
“·········제 까짓게 나으리에게 도움을 받을 순 없으니까요.”
아르민은 순간 눈살을 찌푸렸다.
말과 표정에서 느껴지는 짙은 체념.
처음부터 포기해버리는 저 태도.
이멜다가 어째서 저러는지, 저 처연한 분위기 속에서 아르민은 단숨에 원인을 읽어냈다.
‘이제까지 거절당해왔기 때문인가.’
소중한 동생을 찾기 위해, 이멜다는 지금까지 갖은 노력을 다 해왔겠지.
그럼에도 대답이 없는 세상에, 끝내 체념해버린 걸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아무리 목 놓아 부르짖어도 외지인이라며 배척 받은 그녀에겐, 이제껏 최소한의 도움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그간 몇 명이나 되는 사람이 그 등을 돌렸을까.
덕분에 이제는 아예 기대감조차도 갖지 않고, 그녀는 전부 혼자 하려고 하고 있었다.
심지어.
‘나는 귀족이다 이거지.’
경비대도 상대해주지 않을 지언데, 귀족이 도와줄 리가 없다.
한 때의 변덕. 한 때의 친절에 덜컥 믿어버릴 만큼, 그녀는 이제 순진하지 않은 것이다.
당연한 걸지도 모른다.
지구에서도 그랬으니까.
운이든, 실력이든 가진 자에게만 찾아오는 것이 기회.
실제로 힘없는 자에겐 그러한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는 걸, 지금까지의 ‘재민’이라면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짜증이 나는 군.’
어째서일까.
타인에게 기대려 하지 않고, 혼자 움직이려는 이멜다의 모습에서 짜증을 느끼는 ‘아르민’이 있었다.
“앞으로 어쩔 생각이냐?”
“······이 마을의 용병들에게 의뢰할 수 없다면, 옆 마을로 가볼까 합니다.”
일레인스 마을에서 용병 지부가 있는 옆 마을까지는 마차를 타고 반나절 거리.
그나마 외부인이라고 온갖 비난과 욕설, 손가락질을 받아온 그녀라도, 어쩌면 거기엔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희망을 걸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럼······.”
감사하다는 말만을 남긴 채, 이멜다는 몸을 돌렸다.
그 뒤로 “아······.” 하고, 영문도 모른 채 마리나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어보인 순간.
아르민은 어째서 자신이 짜증을 느끼는지.
그 이유를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마음에 들지 않아.’
체념해버린 그 모습이, 혼자서 해야만 한다고 당연히 여겨버리는 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혼자이며 외톨이.
‘그러고 보면······, 아르민도···.’
······아니, 아르민이라고 구분하는 건 이제 의미가 없다.
아르민으로서의 기억이라는 비유도 어폐가 있다.
재민과 아르민을 구분할 이유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아르민이 아니라.
‘이제까지 ’나‘도 줄곧 혼자서 있어왔었지.’
어머니가 죽었던 그 날.
킬레인 백작도, 카일도 자기 일로 바빠 아르민에게 신경을 쏟지 않을 때.
이 커다란 저택에 홀로 남겨진 건 언제나 자신 혼자뿐이었다.
그런 상태로, 아무도 붙잡아주는 사람 없이 망나니처럼 굴게 된 꼬맹이.
그게 바로 자신이었다.
– 지금 네 꼬라지를 어머니가 본다면 퍽이나 기뻐하겠구나.
그래서였다.
카일이 그런 말을 꺼냈을 때, 절로 자신의 입에서 “당신이 할 말이냐.”고 비아냥이 튀어나왔던 것은.
이제는 받아들여야 했다.
‘나는 아르민 일레인스다.’
일레인스 가문의 차남.
귀족으로서의 일원.
그 때문이었다.
문 너머로 이멜다의 뒷모습을 사라지기 직전에 이르러서.
“만약 내가 너를 도와주겠다면?”
우뚝.
이멜다의 걸음이 멈춘다.
“만약 여기에서 내가 너에게 동생을 구할 기회를 주면 어떻게 할 거지?”
“······네?”
단순한 변덕에서 시작된 제안일 수도 있다.
제안 자체에는 별다른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르민은 전생의 기억을 떠올려냈다.
전생의 ‘힘’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어디 한 번 내키는대로.
‘다른 누군가에게 기회를 줄 수도 있겠지.’
어제 대역 마법에 쓰인 15세 소년의 몸뚱이를 보고 느꼈던 가슴의 저릿함.
이 술렁거림이 전부 아르민, 자신의 것이라면.
“내가 널 도와주지. 자, 어쩔 거냐?”
보답을 구하는 자에게, 응당한 보답을 주고자 하는 이 마음 또한 아르민의 변덕이자.
자신의 것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었다.
자, 동생을 구할 기회를 주겠다.
아르민의 달콤하기까지 한 제안에 이멜다는 대답을 망설였다.
그 대신.
“·········하지만 어째서, 나으리 같은 분이······. 저 같은 외지인에게······.”
이유를 모르겠다는 그 말에 아르민은 고개를 저었다.
“이래봬도 나도 일레인스 영지를 다스리는 귀족의 일원이다. 영지민을 보살피는 것도 당연한 행동이야.”
물론 이런 그럴듯한 이유가 내키지 않는다면.
그래, 다른 이유도 덧붙일 수 있다.
아르민은 문득 떠오른 말을 입에 담았다.
“아니면 여태까지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운이 좋았던 걸로 하는 건 어때?”
남을 돕는데 특별한 이유나, 극적인 기적 따윈 필요 없다.
그저 순전히, 우연히 지나가다가 눈에 띄었으니까.
운이 좋았기에 그 손에 기적을 쥐어줄 수 있을 뿐.
그 대답에 이멜다의 몸이 무너졌다.
외지인이 아닌 영지민이라는 말부터 시작된 그 눈물이, 이멜다의 눈에서 흐르고 있었다.
“······부디.”
처음으로 듣는, 타인의 도와주겠다는 한 마디에 이멜다는 둑이 터진 듯 오열하며 연신 고개를 숙이면서.
“부디 부탁드립니다. 나으리.”
아르민에게 감사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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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막간의 해프닝이 지나고 찾아온 다음날.
아르민이 자기 방안에서 도구를 매만지는 사이, 마리나가 안으로 들어섰다.
“저, 도련님······. 어제 부탁하신 물건을 사왔습니다만······.”
“아. 그래? 고마워.”
마리나가 어제 미스 하이디의 명으로 마을에 갔을 때, 따로 부탁해놓은 물건이 있었다.
각각 반지와 목걸이가 하나 씩.
그걸 책상에 늘어놓고, 상태를 체크하고 있으려니.
마리나는 퍽이나 흥미가 간다는 눈빛으로 아르민이 하는 모양새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이 꽤나 흥미진진한 듯 하여, 아르민이 말을 걸었다.
“왜? 뭐하는지 궁금해?”
아르민의 반문에, 황급히 고개를 내저었다.
“아, 아뇨! 그런 게 아니라······!”
그런 주제에도 쉽사리 시선을 떼지 못하는 걸 보면, 역시 궁금한 모양이었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자하니, 아르민도 슬슬 마리나의 성격을 알 것 같았다.
“그냥 기회를 주겠다고 말했으니, 그걸 지키려는 것뿐이야.”
“약속, 말이죠?”
마리나는 어제의 그 해프닝에 대해 입을 꾹 다물었다.
그게 바로 하녀의 처세라는 거다.
앞으로도 아르민의 시중을 들 입장에서, 모르는 건 모르는 대로, 본 것도 모른 채 하며 사는 것이 자기 신상에 이롭다고 판단한 것이리라.
하여간.
‘그것뿐만이 아니더라도, 화인의 증거라는 놈의 말이 신경 쓰인단 말이지.’
호기심.
아르민이 움직이고자 하는 이유엔, 참을 수 없는 호기심이 있다는 것도 부정할 수는 없을 터.
‘조금 더 서두르는 편이 좋겠지.’
제물로 잡혀간 이상, 빠르게 움직이지 않는다면 분명 이멜다 동생의 신상엔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크다.
‘이르면 오늘······. 늦어도 내일까진 결판을 봐야한다.’
우선 어젯저녁 간신히 울음을 그치고 진정한 이멜다에게 “화인의 증거가 무엇인지, 짐작이 가냐?” 라고 물어보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아르민의 예상대로 “잘 모르겠습니다. 나으리.” 라는 대답이었다.
‘그렇다면 그림자는 내가 알지 못하는 이유로 이멜다를 노리고 있다는 소리가 된다.’
그게 무엇인지 신경이 쓰였지만.
당장에 주어진 정보로는 역시 모든 게 부족했다.
그렇게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하며, 아르민이 액세서리를 매만지는 바로 그때였다.
‘음?’
왠지 모르게 저택 정문 앞에서 소란스러움이 전해져왔다.
“마리나, 오늘 혹시 손님이 있나?”
“아, 그게······. 카라클에서 손님들이 찾아오셨어요. 신성왕국의 손님들이라고······.”
허둥지둥 조심스럽게 말문을 연 마리나의 말에, 아르민은 손님이 누군지 눈치 챘다.
‘흑마법사를 잡기 위한 토벌대인가 보군.’
킬레인 백작이 도움을 요청한 게 고작 이틀 전인데, 벌써 이렇게나 빨리 도착할 줄이야.
창문 밖을 내려다보니.
순백으로 번쩍거리는 갑옷을 걸친 열두 명의 기사가 질서정연하게 2열 횡대로 도열해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침 햇살 속에서도 미동조차 없는 것이, 근엄한 기사단이란 느낌이 물씬 풍겨져 왔다.
‘그리고 두 명은 집무실로 들어섰나.’
마력신경에 감지된 기척을 보아하니, 지휘관 되는 이가 킬레인 백작과 이야기를 나눌 모양인 듯 했다.
‘흐음.’
흥미가 솟았다.
찾아온 목적이야 짐작이 갔지만, 기사단의 정체라거나, 어떤 대화를 나눌 것인지 궁금했다.
호기심이 생기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리라.
그리고 아르민은 호기심이 생겼다면 바로 움직이는 타입이었다.
“마리나, 이멜다에게 아침을 전해다 줘.”
“아, 네, 넵!”
얼빠진 대답을 내놓는 마리나를 방 밖으로 쫓아내다시피 내보낸 뒤.
아르민은 고개를 들어 집무실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어디, 잠깐 엿들어볼까.’
하늘의 귀(天耳).
마법이 발동되었다.
< 제6장 – 기회 (2) (수정)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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