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is stronger RAW novel - Chapter (160)
내 마법이 더 쎈데-160화(160/203)
< 제81장 – 마법선생 아르민 (1) >
기숙사의 어딘가.
최신식 설비와 시설이 갖춰진 상아탑답게, 기숙사의 방 또한 1인 1실로 개인실이 준비된 형태였다.
기숙사라지만, 오히려 호화스러운 귀족의 방을 연상시키는 그 중심에서.
“어째서?! 왜 이프리트가 먹히지 않은 거지?!”
램버트는 화를 참지 못하고, 자신이 끼고 있던 장갑을 거칠게 바닥에 내팽개쳤다.
어느 정도 마법에 대한 소양이 있는 자라면, 이프리트까지 불러낼 수준의 마법도구를 저리 취급하는 것에 기함을 했겠지만.
[변수가 있었다.]웅웅거리는 목소리의 소유자는, 단지 무심한 말투로만 대답을 해왔다.
그것은 실로 기묘한 광경이었다.
방안에는 램버트 혼자만이 있었지만, 그 외에도 다른 존재가 어둠 속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 존재의 이름을, 램버트는 이렇게 부르고 있었다.
“‘흑마법사’!! 난 네 말대로 했어! 이걸 사용하면 저 콧대 높은 계집을 꺾을 수 있다고! 그런데 변수라니, 대체 무슨 소리냐?! 설마 교학장, 그년 때문이라고 할 셈이냐?!”
아무리 적색 마탑 소속이라고 해도, 전장의 대량학살병기인 이프리트를 고작 마탑 제자 따위가 손에 넣을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렇다. 이 물건은 바로 흑마법사가 준비해준 물건이었다.
[아니, 변수는 교학장 따위가 아니다. 사전에 계측된 존재와 인과 따위가 변인으로 작용할 수는 없다.]그저.
[우리 계획의 외측(外側)에서 또 다른 변인이 나타났다.]“그럼 뭐야, 나는 이프리트까지 썼어. 쪽이라는 쪽은 다 팔렸고, 적색에선 이프리트를 어떻게 손에 넣었냐고 추궁까지 들어올 거다. 그런데 고작 변인이 나타났으니 끝이라고? 그리 말하는 게냐?!”
‘흑마법사’는 짙은 어둠이 담긴 시선으로 씩씩거리는 그를 바라보았다.
재능의 총아, 빛나는 별의 예지를 가지고도 한낱 복수심에 자신을 불사르는 적색의 견.
그렇다. 그는 불타오르고 있었다. 입에서 토해내는 화로, 또한 자신의 재능을 장작으로 하여.
그렇다면 흑마법사는 ‘그것에 답을 준비해줄 필요’가 있었다.
[걱정마라. 변수는 이미 계측에 들어갔다. 계산이 끝나면 네가 원하는 바는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 그러니 이번에는 이것을 주지.]“······!!”
흑마법사가 건네는 물건을 받은 램버트의 안색이 변했다.
“이건······.”
[자색의 마탑에서 제조한 물건이다. 쓰러트린다는 것. 그것은 단지 물리적인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걸, 총명한 너라면 알 터.]“하, 하하. 굉장해······. 이런 물건까지 준비해줄 수 있다니······! 이거라면 확실히 조슈펠, 그년 따위는······!”
광기에 찬 목소리로 환희하는 램버트를 바라보며, 흑마법사는 속삭인다.
[보다 높은 곳을 지향해라. 나와의 약속을 지켜라. 더욱 강한 재능을, 너의 예지를 꽃 피우는 모습을 보여주어라.]그래. 그것은 말 그대로.
[내가 그리는 ‘신화’에 가까워질 만큼의 재능을 목표로. 나는 그것을 지켜보는 자. 그것만을 위한 의무와 책무를 짊어진 자.]흑마법사의 속삭임에 램버트는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고말고! 얼마든지 보여주마! 내가 조슈펠을 짓밟는 모습을 말이지!”
****
아스트리엘과 미묘한 협정을 맺은 날로부터 일주일 후.
아르민은 제미니와 함께 상아탑의 복도를 걸었다.
“설마 이런 곳에서 에드윈······, 아니. 아르민 씨를 만날 수 있을 줄은 몰랐어요.”
“나도 마찬가지야. 자색 마탑에서 생활은 어때. 좀 괜찮나?”
“네······. 그게······.”
제미니, 그녀는 한때 비발트의 수도에서 흡혈귀와 관련된 음모의 희생양이 되었던 여성이다.
오로지 자신만의 욕망을 위해, 손녀를 ‘호문쿨루스’로서 제조했던 광기 어린 마법사.
그 앞에서 부모를 잃고, 그렇게 믿었던 할아버지조차 자신을 도구로 사용하기 위해 손을 뻗어왔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녀는 무너지는 대신, 도시 하나를 먹어치우려는 할아버지를 막기 위해 분연히 일어섰다.
그리고 바로 그때.
아르민은 그녀의 곁에서 손을 들었다.
스스로 흡혈귀의 한계를, 생명종으로서 한계를 벗어나 신좌에 오르려고 한 자.
자기 자신을 태양이라 일컬었던 자를 향해 검지를 겨누고 마법을 썼더랬다.
이 세계에 새기는 두 번째 신화.
– 태양을 쏘아 떨어트리는 아홉 개의 화살
총 아홉발의 마탄.
그것을 통해 흡혈귀의 음모는 분쇄되고, 비발트는 아무런 일도 없다는 듯이 평화가 찾아왔다.
남은 건 모든 혈육을 잃고, 나홀로 남게 된 그녀 제미니 뿐이었다.
“당신이 떠난 뒤로, 저는 할아버지의 유산을 정리하고 제 몸에 대한 정보를 이것저것 찾아봤어요.”
그러는 사이 자연스럽게 그녀는 자색 마탑에 자리를 잡게 되었고, 결국 할아버지의 대신으로서 마법사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제미니는 씁쓸한 얼굴로 이야기했다.
그렇게 바쁜 나날을 보내오다 보니 당연하게도.
“자색 마탑 대표로서 상아탑 교사로 초청 받았단 말이지.”
“네, 부족한 몸이지만.”
글쎄, 아르민은 찬찬히 제미니를 살펴보았다.
타오르듯 붉은 머리가 인상적인 미녀.
그녀는 무려 자색의 마법사가 남긴 완전생명체(完全生命體).
요컨대 호문쿨루스의 몸이었다.
몸에 새겨진 마력의 적합성이나 재능은 이미 천재 이상의 것.
때문에 자색 마탑의 지식도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 빠르게 받아들이고 숙달된 것이겠지.
잠시 안 본 3년 사이에 마법 실력이 급격히 발전했다고 해도 놀라울 건 없다.
그런 그녀가 지금은.
“그럼 지도 교사로서, 힘낼게요. 상아탑의 시설이나 학사일정 안내는 제게 맡겨주세요!”
“부탁하지.”
그래, 이런 식으로 아르민이 앞으로 교사 생활을 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 따위를 가르쳐주는 지도 교사가 되어주었다.
그리고 바로 오늘.
첫 수업 진행을 위해 함께 걷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둘이서 신변잡기 따위를 나누며 복도를 거닐고 있는 사이.
“음?”
문득 저편에서, 흥미로운 마력의 기척을 느낀 아르민이 고개를 들었다.
거기에 서 있는 건 전신이 검은색으로 물든 남자였다.
나이는 20대 중반쯤 될까.
구릿빛 피부 아래로는, 검은색으로 물들인 로브와 정장 차림.
조금은 음울해 보이는 눈빛을 가진 미남자는 제미니와 마주치자 가볍게 목례를 건네고는 사라졌다.
잠시 남자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던 아르민이 입을 열었다.
“누구지?”
“아, 테트리오 교수님 말인가요? 흑색 마탑에서 나온 분이에요. 흑색 마탑에서도 상당한 위치에 있었다고 들었는데.”
“흑색 마탑인가.”
흑색.
인간의 원초적 공포라고 할 수 있는 죽음과 어둠에 대해 다루는 집단.
특정한 사이비 종교는 그것을 숭상하고 매료되기 마련이지만.
흑색 마탑은 철저하게 학문으로서 그 분야를 다룬다는 마법계에서도 제법 이질적인 집단이었다.
그만큼 그들은 흑색의 지식을 품은 자가, 자연스레 ‘네크로맨서’ 따위의 흑마법사로 전락해버리는 걸 무엇보다 금기시하며.
그러한 자들의 토벌에 누구보다 먼저 앞장 서는 이들이기도 했다.
‘그래서 죽음의 냄새가 났던 건가.’
죽음이란 모독해서는 안되며, 어둠이란 존경해서도 되지 않는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그들이 독자적으로 연구한 마법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다고 느끼는 사이.
“바로 여기에요.”
아르민은 마침내 강의실에 도착했다.
****
“그, 일단 아르민 씨. 강의에 들어가기에 앞서 주의해야할 점이······.”
“음?”
제미니는 주저하는 얼굴로 설명하길.
“이곳에 모인 이들은, 각 마탑에서 재능을 인정받은 천재들이에요.”
즉 교사도 그렇지만, 학생 또한 그 누구에게도 빠지지 않는 재능의 덩어리들이라면서.
그만큼.
“자존심도 강하고, 자기 자신의 실력에 대해 자신감도 넘치는 이들이지요.”
이미 각 마탑에서 최고 실력을 가진 마법사들에게 배워온 자들이다.
아무리 자신들이 잘 모르는 타 마탑의 지식을 배우기 위해 찾아왔다고는 하나.
“아마 가르치시는 게 쉽지만은 않을 거에요.”
요컨대 제미니의 말은 이런 뜻이었다.
천재들을 가르치기란 무척이나 고된 일이 될 것이라고.
물론 교사들도 그 급수에 맞게, 실력이 뛰어난 이들로 준비하긴 했지만.
상아탑이라는 제도 자체가 처음인데다.
“제가 이런 말을 하는 건 좀 그렇지만······, 그들 중에는 가르치러 온 교사를 처음부터 탐탁치 않게 여기는 사람도 있을 테지요.”
그러니.
“살살하라고?”
아르민이 곧장 꺼내든 말에, 제미니는 살짝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녀도 알고 있는 것이다.
아르민은 천재들을 가르치는 일 따위로 곤경에 처할 일 따윈 없다는 것을.
단지.
“뭐, 걱정할 거 없어. 알아서 잘 할 테니까.”
“······네, 확실히 주제넘은 이야기였네요. 못들은 걸로 해주세요. 그럼 들어가시죠!”
그렇게 제미니를 따라 아르민은 강의실로 들어섰다.
내부는 대학 강의실을 연상케 하는 공간이었다.
계단식으로 층층이 쌓인 그곳엔 대략 50여명 정도 되는 학생들이 모여 있었다.
이들이 바로 각 마탑에서 재능을 인정받은, 소위 말하는 천재란 놈들일 터.
그리고
– 저건······.
– 선생?
– 생각보다 젊은데······?
곧바로 따가운 시선들이 쏟아진다.
그 안에는 ‘어머’라는 표정을 짓고서 바라보는 죠슈펠이나, 그녀와 쌈박질을 했던 램버트가 책상에 퍼질러 자는 모습.
그 외에도.
‘해설역을 자처하던 꼬맹이도 있군.’
각각이 개성 넘치는 자들.
그리고 사전에 제미니가 했던 말대로, 그 대부분이.
‘불손한 생각을 가진 놈들이 가득한데.’
웅성거리는 대화들은 확실히 호감이 담긴 말들은 아니었다.
대체 누구길래, 왜 이리 젊은 거지.
그냥 지각한 학생 아냐? 따위의 말들이 오고가는 가운데.
저벅.
아르민이 교단에 오르자, 곧장 목소리가 멈추었다.
천천히 아르민은 시선을 들어, 그들의 면면을 살펴보았다.
자존심이 강한 천재들.
그러니 제미니는 부디 자극하지 않도록, 에둘러 잘 봐달라고 말을 한 거겠지.
아르민도 딱히 그들과 정면으로 불화를 일으킬 생각 따윈 없었다.
그러니까.
“소개하마. 내 이름은 아르민 일레인스. 교학장 님의 초청으로 제국에서 파견된, 요컨대 너희들을 가르칠 선생이다. 담당 교과는 현대 마법······이라고 하면 알지 모르겠군.”
미리 아스트리엘로부터 ‘현대 마법’을 가르쳐달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무슨 농담을 하는 줄 알았다.
다만 여기서 이야기 하는 현대 마법은 지구의 것이 아닌, 어디까지나 이 세계에서 말하는 현대 마법이란 것으로.
원래는 제미니가 맡을 교과목이었다고 하던가.
그걸 아르민이 대행하는 처지가 된 셈이지만.
이 또한 공교로운 일이긴 했다.
그래도 어차피 맡은 일이다.
주어진 일을 대충하는 건, 아르민의 성미에 맞지 않았다.
그럼 신물을 찾는다는 목적과 별개로, 이 또한 허투루 할 수 없는 법.
아르민은 평이한 어조로 말했다.
“여기 모인 이들은 제각기 마탑에서 천재라고, 혹은 신동이라며, 영재에 수재라는 칭찬을 달고 살아온 이들이겠지. 뭐, 틀린 말은 아닐 거다. 실제로 상아탑에 초대되었다는 건 그만한 인정을 받았단 말이니까. 너희가 익힌 마법들의 수준 또한 상당히 높겠지.”
학생들의 시선이 아르민을 향한다.
그래서 대체 저 인간이 무슨 말을 하는지, 어디 두고 보자는 듯 냉담해지는 시선 속에서.
아르민은 고개를 흔들고는 단언했다.
“그러니 현대 마법이라고 해도, 대체 뭘 가르치려고 하는지 납득하지도 못하겠고. 납득할 생각도 없을 거야. 이해해. 너희가 배워온 마법이 최고인데. 굳이 이딴 걸 배워야 하냐는 마음이 한 가득일 거다.”
몇몇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그리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랬다간, 나도 수업을 진행하기 어려워질 테니 말이다. 때문에 미리 양해를 구하고자, 여기서 한 마디 해둘까 한다. 왜 현대 마법을 배워야하는지. 그 이유를 알려주마.”
실로 별 것 아닌 어투로, 마치 오늘 날씨가 어떻다더라 하는 일상 이야기를 하듯.
아르민은 툭하니.
“네놈들이 자랑스레 익히고 있을 그 마법들이······, 내가 가르치려는 마법보다 싸구려이기 때문이다.”
상황을 파국으로 만드는 한 마디를 내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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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81장 – 마법선생 아르민 (1) > 끝
ⓒ 뫄뫄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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