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is stronger RAW novel - Chapter (163)
내 마법이 더 쎈데-163화(163/203)
< 제82장 – 규칙에서 벗어난 자 (1) >
끼익.
마차가 멈춘다.
이윽고 문이 열리자 주섬주섬 짐을 챙겨든 이들이 바닥에 내려섰다.
인원은 총 일곱 명.
남부의 여정을 끝마치고 돌아온 역전의 용사들···이라고 한다면 조금 과한 말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일행의 면면을 살펴본 민세희는 슬쩍 쓴웃음을 머금었다.
마탑주 레프너겐이나 육체적으로 고된 일에 익숙해졌을 검성의 수제자 카스팔 바이온, 그리고 성녀 이멜다까지.
그들의 얼굴엔 피로가 엿보였다.
그 뿐이랴.
신격의 편린을 지니고 있어 인간보다 다소 능력치가 높을 헬레나조차도 살짝 피곤한 모습을 보이는 건.
체력적인 문제 말고도 마차에서 줄곧 지내야 했던 여정 자체가 정신을 피로하게 만든 탓이리라.
여기서 멀쩡한 건 드래곤 출신으로 감정 표현이 옅은 이스텔과 의외로 평범한 인간 출신인 브리타였는데.
“남부에서 사온 이 사탕과자, 꽤 맛있네요. 카스팔 씨도 드실래요?” 라면서 방긋거리고 있는 것이.
그녀만은 이번 여행을 한껏 만끽한 듯 했다.
‘확실히 힘들었지.’
여기까지 돌아오는 길이 힘들었던 건 민세희,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고개를 젓고는 시선을 앞으로 향했다.
눈앞으로 뻗은 가도는 남부의 거친 자연 길과 다른, 분명한 문명의 증거.
민세희는 불현 듯 감개가 가득한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드디어 돌아왔네요.”
제도 카라클.
제국에서 가장 융성한 도시라는 것을 자랑이라도 하듯, 가도는 이미 인파로 가득 차 있었다.
여기서부터는 황실의 문장을 받은 최중요 마차 외에는 황궁까지 마차로 통행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아마도 불의의 기습을 가할 외적을 막기 위해, 혹시 모를 불상사를 막기 위한 이유일 테지만.
물론 민세희는 어디까지나 황녀의 명을 받고 남부 수왕국을 갔다 온 입장이었으니.
황실의 문장을 받을 자격도 있다 말할 수 있겠으나.
‘은밀히 움직여야 했던 시점에서 그건 사치겠지.’
사실 처음 이 여정이 기획되었을 당시엔 어디까지나 사전 조사라는 명목으로 움직였던 그들이다.
남들의 주목을 받지 않기 위해, 조사만 하고 빠질 작정이었지만.
‘어쩌다보니 블라디미르까지 얽히고, 결국 그 종교의 수괴를 쓰러트리는 데까지 갔으니까.’
사건을 해결하는데는 성공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개선하는 장군마냥 소란을 일으키며 돌아갈 수도 없다.
황녀가 자신의 정치적 위신을 위해, 멋대로 사람을 파견했다는 것이 남에게 알려진다면 그것만으로도 정치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여기서부터 황궁까지, 일행은 자기 발로 움직이는 수밖에 없었다.
“생각보다 복귀가 오래 걸렸어요.”
성녀 이멜다는 지친 미소를 머금고 그리 말했다.
“······돌아가면 아버지께 남부 마력열차 사업을 건의 드려봐야겠군.”
카스팔이 꺼낸 말에 민세희는 피식 웃었다.
명문 후작가의 도련님이 저리 말할 정도로, 남부의 교통 사정이 꽤나 나빴기 때문이다.
“그래도 즐겁지 않았습니까? 모두 다 같이 마차에서 두런두런 이야기도 나누고! 수왕국에서는 강력한 적과도 싸웠고! 그야말로 모험 소설에 나올 법한 여행이었죠!”
“그런 걸로 즐거워하는 건 머리가 텅 비어있는 너 정도 뿐일 거다.”
“에이, 카스팔 씨도 괜히 부끄러워서 그러시는 거 아닙니까? 마지막에는 그렇게나 멋지게 활약하셨으면서!”
“······됐다. 너랑 대화를 하려고 든 내 잘못이다.”
만담을 주고받는 카스팔과 브리타의 대화를 지켜보며, 레프너겐은 낄낄거리고, 이멜다는 후후 웃으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여행을 떠나기 전보다, 둘의 거리가 조금은 줄어들었다고 느끼는 건 비단 민세희뿐만이 아니리라.
이번 여행은 그만큼 우리들에게 많은 걸 남겨준 여정이 된 것이다.
“그럼 어서 황녀 전하께 보고를 드리도록 하죠.”
얼른 여행을 끝내고 돌아가서 쉬고 싶다.
그런 모두의 마음을 대변하듯 민세희는 일행을 이끌고 가도를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문득 일행과 다소 떨어진 위치에서, 헬레나가 말없이 황궁을 바라보는 모습이 민세희의 눈에 들어왔다.
“헬레나 씨? 무슨 일 있으신가요?”
“카라클의 분위기가, 왠지 이상한 걸.”
헬레나의 지적이 있고 나서야, 일행들은 어째 거리의 분위기가 전과 좀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확실히 듣고 보니······.”
사람이 많고 늘 북적거리는 일이야, 카라클의 일상이지만.
어째선지.
“음? 평소보다 사람이 더 많은 거 같네요?”
브리타의 말대로, 거리를 거니는 사람의 숫자가 전보다도 배는 많은 듯 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곳곳에서 보이는 들뜬 분위기나, 그들이 기억하던 때보다도 더욱 열렬히 호객행위를 하는 상인들.
그리고 각종 무장을 갖춰 입은 용병들이 떼로 몰려다니며 주점과 여관을 오고가는 풍경이.
‘뭔가······. 벌어지고 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
황궁 내부.
황녀 전용으로 준비된 알현실에서 일행을 맞아들인 미네르바 황녀는 기쁜 기색을 감추지 않고선 입을 열었다.
“어서오게나. 남부 수왕국에서 그대들이 어떤 활약을 했는지는 이미 연락을 받았네. 고생했어.”
정당한 절차대로, 황녀는 일행에 대한 공치사를 했다.
금을 준비하고, 필요에 따라선 황실의 문장이 새겨진 무구를 하사한다.
“남부에서 준동하는 사교도의 정체를 확인하고, 그들의 수괴가 되는 자까지 처치하여 안정을 도모하다니. 원래라면 작위까지도 수여해야할 활약이네만······.”
미네르바 황녀는 뒷말을 삼켰지만, 그녀가 차마 입에 올리지 못한 이야기가 무슨 말일지.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은 전부가 알고 있었다.
이번 일은 그렇게 눈에 띈 결과물을 내놓을 수 없다.
그것이 미안해서라도 황녀는 고개를 들지 못하는 것이다.
“괜찮습니다. 어차피 보상을 원하고 했던 일도 아니니까요.”
이멜다가 꺼낸 말에, 여기저기서 “맞아요.”, “끝났으면 됐습니다.” 등등.
황녀를 탓하지 않는 말들이 터져 나오자, 그제야 황녀는 빙긋 웃어보였다.
그건 그렇고.
“혹시 선배는······?”
민세희는 조심스럽게 질문을 입에 올렸다.
그렇지 않아도 이스텔을 통해, 주기적인 연락을 취하며 아르민의 행방을 알아온 그녀였다.
하지만 최근엔, 어쩐 일인지 연락하는 빈도가 확연히 줄었다.
복귀하면 당장에 만나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거늘.
“아, 그것과 관련해서, 자네들에게 해줘야 할 말이 있다네.”
미소 대신 진지하고 근엄한 어투.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 다정한 모습을 보여주던 미네르바 황녀가 돌연 엄숙한 황녀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바로 얼마 전, 나는 대회의 개최를 선언했네.”
****
민세희는 황녀로부터 그간의 사정을 짤막하게 들을 수 있었다.
서부에서 있었던 신물과 관련된 커다란 사건.
그것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해, 황녀를 옭아매려고 든 알로스린 대공의 정치적 수법과 거기에 대응하여 황녀가 둔 초강수 대회의까지.
즉.
“카라클에 평소보다 사람이 많았던 이유가 그 때문이군요.”
민세희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대회의 개최는 앞으로 한 달 뒤.
그때까지 칼센 제국 각지에 있는 귀족들은 모두가 제도 카라클로 모여들어 얼굴을 보여야만 한다.
대회의(大回議)란, 칼센 제국의 커다란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제국에 존재하는 모든 귀족들을 수도로 불러들여 한 달 동안 회의를 개최하는 거대한 행사다.
당연히 물자가 모이고, 사람이 모이고, 그것으로 수많은 사건들이 발생한다.
미네르바 황녀가 대회의 개최를 선언한 날로부터 벌써 일주일.
카라클 근방에 있는 귀족들 중에선 이미 도착하기 시작한 자들도 있고.
남은 귀족들도 속속들이 카라클로 향하고 있다 했다.
“그리고 그런 대회의를 선언하게 되면, 알로스린 대공이 몸을 움직이기 힘들어진다. 이것이로군요.”
“그래. 내가 대회의로 대공을 묶어두는 동안, 아르민 경은 나머지 신물을 회수하고, 알로스린이 꾸민 음모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비발트로 향했다네.”
무려 상아탑의 마법 교사로 향했다는 말에, 민세희는 저도 모르게 풋 웃음을 터트렸다.
“왜 그러나?”
“선배한테 교사 일이라니, 안 어울린다 싶어서요.”
아니, 어쩌면 그보다도 잘 어울리는 사람이 없을지도 모른다.
교단에 선 선배의 모습이라니, 한 번쯤 보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어쨌거나 이번 대화를 통해, 민세희가 해야할 일이 정해졌다.
“비발트로 향하겠어요.”
“그래, 자네라면 그리 말할 줄 알았네.”
동쪽으로 향해, 아르민을 만나 그를 서포트한다.
그 결의를 본 미네르바 황녀는 잠시 할 말이 있는지 입술을 우물거렸다.
하지만, 이내 그 말을 꿀꺽 삼킨 채로.
“그럼 부탁함세.”
그리 말을 맺었다.
****
알현실을 나온 일행은 저마다 갈 길을 정했다.
“일단 저와 브리타는 스승님께 돌아가봐야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있던 일을 보고하고······. 이번 일에서 느꼈던 제 검술의 미진함을 시험해보고 싶군요.”
정중한 태도와 함께 브리타와 퇴장한 카스팔.
이후 레프너겐은 쉬고 싶다며, 여관으로 향했다.
황녀가 직접 황궁에 자리를 마련해주겠다고 말했지만.
“허허, 이 늙은이 보고 숨 막히는 이곳에 있으라고? 그거야말로 안 될 말이지. 이번 여정은 내게도 고된 일이다 보니. 조금은 쉬고 싶으이. 게다가 더 늦기 전에 마탑으로 복귀할 필요가 있겠지.”
자색의 마탑주인 이상. 그 또한 상아탑에 관한 일을 알고 있을 터.
아마도 그 뒤처리를 위해서라도, 먼저 비발트로 떠나겠다고 훌쩍 자리를 떠나버렸다.
민세희로서는 방향이 같으니 함께 가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알로스린 대공이 얽혀 있는 이상, 외부인에게 함부로 내 계획을 떠들 순 없어.’
같이 싸운 동료이긴 해도, 결국 레프너겐은 부외자에 불과하다.
그 대신, 민세희의 시선은 남은 이멜다와 헬레나, 이스텔에게 향했다.
“저는 지금부터 마도 공화국으로 향하려고 해요.”
그 이유.
선배를 만나기 위해.
비발트에 있을 그를 돕기 위해 움직이겠다면서.
민세희는 이멜다를 바라보며 물었다.
“이멜다, 당신은 어쩌겠나요?”
“······저, 말인가요?”
이멜다의 눈이 약간 커졌다.
이건 외부인이나 부외자의 문제를 떠나.
민세희가 한 명의 여자로서 묻는 질문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돕기 위해 나는 움직이려고 한다.
당신은 어쩌겠느냐고.
그 눈빛 앞에서 이멜다는 잠시 망설였지만, 이윽고.
“저도 바오르에서 자리를 너무 오래 비웠으니까요. ······부디 그 분을 부탁드릴게요.”
이미 한 번 결정 지은 마음, 그것을 번복할 생각은 없다.
이멜다는 꾸벅 인사를 하고는 그렇게 떠나갔다.
일행은 저마다 제 갈길을 향해 사라졌다.
남은 것은 과거의 연을 가지고 있는 민세희와 헬레나, 이스텔 뿐.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정리한 민세희는 쾌활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그럼 선배를 찾아가죠.”
“그래. 간만에 보면 엉덩이라도 걷어차주자고.”
낄낄 웃는 헬레나와 묵묵히 “마스터에 대한 공격 의사는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습니다.” 라고 말을 덧붙이는 이스텔까지.
그렇게 새로이 그들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
문을 열자, 의외로 찾아온 사람은 두 사람이나 되었다.
“조슈펠······, 그리고 엘레노아였던가?”
은색의 머리카락을 자랑하며, 기품이 담긴 움직임으로 인사하는 조슈펠 브랑슈아.
그리고 한쪽은 눈가까지 내려온 침침한 다크서클이 인상적인 소녀, 엘레노아였다.
둘을 방으로 안내하자, 먼저 입을 연건 조슈펠이었다.
“설마 처음 만났을 때, 교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지만. 그 또한 저의 불찰. 미처 예의를 표하지 못한 것을 사과드리겠어요.”
우아한 몸놀림으로 상아탑의 교복 치마를 슬쩍 올리며 사과하는 모습이.
과연 잘 배운 귀족가문의 아가씨다.
그에 반해 엘레노아는 지그시 아르민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 시선에서 모종의 열기가 느껴진다면, 그건 아르민의 착각일까?
“찾아온 이유는?”
“오늘의 가르침이 신경 쓰였으니까요.”
역시나 우등생다운 발언이다.
“어떤 부분이 그렇게 신경 쓰였지?”
“단적으로 말하겠어요. 당신은 우리가 익힌 마법을 싸구려라고 했지요.”
그 말은, 아무래도 브랑슈아의 자랑스러운 여식으로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말이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녀는 램버트와 달리, 싸움을 거는 것이 아닌.
어디까지나 귀족적인 대응을 가져왔다.
즉.
“저는 당신의 의견이 틀렸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직접 찾아와 가르침을 받고, 부정해주기 위해 찾아왔어요.”
오, 그렇게 나오셨나.
조슈펠의 눈동자는 의욕으로 불타고 있었다.
‘하긴 가문이 자랑하는 마법을 한평생 익혀온 몸. 그 자부심이 남다를 만도 하지.’
말하자면, 이건 납득을 위한 과정이다.
우등생인 그녀로서도 마냥 아르민의 말을 부정할 거리를 찾지 못했을 것이다.
어쩌면 마음 깊은 곳에서는, 아르민의 말을 납득하고 받아들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서는 자신의 반평생을 부정하게 된다.
자랑스러운 브랑슈아의 가문, 그 역사 자체를 말이다.
그것은 이미 진실과 거짓을 떠나, 조슈펠이라는 개인을 구성하는 이념의 문제다.
그렇다고는 해도.
‘그 과정에서 끝내 프라이드가 박살났을 때가 걱정되긴 하지만.’
어차피 그건 개인의 문제.
더구나 이건 짐작에 불과하지만.
조슈펠이라면 충분히 그런 상처조차도 충분히 딛고 일어날 수 있다고, 아르민은 막연히 생각했다.
그런데.
“저는 그렇다 치고, 엘레노아 양이 이곳을 찾아올 줄은 몰랐어요.”
악의 없이, 순수한 감탄으로 조슈펠이 자아낸 말에, 갑작스레 엘레노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무슨 뜻이지?”
“그건······.”
잠시 말을 멈춘 조슈펠은 고개를 흔들었다.
이건 자기가 입에 올릴 것이 아니라는 듯이.
아르민은 의문을 담아 엘레노아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저는 마력을 사용할 수 없는 몸이니까요.”
마력을 사용할 수 없다.
그것이 시사하는 바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마법사에게 있어 이론이나 상상력, 기타 여러 가지가 중요하긴 하지만.
결국 마법이라는 신비 현상을 구현하기 위해선 마력, 즉 마나라는 힘이 필수불가결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마법을 사용할 수 없으면서 상아탑에 들어왔다고?”
“저와 같은 청색 마탑 출신으로서, 그녀가 마법의 이론을 이해하고 해체하는 실력만큼은 모두가 인정했답니다. 이론에 있어서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천재···라는 것이 마탑주님의 말씀이셨지요.”
“그 말은 반대로 말해, 그것을 제외하면 보잘 것 없는 반푼이라는 말이로군. 마탑 내에서 어떤 취급을 받았을지 뻔하구만.”
“그건······.”
아르민의 신랄한 지적에, 조슈펠은 차마 반론을 꺼내지 못했다.
그것이 사실이니까.
엘레노아에 이르러선 고개를 숙인 채 아무말도 못하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저는 그냥······.”
돌아가려고 몸을 돌린 엘레노아의 팔을 아르민이 잡았다.
“급하게 행동할 필요 없어. 어디 한 번 확인해보면 될 일이니까.”
“······확인?”
엘레노아의 가는 팔을 붙잡은 채, 아르민은 마력신경을 일깨웠다.
마력이 움직이며 천천히 그녀의 피부로 스며든다.
마력을 가용할 수 없다면, 거기엔 이유가 있을 터다.
신경의 미흡한 점이나, 선천적인 육체의 문제.
이 세계의 경우엔 심장과 관련된 질환 때문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런 것들이야 어차피 [현대 마법으로 어떻게든 할] 수 있다.
약물의 사용, 마법의 시술, 육체의 개찬 등.
해결 방법은 무궁무진한 것이다.
‘그러고 보면······.’
램버트와 조슈펠이 싸웠을 때.
엘레노아는 그들을 부러워하는 시선을······, 아니, 나아가 증오하는 것만 같은 얼굴을 했었지.
‘그 기저에 존재하는 것이, 재능에 대한 질투나 증오라면.’
생각보다도 그녀의 마음 깊은 곳에는 짙은 감정이 남아있을 터.
그런 것들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얼마나 육체를 헤집었을까.
“······뭐?”
순간 아르민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인 것일까.
“역시 제게 마법 같은 건······.”
엘레노아가 고개를 숙인 채, 마음에 진 응어리를 씹어 삼키듯 말을 뱉자.
“당신도 그녀의 마력은 어떻게 할 수 없는 건가요?”
슬며시 조슈펠조차도, 아르민의 탄성을 오해한 듯. 조금은 실망감이 섞인 시선을 보였다.
심장에 마나의 고리조차 만들어내지 못하는 존재.
마법이 허락되지 않은 자라는 꼬리표가 붙어버린 그녀.
결국 우리들의 마법을 싸구려라 운운한 당신에게도, 그녀를 도와줄 방법은 없느냐는 자그마한 힐난.
어쩌면 생각보다 조슈펠은 엘레노아를 아끼는 걸지도 모른다는 사설이야 접어두고서라도.
“저도, 알고 있어요.”
자신에게 재능이 없다는 사실.
내 아둔함과 부족함을, 단지 피를 쏟을 정도의 열정과 노력으로 메꾸고 있을 뿐이지만.
거기에도 한계가 있다는 진실을.
하지만.
‘아니, 이건 재능의 미숙함 같은 문제가 아니야.’
아르민은 믿기지 않는다는 시선으로 입술을 깨물고 있는 엘레노아를 바라보았다.
깨달았다.
마력을 가용할 수 없다는 그녀의 육체는, 자신, 혹은 후배 민세희와도 같은.
‘······현대 지구의 것이다.’
신이 품은 악의(惡意)로 인해 리미트가 걸린, 이 세계의 육체가 아니라.
지구의 그것.
말하자면 현대 마법의 편린이, 이곳에 있었다.
< 제82장 – 규칙에서 벗어난 자 (1) > 끝
ⓒ 뫄뫄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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