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is stronger RAW novel - Chapter (164)
내 마법이 더 쎈데-164화(164/203)
< 제82장 – 규칙에서 벗어난 자 (2) >
이 세계를 살아가는 이들의 육체엔 제약이 걸려있다.
한계, 또는 리미트라고 할까.
요컨대 일정 수준 이상의 마나를 육에 품을 수 없고, 품더라도 체내의 신경을 마력신경으로 대체하는 행위 자체가 지극히 어려운······.
마법에 있어서는 그 성능이 말도 안 되게 다운 그레이드 된 상태인 것이다.
‘인간 출신으로서, 신의 자리까지 오른 아르카디아가 가슴에 품은 불안.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이 세계에서 태어난 자들이 자신의 위치까지 올라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그런 짓을 하게 만들었다 했던가.’
그야말로 코웃음이 나올 만큼 어처구니가 없는 이유지만.
덕분에 이 세계에서 온전히 마법을 손에 쥘 수 있는 건.
지구의 육체를 가지고 이곳으로 전이해온 세희나, 육신이 무너지고 마기로 재구축을 한 아르민 정도인 것이 사실이었다.
‘물론 시간과 자원을 들인다면 극복하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니겠지만.’
단적인 예가 절대생명체로서 제조된 제미니 같은 경우다.
하지만 어차피 예외에 불과할 뿐, 더는 그런 케이스는 보기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또 다시 예외가 나타났다.
이 세계의 출신으로, 지구의 육신을 가진 소녀.
‘우연인가? 아니면 이유가 있을까?’
천에 하나, 혹은 만에 하나의 경우로 나타난 돌연변이일지도 모른다.
가능성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
그래도 무엇보다 아르민의 가슴을 움직이는 건.
‘엘레노아 같은 케이스가 존재한다면, 이 세계의 육체를 다시 조정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그렇다.
그 만약의 가능성이, 실마리가 눈앞에 있는 것이다.
칠영웅의 망집이 일으킨 과오를 수정하고자 하는 아르민에게, 그건 무엇보다 중요한 진실이었다.
‘이 세계의 마법을 익히지 못해왔다고 했나.’
아르민은 조용히 엘레노아를 바라보았다.
방금 아르민이 꺼낸 말이 무슨 의미인지 이해한 그녀는 전율에 떨고 있었다.
‘지금까지 어째서 마법을 익히지 못해왔는지, 대강 짐작이 가는 군.’
이 세계에서 요구하는 마나축적법을 육체가 거부한 것이겠지.
바이러스 침입에 반응하는 육체의 방어기제처럼.
잘못된 방식을 근본적으로 육체 쪽에서 차단시킨 것이다.
그러니 그것을 우회해서, 정상적인 방법을 사용한다면 충분히 마법을 익히는 것이 가능할 터.
그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세계의 끝을 보고자 하는 욕망이 있다면.
“이름이 엘레노아라고 했던가. 가르쳐주지. 네 녀석도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을 말이다.”
그 순간부터, 소녀의 눈은 별빛으로 반짝였다.
****
드르륵.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예상했던 대로 내부의 분위기는 퍽이나 무거웠다.
단숨에 아르민을 향해 시선들이 쏟아진다.
‘어째 전부 쓸개라도 씹은 표정이군.’
이유야 뻔하다.
그들이 평생 익혀오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마법을 눈앞에서 사정없이 박살을 내줬으니.
기분이 좋을 리가 없겠지.
그러거나 말거나, 아르민은 느긋하게 교단으로 올라섰다.
저들이야 어찌되었건 교사로서 이곳을 찾은 아르민이다.
그러면 맡은 바 충실히 일할 뿐이다.
“마법이란 무엇일까. 생각해본 적 있나?”
– ·········.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마법의 업에 몸을 담은 이상, 각자가 가슴에 품은 답이 없을 리가 없다.
단지 아르민이 또 무슨 소리를 할까. 저어되어 섣불리 입을 열 수 없는 것이겠지.
그렇다면 여기선 자기가 먼저 첫 걸음을 내딛을 때다.
“단언컨대 마법이란 내 이념을 세상에 투사하는 방법론이다.”
웅성거리는 목소리가 커진다.
철학 대신 현상 재현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이 세계의 마법사들에게.
아르민의 논리는 폭력적이고, 또한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탓이다.
“예를 들어 내 앞을 가로막은 강대한 장애물을 쓰러트리고 싶다는 갈망.”
고요한 강의실 너머로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또 예를 들면 내 앞에 다친 누군가를 치료하고 도와주고 싶다는 소망.”
마력이 담긴 목소리는, 멀리 있는 학생에게도 흐트러짐 하나 없이 올곧게 가 닿는다.
아르민이 이야기하는 바는 단순했다.
마법이란 이념, 사상의 체현이 우선시 되는 현상이다.
적을 쓰러트리고, 소중한 것을 구하고, 끝내 내가 원하는 바를 쟁취하고 싶다.
그것은 흡혈귀라는 악을 세계에서 지워내고자 하는 마음일수도 있고, 아직 나약하고 차별 받는 누군가를 위해 신조차도 쓰러트리고자 하는 신념일 수도 있다.
현상의 재현.
사상의 구현.
“그리고 그러한 해답에 도달하기 위해, 우리 마법사에게 필요한 건 다른 누구보다도 명확하고 확고한 상상력이다.”
예를 들어보자.
“만약 나무 한 그루를 재로 만든다고 했을 때. 너희들은 어떤 생각을 품고 마법을 사용하나?”
램버트가 손을 들었다.
– 나무의 크기와 종류에 걸맞은 마법이겠지. 당신의 말마따나 예를 들어······. 엘프들이 애지중지한다는 세계수 같은 건 내 전력을 다한 마법으로 얼마든지 불태울 수 있다고.
이글거리는 눈빛.
숨기지 않는 적의가 퍽이나 유쾌하다.
상아탑의 교장이 엘프인 시점에서, 저 발언은 꽤나 문제의 소지가 있을 법한 소리였지만.
아르민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그 방식은 틀렸다. 그런 방법을 써봤자, 정말로 네놈의 허접한 마법이 세계수를 불태울 수 있다고 장담할 수도 없지. 그리고 실제로 네놈의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어.”
– 뭣.
램버트의 얼굴이 일그러지고, 이곳저곳에서 비웃음에 가까운 웃음이 터져나온다.
지난 번 사건으로, 이미 램버트가 학생의 리더로서 인정받는다는 것도 옛말이 된 탓이다.
– 어떤 새끼가······!
희번덕거리는 눈빛으로 사방을 노려보는 그였지만.
당연히 반응이 나올 리가 없었다.
그렇게.
“그럼 또 다른 사람 없나?”
아르민이 재차 질문하자.
스윽.
손을 든 사람이 있었다.
아르민은 그녀의 이름을 호명했다.
“엘레노아.”
그 부름에 삽시간에 주변에서 두런두런 소란이 일어났다.
설마 반푼이 엘레노아가 손을 들 줄은 몰랐다는 듯이.
모두의 시선에도 주눅 들지 않은 채, 엘레노아가 입을 열었다.
“나무에서 명확히 ‘재’를 상상하고 떠올린 채로 마법을 사용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발언에, 학생들은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라도 들은 것처럼.
황당무계하다는 듯 웃기 시작했지만.
“······맞아. 정답이다.”
아르민이 꺼낸 말에, 그것은 곧 커다란 웅성거림으로 변했다.
– 뭐?
– 대체 무슨 소리야?
그들이 뭐라고 하건, 엘레노아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아르민을 바라보고 있었다.
‘확실히.’
아르민은 인정했다.
그녀는 다른 이들과 시점부터가 달랐다.
“마법이란 내 이념과 신념을 결과로서 도출하는 방법론이다. 즉 나무에서 재를 얻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오롯이 ‘재’를 얻을 방법을 떠올리고 거기에 걸맞은 마법을 쓸 필요가 있다. 굳이 불이 아니어도 돼. 오히려 그 방법을 통했다간 재를 얻는다는 장담할 수도 없다. 재를 얻을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다른 방법을 궁구하고 사용한다. 그게 바로 마법의 궁극적인 형태다.”
하나 둘, 무슨 말인지 이해한 듯.
탄성이 흘러나왔지만.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 자들도 적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엘레노아는 확실히 그들과 서 있는 위치가 달랐다.
‘아예 이 세상의 마법 자체를 익히지 못했기에, 처음부터 다른 시야를 가져버린 것인가.’
아르민은 입술을 핥았다.
점점 더, 탐이 나는 인재지 않느냐고.
“즉 ‘나무를 불태워 재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너희가 사용해야할 마법은 ‘재를 만들기 위해 나무를 어떻게 해야 할지’ 정하는 마법인 셈이다.”
내가 원하는 바를 구현하기 위해, 그 과정을 세공하는 과정.
“알겠나? 지금부터 그럼 실습을 시작하지.”
****
수업이 끝난 뒤.
아르민은 조용히 상아탑의 교정을 걸었다.
물론 단순한 산책을 위한 행위는 아니었다.
‘영역 설정. 색적 필터 추가. 구현하는 속성은 마력과 신성력, 신물의 출력을 고려한다면 마력신경과 연계한 일정 수준 이상의 레벨을 설정해둘까.’
상아탑의 내부를 돌아다니며, 아르민은 곳곳에 신물을 찾기 위한 탐지 마법을 설치했다.
아직 오만과 색욕의 정체가 무엇인지 확실히 결정나지 않았다.
‘단순한 물건이라고만 생각할 수는 없어.’
탐식의 고래나 나태의 서는 명확한 형태가 있었지만.
나아가 질투는 신이 구축한 시스템으로 존재했었고, 탐욕은 시련이라는 형태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오만과 색욕 또한 어떤 식이 되든 간에, 단시간에 찾기는 어렵겠지.’
때문에 이건 시간 싸움이되, 공을 들여야만 한다는 모순적인 상황이었다.
알로스린 대공을 미네르바가 붙잡고 있는 사이.
원하는 바를 얻어낸다.
그 과정에서 별다른 피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조절을 하는 것도 필요할 터.
‘덕분에 본의 아니게 교사 노릇을 하게 됐다만은.’
아르카디아의 원죄를 조금이나마 바로잡기 위해서.
물론 현대 마법의 정수를 전부 가르친다는 건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이 세계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아르민이 익힌 과거 전설과 신화, 설화의 서사는 외부의 것에 지나지 않으니까.
하지만.
‘혹시라도 이 세계에서 현대 마법을 익히는 자가 나타난다면, 녀석이 구현하는 건 이 세계에 존재하는 신화와 전설이겠지.’
이론적으로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하여간 그런 식으로 생각을 정리하며 얼마나 걸었을까.
“스승님!”
문득 복도 끄트머리에서 엘레노아가 반색한 얼굴로 아르민에게 달려왔다.
스승님.
실로 처음 들어보는, 낯간지러운 호칭이었다.
그 옆에는 당연하다는 듯 조슈펠 또한 함께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동시에 아르민에게 찾아온 것을 계끼로 교류가 생긴 모양이다.
‘단순히 친구라고 부를 사이는 아니겠지만.’
실제로 둘 사이엔 어색함이 남아있는 듯 했고, 엘레노아도 간혹 조슈펠을 향한 적의를 숨기지 않았으니.
같은 목적을 지닌 적이라고 해둘까.
하여간.
“오늘 교육은 무척 유익했습니다!”
아르민 앞으로 다가와 방긋 웃는 얼굴로 수업의 대단한 점이나, 오늘 교육이 큰 배움이 되었다며 떠드는 모양새가.
‘어째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 같은 걸.’
그건 그렇고.
“오늘 수업은, 제게는 조금 충격이었어요. 그런 식의 생각으로 마법을 구현한다. 확실히 처음 보는 시점이었지요.”
조슈펠은 복잡한 표정으로 엘레노아를 바라보았다.
‘조슈펠도 엘레노아의 시점을 인상적으로 받아들인 모양이군.’
뭐, 이런 식으로 서로에게 자극을 받아가며 성장한다는 게 학생이지 않을까.
어울리지 않게 그런 감상적인 생각을 떠올리는데.
그때.
쾅!
– 이 새끼가!
– 덤벼! 마법을 못 쓰면 쫄 것도 없어!
문득 어디선가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
시선을 돌리자, 거기엔 램버트와 녹색 마탑 출신의 학생들이 싸우는 게 보였다.
“아까 비웃었던 학생들이군요.”
조슈펠의 첨언을 듣고서 아르민은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있었다.
끈질기게도 램버트는 결국 그 비웃음의 주인을 찾아내 싸움을 건 모양이다.
교학장의 명으로 교내 마법 사용은 금지.
그리고 그걸 방해하기 위한 역장 마법도 설치가 끝난 참이다.
“적색 마탑은 마법의 속성상 녹색 마탑과 마찰이 많죠. 상대적으로 속성이 우위이기도 하니까요. 그런 이들에게 비웃음을 당했다고 하니. 참기 어려운 것이겠죠.”
조슈펠은 별 것 아니라는 투로 말했지만.
그 말은 여러 가지를 시사하는 바가 있었다.
“마탑의 갈등 관계를 여기까지 끌고 왔단 건가?”
“모든 마탑의 지식을 평등하게 가르치자. 말은 좋습니다. 상아탑의 존재이념도 이해하지 못할 건 없어요. 다만 현실은 결국 저런 법이죠.”
마탑의 정치적 알력 다툼은 상아탑에서도 끊이지 않는다.
음지에서 힘을 써서, 유망한 천재를 짓밟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고.
애당초 그런 것을 막고, 화합을 이루기 위해 세운 것이 상아탑이거늘.
“저들 같이 우둔한 자들은 그조차도 모르는 것이겠죠.”
“그 말은, 조슈펠. 넌 다르다는 건가?”
조슈펠은 잠시 아르민을 지그시 바라보더니.
“예.”
망설임 없이 단칼에 답했다.
그건 자만심이나 오만함 따위가 아닌, 순수한 자신감이었다.
‘귀족으로서 프라이드란 건지.’
비꼴 마음조차 들지 않을 정도로 올곧은 모양새다.
그리고 엘레노아.
“······추잡하기 짝이 없어요.”
그녀는 싸늘하고 날카로운 눈동자로 싸우는 자들을 노려보았다.
저토록 빛나는 재능을 가진 주제에, 어째서 싸우는지 모르겠다는 듯이.
‘엘레노아의 재능, 그건 현대 마법의 재능이다.’
지금은 저렇게 질투하고 증오하지만.
아르민은 보다 본격적으로 그녀의 재능을 개화시켜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자신 또한 마법에 목말라 했던 적이 있기에 이해한다.
지금부터 그녀가 스펀지처럼 흡수해나갈 마법 지식은, 그녀를 보다 한 단계 높은 위치로 이끌어줄 것이라고.
그러니.
‘그걸 도와주는 것이 선생이란 존재겠지.’
“어쨌거나 저대로 내버려둘 순 없겠군.”
따악.
아르민은 손가락을 튕겼다.
****
“······같은 느낌이다.”
장소는 교학장실.
아르민은 업무 보고를 위해 아스트리엘을 찾았다.
“과연······. 예상대로네요.”
학생들이 치고 박고 싸우고 있다는데도 아스트리엘은 웃는 얼굴이었다.
그래도 꼴에는 교학장이라고.
“확실히 각 마탑을 대표한다는 대표성이, 그들을 그렇게 움직이도록 만드는 거겠죠. 바보 같이······. 여기선 싸우지 말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말하고 듣는다면 학생이 아니겠지.”
“어머? 전 착실한 학생이었는데요?”
“그러시겠지.”
아르민의 비아냥거림에 아스트리엘은 쿡쿡 웃기만 했다.
그렇다고는 해도.
“역시 이대로 내버려둘 수는 없겠어요. 조치를 취해야겠네요.”
“조치? 어쩌려고?”
아르민으로선 도저히 그들을 화해시킬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힘으로 찍어눌러봤자 그때 뿐이다.
견고하게 자신만의 이념으로 살아왔을 놈들한테 이제 와서 친하게 지내라고 해봤자, 뭐가 되겠냐. 이 말이다.
그랬더니.
“이럴 때를 위한 이벤트가 있죠.”
아스트리엘이 히죽거리며 꺼낸 말에, 아르민은 벌써부터 골이 지끈거려오기 시작했다.
샤오메이, 그녀가 이런 장난기 다분한 얼굴을 보여줄 때라면 늘 제대로 된 꼴을 못봤으니까.
대체 얼마나 변변찮은 이야기를 하려고 그러나, 싶은 그때.
아스트리엘은 유쾌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바로 단체 수학여행을 가서 친목을 다지는 거죠!”
······진짜 변변찮은 이야기였다.
< 제82장 – 규칙에서 벗어난 자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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