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is stronger RAW novel - Chapter (168)
내 마법이 더 쎈데-168화(168/203)
< 제84장 – 왜 초면부터 반말이냐. (1) >
“······그래서, 뭐가 궁금한데?”
엘레노아의 표정은 쓴 약이라도 삼킨 듯, 실로 볼만한 얼굴이라고 조슈펠은 속으로 피식 웃었다.
정말 전력을 다해 ‘상대해주기는 싫지만, 그래도 자신에게 물어볼 게 있다니 정직히 답해주겠다.’ 하는 그 태도가 기존에 엘레노아에게서 보기 힘든 태도였기 때문이다.
청색 마탑에서 보던 열등생의 모습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순수하게 학업에 열중하고 있는 우수한 학생의 모습.
자연히 조슈펠의 입가에도 미소가 드리워졌다.
다만.
“딱히 없답니다.”
조슈펠이 꺼낸 말에, 또 다른 의미에서 엘레노아가 해괴한 표정으로 일그러졌다.
대체 무슨 의미냐는 듯이.
“그 자리를 빠져 나오기 위해 당신을 이용한 것뿐이에요.”
조슈펠은 순순히 인정했다.
엘레노아를 싫어하는 그들을 피해 당신에게 붙었다고.
한 치의 가식도 없이 스스럼없이 밝히는 그 태도에.
“······숨길 생각도 없네. 귀족이란 녀석들은 다 그래?”
“글쎄요.”
조슈펠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런 조슈펠을 가늘게 뜬 눈으로 노려보던 엘레노아는 문득 질문을 던졌다.
“저치들이야 그렇다 치고, 그러는 넌 날 싫어하지 않았어?”
“전에도 말했죠. 당신을 존경한다고. 최근 엘레노아 양이 보여주는 모습엔 순수하게 감탄하고 있답니다.”
그러고 보니, 확실히 이번 일은 주제 넘은 짓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엘레노아가 반갑고, 그 자리를 빠져 나오기 위해서라고는 했어도.
“이번 일은 당신에게 모욕적인 일이었네요. 죄송해요. 배려가 부족했어요. 사과 드리겠어요.”
“뭐?”
순순히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귀족 아가씨.
아무리 엘레노아라고 해도, 조슈펠의 그런 파격적인 모습에는 적잖이 당황했는지 얼굴이 굳어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 그러니 이런 건 어떨까요? 사과도 할 겸, 절 구해주신 것에 대해 보답도 할 겸, 지금부터 함께 움직이는 건 어떠신가요?”
생긋 웃는 얼굴로 조슈펠이 말하자, 당연히 엘레노아는 반발했다.
“내가? 왜 너 같은 거랑? 딴 사람이나 알아보지 그래?”
학을 떼듯 적의를 숨기지 않고 말하는 엘레노아지만.
그럼에도 조슈펠은 여유를 갖고 말을 이었다.
이 말 한 마디면 엘레노아를 회유하는 것 따위야 식은 죽 먹기라는 듯이.
“참고로 제가 이곳에 오기 전에 집사로부터 들은 이야기인데. 비발트에서도 유명한 파티시에가 별이 머무는 땅 근처에서 디저트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더군요.”
이 세계에서 과자란 호화스럽기 짝이 없는 사치다.
마력 도구를 이용해 제조를 거쳐야 하는 그 번거로움 때문이라도, 어지간한 귀족이 아니라면 입에도 댈 수 없는 것이 과자인 것이다.
그런데.
“그곳의 딸기 케이크가 그토록 맛있다던데······.”
슬쩍 엘레노아의 눈치를 살피며 꺼내든 미끼를.
“서, 설마······. 한 번 먹으려면 금화 한 닢은 줘야 한다는 그 케이크 말이야······?”
“어머, 알고 계셨나요? 괜찮으시다면 대접해드릴 수 있사온데.”
그 한 마디가 결정적이었다.
얼굴 위로는 ‘이래서 귀족이란 것들은······!’ 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 엘레노아도 결국엔.
“······어울려주는 건 오늘 하루만이야.”
패배를 시인했다.
“후훗, 고마워요.”
****
관광지 옆.
인파로 북적이는 거리 위로 엘레노아와 조슈펠이 가게 문을 열고 나섰다.
– 딸랑.
“후······. 듣던 대로 환상적인 맛이었어. 살면서 이름 난 파티시에의 케이크를 먹어볼 날이 올 줄이야······.”
거리를 내걸으며 아직도 꿈결 같은 맛을 되새기는 중인지, 몽롱한 표정을 짓는 엘레노아의 모습에 조슈펠은 쿡쿡 웃었다.
“그렇게 마음에 드셨나요?”
“이런 걸 매일 먹는 귀족들이면 몰라도, 나 같은 사람한테는 평생 한 번 먹어볼까 말까한 거라고! 당연히······!”
거기까지 말하던 엘레노아는 여전히 웃고 있는 조슈펠의 모습에 부끄러워졌는지.
달아오른 얼굴로 고개를 휙휙 저었다.
“돼, 됐어···! 그보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잊기 전에 복습을 해둬야지.”
우웅.
마력이 공명한다.
엘레노아는 양 손의 검지를 맞붙이고는 천천히, 그 중심으로 마력이 통하도록 호흡을 하기 시작했다.
전형적인 마력유도현상이었다.
그 모습을 조슈펠은 말을 잊은 채 놀랍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그건······.”
아름답다는 말이 나올 정도의 마력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건 놀라운 일이기도 했다.
조슈펠이 알기에, 엘레노아 그녀는 심장에 마나의 고리를 만들지 못해 마력을 이용할 수 없는 몸이었을 텐데.
“여기 오는 동안 스승님에게 배워뒀던 기본 술식이야. 움직일 수 있는 마력량은 1서클의 3분의 1도 되지 않지만. 이 술식을 반복하다보면 육체가 자연스럽게 마력에 익숙해질 거라고 하셨어.”
그러니 한 시간에 한 번씩은 준비운동처럼 꼭 해두라는 말도 덧붙였다면서.
엘레노아나 조슈펠은 알지 못했지만.
아르민이 알려준 술식은, 아직 신경계를 마력신경으로 바꾸지 못한 초심자를 위해 준비한 특별 술식이었다.
이 연습을 반복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신경계와 피부, 근육 따위가 자연스럽게 마력을 빨아들이도록 디자인된 마법인 것이다.
“정말······. 아르민 교사. 그는 당신에게 마법을 가르쳐준 거군요.”
간신히 조슈펠이 꺼낸 말은 그것이었다.
누구도 해내지 못한 일을, 그 남자는 태연히 해냈다고.
그리고 그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건 엘레노아 본인이기도 했다.
“·········스승님은, 내게 있어 구원이나 다름없어.”
– 너희들의 마법은 싸구려다.
단 한 마디.
고작 단 한 마디에 불과했지만.
그 말은 곧 견고하고, 절대로 무너질 리가 없다고 생각한 엘레노아의 세계를 무너트려주었다.
가능성을 보여주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며 등을 떠밀어줬다.
그래서 구원이라고.
“내 인생이 의미가 없지 않다고, 스승님은 내게 알려주신 거야.”
아마 평생을 걸려도 엘레노아는 잊을 수 없겠지.
– 제가 마법을 배울 수 있을까요?
가슴이 뛰는 고동을 느끼며 처음으로 느껴본, 이 육체를 적시는 마력의 감각에 엘레노아는 펑펑 울면서 아르민에게 물었다.
대답은 금방 돌아왔다.
– 배우지 못할 것도 없지.
배우지 못할 것도 없다.
지금까지 배우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기만 했던 그녀에게, 그런 것은 뭣 모르는 놈들의 헛소리라고 아르민은 단언했다.
그것이 엘레노아에겐 구원이 아니라면, 무엇일까.
“······그런, 가요.”
조슈펠은 감히 엘레노아가 꺼내든 구원이라는 말이 그녀에게 있어 어느 정도나 되는 무게를 지니고 있을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조금은 그녀의 마음에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남자는, 저를 두고 제자라고 말했어요.’
이제까지 조슈펠은 브랑슈아 가문의 유산으로서, 어디까지나 ‘만들어진 인형’에 지나지 않았음을.
자신도 알고, 마탑의 타인들도 알고 있으며, 자신을 기른 부모조차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아르민은 그게 뭐 별 대수냐는 듯, 조슈펠에게 이야기하지 않았던가.
– 내게 한방 먹여주고 싶다면, 그만큼 성장하란 거다. 나는 제자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게 즐겁거든.
타인들처럼 날 이용하려고 들지도 않고.
만들어진 자라고 하여 꺼림칙해하며 손가락질을 하지도 않았다.
그저 그 남자는.
감히 당신의 마법을 부정하고자 한 나를 제자라고 인정해주었다.
그 따스한 마음이, 이 가슴에 스며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그런 점에서는 엘레노아나 조슈펠이나 아르민에게 무언가 빚을 지게 되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었다.
그렇게 한동안 감상적인 이야기를 떠들며, 자연스럽게 조슈펠과 엘레노아 사이에 대화가 사라졌다.
뜨뜻미지근하면서, 절로 뺨이 간지러워지는 어색한 분위기 속에.
“······어?”
처음으로 이상(異常)을 느낀 건 마력을 움직이던 엘레노아였다.
아까까지만 해도 관광지라는 이름이 남부끄럽지 않을 만큼, 인파로 가득한 거리였다.
그런데.
“왠지, 분위기가 이상하지 않나요?”
조슈펠의 경계 어린 목소리가 울린다.
주변을 둘러보니 어째선지 거리에 인적이 보이지 않게 된 것이다.
이건 명백히 이상했다.
아무리 우연히 거리가 비었다고 해도, 아무도 없다는 건 말도 되지 않는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고 나서야.
“엘레노아 양! 저기······!”
“저게 뭐야?”
조슈펠이 가리킨 장소.
그곳엔 흐물거리는 그림자가 있었다.
지금이라도 훅 하고 촛불처럼 꺼질 듯. 동시에 바람결에 흔들리는 등불처럼 존재하는 그것.
그것은.
– 쇄애애액!!
단숨에 조슈펠과 엘레노아를 향해 쇄도하기 시작했다.
****
“여긴가.”
별이 머무는 땅.
그것은 이 일대에 마법의 신이 잠들었다는 유적 주변으로 형성된 관광지를 일컫는 말이기도 했지만.
보다 정확히 특정하자면, 신이 떨어진 땅 그 자체를 의미하는 말이었다.
관광지의 중심.
인파가 오고가는 그곳에 우뚝 서 있는 탑이 아르민의 시선을 끌었다.
“저게 바로······.”
신좌에서 굴러 떨어진 마법의 신이 떨어졌다는 장소.
그곳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탑이다.
‘역시 직접적인 출입은 금하고 있나.’
탑 주변을 둘러치고 있는 쇠사슬이, 이곳이 얼마나 엄중히 관리되고 있는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일단은 마력을 이용해서.’
제2종 마법.
아르민이 손가락을 튕기자.
마력의 파장이 퍼져 나가며, 이 일대를 샅샅이 훑기 시작했다.
만약 아르민의 예상대로 이 근처에 신에 대한 단서나, 그에 준하는 무언가가 잠들어 있다면 당연히 탑 근처에 숨겨져 있을 터.
논리적인 귀결을 통해, 그러한 답에 도달한 것이다.
그리고 그 추측은.
“빙고.”
보란 듯이 맞아 떨어졌다.
<탐지 마법>이 알려온 결과, 그건 탑 아래로 무언가 빈 공간이 존재한다는 정보로 돌아왔다.
‘그렇다면 어디.’
아르민은 슬쩍 주변을 둘러보며 남들이 자신을 주시하지 않는다는 걸 파악하고 나서.
‘광학위장.’
따악.
발끝과 손끝에서 일어난 마력이, 홀연히 아르민의 존재를 지우고 기척을 감추었다.
천천히 쇠사슬을 넘어 탑으로 다가가자.
‘이건·········.’
마침 탑 근처에서 아르민의 눈에 익은 문자가 발견되었다.
룬 문자.
ᚺ
물건을 숨기고, 정체를 은폐하기 위한 침묵의 룬 하갈(Hagall).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다.
‘누군가가 무언가를 숨기기 위해, 이 탑을 세우고 지하를 봉인했다.’
그것을 확인하고자, 아르민은 룬 문자를 손가락으로 쓰다듬었다.
스아아악!
****
저벅저벅.
짙은 어둠으로 가득 찬 계단.
그 아래를 아르민은 천천히 내려가고 있었다.
하갈의 룬을 일깨우고 나서 아르민은 탑 내부로 들어올 수 있었다.
탑 아래로 이어진 나선의 계단은 마치 무한히 이어진 계단처럼 아르민의 발을 한없이 아래로 이끌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저벅.
아르민은 계단의 끝에 도달했다.
– 빛이여.
딸칵.
아르민이 마력을 불러일으키자, 단숨에 지하를 비추는 밝은 마력등이 생겨났다.
그렇게 밝혀진 장소를 둘러보며 아르민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이곳은······.”
학교 운동장을 연상시키는 장소.
그 드넓은 공간에는 여러 대의 캡슐이 들어서 있었다.
태반이 무너지고 박살나 있어, 원형을 유지한 건 몇 개 없었지만.
그럼에도 몇 남아있는 캡슐의 안을 들여다보자.
“······괴물?”
그 안에는 원형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말라 비틀어진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대체 이것의 정체가 무엇일까.
“생명체를 감금하기 위해? 아니면······. 육성하기 위해서 마련한 공간인가?”
그렇다면 대체 이 캡슐 안에 담겨 있는 생물체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것들은 그 어느 것도 아르민이 알고 있던 마수나 환수, 괴수와도 형태가 달랐다.
마치 기존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억지로 만들어낸 것처럼.
아마 비슷한 전승으로 이름을 대자면 현대 연금술 중에서도 소수의 이단만이 목표로 세우고 있던.
“카이메라(Chimera)를 실험하던 곳인가?”
그렇게 천천히 둘러보던 중, 아르민의 눈길을 끄는 것이 있었다.
‘멀쩡한 캡슐이 있다.’
외부의 충격이나 내부의 파괴 없이, 유일하게 멀쩡하게 형체를 유지하고 있는 캡슐이 하나 있었다.
그건 다른 캡슐보다도 확연히 커다란 크기를 자랑하고 있어서, 여기에서 배양되던 생명체가 있다면 대체 그 크기가 얼마나 될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이게······. 마법의 신이 남긴 유산인가?”
그럼 그 유산의 정체가 무엇일까.
아르민의 손가락이 혹시라도 남아있을지 모를 마력 증거를 찾기 위해 캡슐의 표면을 쓸어 넘기려는 찰나였다.
따악.
화르륵!
실로 자연스럽게, 아르민은 자신의 뒤로 접근해온 ‘상대’를 향해 마법을 펼쳤다.
주위를 집어삼키는 백열의 화염이 놈을 덮친다.
그 순간.
파아아앗!
거대한 마력이 움직이며, 아르민이 일으킨 마법을 흡수해버렸다.
“호오······.”
살짝 감탄이 담긴 목소리를 흘리며, 아르민의 시선이 향한 곳.
거기에는 사방으로 음침한 기운을 흩뿌리는 남자가 있었다.
음울하게 사방으로 뿌리는 기세는 숨이 막힐 정도로 짙은 죽음의 냄새를 풍기고 있었으니.
저 남자의 이름을, 아르민은 조용히 입에 올렸다.
“테트리오 교수라고 했던가?”
“·········.”
제미니가 말하길 흑색 마탑의 출신.
죽음을 다루는 마법사라고 불리던 그 남자.
왜 그런 남자가 이런 곳에 있는가.
대체 그 정체가 무엇인지, 아르민이 캐어 묻기도 전에 먼저.
“······아르민 일레인스. 너는 ‘그 아이’와 무슨 관계지?”
갑자기 튀어나온 이해할 수 없는 질문.
예상과는 달리 무거운 목소리는 그에 걸맞은 중후함을 품고, 아르민을 압박하듯 밀려들어 왔다.
아마 평범한 일반인이 들었다면, 그 목소리가 가진 위엄에 무릎을 꿇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목소리에 담긴 마력만으로 상대를 위압하고 굴복시킨다.
아르민에 지식에 의하면 그것을 마법사들은 ‘피어’라고 부른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가능한 건 소수의 특정한 생명체뿐이라는 걸 떠올려냈다.
모든 마법의 종주라 불리며, 모든 생명체의 상위 존재라고 일컬어지는 존재.
그렇기에 아르민은 입가를 일그러트리며, 테트리오 교수를 향해 이렇게 입을 열었다.
“너 나 알아? 왜 초면부터 반말이냐?”
순간 음침하기만 하던 남자의 얼굴로 동요가 피어오른다.
설마 이 상황에서, 그런 질문을 던질 줄은 몰랐다는 듯이.
피어에 당한 것도 아니고, 당당하기만 한 태도.
때문에 아르민은 놓치지 않았다.
‘역시 이 기운은 그거로군.’
동요하는 시선 속에서 명확히 감지되는 ‘인간 이외의 것’을 가진 기운.
상대의 정체는 하나였다.
“너, 드래곤이네?”
< 제84장 – 왜 초면부터 반말이냐.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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