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is stronger RAW novel - Chapter (170)
내 마법이 더 쎈데-170화(170/203)
< 제85장 – 새로이 엮인 실타래 (1) >
인적이 보이지 않는 거리.
노을이 늘어지며 고즈넉한 분위기가 감도는 길거리를 두 명의 소녀가 달리고 있었다.
“하아! 하아!”
숨이 턱밑까지 차오른다.
아무리 숨을 쉬려고 해도, 고동치는 심장은 제때 산소를 보내주지 않는다.
슬며시 머릿속으로 치미는 감정은 아픔, 고통, 그리고 공포.
– 어째서 이런 상황이 되어버린 것일까.
달리는 와중에도 빳빳하게 굳은 목을 억지로 돌려, 엘레노아는 그 감정의 근원을 돌아보았다.
– 쉬이잇!
날카로운 쇳소리.
낮게 나는 형체.
그것은 그림자였다.
아니, 보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그림자의 무리였다.
숫자는 총 넷.
그들은 사방을 점하고, 건물의 지붕과 벽면, 거리의 중심을 내달리며 엘레노아와 조슈펠의 뒤를 쫓고 있었다.
– 쉬이잇!
– 쉿! 쉿!
연이어 울리는 쇳소리는 그들만의 의사소통 방법인 것인지.
쇳소리가 울릴 때마다, 그림자들은 위치를 바꾸고, 달리는 방향을 바꾸어 신속 정확한 태도로 움직이는가 싶더니.
이내.
피이잉!
“윽?!”
엘레노아의 뺨을 스치는 마력탄.
적의가 담뿍 담긴 마탄은 연이어 그녀들의 등판을 노리고 쏘아졌다.
“엘레노아 양······!”
조슈펠의 비명에 가까운 부름이 있고 나서, 엘레노아의 몸뚱이가 기우뚱, 바닥을 굴렀다.
우당탕!
아마도 이건 운이 좋았던 것이겠지.
마탄의 서슬에 놀란 나머지 엘레노아의 발이 기세를 이기지 못하고 꼬여버렸다.
덕분에 바로.
피이이잉!
고작 종이 한 장 차이로, 방금까지만 해도 엘레노아의 머리가 있던 자리를 마력탄이 스치듯 지나갔다.
“크읏!”
피한 건 좋지만, 넘어져버린 이상, 이대로 있다간 그림자와의 거리가 줄어들기만 할 터였다.
그때.
“일어나세요! 엘레노아 양! 여기서 멈추면 당할 뿐이에요!”
조슈펠은 그리 외치며, 몸을 돌려 달려드는 그림자를 향해 손을 뻗었다.
동시에 방전을 일으키듯, 그녀의 머리칼이 새하얀 빛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마력의 구현화 현상.
성문(聲門)을 통해 마력을 구현할 필요 없이, 체내에 만들어낸 회로만으로 마법을 발동시키는 방식.
이 방법은 그녀들의 스승의 말마따나 기존 마법을 싸구려로 취급하리만치 고도화된 마법 사용 술식이다.
그렇게 마은의 머리카락이 마력의 불꽃으로 달아오르자.
“물빛의 창(Aqua Spear)!”
영창을 대신해, 투창을 하듯 조슈펠의 오른팔이 포물선을 그린 순간.
행위(Action)라는 방식을 통해, 조슈펠의 마법은 발동되었다.
쇄애액!
[·········?!]그 찰나 그림자들의 행동이 한순간이나마 흐트러졌다.
약 반 박자 정도 뒤늦게 조슈펠의 마법을 피하기 위해 그들은 일사분란하게 몸을 움직인 것이다.
위급한 상황 속에서도, 그 광경을 목도한 엘레노아의 눈썹이 미미하게 흔들렸다.
분명 방금 조슈펠이 사용한 마법은 기존의 마법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특수한 방식의 마법 행사였다.
그래, 어디까지나 기존의 상식에 의거했을 때 말이다.
헌데 여기서 저들이 조슈펠의 마법에 반응이 늦어졌다는 건 즉.
‘······마법에 익숙해?’
방금 보여준 행위에서 읽어낼 수 있는 반증.
여전히 타오르듯 일렁이는 그림자 무리의 정체가 뭔지, 편린조차 짐작할 수가 없지만.
그 정체를 파악하기 위한 단초가, 아지랑이처럼 손끝에 걸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계속해서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일단은 상아탑의 숙소로 도망쳐야 해요! 그곳이라면 저희를 도와줄 이들이 있을 테니까!”
“으, 응!”
조슈펠의 말이 옳았다.
당장 이곳에서 엘레노아는 싸움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할 줄 아는 거라고는 미약한 마력을 움직이는 정도뿐인 엘레노아는 방해물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물론 조슈펠의 실력이 뛰어나긴 하지만.
‘저들도 조슈펠과 비등할 정도로 강해!’
특히나 정체가 특정되는 걸 피하기 위해서인지, 일부러 무색의 마력탄만을 사용하며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저들이 평범한 치들이 아니라는 걸 대변해주고 있었다.
더구나 그 숫자는 넷.
정면으로 승산이 없는 이상, 도망쳐서 도움을 요청해야만 했다.
‘숙소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거기엔 교사들과 현 상아탑 최강의 마법사라는 말이 부족하지 않을 교학장 아스트리엘이 있다.
그리고 다른 누구도 아닌.
‘스승님이 계실 거야!’
그곳까지만 간다면, 습격자를 물리치는 게 가능하다.
그리 생각했을 때 한 번 더.
피이잉!
마력탄이 쏘아졌다.
이번에도 그것이 노리는 건, 다름 아닌 엘레노아였으니.
조슈펠의 손을 잡고 다시금 달리기 시작한 엘레노아는 자연스럽게 생각했다.
‘뭔가, 이상해.’
아까부터 가슴을 술렁거리게 하던 의혹.
저들의 정체가 무엇인지도 궁금했지만, 무엇보다 저들이 왜 우리를 습격했는지. 엘레노아는 줄곧 의문을 품고 있었다.
게다가.
연이어 쏘아진 마력탄이 집요하게 노리는 건, 어째선지 아까부터.
‘······나만 노리고 있어.’
처음엔 어디까지나 자신들이 상아탑 소속의 학생이란 이유로, 혹시나 알력 다툼 중에 있을 어떤 조직이 인질로 삼기 위해 습격해온 게 아닐까. 생각한 엘레노아였지만.
계속된 추격 속에서, 엘레노아는 왠지 그것만이 아니라는 인상을 받았다.
‘차라리 인질의 가치를 논한다면, 나보다는 당연히 조슈펠 쪽이 더 가치가 있어.’
브랑슈아 가문의 영애라는 직함과 마은의 머리칼이라는 저 특징은, 최소 엘레노아 따위보다는 그녀가 백배나 더 가치 있는 인물임을 증명하는 요소다.
그런데도 어째선지, 저들은 조슈펠이 아닌 자신을.
엘레노아라는 무능한 소녀만을 노리고 있었다.
그 의도.
이해할 수 없는 행위에 불안감이 스멀스멀 기어오른다.
“이쪽이에요! 엘레노아 양!”
“하아! 하아···!”
“조금만 더 가면 숙소가 보일 거에요!”
그래도 당장엔 도망치는 게 우선이다.
가까스로 거친 호흡을 반복하며, 두 사람은 길거리의 모퉁이를 돌아, 쭉 뻗은 대로변으로 걸음을 들이민 바로 그때.
기다렸다는 듯이, 대로변의 중심에서 그녀들을 맞이해주는 자가 있었다.
또 다른 그림자.
그건.
“다섯, 번 째······?!”
지금까지 추격자는 네 명이라고 생각했던 생각을, 그 전제부터 무너트리는 변수.
– 아르, 마르주나, 후!
피이잉!
다섯 번째 그림자는 주저 없이 도망자들을 향해 마탄을 쏘았다.
****
더러운 뒷골목 안쪽.
뚝. 뚝.
그 바닥 위로 점점이 선혈이 떨어진다.
“하앗, 하아······.”
“·········너.”
엘레노아는 자신 앞에서 피가 흐르는 어깨를 부여잡고 고통스러워하는 조슈펠을 말문을 잃은 채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방금 전.
그녀들 앞에 나타난 다섯 번째 그림자.
그 그림자가 주저 없이 마탄을 쏜 순간, 조슈펠 또한 망설임 없이 마법을 발동했더랬다.
– 몰아치는 바람, 얼어붙는 대지, 솟아나는 물길. 천지를 뒤덮는 얼음의 성벽! 블리자드 스톰!
아르민에게 배운 지식보다도, 몸에 익은 버릇이 먼저 튀어나오며 발동된 4서클이 청색 마법.
그 순간 얼음이 춤을 추었다.
일대를 새하얗게 얼어붙게 만든 그 마법 덕분에, 다행히 그녀들은 그림자를 피해 뒷골목으로 도망칠 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 결과가 바로 이거였다.
앞서 엘레노아를 지키듯 앞으로 튀어나간 조슈펠이, 미처 마탄의 기세를 죽이지 못해 어깨에 정통으로 마탄을 맞고야 만 것이다.
엘레노아는 이를 악물었다.
가장 먼저 든 의문은 이것이었다.
“왜······.”
나를 지키려고 들었나.
조슈펠이 날 지키려고 들지만 않았어도, 다치는 일은 없었을 텐데.
아마 조슈펠도 알아차린 것이리라.
그림자들이 다른 누구도 아닌 엘레노아, 자신을 노린다는 사실을.
하지만 차마 엘레노아는 조슈펠에게 물어볼 수가 없었다.
왜 날 지켰냐고 물어보았자, 돌아올 말은 뻔했다.
‘내가 약하니까.’
내가 무능하니까.
열등생이니까.
귀족인 그녀로서는 그놈의 귀족이 가진 의무란 것 때문에, 내 앞을 가로막았으리라고 쉬이 추측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 질문 대신, 엘레노아는 고개를 흔들며 입을 열었다.
“······쳐.”
“하아, 하아······. 뭐라고, 했나요? 엘레노아 양?”
피를 너무 많이 흘린 탓일까.
조슈펠은 차츰 흐려지는 시선으로 엘레노아를 바라보았다.
그 모습에 엘레노아는 이를 악물고 한 번 더 말했다.
“도망치라고 했어.”
“···도망, 은 칠거에요. 이 앞으로 두 개의 거리만 추적을 피해 달아날 수 있다면······.”
그런게 아니다.
엘레노아는 본심을 입에 담았다.
“너도 잘 알거 아냐! 놈들이 노리는 건 나야! 그러니 나 같은 건 버리고 너 혼자서 도망치라고! 이 멍청아!”
화가 났다.
놈들이 나를 노리는 이유는 모르지만, 확실한 건 한 가지 있다.
조슈펠이 자신을 버리고 혼자라도 도망친다면, 그녀는 이렇게 다칠 필요 없이 무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러니 도망쳐라.
이 자리에서 벌어진 일을 고발하기 위해서라도.
저 좆 같은 놈들을 잡아 족치기 위해서라도 날 버리고 도망가는 것이야말로 마법사로서 가져야할 이성적인 선택일 테니까.
하지만.
“그럴 수 없어요.”
거친 호흡이 가지런해진다.
흐려졌던 시선이 또렷해진다.
조슈펠은 담담히 엘레노아를 바라보며 그리 입을 열었다.
“왜? 귀족으로서 도망치는 건 꼴사나우니까? 패배를 인정하는 게 자존심 상하니까?”
그것도 아니라면 귀족의 품위를 위해서냐?
“자존심이 밥을 먹여주는 것도 아니잖아!”
아니, 설사 그런 이유들이 아니라고 한다면, 혹시.
“내가 약하니까. 그래서 목숨을 다해 구해주겠다 이거야? 나 같은 약자를 지키는 게 귀족의 의무니까?”
노블리스 오블리주라고 하던가.
애당초 그 전부가 열등생으로 살아왔던 엘레노아에겐 전부 헛소리나 다름없었다.
중요한 건 하나였다.
“나 같은 거 때문에 죽으려 들지 말고, 목숨을 귀중하게 여겨. 살아남는 걸 최우선으로 삼으라고.”
그건 밑바닥에서 살아오며, 어떻게든 버티고 버티는데 이골이 난 엘레노아였기에 입에 담을 수 있는 본심이었다.
“고귀하신 귀족님이잖아? 추하더라도 도망쳐서 살아남으란 말이야!”
엘레노아는 눈물이 흐르는 눈동자로 조슈펠을 노려보았다.
그러자 돌아온 건, 조용히 얼음 같은 눈동자로 자신을 돌아보는 조슈펠의 시선이었다.
“윽.”
한순간이나마 그 냉정하며 얼음 수정처럼 아름답기까지한 조슈펠의 눈빛에 엘레노아가 압도된 찰나.
그녀가 말했다.
“제가 당신을 구한 것, 그건 귀족의 품위 때문이라거나, 제 자존심 때문을 위해서 그런 게 아니에요.”
“그럼 대체 뭘 위해······!”
조슈펠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걸 왜 묻느냐는 듯이.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고.
“그저 친구가 위험하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 그런 친구를 내버려두고 도망칠 만큼 제가 어리석진 않기 때문이죠.”
공기가 가라앉았다.
“······친구?”
말문이 막혔다.
기가 막히고, 어처구니가 없어서, 무슨 헛소리냐고 따박따박 쏘아줄 생각이었다.
그럴 요량으로 입을 연 엘레노아는.
“······친구······라고.”
결국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했다.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이유였다. 그런 생각, 단연코 지금까지 한 번도 떠올려본 적이 없는 이야기였다.
자신에게 친구라니, 이제까지 엘레노아가 만나왔던 자들이 누구인가.
자신을 얕잡아 보고, 경멸하고, 능멸하며, 손가락질을 해왔던 치들뿐이었지 않은가.
그런데.
– 설마요. 저는 당신에겐 그저 감탄하고 있을 뿐이에요. 감쳐둔 실력···이라는 말은 어폐겠죠. 단지 올바른 교사가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실력이 일취월장하다니. 그 부분에선 순수하게 당신을 존경하고 있답니다.
그때 했던 말.
단지 입발린 소리라고 치부했던 말이, 정말로 조슈펠의 본심이었던 거라면.
콰앙!
하지만 무언가 가슴을 저미는 감정에 결론을 내리기도 전에, 골목길의 벽면이 박살나며 마탄이 날아들었다.
“크윽!”
엘레노아는 억지로 조슈펠을 끌고 구르듯 골목길을 빠져 나왔다.
그러자.
[찾았다.] [애를 먹이는 군.] [필요 없는 개체는 폐기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대상체만 회수해서 돌아간다.]한 번에 다섯.
일렁이는 그림자들이 앞뒤를 전부 감싸고 등장한 이상.
이미 퇴로는 막혔다.
“크읏!”
신음을 삼키며 조슈펠이 손을 들었다.
손끝에서 일렁이기 시작한 마력의 기류.
이미 한계에 다다랐을 것이 분명하건만, 그럼에도 조슈펠은 포기하지 않고 얼음을 불러내려고 하고 있었다.
단 한 번만이라도 좋다. 이 자리를 모면하기 위한 수를.
– 친구를 구하기 위한 마지막 마법을 사용하고자 했다.
“얼음이여······!”
하지만 그러한 조슈펠의 최후의 각오는
[소용없다.]피잉!
쏘아진 마력탄이, 조슈펠의 반대쪽 어깨를 꿰뚫는 것으로 전부 산산조각 났다.
“카, 하악!”
목구멍으로 치밀어 오른 비명을 토해내며, 바닥을 구르는 조슈펠을 엘레노아는 가까스로 받아들었다.
[전부 끝났다. 대상체 이외의 개체는 폐기하고, 대상체만을 회수한다. 이 이상의 저항은 무의미하다. 저항하지 않는다면, 더는 폭력은 행사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마.]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한 다섯 개의 그림자.
엘레노아는 고개를 흔들고는 조슈펠을 천천히 바닥에 눕혀두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들어 조슈펠을 지키듯 그들의 앞을 가로막고선.
[······저항은 무의미하다고 했을텐데.]엘레노아는 검지로 그림자를 가리켰다.
아르민이 가르쳐준 마법. 이 자리를 지키기 위해선 그것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무의미하지 않아.”
그래, 무의미하지 않다.
“친구를 지키는 일이 무의미할 리가 없지.”
소리 없는 비웃음이 공간을 어지럽힌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엘레노아는 입술을 일그러트리며 아르민에게 배운 마법을.
그녀가 생전 처음으로 손에 쥔 마법을 발동했다.
싱글 액션.
공기팡.
“빠앙.”
검지에서 튀어나간 미약하기 짝이 없는 마력의 줄기.
비웃는 것이 당연하리만치 무의미한 마법의 행사.
그리고 당연하게도.
퍼억.
그림자의 머리가 터져나갔다.
– ············?!
혼란이 퍼져나간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그 누구도 이해하지 못한다.
엘레노아조차도 믿기지 않는 눈동자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을 무렵.
턱하니 그녀의 어깨에 얹어진 손이 있었다.
딱딱하고 무겁고, 그리고 무엇보다 따스한 손길은.
“잘 버텨주었다.”
엘레노아의 가슴에 스며드는 목소리로 이렇게 일갈했다.
“여기서부터는 네 스승한테 맡겨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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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85장 – 새로이 엮인 실타래 (1) > 끝
ⓒ 뫄뫄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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