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is stronger RAW novel - Chapter (171)
내 마법이 더 쎈데-171화(171/203)
< 제85장 – 새로이 엮인 실타래 (2) >
따악!
한 번.
그 남자가 검지를 튕긴 순간.
세상은 온전히 그의 손에 떨어져 우리가 알던 세계가 아닌, 전혀 다른 이계로 변모했다.
섬광이 번뜩이고.
마력이 들끓는다.
남자가 발을 딛는 땅마다 대지는 울음을 토해내고, 하늘을 메운 구름은 제 몸이 찢겨나가는 순간조차 깨닫지 못한다.
대지를 가르고, 하늘을 불사르는 마력을 양 손에 움켜쥔 채, 남자는 주제도 모르고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가소롭기 짝이 없는 그림자들을 일거에 단죄했다.
‘············아.’
그 광경을 엘레노아는 그저 숨 쉬는 것조차 잊은 채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물론 적도 가만히 당해주고만 있지는 않았다.
다섯의 그림자, 아니, 방금 전에 있었던 불의의 기습으로 인해 그 숫자가 넷으로 줄어든 그림자들은, 남자가 펼친 갑작스러운 공격에도 당황치 않고 발을 맞추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과연 엘레노아와 조슈펠의 숨통을 죄어오던 실력이 거짓이 아니라는 듯이, 그들의 움직임은 지켜보는 엘레노아의 예상 따윈 가볍게 초월하리만치 정확하고 빨랐다.
콰아앙!
남자가 펼친 마법을 피해 산개하고, 직후 공격을 회피하는데 성공했다고 판단하면······.
또한 그대로 망설임 없이 합을 맞추어 남자의 사각을 점한다.
눈을 깜짝이고 나니 남자의 사방을 그림자들이 점했다고 생각한 찰나, 이미 날숨을 내쉬기도 전에 그림자들은 남자를 향해 무색의 마력탄을 쏟아붓고 있었다.
“위, 험······!”
엘레노아는 조슈펠을 끌어안은 채로 저도 모르게 비명처럼 경고성을 토해냈다.
한 치의 낭비도 없고, 일촌의 늦음도 없이.
모르긴 몰라도 그림자들이 십 수년 이상을 쌓아왔을 실력으로 펼친 합공이다.
그 공격의 위력은, 바로 직전까지 희롱당하던 엘레노아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흥미로워.”
마력탄으로 이루어진 장벽을 향해 남자가 오른팔을 내리긋자.
키이이잉!!
홍해의 바다가 갈라지듯, 마력의 사이로 틈새가 벌어진다.
남자가 우격다짐으로 마력을 일으켜 마력탄 자체를 와해시킨 것이다.
그것마저도 말이 나오지 않을 만큼 놀랍건만.
거기서 남자는 멈추지 않고 즐거운 어조로 말을 이었다.
“술식의 정확도가 뛰어나. 다섯, 아니, 이제는 넷이지만. 이 마법은 단순한 합공으로 치부될 것이 아니군.”
처음부터 엘레노아의 경고 따윈 필요도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저 그림자들이 엘레노아의 예상을 초월하고 있다면, 이미 저 남자.
아르민 일레인스. 자신의 고매한 스승은.
“마법의 연산 과정을 역산하면, ······호오, 각자 심장에 품은 마나의 고리를 하나의 술식으로 재구성했나. 확실히 이 방법이라면 다수이면서 하나인 개념을 구축할 수 있지. 복수 개체의 일원화라니. 통합 술식에 대한 개념도 없을 이 세계에서 이런 술식을 고안해낸 녀석이 누군지. 얼굴이 보고 싶어질 정도야.”
마력의 파도를 거침없이 헤쳐 나가며 항해하는 아르민은 상상조차 뛰어넘는 강력한 마법사였기에.
그림자들은 당황하지 않았다.
아무리 마력탄을 쏘아내고, 그들이 남몰래 자랑하는 비기에 가까운 마법을 쏟아부워도 절대로 쓰러지지 않는 적을 향해.
그저 그들은 의문을 품었을 뿐이다.
[네놈은 누구인가.]“내가 누구냐고?”
아르민은 입가를 비틀었다.
대답은 간단히 튀어나왔다.
“니들이 괴롭히던 꼬맹이의 선생이다.”
아르민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지금까지의 과정이 순전히 재미있게 생긴 동물을 들여다보며, 시험하듯 가지고 노는 행위였다면.
여기서부터는.
“그러니 제자를 고생시킨 빚을 받아내도록 하지.”
소중한 것을 멋대로 깨문 짐승에 대한 벌을 내릴 차례였다.
입술을 오무려 휘파람을 불자.
콰직.
그림자 한 명의 척추가 역방향으로 접혔다.
뒤이어 대충 파리를 내쫓는 것만 같은 느낌으로 오른손을 휘두르자.
으직.
뒤에서 습격하기 위해 뛰어들던 그림자의 왼쪽 얼굴 반편이 허공에서 뜯겨져 나간다.
남의 눈으로 보기엔 하나하나가 별 의미 없어보이는 행동 투성이지만, 엘레노아는 알 수 있었다.
저 행동에 담긴 술식의 의미를, 어렴풋하게나마 느껴지는 마력의 잔향을.
그렇게.
“······시시한 놈들. 여기서 그냥 뒈져라.”
아르민은 무가치한 것을 내려다보듯, 싸늘한 눈동자로 그림자들에게 죽음을 고했다.
그토록 무서웠던 그림자들이, 그저 벌레처럼 희롱당한다.
엘레노아의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그것은 이러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 터.
“압도······.”
엘레노아의 앞에서 오롯이, 그리고 찬연히 빛나는 저 남자는 그야말로 별이었다.
하늘에 떠올라, 바라보는 자에게 희망을, 안도를, 그리고 소망을 품게 하는 북쪽의 별처럼.
‘아아······.’
엘레노아는 옷이 붉은 선혈로 더러워지는 것도 개의치 않은 채, 조슈펠을 끌어안고선 넋이 나간 채로 마음 깊이 납득했다.
‘저 남자야말로 내 인생에 구원을 가져다준 별빛.’
나 같은 것이 스승님을 만나고, 그 손에 구원을 받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
그림자의 격퇴가 끝나고서 아르민이 엘레노아, 조슈펠을 데리고 숙소로 복귀하자 당연하게도 숙소는 발칵 뒤집혔다.
“거리에서 대놓고 습격이라니, 습격의 주체가 누구죠?! 저희를 노릴 만한 이들이라고 해봐야······!”
제미니는 입술을 깨물었다.
상아탑의 본질을 떠올린 것이다.
수많은 이해타산으로 아슬아슬하게 쌓아올린 상아탑의 인재를 노릴 집단은, 따지고 보면 대륙 어디에나 있을 수 있다.
그걸 사전에 특정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행위였던 것이다.
아마 그 시점에서 냉정해진 것일 테지.
“흉수는 전부 처리하셨나요?”
“하나, 도주자가 있어. 내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도망친 뒤였던 모양이야.”
아르민의 말을 듣고는 제미니는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흉수가 누군지 반드시 밝혀내야만 해요. 교사 아놀드 씨와 버운티 씨는 저와 함께 현장으로 가시죠. 아직 마력의 잔향이 지워지지 않았다면 추적을 개시할 수 있을 겁니다.”
냉철한 이성을 되찾은 그녀는 솔선해서 현장의 지휘를 감독하기 시작했다.
‘이게 제미니의 본모습이로군.’
아르민은 웃었다.
그녀가 성장했다는 게 느껴졌으니까.
확실히 상아탑은 이권을 걸고 각 마탑의 아귀다툼으로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을 걷는 장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마탑의 학생들은 결국 제미니에게 있어 마음 깊이 보호하고 배려해야할 학생이라는 건 달라지지 않는 것이다.
“이곳을 부탁드릴게요. 아르민 씨. 당신의 실력이라면 도망친 흉수가 다시 습격해오더라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으실 테죠. 아마 상대는 브랑슈아 가문의 재보를 탐낸 무뢰배일 확률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포기하지 않고 다시 덤벼들 테죠.”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 아르민이었지만, 굳이 여기서 고개를 젓진 않았다.
“그래, 여긴 내가 지키고 있지. 현장을 부탁하마.”
“예!”
제미니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며, 아르민은 생각했다.
‘도주자가 당장에 잡힐 일은 없겠지.’
아르민에게 덤벼들었던 그림자는 총 넷.
그리고 그 자리에서 아르민은 그림자 셋을 한 번에 쳐죽었다.
제아무리 완벽한 연계와 기술을 가진 그림자라고 할지라도, 결국 혼자만 남은 놈은 더 싸우기보다 도주를 선택했다.
당연히 그 남은 하나마저도 처리할 수 있는 아르민이었지만.
‘적당히 추적 마법을 걸어뒀으니, 여기서 움직인다면 장소와 정체를 특정 지을 수 있겠지.’
때문에 사실상 제미니가 하려는 일은 무의미한 짓에 불과했지만, 아르민은 굳이 그 사실을 지적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 무슨 일이야?
– 브랑슈아 가문의 영애가 습격당했대.
–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설마 여기도 위험한 거 아냐?
– 그래도 교사가 바로 움직인다면······.
– 여기엔 교학장님도 있잖아?
‘최소한의 신용은 있다는 건가.’
학생이 다친 걸 보고 제미니는 꾸미는 말이나 얼굴 따윈 전부 내던지고 진심으로 분노했다.
아마도 그 광경은, 여기 있을 학생들의 마음에 조금이나마 파문을 준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제미니의 행동은 무의미하지 않다.
그렇게 학생들의 면면을 살피는 사이, 문득.
‘음?’
시야의 끄트머리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상판을 발견했다.
램버트.
그는 주변 학생들과 수다를 떠는 대신, 오로지 조슈펠이 사라진 방향을 바라본 채로 얼굴을 일그러트리고 있었다.
그 광경에 눈을 빛내고는.
‘흐음.’
아르민은 몸을 돌렸다.
****
소녀는 눈을 떴다.
시간은 어느덧 자정을 지나, 달밤이 무르익을 시간이 되어버렸다.
‘제가······ 얼마나 잠들어 있던 것일까요.’
조슈펠은 천천히 몸을 추스르며 침대에 기대었다.
“어깨는······.”
붕대가 감긴 양 어깨는 언제 그랬냐는 듯 아픔 하나 느껴지지 않았다.
피도 배어나오지 않는 걸 보면, 그에 걸맞은 적절한 조치를 받은 것일 터다.
최소한 상처가 곪는다거나, 이것의 후유증으로 고생할 일은 없을 테지.
과연 마탑의 모든 예지가 모인 상아탑다운 처치였다.
너무 야심한 시각에 깨버린 나머지, 딱히 할 일도 없는 그녀였지만.
그로부터 30분 뒤.
조슈펠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는, 문이 있는 곳을 향해 입을 열었다.
“언제까지 서성이고 계실 건가요. 엘레노아 양.”
끼익.
망설이듯이 열린 문.
그 너머에서 주뼛거리는 태도로 들어온 건, 조슈펠의 말대로 엘레노아였다.
엘레노아를 이모저모 뜯어보던 조슈펠은.
“어디 다치신 데는 없나요?”
자기가 구했던 소녀의 안위를 걱정했다.
그러자.
“그건 오히려 내가······!”
할 말이다.
아마, 그리 말하고 싶었던 거리고 조슈펠은 알아차렸다.
그녀는 자신을 대신해 다친 나를 걱정한 나머지 찾아온 거다.
그 사실을 깨닫고 나자.
“전 괜찮답니다. 보세요. 어깨도 전혀 문제 없고.”
어깨를 흔들며 무사함을 어필하던 조슈펠은 질문을 입에 올렸다.
“그런데 그 뒤에 어떻게 된 거죠? 그때 저는 정신을 잃어서 기억이 없는데.”
“스승님이 와주셨어······.”
스승님, 아르민.
확실히 그 남자의 힘이라면, 그림자를 격퇴하는 것도 문제가 없었으리라.
‘그렇구나. 빚을 져버렸네요.’
귀족 가문의 일원으로서 섣불리 다른 이에게 빚을 지게 된 건 옳은 일이 아니다.
상대가 가문의 권세에 어떤 식으로 눈독을 들일지 모르기에.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이 든 조슈펠이었지만, 동시에 그녀는 슬며시 입가를 매만졌다.
저도 모르게 지어진 미소.
가슴을 달리는 감정이 있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스승이라 불린 자가 날 구해줬다는 말에 느끼는 이 감정은 뭐라 불러야 하는 걸까.
그런 생각을 떠올릴 무렵.
“······나보고 친구라고 해줬지.”
“네? 그랬죠.”
“난······ 이제까지 혼자였어.”
엘레노아는 말했다.
빈민가에서 태어났을 때부터, 청색 마탑에 들어가서 보낸 시간까지 전부.
자신은 평생 혼자였다고.
“혼자···요? 하지만 당신에겐 후원자가 몇 명 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애당초 엘레노아가 청색 마탑으로 들어올 수 있던 건, 그녀의 재능을 높이 산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후원자라는 이름으로 빈민가 출신인 그녀에게 투자를 한 자들.
그러나
“어차피 그치들도 내게 있지도 않은 재능을 보고 다가온 하이에나에 불과해. 결국 재능이 없다는 게 밝혀진 순간. 전부 떠나갔어, ······아니, 마지막까지 마탑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생활비를 보내준 사람은 있었지만.”
그 마지막 한 명조차도 상아탑으로 들어온 뒤로는 후원이 끊어지며 연이 끊긴 참이다.
재능이 있다 믿어졌고, 끝내 재능이 없다 증명된 이의 말로는 고작 그런 거였다.
하지만.
“······처음으로 그런 날 친구라고 불러줬어.”
그리고 구해줬다.
“그러니까······.”
거기까지 말한 엘레노아는 입을 다물었다.
갑자기 왜 그러는지, 의아하다는 듯이 엘레노아를 바라본 조슈펠은 속으로 작게 탄성을 터트렸다.
“그러니까, 그게······.”
엘레노아는 시선을 피한 채로 우물쭈물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얼굴이 새빨갛게 물든 것만 봐도, 엘레노아가 무엇 때문에 망설이는지, 조슈펠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부끄러워하고 있네요.’
그건 조슈펠로서도 신선한 느낌이었다.
직설적으로 말해, 엘레노아가 자신을 재수 없는 귀족으로 기억하던 것처럼.
조슈펠 또한 엘레노아를 안하무인에 버릇 없는 빈민가 출신의 마법사로 인식하고 있던 것이 사실이다.
그 결과.
‘지금까지 서로의 관계는, 그저 남들이 보던 시선 그대로 내가 직접 바라볼 생각조차 않고서······. 단순한 편견으로 만들어진 관계였단 것이겠죠.’
신분의 차이를 떠나, 존경으로 성립되는 인간관계가 있다.
그것을 깨닫고 나서야.
“뭐라고 하면 좋을까······.”
여전히 부끄러워서 입을 떼는 걸 망설이는 엘레노아에게.
“친구끼리는 그냥 고맙다는 말이면 돼요.”
조슈펠이 간단히 꺼낸 말을 듣고 나서야.
“·········응, 그때 날 구해줘서 고마워. 조슈펠.”
간신히 본심을 털어놓는 엘레노아를 바라보며, 조슈펠은 미소 지었다.
“별 말씀을.”
*****
다음날.
기존에 예정되어있던 수학여행 일정을 진행하는 대신, 교학장은 오늘 하루 학생들에게 숙소에 머물 것을 지시했다.
‘뭐, 어제 그런 일도 있었으니 섣불리 학생들을 풀어둘 순 없을 테고.’
흉수의 정체가 특정되거나, 사건이 마무리 되기 전에는 한동안 이런 상태일 것이 뻔했다.
‘그럼 테트리오는······.’
아르민은 자신이 어제 쓰러트렸던 블랙 드래곤에게 신경이 미쳤다.
놈은 조용했다.
그렇지 않아도 어제, 아르민은 엘레노아와 조슈펠을 구하러 가기 전에 그와 간단한 대화를 나누고 충고를 해둔 참이었다.
그 충고를 듣고서.
‘녀석이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지는 모르겠지만.’
당장엔 적으로 돌아설 것 같지 않으니, 내버려두기로 결정했다.
적이 아니라고 해서 아군이라 단정 지을 순 없지만.
그놈의 그림자들이 뭘 노리고, 그리고 무엇을 위해 움직였는지 확실한 물증이 없는 이상.
여기에 쓸데없는 고민거리를 늘리고 싶진 않았다.
‘어차피 어제 했던 이야기로, 먼저 결론을 내리고 선택해야할 건 테트리오, 놈이다.’
하여간 그보다 중요한 건, 아르민이 어제 추적 마법을 걸고난 뒤 놓아준 그림자 쪽이다.
‘그림자는 몸을 숨긴 채로 움직이지 않고 있어.’
마법에 걸리는 기척은 여전히 어제 저녁 이후로, 특정 지역에서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즉 은신처에 숨어서 움직일 때를 엿보고 있단 말이렷다.’
도망치는데 성공했어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른 동료 따위와 접촉하지 않는다는 건.
‘그만큼 추적과 도주에 일가견이 있는 놈이란 뜻이다.’
그런 면에서 그림자의 출신이 암살교단이 아니라고 아르민은 결론 내렸다.
교단놈들은 사람을 죽이는데 특화되어있지, 저런 류의 머리를 쓰는 집단은 아니다.
애당초 목격자가 없으면 암살이다. 라는 모토로 전부 죽여 대는 것이 놈들의 방식이니까.
‘저 정도의 노하우는 개인이 쉽사리 쌓을 수 있는 게 아니야.’
그렇다면 대체 그림자의 뒤에 존재하는 집단은 무엇일까?
이제 와서 새롭게 등장한 교단이라도 있나?
그럼 대체 놈들이 엘레노아에게 집착했던 이유가 뭐지?
만약 그것이.
“엘레노아의 육체가 가진 특수성 때문이라면······.”
블랙 드래곤과 엘레노아, 그림자까지.
뭔가 연관이 있었다.
아르민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엘레노아를 중심으로 한 음모가 소용돌이 치고 있는 셈이다.
‘일단은 엘레노아에게 걸어둔 보호마법을 강화시켜야 겠군.’
아르민이 천천히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정리하는 사이.
똑똑똑.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아, 왔나.’
오늘 하루는 숙소에서 움직일 수 없으니, 기왕 이렇게 된 거 조슈펠과 엘레노아에게 마법 공부라도 시킬 겸.
아르민의 집무실로 불러들인 참이었다.
“제법 빨리 왔군. 들어와라.”
교육에 쓸 교재를 정리하면서 아르민이 허락하자, 끼익 문이 열리고 다수의 인기척이 방안으로 들어섰다.
그 숫자는 총 셋.
‘음?’
그렇다는 건 조슈펠과 엘레노아가 아니다.
누군가 싶어 고개를 돌리자.
“어울리지도 않게 선생일이라니, 선배도 참 다망한 인생이네요.”
어딘지 모르게 퉁명스럽지만, 신뢰가 묻어나는 목소리.
아르민은 피식 웃으며 예상치 못한 방문자의 이름을 나지막히 입에 올렸다.
“······오랜만이다. 민세희.”
“네, 정말 오랜만이에요. 선배.”
후배 민세희가 문앞에서 반가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 제85장 – 새로이 엮인 실타래 (2) > 끝
ⓒ 뫄뫄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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