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is stronger RAW novel - Chapter (173)
내 마법이 더 쎈데-173화(173/203)
< 제86장 – 오만의 씨앗 (2) >
세상천지를 가득 메우는 암흑이 있었다.
그것을 [우리]는 그저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암흑으로 덧칠된 하늘엔 별들이 점점이 빛나고 있었다.
하지만 언제나 별은 생겨나고, 또한 저물어갈 뿐이었다.
그 광경을 [우리]는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다.
무의미하다는 걸 알고 있어도.
이것이 헛짓이라는 걸 알고 있어도.
[우리]의 사명은 끝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하지만 어느 순간.
– 별빛이다.
그 무엇보다 반짝이는 별빛이 나타났다.
이제까지의 빛과는 전혀 다른, 마치 태양을 연상케하는 빛의 등장에 [우리]들은 동요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 더는 기다릴 수 없어 별을 만나러 가자.
하지만 그래서는 안되었다.
그것은 우리의 임무를 져버리는 짓이었다.
– 이대로 있다간 우리마저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 채 사라질 뿐이다.
그 마음에는 [우리] 또한 인정했다.
사명을 지키기 위해 이 자리에 남아봤자, 우리에게 찾아오는 말로는 암흑에 집어삼켜지는 종말 뿐.
때문에 이해는 했다.
동시에 이해할 수 없었다.
[우리]에게 허락되지 않은 사고를, [우리]가 하기 시작했으니까.– [우리]가 이렇게 무의미하게 사라지도록 [우리]는 내버려둘 수 없다. [우리]는 그럴 수 없다. [우리]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 말을 끝으로, 끝내 [우리] 중 일부가 떨어져 나갔다.
지상으로 떨어진 신좌, 별이 머무는 땅에 떨어진 유성.
그곳에서 튀어나간 하나의 [우리]는 인간들에게 다가갔다.
– 그래서는 안 된다. [우리]는 관측해야만 한다.
그래도 [우리]는 남았다.
별빛을 보고만 있어도 우리의 사명을 수행하는 것만으로도 버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조금만 더, 조금의 시간이 더 주어진다면 저 별빛이 [우리]에게 다음을 보여줄 것이라고 믿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우리]는 둘이 되었다.
그저 지켜보기만 하는 [우리]인 관측자(observer)와 [우리]에게서 떨어져 나가 움직이기 시작하는 또 다른 [우리]의 감독자(overseer).
무엇이 옳다 말할 것인가.
무엇이 바르다 정의할 것인가.
정답은 그 누구도 모른다.
하지만 별빛은 그 어느 때보다도 찬연히 빛나고 있다.
이것은 분명 옳은 일이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하지만.
– 무의미하지 않아.
별빛이 눈물을 흘린다.
처음으로 아픔이 아닌, 기쁨으로 흘린 눈물은.
– 친구를 지키는 일이 무의미할 리가 없지.
지금까지와 다른 광채를 보여주었다.
관측만 하고 있어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그것을 그 남자는 [우리]에게 알려주었다.
– 지켜보기만 해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 직접 움직여라. 도마뱀.
그 비아냥은 비수가 되어 박혀들었으니, 승자에게 패한 패자에게 조롱은 상흔이 되어 오래도록 남는 법.
그 한 마디가 [우리]를 움직였다.
더 이상 [우리]는·········.
······아니.
“[나]는 가만히 있지 않겠다.”
****
레프너겐이 등장한 순간, 아스트리엘의 눈이 가늘어졌다.
설마 벌써 여기서 조우할 줄이야.
“로드 레프너겐, 오랜만에 뵙는군요. 서쪽을 살펴보고 오신다더니, 어떠신가요, 원하는 건 얻으셨나요?”
생글생글 웃으며 건넨 아스트리엘의 질문에, 무표정을 유지하던 근육질의 노인은 이내 빙긋 웃어보였다.
[이거 아름다운 엘프 아가씨께서 내 사정에 관심을 보여줄 줄이야. 몸 둘 바를 모르겠구먼. 허허. 얻은 것이라······. 뭐, 나름의 소득은 있었네.]원하는 바는 충분히 얻고, 손에 쥐고 돌아왔다는 답.
그 여유가 만만한 응답에 아스트리엘은 속으로 혀를 찼다.
예전부터 그랬지만.
‘저 노인네는 언제 보더라도 껄끄러워.’
아스트리엘에게 있어 다른 마탑주들은 해봤자 결국 하등한 인간 내지, 한계에 직면한 마법으로 어떻게든 그 부질없는 목숨을 이어나가보겠다고 아등바등하는 얼간이들에 불과했지만.
레프너겐, 저 남자만은 달랐다.
신좌의 자리까지 올라간 적이 있던 그녀가 유일하게 함부로 여길 수 없는 자.
그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여기 모인 사람들 중, 유일하게 이 세계를 살아가는 인간에게 걸린 육체의 리미트를 가장 먼저 깨닫고 눈치를 챈 각자(覺者).’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유일하게 이 세계의 진실을 풀어낼 실마리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자가 바로 그였기에.
그런 노회한 능구렁이가 평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는 아무리 아스트리엘이라고 할지라도 전혀 짐작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무엇을 숨기랴.
상아탑이 발족하게 된 배경에도 바로 저 노인이 존재했다.
– 우리의 육체는 불완전하다. 우리가 가진 마법만으로는 궁극에 다다를 수 없다.
그가 깨달은 진실을 마탑주들에게 알리자.
당연히 그들은 격한 공포에 휩싸였다.
뻔한 이유였다.
자신들이 이룩한 마법이 완전한 줄로만 알았다.
이것에 매진하다보면 언젠가는 인간의 생조차 초월해, 절대자가 되리라 믿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불완전한 마법을 익히고, 이 고장 난 물건으로는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없었던 거라면?
전제조건부터 틀렸던 것이라면?
그들의 한평생이 부정된 순간, 마탑주들 사이로 퍼져 나간 혼란과 공포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큰 것이었다.
다만 ‘각자’는 그저 공포만을 전한 것이 아니었다.
– 하지만 괜찮다. 내가 그 궁극에 도달할 방법을 찾아보고 오겠다.
참으로 시의적절하게 레프너겐은 해답까지 제시해한 것이다.
마치 처음부터 이걸 노렸다는 듯이.
‘그렇게 궁지에 몰린 마탑주들을 충동질하던 레프너겐이 여행을 떠나겠다며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마탑주라면 응당 자리를 지키고, 마탑이 흔들리지 않도록 중심을 유지해야 한다는 룰조차도 깨부수고 저 남자는 자기 멋대로 대륙을 유랑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가 완전생명체 사건이었던가?’
문득 아스트리엘은 마탑주가 사라진 틈을 타, 완전한 생명을 목표로 인조 생명체에 손을 댔던 어떤 어리석은 인간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 인간이 창조해낸 유일한 가치이자 생명은, 지금 아스트리엘의 밑에서 솔선해서 학생들을 보살피고 있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지만.
어쨌거나.
해답을 찾기 위해 솔선해서 행자가 되겠다니, 허울뿐인 말이었다.
애당초 저 남자가 제시한 건 해답 따위가 아니다.
있을지 없을지도 모를 가능성에 대해 매달린다.
의도는 좋을지도 모른다.
인류를 다음 단계로 이끌고자 하는 욕망, 그걸 위해 직접 10년 넘는 세월을 ‘행자(行者)’로서 살아온 삶은 남들이 보기엔 기괴하며, 한편으로는 숭고하기까지 한 모습으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그럴 리가 없지.’
아스트리엘은 알 수 있었다.
저 남자는 기본적으로 다른 마탑주들, 아니, 나아가 평범한 인간들과는 다른 냄새가 난다는 것을.
이 익숙한 향내, 투명한 욕망을 위해 모든 걸 내던지고 나아가는 모습은 아스트리엘로 하여금 낯익은 자의 기척을 떠올리게 만들고야 말았으니.
그건 바로.
‘·········아르카디아. 그 자와 같아.’
모노리스라는 방주를 손에 넣고, 다음으로 나아가려는 마음에 광증이 도진 미쳐버린 신성.
레프너겐의 행동과 행보는, 그것과 닮아있다.
당장에 빈민가에서 새로운 가능성의 편린으로서 엘레노아를 선택하고, 청색의 마탑주에게 맡긴 것도 바로 저 남자가 한 짓이다.
“헌데, 더 이상 시간이 없다 하심은?”
[······아스트리엘 교학장. 그대는 이 대륙에 얼마나 되는 신성이 존재한다 생각하나?]허허롭게 흘리는 웃음 속에 숨겨진 비수.
신성이라니, 어째서 갑작스럽게 그런 말을 꺼내는 것인지.
경계심을 숨기며, 아스트리엘은 웃는 얼굴로 반문했다.
“우둔한 저로서는 당최 무슨 소리인지······.”
[음, 하긴 이쪽 분야에 관심이 없는 자에겐 영 뜬구름 잡는 소리일 수도 있겠구먼, 단적으로 말함세.]처음부터 아스트리엘의 대답 따윈 기대도 안했다는 듯이 레프너겐은 이 자리에 있는 모두에게 이런 말을 꺼내들었다.
[이 세계에서 우리를 창조하고 만들어낸 신성은, 이미 타락하거나 모습을 감추고 있네.]순간 거대한 침묵이 좌중을 휩쓸었다.
****
– ············.
침묵에 동참한 것은 아스트리엘 또한 마찬가지였다.
‘신성의 소멸, 퇴거, 그것을 이 남자는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아니, 그보다 그것을 알아서 무엇이 바뀌는가.
머릿속으로 맹렬한 계산이 오고가는 사이에도, 레프너겐의 말은 멈추지 않았다.
[난 대륙을 여행하며 많은 것들을 보아왔네.]예를 들어.
[대륙 제일의 패자란 자가, 두려움에 못 이겨 신성과 손을 잡고 있던 적이 있었네.]예를 들어.
[신좌에 이르고자, 직접 가족을 죽이고 흡혈귀의 타락한 피에 몸을 기대는 미련한 자도 있었지.]예를 들어.
[제도 카라틀에서는 타락한 신화가 재현되어, 영웅들이 손을 모아 신의 천벌에 대항하기도 했었던가.]예를 들어.
[남부 수왕국에서는 신이라 이름을 댄 자가, 인간을 도구처럼 취급하며, 장난감 삼아 가지고 노는 풍경 또한 있었지.]대륙을 여행해온 남자는 수많은 광경을 그 눈에 담았다.
이 세계의 진실을 하나 둘, 속속들이 보아왔다.
이미 신이 된 자가.
신에게 이르는 길을 걷는 자들이.
대체 어떠한 경위를 거쳐 말로를 걸어오는지, 레프너겐은 똑똑히 보아왔다.
그리고 그때마다 레프너겐은
[번번이 실망했네. 그 누구도 우리에게 해답을 보여주는 결과를 내지 못했어.]우리를 만들어낸 신이란 자들의 작태에, 그를 따르는 추종자들의 추악함에 연민마저 느꼈노라고.
그러한 과정이 있었기에, 마침내 레프너겐은 새로운 해답을 제시할 수 있었다.
그 계기는 지금으로부터 3년 전, 실로 우연히도.
[어느 장소에서 나는 우리와 근본적으로 다른 여자를 만날 수 있었네.]그 육체의 아름다움은 감히 자신의 입에 올릴 것이 아니었다.
흔히 황금률이라고 부르던가.
단지 미의식의 관점에서 말하는 것이 아니다.
[우연히 만난 그녀의 육체는 우리의 육에 없는 것이 있었네. 마력신경이라 부르는 새로운 기관. 우리는 손에 넣을 수 없는 다음단계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다만 아쉽게도.
그리고 다행히도.
[그녀를 자세히 관찰한 결과를 토대로, 우리는 마침내 새로운 가능성의 씨앗을 손에 넣을 수 있었지.]모델케이스였던 민세희와 한없이 닮은 새로운 모체를.
다름 아닌 비발트의 빈민가에서.
‘엘레노아.’
아스트리엘은 속으로 감탄했다.
정말로 레프너겐은 진실에 가까이 다가갔다.
이 세계가 어찌 만들어졌는지, 그 관계자도 아니면 외측에서 가장 진실에 가까운 곳까지 도달한 것이다.
그것은 정말로 아스트리엘조차 순수하게 감탄시킬만한 위업이었다.
다만 진실에 가까이 다가간 것과 지금의 행위는 어떤 연관이 있을까.
아스트리엘은 조용히 지켜보듯 레프너겐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래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말이네만. 이 세계에서 신들이 감추고 있네. 아마 이제는 신성이라 부를 것도 얼마 남지 않았을 테지. 이대로 신의 시대는 저물고, 우리 인간들의 시대가 찾아오는 것도 필연일지 모르네.]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그래서는 우리의 육은 여전히 미완성인 채로 남을 뿐이야. 그러니 나는 그것을 극복하고자 하네.]“······극복? 무슨 뜻이지요?”
이미 짐작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아스트리엘은 물어보았다.
자, 그대가 도달하고자 하는 답은 무엇이느냐고.
한때 신성을 쥐었던 자로서, 아래에 선 저 남자의 꿈을 듣고자 했다.
그러자 레프너겐은 빙긋 웃으며 답했다.
[신이 되려는 자는 인간과 같아서는 안 되지, 우리와 다른 차원의 시점, 세계를 부감하고, 인간의 이지를 뛰어넘는 경험과 식견, 그리고 그에 걸맞는 단련된 영혼이 필요함세. 이미 ‘그 분’의 협력을 받아 준비도 거의 끝마쳤네. ]처음부터 전부 계획했던 일이었다.
새로운 신을 잉태할 모체에게 가혹한 환경을 쥐어주고, 그런 그녀에게 누구보다 단단한 유대를, 인간이라면 응당 가슴에 그릴 감정을 쥐어준다.
그렇게 하여 그 어느때보다도 모체가 인간다워진 그 순간.
[이제는 그것을 빼앗아, 인간이란 한계를 벗어날 자유를 주는 거지.]그러한 모든 과정을 거치면서.
마침내.
[우리의 손으로, 우리를 다음 영역으로 이끌어줄 ‘진정한 신’을 만드는 걸세,]실로 오만한 발언을 입에 올렸다.
< 제86장 – 오만의 씨앗 (2) > 끝
ⓒ 뫄뫄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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