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is stronger RAW novel - Chapter (176)
내 마법이 더 쎈데-176화(176/203)
< 제87장 – 만들어진 신 (2) >
“스승님은······ 괜찮으실까요?”
아르민이 사라진 자리를 바라보며 엘레노아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를 내었다.
물론 걱정되는 건 스승뿐만이 아니었다.
이 자리에 없고 사라진 자신의 친구도 무사할지 걱정이 되었다.
그러자.
“선배가 움직였다면 괜찮아.”
아르민과의 관계에 있어 구획정리를 하며, 어거지로 엘레노아에게 ‘내가 그쪽의 사형’이라는 결론을 얻어낸 민세희는 부드러운 말로 엘레노아를 안심시켰다.
진하디 진한 신뢰가 묻어나는 말.
망설이지도 않고 단언하는 민세희의 태도에 엘레노아는 미미하게 놀랐다.
“선배라면 걱정 없어. 어떤 일이든 멋지게 해결해버리는 사람이니까.”
“정말 그래. 미스터 강이라면 한계 따윈 없는 사람이야.”
헬레나까지 맞장구를 치니, 엘레노아로서도 조금은 마음이 놓였다.
그렇다고는 해도.
‘······조슈펠.’
친우는 과연 괜찮을는지.
불안감이 다시금 도지려는 찰나.
쿠우웅.
무거운 공기가 사위를 휘감았다.
공기만이 아니다.
정신 차린 순간 세상엔 밤이 찾아와 있었다.
이 일대를 뒤덮는 막대한 마력의 장벽은 세계를 이원화시키고 주변의 공간을 말 그대로 이계로 변모시켰으니.
“·········?!”
“······윽?!”
“이, 건······. 결계?”
차례대로 엘레노아와 민세희, 그리고 눈앞에 나타난 마력의 장벽을 보고 놀라움을 표시하는 헬레나까지.
저마다가 갑작스러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때.
뚜벅.
그 자리에 나타난 자가 있었다.
“하앗!”
인기척을 느낀 순간, 이미 민세희는 손에 쥔 ‘앰플’을 상대에게 던치고 있었다.
파칭!
앰플이 깨지고 안에서 흘러나온 액체가 대기중의 마력을 집어삼키고 하나의 인형으로 기동하기 시작한다.
– 완전자동완성인형. 급속제조.
“콘펙티오(conféctĭo)!”
시동어를 중심으로 은빛으로 반짝이는 인조형 액체골렘이 바닥에 내려섰을 때. 이미 그 몸체는 인기척을 향해 내달리고 있었다.
키이잉!
날카로운 마력음이 들리고.
[신기한 장난감이로군.]갑작스레 나타난 자가 손을 흔들자.
퍼석!
마력이 박살나며 골렘의 형체가 허물어졌다.
고작 한 번의 공방이지만, 그것만으로도 민세희와 헬레나는 상대가 범상치 않은 존재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헬레나는 경계하는 목소리를 내었다.
“······당신은 누구지?”
푹 꺼진 눈동자, 꽉 다문 입술.
음울한 기운을 전신에 풍기는 남자를 보고서, 엘레노아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테트리오······ 교수님?”
[아니, ‘우리’는 그대가 알고 있는 자가 아니다.]마치 죽음을 두르고 있는 사신처럼.
이 자리의 공기와 생명, 그 힘 자체를 주무르는 것만 같은 절대자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우리의 개체명은 BD-208. 블랙 드래곤이라 불리며 세계의 종말, 죽음을 관측해온 감독자.]그 이름하여.
[오버시어(Overseer)다.]파아앙!
그때 새하얀 빛을 화염이 오버시어를 강타했다.
성령의 불을 연상시키는 불꽃은 그 자체만으로도 미약한 신성을 띠고 있어 적을 집어삼키는데 주저가 없었지만.
[······아쉽구나. 이것이 신성을 버리고 신좌에서 내려온 자의 말로인가. 약해. 나약하다. 우리의 관측치를 만족시킬 수 없는 나약함이로다.]콰아앙!
오버시어는 태연한 모습으로 불꽃을 뚫고 나왔다.
그 광경에 헬레나는 이를 악물었다.
신성을 포기하고 지상으로 내려온 결과, 자신에게 남은 편린이 아무리 강대하다고 해도 설마 시스템의 개체마저 지우지 못할 정도로 약해졌다니.
그런 헬레나에게 오버시어는 음울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하지만 이 위력은 이상할 정도로 약하군. 봉인된 신에게 잠든 신성은 고작 이 정도일 리가······.]잠시 물끄러미 헬레나를 바라보는 오버시어의 시선에 헬레나는 인상을 찡그리며 입을 열었다.
“무슨 헛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는 걸.”
처음엔 자신보다 약한 자에게 보내는 조소의 시선인가 했지만, 그런 게 아니었다.
순수하게 거뭇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오버시어의 눈길엔 ‘의문’이라는 두 글자가 새겨져 있던 것이다.
오버시어는.
[아하······. 그렇군, 아직 자신에게 어떠한 ‘신성’이 잠들어 있는지 깨닫지 못한 채인가. 과연, 그래서야 힘을 사용할 수 없는 것도 어쩔 수 없다.]잠들어 있는 신성?
헬레나가 눈살을 찌푸렸지만, 오버시어는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단지.
[그토록 우리가 갈음하던 신의 말로. 허망하고 처량하도다. 역시 우리의 관측값은 틀리지 않았다. 과거의 신성은 이미 타락하고 몰락했다. 지금부터 필요한 것은 신생의 신성. 우리를 다음 세대로 이끌어줄 별빛의 인도라는 것이 확실해졌다.]“드래곤이 어째서 여기에······?!”
민세희도 헬레나도 놈이 떠드는 말의 내용을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별빛의 인도라니, 애당초 이스텔 말고는 보지도 못했던 드래곤이 갑자기 이곳에 나타난 이유가 뭐란 말인가.
그 이유를 민세희는 단시간 안에 추론해낼 수 있었다.
‘엘레노아를 바라보고 있어.’
사전에 아르민이 민세희에게 경고한 적이 있었다.
– 엘레노아, 그 녀석은 우리와 같은 육체를 지니고 있어.
이 세계의 제약이 걸리지 않은 형태로, 어쩌면 또 다른 가능성을 지닌 몸일지도 모른다고.
그러니 소중히 여기고, 어쨌거나 사제관계로서 지켜달라는 부탁.
‘그 선배의 부탁이야.’
그러니 그런 낌새가 보인 이상.
또각.
굽소리를 내며 민세희는 엘레노아와 오버시어의 사이로 끼어들어, 엘레노아를 지키듯 섰다.
[흐음?]“헬레나 씨. 다른 건 모르겠지만. 이거 하나만큼은 확실한거 같아요.”
“······뭔데?”
헬레나와 민세희의 시선이 교차한다.
서로 이미 잘 알고 있을 터였다.
여기서 그녀들의 목적은 일치단결한 하나.
“선배가 돌아올 때까지, 엘레노아를 지키겠어요.”
“응, 마침 나도 그 생각했어. 역시 우리 마음이 잘 맞네.”
눈짓을 교환하고.
순간 그녀들은 자신이 발휘할 수 있는 최강의 마법을 발휘하기 위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쿠우웅!
마력으로 이루어진 무형의 파도가 대지를 덮치고, 가공할 마력압이 두 사람을 덮쳤다.
다행히 마력저항력이 뛰어난 민세희와 헬레나가 그 공격에 당할 일은 없었지만.
“엘레노아!”
“어서 방어 마법을!”
문제는 그녀들보다 마법적 소양이 아직은 떨어지는 엘레노아였다.
당연히 그 피해가 미쳤겠거니 싶어 다급한 마음에 고개를 돌린 두 사람은 전혀 의외의 광경을 목도했다.
키이잉.
“······저, 이건. 대체······?”
엘레노아의 주변으로 마력이 휘돌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별빛과도 같았다.
허공에서 나풀거리며 반짝이는 먼지처럼, 마력 그 자체의 원소가 주변을 감싸고 엘레노아를 매료시키기 시작했다.
– 마력을 보는 능력.
그것은 한때 가장 위대한 칠영웅이라 일컬어졌던 남자가 가진 능력이다.
그러한 능력을 엘레노아 또한 가지고 있다.
깨달음은 그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별빛의 소양, 재능을 확인. 그러니 우리는 마지막 단계로 계획을 이행한다.]지금까지 마탑들이 벌여온 계획에 마침표를 찍는 행위를.
오버시어는 아주 간단하게, 손에 든 물건을 엘레노아의 앞에 던지는 일로 해결했다.
툭하니.
데구르르 굴러온 원형의 무언가.
처음엔 당사자인 엘레노아도, 그리고 옆에 서 있던 민세희와 헬레나도 그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아보지 못했다.
너무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물건이었기에.
당장 고작 1~2시간 이전만 해도 얼굴을 맞대고 있던 것이었기에.
그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깨달은 순간.
– 엘레노아의 눈동자에서 빛이 사라졌다.
그리고.
“아, 아아······! 아아아·········!”
처절한 비명소리와 함께.
쿠콰콰콰콰.
마력의 소용돌이가 사위를 집어삼키고, 소녀를 변모시키기 시작했다.
바닥에 떨어져 구른 것.
“어째서 조슈펠 영애의 목이······!”
조슈펠의 잘린 목을 계기로 날카로운 파멸이, 불쑥 코앞으로 다가왔다.
****
호화로운 방안.
방을 꾸미는데 금과 적색 베일을 아낌없이 사용한 내부의 풍경은 단지 아름답고 고급스럽다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벽이 걸린 그림, 조각상, 심지어 방 곳곳에 놓여있는 침대 따위의 가구마저 미약한 마력을 풍기고 있었으니.
이것은 전부 방의 주인을 지키기 위한 방호 마법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3년 전, 흑문이 열리고 외측에서 침략자가 습격해온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이 방에 걸린 각종 방호 마법들은 주인을 지키는데 충분한 위력을 증명한 적이 있었다.
제국에서 가장 고귀한 핏줄을 지녔다고 알려진 미네르바 황녀의 개인실보다도 더욱 비싼 값어치를 지닌 이곳에서.
달그락.
그 중심에 앉아 있는 남자는 손에 쥔 술잔을 희롱하고 있었다.
“흐음.”
게오르그 알로스린 대공.
미네르바 황녀를 대신하여 칼센 제국의 권세를 전부 쥐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남자.
그는 조용히 지금까지 벌어진 일을 복기하고 있었다.
마치 자신이 이제껏 두어온 수싸움 게임을 다시 되짚어보듯이.
‘미네르바 황녀, 머리를 잘 썼어. 내 움직임을 봉쇄하는 데에는 대회의가 가장 그럴듯한 수였다.’
제국의 소속된 귀족인 자, 대회의에선 벗어날 수 없다.
황족의 명으로 개최되는 대회의에 참가하지 않고 모습을 비우게 되면.
그건 그 자체만으로도 반역이 되는 행위였다.
속에서 벌어지는 권력 투쟁이 어찌되었든 간에, 겉으로 보이는 부분에선 아직 미네르바 황녀가 알로스린 대공의 윗사람이었기에 가능한 수법이었다.
때문에 알로스린 대공은 움직일 수 없었지만.
“과감한 결단이긴 했지만, 무의미한 수였네. 미네르바 황녀.”
알로스린 대공은 천천히 술잔을 기울으며 독한 알콜의 향을 음미했다.
어차피 처음부터 알로스린 대공은 이곳에서 움직일 이유가 없었다.
이미.
‘그림자를 통해 마탑이 진행하는 오만의 계획이 어찌 움직이고 있는지는, 전부 파악하고 있다.’
그건 비유가 아닌 순전한 사실이었다.
당시 엘레노아와 조슈펠을 덮쳤던 그림자들.
그건 마탑에서 비밀리에 운용하는 철저한 ‘청부업자’들이었지만, 동시에 그 중 한 명은 알로스린 대공이 공을 들여 잠입시킨 첩자이기도 했다.
그랬다.
최후까지 살아남은 그림자 개체가 바로 알로스린 대공의 간자였던 것이다.
‘놈을 통해, 정보는 충분할 정도로 손에 모아 놨다.’
마탑주들이 펼치는 오만의 계획.
자신의 손으로 신을 새로 주조(鑄造)한다는 그 정신나간 계획에는 아무리 알로스린 대공이라고 해도 혀를 찼지만.
생각보다도 그 계획의 완성도가 높았다.
때문에 알로스린 대공은 바로 그것을 이용하고자 했다.
– 마탑주들의 계획이 완성되려는 순간.
쾅. 하고.
“내 손으로 가로챈다······.”
그래, 모든 것은 색욕의 그릇을 각성시키기 위해.
이미 처음부터 준비는 끝나 있던 것이다.
“참으로 많은 공을 들였지.”
이번 오만의 계획은, 마탑주들이 단체로 미쳐 갑자기 실행되는 계획이 아니다.
처음부터 그들은 ‘오만의 씨앗’이 될 대상체에게 각종 마법적인 실험을 우겨넣지 않았던가.
“적색은 불꽃의 분노를, 청색은 싸늘함의 아픔을, 녹색은 자유로움의 부조화를, 갈색은 딛고 있는 대지의 무름을, 백색은 앞이 한치 보이지 않는 어둠을, 흑색은 살아가는 삶의 무의미함을. 자색은 인간이 성장하여 도달할 수 있는 가능성의 한계를.”
마탑의 속성을 술식으로 새겨, 천천히 저며내듯 오만의 씨앗에게 새겨놓고 또 새겨넣었다.
그야말로 일평생에 걸친 저주.
반신이라고까지 불리던 노친네들이 미치면 어디까지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모습이지 않은가.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씨앗.
이름이.
“엘레노아라고 했던가.”
요컨대 그녀의 육체는 모든 마탑주들이 공을 들여 만들어낸 완전한 모태(母胎)다.
새로운 가능성을 품고, 그 육에 신을 잉태하는 자.
자, 이제는 태어날 때였다.
“아이는 고통과 함께, 울음을 토해내며 산모를 찢고 태어난다고 하던가.”
말 그대로의 이야기다.
새로운 신이 태어난 순간, 기존의 모태와 모태가 태어난 세계는 완전히 파괴될 것이다.
신의 분노와 아픔으로, 자신을 만들어낸 창조주에 대한 증오로.
그렇게.
“······새로운 신은 태어난다.”
그리고 그런 방식으로 만들어진 신의 육체라면.
“나의 오리엔탈리스. 당신을 되살리기 위한 충분한 그릇이 되어줄 테지.”
알로스린 대공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입가에 띤 순간.
키이이이잉!!!
저 멀리.
세계가 뒤흔들리는 충격이 휘몰아쳤다.
****
아르민이 갱도 너머에서 만난 이는 두 명이었다.
하아. 하아. 거친 숨을 토해내며 가까스로 상처투성이가 된 몸을 부여잡고 있는 여성.
“조슈펠, 괜찮냐?”
아르민의 질문에 조슈펠은 가까스로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이 분이······. 구해주셔서 무사할 수 있었어요.”
그 말에 아르민은 조슈펠 옆에 서 있는 남자에게 시선을 주었다.
설마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다는 듯이.
아르민은 의외라는 듯이 물었다.
“그런데 넌 왜 여기 있는 거냐? 테트리오 교수.”
“·········답할 가치도 없는 한심한 질문이로군.”
음울하지만, 빛이 반짝이는 눈동자를 가지고 테트리오는 아르민과 마주섰다.
< 제87장 – 만들어진 신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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