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is stronger RAW novel - Chapter (177)
내 마법이 더 쎈데-177화(177/203)
< 제87장 – 만들어진 신 (3) >
꽈르르릉!!
대기가 요동친다.
피부를 저릿하게 만드는 떨림이 있고 나자, 동시에 하늘 위로는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갑작스러운 변화로 인해 학생들 사이로 혼란이 퍼져 나갔다.
– 뭐야? 무슨 일이야?
– 아까까지만 해도 날이 맑았는데······?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가장 바쁘게 뛰어다니는 건 학생들을 인솔하기 위해 동행한 선생들이었다.
“갑작스럽게 기상 상황이 나빠진 관계로 이대로 숙소로 복귀할 거예요! 학생 여러분은 발밑을 잘 확인하면서 섣불리 대열을 이탈하는 일이 없도록 조심해주세요! 혹시 자기 짝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근처 교사에게 보고를······!”
이럴 때야말로 안전사고에 주의를 해야 하는 법이었다.
어수선한 분위기로 겁을 집어먹거나, 괜스레 방황하는 학생들을 다독이면서 제미니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필 학생 몇이 대열에서 이탈해,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다.
“버운티 씨, 이곳을 부탁드릴게요. 저는 유적지로 나간 학생들을 찾아볼게요!”
동료 교사에게 부탁의 말을 남긴 뒤, 제미니는 달리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학생들을 무사 복귀시키기 위해 움직이려는 제미니의 귓가로.
– 태풍이라도 오려는 건가······?
언뜻 지나가듯 학생의 말이 들려왔지만.
제미니는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 없어.’
그건 말이 되지 않는다.
아무리 내륙 깊숙이 유적지까지 찾아왔다고는 하나, 이곳도 결국엔 비발트의 영지다.
마법이 고도로 발달한 마도공화국 비발트 내에서 기상현상의 예측이란 그리 어려운 기술이 아니다.
‘분명 아침까지만 해도 오늘 기상 상태는 맑음으로 양호했어. 그런데 갑자기 이런 변화라니?’
제미니는 고개를 들어 먹구름이 깃든 하늘 너머를 바라보았다.
갑작스럽게 벌어진 변고다.
심상치 않은 사태에 가슴 한 구석으로 불안감이 들러붙기 시작한 건 제미니 또한 마찬가지였다.
‘차라리 이럴 때 아르민 씨가 곁에 있었다면······.’
아니, 제미니는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불안해졌다고 해서 무턱대고 의지가 될 사람을 찾는 건 좋지 않은 버릇이다.
‘지금의 나는 선생이야.’
과거 자신의 운명과 관련되어 불운한 일을 겪긴 했지만, 더 이상 자신은 누군가가 구해주기를 기다리기만 하는 힘없는 소녀 같은 게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학생들을 위해 움직이는 선생.
이 장소에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는 중이라면, 더욱이 선생으로서 학생들이 무사하도록 이끌어야 하는 법이다.
그러니 먹구름이 깔린 하늘 아래를 달리며 제미니는 바랐다.
부디.
‘모두 별 탈 없이 무사하기를.’
****
창밖을 바라보던 교학장 아스트리엘은 하늘 위로 먹구름이 퍼져 나가기 시작한 순간,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이건···, 마력 전도 현상······?”
마력 전도 현상이란.
특정 공간 내에서 단시간 내에 마력의 농도가 급격히 변화할 때 발생하는 현상이다.
대개 결계의 파괴, 마법적 봉인의 붕괴 등으로 인해 주변 환경의 마나 포화도가 급작스럽게 바뀌는 순간이 왔을 때.
직접적으로 그 영향력이 자연계까지 미치게 되면서 먹구름과 비슷한 기상 현상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하필이면 이런 타이밍에 마력 전도 현상이 발생했다는 소리는······.’
아스트리엘은 조용히 눈을 내리깔았다.
짐작이 가는 곳이 있었다.
그리고 그 짐작을 확인시켜주듯.
부우웅!
“·········.”
책상 위에 놓아두었던 마력통신기가 진동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딸칵.
“네, 아스트리엘입니다.”
[마력의 급격한 변화를 관측했네, 어떤가. 교학장. 그쪽에서 지금 순조롭게 계획이 진행되고 있는 중이겠지?!]흥분된 기색을 숨기지 못한 채 다급한 목소리를 토해내는 건 다름 아닌 로드 화이트, 백색 마탑의 주인을 자처하는 노인네였다.
이번 마력 전도 현상의 여파는 필시 대륙 전역으로 퍼져나갔을 터.
마법에 대해 무지한 자라면 모를까.
그 누구보다 마법의 조예가 깊을 마탑주들은 이미 상황이 어찌 돌아가는지 전부 예측하고 있으리라.
“예. 마력 전도 현상의 전조를 관측했습니다. 드디어 ‘계획’이 시작된 셈이로군요.”
아스트리엘은 스스로가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로 담담한 목소리를 입 밖에 내었다.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다.
계획이 시작되었다는 건, 결국 대상체가 ‘특정한 상황’에 처했다는 이야기였으니까.
‘대상체 엘레노아······.’
남과 다른 재능을 가졌기에 신이 될 씨앗으로 간택 받은 소녀.
이 세계의 마법을 전혀 익힐 수 없던 그녀가 상아탑에 들어올 수 있었던 것부터가 전부 레프너겐의 의도였다.
엘레노아를 상아탑으로 불러들이고, 이곳에서 타인과 얼굴을 맞대고 서로 부딪치게 만들며 인연을, 인과의 실타래를 짜게 만든다.
‘레프너겐이 손에 넣은 오만의 신성. 그건 필시 아르카디아가 대륙 전역에 뿌린 모노리스의 파편 중 하나겠지.’
3년 전.
레프너겐은 오만의 신성을 그대로 엘레노아의 육신에 이식시켰다.
그 결과, 엘레노아는 쉬이 타인을 증오하고, 오시하며, 강렬히 질투하고 미워하는 감정을 품게 되었다.
오만에서 비롯된 감정이 그녀 안에서 무럭무럭 자라났다.
그러한 것들이 시간이 지나며 숙성될수록 그녀는 그 누구보다 인간다운 감정을 지니게 된다.
강렬한 욕망과 욕구를 그 육에 품게 되었다.
‘일곱 마탑이 준비한 무대 위에서, 그녀는 누구보다 강해지고 싶다. 인정받고 싶다. 그리고 사랑 받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어.’
하지만 여기까지는 그저 인간다움에 불과하다.
아무리 강렬한 감정을 품고 있다 해도, 고작 그런 정도의 감정을 가진 인간에 불과했다.
때문에 그녀를 신으로 만들기 위해선 결정적으로 그녀를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부분을 ‘제거’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예를 들면, 그래.
– 그녀에게 처음으로 생긴 소중한 누군가가, 그녀 앞에서 죽음을 맞이했을 때.
“마지막으로 간신히 손에 넣은 안식처마저 잃어버리게 되었을 때.”
그녀는 인간으로 남지 않고, 그 너머의 영역으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게 된다.
이번 계획은 전부 그것을 위해, 레프너겐이 설계도를 그리고 아스트리엘이 직접 움직여 판을 짜준 것이다.
[그 분께서 움직이기 시작하신 거라면 계획의 완성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네! 아스트리엘 교학장!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준비를 서두르게나!]로드 화이트의 호들갑스러운 말을 끝으로 연락은 끊어졌다.
자신들을 위한 새로운 신의 탄생이 코앞으로 다가왔으니, 그로서도 더는 흥분을 참지 못한 것이겠지.
아스트리엘, 아니, 샤오메이는 다시금 천천히 창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자······. 여기까지는 그대들의 욕망에 응해 군말 없이 모든 일에 협력해주었다.”
교학장이 아닌 신의 관점으로, 인간이 아닌 신성의 영역에 발을 담군 채로.
샤오메이는 하늘에 깔린 먹구름을 바라보았다.
– 조만간 신을 바란 그들에겐, 그들이 욕망한 대로 신이 나타나주실 것이다.
시스템의 말석인 드래곤까지 움직이는 이상.
그 결과는 필연이다.
그러나 단 한 가지.
그들이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이 하나 있다.
너무나도 당연해서, 왜 아무도 이 생각을 하지 못한 건지 의아할 정도의 생각.
그건 바로 그들이 그토록 신으로 만들기 위해 괴롭히고, 유대를 쥐어주고, 끝내 빼앗아 신으로 만드는 그녀가
‘살아있는 인간이라는 사실이지.’
감정을 가진 인간.
입 밖에 내진 않았지만, 응당 자신의 처지에 불만을 품고 슬픔을 머금으며, 어디로 해소되지 않는 응어리를 품에 지고 있던 소녀.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아오다가, 간신히 친구라는 유대를 손에 넣으며 인간으로 남을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을 지녔던 소녀.
그런 소녀가 소중한 친우를 잃고 끝내 인간다움을 잃어버린 채, 그대들이 원하는 대로 신으로 전락해버렸을 때.
”신으로 다시 태어난 그녀가 가장 우선해서 무엇을 바라리라고 생각하지?”
자신에게서 세계를 빼앗아가고, 간신히 손에 쥔 소중한 것까지 빼앗겼을 때.
과연.
“신은 누구에게 분노하리라 생각하는가?”
철저하게 엘레노아를 그저 자신들을 보다 높은 차원으로 데려다줄 도구로만 바라보았던 그들이기에.
마탑주들은 모른다.
그들의 신이 어떤 참극을 불러올 존재가 될 수 있는지.
‘나는 기회를 주었어.’
천천히 상아탑이라는 무대를 만들고.
아르민이라는 교사를 회유해 그녀를 보여주고, 인간 그들이 직접 초래할 결과를 회피할 수 있는 기회를. 신성을 잃어버린 전직 신으로서 자비를 보였다.
그러나 그것을 걷어 찬 건 그들 자신이다.
끝내 그들은 신을 만들기로 택했다.
그러니 이 결과는 전부 그들의 선택이 초래한 결과물일 뿐이다.
물론 이전에 아르민과 이야기를 나눴던 대화는 전부 사실이다.
“·········대지를 살아가는 아이들은, 내게 있어 소중해.”
다만.
“내 아이들(ELF)을 위해서라도, 인간들의 숫자는 조금 줄어들 필요가 있지.”
샤오메이는 창틀에 손을 갖다대며, 마력의 소용돌이가 치는 저 하늘을 바라보았다.
“당신들의 손으로 택한 최후, 어떻게 될까?”
지켜본다.
그저 이제는 신성을 잃어버린 자로서.
****
때는 조금 전으로 돌아가, 마력 전도 현상이 아직 일어나기 전.
창고 안에서 램버트는 천천히 양손을 뻗어 조슈펠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카, 흑! 컥!”
사지가 묶인 이상 저항할 수 없다.
거칠게 발버둥치는 조슈펠을 덮치다시피 억누르고 얼마나 목을 조르고 있었을까.
때 마침 그때, 램버트의 등 뒤로 어둠에서 스며들 듯이 나타난 자가 있었다.
“응?
램버트가 멈칫한다.
새로이 나타난 존재는 램버트에게도 익숙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코끝을 스치는 진한 죽음의 냄새.
램버트는 경계하는 눈빛으로 남자를 노려보았다.
“······대상체를 회수하러 간다고 하지 않았나? 왜 다시 돌아온 거지?”
방금까지만 해도 램버트가 머릿속으로 떠올리고, 경계하며, 또는 두려워하기까지 했던 인물이 다시 등장한 것이다.
자연스레 위기감을 품고 남자를 노려보았지만.
‘뭔가······.’
이상하다.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대신 램버트는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바로 그 순간.
“······네놈! 흑마법사가 아니로군···!”
램버트가 그리 외칠 때에는 이미 남자가 움직이고 있었다.
채찍처럼 휘두른 팔이 램버트를 후려쳤다.
콰앙!
“커억···!”
램버트의 육신이 튕겨져 나간다.
그 순간 어둠 속에서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얼굴이 램버트의 눈에도 들어왔다.
그 익숙한 얼굴에 램버트의 눈동자가 경악으로 커졌다.
“테······트리오······!”
어째서 상아탑의 교사에 불과한 그 남자가.
평소에도 음침하기 짝이 없던 기분 나쁜 그 새끼가 이 자리에 있는가.
램버트는 의문을 품었지만, 처음부터 테트리오는 램버트 따윈 바라보지도 않았다.
그저.
“·········.”
테트리오는 목이 졸려 정신을 잃은 조슈펠에게 다가갔다.
파칭!
마력을 행사해 구속을 풀고, 조슈펠에게 자유를 준 테트리오를 향해 램버트는 소리쳤다.
“네···놈! 여긴 어떻게······! 아니, 그보다 그 기운은······! 네놈은 그 놈의 흑마법사와 무슨 관계인 게냐!”
램버트가 아무리 바락바락 악을 써대도 테트리오는 램버트를 바라보지 않았다.
어째서.
“네놈, 네놈까지! 나를 무시하는 거냐! 고작 상아탑의 일개 교사 따위가······! 네놈조차 나 적야견을······!”
램버트가 으르렁거리며 자리를 박찬 그때.
대답은 테트리오가 아닌 전혀 다른 방향에서 돌아왔다.
[여기까지 나타나다니, 부끄러움을 모르는 구나. ‘우리’여.]콰아앙!
그림자 속에서 솟아오른 마탄의 세례가 테트리오와 램버트를 집어삼켰다.
****
창고의 집기 태반을 부수는 마탄의 빗속.
테트리오는 자연스럽게 조슈펠을 지키듯, 그 앞으로 방어를 위한 마력을 전개했다.
쿠콰콰콰!!
한 차례의 파괴가 휩쓸고 지나간 뒤, 그 자리에선 서로 똑 닮은 얼굴을 가진 남자가 서로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마치 거울에 비친 상처럼.
그 기이한 광경을 간신히 살아남은 램버트는 말문을 잃은 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역시 조슈펠을 노리고 왔나.”
테트리오가 꺼내든 말에 새로이 나타난 남자는 음울한 목소리를 토해냈다.
흑마법사가 떠든 말에 테트리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사실이다.
바로 그 날.
무수히 많은 관측 속에서 처음으로 소망을 품었던 그 날.
움직이기 시작한 [우리]와 다르게 [나]는 그저 자리에 남기를 선택했다.
테트리오는 부정하지 않았다.
“관측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우리’의 생이 명멸하고 있따해도. 우리가 가지고 있어야 할 사명은 감독자(Overseer)가 아니라 관측자(Observer)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테트리오는 계속해서 관측해왔다.
청색 마탑이라는 장소에서 고통 속에 살아가면서도 꺾이지 않고, 무너지지 않는 그녀를.
우리의 관측값이 무의미하지 않다 증명해주는 그녀를 지켜보아왔다.
하지만.
“그 남자는 그것이 옳지 않다고 말했다.”
테트리오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나를 패퇴시키고 제압한 남자는 말했다.
– 지켜보기만 해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 직접 움직여라. 도마뱀.
승자의 선언은 패자가 가진 용의 심장에 상흔을 남겼다.
바로 그때부터였다.
그 순간, [우리]는.
아니.
“나는 ‘나’라는 퍼스널리티를 획득했다.”
그리고 테트리오는 생각했다.
지켜만 봐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고.
그녀, 엘레노아가 나에게 있어 내 생이 무의미하지 않다고 증명해주는 존재라면.
이번에는 반대로.
“나는 그녀에게 있어 어떠한 존재가 되어줄 수 있는 것인가. 그걸 생각했다.”
그건 테트리오로서도 처음 가져본 의문이었다.
일방적인 관계가 아닌, 서로 주고 받는 관계.
아르민이 테트리오에게 알려준 건 그렇게 새로운 관계를 쌓는 방법이었다.
그래서였다.
“더는 지켜보고만 있지 않겠다. 내가 그녀를 위해 무언가를 해주고 싶다. 진심으로 나 자신이 그러기를.”
테트리오는 올곧은 시선으로 ‘우리’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나라는 자아가 바라고 있다.”
[·········자아라고? 그건 오류다.]“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나쁜 기분은 아니야.”
세계의 관리자로서 본디 가져서는 안 되는 개념. 시스템 에러를 통해 테트리오가 어떤 경위로 인해 퍼스널리티를 획득하게 되었는지 역산하고 이해한 [우리]는 입을 열었다.
[그렇군. 오류를 낸 ‘우리들’중에서도 너는 더욱 더 이레귤러로 전락했다는 것인가. 변인은 무엇이지?]아니, 우리는 고개를 저었다.
[더는 그것을 분석할 여유는 없다. 종막은 코앞까지 다가왔다. ‘우리’는 방금 판단했다.]같은 관측자로서, 이번 계획을 감독하고 지지하는 감독관 오버시어로서.
[개체명 BD-297의 축출을 제안하는 바이다.]– 승인.
– 승인.
– 승인.
수많은 우리들의 승인을 받고 나서야.
[테트리오, 우리들의 오류에 불과한 너를 제거한다.]콰아앙!
거대한 마력의 파도가 창고를 뒤덮었다.
****
[·········도망쳤나.]파도가 지나간 자리.
거기엔 테트리오도 그리고 조슈펠도 없었다.
아마 계획을 저지하기 위해, 가장 먼저 조슈펠을 회수해서 도망친다는 선택을 한 것이겠지.
[이제 와서 무의미한 발악을······.]잠시 테트리오가 사라진 방향을 지켜보던 우리의 귓가로.
“쿨럭, 쿨럭. 이게, 어찌된······.”
램버트의 목소리가 닿았다.
[추적을 했다간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하는 수 없었다.
최선은 되지 못할지언정, 엘레노아의 주변에 날파리가 없는 지금 이 순간을 노리는 게 확실했다.
“이봐, 흑마법사. 네놈들은 대체·········!”
서걱.
“······어?”
툭.
불만을 토해내던 램버트의 머리통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남자가 그걸 손에 쥐자, 램버트의 머리통이 흐물거리더니 이내 조슈펠의 얼굴로 변모했다.
변수는 생겼지만 문제될 정도는 아니다.
현장에서 변인의 제어와 변수의 통제는 늘 필요한 일이다.
[오로지 목적을 이루기 위해.]우리의 관측이 무의미하지 않았음을 증명하기 위해.
[이대로 계획을 속행한다.]****
다시 장소는 갱도.
“······이렇게 된 일이에요.”
테트리오와 조슈펠이 말해준 것들을 들은 아르민은 이제야 사건의 전모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렇게 된 건가······.”
계속 안개에 낀 것처럼 보이지 않았던 상아탑의 목적.
나아가 그녀, 아스트리엘이 노리는 바가 무엇인지 윤곽이 보이기 시작했다.
“무슨 의미죠? 대체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요? 엘레노아 양의 정체가 무엇이길래······!”
“이건 인간을 신으로 만들기 위한 마법 술식이야.”
“신으로, 만든다······?”
그랬다.
엘레노아의 재능을 눈여겨본 자들이 저지른 계획.
엘레노아를 인간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만들어, 신으로 전락시키기 위한 마법 술식.
과연 처음부터 전부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던 셈이다.
“······샤오메이, 뭐가 마음을 바꿔먹었다는 거냐. 여전히 짜증나는 일을 벌이기는.”
아르민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대로 두면 엘레노아는 변모하고야 만다.
“대체 엘레노아 양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죠?”
“엘레노아는 너를 소중하게 여기고 있어. 널 납치하고 죽여 버렸다는 사실을······. 아니, 사실은 아니지만. 그렇게 오해하도록 만들면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엘레노아의 이성이 붕괴할 거다.”
조슈펠의 얼굴이 경악으로 일그러진다.
말 그대로였다.
간신히 손에 넣은 소중한 연을 눈앞에서 부순다.
그 결과 엘레노아가 도달할 결말은 하나다.
“소중한 것을 빼앗긴 인간은, 더 이상 인간으로 남을 이유가 없어지게 된다.”
특히나 고아로서, 평생을 증오와 미움 속에서 살아온 엘레노아라면 더욱 더.
처음부터 마탑주란 놈들은 바로 이걸 노리고 있었던 것일 터.
그리고 바로 그때.
쿠콰콰콰콰!!
저 멀리서 세계를 떨리게 만드는 마력의 기둥이 솟아올랐다.
마력의 폭발, 세계의 진동.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다.
– 아, 아아아.
아르민은 분명히 들었다.
저 멀리서, 제자가 고통 속에 괴로워하며 내지르는 비명소리를.
< 제87장 – 만들어진 신 (3) > 끝
ⓒ 뫄뫄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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