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is stronger RAW novel - Chapter (18)
내 마법이 더 쎈데-18화(18/203)
< 제7장 – 신성기사단 : 단애의 칼 (2) >
마법사도 사람인 이상, 도구를 활용한다면 평소보다 더 강력한 힘을 낼 수 있다는 것이 자명한 사실이다.
아르민이 연금술사로서 획득한 칭호는 헤르메스 트리스메기스토스(Hermes Trismegistus).
연금술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자만이 손에 넣을 수 있다는 명예로운 칭호다.
“필요한 아티팩트는 세 가지 정도겠지.”
마법사는 자신에게 필요한 아티팩트를 준비할 때, 보통 세 가지 부류의 아이템으로 치장하기 마련이었다.
<공격>, <방어>, 그리고 <회복>.
첫째. 공격용 아티팩트.
말 그대로 공격을 위한 아이템이다.
마법사 하면 보통 지팡이 따위를 생각하겠지만, 현대 마법사는 조금 다르다.
총이나 칼, 활이나 RPG 런처 등. 사용할 수 있는 도구라면 그 종류를 가리지 않고 공격 마법을 새길 수 있는 것이 현대 마법사란 족속들이었으니.
‘물론 여기서 총 같은 걸 구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만.’
혹여 대장장이 기술로 유명하다는 드워프라도 만나게 되면 의뢰할 수 있을까?
어쨌거나 아르민이 공격용 아티팩트로 선택한 건.
“마리나가 사온 반지랑 가지고 있던 의례용 장갑 정도면 되겠지.”
지팡이도 알아본다면 구할 수야 있겠으나.
애당초 손가락을 튕기고 수인을 맺는 아르민의 마법 특성상 지팡이는 방해가 되면 되었지, 쓸만한 도구는 아니었다.
오히려 그러한 행위에 플러스가 되는 액세서리류가 더 효과가 좋다.
‘반지에는 마력의 흐름을 보조하는 술식을 짜넣고, 장갑은 한 쪽 당 하나 씩 마법을 더해볼까.’
물망초로 만든 시약을 뿌린 뒤, 깃펜을 이용해 섬세한 무늬를 그려간다.
문양을 완성한 직후, 아르민은 조용히 주언을 읊었다.
“그리하여 세계는 창조된다(Sic mundus creatus est).”
라틴어로 이루어진 에메랄드 타블렛의 주문에 따라.
스르륵.
스며들 듯, 반지 위로 물망초의 흔적이 새겨졌다.
그렇게 증폭과 보조의 술식을 새긴 다음, 아르민이 눈을 돌린 건 다른 쪽이었다.
“공격용은 이 정도면 됐고, 다음으로······.”
두 번째로 만드는 것은 역시나 방어용 아티팩트.
‘피부에 새긴 프로텍션 마법도 쓸만하긴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역시 한계가 있단 말이지.’
눈 먼 공격을 막는 건 좋지만.
정면에서 날아드는 강대한 공격에도 대응할 필요가 있다.
특히나 수면 마법이나, 정신을 혼란시키기도 하는 디버프계 마법에 저항하기 위해서라면.
물리공격 뿐만이 아니라, 개념 방어까지 가능한 도구가 필요했다.
“마침 적당한 물건도 있으니까.”
아르민은 옷장에 걸려 있던 검은색 케이프(Cape)를 실험대 위에 올려놓았다.
딱 봐도 잘나신 귀족 자제분이 입을 것처럼 고급스러운 느낌이 물씬 풍기는 물건인지라.
남이라면 스프라도 튀어 자국이 생길까.
절로 애지중지할 물건이겠지만.
“흠.”
푹.
아르민은 주저 없이 원단에 칼을 대어 벅벅 긁어, 내부부터 시작해 싹 다 자기 손으로 고치기 시작했다.
역시나 물망초 시약을 동원해, 흔적을 새기고 마력을 흘려넣으며 수 시간의 작업을 끝마친 뒤에서야.
“후우······. 이건 이 정도면 충분하겠고.”
방어용 아티팩트까지 끝났다면, 마지막 세 번째로 필요한 것이 바로 회복용 아티팩트다.
공격과 방어에서 소비된 체력이나 마력 따위를 보충할 수 있는 물건.
“그러고 보면 1층에 약초들이 좀 남아있던가.”
아마 일레인스 저택에도 상비약으로 사용하는 약초들이 있을 터.
조합과 술식에 따라선, 그것들로도 간이 회복약을 만들 수 있으리라.
그리고 또 하나.
“·········이멜다에게 줄 물건도 하나 만들어둬야겠지.”
최소한의 자기 보호 용도와 함께.
아르민이 사전에 짜둔 ‘계획’을 위해서라도 보험은 필요할 터.
아르민은 마리나가 사다주었던 싸구려 목걸이를 손에 쥐고 들여다보았다.
다른 게 아니라,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비하기 위해.
이걸로 로자리오(Rosary)를 만들 생각이었다.
그 뒤로도 마법을 보조하기 위한 부적 따위를 제작하거나, 도구를 조정하는 사이.
어느덧 점심시간이 찾아왔다.
****
1층으로 내려오자, 일레인스 저택의 앞마당이 부산스러워진 것을 느꼈다.
신성기사단이 모여 우르르 장비를 정리하고 있는 걸 보아하니.
‘본격적으로 수색을 시작하려나 보군.’
아무래도 오전 중에 시체를 확인한다던 일정이 끝난 모양이었다.
그리고 아르민의 추측대로.
“지금부터 현장 흔적을 찾아 그 주변을 수색한다! 중간까지는 말을 타고 가지만, 현장에선 직접 발로 뛰어야한다. 짐은 최대한 가볍게! 장비와 무구를 정비해라. 잠시후에 출발하겠다!”
성기사들 사이에서도 한 떨기 꽃처럼 고고히 빛나는 여성 성기사.
기사단장 세실리아가 박력 있는 목소리로 단원들을 향해 명령하는 모습이 보였다.
– 예!!
우렁찬 대답과 함께 성기사들의 움직임이 더 빨라졌으니.
이 정도로 잘 훈련된 군인은 또 간만에 보는 지라, 잠시 그 광경을 구경하듯 얼마나 있었을까.
“여기서 뭘 하는 게냐?”
말의 고삐를 쥔 카일이 이 자리에 나타났다.
‘흐음?’
아르민은 눈을 빛냈다.
카일 또한 완전 무장을 갖춘 모습이, 아무래도 저 수색대와 같이 움직일 생각인 듯 했다.
“신성기사단이 이곳에 있다니, 꽤나 큰 일이 벌어졌나 보군요.”
카일이나 아르민이 직접 흑마법사 이야기를 아르민에게 한 적은 없었지만.
머리가 있다면, 신성기사단이 찾아왔다는 것만으로도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터.
카일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네놈도 짐작하다시피, 영지 근처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졌다.”
지금 하는 것도 전부 그걸 위한 수색이라고 카일은 말했다.
“······형님도 같이 가시는 겁니까?”
카일의 허리춤에 매달린 검을 바라보며, 아르민이 의외라는 듯이 말하자.
“쓸데없는 소리를. 이건 영지의 일이다. 일레인스 가문의 적자로서 빠질 수야 없지 않더냐?”
돌아온 건 카일의 그러한 단호한 대답이었다.
영지의 일이라, 이거지.
아르민은 속으로 피식 웃었다.
그랬다.
결국 자신과 상극이라고 할 수 있는 눈앞의 남자도, 어쨌거나 영지를 위해 싸우는 기사였다.
영지민을 핍박하고 짜내는 귀족이 많은 요즘 시대를 생각해보면, 실로 바람직한 귀족이 아닐 수 없었다.
“준비가 다 끝났습니다. 카일 경.”
슬며시 순백의 갑옷을 반짝이며 다가온 여성 기사들.
세실리아와 미첼의 등장에 카일은 짧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돌렸다.
“동생분도 함께 가십니까?”
세실리아의 질문에 카일은 고개를 저었다.
말없이 거절하는 듯한 모양새에 세실리아나 미첼도 아무 말이 없는 걸 보면, 처음부터 의례적으로 건넨 말일 테지.
둘도 아르민이 어떤 인물인지 잘 파악하고 있을 테니까.
‘뭐, 그건 아무래도 좋아.’
대신, 아르민은 불쑥.
“형님.”
카일을 불렀다.
“······무슨 일이냐?”
무뚝뚝한 대답을 내놓는 카일을 향해, 아르민은 손을 내밀었다.
흔히 말하는 악수였다.
“거, 고생하십쇼.”
“·········.”
처음엔 카일도 아르민의 평소 같지 않은 태연한 행동에 의심스러운 듯 눈을 가늘게 떴지만.
하필 주변에는 세실리아와 미첼을 비롯해 보는 눈이 많았다.
그런 장소에서 대놓고 내밀어진 이 손을.
‘체면과 격식을 따지는 그쪽 같은 인간이라면 거절 못하지.’
그리고 아르민의 예상대로.
“······고맙구나.”
카일은 마뜩찮은 표정으로 아르민의 손을 잡고 흔들었다.
천천히 멀어져 가는 카일과 제7신성기사단의 무리를 일별하며, 그들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졌을 때쯔음.
아르민은 몸을 돌리고는 조용히.
“안수즈(Ansuz).”
마법을 발동시켰다.
****
베른숲의 보다 깊고 울창한 안쪽에서.
– 찾았다!
– 그쪽으로 갔다!
다수의 기사들이 몬스터와 맞서 싸우고 있었다.
본디 이곳에 있을 리가 없는 마물, 있어서는 안 되는 마물들은 저마다가 검은 마기에 휩싸인 채로 기사들을 공격했다.
“흐아아압!”
그 사이로 번뜩이는 검광이 있었다.
시야 바깥에서 크르륵! 하는 포효와 함께 나타난 검은 고블린을 단칼에 베어내는 칼날.
그것은 그야말로 날아오른 비룡이 먹잇감을 낚아채듯 휘둘러진 날카로운 발톱과도 같았으니.
서걱!
– 크라아악!
한 번에 하나씩.
카일은 비룡 기사단의 부단장이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게, 뛰어난 활약을 보이며 마물 사이를 거침없이 종횡무진 했다.
“어째 점점 더 숫자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카일의 외침에 그 옆을 미첼이 내달리며 대답했다.
“사기의 농도도 짙어졌어요! 아마 이 근처에 흑마법사의 본거지가 있는 게 확실해요!”
그렇게 두어 시간에 걸친 질긴 추적과 섬멸 끝에, 기사단 멤버들과 카일은 마침내 발견할 수 있었다.
숲에 마련된 공터, 그 구석에 떡하니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정체불명의 지하 동굴을 발견한 것이다.
보란 듯이 준비된 던전의 입구 앞에서.
“안에서 사기가 풀풀 흘러나오고 있네요.”
묘한 감탄을 터트리며, 차락 하고 품에서 주경서를 꺼내드는 미첼에게, 카일이 질문했다.
“······놈이 아르카스의 신도라는 게 사실입니까?”
“제가 시체에서 확인한 증거에 따르면······, 확실해요. 상대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악신의 신도가 맞아요.”
미첼의 확언에 카일은 표정을 굳혔다.
악신 아르카스.
그 이전에는 불의 신 아르카스라고 불렸던 신.
허나 여신 아르카디아를 배반하여 악성(惡性)으로 추락하고야 만 그 신을 추종하고야 마는 자들이 있다는 걸, 카일 또한 잘 알고 있었기에.
꿀꺽.
그는 마른침을 삼킨 채, 검을 다잡았다.
여기까지 온 이상, 물러설 수는 없었다.
카일은 날카로운 눈으로 던전 내부를 쏘아보았다.
영지 근처에 자리 잡은 마굴.
흑마법사의 본거지라는 생각에, 형언할 수 없는 분노가 끓어 오른 것이다.
“제가 먼저 돌입하겠습니다.”
그 누가 말리기도 전에, 카일은 칼을 빼들고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신성기사단에게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기사로서 그리고 영지의 귀족으로서 먼저 모범을 보이려는 것이다.
그렇게 남자는 날랜 몸놀림으로 던전 안으로 들어섰고.
‘거 참, 화려하게 덫에 걸리셨구만.’
감고 있던 눈을 뜨며, 이제까지 모든 풍경을 ‘지켜보았던’ 아르민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
“과연, 그런데다가 ‘덫’을 만들어뒀단 말이지.”
중얼거리면서 아르민이 눈을 떴다.
지금까지 아르민이 VR을 지켜보듯 구경하고 있던 풍경은 다름 아닌 카일의 시선이었으니.
‘통찰의 눈, 안수즈.’
아르민이 카일과 악수를 나누었던 바로 그 순간.
카일의 장비에 통찰의 룬을 새겨 넣어, 몰래 시선을 인터셉트한 결과로 얻은 부수적인 수입이었다.
‘신성기사단은 숲속에서 흑마법사의 본거지를 발견했다···라는 건가.’
확실히 방금까지 보았던 풍경에서, 카일과 기사단은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많은 수의 마물 무리와 마주쳤고.
끝내 보란 듯이 나타난 던전 입구 앞까지 도달했다.
더구나 안에서 풀풀 풍겨오는 사기(死氣)의 기척까지 더해진다면야.
그 누구라도 이곳이야말로 흑막의 본거지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으리라.
다만 문제가 있다면 하나.
‘정작 놈은 거기에 없다.’
그것이 덫에 불과하다는 걸.
다름 아닌 흑막 본인에게 추적 마법을 건 아르민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신성기사단과 카일이 숲속을 뒤지는 사이, 아르민의 발걸음이 향한 곳은 여기.
마을 외곽.
평소 마을 사람들도 자주 찾고는 하는, ‘신성’을 증명하기 위한 장소였다.
끼이익.
두꺼운 나무문을 열고 들어서자, 곧바로 아르민의 눈앞으로 신성스럽기까지 한 성상(聖像)이 나타났다.
“여신 아르카디아의 조각상······인가.”
그랬다.
이곳은 일레인스 마을에 자리 잡은 엄연한 종교시설.
다름 아닌 흑마법사는 바로 이곳에 있었으니.
바로 그때.
“수도원에는 무슨 볼일이십니까?”
아르민의 등 뒤에서, 수도복을 걸친 노인이 나타났다.
< 제7장 – 신성기사단 : 단애의 칼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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