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is stronger RAW novel - Chapter (184)
내 마법이 더 쎈데-184화(184/203)
< 제90장 – 긍지 (2) >
– 스······승님···?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어째서 아르민이 여기 있는 건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은 제자를 보며, 아르민은 설핏 입가를 당겼다.
“꽤나 보기 좋은 얼굴이구나. 엘레노아.”
아르민은 쓴웃음을 머금었다.
엘레노아는 그야말로 죽을상을 짓고 있었다.
······하긴 이상할 것도 없나.
방금 전 아르민이 보아온 풍경은 확실히 그녀를 상처 입히기에 충분한 광경이었으니까.
저벅.
한 걸음, 아르민이 그녀에게 다가가려고 하자.
– ······다가오지, 마세요.
명백히 아르민을 거절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이 공간에, 그리고 아르민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왜 그러지?”
느긋한 질문을 들은 그녀는 시선을 피하고, 자신의 몸을 그러모은다.
부끄럽다는 듯이, 자신의 스승님을 뵐 면목이 없다는 듯이.
추악하게 변해버린 자신의 몸을 애써 가리려는 것처럼.
– 제 몸은······. 정상이 아니에요. 마력이 조절이 되지 않아요. 섣불리 제게 가까이 다가왔다간······.
그대로 스승님마저 상처 입힐지도 모른다고.
불안에 가득 찬 엘레노아의 목소리는 하염없이 떨리고 있었다.
“확실히······.”
아르민은 엘레노아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몸은 이미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
반쯤 무너진 상태라고 할까.
이미 육신의 절반 이상이 마력에 침범 당해 푸른빛을 내뿜기까지 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력에 의한 육체 재구축 현상. 내가 마계 때 겪었던 것과 비슷한 행위인가.’
고치의 완성이 멀지 않았다.
인간들의 신앙과 바람을 받아들여, 신이 되는 과정에 이른 그녀.
‘기원함으로서 신으로 만든다. 그들은······, 여기까지 이르렀나.’
아르민의 눈동자가 깊어졌다.
인간을 신으로 만든다는 걸 두고 레프너겐은 이렇게 말했다.
대업, 혹은 대계라고.
그 간절한 바람은 우리들의 한계로 가득 찬 육체를 벗어던지고 고차원의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 직접 자신들의 손으로 신을 만들겠다는 오만이다.
동시에 그것은 아르민도 잘 알고 있는 마술과 아주 비슷했다.
‘아르스 마그나(Ars Magna).’
납을 황금으로 바꾸고, 인간의 영혼을 불멸로 이끌기 위한 지혜의 총칭.
그것은 아르민이 기억하던 현대 사회, 지구에서도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도달할 수 있던 ‘마법의 지식’이다.
아무리 오만의 신성을 사용했다고는 하나, 레프너겐은 현대 마법의 편린을 이곳에서 재현한 셈이다.
그래, 그것은 어디까지나 마탑주들의 바람. 즉 타의에 의한 것이다.
인간이란 본디 내가 이해할 수 없는 현상에 공포를 느끼기 마련이다.
특히나 그것이 내 육신이라면 더욱 말할 것도 없다.
엘레노아는 그저 이해할 수 없는 형태로 변해가는 자신의 몸을 보고 두려워하고 있었다.
저벅.
한 걸음 더.
아르민이 그녀에게 다가가자.
– 제발······. 그만······.
흐느낌이 이어지고 동시에 파직! 하고 공간에 불꽃이 튀긴다.
불똥이 아르민의 눈앞에서 어지러이 흩날리며 아르민의 뺨에 자욱한 열기를 새겼다.
그것만이 끝이 아니었다.
우우웅.
마력이 공명하면서 심상치 않은 흐름을 보여주기 시작한 것이다.
‘공간이 엘레노아의 감정에 반응하고 있다.’
아르민을 상처 입히고 싶지 않아 거절한다.
아마 엘레노아는 그 비슷한 사념을 품은 것이겠지.
그러나 마법이란 의지의 발현, 사상의 체현이다.
그녀의 바람에 응해 이 일대는 순식간에 아르민을 거절하기 위한 적대적인 마력으로 가득 찼다.
호흡 한 번에 폐가 불타 들어가고, 손짓 하나에 심장과 근육이 얼어붙으려고 든다.
– 아, 아아···!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기가 지금 아르민에게 어떠한 위해를 끼치는지 깨달은 그녀는 더욱더 좌절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괜찮아. 나는 이 정도로는 다치지 않으니까.”
아르민의 손짓에 마력이 갈라진다.
실제로 아르민은 이 정도 수준의 마력간섭으로는 상처 하나 입지 않았다.
그저 오연한 태도로 거세게 일어나는 마력의 파도를 헤치고 걸을 뿐.
그 거침없는 행동에 엘레노아는 눈을 질끈 감고 소리쳤다.
– 스승님이 굉장하다는 건 알아요. 하지만 이대로 있다간, 제가 무슨 짓을 벌일지 몰라요. 조슈펠을 잃었던 것처럼. 더는 다른 누군가를 잃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 제발······.
다가오지 말아달라고.
괴로움과 비통이 담긴 목소리였다.
확실히 아르민이 방금 심상세계를 통해 보아온 그녀의 과거는 처참했다.
자신을 괴롭히던 부모를 잃고, 가까스로 마음에 떠올렸던 저열한 쾌감.
처음으로 소중한 존재라고 느꼈던 스승을 눈앞에서 허무하게 잃었어야만 했던 고통.
단적으로 말해.
[그녀의 인생은 그저 고통에 지나지 않았다.]그것이 문제였다.
아마 처음부터 이 고치는 엘레노아로 하여금 저러한 과거를 수십, 수백, 수천 번을 곱씹게 만들어 보다 감정의 농도를 짙게 만들기 위한 장치였겠지.
강렬하고 농익은 감정일수록 그것이 가지는 힘은 크다.
실제로 그녀가 살아온 인생은 살을 깎는 고통으로 가득했을 것이다.
그녀가 겪어온 매순간들은 뼈를 째로 씹어 부술 정도의 괴로움이었을 것이다.
그러니 보아라.
그녀는 이렇게 거대한 마력을 육에 품은 초월적인 존재로 변해가고 있지 않은가.
‘지금 엘레노아의 상황은······, 비유하자면 폭탄일까.’
이미 공이는 진즉 신관을 때렸지만, 그녀는 초인적인 인내력으로 폭발을 참고 있을 뿐이었다.
이런 상태의 엘레노아를 섣불리 자극했다간, 비극은 순식간에 일어나고야 말겠지.
그래서일까.
– 차라리·········. 차라리 스승님의 손으로······.
엘레노아는 고개를 들고 간절한 바램을 담아 아르민에게 이렇게 말했다.
– ······절 죽여주세요.
담담한 침묵이 공간 너머로 퍼져 나간다.
죽여달라.
그것이 어떤 마음에서 나온 말인지, 아르민이라고 모를 리가 없다.
설사 죽이지 않더라도 봉인 같은 수단을 이용해 그녀를 격리할 수 있다면 확실히 상황은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녀가 폭탄이라면, 폭탄을 없애는 것이 곧 이번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라는 걸.
아르민 또한 당연히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였다.
“거절하마. 그럴 순 없지.”
– 어, 째서······.
그래서 절대로 그 수단은 택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내가 그러고 싶지 않거든.”
아르민은 피식 웃었다.
바라본 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당혹과 슬픔, 고통으로 얼룩져 있어 엉망으로 일그러져 있었지만.
그런 그녀의 얼굴이, 아르민은 누구보다 아름답다고 느꼈다.
보아라, 그리고 떠올려라.
‘녀석의 인생이 어떠했는지.’
그녀의 인생을 곱씹어보자면, 비상한 재능과 기적을 몸에 두른 그녀가 이 자리까지 도달해 신으로 전락하는 상황이 단순히 우연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을 터였다.
괴로운 인생을 겪은 끝에, 그녀가 이 자리까지 올라선 것이라면.
“내가 널 죽여 버리고, 단순히 그걸 없던 일로 치부할 수는 없어.”
– ······왜, 죠?
그야 뻔한 질문이로구나.
아르민은 즉답했다.
“그렇게 되면 네 녀석의 인생을 부정하는 꼴밖에 되지 않으니까.”
– ············.
엘레노아가 숨을 삼킨다.
그리고는 고개를 젓는다.
– 제, 인생을 부정할 수 없다? 괴로움과 고통으로 가득 차서, 하루하루 죽고 싶다고. 날 이런 꼴로 만든 세상을 원망하기만 했던 제 인생을, 부정할 수 없다고요?
엘레노아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으며 한탄했다.
– 제 가슴 속에서 울리는 목소리는 이렇게 말하고 있어요. 나를 이런 꼴로 만든 저들에게 복수하라고, 그들이 원하는 대로 신이 되라고.
그것이 엘레노아의 가슴 속에서 계속해서 울리던 목소리의 정체.
내가 나로 태어났기 때문에 이런 인생을 살아와야만 했던 것이라면.
그렇다면 차라리.
– 그들의 바람대로 신이 되어주겠어요. 신이 되어 전부를 죽여 버리고 싶어요.
그런데도 당신은 내가 살아온 인생을 긍정하는 것이냐고.
일말의 분노와 실망, 그리고 비통을 담아 외치는 엘레노아를 향해 아르민은 고개를 저었다.
“물론 마탑주들을 비롯해, 네 인생을 농락하고 멋대로 그런 걸 요구한 놈들이 있는 건 사실이야.”
하지만.
“세상사람 모두가 네게 그것만을 바라는 건 아니야.”
따악.
아르민이 손가락을 튕기자, 심상세계로 마력이 흘러나가며 공간 자체를 일그러트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서 나타난 건, 조슈펠이 싸우는 모습이었다.
콰앙!
화르르륵!
쏟아지는 마법의 세례 속에서도 기가 꺾이지 않은 그녀는 뜻을 함께한 다른 마탑의 학생들과 마법병을 상대로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뒤를 지켜주세요!] [상대를 쓰러트리는 게 목적이 아니에요. 최대한 버티면서, 뒤에서 찾아올 원군을 기다리는 겁니다!] [스승님과 교학장님이 돌아와 주시기만 한다면, 그것이 우리의 승리가 될 거에요!]아르민과 샤오메이가 돌아오리라는 것을 굳게 믿는 채로.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고결히 싸우는 친우의 모습.
그걸 보고 나서야.
– 아.
엘레노아의 눈동자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흔들린다.
그래, 아직은 괜찮다.
“조슈펠은 죽지 않았다.”
****
조슈펠만이 아니었다.
아르민이 보여주는 풍경 속에서는 그녀를 구하기 위해 싸우는 이들이 차례차례 나타났다.
– 샤오메이가 정령들을 부려 마탑주들을 상대하고.
– 테트리오 교수는 시스템의 편린에게 대항해, 자기가 지키고자 하는 걸 지키기 위해 수문장으로서 싸운다.
– 헬레나와 이스텔, 그리고 민세희는 아르민의 제자이자 자신의 후배를 위해 싸우기를 주저 않았다.
– 아, 앗······.
이처럼.
“모든 인간들이 네가 괴로워하기만을 바라는 게 아니야. 네가 돌아 와주기를 바라는 인간들도 얼마든지 있다.”
– 하지만, 저는······.
“분노로 누군가를 상처 입힐 뿐이라고?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날 괴롭힌 녀석에게 분노하고 복수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 인간이라면 당연한 거야.”
– 당연, 하다?
그래, 성인군자도 아닌 이상.
누구나 가슴 속에서 분노를 토하는 목소리는 한 둘쯤 가지고 있는 법이다.게다가.
“분명 넌 괴로운 인생을 걸어왔다. 그 과정이 힘들었다는 것도 알고 있어. 그건 충분히 이해해.”
그렇지만 동시에 그 인생이 아무런 의미도 없었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엘레노아. 너는 나의 제자지 않느냐.”
고통스러운 인생이 있었다.
아픔이 가득한 삶이 있었다.
수많은 것을 잃어왔고, 그 끝에 신이 되라며 이런 부당한 위치까지 내몰렸다.
하지만 그 전부는.
“네가 삶을 참고, 견뎌냈기에 도달한 결과지 않더냐.”
그것은 비극일 뿐이었나?
엘레노아의 삶은 그저 고통과 비통으로만 가득 차있던 한심한 삶에 불과했나?
그럴 리가 없다.
왜냐하면
“네가 그 모든 것을 견뎌내 주었기 때문에, 이렇게 나는 너와 만날 수 있었다.”
– 스승님이······ 나를······?
관점이 변화한다.
공간에 파문이 인다.
필시 그녀가 보내온 시간은 고통으로 가득 찬 시간이었다.
필연 그녀가 밟아온 발자취는 피를 토하는 괴로움으로 얼룩진 자국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인생이 그런 말로 끝나는 ‘하찮은 인생’이기만 했던 것도 아니다.
엘레노아, 고개를 들어라.
엘레노아.
“가슴을 펴라.”
너는 단순히 하찮은 빈민가 출신의 계집이 아니다.
평생을 타인의 적의와 악의를 받으며 고통 받아왔을 뿐인 불쌍한 여자가 아니다.
그 모든 괴로운 과정을 견뎌온 끝에, 간신히 여기까지 살아남아 도달할 수 있을 만큼 강하고 고결한.
“나의 소중한 제자니까.”
네가 그 괴로운 시간을 발버둥 치면서 견뎌주었기에 비로소.
“나는 너를 만날 수 있었지. 나는 그 사실에 누구보다 감사하고 있다.”
한계를 맞이한 이 세계 사람들의 육체.
아르카디아의 질투와 시기심으로 조정된 그들의 육체를 바라보며 이제는 답이 없고 어떤 방면으로 속죄해야할지도 몰라 방황하던 내게.
“너는 나를 이끄는 이정표였어.”
그러니 그것을 자랑스럽게 여겨도 된다고.
아르민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그랬다. 지금 여기서 아르민이 떠드는 이야기는 그녀를 설득하고자 내뱉는 입 발린 말 따위가 아니었다.
그녀를 만날 수 있게 된 나 자신에게 속삭이는 말이었다.
네가 살아있었기에, 변화하고, 수많은 만남을 거쳐 온 이들을 보라고.
“분명 마탑주들은 널 멋대로 이용했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의 타의에 의해, 네 긍지가 더럽혀져야 할 이유 따윈 없어.”
인간이란 쉬이 실수를 저지르는 욕망의 동물이다.
무언가를 손에 쥐고, 자신이 할 수 있다고 믿은 끝에 실로 간단히 어리석은 선택을 범하는 오만을 저지르기도 한다.
하지만 동시에 인간이란.
실수를 바로잡고, 잘못된 걸 고쳐나가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이들이다.
그만한 긍지를 지닌 자들이 있다.
엘레노아를 구하기 위해 이 자리까지 온 저들을 보라.
자, 여기까지 왔으니 이제는 정말 중요한 걸 물어볼 때였다.
“한 가지 물어보마.”
아르민은 조용히 검지를 펴들고는 이렇게 입을 열었다.
– ·········.
“너를 구하기 위해, 저 풍경 너머의 사람들은 여러 가지 선택을 해왔지.”
누군가는 가문과 척을 지는 것도 개의치 않고 친우가 돌아올 자리를 사수하기 위해 싸움을 택하고.
또 누군가는 시스템에서 떨어져 나와 그녀만의 수문장이 되기를 선택했다.
아르민은 제자를 구하기 위해 여기까지 오겠다는 선택을 했고.
다른 이들도 얼마든지 마찬가지다.
하지만 여태까지 그 누구도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하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 가장 중심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어째선지 그 누구도 그녀에게만은 이것을 묻지 않았던 것이다.
딱 한 가지의 질문을.
다른 누구도 아니라.
“엘레노아, 너는 어쩌고 싶으냐?”
아르민의 따스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
그것은 실로 따듯한 말이었다.
고통과 아픔으로 머리까지 얼어붙는 것만 같던 엘레노아에게 들려온 따스한 말.
– 내가, 어쩌고 싶은, 가를?
지금까지 아무도 물어봐주지 않았다.
그저 다들 멋대로 그녀를 이용하려고만 들었지, 그 누구도 엘레노아의 의사를 물어봐주지 않았다.
너는 어쩌고 싶냐고.
엘레노아에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답이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그 대답을 꾹 삼켰다.
감히 그것은 바래서는 안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설마하니 이 지경에 몰려, 타인을 죽이고 복수하고 싶다는 음험한 생각까지 해버린 내가.
– 돌아갈 수, 있을 리가 없는데······.
그건 충분히 잘 알고 있는데.
눈물에서 쉼 없이 눈물을 쏟아내면서도 그래도 감히 엘레노아는 바랐다.
이제까지 단 한 번도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던 인생에서 난생 처음으로 그녀는 스스로 선택하기를 빌었다.
– 돌아, 가고 싶어요······.
돌아가고 싶다.
더는 세상천지가 고통으로만 가득하지 않다는 걸 간신히 깨달았으니까.
– 조슈펠이 있는 곳으로, 세희 선배가 있는 곳으로.
그리고 무엇보다도.
– 스승님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아르민은 빙긋 웃었다.
“그래, 그럼 돌아가자.”
– 하, 하지만······. 제 몸이 이렇게 변했는데 어떻게······!
반쯤 무너진 형체를 그러모은 채로, 엘레노아는 불안한 목소리로 그렇게 물어왔지만.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엘레노아.”
아르민은 피식 웃고는 망설이는 엘레노아의 코 앞까지 다가갔다.
간신히 제자의 앞에 다가와 정면으로 마주보고 선 채 아르민은 이렇게 물었다.
“애당초 네 눈앞에 있는 사람이 누구라고 생각하지?”
– ······아.
동그랗게 눈을 뜨는 그녀에게 아르민은 단언했다.
“신좌에 한없이 다가가는데 성공한, 대단하기 짝이 없는 네 녀석의 스승이 바로 나야.”
아르민은 빙그레 웃었다.
“그런 내가 만능(萬能)이지 않을 리가 없지. 네가 원한다면 반드시 구해주마.”
그러니.
“돌아가고 싶다고 했지?”
– ············네!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이는 제자의 손을 아르민이 움켜쥔 순간.
쿠우웅!
세계에서 그러모은 어마어마한 마력의 파도가 아르민을 집어삼켰다.
엘레노아의 눈동자가 걱정으로 커지지만, 동시에 아르민은 자연스럽게 마력의 파도를 헤치며 그녀에게 안심하라는 듯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자, 그럼 지금부터 똑똑히 지켜보고 있도록. 네 스승님이 얼마나 굉장한 마법사인지.”
얼마나 만능에 어울리는 자인지.
따악.
아르민이 손가락을 튕긴 순간.
마력의 재배열.
세계를 뒤바꾸는 마법의 실현을 시작한다.
끼이이이익!
공간이 울부짖는다.
아르민은 생각했다.
‘이 고치 안은 엘레노아를 신으로 만들기 위한 태내와 같다.’
때문에 그녀의 감정에 감응하는 마력으로 가득 차 있고, 그 양은 일개 개인을 충분히 신적인 존재로 바꿀만한 수준의 물건이었다.
말하자면.
‘유사 공방이라고 할 수 있겠지.’
아르민은 마법사.
마법사에게 공방이란 숙명과도 같다.
이 고치 내부를 자신의 공방으로 삼기 위해 해킹하며, 아르민은 공간의 마력을 탐욕스레 빨아들였다.
‘부여하는 특성과 속성을 일점에 집중한다.’
지금부터 행하는 마법은 신으로 변모한 인간을 다시 지상으로 되돌려놓기 위한 마법.
인간을 신으로 만들 수준의 마력량이라면 그 반대도 충분히 가능할 터.
‘신성을 가진 고로 [완전]했던 존재에서, 지상으로 내려와 인간의 몸에 임하여 [불완전]으로 거듭난 신화라면.’
빙긋, 아르민은 입가를 틀었다.
그만한 신화라면 이 세계에서 다른 누구보다 유명한 것이 하나 있었다.
‘마력에 플러스, 제곱에 제곱. 공방 전체의 마력을 오른손에 집중시켜 술식을 짠다.’
그러자 이윽고 아르민의 오른손에 모여든 마력은 곧 하나의 세계를 이룩하기 시작했으니.
끼익.
끼익.
육체가 비명을 내지른다.
지금 아르민이 하려는 짓은 요컨대 세계를 하나 만들어내는 것과도 같다.
급격한 한도 내에서 인간의 육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할 기적을 체현하려는 결과.
신체의 말단부터 삐걱거림이 퍼져 나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괴로워하는 제자가 돌아가고 싶다 말했다.
그렇다면.
“집으로 돌아가게 해주는 것이 스승의 역할이겠지.”
자. 여기서 보여주마.
신화급 마법.
입에 담는 구절은 세계에서도 가장 유명했을 신화의 편린.
이사야서 제7장 14절.
– 그런즉, 주께서 몸소 징조를 보여주시리니, 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고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하리라.
신적인 존재가 신성을 대신하여, 새로이 인간성을 획득한 순간을 기리는 이름.
오늘날로 하여금 부르길 그 이름.
– ‘성탄(聖誕)’이라 하여라.
메리 크리스마스다. 요 녀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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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90장 – 긍지 (2) > 끝
ⓒ 뫄뫄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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