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is stronger RAW novel - Chapter (187)
내 마법이 더 쎈데-187화(187/203)
< 제91장 – 사랑을 위하여 (3) >
마법(魔法)이란.
그 자체로 이상의 구현이자 사상의 체현이다.
요컨대 마법사란 바보처럼 우직하게,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이상만을 바라본 채. 다른 곳으로는 허튼 시선 주지 않고 그저 종착지만을 향하는 족속들인 것이다.
그러한 자들이 눈앞에서 평생을 추구해온 이상이.
이 손을 뻗어 잡아채고자 했던 사상이 부정당하는 순간······.
“좋네, 처음부터 서로가 서로를 인정할 수 없었다면, 결론은 하나뿐일 테지.”
그그그긍.
레프너겐의 광기에 이끌리듯 사방의 마력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동시에 투둑 투둑, 레프너겐의 피부 위로 돋아나는 핏줄들이 그득히 마력을 머금기 시작했으니.
“온전하지는 않다고 해도, 자기 육체를 효율적으로 개량한 끝에 유사 마력신경을 구축하는 데까지 도달했나.”
과연 생명을 다루는데 탁월한 지식을 지닌 자색의 마탑주라고 할까.
아르민은 감탄의 의미가 담긴 휘파람을 불며. 후배를 불렀다.
“세희야, 이 녀석 좀 부탁하마.”
“앗.”
아르민이 품에 안고 있던 엘레노아를 넘기자, 다급히 그녀를 받아든 민세희는.
“선배. 여기에선 같이······.”
나지막한 목소리를 내었지만.
아르민은 고개를 저었다.
함께 싸우고자 하는 마음은 고맙다. 하지만.
“혼란이 가라앉는 건 금방이야. 마탑주들이 언제 이쪽으로 시선을 집중시킬지 몰라.”
당장에는 샤오메이의 도술 앞에 정신 못 차리는 그들이지만, 레프너겐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 혼란도 앗 하는 사이에 끝날 일이었다.
그러니.
“엘레노아를 데리고 헬레나와 함께 이곳을 빠져 나가.”
“하지만.”
아르민이 손을 들어 말을 막았다.
후배가 이렇게 나오는 이유는 잘 알고 있다.
걱정된다. 같이 싸우고 싶다.
그런 마음을 모를 리가 없다.
그래도.
“괜찮아. 이 선배가 지는 거 봤냐?”
자신감에 가득 찬 한 마디 앞에서, 세희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어쩔 수 없네요. 알았어요. ······대신.”
살며시 미소를 지은 얼굴로 민세희는 말했다.
“빨리 전부 끝낸 다음에 얼른 돌아와요.”
“물론이다마다.”
민세희와 헬레나가 엘레노아를 데리고 저만치로 달려가는 모습을 배웅한 뒤.
아르민은 몸을 돌려 레프너겐과 마주했다.
빠직빠직.
허공에서 요동치는 마력을 직시하며 아르민은 솔직하게 감사를 표했다.
“우선 내 후배를 얌전히 보내줘서 고맙다고······. 인사라도 해야하나?”
“크흐흐, 그럴 필요 없네. 어차피 서로를 부정하고 인정하지 못하는 건 자네와 나 사이의 이야기가 아닌가. 그밖에 외인을 끌어들일 이유는 없지.”
그저.
“자네만 쳐 죽이면 될 일이네.”
이런 냉정한 면에서는 역시나 마법사라고 부를 수 있는 점이겠지.
“뭐, 그게 가능한지 아닌지는 차차 알아보기로 하고, 마침 나쁘지 않은 그림이야.”
아르민은 손을 풀며, 여전히 레프너겐의 눈동자에서 일렁이는 광기를 목도한 채 이렇게 말했다.
“나도 확인해보고 싶은 게 생긴 참이거든.”
한 호흡의 숨결.
레프너겐의 육체로 모여드는 마력이 일정 한계치를 넘어선 순간.
“흐으으읍!”
근육이 대지를 박차고.
“빵.”
아르민의 검지가 토해낸 탄환이 허공을 내달렸다.
****
마력과 마력의 격돌.
아르민이 날린 더블 액션의 공격 마법 공기팡을, 레프너겐은 당연하다는 듯이 주먹으로 분쇄하며 다가왔다.
‘빠르다.’
앗 하는 사이 바로 코앞까지 다가온 주먹.
육체의 극의를 추구했다는 것이 거짓이 아닌 양, 그 주먹은 빠르고 무거웠다.
달린다.
고개를 숙이고 아르민은 손에 마력을 머금었다.
별다른 세공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 순수하게 물리력 그 자체를 머금은 채로.
‘뻗는다.’
아르민은 중국 무술에서 흔히들 말하는 촌경(寸勁)의 요령으로 곧장 레프너겐의 옆구리에 처박았다.
쿠웅!
강대한 충격.
이윽고 근육이 찌르르 떨리며 아르민은 분명히 느꼈다.
– ······58%
‘묵직하게 박혔다.’
이 충격이라면 어지간한 짐승조차도 내장이 진탕이 되고, 피를 토해내며 뒤로 물러설 정도의 위력일 터이지만.
“크, 흐!”
레프너겐은 몸이 한차례 들썩일 뿐, 이내 씨익 웃는 얼굴로 아르민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쿠웅!
다시금 뒤로 백스텝하며 순간적으로 아르민은 회피해냈지만.
팟.
콧등으로 자그마한 상처가 생겨났다.
주르륵 흐르는 피를 닦을 생각도 않은 채, 아르민은 감탄 했다는 듯이 목소리를 흘렸다.
“······육체가 단단하군.”
“그것만을 위해 걸어온 인생이라네.”
완전한 육체.
저 남자는 일평생, 그것만을 바라본 채 살아왔다.
마법사가 우직하니 한 가지의 이상만을 바라본 채 살아온다는 건, 곧 자신의 내면을 일평생 끊임없이 들여다본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대체 그 어떤 정신 나간 자가 자신의 밑바닥을 하염없이 들여다보며 수십 년의 인생을 살아갈 것이며.
대체 어떠한 미친놈이 그 과정에서 무너지지 않고 버텨낼 것인가.
그렇다.
경지에 이른 마법사란, 그러한 짓을 태연히 저지르는 괴이(怪異)나 다름 없는 것이다.
보통은 어느 시점에서 타협하고 물러설 것을.
평범한 범재라면 어느 수준에서 순순히 자신의 이상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마법이 주는 은혜에만 감사하게 생각할 것을.
“자네나 나나, 결국 포기하지 못한 채 여기까지 왔다는 거지. 자네의 마법 실력에 놀랐네. 신에 이르려는 자를 인간으로 되돌릴 수준의 마법. 필시 내가 알지 못하는 고행을 겪어왔겠지.”
달린다.
아무리 입이 움직인다 해도 그것이 육체를 멈출 이유는 되지 않기에.
마력을 전신에 때려박는 순간, 아르민은 전신에서 호소하는 아릿한 통증을 느꼈다.
‘역시 신화급 마법을 사용한 직후라······. 생각보다 마력신경이 과열되어있다.’
그야 아무리 아르민일지라도 밥 먹듯이 아무렇지도 않게 그만한 기적을 행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것이 가능한 존재가 있다면, 그런 존재야말로 ‘신’이라는 단어가 어울리기에 합당한 존재일 터.
인간으로서, 그저 인간으로 살아갈 뿐인 아르민에게도 분명한 한계란 존재했다.
때문에 아까 그 촌경의 위력이 생각보다 약했던 것도 전부 마력신경의 과열 상태 때문이리라.
– ······77%
후웅!
주먹이 휘둘러진다.
뱀을 연상시키는, 혹은 채찍과도 비슷한 궤적을 그리며 달라붙는 주먹은.
이미 휘둘러지는 것만으로도 대기를 찢고 스크류를 발생시키고 있었다.
그 여파에 비명을 내지르는 대기를 돌파하며, 아르민은 보다 깊숙이 레프너겐의 품속으로 돌진했다.
그와 동시에 어깨에 마력을 집중.
‘고난도의 마법은 오히려 위력을 죽인다. 그렇다면 차라리 반대로.’
액션은 두 개.
충격과 스며듬.
더블 액션.
어깨를 타점으로 삼아 순전히 충격을 덧입혀 상대의 유사 마력신경을 교란시키기 위한 공격.
그 이름.
침투경(浸透勁).
‘철산고(鉄山靠).’
퍼억!
아르민의 어깨가 정확히 레프너겐의 명치를 찌르자.
“커, 흑!”
그제야 레프너겐은 피를 토해냈지만, 그럼에도 노인은 물러서지 않았다.
– ···84%
단단하게 자리잡은 근육, 그 위로 맥동하는 혈관은 그 자체로 마력신경이 되어 끊임없이 육체에 마력을 공급한다.
나이와도 상관없이.
육체의 기본 성능과도 무관계하게.
순전히 마법을 단련해서 도달한 육체의 정점.
‘이미 그 수준은 리미트를 끊어낼 수준이었나.’
아르민은 입가를 비틀었다.
레슬링 기술처럼 품으로 파고든 아르민을 끌어안아 짜부라트리려는 레프너겐에서 벗어나.
가볍게 스텝을 밟으며 아르민은 재빠르게 피해냈다.
그러면서도 아르민은 여전히 감탄했다.
원래 자신이 알던 세상에서는 이런 말이 있었다.
‘흔히 고도로 발전된 과학은 그 자체로 마법과 구분이 되지 않는다고들 하던데.’
설마하니 그것뿐만이 아니라.
“거기까지 신체를 단련하면 이미 그것만으로도 마법의 영역에 이르렀다는 건가!”
“오로지 그것만을 위해 바쳐온 인생일세!”
콰앙!
다시금 주먹과 주먹이 부딪친다.
– ···91%
동시에 노인이 토해내는 말은, 마음을 부딪치는 공격이기도 했다.
“우리의 육체에 걸린 한계. 그것을 내 눈으로 처음 목도한 순간. 내가 얼마나 절망했는지 자네는 알 수 있겠나?!”
이 세계를 살아가는 이로서 우리의 육체가 처음부터 ‘죽을 때’가 정해진 고물이라는 걸 깨달았을 때.
그가 느낀 절망감은 대체 얼마나 컸을까.
“나는 내 눈으로 직접 보아왔네. 우리의 육체가 얼마나 나약하고 부서지기 쉬운 것인지.”
육체의 한계란.
단지 마법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배울 수 없다···정도로 끝나는 말이다.
요컨대.
“이 세계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은, 자네나 자네 후배의 육체와 비교해보았을 때 병마를 이겨내기 어려운 육으로 구성되어있네.”
“······그건.”
아르민은 입을 다물었다.
그건······.
아르민도 알고 있었지만, 입에는 담지 않았던 한 가지의 가능성이었다.
그래, 알고 있었다.
모를 리가 없다.
그 누구보다도 아르민은 그 사실을 절절하게 알고 있었다.
레프너겐이 악을 쓰며 음울하게 토해내는 저 말의 의미를.
“육체의 한계는 마법이라는 힘이 있음에도, 병마로 죽어가는 인간들을 야기했네.”
아르민은 떠올렸다.
자신의 어머니를.
수도에서 병마로 먼저 일레인스 가를 떠난 자신의 혈육을.
생각해보면 그것은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마법이란 힘이 있다면, 그것을 통해 치유가 가능하다면 이 세계에서 귀족이 병으로 죽는 일 따위가 일어나서는 안 된다.
그런데도 죽는 이가 나타난다.
그 전부가.
‘아르카디아의 설계다.’
수명을 적게 설정한다.
육체는 병마를 이기기 어렵도록 설정한다.
그렇게 만들수록 더욱 더 그들은 고통 속에서 신을 찾고, 신에 대한 믿음 속에서 고통을 잊으려 들기 때문에.
우리가 쥐어준 거짓된 신의 축복인 ‘어그러진 마법’을 가지고 제딴에는 대단한 힘을 가진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어 쓸데없는 생각을 품지 못하도록 만든다.
그 전부가 아르카디아의 설계였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세계가 아무리 천 년 이상이라는 시간을 들여도 중세 수준의 문화권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도······.’
마법으로만 연명되는 문화를 가지게 된 것도 전부 신의 개입 때문이었으리라.
아르카디아의 손아래 관리되어온 모형정원.
“그걸 알았을 때의 절망감을, 자네가 알 수나 있겠는가!”
······알 수 없다.
한계가 존재하는 육체가 아닌, 자신의 힘으로 그걸 벗어던진 아르민만은 저 절망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후웅!
주먹이 휘둘러지고.
휘이익!
다리가 채찍처럼 휘둘러지는 공격을 피해, 한 걸음, 한 걸음 아르민은 더욱더 남자와 주먹을 부딪쳤다.
– ···95%
여기까지 와선 단순히 ‘쓰러트린다’는 것으로 끝날 이야기가 아니었다.
절망감은 알겠다.
나 자신이 그걸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도 안다.
그럼에도 아르민은 목소리를 줄이지 않았다.
“레프너겐, 네가 지나쳐온 길은 확실히 굉장해. 아무것도 없는 들판에서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은 올바른 길을 걷고자 했지.”
하지만 그 수단이 틀려먹었다.
그걸 위해 누군가를 희생시키는 일 따윈 넌센스다.
아무리 절망했다 한들, 아무리 모든 걸 바꾸고자 했던들.
“네 눈에 서린 광기는 무엇이냐. 무엇이 널 인간을 희생시켜도 된다고, 그런 방법을 취해서 인간의 육체를 바꿔도 된다고 등을 떠민 거냐!”
보다 올바른 방법이 있었을 것이다.
맑은 정신을 유지하고 있었다면, 보다 더 아름다운 정답을 찾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절망감에 빠져들어 혼탁해진 그의 눈은 광기로 얼룩져 있다.
아르민이 잘못 본 것이 아니라면 저건 신물의 기운.
모노리스의 편린이 뿌리는 기척이다.
그 진실을 확인하고자.
콰앙!
아르민은 주먹을 부딪쳤다.
– ···97%
부딪치고 또 부딪쳤다.
– ···98%
아까부터 희미하게 느껴지던 감각이 보다 강렬해지는 것을 실감한다.
과열된 마력신경의 패스가 점차 열기를 덜어내며 보다 예리한 감각을 곧추세운다.
한 방. 두 방.
주고 받은 주먹 간에 아르민의 마력신경은 점점 더 저쪽의 유사 마력신경에 영향을 끼친다.
그것이.
– 99%.
임계점에 이르려는 찰나.
아르민이 지금까지 주먹을 주고 받았던 이유.
레프너겐의 눈에 서린 광기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
“마지막이다.”
콰앙!
마지막으로 주먹을 부딪친 순간에 이르러.
– 100%
유사 마력신경에 대한 개입이 시작된다.
감각을 빼앗고 풍경을 제압해, 아르민의 눈앞이 뒤집히면 전혀 새로운 광경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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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91장 – 사랑을 위하여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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