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is stronger RAW novel - Chapter (188)
내 마법이 더 쎈데-188화(188/203)
< 제92장 – 신성강림 (1) >
우리의 육체가 불완전하다는 것을 알게 된 뒤로, ‘나’는 절망감에 빠졌다.
– 어째서인가.
마법이라는 문명을 이룩해냈음에도 우리는 어째서 육체의 한계조차 벗어나지 못하는가.
이 육은 병마에 침범당하기 쉬우며 우리는 매사 죽음을 두려워하며 신을 숭배해야만 하는가.
그것은 ‘내’가 생명의 마탑에 입문한 순간부터 평생을 품어온 의문이었다.
그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나는 평생토록 대륙을 여행해왔다.
수많은 사람들을 보아왔다.
고귀하다는 왕국의 왕족도, 평생을 사치를 부리며 살아가는 귀족도, 일평생을 마법 따위와 무관계한 삶을 살아가는 평민도, 그리고 오늘 내일 먹을 것을 걱정하는 빈민까지.
그야말로 세상 전부를 두루 보았다.
제각기 사는 모습은 달랐지만, 그들의 공통점은 하나 같이 같았다.
– 언제 찾아올지 모를 죽음을 두려워한다.
생(生)과 사(死)란 표리일체(表裏一體).
살아있다는 건 곧 죽음을 향해 달려간다는 소리와 같다.
누구나 언젠가 찾아올 사신의 낫을 두려워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런 점에서 이 세계는 더욱 더 잘못 만들어졌다.
마법을 배우고 배운 끝에, 생명의 끄트머리에서 우리의 육체가 더는 성장할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온다는 걸 알게 된 시점에서 나는 자연스레 생각했다.
– 이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생명의 마탑.
그 주인을 자처하는 자로서 좌시해서는 안된다.
이건 이미 내 평생의 숙원이나 다름 없었다.
의문을 품고 나서 시작된 여행은, 곧 문제의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한 여행으로 바뀌었다.
혹자는 말했다.
그런 문제는 신을 믿기에 해결할 수 있다고.
그러나 나는 동의하지 않았다.
우리의 문제는 인간의 문제, 때문에 인간인 우리가 해결해야할 일이지 않느냐고.
그렇게 얼마나 대륙을 거닐었을까.
– 찾고 있었습니다.
제국의 끄트머리에서 나는 간신히 그 남자를 만날 수 있었다.
장신의 키, 멀끔한 인상과는 별개로 음울한 기색을 풍기는 남자.
알로스린 대공.
그는 나를 찾아와 말했다.
– 당신이 여행하는 이유를 알고 있습니다.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저를 도와주시지 않겠습니까?
****
알로스린 대공이 안내한 곳은 저택 지하에 마련된 어두운 석실이었다.
솔직히 말해 나는 놀랐다.
남몰래 대륙을 여행하던 나를 그 오지에서 기어코 찾아낸 대공의 정보력에도 감탄했지만.
무엇보다 대공의 저택을 찾았을 무렵.
철컥.
지하로 이어진 계단 앞에 질서정연하게 도열한 기사들은 내 눈을 의심케 할 정도였기에.
– 제국 내부에서 이만한 병력을 숨겨두고 있다니?
마탑주쯤 되는 위치에 서면 풍기는 기도와 기세만 보더라도 상대의 수준을 짐작할 수 있는 법이다.
알로스린 대공이 거느린 병력의 규모나 질은 이미 제국이 자랑하는 4대 기사단에 뒤지지 않을 정도였다.
황족 개인이 소유하면 위험하다고 판단하여, 다수의 황족 권한으로 묶어두고 있는 병력을.
이 자는 혼자서 가지고 있는 셈이다.
– 헌데 어디로 안내하는 게지?
그때 문득 나는 저잣거리에서 지나가듯 들었던 소문을 기억해냈다.
알로스린 대공에게는 무척이나 아름다운 아내가 존재했으며, 지금은 그 가녀린 절벽의 꽃이 죽고 없다는 이야기를.
그리고 동시에.
[아름다운 아내를 미처 떠나보내지 못한 채 미련을 품은 대공이, 그 시체를 가지고 있다는 끔찍한 소문까지.]어차피 저잣거리의 뜬소문이다.
교양 없는 이들은 얼마든지 높으신 분의 추악한 면이나, 더러운 면을 떠들고 싶어했고 이 소문도 그 중 하나에 지나지 않을 테지.
설마 그것이 사실이라고는 생각지 않았지만.
만약.
정말로 만약에.
그것이 사실이라면.
딱 한 가지.
대공이 나를 이곳까지 데려온 이유가 짐작이 갔다.
그런 생각에 잠겨 있을 무렵.
– 여기입니다.
– 흠?
끼이이익.
거대한 석실의 문이 바닥을 긁으며 내는 요란한 소리를 뒤로한 채 개방한 내부.
대공이 안내한 곳에 도착한 나는 눈을 부릅떴다.
그도 그럴 것이.
– 아아, 설마······.
– 역시 자색의 마탑주께서는 알아봐주시는 군요.
나는 믿기지 않는 광경에 전율했다.
평생을 찾아왔다.
우리의 불완전한 육체를 벗어날 방법만을 애타게 찾아 헤매온 일평생이었다.
설마하니 그 끝에 이르러 이렇게나 ‘아름다운 인간’을 만나게 될 줄이야.
대공이 보여준 것은 말 그대로 ‘가장 완전한 인간’의 형태였다.
저벅, 저벅.
흔들리는 발걸음을 가까스로 부여잡고서, 나는 석관 위에 놓여 있는 ‘그것’을 향해 다가갔다.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갈 때마다 가슴 속에서 알 수 없는 뜨거운 감정이 치밀어 올랐다.
그 감정의 정체가 무엇인지, 나 레프너겐은 한참 뒤에야 깨달을 수 있었다.
[이것은 사랑이다.]압도적인 존재.
완전한 인간을 눈앞에 둔 나였기에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불완전한 우리의 한계를 벗어난 그 형태를 보고 나서야, 내가 나아가야할 길이 무엇인지 확신할 수 있었다.
그렇게.
‘나’의 기억을 추체험한 아르민은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보고선 입가를 비틀었다.
“······저게 인간이라고?”
가슴에서 흘러넘치는 사랑을 주체하지 못하고, 석관 위에 놓인 것을 끌어안고 있는 레프너겐.
그가 손에 쥐고 있는 건 [한 개의 구슬]이었다.
****
그것은 구슬이었다.
명핵(命核). 혹은 라이프 베슬이라고 부르는 부류의 무언가.
그리고 그 구슬에서는 명백히 사람의 ‘욕망’을 자극하는 사랑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그나마 추체험을 통한 만남이라 아르민에겐 영향력이 적었지만.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저것은.
‘신물의 파편이다.’
그것도 색욕의 신기를 머금은 아티팩트라고.
동시에 그 안에선 약동하는 생명이 느껴졌다.
아름다운 자의 영혼, 누군가를 쉼없이 사랑하고 욕망하는 자의 분명한 생기가 전해져온 것이다.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저건.
– 대공의······ 아내가 되는 분이신가?
– 그렇습니다. 병마로 떠난 그녀를 궁정 마탑의 도움을 받아 그 형태로 다시 만들었습니다.
인간의 육을 벗어났기에 손에 넣은 완전함.
인간의 정의는 무엇인가.
영혼이 존재하고, 지성이 존재하며, 그 존재가 여전히 이곳에 머물러 있다면.
– 육체를 벗어던진 그녀의 형태야말로 당신의 고민을 해결해줄 정답이 되어주지 않겠습니까?
레프너겐은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다. 실로 지당한 말이었다.
정답이었다.
인간이 인간이 되기 위해서 굳이 이 불완전한 육체를 가지고 있을 필요 따윈 없다.
그녀를 만나고서야 레프너겐은 정답을 깨달았다.
필요한 건 사랑이었다.
인간을 사랑하는 마음이었다.
– 신이 정의한 육체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이미 신들이 우리를 버린 이상, 우리 또한 더 이상 기존의 신들이 제약한 법칙에 구애될 필요 따윈 없지 않은가.
그 결론은 베네딕트가 말했던 ‘신들의 퇴장’과 같은 내용이지만 전혀 다른 맥락을 통해 도달한 결론이었다.
인간으로서 생명을 탐구하고, 그 누구보다 인간적으로 살아왔던 남자.
타인을 구하고, 잃어버리며, 남부 수왕국에서는 한 명의 영웅처럼 또 다른 영웅들의 노력에 한 손 거들기까지 했던 마도사가 도달한 해답.
그건 바로.
– 인간, 보다 완전한 인간이 되기 위해서라면.
우리를 버린다.
그걸 통해 더 높은 차원으로 향한다.
그런 일그러진 사랑으로 도출된 결론이었다.
****
“인간을 사랑해서, 그런 결론에 도달한 거라고?”
레프너겐의 육신은 제압했다.
바닥을 뒹군 채로 광기로 가득찬 눈빛을 가진 마탑주 레프너겐은 얼굴을 일그러트린 채 아르민을 올려다보았다.
“그렇다네. 나는 그저 인간을 사랑했을 뿐이야.”
색욕의 신물, 그것에 영향을 받은 남자는 사랑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저만한 광기를 품고, 엘레노아를 이용해 신을 만들고자 한다는 오만을.
그렇게 만들어낸 신을 통해, 인간의 육신을 벗어나고자 했다는 말도 안 되는 계획을 실행한 것이다.
‘전부 알로스린 대공의 노림수였나.’
색욕의 신물이 가진 능력 또한 대강 짐작이 갔다.
사람의 내면에 품은 사랑을 강하게 만드는 힘.
그것은 누군가에겐 성적인 욕망이 될 수도 있고, 누군 가에겐 세계를 구하고자 하는 사랑일 수도 있다.
누군가를 향한 갈망과 사랑을 폭증시키는 힘.
그야말로 신물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엇나간 효과가 아닌가.
그런데 잠깐.
‘알로스린 대공은 마차를 통해 누군가를 이미 동쪽으로 보냈다.’
그것이 황녀가 알아낸 정보를 토대로 추론해봤을 때.
대공의 아내라면 어째서 대공이 그리 움직였는지 이해가 되었다.
아내를 되살리기 위해서, 오만의 신성을 이용하기 위해.
‘잠깐.’
아냐, 전제조건이 틀려먹었다.
저런 구슬을 이리로 보내서 뭘 어쩐단 말인가.
뜬소문대로 시체 상태의 아내를 되살리는 일이라면, 생명의 마탑주인 레프너겐의 도움을 받는 게 이상할 게 없겠지만.
그게 구슬의 형태라면?
– 뭔가가 비어있다.
결정적으로 가장 중요한 단서가.
해답으로 이끌어줄 가장 확실한 피스가 빠져 있다는 위화감.
“······그런데 설마 오만의 술식이 깨질 줄은 몰랐네. 절대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것조차 자네는 가능케 했지. 순수하게 같은 마법사로서 나는 자네에게 감탄했네.”
갑자기 무슨 헛소리를 하는 것인가.
아르민이 제압한 레프너겐을 내려다보았지만, 자신의 계획이 좌절된 남자에게선 딱히 실망을 했다거나 절망한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마치.
‘또 다른 노림수가 있는 것처럼.’
그리고 아르민의 추측에 확신을 심어주듯.
“하지만 늘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것조차 망가질 우려가 있다는 것을, 우리 마법사들은 알고 있지 않던가.”
그래서.
“이런 상황에 대한 대비도 물론 준비해뒀네.”
“뭐?”
레프너겐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지금 자네가 밟고 있는 땅을 모두가 무엇이라 부르는지 아나?”
알고 있다.
“별이 머무는 땅······.”
“그래, 마도의 신이 신좌에서 굴러 떨어져 지상으로 떨어졌다는 바로 그 땅일세.”
신이 굴러떨어진 자리.
그 말은 곧.
“이미 이 근방에는 신이 떨어졌다는 ‘신화’가 새겨져 있단 소리지.”
그건 알고 있다.
신이 떨어졌다는 것과 신이 되어 올라간다는 것은 표리일체.
기독교의 성경에서도 이야기한 신화이며.
신화소가 품은 가장 기본적인 개념이다.
그래서 꼼짝없이 레프너겐이 그 신화를 이용하여, 엘레노아를 신으로 만드는 술식을 만든 것이라고 알고 있었거늘.
“하지만 자네라면 알겠지. 이 경우엔 오히려 ‘신이 떨어졌다’는 그 신화 자체를 이용하는 쪽이 더 올바른 술식이라는 것을.”
“·········!”
뇌리를 번뜩이는 생각이 있었다.
설마 그럴 리가 없다는 부정을 내뱉기도 전에, 어째서 그 가능성을 떠올리지 못했냐고 스스로를 욕하고 싶으리만치 확실한 그림이 눈앞에 떠올랐다.
“······설마······!”
“자네도 이미 알고 있겠지. 무엇보다 자네 손으로 지켜낸 존재가 있지 않던가. 이미 우리 자색의 마탑에겐 가장 완전에 가까운 생명체가 있다는 것을 말일세.”
비밀로 감추는데 성공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자색의 마탑주는 처음부터 절대생명체의 존재를 알고 있었단 것인가······!
“그 얼굴, 내가 하려는 일이 무엇인지 깨달은 모양이군.”
레프너겐은 히죽 웃으며 자신이 노린 두 번째 플랜을 입에 담았다.
신이 떨어진 이곳을 무대로 삼은 이유.
아주 단순하게.
“우리의 손으로 신을 만드는데 실패했다면, 아직 저 별의 대해 위에서 느긋하게 다리나 꼬고 앉아있을 신을 끌어내리면 될 일일세.”
쿠우웅!
기다렸다는 듯이 마력의 흐름이 바뀌었다.
고치로 인해 임계점에 한없이 가까이 모여 들었던 마력이 향하는 방향은 다름이 아니라.
“제미니······!”
상아탑의 학생들이 머무르고 있을 숙소였다.
****
장소는 상아탑의 숙소.
– 하아, 하아······.- 끄, 끝났나?
학생들은 저마다 거친 숨을 토해내거나, 지친 나머지 바닥에 주저앉은 채로 믿기지 않는다는 듯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법병들.
그들은 마탑이 자랑하는 병력답게 확실히 강력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상아탑의 학생들이 고스란히 당할 만큼 약한 것도 아니었다.
그들 또한 마탑에서 자랑하는 천재 중의 천재들.
조슈펠이 당당히 앞으로 나서 이끄는 대로, 상아탑의 학생들은 정말로 마법병들을 제압하는데 성공했다.
“다행히······. 크게 다친 분은 없는 것 같네요.”
조슈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서 누군가가 죽기라도 했다간, 아무리 올바른 일을 위한 싸움이었다고 해도 큰 상처가 되었을 테니까.
“제미니 교수님. 괜찮으신가요?”
“앗, 네. 조슈펠 영애. 전 괜찮답니다.”
제미니는 지친 기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거친 싸움이었지만 그래도 승리했다. 그 덕에 이곳을 지킬 수 있었다.
“조슈펠 영애 덕분이에요.”
“아니요. 모두가 노력해준 덕분이지요.”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이내 풋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아무래도 승리를 실감하기보다도 먼저 육체와 정신에 피로가 찾아왔다.
“이대로 쉬고 싶지만······. 밖에서 또 지원군이 찾아올지도 모르니. 다친 사람은 방으로 따로 보내고, 각자 경보 마법 설치와 부상을 돌볼 사람을 선별해야······.”
그래서였을까.
제미니가 피로한 얼굴로 그렇게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정리하는 사이.
그녀 곁에서 조슈펠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마탑의 학생들이 표해오는 감사의 인사에 일일이 답해주고 있는 사이.
그 누구도 제미니에게 접근하는 ‘그것’을 깨닫지 못했다.
펄럭.
로브를 나부끼며 학생 사이에서 갑자기 등장한 ‘그것’은 제미니의 등을 툭 치고 지나갔다.
그러자.
“······어?”
털썩.
순식간에 제미니가 보는 풍경의 위아래가 바뀌었다.
아랫배 부근부터 화끈거리는 감각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제미니 교수님?”
뒤늦게 이상한 걸 눈치 챈 조슈펠이 다가왔을 땐, 이미 모든 것이 끝난 뒤였다.
두근. 두근.
아랫배로 퍼져 나가는 두근거림.
투두둑.
뜨거운 선혈이 아랫배에서 쏟아지기 시작했다.
“피, 피가!”
“여기! 교수님이 상처를! 부, 붕대! 아니, 그보다 치유 마법이 가능한 사람을 얼른!”
– 아, 아······.
제미니가 바닥에 쓰러지자, 조슈펠은 다급히 다가가 그녀의 상처를 보기 위해 옷을 들춰내었다.
그러자.
“······이게, 뭐죠?”
처음엔 날붙이에라도 찔렸나. 싶었다.
하지만 옷을 들춰 목격한 장면은 그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흉측한 것이었다.
“······눈?”
누구의 목소리였을까.
조슈펠은 저도 모르게 정답이라고 소리칠 뻔했다.
그건 눈이었다.
새까만 구슬이 제미니의 복부에 박혀든 채로, 사방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구슬로부터 시작된 울퉁불퉁한 혈관이 마치 식물의 뿌리처럼 게걸스레 제미니의 ‘무언가’를 빨아들이고 있었다.
“어, 어쩌죠?”
“이걸 떼네야······! 하지만 그랬다간!”
– 아, 아아······.
제미니의 눈동자에서 생기가 사라졌다.
맥없이 그저 의미 없는 목소리만을 반복하던 그녀의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리는가 싶더니.
이윽고.
쿠우우웅!
거대한 바람을 일으키며 주변에 있던 마탑의 제자들을 튕겨냈다.
– 꺄악!
– 뭐, 뭐야?!
두근 두근 고동친다.
구슬은 점차 제미니의 육체를, 절대생명체로서 설계된 그녀를 지배하기 시작해다.
그때 제미니의 눈앞으로 처음 보는 풍경이 비치기 시작했다.
‘아, 이건······.’
그것은 옥좌였다.
거대한 옥좌.
별 너머의 대해에 존재하는 가장 고귀하고 위대한 옥좌.
그것이 무엇인지 제미니는 단숨에 깨달았다.
‘이것이······. 할아버지가 목표로 했던······.’
내 육체를 통해 이르려고 했던 결말이란 것을.
그렇게 제미니가 눈을 감은 순간, 동시에 그녀의 생명 또한 끊어졌다.
그리고.
두웅.
울림이 퍼져 나갔다.
“하아.”
끊어졌던 호흡이 다시 이어지고, 그 숨결에는 신기(神氣)가 서리기 시작한다.
제미니는 천천히 눈을 떴다.
그녀가 처음으로 내뱉은 말은.
“······어처구니가 없군.”
이전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그녀는 얼굴의 반쪽을 부여잡은 채로, 끓어오르는 분노를 간신히 참아가듯 말을 씹어뱉어냈다.
“나를 직접 끌어내린다고······? 하찮은 인간 주제에 말이더냐?”
그녀.
암흑교단의 신성(神聖).
모리오카가 이 자리에 강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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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92장 – 신성강림 (1) > 끝
ⓒ 뫄뫄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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