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is stronger RAW novel - Chapter (189)
내 마법이 더 쎈데-189화(189/203)
< 제92장 – 신성강림 (2) >
‘명핵(命核)의 각성을 확인, 이탈한다.’
숙소 강당에 나타난 그것의 ‘존재’를 확인한 마법병은 로브를 여미며 재빨리 자리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 은밀하면서도 내밀한 움직임은 마탑에서 파견한 마법병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자신을 감추는데 익숙한 간자의 것이나 다름없었으니.
아니나 다를까.
스윽.
품에서 연락용 마도구를 꺼내든 남자는 건너편에 있을 자신의 주군에게 조용히 보고했다.
– 임무 완료를 선언. 복귀하겠습니다.
허락의 말은 따로 떨어지지 않았지만.
건너편에서 흡족한 웃음소리가 들려온 것을 남자는 놓치지 않았다.
주인이 만족했다.
그럼 정식 임무는 여기까지다.
‘실로 오랜 시간이었다.’
대공의 수하로서 언젠가 때가 오기만을 기다리며 잠자코 마탑의 하수인으로 가장한지 족히 10년.
마탑 연합은 설마하니 자신들의 수하들 중 특히나 엘리트 중의 엘리트들로 구성한 마법병 부대의 일부가, 타국 그것도 제국의 대공이 거느린 세력에게 더럽혀졌다는 것을 지금 이 순간까지도 전혀 모르고 있다.
그만큼 알로스린 대공, 남자의 주인 되는 자가 벌인 일은 은밀하고 담대한 작업인 셈이었지만.
그것도 오늘로 끝이다.
‘10년의 대계도 드디어 마지막이다.’
신이 머물고 있다는 별의 대해.
그 신좌(神坐)에 있을 신성을 대지로 끌어내린다는 대업.
평범한 사람이 들으면 무슨 미친 헛소리냐고 손가락질부터 했을 이 허무맹랑한 작전을, 그의 주인은 한치의 의심도 없이 진행했고. 또한 성공해낸 것이다.
그것은 위업이라 불러 마땅한 일일까?
아니면 신을 능멸한 죄업이라 불러야만 하는 일인 것일까?
혹자라면 철학적 주제를 품고 다소의 감상을 품을지도 모를 명제겠으나.
그럼에도 남자는 아무런 생각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
그저.
‘주인을 따르는 개라면 그저 따를 뿐.’
그 대신 남자가 머릿속으로 떠올리는 건 단 하나였다.
‘이번 임무가 끝나면 나는 은퇴한다.’
대공은 약속했다.
임무가 끝나는 순간, 남자의 충정과 그 신의를 높이 사 자유와 막대한 보상을 내리기로.
그럼 자신은 그걸 받아 이제 그만 이 지긋지긋한 어둠에서 빠져나가기만 하면 그만이다.
‘그럼 외곽 지역에 준비된 탈출로를 이용해······.’
바로 그때였다.
따끔 하고 남자의 목 부근으로 화끈한 감각이 지나갔다.
‘응?’
벌레라도 물었나 싶어 남자가 목을 매만지자.
털썩.
세상의 풍경이 위아래로 반전했다.
‘어?’
무슨 일인가 싶어 남자는 어떻게든 입을 열려고 해봤지만.
“쉬익··· 시시싯.”
목구멍에서 흘러나오는 건 쉬익쉬익하고 공기 빠지는 새된 소리 뿐.
바닥에 처박힌 얼굴은 어째선지 힘을 줘도 움직이지 않는다.
영문을 알 수 없어 의아하단 기색으로 눈동자만을 데룩데룩 굴리던 남자는.
‘아.’
이내 발견했다.
목을 만지는 자세로 뻣뻣하게 굳어 있는 자신의 몸뚱아리를.
그렇다는 건.
바닥에 쓰러진 나는······, 이 몸은······.
그때 저벅 하고 묵직한 발자국 소리가 남자의 머리 뒤로 따라붙었다.
– 죽는 것보다도 내 목이 잘렸다는 걸 먼저 깨달았다.
깨달음이 있고 나서야 찾아오는 사신의 발자국 소리.
대체 그건 얼마나 날카로운 검격이 있었기에 가능한 기예인가.
남자의 시선 위로 그늘이 졌다.
그늘의 주인공이 누군지를 따져 묻는 것은 쓸데없는 짓이겠지.
조용히 남자를 내려다보는 실루엣은 이런 말을 꺼내들었다.
“죽음을 목전에 두고도 무슨 일인지 모르다니, 실로 하찮고 우습구나. 다만 안심해라. 아무리 하찮더라도 신이 된 자로서 자비를 잊진 않으마. 걱정 말거라. 네가 너에게 줄 것은 구원이니라.”
제미니.
아니, 이제는 모리오카의 신성을 품은 그녀는 천천히 식어가는 남자의 머리를 내려다본 채.
“다만 아직 자비를 베풀기 전에 묻고 싶은 게 있다. 날 끌어내린 건 필시 네놈의 주인이 벌인 짓이겠지. 그렇다면 어디 좋다.”
스윽.
남자의 머리 위로 얇은 침을 박아 넣은 모리오카는 조용히 입술을 달싹였다.
[인법(忍法) 가라쿠리의 술(術).]“자, 네 주인이 있는 곳을 알려주어라.”
퍼덕퍼덕.
남자의 머리가 부들거리며 혓바닥을 움직여댔다.
****
– 아.
마력의 거대한 흐름이 향한 곳을 바라보며, 아르민은 불길한 감각이 전신을 간질이는 걸 느꼈다.
‘레프너겐이 뭐라고 했지?’
급박한 상황 속에 머릿속의 톱니가 과열된 것만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고를 멈출 순 없다.
상황을 정리하고, 계획을 세워야만 했다.
‘생각해보자. 레프너겐이 마법의 무대를 이곳 별이 머무는 땅으로 정한 이유는 분명.’
신이 떨어진 자리라면, 똑같이 그 전승을 차용해 재현하는 것이 가능하다던 레프너겐의 말이 다시금 떠오른다.
요컨대 저 남자는.
‘······현대 마법이 가진 모티브를, 이곳에서 재현했다.’
전승과 사상, 이상과 신화.
기존에 존재했던 이야기를 재구축해서 전개하는 마법.
이쯤에 이르렀다면, 역시나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레프너겐 저 자가 마법을 구사하는 방식은.
“현대 마법의 갈래와 맞닿아 있다, 인가.”
아니, 감탄은 뒤로 미룬다.
“선배!”
“미스터 강. 마력의 흐름이 한 데로 모이고 있어. 내버려뒀다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민세희의 부름과 헬레나의 충고.
그래, 그 말대로다.
레프너겐의 노림수가 먹혀들게 되었을 때, 벌어질 일은 하나밖에 없다.
‘신성의 강림······!’
과거, 이 세계에서 신좌에 앉은 자는 아르민을 제외한 칠영웅들로 총 여섯 자리.
첫 번째 신좌였던 아르카디아는 아르민, 자신의 손에 의해 패배해서 사라졌다.
두 번째로 존재했던 신좌 헬레나는 봉인의 신전에서 아르민과 만나며 동료가 되었다.
세 번째의 신좌······. 베네딕트는 직접 이 세계에 신 따윈 필요 없다며 아르민에게 자신을 죽여 달라 간청했으며.
네 번째로 블라디미르는 후배 민세희를 비롯한 다른 역전의 용사들이 직접 패퇴시키지 않았던가.
그리고 다섯 번째.
‘샤오메이는 바로 이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샤오메이 또한 마음의 변화를 겪고, 자기 손으로 직접 신좌에서 내려와 인간의 육을 취한 상태.
즉.
‘이미 신좌의 여섯 자리 중 남은 건 하나 뿐.’
그리고 지금 막, 그 마지막 남은 신좌의 신성을 레프너겐은 지상으로 끌어 내리려고 하고 있었다.
‘여섯 번째 신성은 모리오카. 암살교단의 신이다.’
죽음으로써 피를 갚고, 죽음의 안식이야말로 구원이며.
피로 피를 씻는 일이 곧 신성을 증명하는 길이라 믿는 미친놈들.
그런 자들을 신도로 두고 있는 더욱 더 미쳐버린 광신(狂信)이 바로 모리오카란 존재였다.
아마 이 세계에서 부르기를 신명 타카마가하라(高天が原)라고 하던가.
‘그런 놈이 정말로 이 지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되면······.’
그것도 샤오메이나 헬레나처럼.
자신의 의도나 타의에 의해 신성을 박탈당한 상태가 아니라, 레프너겐이 준비한 완충재 덕에 오롯이 신성을 가진 채로 등장하게 된다면.
‘······큰일났다는 말로 끝날 일이 아니야.’
살육의 신이 온전히 모습을 갖춘다?
그것도 인간에 의해 억지로 끌려온 형태로?
모리오카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아르민은 고개를 들었다.
아직 마력의 소용돌이는 몰아치고 있다.
그러니 여기서 자아낸 결론은 하나.
“······마력이 형태를 이루기 전에 요격한다.”
따악.
아르민이 손가락을 튕겼다.
단숨에 마력을 불러일으킨다.
마력신경을 한계까지 달구며 아르민은 저 허공에서 넘실거리며 한 자리로 모이는 마력의 구름을 시선에 담았다.
‘기회는 단 한 번.’
상황은 좋지 않다.
고치가 깨지며 흘러나온 마력과 더불어 대기를 채우고 있던 마나가 전부 저 파도에 휩쓸려간 나머지.
현재 주변의 마나는 한없이 제로에 가까운 상황.
그나마 다행이라면 신화급 마법을 사용하며 저릿하게 마비되었던 마력신경의 감각이 3분지 1쯤이 돌아온 정도일까.
그래도.
‘이 정도라면 마법을 준비하지 못할 것도 없지.’
특성을 하나, 둘, 나아가 넷 이상을 때려 박으며 마법의 술식을 그려낸 아르민은 과거, 신좌와 비유되던 태양을 쏘아 맞춘 화살을 손에 쥐었다.
그 이름.
[태양을 쏘아 떨어트리는 아홉 개의 화살]화르륵.
손안에서 머금은 화살은 고작 한 발.
급조한 마력으로 피워낼 수 있는 탄환은 고작 한 개가 전부다.
그래도 이것이라면 신좌를 쏘아 부술 수가 있을 터.
철컥.
장전을 한 오른손을 저 멀리 마력의 파도가 고인 방향을 향해 고정한 채로.
“후우.”
– 쏘아, 떨군다.
암시에 가까운 주문과 함께 아르민이 손가락을 튕기자.
피잉!
마력의 탄환이 허공을 내달렸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신좌가 내려올 순간이네! 전력을 다해 막게나!”
아마 위스퍼 마법 따위로 지시를 해둔 것이겠지.
레프너겐의 고함에 가까운 외침을 따라.
지이잉!
허공으로 거대한 마력의 방벽이 생겨났다.
샤오메이의 공세가 약해진 무렵을 틈타, 마탑주 전원이 협력해서 만들어낸 강고한 방벽을.
콰아앙!
키이이이잉!
아르민이 쏘아낸 탄환이 꿰뚫었다.
– 크헉!
– 이, 무, 무슨 위력을!
마력의 부담 때문에 마탑주 몇몇이 피를 토하긴 했지만, 됐다. 이걸로 탄환은 방벽을 뚫고 일직선으로 돌진해.
마력이 모인 자리를 아주 약간 빗겨나가, 허공 저편으로 튕겨져 나갔다.
“······빗나갔다?”
그리고.
콰아아앙!
거대한 떨림이 지상을 후려치며.
“아.”
신성이 강림했다.
****
무슨 말이 필요하랴.
모리오카.
신명(神名) 타카마가하라(高天が原)는 지금껏 지켜보아왔다.
세계의 흥망성쇠는 물론, 신좌에서 자신을 제외한 신들이 굴러 떨어지는 광경들을.
자만했던 주신 아르카디아는 패배해 육도윤회의 저편으로 사라졌고.
배신자 아르카스는 봉인된 채로 신성을 잃었다.
인간을 위한다던 역겨운 동정심을 표하던 올림포스의 신성 또한 죽어 스러졌으며.
신성을 일부 포기하면서까지, 신성의 발전기를 만들어 다시 신성을 되찾는 방식을 고집했던 유토피아는 인간들의 손에 패배해 사라졌다.
어리석은 타오화위안은 자신의 자식을 내버려둘 수 없다며 자기 손으로 신성을 버렸던가.
이처럼 다섯의 신이 전부 스러지고 사라질 때까지.
모리오카는 그저 지켜보고만 있었다.
그들을 보며 모리오카는 생각했다.
참으로.
‘어리석다.’
이 세계는 우리가 만든 세계다.
헌데 그 세계의 밸련스를 유지하겠다는 이름으로, 주신 아르카디아만이 세계에 간섭할 수 있던 건 부당한 행위였다.
그러나 그녀가 사라진 지금이라면.
오롯이 남은 신성을 가진 것이 나뿐이라면.
아르카디아가 사라졌을 때부터 그녀의 목표는 단 하나였다.
– 온전한 신성을 가진 채로 지상으로 내려가, 나만의 천년왕국을 건설한다.
그걸 위해 모리오카는 그저 지켜보았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수는 우선, 아르카디아가 신성을 품고 지상에 내려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던 신기(神器).
모노리스의 파편을 회수하는 일이었다.
그것이 있다면 나 또한 지상 땅을 밟을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모노리스의 파편을 일곱 개로 쪼갰다고?]마치 모리오카의 계획을 예상이라도 한 듯.
아르카디아는 손수 판을 엎어버렸다.
결국 그 뒤로 모리오카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쪼개진 모노리스의 편린들.
즉 신물을 회수하는 자를 회유해 계약하는 일 정도였다.
그럼 어떻게 행동해야할까.
모리오카가 고민하던 차.
한 남자가 나타났다.
– 당신들과 거래하고 싶소.
나를 모시는 암살교단이 있는 장소로 찾아와, 뻔뻔하게도 직접 거래를 요구한 남자.
아르카디아와 직접적인 계약을 맺었던 이반 황제가 죽은 뒤, 최고의 서열이라 부를 수 있었던 알로스린이었다.
그가 원하는 바가 뭔지 알 수 있었다.
[제국을 삼키기 위해, 나와 손을 잡고 싶더냐?]– 물론이오. 황제가 죽어 사라진 지금. 무너져가는 제국을 지탱할 수 있는 건 오로지 나뿐이오.
오만하면서도 절제된 목소리.
좋다. 실로 좋았다. 그라면 응당 정당한 계약자가 되어줄 수 있다.
심지어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그릇을 내게 내어주겠다고 조건까지 걸었다.
[좋다. 그럼 계약을 하자. 기아스(Geas)를 걸도록 하마.]계약 조건은 간단했다.
[내 아이들을 너에게 맡기마. 대신 너는 내게 신성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을 제공하면 된다. 우리와 손잡고, 네가 가진 인형을 가져 오너라. 내 몸이 될 그릇을 내 앞으로 내어오너라.]알로스린 대공이 가지고 있는 ‘그것’이라면 충분히 내 신성을 감당할 수 있으리라는 판단.
저 남자가 레프너겐이라 부르는 마법쟁이와 손을 합쳐 준비한 그릇을 보았기에 가능한 계약이었다.
그러나
[······기아스가, 깨졌다고?]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탐욕의 신물을 찾으러 갔던 암살교단의 멤버들이 전부 ‘누군가’에게 살해당했다.
여기까지라면 상관없다.
여전히 계약은 이루어지고 있을 테니까.
하지만 어째선지 탐욕의 신물이 자취를 감춘 바로 그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기아스마저 깨져버렸다.
마치 처음부터 이러한 계약은 없었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그럴 리가 없다. 이건 불가능한 일이야.]기아스란 단순하기에 가장 강력한 계약 마법이다.
어느 한쪽이 강제로 계약을 깨면, 그 날로 목숨을 잃게 되는 마법인 것이다.
그런데.
[아·········.]신 타카마가하라는 뒤늦게 깨달았다.
기아스가 깨진 이유.
그건.
[놈······! 처음부터 계약의 조건을 속인 것인가···!]알로스린이 암살교단의 협력을 얻어내며 내건 조건은 제국을 얻는 것.
그 대가로 자신은 그릇을 내어주는 것.
하지만 뒤늦게서야 알게 되었다.
알로스린 대공은 처음부터.
[제국을 손에 넣는 게 목적이 아니었나······!]그의 행보는 전부 거짓과 기만으로 점철되어있었다.
그가 꿈꾸는 건 제국을 손아귀에 넣는 것도, 권력의 중심에 선다는 야망도 아니었으니.
그가 가진 목적은 오로지 단 하나.
****
“제미니 교사?!”
“대체 무슨 일이?!”
혼란으로 뒤덮인 숙소의 강당.
모리오카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인간들이 많았다.
여기도 인간. 저기도 인간.
전부 인간들이다.
나를 이 자리로 이끌고 온 것도 인간.
걱정스러운 눈으로 날 바라보는 저것도, 경계하는 시선으로 마력을 끌어올리는 저 놈도.
“괜찮으신가요?!”
다급한 목소리로 다가오는 소녀.
순간 모리오카의 머릿속으로 그녀의 이름이 ‘조슈펠’이라고 부르는 귀족 영애라는 것이 떠올랐다.
아마도 이건.
‘육의 주인이 가진 기억인가.’
이 육에는 모리오카 말고도 또 다른 인격이 잠자고 있었다.
흥. 모리오카는 코웃음 쳤다.
마음 같아선 이 자리에 있는 모두를 도륙내고 싶었지만.
최후의 최후까지 육신의 기억이 거부하는 감각이 자신을 지배하고 있었다.
‘불쾌하군.’
바로 이게 문제였다.
모종의 술법으로 신성을 유지한 채 지상에 내려오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것이 온전치 못하다.
아직 적응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게다가.
“나를 이런 꼴로 만든 놈을 그냥 내버려둘 순 없지.”
[초상인법(超狀忍法) 삼신일종(三神一種) 야타노카가미(八咫鏡)의 술]닌자로서 익혀온 인법과 신성이 합치된 술법이 발동한다.
거울의 일면이 뒤집힌 것처럼 상이 바뀐다.
순식간에 모리오카가 발을 디딘 장소는 숙소 강당이 아닌, 밖의 외진 장소였다.
그리고.
서걱.
자신을 이런 꼴로 만든 원흉을 단숨에 제거했다.
또한 더불어
[카라쿠리의 술]그 남자의 머리통에 침을 꽂아, 기억을 읽어 들이며 자백을 강요했다.
그렇게.
“······알로스린, 거기 있었나.”
역시나 예상대로 나를 강림시키게 한 건 알로스린의 얕은 수였다.
인간 주제에, 고작 인간의 몸으로 신까지 이용해먹으려고 든 자.
모리오카는 비릿한 조소를 머금고선.
[야타노카가미(八咫鏡)의 술]한 번 더 거울과 거울 속의 공간을 도약했다.
쿠웅.
바깥에서 다시 안쪽으로.
모리오카가 눈을 뜬 곳은 화려한 차림새를 갖춘 인간들이 한데 모여있는 불쾌한 광경이었다.
저마다가 얼굴 위로 나 귀족이오, 왕족이오, 라는 되도 않는 말을 싸질러 놓은 것 같은 상판이었으니.
“누, 누구냐?!”
“경비병!”
“아니. 기사단장! 보그너 백작! 침입자를 격퇴하게!”
“흡!”
귀족 한 명의 요구에 따라, 보그너라 불린 남자가 참격을 날려왔지만.
“쓸데없는 짓을.”
모리오카가 손을 휘젓자, 단숨에 보그너 백작의 육체는 튕겨져 나가.
쨍그랑!
창문을 깨며 저 바깥으로 추락했다.
단숨에 긴장감이 차오른다.
이 자리에 모여 있는 인간들은 모리오카가 범상치 않은 존재란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러던 와중에.
“찾았다.”
모리오카는 그 중심에서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는 남자를 발견했다.
“·········당신.”
“알로스린. 이 몸께서 직접 널 찾아와주었다. 네가 바란 대로, 그리고 내가 바란 대로 신성을 품고 강림한 것이다.”
찰나의 순간, 알로스린 대공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자, 너도 머리가 있다면 내 정체를 깨달았을 터.
앞으로 보여줄 표정은 무엇이냐.
사신을 본 자와 같은 두려움으로 일그러진 표정이냐?
아니면 다른 인간들처럼 자신의 목숨을 구걸하기 위한 버러지와도 같은 얼굴이느냐.
무슨 얼굴을 하든.
‘여기서 죽여주마.’
모리오카가 손을 뻗은 그때.
“아아······!”
알로스린 대공이 보여준 얼굴은 두려움도, 공포도, 좌절로 칠해진 얼굴도 아니었다.
‘······뭐?’
그저 순수한 기쁨으로 반짝이는 얼굴을 가지고서, 알로스린 대공은 이렇게 말했다.
“마침내, 마침내 만나게 되었구려·········.”
그 어처구니가 없는 한 마디에 모리오카가 입을 열기도 전에 먼저.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모리오카의 입은 모리오카도, 그렇다고 제미니도 아닌 또 한 명의 목소리를 내었다.
그 당사자의 이름을.
“내 사랑, 이베트······.”
알로스린 대공은 감격한 목소리로 내뱉었다.
< 제92장 – 신성강림 (2) > 끝
ⓒ 뫄뫄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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