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is stronger RAW novel - Chapter (190)
내 마법이 더 쎈데-190화(190/203)
< 제93장 – 그것은 오만이다. (1) >
“내 사랑, 이베트.”
‘······이베트?’
대공이 꺼내든 그 이름은 미네르바 황녀의 기억에도 선명히 남아있는 이름이었다.
이베트 알로스린 부인.
과거 3년 전에 타계하여 장례까지 치렀던 게오르그 알로스린 대공의 안사람.
그 부름이 계기가 된 것일까.
난입자의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살을 에고 숨통을 죄던 위압감 대신 점점 더 부드럽고, 어딘지 모르게 불안하며 가녀린 분위기로 변모해간다.
이윽고 모습을 드러낸 것은.
“······게오르그,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이죠? 제가 왜······.”
마치 오랜 기간 정신을 잃고 있다 깨어난 사람처럼.
이베트의 얼굴이 이해할 수 없다는 당혹감으로 물들었다.
‘정말 이베트 부인······?’
생김새부터가 전혀 다른 만큼 머리로는 말도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갑작스럽게 바뀐 그녀의 분위기는, 혹시나. 하는 의심이 들게 만들었다.
그런 그녀에게.
“3년······, 당신을 만나기까지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소. 내 사랑.”
천천히 알로스린 대공이 다가가기 시작했다.
평소 음울한 분위기를 풍기며 냉철한 모습만을 보여주던 남자가 처음으로 남의 눈을 신경 쓰지 않고 격양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정말 오랜시간이었소. 하루하루가 뼈를 깎고 살을 후벼 파는 듯한 나날이었지.”
숭고하기까지 한 목소리를 통해, 남자는 사랑을 속삭이고 있었다.
그렇게
그저 상대를 향해 흘러넘치는 애정을 단도직입적으로 입에 담는 대공의 모습은.
정말 이 남자가 나와 황실을 두고 대립해왔던 그 남자가 맞나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그때 번뜩 하고.
미네르바는 순간 뇌리를 스친 생각에 고개를 흔들며 입술을 깨물었다.
‘설마.’
불현듯 떠올린 목소리는, 난입자가 찾아오기 직전 대공이 한 말이었다.
자신과 대치하는 이유, 대공의 야욕을 의심하고 캐물었을 때.
이 남자는 뭐라고 했던가.
– 뭔가 오해하고 계시는 군요.
당시 알로스린 대공의 눈동자는 아무런 빛깔도 띠지 않았다.
응당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자라면 보였을 권력에 대한 열망도.
자신의 정적이라 할 수 있는 미네르바 황녀를 향한 적의조차도 보이지 않은 채.
– 분명 당신과 저는 대립하고 있습니다. 제 모든 행위가, 당신의 목줄을 틀어쥐고 칼을 켜누며 위협하는 일로 보이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태연스레 무례한 말을 지껄이지 않았던가.
말장난이라고 생각했다.
또 무언가 정치적인 노림수가 있겠거니 싶었다.
그런데 정말로 이 남자는.
– 미네르바 황녀 전하, 혹시 당신께서는 사랑에 대해 알고 있으십니까?”
– 사랑. 저는 그것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알로스린 대공. 그대는 진실로······.”
미네르바 황녀는 딱딱하게 굳은 목소리로 물었다.
“당신이 지금까지 움직인 것은, 정녕 황실이나 그 권력을 노린 게 아니라······.”
“맞습니다. 미네르바 황녀 전하.”
이베트에게 다가가던 걸음을 멈춘 채, 새삼스레 이제 와서 그런 이야기를 하냐는 듯이.
“제가 황자를 보살피며 후견인을 자처하고 이 자리까지 온 것은 전부 나의 사랑. 이베트를 만나기 위함이었습니다.”
‘······말도 안 돼.’
정녕 저 인간은 그리 말하고 있는 것인가.
사랑하는 사람을 되살리겠다는, 그런 정신 나간 이유 하나만으로 황실을 주무르고 세력을 키워왔단 말인가.
‘사병을 기르고······. 서부의 땅을 흡혈귀의 땅으로 만들고······. 살육에 미친 암살교단을 정쟁에 끌어들인 것도 전부······?’
황자조차 그 손아귀에 쥔 채 흔들며 황궁을 장악하려고 든 것이 전부.
“······사랑을 위해서였다고, 자네는 말하고 있는가!”
그 속에서 대체 얼마나 많은 이들이 피를 흘리고 슬픔을 감춰왔는지, 저 남자는 알기나 하느냐고.
미네르바가 토해내는 말을 듣고선 알로스린 대공은 싸늘한 눈동자로 답했다.
“미네르바 황녀 전하. 당신은 사랑을 모릅니다. 사랑을 모르기 때문에 저를 이해하시지 못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그녀, 이베트.
나의 반신을 떠나보낸 직후.
“저는 크나큰 상실감을 느꼈습니다. 어째서 신은 제게서 사랑을 빼앗아 가는 것이냐고. 잘못이라곤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누군가를 수탈한 적도, 정적이라며 제거한 적도. 저는 청렴하게 황제를 모시고 이 나라를 보필해왔습니다.”
미네르바도 그건 알고 있었다.
저 남자는 이반 황제가 서거하기 직전까진 아무런 야욕도 보이지 않은 자다.
오히려 그런 면모를 보여준 건 피오나 오버레이 영애를 손에 넣고 음모를 꾸미던 밀튼 공작이었다.
미네르바 황녀도 당연히 그쪽을 더욱 주시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래서 더욱이 3년 전을 기점으로 갑작스레 태도를 바꾼 알로스린 대공을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이유가······. 사랑 때문이라고.”
“예.”
한 점의 망설임도 없는 대답.
이 순간 미네르바는 진정으로 이해했다.
‘이 자는 미쳐있다.’
이미 진즉부터 머리가 돌아버릴 수준으로 맹목적인 사랑을 품고 있었다.
단지 사랑하는 이를 만나기 위해 세계를 손아귀에 쥐려고 들고, 저 하늘 너머에 있는 신까지.
“이 바닥으로 끌어내렸단 말인가.”
이베트의 몸에서 풍기는 신위의 기운.
그것은 분명 성녀 이멜다에게서도 느꼈던 상서로운 기운이었다.
신성한 나머지 절로 고개를 쳐박고, 경외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강한 신성을.
이베트는 저 육에 품고 있었다.
“자, 그럼 설명은 이만하면 됐겠지요.”
한 걸음 더.
알로스린 대공이 이베트에게 다가간다.
그때.
– 대공 저하! 위험합니다!
– 정체를 알 수 없는 자입니다!
대공의 호위병들이 움직였다.
그야 그렇겠지.
상대는 아무리 그래도 다짜고짜 난입해 기사단장 보그너 백작을 한 손으로 날려버린 정체불명의 괴한이다.
그런 이를 충성스러운 대공의 수족들이 경계하지 않을 리가 없다.
그러나 바로 그 한 마디가.
“뭣이?”
꿈틀.
알로스린 대공의 신경을 거슬렀다.
콰직.
– 커, 커억! 대, 대공 저. 전······하······!
번개 같은 빠르기로 대공은 호위병 하나의 목을 움켜쥐었다.
고통에 겨워하며 눈물이 차오른 눈동자로 자비를 구하는 호위병을 향해.
“다시 말해보아라. 나의 사랑이, 뭐라고?”
– 크, 끄르윽.
호위병 하나가 추욱 늘어진 뒤에서야 대공은 손을 놓아주었다.
털썩.
– 으, 으으.
– 꿀꺽.
“또 다시 나를 방해할 어리석은 놈이 있진 않겠지.”
경고의 효과는 확실했다.
슬금슬금 멀어지려는 호위병들 따윈 내버려둔 채, 알로스린 대공은 이베트를 향해 다가갔다.
“드디어 만났소. 나의 사랑. 이젠 죽음조차 우리 사이를 갈라내지 못할 거요.”
당신을 사랑한다.
그런 새삼스러운 고백과 함께 이베트를 향해 대공이 손을 뻗은 찰나.
탁.
“·········부인?”
그 손을 이베트 부인이 강하게 쳐냈다.
****
“·········부인?”
알로스린 대공의 얼굴 위로 의아함이 떠오른다.
지금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는 듯이.
그러나 모두가 보는 앞에서 이베트는 고개를 저었다.
“갑작스럽게 깨어났다 했더니, 역시 그랬군요.”
역시.
“저는 이미 죽었던 것이로군요.”
‘아.’
미네르바는 깨달았다.
죽음의 문턱을 밟고,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까지 겪었다.
그런데 다시 이렇게 눈을 뜨게 되다니.
확실히 이 상황은 다른 누구보다 당사자인 이베트에게 있어 가장 혼란스러운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런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이베트는 의연한 태도로 바닥에 쓰러진 호위병을 바라보았다.
그 광경에서 무엇을 읽어냈는지.
“내 사랑. 제가 떠난 뒤로 당신은 변했군요.”
“······내가, 변했다고?”
그리 반문하는 알로스린에게 이베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떠나기 직전, 제 손을 잡고 절 떠나 보내주던 당신은 총명한 이였어요. 슬픔에 괴로워할 줄 알고, 죽음에 눈물을 흘릴 줄 알며, 정의를 알던 분. 그런데.”
3년의 시간.
자신이 죽고 나서 지금까지 사랑하는 사람이 무슨 일을 겪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건 그 시간이 있었기에 알로스린은 변했고.
“죽은 자를 되살려낸다. 이건 신께서 용서하지 않을 일이에요.”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그녀는 옳고 그름을 알았다.
목소리에선 지성이 묻어나고, 태도는 기품을 잃지 않았으니.
미네르바는 인정했다.
그녀는 정녕 한때 제국의 꽃이라 불리던 이베트가 맞다고.
하지만.
“신 따위가 용서하건 말건,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이오······!!”
쿵!
분에 겨운 나머지, 알로스린은 발을 굴렀다.
씩씩거리는 태도로 남자는 고함을 내질렀다.
“내게서 사랑하는 것을 빼앗아간 자들에게 저주 있으라! 난 오로지 당신을 되찾기 위해 신을 능멸하고 이곳까지 끌어내렸소! 용서? 그런 건 처음부터 필요 없어! 다시는 당신을 잃지 않을 거요!”
“아아, 내 사랑······.”
이베트는 눈시울을 붉혔다.
윤리적으로 잘못된 일을 저지른 남편.
그이가 자신 때문에 이런 곳까지 타락한 것에 진정으로 슬퍼했다.
마음이 약해지고.
기세가 무뎌진다.
그 탓에.
“앗, 크, 앗······.”
이베트가 갑작스레 머리를 붙잡고는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부, 부인?!”
다급히 알로스린이 다가가려고 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크, 앗. 머, 멈춰라. 그 자리에서 더 이상 내게 다가오지 마!”
눈 깜짝할 새에 이베트 부인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무엇보다 저 목소리에는 거부할 수 없는 힘과 위엄이 서려 있었으니.
잠들었다고 생각했던 신성이 다시금 부상했다.
“······타카마가하라. 광신이여.”
“놈······. 내게 무슨 짓을 한 게냐.”
그 찢어죽일 듯한 질문에 알로스린은 코웃음을 쳤다.
“술식에 저항했나. 그러나 무의미한 저항이다. 그 육체는 근본적으로 신성을 구속하기 위한 방법론으로 짜여있다.”
생명을 다루는 데 있어서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자색의 마탑주가 구축한 마법식이었다.
“네 신성은 그저 나의 아내를 되살리기 위한 장작불에 지나지 않지. 지금은 아내의 마음이 약해진 탓에 의식을 되찾은 것이겠지만.”
그것도 시간문제.
모리오카도 자각했다.
실시간으로 자신의 신성이 깎여나가고 있었다.
이 육에 잠든 또 다른 인격을 보수하기 위한 재료로서.
“자신이 신성을 온존한 채 강림했다고 생각했나? 어림도 없는 이야기다. 너는 그저 별이 머무는 땅에서 다루기 쉬운 ‘도구’로서 만들어진 것 뿐이다.”
그리고 차례로 신성이 깎여나가면 끝내.
“네 의식은 죽고, 남는 건 나의 아내 이베트 뿐.”
그래, 그렇게 알로스린 대공은 자신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신마저 잡아먹으려고 든 것이다.
“······나를 구속하고, 재료로 쓴다고? 인간이? 이 나를 말이냐?”
“난 이 순간만을 기다려왔다.”
온전한 신성을 비료로 삼아 아내의 썩어 문드러져가던 영혼을 되살릴 순간을.
그것만을 위해 남자는 계책을 꾸며왔다.
“흡혈귀의 피도, 탐욕의 신물을 찾기 위한 여정도, 황실을 손아귀에 쥔 것도 전부 이것만을 위한 일이었다.”
알로스린 대공이 모리오카를 바라보는 표정은 이미 경외하는 신을 바라보거나, 같은 인간으로조차 취급하지 않는 차가운 표정이었다.
철저하게 위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표정.
그것에.
“웃, 기지 마라. 하찮은 인간 따위가. 겨우 몇 번 정도 자신의 계책이 들어맞았다고 우쭐거리지 마라.”
모리오카가 손을 움직이면서 동시에.
“나라고 해서 가만히 있었겠느냐! 하등한 것!”
술식이 발동된다.
– 팔백만(八百万)의 야오요로즈(やおよろず). 때는 찾아왔나니. 깨어나라. 나의 아이들아.
그 순간.
푸욱.
푸화아악!
사방에서 날붙이가 피륙에 박혀드는 소리와 선혈이 뿜어지는 소리가 동시다발적으로 들려오기 시작했다.
미네르바는 경악한 눈으로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귀족들이, 어째서······?”
방금까지만 해도 정체불명의 괴한을 보고, 그리고 알로스린 대공이 갑자기 보여준 돌발행동에 놀란 표정만을 짓고 있던 회의실 내부의 귀족들이.
‘사람을, 죽였다..’
숫자는 약 열 명 정도일까.
각 분야에서 빼어난 명문가로 통하는 귀족들이 저마다 품에서 단도를 꺼내들고는 옆 자리에 있는 귀족들을 살해해버린 것이다.
표정하나 변하지 않는 그들은 여전히 기품을 잃지 않는 귀족의 모습 그대로였지만.
‘아니, 멀쩡한 상태가 아니다.’
미네르바는 이내 깨달았다.
옆자리에 있던 귀족을 망설임 없이 살해한 그들로부터는 이베트에게서 흘러나오던 기운과 똑같은 기운이 풍기고 있다는 것을.
그 광경을 본 알로스린 대공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계약을 끊었을 때, 수를 썼으리라고는 짐작을 했지만. 설마하니 황실 내부까지 암살교단을 침투시켰었나.”
알로스린 대공도 얼간이가 아닌 이상.
탐욕의 신물 사건 이후로 암살교단이 자신을 좌시하지 않으리라는 생각은 했다.
때문에 더욱 철저하게 자신의 세력을 단속하고 관리해온 그였거늘.
하필이면 여기에 맹점이 있었다.
이 자리에 있는 것이 대공의 세력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앙칼라 백작?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미네르바 황녀가 조용히 꺼낸 질문.
거기에 이제껏 미네르바 황녀를 보필해왔던 궁정 마법사 앙칼라 백작은, 자신의 수세자를 찔러 죽인 단도를 묵묵히 닦아내며 입을 열었다.
“별 것 아닙니다. 황녀 전하. 신의 말씀을 따르는 것뿐이지요.”
제게 더욱 높은 경지를.
이 미천한 육체를 보다 신의 형태에 가까워질 수 있도록 약속해준 그 분께 충정을 바친다.
“그대의 충정은 내게 바쳤다고 생각했네만.”
“하하. 제 입으로 말하기도 남사스럽습니다만. 연기입니다. 연기. 그야 황궁의 어린 계집에게 궁정 마탑이 아무런 조건 없이 복종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걸, 황녀 전하께서도 아시지 않습니까?”
으득.
미네르바 황녀가 그를 믿은 건, 어디까지나 신의였다.
황궁을 향한 그 충직함을 믿었을 뿐이다.
그런데 여기서 급작스럽게 변절자라고 밝히다니.
아무리 미네르바 황녀라고 해도 여기엔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 자리에 ‘그 남자’가 없는 이때만이 기회겠지요.”
앙칼라 백작이 덧붙인 한 마디에, 끝내 미네르바 황녀는 분루를 흘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는 사이.
“신이 되고자 하는 이는 수없이도 많다. 내 은총을 바라는 자들은 해변의 모래알만큼이나 있지. 알로스린. 미천한 잡종이여. 네놈만이 모든 걸 뒤에서 조종하리라고 생각지 마라.”
저벅.
모리오카는 몸을 일으켰다.
변절자들이 미네르바와 알로스린 대공을 칼로 위협하며 한 자리에 모은 뒤.
모리오카는 입을 열었다.
“이 육체에 걸린 구속은 필시 자색의 마탑주가 새긴 것이렷다.”
그렇다면 해결방법은 간단했다.
“네놈들을 인질로 삼아 마탑주를 찾으면 될 일이다.”
모리오카의 손짓에 날카로운 단도가 궤적을 그린다.
푸욱, 푹.
알로스린 대공과 미네르바 황녀.
양쪽의 어깨죽지는 물론 허벅지, 옆구리에 박혀드는 단도들.
“·········!!”
“크, 핫!”
고통으로 일그러지는 둘의 얼굴을 바라보며 모리오카는 히죽 웃었다.
“일단 이렇게 해두면 섣불리 움직이진 못할 테지.”
칼에 찔려 부들거리는 알로스린을 만족스레 내려다본 모리오카는 이윽고 박수를 치며 교단원들을 한 자리에 불러모았다.
“그럼 이동한다.”
순식간에 회의실의 바닥을 잠식하는 거대한 술식.
[야타노카가미(八咫鏡)의 술]쨍그랑!
유리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거울의 면이 반전하고, 세상의 공간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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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가 된 황야와도 같은 그 장소에서, 아르민이 바라본 하늘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 전조.
별이 머무는 땅에 몰아치기 시작한 마력을 바라보며 아르민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무언가 이리로 온다.”
그렇게 세상의 풍경이 다른 색채로 물들었다.
****
< 제93장 – 그것은 오만이다. (1) > 끝
ⓒ 뫄뫄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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