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is stronger RAW novel - Chapter (192)
내 마법이 더 쎈데-192화(192/203)
< 제93장 – 그것은 오만이다. (3) >
[모든 과정이 끝이 났다.]얼핏 그냥 넘길 수도 있는 발언이었지만.
알로스린 대공이 꺼낸 말이 의미하는 바는 컸다.
두우우웅!!
뱃속까지 떨리게 만드는 장렬한 고동과 함께.
잘게 부스러졌던 모리오카의 신성이 천천히 이베트의 육 그 자체에 깃들기 시작한다.
금빛 가루가 허공으로 비산하며 사방으로 휘몰아쳤다.
그것은 거대한 힘의 소용돌이였다.
동시에 그건 누구라도 눈을 뗄 수 없는 하나의 미(美)이기도 했다.
“······아름, 다워요.”
민세희가 저도 모르게 흘린 말, 실로 그렇다고 아르민 또한 동의했다.
천재라 일컬어지는 예술가가 자아낸 작품이 이러할까.
그야말로 신성(神聖)이라는 말을 하나의 예술로 그려낸 듯.
천천히 비산하여 소용돌이치던 금빛 세례는 이윽고 사방에서 자신의 신성을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흐억······!”
“히, 힘이······!”
“아, 아아······. 시, 신의 힘이······. 우리들에게 내려진 은총이······!”
주변에 있던 암살교단원의 몸에서도 똑같이 금빛 가루가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신의 은총이 육체에서 빠져 나가는 걸 실감하고는 누군가는 절망한 표정을, 누군가는 허망한 표정을 지은 채.
필사적으로 금빛 가루를 그러모으기 위해 손을 허우적거리기 시작했지만.
전부 소용없는 짓이었다.
“신의 힘이 이동한다.”
그들이 신봉하던 신이 죽었다.
그럼 당연히 신이 부여한 힘 또한 사라지는 것이 섭리다.
아니, 보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신성을 빼앗겼다···는 건가.”
암살교단원들이 술렁거리는 가운데, 아르민은 새로이 신성을 획득한 여성을 응시했다.
이베트 알로스린.
바로 지금 이 순간, 저 여성은 새로운 신으로 태어나게 된 셈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의 남편, 알로스린 대공의 손에 의해서.
그때 요란한 뜀박질 소리와 숨소리가 울려 퍼졌다.
“서, 성공한 거요?!”
“드디어 우리의 비원이 이루어진 것인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
혹은 환희에 가득 찬 얼굴.
또는 눈물까지 흘려대며 감동하는 태도로 이 자리에 달려온 자들이 있었으니.
지금 같은 날을 이제나저제나 기다려온 마탑주들의 행차셨다.
“대공! 드디어 해냈구려!”
줄곧 초연한 태도를 보이던 레프너겐조차도 새로이 신이 된 이베트를 보고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조아리고 있었다.
마탑주들의 반응은 경우가 다르다 뿐이지, 이미 암살교단과 별 차이가 없었다.
‘그야 그렇겠지.’
작금에 이르러 마탑주들은 그간 그토록 애타게 찾던, 그들만의 신앙을 눈앞에서 목도한 셈이니까.
스스스슷······.
어지러이 휘날리던 금빛 가루들은 모여들어 전부 이베트의 육신에 스며들었다.
이윽고 펼쳐진 광경 속에.
소리는 없었다.
별다른 충격도 없었다.
하지만 모든 금빛 가루가 이베트의 체내로 흘러들어간 순간.
아르민은 분명한 ‘위기’를 감지했다.
‘······뭐지?’
극적인 변화는 없었을 터이다.
새로운 신이 태어났다는 것치고는 너무나도 심심한 광경.
그러나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아르민의 본능이 속삭여왔다.
‘무엇이 문제지?’
물론 대공이 그토록 바라던 욕망이 실현되었다는 것 자체가 아르민에겐 그리 달갑지 않은 이야기였지만.
그것만이 아니다.
그런 이유만으로 아르민이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한 게 아닐 터였다.
보다 근본적인 이유.
그것을.
‘이베트를 신으로 만든 재료는 분명······.’
모노리스의 파편.
그 중에서도 인간의 애욕과 애정, 애증을 자극하는 ‘색욕(色慾)’의 신물.
한 발짝 늦게 그것을 깨닫고선.
“헬레나······! 민세희! 정신 방벽을 쳐라! 신성이 완성된 순간 베이스가 된 신물의 힘이 영향력을 발휘할 거다!”
“······!”
“아, 맞다!”
세희와 헬레나가 허겁지겁 자기방어를 시작한 것을 곁눈질하며, 아르민은 동시에 미네르바 황녀를 향해 마법을 겨눴다.
정신을 보호하는 술식.
제2종 마법의 일종으로 드루이드들이 보호의 상징으로 여긴다는 겨우살이(Mistletoe)의 개념을 빌려와 발동하는 마법.
‘겨우살이의 여린 눈꽃.’
피잉.
쏘아진 마법이 황녀의 마음을 지키는 방패가 된 것과 이베트의 신성이 각성한 건 거의 동시.
직후.
푸화아악!
문자 그대로 신성이 뿜어져 나왔다.
****
– 아, 아아, 아아······!
허망하다는 듯 동포들은 비통한 외침을 흘려댄다.
육체를 충만케 해주던 힘이 사라졌다.
우리에게 내려준 신의 은총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본디 암살교단에 충성을 맹세하고 신을 모시겠다 결의하면.
우리들의 신께서는 우리의 육체에 임하여 신에게 가까워질 수 있는 힘을 하사하여 주었다.
덕분에 앙칼라 백작은 한계에 이른 육체를 채찍질하여 좀 더 높은 경지를 바라볼 수 있었다.
비발트 공화국에서 떵떵거리며 은연중에 제국의 궁정 마법사를 무시하던 마탑주들마저 찍어 누를 수 있는 힘을.
조만간 손에 쥘 수 있는 경지까지 온 것이다.
그런데 바로 한 발짝 앞에서.
코앞에서 그걸 빼앗겨야만 한다니···!
“크으윽!”
힘을 잃었다는 허탈감과 동시에, 자신이 인질로 삼고 있는 황녀에 대한 맹렬한 적개심이 일었다.
이게 전부 네년 때문이 아니느냐고.
아르민 일레인스라는 듣도 보도 못한 인간을 데려와 내게 열등감을 심어주고.
우리의 대업을 방해한 것도 모자라, 이 반푼이는 대공의 견제조차 제대로 못한 채 모든 걸 어그러지게 만들었다.
‘이년만 아니었어도!’
갈 곳 잃은 분노는 애먼 상대를 향하기 마련이다.
끝내 분을 참지 못한 앙칼라 백작은 황녀를 향해 흉기를 치켜들었다.
해하기 위해.
혹은 그녀를 협박하여 이 자리를 벗어날 도구로 삼기 위해.
목숨이 위험하다는 걸 알면, 아무리 미네르바 황녀라도 목숨을 구걸하며 자신에게 매달리겠지.
그럼 그걸 이용하자고.
그러나.
‘아.’
앙칼라 백작을 올려다보는 황녀의 눈빛은 겁먹은 기색도, 그렇다고 혐오하는 눈빛조차도 아니었다.
단지.
“앙칼라 백작. 미안하네. 자네의 고통을 내 미리 알아주지 못해서.”
그저 자신의 가신이 어떤 고충을 가지고 있었는지 미처 알아채지 못한 데서 흘러나올 뿐인 아쉬움과 후회.
‘·········.’
알고 있었다.
알고 있었고 말고.
황녀를 이런 자였다.
어떤 위치에 있더라도 아랫것의 고통을 이해하고 자비를 보이는 자.
이런 사람인 걸 알았기 때문에 첫 만남부터 따르기로 결정한 이였다.
허나 지금에 이르러선 그 태도가 더욱 앙칼라 백작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이 어리석은 년이!’
속으로는 욕설을 내뱉었지만.
잠깐의 망설임이 만든 공백.
그것이 앙칼라 백작의 손끝을 무디게 만들었다.
바로 그때 ‘그것’이 나타났다.
“아.”
스스스슷.
동포들의 육에서 흘러나간 신성이 모여들어 새로이 탄생한 ‘그것’.
저도 모르게 이베트에게 눈길을 빼앗긴 앙칼라는 깨달았다.
“아, 아아······. ‘저곳’에 있다.”
“······백작?”
황녀가 의아하다는 듯 부르지만.
백작의 귀에 부름 따윈 들려오지 않았다.
그저.
투둑.
새로이 탄생한 신을 목도한 모든 자들이 손에 들고 있던 날붙이를 떨어트리고.
비틀거리며 신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암살교단원들의 눈으로 떠오른 것은 광기였다.
그리고 사랑이었다.
– 우리가 원하던 것이 바로 저기에 있다.
공통된 인식.
생전 처음으로 가장 사랑한 것을 찾아낸 인간처럼.
이베트를 본 모든 자들이 한결 같은 욕망을 품었다.
– 저것을 갖고 싶다.
순수한 욕구에서 시작된 생각은.
– 저것만 있으면 된다.
들불에 일어난 불길처럼 걷잡을 수 없으리만치 전염되기 시작한다.
색욕에서 시작된 사랑.
이윽고 이 자리에 모인 그들은 생각했다.
– 저것을 다른 누군가에게 빼앗길 수는 없다.
저것은 내 것이다.
내가 가져야만 하는 물건이다.
그걸 다른 누군가에게 빼앗길 바에야.
– 방해되는 놈들은 전부 죽여 버리자.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자가 똑같은 욕망을 품은 순간.
살육극이 막을 올렸다.
****
“서, 선배, 저게 대체······.”
“······끔찍하네.”
푸욱.
선혈이 튀고, 살점이 허공을 난다.
– 크아아악!
– 죽엇!
– 저건 내거다!
– 무슨 소리냐! 내가 제일 ‘사랑’하고 있다!
방금까지만 해도 황녀를 인질로 삼고 아르민을 견제하며 기고만장하던 그들이.
암살교단원들이 서로를 죽이려 들기 시작했다.
아니, 암살교단원들만이 아니다.
미처 정신방어에 성공하지 못한 마탑주들과 그들이 끌고온 마법병들까지 모두가 한결같이.
서로를 향해 흉기를 들이밀었고, 죽이는 걸 망설이지 않았다.
“이게 색욕의 신물이 가진 힘이다.”
이베트는 색욕의 편린을 가진 채 신성을 획득했다.
그렇게 탄생한 신이 어떠한 신이 될지는 불 보듯 뻔한 이야기가 아니던가.
“자신을 보는 자, 색향의 냄새를 맡은 자. 그 어떤 자라도 한 번 접하는 것만으로 사랑에 미쳐 날뛰게 만드는 여신······.”
이래서야 난봉꾼이자, 애욕의 신이라 불리던 그리스 신화의 아프로디테보다도 질이 나쁘다.
차라리 비슷한 존재를 꼽으라면 불교에서 행자를 유혹하는 마라일까.
게다가 더욱 문제가 되는 건.
“아, 아앗······.”
신이 되어버린 이베트 본인이 겁을 집어먹은 채, 그저 눈앞에서 벌어지는 살육극을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단 사실이다.
내가 원해서 신이 된 것이 아니다.
타의에 의해, 그 존재가 규정 당했다.
즉.
‘그녀도 피해자다.’
살육극을 막기엔 너무 늦었다.
인간의 몸이란 너무나도 죽기 쉬운 물건이고, 이미 앗 하는 사이에 3분의 2 이상이 피웅덩이 속에 몸을 뉘이고 있었다.
그들 사이로 튀어나가려는 민세희를 헬레나가 붙잡았다.
“안돼, 이미 늦었어. 세희!”
“하지만······! 하지만!”
“광기에 미친 녀석들을 막는 건 이미 불가능해.”
“선배······!”
저 살육극을 막는다 한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어차피 광기는 사라지지 않는다.
아르민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몸을 돌렸다.
이런 참혹한 광경 속에서도 유일하게 웃고 있는 자가 바로 저기에 있었다.
“아름다워, 실로 아름답다.”
살육극을 연출한 장본인.
알로스린 대공만이 눈앞에 펼쳐진 살육극을 흡족하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남자의 상판을 향해.
짜악!
이베트가 힘껏 뺨을 후려쳤다.
“·········흐음? 무슨 짓이오? 내 사랑?”
“당신······. 당신은······. 해서는 안 될 짓을, 했어요···!”
이베트는 거칠게 숨을 몰아내쉬며 자신의 남편을 규탄했다.
“제가······. 제가 사랑하던 이는 이런 짓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어요. 왜 저를 되살리고, 저들을 죽게 만드는 건가요!”
죽음을 모독하지 말아달라고.
그저.
“나는 당신을 떠나면서, 그저 당신이 슬퍼하지 않기만을 바랐을 뿐인데······!”
울음을 토해내는 이베트의 모습은 신도 뭣도 아니었다.
단지 사랑하는 사람이 변모한 모습에 슬퍼하는 처의 모습에도 불구하고.
“이게 바로 내가 슬퍼하지 않을 방법이오. 이베트.”
알로스린의 얼굴은 무표정했다.
“그대는 평생을 달고 살았던 지병으로 떠났지. 그 지병은 어디서 온 거라고 생각하오? 레프너겐과 만나고 그것은 전부 신들이 우리의 육체를 잘못 설계했기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되었소.”
신들의 악의가 빚어낸 비극.
그것을 인간이 담담히 받아들여야할 이유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오해하지 말아주오. 이베트. 나는 그저 잘못된 것을 고치려는 것뿐이오.”
그것을 위해 필요한 것이 죽음을 모독해야만 하며, 우리들의 윤리를 어그러트리는 짓이라고 할지라도.
“생과 사 또한 신이 내린 굴레에 지나지 않는 이상. 난 그대를 완전한 존재로 만들고, 죽음을 모독하는 일도 서슴지 않겠소.”
신이 정한 섭리조차 진흙발로 짓밟겠다는 그 발언에.
“좆 까는 소리 하고 있네.”
아르민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좌중을 갈랐다.
****
“좆······? 무슨 헛소리를.”
“우리말로 말하자면 개소리하지 말란 뜻이다.”
죽음을 모독하겠다는 건가.
그걸 위해 사랑하는 이를 되살렸다는 것인가.
그 와중에 몇이나 되는 생명을 짓밟고서도.
“잘못 따윈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 거냐.”
“그래. 당연하다.”
알로스린 대공은 오연한 표정으로 일갈했다.
“사랑하는 이를 되살리는 것이 대체 무엇이 잘못이란 말인가.”
“당신······!”
또 다시 무어라 말하려는 이베트에게 알로스린이 손짓하자. 턱하니 그녀의 입이 막혔다.
“?!”
‘역시 육체의 지배권을 소유하고 있는 건 알로스린 쪽이로군.’
아무리 사랑하는 아내라고 할지라도, 그녀를 신으로 만든 술식이었다.
그녀가 자신을 거스르려고 하거나 힘이 폭주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주도권 자체는 대공이 쥐고 있을 거라 이미 예상했다.
그래서 더욱이 아르민은 입가를 일그러트렸다.
“어차피 아내가 말하는 모독이니 죄악이니 하는 건 전부 ‘착란’의 결과일 뿐이네. 피안의 저편에서 그녀를 끌어온 것이 잘못일 리가 없지! 나의 이 사랑을 증명하는 길이야말로 절대적인 선이라는 것을! 왜 모르는 거지!”
사랑을 되찾기 위해 신을 저미고 죽음을 극복한다.
거기에 잘못은 없다.
남자는 진실로 그렇게 믿고 있었다.
대공의 지극히 타당한 말 앞에서.
“그래, 그 말에는 나도 동의한다.”
“······선배?!”
“미스터 강. 당신······!”
설마하니 동의할 줄은 몰랐는지, 세희와 헬레나가 모두 경악성을 토해냈지만.
아르민은 진심으로 대공의 말을 이해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나도 똑같은 생각을 했었으니까.”
“······아.”
민세희는 무언가를 깨달은 듯 고개를 숙였다.
그랬다. 강재민이라는 이름을 가졌던 시절.
칠영웅으로 살아오며 수많은 전장을 헤쳐나온 아르민이었다.
그때 대체 얼마나 많은 수의 죽음을 목격했으리라 생각하는가.
“아침에 웃던 동료가 점심쯤에 목이 날아가고. 내일을 기약하며 저녁을 먹던 친구가 내일 아침엔 싸늘한 시체가 되어 진흙탕을 뒹굴었지.”
마법의 극의를 향해 도전하고, 신비를 그 몸으로 체현해오던 아르민이다.
그런 자신이 소중한 이들의 죽음을 겪을 때마다 단 한 번이라도 ‘사자소생’에 대한 생각을 해보지 않았겠냐고.
감히 말할 수 있을까.
“몇 번이나 고민했다. 신화와 전설을 뒤져 몇 번이고 죽은 자를 되살리고 싶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선배는 그러지 않았어요.”
아르민의 등으로 세희의 손이 닿았다.
그래. 그러지 않았다.
아니,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럴 수 없었다.
그래서 더욱이.
“······네 마음을, 나는 이해할 수 있어.”
대공의 행동이 윤리적이지 않다는 말로 단순하게 잘라낼 수만은 없었다.
“하! 역시 그랬군! 당연한 일이야! 자네 같은 힘을 가진 자라면 나를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네!”
대공은 필시 아내를 사랑했다.
아내를 되찾기 위해 신조차 죽여, 아내를 부활시킨다는 선택지를 택했다.
그건 분명 사랑했던 결과일지도 모른다.
사랑. 좋은 말이다.
그러나 동시에
“그 행위는 독선에 지나지 않는다.”
“독선이라고······?”
누가 말했던가.
사랑은 맹목적이라고.
사랑은 눈을 멀게 만든다고.
그래서 사랑이란 독선이라고.
“사랑이란 결국 일방향의 감정에 지나지 않아.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이. 곧 상대 또한 그 사람을 사랑한다는 결과가 보장되어있지 않아.”
사랑은 수학 같은 게 아니다.
그래서였다.
“한 가지 묻겠다. 너는 사랑해서 아내를 되살렸겠지. 그럼 반대로 너를 진실로 사랑한 아내가 한 번이라도 네게 자신을 살려달라고 바란 적이 있었나?”
“무슨 말도 안 되는 궤변을······!”
그래. 네 말대로 궤변이다.
이미 죽어 없어진 자가 자신을 살려달라고 빌었는지 아닌지 산 자가 알 수 있는 도리는 없을 테니까.
하지만 바로 그것이 아르민으로 하여금 소중한 동료를 살리는데 망설이게 한 결정적인 이유다.
“애당초 죽음은 끝이 아니야.”
죽음이 안식이라고 까지는 말하지 않겠다.
남겨진 자들의 슬픔을 저열하다 깎아내리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죽음을 모독해서는 안 된다고 말할 뿐이다.
“내가 손끝으로 만져온 수많은 신화, 전설, 종교들에서는 한결같이 죽음 이후의 세계를 묘사하고 있다.”
“무슨······.”
그래, 알로스린 대공 너는 이해하지 못하겠다.
신조차도 짓밟고 살아가는 너는 절대로 모를 테지.
신화란 자고로.
“소중한 이를 잃어버린 자들이 슬픔을 이겨내기 위해 애틋하게 자아내어온 기록, 그 자체다.”
그것을 매만지며 현대 마법을 사용하는 내가.
다른 누구도 아닌 그들의 은총 아래 마법이라는 신비를 접해온 내가.
“네놈 따위가 그 슬픔을 모독하는 걸 두고볼 수야 없지.”
문득 이베트의 떨리는 눈동자와 아르민의 시선이 교차했다.
말은 할 수 없을 테지만, 그녀의 눈동자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하나다.
– 부디 제 남편을.
막아달라고.
저렇게까지 사랑하고 있다.
그렇다면 사랑하는 여인을 살리기 위해 죽음조차 모독하는 너의 그 오만.
“내가 용납하지 않는다.”
타앙!
자리를 박찬 순간, 아르민은 대공을 향해 내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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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93장 – 그것은 오만이다.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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