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is stronger RAW novel - Chapter (193)
내 마법이 더 쎈데-193화(193/203)
< 제94장 – 범속한 것의 끝 (1) >
– 내가 용납하지 않는다.
아르민이 내뱉은 단언.
그건 알로스린 대공이 지금까지 보내온 3년의 생(生) 그 자체를 부정하는 말이었다.
꿈틀.
알로스린의 아미가 찌푸려진다.
‘날 용납하지 않겠다고?’
감히?
네놈은 뭐하는 놈이길래 내가 걸어온 길을 부정하는가.
나의 사랑을 되살리는 일은 자신이 제국의 대공으로서 가져온 모든 것을 버리면서까지 해온 일이었다.
수많은 희생을 쌓아온 끝에 손에 넣은 결과였다.
내가 사랑하는 것을 되찾겠다는 이 숭고한 마음을 네놈이 대체 무슨 자격이 있기에 부정한단 말인가.
감히 내 사랑을 두고 오만하다 말하여 짓밟을 생각이라면.
오히려 그런 망언을 내뱉는 네놈이야말로.
“오만하지 아니한가!”
타앙!
바닥을 박차고 육박하는 아르민의 육신에 대공은 목소리를 드높이며 손을 휘둘렀다.
“내 사랑이여!”
부름에 호응하듯 이베트의 몸이 바닥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통제권은 확실히 손에 쥐고 있다.
지금 자신은 신의 힘을 휘두르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콰앙!
마력을 머금은 주먹이 대공의 머리를 후려치기 전, 그 주먹을 막는 손이 있었다.
“······!”
대공의 지시에 따라 아르민의 주먹을 움켜쥐는 이베트의 손.
신성의 오라가 뿜어져 나오는 그녀의 육신은, 마력을 머금은 아르민의 공격에 전혀 지지 않는······.
오히려 아득히 능가하는 용력을 가지고 있었다.
동시에.
“······흑!!”
이베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아픔과 고통. 절절한 슬픔이 저며 나오는 얼굴.
알고 있다.
자신의 의지가 아닌 타의에 의해 움직이는 건 필시 고통일지어다.
그러나
“내 사랑이라면 나를 이해해줄 터!”
우리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방해하는 적은 제거한다.
지금은 비록 고통스러워하고 슬퍼할 지라도, 때가 지나고 상황이 정리되고 난 뒤엔.
‘그녀라면 이 숭고한 행위를 받아들여줄 것이다!’
그러니 지금은 오로지 아내를 충동질하기 위해 간교히 혓바닥을 놀리는 저 쓰레기를 제거할 뿐이다.
후웅!
이번엔 신성력이 담긴 이베트의 주먹이 관자놀이를 노리고 쏘아졌다.
“위험······!”
그 기세가 얼마나 서슬 퍼런지 외야에서 지켜보는 민세희에게서 비명과도 같은 외침이 터져 나왔다.
이미 단순한 여인의 주먹질이 아니다.
신의 힘을 담은 주먹은 가로 막는 건 바위 째라도 분쇄할 테지.
그것을 알아본 아르민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허나.
‘늦었다.’
여기서 네놈의 머리통은 감자처럼 으깨질 것이라 확신한 알로스린 대공이었지만.
“······핫!”
호흡을 가다듬으며 발을 구른 아르민의 몸뚱이가 기기묘묘한 방향으로 움직였다.
촤악!
그야말로 물리법칙을 정면으로 거스른 것처럼.
마력을 머금은 다리가 순식간에 옆으로 미끄러졌다.
“호오?”
대공은 눈을 빛내면서도 아르민의 움직임을 놓칠세라, 마리오네트를 조종하듯 아내에게 이어진 자신의 실을 움직였다.
[한 걸음 앞으로, 추격해서 끝장낸다.]소리 없이 의지만으로 전달되는 지시.
그것이 전해진 찰나.
파앙!
이베트의 몸이 허공을 난다.
또 다시 휘둘러지는 주먹과 육체.
타앙!
그것을 아르민이 쏘아낸 마탄이 저지하고, 그 육체를 튕겨낸다.
[뒤로 한 걸음, 물러나서 튕겨낸다.]콰아앙!
개틀링 건보다도 빠른 속도로 쏘아지는 마탄일지라도 신의 눈은 무엇 하나 놓치는 일 없이 치고, 튕겨내며, 막는다.
그렇게 또 한 번의 공방이 오고간다.
갖은 전투로 인해 황무지로 변해가는 대지 위에서.
콰아앙!
연이어 이베트의 육신과 아르민이 쏘아낸 마법들이 부딪친다.
그야말로 서로가 난타하듯이.
일개 마법사와 신성의 육은 몇 번이고 대지 위에서 공격을 주고받은 것이다.
“쥐새끼 같은 놈······!”
대공은 저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었다.
딱 한 걸음이다.
고작 한 걸음 차이로 저 남자는 이베트의 주먹을 흘려내고, 공격을 피해내며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었다.
놈이 펼치는 마법은 특별할 것도 없다.
단순한 마력의 탄환.
영창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 조금 유별나긴 해도, 어차피 원소조차 담지 못한 저급한 마법이지 않은가.
그런데.
‘어째서 닿지 않는 것이지?’
의아함.
의문.
하지만 대공은 곧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이 수법까진 쓸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만.’
대공은 손을 들어 사랑하는 이베트에게 연결된 실을 튕겼다.
아직 신성이 완전히 정착하지 못한 아내의 몸에 부담을 주기 싫어 주저하고 있었다만.
이렇게 된 이상 차라리 빨리 끝내는 것이 아내를 위한 일이 되리라는 판단 하에.
[그 육체, 찬란한 신성으로 물들라!]난데없이 대공이 외친 시동어에 이베트의 육이 흔들렸다.
지이잉!
“흐, 흣······!”
악다문 입술 사이로 흐르는 신음.
그 기묘한 변모에 아르민이 잠시나마 눈썹을 찌푸린 순간.
푸화아아악!
이베트의 몸에서 어마어마한 신기가 뿜어져 나왔다.
지금까지의 움직임이 애들 장난이라고 말하는 듯이.
콰앙!
문자 그대로 딛고 있던 대지를 가루로 만들어 낼 정도의 각력과 함께 이베트의 몸이 아르민을 향해 쏘아졌다.
아르민의 눈동자가 커졌다.
설마하니 지금까지는 신성을 억누른 움직임에 불과했나, 하는 깨달음이 눈동자 위로 스쳐지나가기가 무섭게.
쇄애애액!
뒤로 물러서려는 아르민을 향해, 도망치는 걸 두고 보지 않겠다는 듯이 이베트의 오른팔이 쭉 뻗어졌다.
그리고
터억!
단순한 인간이 공격을 뿌리치고 도망치는 것보다야 신의 힘을 담은 움직임이 빠른 건 당연지사.
이베트의 손은 도망치려 들던 아르민의 다리를 거칠게 움켜잡았다.
직후.
쇄애애액!
그녀는 전력을 다해 아르민의 몸을 바닥에 패대기쳤다.
콰앙!
쩌저적!
****
광장 바닥 위로 자잘한 균열이 일며 대지가 박살난다.
충격과 함께 솟아오른 분진의 구름.
“방금 거, 무진장 위험한 거 아냐?!”
“선배······! 헬레나 씨! 선배를 도와야 해요!”
승기는 이미 잡았다.
여기서 아무리 외부의 계집들이 난리를 피운들 승패가 바뀔 리가 없거늘.
그것도 모르는 건지 이곳으로 달려오려는 민세희와 헬레나를 슬쩍 바라본 대공은 손을 올렸다.
‘저런 치들을 상대하는데 신성을 이용할 것도 없다.’
대공이 움직이는 건 어디까지나 그 신성의 독에 오염된 쓰레기들이었다.
– 크아악!
– 그녀는, 그녀는 내 것이다! 넘겨줄 것 같으냐!
신성에 눈이 멀어 서로를 찌르고 죽였던 마탑주들과 암살교단원들.
그 중에서도 살아남은 자들이 대공의 입맛대로 움직여주기 시작했다.
패대기친 남자를 구하기 위해 달려오기 시작한 계집들을 ‘자신의 것을 탐내는 적’으로 간주한 이들은.
저마다 마법을 부리거나 기민한 몸놀림으로 민세희와 헬레나에게 달려들었다.
“큭!”
“미쳤으면 곱게 미칠 것이지!”
민세희가 소맷자락을 떨치자, 그 안에서 튀어나온 씨앗들이 주변의 마력을 빨아먹으며 이내 간이 골렘으로 변모한다.
마탑주들이 쏘아낸 마법의 세례를 자기 몸으로 막아내는 골렘들 뒤로.
“정신 나간 놈들을 해코지하는 건 취향이 아니지만······! 이런 상황에선 어쩔 수 없겠지!”
헬레나가 양팔을 좌우로 뻗자. 인페르노라는 이름에 걸맞은 불길이 그들을 가두고 앞길을 막았다.
본래 인간이라면 불길에 놀라 겁이라도 집어먹어야 정상일 테지만.
– 크하아악!
– 뜨거워! 뜨거워! 하지만 빼앗길 수는 없다!
신성이 흘렸던, 사랑하는 이가 흘렸던 달콤한 목소리에 귀 기울였던 자들은 불길조차 헤쳐 가며 그녀들에게 육박했다.
“말도 안 돼! 뼈가 불탈 정도의 불길이라고!”
“헬레나 씨······!”
거기에 뜨악하고 놀란 듯 주춤거리는 계집들을 포함해, 일련의 광경을 알로스린 대공은 한심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마탑주들은 반신이라고 불리는 존재였던가.’
흥. 아무리 반신(半神)이라고 불렸으면 무엇 하는가.
결국엔 진정한 신 앞에서는 불완전한 인간 나부랭이에 지나지 않는 것을.
저치들은 되었다.
남는 건 나를 모욕한 그 남자를 처단하는 것뿐.
저벅저벅.
바깥에서 시끄럽게 울려 퍼지는 전투의 소음을 뒷전으로 둔 채 알로스린 대공은 분진이 가라앉은 곳으로 향했다.
직전의 공격은 아무리 방비를 했다고 한들 타격이 없을 리가 없다.
오히려.
“이미 절명하지나 않았으면 좋겠군.”
감히 자신을 능멸한 자라면 응당 내 손으로 끝장을 내고 싶다는 마음으로 다가간 대공은.
‘음?’
순간 위화감을 느꼈다.
남자를 패대기쳤을 아내의 표정이 이상했다.
마치 믿기지 않는 것을 목도한 사람처럼, 그녀의 시선이 향한 곳.
남자를 패대기쳤을 장소에 남아있는 건 곤죽이 된 남자의 시체도, 꿈틀거리며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살덩이도 아니었다.
거기엔.
“······구멍?”
바닥으로 깊게 나 있는 구멍이 하나.
아무리 봐도 자연적으로 생겼을 리가 없는 그것을 발견한 순간.
콰아아앙!!
대공의 발밑이 무너지며 날카로운 마탄이 대공의 미간으로 날아들고.
“윽?!”
마탄은 직격했다.
****
알로스린 대공은 철저한 남자였다.
이베트를 이용해 자신을 보호하고, 어떤 식으로든 신성의 힘을 이용해 아르민을 견제했다.
원래의 아르민이었다면 그런 이베트의 신성까지 신화급 마법으로 전부 꺾고서 쓰러트리는 것이 가능했을 테지만.
‘작금의 마력신경 상태로는 무리다.’
신화급 마법을 쓸 수는 없다.
정면에서 신성을 쳐부수는 것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대공을 쓰러트릴 방법이 아예 없냐고 한다면.
‘그럴 리가 없지.’
현대 마법사란 그 어떤 상황에서도 주어진 조건을 가지고 최적의 결과를 내는 자들이다.
신성은 쓰러트릴 수 없다.
대공도 자신을 견제하며 사정권으로 들어오려고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관점을 달리하면 그만이다.
내가 접근하려는 걸 막는다면.
반대로.
‘상대 쪽에서 내게 접근하도록 만든다.’
즉 지금까지의 공방은 전부 이 상황을 만들기 위한 유도였다.
화려하게 주고받은 마탄과 주먹은 전부 대공의 빈틈을 노리기 위한 수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하여 마침내 대공을 궁지에 모는 것에 성공한 아르민이었지만.
마지막에 이르러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크윽! 떨어져라······! 섣불리 움직인다면 황녀를 죽여버리겠다!”
마탁에 직격당해 반쯤 부서진 얼굴을 부여잡은 채, 피를 줄줄이 흘리는 대공은 위협하듯 목청을 높였다.
놈이 경고한 대로 천천히 아르민은 뒷걸음질을 치며 시선을 옮겼다.
“······.”
슬쩍 아르민이 시선을 던진 곳.
거기엔 참혹하게 일그러진 이베트의 얼굴이 있었다.
가지런하게 뻗은 오른손은 수도(手刀)가 되어 인질로 잡은 황녀의 새하얀 목에 닿아있다.
당장이라도 대공의 명만 있다면, 즉시 황녀의 목을 베기 위해서.
“······이렇게 되어 면목이 없네. 아르민 경.”
잡힌 황녀의 눈동자로는 죄책감과 자신의 무능함에 대한 울분이 엿보였다.
설마 자신을 지키라고 이베트를 불러들이기보다도, 그 순간까지 황녀를 인질로 삼으려 아내를 다룰 줄이야.
“아내를 사랑한다는 것치고는 꽤나 거칠게 다루는 군. 그것이 네가 말하는 사랑인가?”
“닥쳐라! 그보다 네놈은 대체 무어냐. 이해가 되지 않아. 어떻게······.”
깨어진 얼굴을 부여잡은 채 대공은 정신 나간 인간처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네놈은 인간이지 않느냐. 인간의 몸으로 인간의 거죽을 뒤집어쓰고 있지 않느냐.”
그런데 어째서.
“신성에 눈이 멀지도 않고, 신과 맞설 수 있는 거지?!”
그뿐만이 아니었다.
저 치와 나의 아내는 몇 번이나 공방을 주고받았다.
처음엔 엄청난 화력을 쏟아내는 것도 아니겠다.
그저 시기적절하게 공격을 막고, 빗겨내며, 튕겨내는 행위를 보고서 제법 하는 놈이라고 생각했다.
특별할 것도 없는 움직임.
그저 무난한 공방의 행위.
마법사라면 누구라도 해낼 것처럼 평범하기 짝이 없는.
그래, 말하자면 그건 범속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내 뒤늦게 깨달았다.
‘그건 애당초 말이 되지 않는다.’
나의 사랑 이베트는 신성으로 다시 태어난 몸.
보는 이로 하여금 사랑을 갈구하게 만들어 미치게 만든다.
즉 처음부터.
“싸움이 성립되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단 말이다!”
신성을 손에 쥔 것이 처음이라, 대공은 단단히 ‘착각해버린 것’이다.
방금 마탄의 일격으로 깨달았다.
“네놈은······. 평범한 마법사 같은 게 아니야.”
그 이전에 마탑주들이 풍기는 먹물쟁이의 냄새와도 다르다.
그가 보여준 행동은 이미 대공이 상식으로 알고 있는 마법사와 궤를 달리하고 있었다.
“네놈, 정체가 무어냐.”
그 날카로운 의심 앞에서 아르민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야 그렇겠지.”
통하지 않는 것도 당연하다며, 아르민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이래봬도 나는 현대 마법사거든.”
< 제94장 – 범속한 것의 끝 (1) > 끝
ⓒ 뫄뫄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