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is stronger RAW novel - Chapter (194)
내 마법이 더 쎈데-194화(194/203)
< 제94장 – 범속한 것의 끝 (2) >
“현, 대······, ···뭐?”
현대 마법.
그것은 역사와 환상. 오컬트. 그 전반적인 영역에 녹아 들어있는 각종 요소를 사용하는 마법이다.
신화, 전설, 구전, 사담, 민담은 물론.
사상과 이상을 표현해내기 위해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오는 모든 이야기들을.
아르민은 손끝에서 마법으로 태어난다.
아르민이 가진 강함은 그러한 것이다.
때문에 아르민은 상대가 신이라고 해도 패배하지 않는다.
‘자신이 다루는 것에 패배하는 얼간이가 있을까.’
물론 지금은 마력신경이 한계치에 이르러 신화급 마법을 쓸 수 없는 이상.
자신의 손으로 직접 이베트의 몸에 머무른 신성을 제거한다는 방법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
이베트를 노릴 수 없다면, 막말로 이베트를 조종하고 다루는 술자.
알로스린 대공 본인을 노리면 그만이다.
그렇게 하여 끝장을 내기 위한 곳까지는 앞으로 고작 한 걸음.
앞으로 단 한 걸음이면 대공을 쓰러트리고, 모든 일을 마무리할 수 있었겠지만.
여기서 인질이라니.
솔직히.
‘······예상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대적하는 아르민을 죽이려는 것이 아니라.
저 남자는 이번 사태에서 아무런 위험도 되지 못하는 황녀를 죽이라고.
무려 자신이 사랑하는 여성을 향해 ‘명령’했다.
그것이 과연.
“네가 입이 닳도록 말하는 사랑인가?”
“아무래도 좋다! 네놈과 황녀, 이 자리에 있는 놈들 전부를 죽인 뒤에 아내를 설득하면 그만이다. 그렇게만 하면······!”
전부 원래대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궁지에 몰린 듯 악에 받쳐 소리치는 대공 앞에서 아르민은 생각했다.
‘어떨까.’
자신이 움직여 대공을 치는 게 빠를까.
아니면 역시나 이베트가 저 수도를 내리치는 것이 다 빠를 것인가.
잠깐의 고민이 오가는 바로 그때.
“아르민 경. 여기에선 잠시 내게 맡겨주게.”
미네르바 황녀가 오연한 태도로 입을 열었다.
****
이 순간, 그 누구도 인질이 된 황녀가 입을 열 줄은 몰랐던 것이겠지.
“······하, 뭘 맡겨?”
피가 흐르는 와중에도 대공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반문했다.
대공이 그러거나 말거나.
황녀는 담담히 고개를 들었다.
처음으로는 일그러진 얼굴로, 당장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은 이베트를 올려다 본 뒤.
그 다음엔 자기 목에 대어진 이베트의 위협에 시선이 머무르고.
이윽고 그 눈동자는 다시금 알로스린 대공으로 향한 채.
“대공, 이건 자네답지 않군.”
유감이라는 어투로 황녀는 말했다.
그것이 신경을 거스른 것이리라.
“닥쳐······! 인질이면 얌전히 잠자코 있어야지! 이 난리통 속에서 용케 살아남은 주제에! 차라리 간신히 건진 그 목숨을 가지고 도망치기라도 했으면 이렇게 방해물이 될 일도 없었을 것을···!”
얼굴에서 흐르는 선혈이 튀길 정도로 신경질적인 태도.
그러나 이내 핏발이 섰던 대공의 표정이 풀리는가 싶더니, 곧 대공은 자지러지게 웃기 시작했다.
마치 지금 상황이 유쾌해서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내게는 큰 도움이 된 셈이지만. 어차피 마지막까지 넌 방해물에 지나지 않았다는 거다. 네놈의 호위기사라는 남자가 얼마나 원통히 여길까!”
비아냥거림과 욕설.
그저 원색적인 말뿐이지만, 미네르바 황녀는 간단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 말이 맞네. 지금의 나는 아르민 경의 방해물에 지나지 않아.”
“하! 그래서? 그걸 알고도 맡겨달라니? 무엇을 말이지? 네년에게 특별한 힘 따윈 없지 않나? 무능한 황녀 주제에 뭘 맡겨달란 거냐?”
“무능하다라······. 확실히 지금의 나로서는 부정할 수 없는 말이로군.”
황녀는 역성을 내는 일도 없이, 그저 담담하게 대공의 말을 전부 인정했다.
인정하고 입을 열었다.
“나의 어리석은 아버지. 이반 황제가 서거한 뒤. 지난 3년 간 나는 그대와 맞서 싸워왔다고 생각했네.”
그러나
“그건 나만의 착각이었지.”
이 자리에 찾아오기 전, 대담 중에 말했던 것처럼 저 남자는 자신을 바라보지도 않았다.
같은 위치에 서 있노라고 생각조차 안했던 것이다.
처음부터 서로를 대적자라고 여기는 건 오로지 황녀뿐이었다.
“그 사실에 실망하고 좌절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야. 하지만 지금은 다르네.”
조금은 슬픔이 담긴 눈으로 대공을 바라본 미네르바는.
“그대의 이러한 꼴을 보고 있자니, 처음부터 그럴 필요도 없었군.”
“분명 그 입 닥치라고 했다!”
스윽.
이베트의 팔이 움직이자, 그대로 주르륵 황녀의 목으로 피가 흘렀다.
신성을 두르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베트의 손은 인간의 목 하나 쯤은 가볍게 자를 수 있는 흉기가 된다.
명백한 위협.
한 걸음 잘못 딛기라도 하면 그대로 목이 떨어져 나갈 위기 속에서.
“······그대가 내게 물었었지. 사랑을 아느냐고.”
여전히 황녀의 기세는 죽지 않았다.
그저 오연한 태도를 유지한 채 황녀의 시선은 슬며시 아르민을 향했다.
자신의 사랑을 에둘러 거절한 남자.
그가 응해주지 않는 이상, 자신에게 사랑이란 머나먼 것에 지나지 않겠지.
때문에 그때 했던 질문의 답이라면 명백했다.
“분명······. 나는 사랑을 모르네.”
나는 사랑을 모른다.
앞으로 알 길이 있을지, 그것조차 확신할 수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것 하나는 확신할 수 있다네. 제아무리 사랑이라는 말로 포장한다 하더라도, 사랑을 이유로 상대에게 멋대로 폭거를 강요하는 건 사랑이 아니라는 걸.”
아주 사소하지만 당연한 이야기.
그건 사랑을 모르는 자신이라도 알 수 있다.
“닥치라고 했다! 네년의 궤변 따위가 내게 먹히리라 생각하는가!”
서슬 퍼렇게 외치는 알로스린 대공.
사랑에 눈이 멀어버린 남자.
사랑을 이유로 자신이 사랑하는 아내에게 폭력을 강요하는 작자.
그런 남자에게 미네르바 황녀는 고개를 흔들었다.
“착각하고 있군.”
“착각?”
그래, 착각이다.
어디까지나.
“이건 알로스린 대공, 자네에게 하는 말이 아니니까.”
움찔. 하고 몸을 떠는 이가 있었다.
황녀는 물끄러미 자신을 인질로 잡고 있는 그녀, 이베트를 바라보았다.
“이베트, 그대가 남편을 사랑하는 건 잘 알겠네. 하지만 보게나. 그대가 사랑하던 남편이 올바르지 못한 길을 걷고 있네. 그걸 바로 잡아 달라고. 아르민 경에게, 남에게 도움을 청하는 마음은 이해가 돼. 무력한 자신을 실감하는 것도·········. 똑같이 나는 절절히 이해할 수 있네.”
왜냐하면.
“나 또한 서쪽의 대지에서 그러한 경험을 했었으니까.”
당신만이 아니다.
나도 똑같이 그 아픔을 겪었던 적이 있다.
내 능력이 부족하여, 가혹한 상황 속에서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무력감을 맛보았던 적이 있기에.
미네르바 황녀는 누구보다도 마음 깊게 이해했다.
아무런 죄가 없던 형제가 죽어가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던 나처럼.
“그러니 본녀는 거기서 아르민 경을 통해 하나를 깨달을 수 있었다네.”
무력감을 느끼고 있다한들.
가만히 주저 앉아있는 건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내 힘이 닿지 않는다 하여 아무것도 하지 않고 끝나서는 안 된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네. 포기라는 선택지는 달콤하기 짝이 없지. 그럼에도 그러지 말아야 한다고. 또 다시 그런 무력감을 맛볼지라도 내가 먼저 움직여야만 한다고. 나는 알게 되었네.”
“그만! 우선 그 혀부터······!”
뽑아주겠다.
그런 위협이라도 하려는 것일 테지만.
황녀는 그 무엇도 두렵지 않았다.
지금 이 상황에선 내 목줄을 쥐고 있는 것이 대공이란 사실은 아무래도 좋았다.
이베트와 마주본다.
사랑을 알고 있는 그녀와 사랑을 알지 못하는 소녀가 마주한 채.
미네르바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선택했네. 이제는 이베트, 자네가 선택할 때야.”
“헛소리는 집어치워라! 어차피 네년의 말 따윈 내 사랑에게 닿지 않아! 술식으로 완벽하게 조종하고 있단 말이다! 이베트! 됐소! 그 계집의 목을······!”
베어라.
그렇게 말할 속셈이었는지도 모른다.
레프너겐의 술식은 완벽하다고, 사랑하는 이는 완전히 내 손으로 장악하고 있다고.
그러나 아르민은 알고 있다.
어떤 마법이든, 어떤 시스템이든 거기엔 허점이 있기 마련이다.
그 누구보다 마법에 능통한 아르민이었기에.
“저, 는······!”
움찔하고 떨리는 몸뚱이.
이제까지 남편의 손에 의해 희롱당할 뿐이던 그녀가 처음으로 마법을 깨고 자신의 의지로 입을 열기 시작했다.
이제까지 참혹하던 표정은, 남편이 저지르는 잘못을 직시해야만 했던 무력감에서 비롯된 표정일 터다.
그것을 알고,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 이상.
“······내 사랑, 부디!”
애가 타는 얼굴로 이베트의 손이 미네르바 황녀의 목에서 떨어진 순간.
눈앞으로 드러난 ‘마법의 허점.’
아르민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쿼드 액션.’
마력의 용광로에 열기를 지핀다.
****
전신으로 끓어오르는 마력을 실감하며 아르민은 독백했다.
그런가.
절로 입가에 그려지는 미소.
방금까지만 해도 자신은 꼼짝없이 신화급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이상, 신성을 정면에서 쓰러트리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잘못 판단하고 있던 건, 오히려 내 쪽이었나.’
고작 몇 마디였을 뿐일지도 모른다.
남들이 보기엔 단순히 입에 발린 이야기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네르바 황녀는 이베트에게 부탁했다.
자기가 직접 선택해 달라.
똑같이 무력감을 느꼈던 자로서, 무능한 자신을 저주했던 입장에서 그녀가 행동해주기를 바랐다.
‘스스로를 무능하다 여기고 있었나.’
제국 서쪽의 황무지에서 아르민은 미네르바와 한 가지 사건을 겪었다.
나태의 서가 엮여있던 일.
거기에서 미네르바 황녀는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기적을 바랐었다.
그때 그녀는 확실히 누구보다 커다란 무력감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그런 끝에 자신을 무능하다 여겼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네르바, 전혀 그렇지 않아.’
지금 그 누구보다 위기를 커다란 기회로 만든 건 다름 아닌 그녀다.
아주 잠깐의 망설임.
무능하다 자책한 황녀의 목소리가 신의 영혼을 가진 그녀에게 닿은 순간.
‘지금이다.’
지금 바로 이 순간만이 아르민을 위해 준비된 시간이었다.
타앙!
바닥을 박찬다.
“······?!”
아내의 변모에 놀란 탓이었을까.
대공의 시선이 천천히 아르민에게 향하지만.
늦었다.
이제 와서 손을 치켜들고 아내로 하여금 황녀를 해하라 명령하려고 들지라도.
그것만으로는 너무나도 늦는다.
마력신경은 과부화 상태다.
때문에 신화급 마법은 사용불가.
그러나 꼭 황녀는 그것이 아닐지라도 신을 뛰어넘을 수 있는 길을 보여주었다.
키이잉!
마력신경으로부터 내달린 마력이 탐욕스럽게 양다리를 잡아먹는다.
인두로 지지는 것처럼 화끈한 감각이 일순 다리를 감싸 안는다.
한 걸음.
고작 한 걸음 뿐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이미 아르민의 몸은 자리를 박차고 쏘아지고 있었다.
이미지는 흡사 탄환.
아니, 여기까지 이르러선 미사일이나 다름없다.
쿼드 액션으로 구성하는 마법은 단순하다.
속전속결(速戰速決).
필요한 건 그저 압도적인 속도 뿐.
전신의 공기 저항을 줄이고, 바닥의 마찰을 제로로 만들어, 쏘아져 나가는 몸뚱이는 중력의 영향에서 벗어나며, 나아가는 육체엔 물리법칙을 능가하는 관성을 더한다.
일순.
풍경이 사라졌다.
아니, 착각이다. 주변의 풍경이 너무 급작스럽게 뒤로 밀려난 끝에 사라졌다고 생각했다.
마치 배경 필름을 한없이 길게 늘어트린 듯한 광경 속에서 유일하게 움직이는 건 단 하나.
아르민 뿐이다.
색이 사라지고 모든 형체가 무너지고, 다리를 박차는 진동만이 마력의 파동이 되어 아르민을 부드럽게 밀어준다.
여기까지 콤마 몇 초.
이미 한계에 이른 마력신경을 불길로 지져, 더욱더 혹사시킨다.
뇌신경이 불타버릴 것만 같은 고통이 엄습한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도 의식만은 또렷하다.
눈앞에 보이는 남자.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일그러지는 대공의 표정을 시야에 담고서.
아르민은 마법을 마무리하기 위한 마지막 행동을 취했다.
느릿하니 뻗은 손.
그 부드러운 손길이.
“······이제 진짜 끝이다.”
조용히 알로스린 대공의 왼쪽 가슴은 쓸었다.
****
울컥.
아르민의 얼굴 위로 한 움큼의 선혈이 튄다.
대공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 설마 마지막까지 자신의 최후를 깨닫지 못한 듯.
여전히 경악한 표정으로 아르민을 향해 당장이라도 공격을 명할 것만 같은 얼굴로 대공의 몸은 딱딱하게 굳은 것이다.
‘쓰러트렸다.’
아르민이 사용한 마법은 단순했다.
압도적인 속력을 발휘해, 대공이 이베트에게 명령을 내릴 ‘의지’를 품기 전에 먼저 대공에게 도달한다.
속도는 곧 질량이다.
폭발적으로 증가한 속력은 그것만으로도 심장을 날려버릴 무기가 되어, 실제로 이렇게 대공의 왼쪽 가슴을 통째로 날려버렸다.
그래, 고작 그걸로 끝이었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 신을 끌어내리고, 살해하고, 끝내 자신마저 신의 힘을 쥐었던 남자는 실로 허망하게도 여기서 생을 마감했다.
스륵.
중력을 거스르지 못한 대공의 육체가 쓰러지려는 찰나.
토옥.
그 육을 받아내는 이가 있었다.
“·········내 사랑.”
이베트는 흐느끼며 대공의 시체를 끌어안았다.
그녀는 아르민에게 분노하지 않았다.
대공을 죽인 것에 대해 책임을 묻지도 않았다.
단지.
“저는, 어쩌면 마음속으로 계속 납득하지 못했던 걸지도 몰라요.”
내 남편이 이럴 리가 없다.
나를 지극히 사랑했던 남자가, 이렇게까지 타락하고 망가졌을 리가 없다고.
은연중에 그녀는 부정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맹목적으로 알로스린 대공을 믿고 있었다.
하지만.
“진실에서, 외면하면 안 되는 일이겠죠.”
미네르바 황녀가 말했던 선택하라던 말.
그것이 결국 이베트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대공으로 하여금 빈틈을 보이게 만들었다.
“사랑이란 맹목적이다. 당신의 말이 딱 맞았네요. ······어쩌면 우리들에겐, 다른 길이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파아앗.
조용히 이베트의 육이 빛무리로 화하며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신성을 이 대지에 붙들어두는 매개체였던 알로스린 대공이 죽었다.
자연히 그녀를 구속하던 술식 또한 파괴된 것이리라.
죽어버린 남편과 함께, 다시금 피안의 저편으로 사라지ㄱ 이베트는 눈물을 닦아내며 아르민을 바라보았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이 결단을 내려준 덕분입니다.”
대공의 명을 거스르고 한 순간을 망설여준 덕에, 아르민이 움직일 수 있었을 뿐이라고.
“그런가요.” 라고 고개를 끄덕인 이베트의 몸이 목 아래까지 빛무리로 화했을 무렵.
“떠나기 전에 마지막 한 가지를······.”
한 가지?
슬며시 고개를 기울이는 아르민에게 이베트는 말했다.
“당신이 찾는 건 그리 멀리 있지 않습니다. 부디 당신은 저와 달리 후회로 가득 찬 선택을 하지 마시길.”
그 말을 끝으로 이베트는 사라졌다.
쓸쓸하게도 이 땅에 남편의 시체만을 남긴 채.
“······끝, 인가.”
되돌아보면 그저 씁쓸하기만 한 일이었다.
적을 쓰러트렸다는 통렬한 쾌감도.
악을 응징했다는 기분 좋은 상쾌함조차도 없다.
이번 일은 그저 단순히.
그릇된 사랑을 마지막까지 관철했던 남자와 그런 남자조차 사랑하고 있다며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하던 여자.
‘모르겠군.’
자신에겐 전혀 알 수 없는 영역이라고 중얼거리면서, 아르민은 몸을 돌렸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자.”
그렇게나 오연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던 주제에, 정작 사태가 마무리 되자 황녀는 다리에서 힘이 빠진 듯.
주저앉은 채로 꼼짝도 못하고 있었다.
아르민이 내민 손을 미네르바는 묵묵히 받았다.
그녀의 시선은 이베트가 떠나간 자리에 머무른 채로.
“······사랑이라. 내겐 너무 어렵군”
미네르바 황녀는 씁쓸한 얼굴로 그리 입을 열었다.
그렇게
“선배, 괜찮으신가요?!”
“후우! 거기! 전부······ 끝난 거야?!”
저 멀리서 달려오는 민세희와 헬레나를 향해 아르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전부 끝났다.
이렇게 길고 길었던, 그러나 한편으로는 범속적일 뿐이었던 사랑이야기가.
비로소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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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94장 – 범속한 것의 끝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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