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is stronger RAW novel - Chapter (198)
내 마법이 더 쎈데-198화(198/203)
< 제97장 – 인간이기에. (1) >
‘뭐?’
휘몰아치는 마력의 격류.
그 너머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분명 아르민에게 이렇게 속삭여왔다.
– 당신이라면 그럴 줄 알았다. 라는 한 마디.
마치 아르민의 전부를 이해하고 있다는 듯이.
처음부터 그 모든 행위, 그러하리라는 것을 꿰뚫어보고 있었다는 듯이.
일견 자애롭기까지 한 음색이 아르민의 귓가에 닿은 순간.
한층 더.
아르민이 컨트롤하는 마력이 더욱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크윽?!”
이미 의식의 성패를 따질 상황이 아니었다.
우우웅!
“미스터 강, 이건 대체······?”
헬레나는 자신의 영혼에서 떨어져 나가는 모노리스의 파편에서 시선을 뗀 뒤 불안한 얼굴로 아르민을 바라보았다.
“마법이 흔들리고 있어!”
순조롭게 마법이 진행되고 있었을 터였다.
그런데 누군가의 개입으로 인해 의식이 붕괴하기 시작했다.
그 정체가 누구인지.
아마도 방금 아르민에게 말을 건네온 바로 그 놈이겠지만.
그 정체를, 놈이 지껄인 말의 의미를 곱씹어보려고 해도 당장엔 이 격류에 대처하는 게 먼저였다.
일단은.
‘이곳에서 대피하는 게 우선이야.’
마법식이 붕괴하면 최악의 경우 이곳 마탑의 지하연구실 자체가 통째로 무너질 우려가 있었다.
의식의 당사자인 헬레나는 무리일지라도, 다른 인원을 먼저 퇴거시켜야만 한다.
그리 판단하고는.
“이스텔! 세희랑 샤오메이를 데리고 이곳에서 대피해!”
“명령 수행 절차에 들어갑니다.”
의문도 반문도 없이 주인의 명령에 따라 이스텔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잠깐만요! 선배! 그럼 선배는······!”
민세희에게 아르민은 고개를 저었다.
“나는 괜찮아. 이대로 모노리스의 추출이 전부 끝나면 헬레나를 데리고 대피할 거야.”
“······알았어요.”
후배의 납득이 있고서야 이스텔은 민세희와 샤오메이를 양팔로 끌어안았다.
푸화아악!
이스텔의 등에서 파충류 특유의 피막이 달린 날개가 뻗어나온다.
전부 현신할 필요는 없이, 마력을 가르고 비행하는 것 것에 능한 드래곤의 날개라면 이 격류조차도 가볍게 따돌리고 나는 것이 가능하리라.
“대피 명령 이행합니다.”
날개가 흔들리고 마력 부양 능력이 발휘되려는 바로 그 순간.
[후훗. 그건 곤란해요.]또다.
또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단순히 말을 자아내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자애로우며 마음을 뒤흔드는 말씨는 이윽고.
[그대로 도망쳐버리면 모처럼 아르민이 만들어준 기회가 의미가 없어지잖아요? 그러니 제가 받아가도록 하지요.]그것이 지극히 당연하다는 듯이, 아르민에게서 마력의 조종권을 강탈해갔다.
‘격류가······?!’
도망쳐.
그러한 아주 당연한 지시가 채 말로 맺어지기도 전에, 아르민의 손을 벗어난 마력은 한군데로 모여 형체를 이루기 시작했다.
쿠과과과!!
완성되어간다.
아르민이 마법식을 통해 완성하고자 한 그것이.
바닥에 놓여있던 일곱 가지의 신물을 비롯해, 헬레나의 영혼에서 추출하고 있던 분노의 신물조차 떨어져 나와 마력의 격류 중앙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아.”
아르민은 저도 모르게 그것에 눈길을 빼앗겼다.
지난 수 십 년의 생(生) 속에서, 마법사로서 뛰어난 업을 일구어내었던 아르민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생전 처음으로 보는 광경이었다.
일곱의 신물이 빛무리로 화해 모여드는 것도 장관이었지만.
무엇보다도 그것이 하나로 합쳐져 만들어낸 물건.
모노리스가 완성된 바로 그 순간을 목도하자.
– 아름답다.
아르민의 전신이, 영혼이 그렇게 외치기 시작했다.
세상 천지에 저것보다 아름다운 예술품이 존재할까.
단순히 미의식 차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존재가.
그 영혼이.
중심에서 불타고 있는 마력의 결 자체가 너무나도 아름답다.
저것이 바로 과거 칠영웅을 타락의 길로 이끌고, 신이 되고자 하는 망상에 손을 뻗게 만들었으며.
또한 실제로 그 망상을 현실로 이루어 내준 진정한 신물이라는 것을.
머리로 이해하지 않더라도 아르민은 가슴으로 납득했다.
그리고 또한.
모노리스의 뒤를 이어 모습을 드러낸 자가 있었다.
천천히 모노리스의 바로 곁에서 영혼 째로 모습을 드러낸 자.
그건 아르민도 기억하고 있는,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이였다.
“······아르카디아.”
“오랜만이에요. 아르민 일레인스.”
전직 이 세계의 주신(主神)이자, 아르민의 손으로 무대에서 퇴장시켰을 태양의 신.
금발이 아리따운 그녀는 후배 민세희의 목을 틀어 쥔 채 요야한 미소를 흩뿌렸다.
****
“대체 어떻게······?”
헬레나의 믿기지 않는다는 말이 들려온다.
그야 그럴만도 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헬레나의 영혼에서 모노리스의 추출이 이루어지고, 마력의 격류가 아르민의 손에서 벗어난 뒤.
마법식이 붕괴되며 모노리스가 완성되었다.
여기까지라면 술식이 불완전했으니 어쩔 수 없이 일어난 사고라고. 그렇게 여길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이건 사고 따위가 아니었다.
술식이 붕괴한 건 개입한 자가 있었기 때문이고, 실제로 그 당사자가 눈앞에 등장했다.
그것도 필시 아르민이 신화급 마법인 육도윤회로 이 세상에서 지워버렸을 상대가.
놈이 등장하는 순간 사방으로 퍼져 나간 마력의 파동이 이스텔을 날려버리고, 샤오메이를 기절시켰으며 끝내 그 중심에서 아르카디아는 민세희를 생명을 틀어쥐었다.
고작 2초도 안 되는 시간 동안 벌어졌다기에는, 너무나도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보다.
“말도 안···돼. 불가능한 일이야. 아르카디아. 넌 분명 윤회의 고리로 돌아갔다.”
누구보다도 마법을 실행한 아르민이 제일 잘 알고 있었다.
육도윤회의 시스템에서는 제아무리 신이라고 해도 벗어날 수 없다.
그게 진실이자 세상을 이루는 법칙이다.
아무리 신이라고 해도 법리를 이루는 마법 앞에선 질서를 따라야 하는 법이다.
그런데.
“선, 배······. 컥.”
꾸욱.
“어머, 민세희 양. 입을 다물어주실래요? 지금 아르민과 제가 대화하고 있잖아요?”
“세희야!”
헬레나의 부름에도 아르카디아는 그저 싱겁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여보였다.
“당신 말이 맞아요. 아르민. 당신이 제게 사용한 마법은 성공했고. 본래의 저는 육도윤회의 고리로 사라졌죠. 하지만 당신도 만난 적이 있지 않나요? 저의 잔류사념을.”
그래, 만난 적 있었다.
탐식의 고래를 움직이는 핵과 닿았을 때 아르카디아가 남겨놓은 찌꺼기와 대화를 나눈 적이 있긴 했다.
하지만 그래봤자 그건 찌꺼기일 뿐이다 올바른 존재로 승화될 수 없는, 가능성조차 없는 쓰레기다.
헌데 왜 갑자기 그런 이야기를······.
“······잠깐 본래의 저, 라는 건. 설마 네놈은······.”
아르민은 자신이 떠올린 가능성을 깨닫고는 눈을 부릅 떴다.
“원래의 자기 자신을 버리고, 새로운 신성을 만들어낸다······. 그런 술식을 준비해뒀다고?”
“역시 금방 깨닫는 군요. 현대 마법사 중에서도 최고의 자리에 오른 사람다워요.”
칭찬의 말이지만, 아르민에겐 그저 비꼬는 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본래의 저는 아직도 윤회를 돌면서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저주하고 있겠죠. 동시에 그녀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거예요. 내가 준비한 다음 대타는 절대로 실패하지 않을 거라고.”
반드시.
“당신을 엿 먹일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을 테죠.”
“하지만······. 어떻게? 새로운 신성을 만드는 술식을 누가 어떻게 준비했다는 거지? 너의 손과 발이 되어줄 술자가 있는 것도 아니야. 신성의 그릇을 따로 준비해둔 것도 아니야.”
앞서 새로운 신을 창조하려고 했던 자들도 어디까지나 그 기반이 있었다.
오만의 별이 그러했고 색욕의 그릇이 그러했다.
“너에겐 아무것도 없었다. 네 의지를 대행해준 자 따윈 아무도······.”
“있었어요.”
단언과 함께 아르카디아는 미소 짓는 얼굴로 말했다.
“바로 당신이에요. 아르민.”
“···············나?”
“미스터 강이 뭘 했다고!”
헬레나의 부정에도 아르카디아는 고개를 저었다.
“당신은 예전부터 그랬어요. 인간답고, 자애롭고, 영웅으로서 완벽했죠.”
그래서 윤회의 고리로 떨어지는 순간 아르카디아는 확신했다.
“제가 남긴 후환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당신은 제가 쪼갠 모노리스의 파편들을 찾아 없애려 들 테죠. 그것들은 이 대륙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에게 해를 끼치는 물건들이 될 테니까요.”
“·········.”
실제로 아르민이 보아온 신물의 영향들은 세계를 병들게 하고 인간을 좀먹는 것들이었다.
처음부터 아르카디아는 바로 그런 물건이 되리라 예상하고 신물을 준비했다고 한다.
이런 물건이 되면 아르민이 회수하거나 파괴하러 올 것이라고 확신하면서.
“그리고 당신은 보기 좋게 그 물건들을 회수했어요. 회수하면서 수많은 이야기들을 자아냈죠. 더없이 많은 비극 속에서 수많은 인간들을 구하고, 기적을 노래하고, 그들에게 미래를 보여주었지요.”
직접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들어보지 않더라고 알고 있다.
아르민이 신물을 회수하면서 자아낸 궤적은 필시.
“신화에 이른 여정이었을 거예요.”
아.
그 한 마디가.
아르민의 깨달음을 재촉했다.
“설마. 그렇다는 건······?”
“예. 신이 태어나기 위해서 필요한 건 신화에 준하는 이야기. 내가 직접 자아내지 않더라도 당신이 자아내는 일이 곧 신화가 된다면. 새로운 신성이 태어나지 못할 것도 없죠.”
말도 안 된다.
그 정도의 규모를 가진 이야기를.
고작 죽기 직전에 떠올려 실행한단 말인가.
대체 뭘 알고.
무엇을 꿰뚫어 보고.
그 머릿속에 무엇을 상상했기에.
“헬레나의 영혼에 심어놓은 분노의 신물은 곧 저의 분노. 안타깝네요. 아르민. 당신이 신물을 하나로 합치지 않고 그대로 파괴했다면 아마 제가 이렇게 표층으로 나오는 일 따윈 없었을 거랍니다.”
“미스터 강이, 날 구했기 때문에?”
그렇다.
순전히 당신이 그녀를 구하겠다고 생각했기에.
“모노리스를 원전으로 되돌려, 헬레나 당신을 구하기 위한 방법을 택했기 때문에 제 분노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때문에 아르카디아는 요야한 미소를 흩뿌리며 진심을 다해 아르민에게 고개를 숙였다.
“당신의 신화는 요컨대 제 사도가 되어 여행한 여정! 그곳에서 당신이 목도해온 풍경은 곧 제 부활을 위한 신화(mythology)였어요! 그 전부가 당신이 가진 그 어리석을 정도의 인간다운 모습 덕분에 완성될 수 있었던 것이지요!”
아르카디아는 어깨를 떨었다.
환희를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아르민은 주먹을 쥐었다.
막아야 했다.
다시 한 번 아르카디아는 일을 저지르려고 한다.
정확히 무얼 하려는지는 몰라도 그것이 이 세계에 해를 주는, 아르민이 보아온 아름다운 세계를 파멸로 이끌 것이라는 건 보지 않아도 뻔했다.
“아! 하지만 아직 제 신성은 완전하지 않아요. 마지막으로 마침표를 찍을 필요가 있지요.”
“······내가 가만둘 줄 알고?”
“가만두지 않으려면 어쩔 생각이죠?”
꾸욱.
“크, 학.”
목이 졸려 비명을 내지르는 민세희의 모습에 아르민은 멈출 수밖에 없었다.
“바로 그거에요. 바로 당신의 그런 점이 정말 어리석기 짝이 없다니까요. 날 막고 싶다면 후배가 죽는 것 따윈 고려않고 덤비면 될 일을. 앞 뒤 보지 않고 나와 후배를 전부 쳐 죽이면 될 일을.”
실로 어리석다.
때문에.
“당신은 신의 자리에 어울리지 않아요. 그러니 지금부터 보여드리지요. 모노리스의 진정한 사용법이 무엇인지.”
아르카디아의 손이 모노리스에 닿았다.
순간.
‘거울?’
아르민 앞에 나타난 거대한 거울의 형상에 순간 의문이 들었다.
이게 진정한 사용법이라니?
아르카디아는 무얼 하려는 거지?
“이 세계에서 가장 절대자에 가까운 존재는 누굴까요? 다른 많은 신을 퇴거시키고 각종 기적을 일으키며, 신화에 가까운 여정을 보내온 자. 그 신화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당신이에요. 아르민 일레인스.”
그렇기에 모노리스를 활용해 아르카디아는 선언했다.
“제가 여기에서 획득할 신성은 ‘아르민 일레인스’의 것.”
요컨대.
“저는 당신의 힘과 더불어 신성을······. 아니, 모노리스 덕에 더욱 강해진 힘을 손에 넣겠습니다.”
소리 없는 파문이 일었다.
눈을 깜빡인 찰나.
아르민 앞에 서 있는 건 더 이상 아르카디아가 아니었다.
아르민과 똑같이 생긴 얼굴.
금발에 잘생긴 미남자가, 그 얼굴에 일그러진 미소를 띤 채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강력한 마법 실력은 물론,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신성까지 획득한 남자.
“······!!”
아르민은 움직였다.
지금이라면 틈이 있다.
대규모 술식을 사용한 직후라 전신이 나른하고 마력은 텅비어있지만.
‘그래도 빈틈을 노려 마법을 쳐박으면······!!’
“어이쿠, 후배가 인질인데 정말 쏠 생각이야?”
“!!”
‘아르민’이 장난스럽게 목줄을 틀어쥔 민세희를 내보인 순간.
후배의 눈물로 가득 찬 눈동자와 마주한 순간.
아르민의 전신이 멈추었다.
“바로 그런 점이. 너의 어리석을 정도로 다정한 점이 널 이런 꼴로 만든 거다. 병신 새끼야.”
비아냥.
조소.
그리고 절대자의 위치에서 내려다보는 시선.
“굉장해. 전신에 충만한 이 힘과 신성. 이게 있다면 무엇이든 강해.”
예를 들면.
“이런 것도 말이야.”
휙.
고작 손을 한 번 휘저었을 뿐이건만.
쿠웅!
순간 바닥 아래로부터 어마어마한 마력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직후 자리 솟아나는 ‘것’들이 있었다.
검고, 뜨겁고, 질척이며, 악취가 나는 것.
거기엔 죽음이 넘쳐나고 있었다.
‘망령의 무리?’
······아니, 다르다.
저건 망령이라고 치부될 것이 아니다.
숫자는 수십, 수백, 수천, 지금도 기어 나오고 있는 놈들의 숫자는 숫제 일만에 이를까.
끊임이 없고 계속해서 밀려든다.
보는 이로 하여금 눈을 돌리게 만들고, 생의 의지를 잃게 만들 정도의 존재감.
꿈틀거리는 모양새가 마치.
“······죽음 그 자체 같아.”
헬레나의 말에 아르민은 퍼뜩 깨달았다.
저 숫자. 저 정도로 농밀한 죽음의 냄새를 보아하면, 그건······.
거기에 대한 답을 몸을 추스르고 있던 이스텔이 입에 올렸다.
“잔존 데이터로부터 수치 산출 확인. 세계방위시스템과 연결이 끊어지기 전까지 관측된 죽음의 개체수는 107억 5781만 9783개.”
관측 결과.
“동일 데이터로 판단됩니다.”
그 결론에 헬레나는 얼이 빠진 얼굴로 중얼거렸다.
“하, 하하······. 이건 이미 마법이니 뭐니 할 단계가 아니지, 않아···?”
이제까지 관측해온 죽음의 무게.
저것은 말 그대로 지금까지 이 세계에서 죽어간 것들이다.
용을 통해 관찰하고 계측해온 생명의 총수다.
– 으어어어.
– 미, 워어어.
그들이 토해내는 목소리는 산자를 미워하고 질투하며 증오하는 내용들이었다.
이 세계에서 스러진 채 버림받았다고 생각하는 저주의 무리.
그러한 것이 제도 카르텔의 중심부에서 태어난 것이다.
“저게 밖으로 퍼져 나가면 카라클은 끝장이야! 아니, 카라클만이 아니라 이 나라가······! 대륙이 위험해!”
헬레나의 비명을 듣고선 ‘아르민’은 즐겁다는 듯이 킬킬거렸다.
“하하하! 굉장해! 단순한 데이터 불러오기만으로도 이 정도다! 어때?! 아르민! 너보다도 더욱 네 힘을 잘 쓰는 것 같지 않아?!”
망자의 무리가 퍼져 나간다.
끊임없는 죽음이 질병처럼 대지를 불태운다.
놔두면 진짜 죽음이 대륙에 넘쳐나게 된다.
그러니.
“샤오메이.”
“응.”
눈짓으로 한 지시.
방금까지 기절해있던 ‘척’을 하던 샤오메이는 아르민의 의도를 알아듣고 방울을 들었다.
“흠?”
‘아르민’은 그저 그것을 즐거운 기색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절대자에 이르렀기 때문에 가진 자신감과 여유인가.
아니, 상대가 아르민의 힘과 속성을 물려받았다는 걸 고려했을 때 오히려.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 이르러서까지 무얼하는지 궁금하다. 라는 거겠지. 안 그래?”
“역시 ‘나’로군. 맞아. 무얼 할 수 있지? 의미가 없다는 건 잘 알고 있을 텐데?”
······역시나.
아르민은 실감했다.
내 모습을 하고, 내 성격을 복제하고, 나와 같은 존재가 되었어도 녀석은 여전히 예상하지 못한다.
아마.
‘인간 다운 모습까지 복사해가진 않았을 테니까.’
놈이 어리석다 단정한 속성.
아르민의 가장 근본이 되는 속성을 녀석이 가져갔을 리가 없기에.
“이스텔. 샤오메이, 헬레나. 망자의 무리를 친다. 이스텔은 드래곤으로 현신해서 밀려드는 놈들을 막아. 샤오메이는 정령들과 연계해서 최대한 놈들의 전진을 막아줘. 그리고 헬레나.”
대체 아르민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안된다는 얼굴을 한 그녀에게, 아르민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 일을 미네르바 황제에게 알리고, 최대한 카라클 전체를 대피시켜.”
설사 아르민이 행해온 인간다운 행위가 곧 어리석음이라 손가락질 당하고.
잘못된 실수라고 단정 지어질지라도.
“죄 없는 사람들이 몰살당하도록 내버려둘수는 없잖아?”
아르민이 고개를 끄덕이자.
딸랑.
방울이 울리면서 샤오메이는 곧 이스텔, 헬레나를 데리고 축지의 술을 사용해서 모습을 감췄다.
여기에 남은 건 아르민과 아르민, 그리고 인질로 잡혀 있는 후배 뿐.
“여전히 어리석은 선택이야. 이런 순간까지 다른 전력들은 내보내고 홀로 남겠다고? 네게 무엇이 가능하리라 생각하는 거냐? 나보다도 약하고, 인질까지 잡혀 있는 네놈이 말이야!”
어깨까지 떨어가며 즐거워하는 ‘아르민’을 향해, 아르민은 입가를 비틀고 한 걸음 내딛었다.
무얼 하려냐니.
‘나’라면 당연히 알고 있을 거 아니야.
“최후의 결전이다. 새끼야.”
바닥에 닿은 발로부터 전해지는 마력량을 가늠.
아르민이 타이밍을 재서 구축한 술식이, 마법으로 구현되었다.
‘······대지의 용맥을, 의사 마력신경으로 전환.’
“마력 부스트.”
콰아앙!
아르민이 쏘아졌다.
< 제97장 – 인간이기에. (1) > 끝
ⓒ 뫄뫄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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